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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속에서 만페지책읽기운동이 더욱 활발해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 운동에서 거둔 지난날의 성과와 경험들을 총화하고 일련의 편향들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주시였다. 그리하여 학생당조직과 민청조직들의 조직정치사업이 새로운 단계에서 전개되였다. 《만페지책읽기운동의 노래》가 교정의 어데서나 힘차게 울려퍼졌다.


수령님혁명사상 가슴깊이 새기며

과학을 탐구하는 우리는 대학생

나래치는 희망 안고 배우고 또 배워

영예로운 최우등생 모범 떨치자

아 만페지책읽기운동은 좋아라

주체과학령마루로 어서빨리 달려오르자


김정일동지께서 가사를 다듬어주시고 선률을 찾아주신 노래였다. 노래없는 청년대학생들의 생활을 생각할수 없었다. 집단적인 독서행군에 떨쳐나선 그들에게는 청춘의 랑만과 열정이 넘치는 진군가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그이께서는 이 노래의 창작을 세심히 도와주시였던것이다.

어느날 김정일동지께서는 동무들과 함께 룡남산숲속에서 《만페지책읽기운동의 노래》를 부르고계시였다. 대학민청에서 사흘후에 조직하는 만페지책읽기운동경험발표끝에 학급전원이 무대에 올라 합창으로 그 노래를 부르기로 하였던것이다. 대학민청에서는 이 운동의 첫 봉화를 추켜들었던 학급이 부르는 합창이 경험발표회의 마감을 뜻깊게 장식하리라고 인정했었다.

합창지휘는 선희가 맡았다. 고중시절에 학교합창단을 지휘하던 그였다. 그의 우아하고 세련된 동작과 아름다운 얼굴에 비껴흐르는 다양한 표정은 정 솜씨가 없는 명식이조차 저절로 지휘자의 감정에 이끌리여 청을 가다듬어 노래를 부르게 하였다.


불타는 청춘의 열정을 안고

만페지학습목표 돌파해나가자

학생의 기본임무 학습이라 하신

수령님의 높으신 뜻 꽃피워가리라


힘차고 열정적인 노래소리에 룡남산의 숲이 설레이는듯 했다. 숲속에 깃들었던 뭇새들이 나래를 퍼덕이며 푸른 하늘로 날아올랐다. 합창련습이 한창 고조되여가는데 송금석이 급히 달려왔다. 학생들은 노래를 그치고 그에게 시선을 모았다.

《동무들이 여기에 있는줄 모르고 온 대학을 찾았구만.》

송금석은 무척 흥분한듯싶었다. 그는 찾아온 사연을 얼른 말하지 않고 영채가 번뜩이는 눈으로 학생들을 일별하며 다급히 숨을 몰아쉴뿐이였다.

《교실에서 합창련습을 하면 청사안에서 공부를 하는 다른 동무들에게 방해가 될것 같아서 여기로 왔습니다.》

선희가 불안스레 가슴을 조이며 하는 말이였다. 그는 송금석의 열띤 시선에 부딪치자 두려움을 느꼈다. 부학부장이 이렇게 급히 달려왔을 때에는 갑자기 중대한 일이 제기되여 전학부가 모이는데 유독 자기네 학급만이 빠지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다른 학생들도 모두 긴장해졌다. 김정일동지께서 앞으로 나서며 조심히 물으시였다.

《선생님, 왜 그러십니까?》

송금석은 그래도 대답을 못하고 한참 가슴을 헐떡이다가 갑자기 열광적으로 부르짖었다.

정일동무, 기뻐하오. 강명호선생이 구석기시대유적을 찾아가지고 돌아오셨소!》

《예?》

김정일동지께서도 부지중 탄성을 터치시였다. 뜻밖에 날아든 환희의 소식이 잘 믿어지지 않으셨다. 기다리던 그 소식이 이렇게도 급작스레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하시였다.

《우리 할아버지가 언제 돌아오셨습니까?》

선희가 금석이한테 물었다.

《렬차에서 내리는길로 집에도 들리지 않고 대학에 곧바로 오셨소. 한시간쯤 되였을거요. 강선생이 정일동무를 찾아달라고 하는데 어디 찾을수가 있어야지. 여기서 울리는 노래소리를 듣고서야 이렇게 동무들이 숨어있는 곳을 찾아냈소. 학생동무들, 우리모두 구석기시대유적구경을 갑시다.》

송금석은 여전히 흥분이 어린 목소리로 웨쳤다. 학생들이 송금석을 둘러싸고 대학청사를 향해 반달음을 놓았다. 선희는 가슴을 조이며 마치 딴사람을 보는듯 한 눈길로 송금석의 뒤모습을 지켜보았다. 그가 어찌하여 지금 그렇게 흥분하는지 알수 없었다. 전날에는 할아버지의 견해를 진부한것으로 여기며 은근히 비난을 하던 그였기때문이였다.

강명호는 5층강당에 있었다. 구석기시대유적을 구경하러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크지 않은 자기 사무실에서는 그들을 맞이할수가 없었던것이다. 그는 강당의 무대우에서 끝없이 밀려드는 교원들과 학생들에게 구석기시대유적을 보여주고있었다. 무대우에 모여있는 사람들속에서 최정택의 얼굴도 보이였다. 최정택은 흥분한 얼굴로 낯모를 로인과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강선생님 , 김정일동무가 왔습니다!》

송금석이 앞문으로 들어서며 소리쳤다. 장내의 시선이 일시에 그를 뒤따르시는 김정일동지에게 쏠렸다. 앞을 막아섰던 사람들이 길을 열어주었다. 그들모두는 오늘의 경사가 그이에 의하여 마련된것임을 알고있었다. 조선사시험장에서 우리 나라에도 구석기시대가 존재하였을것이라는 그이의 주장앞에서 강명호가 심한 충격을 받고 채점을 못했던 사실은 전대학이 알고있는 일화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사람들의 사이를 헤집고 마주오는 강명호를 향해 다가가시였다. 강명호는 볕에 탄 얼굴이 좀 수척해진듯 했으나 얼기설기 얽힌 주름발속의 두눈만은 성공의 환희로 밝게 빛났다. 구석기발굴을 위해 그가 기울인 수고의 크기를 한순간에 헤아리시는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이 뭉클해오시였다. 그처럼 훌륭한 스승이 있기에 민족의 시원문제를 바로잡을수 있었다.

무슨 말로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드려야 할지 미처 생각이 나지 않으시였다.

《선생님, 얼마나 수고가 많으셨습니까.》

그이께서는 눈시울을 슴벅이며 강명호앞에 깊숙이 허리를 굽히시였다.

《나야 뭘, 고고학연구소동무들의 일을 좀 거들어주었을뿐이요. 정일동무가 멀리에서도 힘을 주었기때문에 동요와 주저를 모르고 탐사를 할수 있었소.》

강명호는 김정일동지의 어깨를 두손으로 잡아주며 감격이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이께서 천천히 눈길을 드시였다. 만일 다른 사람들이 곁에 없다면 로스승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가슴에 넘치는 격정을 눈물로 터치시였을것이다. 그이께서는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조용히 물으시였다.

《선생님, 다리를 상하셨댔다던데 어떻습니까?》

《다 나았소.》

강명호는 어느결에 갈려버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 이젠 우리가 찾은 구석기시대유적을 좀 봐주오.》

강명호가 그이의 팔굽을 잡고 구석기시대유적들이 여러점 놓여있는 앞상으로 이끌었다. 그 시대의 짐숭뼈와 식물화석들이였다. 반드시 구석기가 있을수 있다는것을 말해주는 털코끼리뼈도 있었다. 이날로부터 얼마간의 기간이 흐른 후에야 구석기가 출토되였지만 지금 그 시대의 유적을 보게 된 사람들은 우리 나라에도 구석기시대가 존재하였다는 확신을 가지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털코끼리뼈를 집어드시고 구석기시대에 담긴 력사의 깊이를 헤아려보시며 한동안 말씀이 없으시였다. 구석기는 동물계로부터 진화한 인간이 최초로 사용한 로동도구였다.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그것이 인간이 창조한 로동도구라고 믿기는 어렵다. 하지만 태고적 인류는 이 구석기를 사용하면서 상상하기 어려운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 그때의 인류가 구석기대신 돌을 갈아서 보다 예리하게 날을 세운 신석기를 사용하기까지에는 수십만년의 력사가 경과하여야 했다. 그러고보면 구석기야말로 다른 종류의 고대유물들보다 몇십배로 장구한 력사적시기를 반영하고있다. 그러니 구석기의 발굴로 인몰되였던 수십만년의 우리의 력사를 되찾는셈이였다. 아울러 우리 민족의 시원에 대한 대국주의적이고 사대주의적인 제나름의 외곡된 인식에 종지부를 찍게 되였다. 더는 누구도 우리 겨레가 이 땅에서 인류사의 려명기로부터 자기고유의 력사와 문화를 창조하며 살아온 사실을 부인하지 못할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온 세계를 향하여 우리 민족이 지닌 이 드높은 긍지를 웨치고싶으시였다.

낯모를 로인이 그이앞으로 걸어왔다. 갱핏한 얼굴에 숱진 턱수염을 짧게 다스린 그 로인은 매우 경건한 낯빛이였다. 강명호가 그를 김정일동지에게 소개하였다.

《굴포리에 사시는 차기봉로인이요. 이번에 구석기시대유적을 출토하는데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었소.》

《아, 그렇습니까? 로인님이 우리 강선생님한테 보내신 편지를 저도 보았습니다. 그 편지에서 저도 커다란 고무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또 현지에서도 우리 선생님을 도와주셨다니 무슨 말로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정중히 인사를 올리시자 로인은 팔을 저으며 어찌했으면 좋을지 몰라하였다.

《이게 무슨 일이요. 인사가 뒤바뀌는구만.》

그는 곧 자신을 수습하고 정중한 목소리로 계속했다.

《감사는 마땅히 내가 드려야 하는것이외다. 내 강선생님한테서 그 천품과 식견에 대한 이야기를 익히 들었소이다. 수수천만년을 내려오면서 해결을 보지 못했던 우리 겨레의 시조문제가 그 예지에 의하여 비로소 옳게 밝혀졌은즉 그 업적의 크기를 어디에 비기겠나이까. 내 왕년에 학생들앞에서 왜놈들이 떠벌이는 〈동조동근〉이 거짓이라고 했다가 류치장에 끌려가 문초를 당한 일이 있었소이다. 피를 토하며 감방안에 쓰러졌던 나는 우리 겨레가 이방종족의 후예가 아님을 증명할 인걸이 왜 없느냐고 세멘트바닥을 두드리며 통곡했소이다. 해방후에는 또 다르게 우리 겨레의 선조가 북방대륙에서 흘러왔다는 설이 돌아서 내심 마음이 언짢아있었습니다. 헌데 이 늙은것이 오늘의 경사를 보았으니 실로 오래 산 보람이 있소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전에없이 당황하시였다. 로인의 절절한 심정에는 공감이 가셨지만 그의 정중한 태도앞에서는 송구함을 금할수 없으시였다.

《왜 이러십니까? 저같이 젊은 학생을 그렇게 대해주시니 딱하기가 그지없습니다. 말씀을 낮추십시오.》

그이께서는 사정하듯 말씀하시였으나 차로인은 경건한 표정을 허물지 않았다.

《그 젊은 나이에 그처럼 드높은 민족애를 가슴에 품고 이지러진 력사를 바로잡는다는것이 놀라워서 마음속으로 더욱 깊이 머리숙이는바이요. 삼천리근역에 구석기가 있다는 확실한 사실의 의미를 새긴다면 오늘에 사는 온 겨레뿐아니라 지하에 묻힌 우리 조상의 령혼들도 경하해마지않을 일이올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떻게 하면 차로인과 생활적인 분위기에서 친근히 이야기를 나눌수 있겠는지 알수 없으셔서 조언을 바라듯 난감한 기색으로 강명호를 바라보시였다. 그런데 강명호는 《그 말씀이 옳습니다!》하고 힘주어 차로인을 긍정하였다. 크나큰 감회가 저리도록 가슴에 차넘치는 강명호의 눈시울은 젖어있었다. 장구한 력사의 짙은 안개속에 파묻혔던 구석기시대유적이 발굴된것이야말로 오늘에 사는 사람들뿐아니라 과거에 살았거나 미래에 살게 될 우리 겨레모두의 경사이다. 오늘의 이 경사만을 위해서도 나는 사학자로 한생을 기꺼이 바칠만 했다. 김정일동지의 밝은 예지와 뜨거운 사랑이 나에게 력사를 보는 새로운 눈과 탐구적정열을 주었기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것이다. 생각하면 김정일동지에 의하여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것은 나만이 아니다. 내가 알고있는 사람들만 하여도 최정택선생의 량주와 송금석선생, 봉국이나 우리 선희를 비롯한 수많은 학생들모두가 김정일동지에 의하여 사상적인 도약을 하기도 하고 운명의 전환을 가져오기도 하였다. 그 인생전환은 대학교육에 깊이 침습했던 교조주의와 사대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투쟁과정에 이루어진것이다. 김정일동지는 누구도 가려보지 못하던 외곡된 견해들을 뛰여난 예지로 꿰뚫어보고 독창적인 사상과 새로운 학술적견해들로 어둡던 눈들을 밝혀주시였다. 그리하여 기성리론과 남의것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던 낡은 교육풍토가 가셔지기 시작했다. 아, 얼마나 놀라운 전변인가! 오늘에 이르러 나의 인생이 겨냥하였던 최후의 목표에 이른것이 아닐가! 아니다, 아직은 할일이 많다. 무엇보다도 남은 생애에 김정일동지의 탁견에 따라서 우리 나라에서 첫 통일국가형성과정을 사료적으로 깊이 고증해야 할것이다. 그것이 나의 여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선생님, 저분들은 누굽니까?》

김정일동지께서 귀속말로 물으시는통에 강명호는 명상에서 깨여났다. 그는 그만 자기 생각에 심취되여 함께 온 사람들을 진작 소개하지 못했다는것을 깨달았다.

《고고학연구소동무들이요. 구석기시대유적발굴사업을 직접 맡아한것은 이 동무들이였소.》

《안녕하십니까, 모두 수고가 많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연구사들모두에게 친절히 인사를 하시였다.

《강명호선생님한테서 김정일동무에 대해 자세히 들었습니다. 김정일동무는 우리 고고학계의 발전에 근본적인 전변을 가져오도록 하였습니다. 우리 소장선생님을 비롯해서 여기 오지 못한 모든 연구사들은 한결같이 김정일동무에게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였습니다.》

연구사들을 대표하여 얼굴이 둥실하고 몸매가 다부진 중년남자가 말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구석기시대유적발굴과정에 있었던 일들과 앞으로 발굴전망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싶으시였으나 긴 이야기를 나눌 경황이 못되였다. 구석기시대유적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기다리고있었다. 장내를 둘러보시니 아까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왔다.

《저는 그만 돌아가보겠습니다.》

그이께서는 들고계시던 털코끼리뼈를 책상우에 놓고 무대에서 물러나 복도로 나오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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