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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최정택교수를 찾아 대학 교직원합숙으로 가시였다. 어제 실습장에 나왔던 송금석선생의 말을 들으니 최정택이 억울한 책벌을 벗었다고 한다. 마침내 커다란 시름을 벗은듯이 기쁘시였다.

그이께서 최정택의 호실에 들어서시자 진희가 쪼르르 달려나오며 《아저씨!》하고 그이의 손목을 잡았다.

《방안이 어지러워서 이걸 어찌나.》

려순정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밥상을 구석쪽으로 밀어놓았다. 아래목에 그릇가지들이 놓이고 가정기물들이 쌓이다보니 방안이 무척 비좁게 느껴졌다. 려순정은 자기가 체면없이 서둘러서 합숙호실에 살림을 펴는통에 모처럼 찾아오신 그이앞에서 남편의 립장을 딱하게 만든듯싶어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이 다시 가정을 이루고 살림을 편것이 무등 기쁘기만 한듯 미소를 감추지 못하시였다.

《이렇게 모여 사시는걸 보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진희야, 집이 작아도 아버지하고 같이 사니 좋지?》

김정일동지께서는 진희가 이끄는대로 안쪽에 앉으며 말씀하시였다.

《난 이 집이 제일 좋아요. 엄마두 그렇지?》

진희가 그이의 곁에 붙어앉아 재잘댔다.

《이제 크고 깨끗한 집을 받게 된다. 진희도 봤지? 평양에 새 집들을 많이 짓는걸…》

《봤어요. 새로 짓는 집들이 얼마나 높은지 몰라.》

《진희야, 오늘은 나하고 놀러가자. 새파란 풀이 돋는 들판으로 놀러가자. 어때, 좋지?》

《아이, 정말? 아버지, 나 아저씨하구 갈래!》

《됐다, 아저씬 늘 바쁘셔.》

최정택이 딸애에게 그대로 앉아있으라고 손짓을 했다.

《선생님, 이제 모두 저와 함께 방직기계제작소로 가셔야 하겠습니다. 우리 동무들이 실습을 마치고 헤여지기 전에 직장로동자들과 함께 들놀이를 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과 사모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진희, 출발준비!》

김정일동지께서는 일어서시여 한손을 높이 쳐들고 진희를 향해 구령을 주시였다.

《아이 좋아라. 난 우리 아저씨가 제일 좋아!》

진희는 그이의 품에 매달리며 춤추듯 발을 굴렀다. 최정택과 려순정은 끓어오르는 감격으로 앉은자리에서 굳어져버리였다. 참으로 무수한 곡절을 거쳐 오늘의 행복에 다달은 그들이였다.

김정일동지의 은정어린 수고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행복이 마련되지 못했을것이였다.

(내 머리칼을 다 잘라 신을 삼아드린다 해도 저이의 은정에 갚음이 안되리라.)

려순정은 뜨겁게 안겨드는 이런 생각에 잠긴채 김정일동지를 우러러보았다. 그새 남편을 돌봐주신 그이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듣고 눈물을 흘리고 또 흘린 그였다.

《빨리 떠날 차비를 하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움직일념을 못 내는 려순정에게 재촉을 하시였다.

정일동무, 고맙소!》

목메인 어조로 교수가 하는 말이였다.

《선생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오늘은 만사를 다 잊으시고 즐겨주십시오. 사모님, 인차 나오십시오. 현관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따뜻한 말씀을 남기고 밖으로 나오시였다. 현관앞에서 한동안 기다리는데 진희가 먼저 나왔다. 채양이 넓은 등산모에 문양고운 세타를 입고 물통을 멘 그 애는 명절을 맞은 기분이였다. 뒤따라 려행가방을 든 려순정이 남편을 한걸음 앞세우고 웃으며 나타났다.

《갑자기 떠나다보니 마련한게 없군요.》

들놀이음식이 변변치 못하다는 뜻이였다.

《우리 동무들이 선생님과 사모님을 위해서 뭘 좀 준비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깨에 메신 큼직한 가방을 가리켜보이며 즐겁게 웃으시였다. 교수일가는 그이와 함께 뻐스정류소로 향했다. 날씨는 온화하고 하늘은 맑았다. 푸른빛이 짙어가는 가로수들은 가지 하나 움직이지 않고 숙연히 서있었다. 들놀이를 하기에는 참으로 좋은 계절, 좋은 날씨였다.

일행이 공장앞에 이르렀을 때에는 약속한 시간보다 20분간 늦었다.

정문앞에서 기다리던 영옥이가 그이의 어깨에서 가방을 앗아내며 응석을 부리듯 탓했다.

《오빠, 왜 이제야 와요? 눈이 빠지게 기다렸는데…》

사실 그는 김정일동지께서 왜 늦어지시는지 알수 없어서 어지간히 애를 태웠던것이다.

《우리때문에 늦어졌어요.》

려순정이 영옥이앞에서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 모두들 떠났니?》

김정일동지께서 영옥에게 물으시였다.

《오빠 두고 떠나? 지금 모두들 눈이 까매서 기다려요.》

영옥은 재빨리 대답하더니 공구직장쪽으로 달려가며 기쁨에 겨워 소리쳤다.

《우리 오빠가 교수선생님과 부인을 모시고 왔어요.》

그러자 휴식장에 모여섰던 사람들이 환성을 올리며 정문쪽으로 밀려나왔다. 로동자들은 누구나 명절옷차림들이였다. 남자들은 바지에 칼날같이 주름을 세우고 산뜻한 와이샤쯔에 넥타이들을 맸다.

기름을 발라서 정성스레 빗어넘긴 머리카락들이 해빛에 반짝이였다.

모두들 얼굴이 환하고 멀끔해보이였다. 그들보다 더욱 눈부시게 화려한것은 물색고운 옷들을 떨쳐입고 곱게 화장을 한 녀성들이였다. 오늘 들놀이에 되도록 가족들도 참가시키라는 지시가 있었던지라 처음 보는 가정부인들도 십여명이나 되였다.

《오늘 들놀이를 조직하지 않았다면 우리 직장사람들의 부인네들이 얼마나 미인들인지 영영 모를번 했습니다.》

직장장이 선선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들놀이를 하자고 하시였을 때 뜨아해하였던 자신을 뉘우치며 하는 말이였다. 그는 문화정서생활과 담을 쌓고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였다. 직장장이 그러다보니 공구직장에서는 오늘과 같은 기회를 별로 가져본 일이 없었다. 그는 교수를 띄여보고 모자를 벗어들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그간 우리 동무들의 실습을 잘 보장해주어서 감사합니다.》

최정택이 벙글벙글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이번 실습기간에 되려 우리 직장이 학생동무들의 덕을 크게 입었습니다. 생산이 부쩍 뛰여오른것은 말할것도 없고 직장안팎이 몰라보게 변모되였지요. 저자신을 두고 말하더라도 실로 새롭게 깨달은것이 많습니다.》

직장장은 진정으로 느낀바가 많은듯싶었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려순정은 학생들속에 에워싸였다. 모두들 담임선생의 부인을 처음 보는터여서 반가움을 금치 못해하였다.

《자, 이야기들은 강가에 가서 나누고 어서 떠납시다.》

북통을 멘 직장직맹위원장이 북채를 쳐들어보이며 소리쳤다. 들놀이일정은 그가 주관하기로 되여있었다. 일행은 그의 인솔하에 대동강가로 떠났다. 공장에서 강가까지는 얼마 멀지 않았다. 공장울타리옆을 따라걷다가 큰길을 건너서 강뚝에 올라서자 아름다운 강가가 한폭의 그림처럼 바라보였다.

일행이 거기에 다달으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진희의 손을 잡고 봄볕이 함뿍 어린 강가의 전경을 바라보시였다. 푸른 물결에 에워싸인 강가에는 깨끗한 풀밭과 반짝이는 모래밭이 조화를 이루며 펼쳐졌다. 풀밭에는 이름모를 들꽃들이 다문다문 피여났다. 여기저기 서있는 해묵은 수양버들과 초리끝이 하늘가에 닿을듯싶게 높이 솟은 백양나무들이 강가의 운치를 돋구어주었다. 나무가지사이로는 뭇새들이 날아예며 노래했다. 거기에 화음을 맞추듯이 강기슭을 흐르는 물결우로 낮추 떠도는 갈매기들이 높은 청으로 우짖었다. 서해에서 날아온 그 갈매기들은 이곳의 경치가 하도 좋아선지 멀리 날아가지 않고 변두리를 에돌았다. 어느 고전민요의 한구절에 온갖 새들이 대동강에 날아든다고 노래한것은 까닭없는 일이 아니였다. 참으로 뭍에 사는 새들과 바다에 사는 새들이 한데 모여드는 곳이 대동강이다. 그이께서는 강가의 정취에 취하셔서 잠시 유유히 흐르는 물결우에 다감한 시선을 멈추시였다. 그러자 자연이 마련해준 꽃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동화의 세계로 가는듯 한 즐거운 환각에 잠기시였다.

《아저씨, 저 나비!》

곁에 붙어선 진희가 속삭였다. 그이께서는 그 애의 손길이 가리키는 곳으로 눈길을 돌리시였다. 노란 민들레꽃우에 큼직한 범나비 한마리가 사뿐히 앉아서 나래를 팔락이고있었다. 비취색바탕에 붉은 반점이 박힌 화려한 나래와 두가닥으로 위엄스레 뻗친 수염이 소녀의 경탄을 자아낼만 하였다.

《진흰 나비표본을 만들어본 일이 있니?》

김정일동지께서는 흘러간 소년시절에 바로 저렇게 큰 범나비를 잡아 표본을 만드셨던 일이 문득 되새겨져서 진희에게 다정히 물으시였다. 진희는 생글거리며 고개를 끄떡였다. 하더니만 갑자기 시무룩해지며 이렇게 말했다.

《일본에 있을 때 원족을 가서 그런 표본을 만들었댔는데 귀국을 하면서 버렸어요.》

무척 아쉬워하는 기색이였다.

《어째서 버렸니?》

《어머니가 조국에 가면 더 고운 꽃과 나비가 있는데 그런걸 가지고가서 뭘하겠는가고 했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어린것을 그렇게 꾸짖은 순정의 마음이 리해되시였다. 순정은 저켠 수양버드나무밑에 학생들과 함께 앉아있었다.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학생들의 주의가 그에게 일제히 쏠리고있는것으로 보아 무슨 흥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양이다.

《아저씨, 저 나비를 잡아줘요.》

그이께서는 진희가 손목을 당기는통에 고개를 돌리시였다.

《진희야, 우리 함께 잡자.》

진희는 두눈을 깜박거리며 좋아했다. 그이께서 진희와 함께 민들레꽃을 향해 조심히 몇걸음 옮기시는데 어느새 기척을 느낀 나비가 포르르 날아올랐다. 그놈은 멀리 날지 않고 진희의 머리우에서 맴돌았다. 그애의 머리우에 피여난 빨간 리봉을 꽃으로 알았던 모양이다. 진희는 나비를 따라 돌아치며 두팔을 휘저었다. 나비는 자기를 잡자고 접어드는 소녀를 한껏 골려줄셈으로 요리조리 피하며 재주를 부렸다. 그이께서는 소리내여 웃으시며 그 모습을 즐겁게 지켜보시였다. 나비는 아무래도 위험을 느낀 모양으로 높이 떠오르며 한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얼마쯤 나비를 따라가던 진희는 그만 숨이 차서 멈춰섰다.

《아저씨, 빨리!》

그이께서는 나비를 쫓아 달리시였다. 잠간사이에 거리가 가까와졌다. 포충망대신으로 쓰려고 모자를 벗어들고 더 맹렬히 나비를 따르시였다. 그런데 갑자기 선뜻한 촉감이 발에 느껴지며 흙탕물이 튕겨올랐다. 풀숲에 가리운 물웅뎅이를 짚으셨던것이다. 하지만 아랑곳없이 그냥 내달으시였다. 나비는 마침내 힘이 진한듯 풀잎우에 내려앉았다. 순간 그이의 모자속에 들고말았다.

《진희야, 잡았다!》

그이께서는 모자속에서 나비를 집어드시였다. 진희는 한달음에 달려와 나비를 받아들고 기쁨에 겨워 춤추듯 뱅글뱅글 돌아갔다.

《야, 곱네!》

퍼덕이는 나비의 나래에서 눈부시게 고운 비취색이 부서졌다.

《오빠, 이게 무슨 일이예요?》

언제 나타났는지 영옥이가 그이앞에 마주서서 눈을 크게 떴다.

《왜 그러니?》

그이께서는 여전히 즐거운 기분에 휩싸여 되물으시였다.

《신발까지 마치면서 철부지와 같이 나비잡이를 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단 말이예요. 어서 신을 벗으세요. 양말두 벗구. 얼른 빨아줄테니까.》

《어차피 발을 씻어야 할테니 내가 빨지.》

《어서 하라는대로 하라요!》

그이께서는 거절을 하면 영옥이가 왈칵 성을 낼상싶어 운동화와 양말을 벗으시였다. 영옥의 얼굴이 금시 밝아졌다.

《오늘 이렇게 밖에 나왔을 때 이런 일을 당했으니망정이지 언제 오빠의 신발이라두 빨아보겠어요. 오빠, 저걸 봐요. 우리 동무들이 부엌을 차렸어요. 내 인츰 말리워올게…》

영옥이가 가리키는 곳에서 몇몇 로동자들과 대학생들이 돌가마를 걸어놓고 삭정이를 주어다가 불을 지피고있었다. 그이께서는 가슴이 뭉클하시였다. 영옥이가 남몰래 작업복을 빨아 밤새워 다리미로 말리워주었던 일이 생각나시였다. 영옥은 량손에 들었던 운동화와 양말을 한손에 옮겨쥐고 다른 손으로 그이의 모자를 훌 앗아서 자기의 머리에 얹었다. 그리고는 그이를 쳐다보며 깔깔 소리내 웃었다. 실습기간 번번이 영옥은 그이의 모자를 쓰군 했다. 그이께서는 영옥의 머리에 삐뚤서하게 얹힌 모자를 바로잡아주며 그윽히 미소를 지으시였다.


×


들놀이에서는 모든것이 류다른 의미와 흥취를 자아내는가싶다. 여기서 나누는 이야기는 특별히 인상이 짙었고 여기서 벌어지는 유희는 류달리 흥겨웠다. 피부에 닿는 해빛도 유난히 따스했고 페부에 흘러드는 대기도 여느때없이 감미로왔다. 서로 권하며 다정히 나눈 점심식사는 더욱 그러했다. 장작불우에 분틀을 뻗쳐놓고 메밀국수를 눌렀는데 누구나 그렇게 맛좋은 국수를 처음 먹어본다고 떠들었다.

오후에는 기념사진을 찍고 오락회를 열었다. 오락회를 시작한다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직장장이 지명도 하기 전에 움쭉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모두들 눈이 커졌다.

《직장장동무가 거나한김에 이게 무슨 작업총화모임인줄 알고 일어선게 아니요?》

기타를 들고 맨 먼저 나서려다가 직장장에게 선코를 떼운 고수머리청년이 엉거주춤이 선채로 시까슬렀다.

《망할 녀석, 내가 오늘 맥주를 몇조끼 걸치기는 했지만 취한줄 아느냐?》

직장장이 청년에게 눈을 흘기였다.

《직장장동무가 노래를 부르겠다고 나서는게 너무 놀라워서 하는 말이우다.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뜨지 않았는지 모르겠수다.》

청년은 청중을 둘러보며 싱글거리였다. 춤과 노래라면 질색을 하던 직장장이 이렇게 나선것이 희한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여서 로동자들은 모두가 소리내여 웃었다.

《이녀석아, 내 여적 생산에 짓몰리다보니 언제 흥타령을 할 경황이 있었느냐?》

직장장은 고수머리청년에게 한마디 더 하고나서 혼연한 눈길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이 즐거운 날에 내 노래를 하기에 앞서 꼭 하고싶은 말이 있소. 대학생동무들이 실습을 올 때만 하여도 생산이 시원치 못하고 질서도 없던 우리 직장이 요즘 어떻게 되였소? 로동정량이 바로잡힌것을 비롯해서 기업관리전반이 개선되고 기대공들모두가 착실한 설비의 주인으로, 생산혁신자로 되였소. 저 고수머리 학길이만 놓고보더라도 토시로라연마를 계획대로 못해서 나한테서 늘 욕을 먹던 친구가 기술혁신을 해서 요즈음은 매일 300프로씩 해제끼고있소. 어디 학길이뿐이요? 대학생동무들과 힘을 합쳐서 다른 동무들도 나사틀개를 쎄빠나 후라이스로 가공하던것을 프레스로 찍어내는 앞선 작업방법을 받아들였소. 26호선반의 모범을 따라배우기 위한 운동이 온 공장을 휩쓸고있소. 뭐니뭐니해도 놀라운것은 사람들이 달라진거요. 우리 영옥이만 봐두 다른 사람이 되였거던. 정말 영옥인 우리모두가 따라배워야 할 본보기기대공이 되였소. 26호선반기는 물론 직장장인 나마저 허술히 여겼던 27호평삭반도 새 기대가 되였소. 사람이 달라지니 기대가 달라지더란 말이요.

난 지난 기간 이 점을 몰랐댔단 말이요. 사람의 심장에 불이 달려야 기계에두 불이 달린다는걸 지금껏 모르구 살았소. 하지만 사람의 심장에 불을 단다는게 헐치 않은 일이요. 김일성종합대학 동무들은 이걸 할줄 알더란 말이요. 들놀이에 나와가지구 이런 말을 해서 안되였지만 우리모두 기대를 자기 눈동자처럼 아끼고 다루기요. 전태로동무가 다루는 26호선반이나 영옥이가 다루는 27호평삭반은 온 나라에 대구 자랑할수 있다고 생각하오. 또 작업총화가 될것 같아서 그만하겠소. 하지만 대학생동무들과 헤여지는 오늘은 내 노래를 부르겠소. 정말로 노래를 부르고싶어서 이렇게 일어났소. 대학생동지들, 정말,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가 하는 뜨거운 감사의 말에 로동자들과 대학생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로동자들에게는 직장장의 말이 결코 새삼스럽지 않았다. 모두의 가슴속에서 끓고있는 심정을 직장장이 말했을뿐이였다. 직장장은 주먹을 입가에 대고 건기침을 톺으며 금시 한곡조 뽑을듯 하더니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영옥이앞으로 성큼 다가갔다. 영옥은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서 두눈을 크게 뜨고 마주보았다.

《애 영옥아, 너 나와 함께 2중창을 하자. 대학생동무들이 실습을 하는 기간에 우리 직장의 누구나 다 그러하지만 배우고 깨달은바가 그중 많은 사람은 너와 나일것이다. 그러니 너도 대학생동무들을 위해서 한곡조 불러야 인사가 옳지 않겠니.》

영옥은 고개를 끄떡이며 상긋 웃어보이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두들 두손을 높이 쳐들고 다시한번 박수를 쳐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얼른 손풍금을 찾아메시였다.

《그래 무슨 노래를 부르기로 하였습니까?》

그이께서 일어서며 직장장에게 물으시였다. 기꺼이 그들의 노래에 반주를 하여주실 생각이였다.

《영옥이가 〈세상에 부럼없어라〉를 하자고 하오.》

직장장이 영옥이의 등을 어루쓸며 대답했다. 맑고 부드러운 손풍금소리가 울려퍼졌다. 직장장과 영옥은 뜨거워지는 마음을 애써 진정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하늘은 푸르고 내 마음 즐겁다


석쉽하고 굵은 직장장의 저음에 영옥의 맑고 고운 고음이 하나로 어울렸다. 직장장은 목청이 시원치 않았다. 그런들 어떠랴. 그들이 정답게 2중창을 한다는 사실자체가 눈물이 날만큼 반가운 일이였다. 또한 노래의 사상감정이 이 시각 모두의 마음을 진실하게 반영한것이여서 누구나 숨을 죽이고 들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듣고만 있을 노래가 아니여서 세번째 소절부터는 모두가 일제히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로동자들과 대학생들의 합창으로 번져진 우렁찬 노래소리가 대동강변을 진감시키며 푸르게 열린 하늘가로 나래쳐올랐다.


우리의 아버진 김일성원수님

우리의 집은 당의 품

우리는 모두다 친형제

세상에 부럼없어라


오락회는 열기를 띠고 계속되였다. 직장장의 본을 따서 누구나 스스로 나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지간히 시간이 흘렀을 때 려순정의 노래를 듣자고 제기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진정으로 려순정의 노래를 듣고싶으시였다. 시름이 가셔진 그의 가슴속에서 울리는 노래야말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것이였다.

정일동무가 꼭 제 노래를 듣고싶다니 하는 수가 없군요.》

려순정은 웃는 얼굴로 선뜻 일어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 손풍금을 메고 그의 곁에 서시였다.

《사모님, 무슨 노래를 부르시겠습니까?》

《〈아리랑〉을 부르겠어요.》

이역땅에서 사무치는 향수를 누를길 없어 늘 마음속으로 불러오던 노래였다. 김정일동지의 반주에 맞추어 그는 절절한 감정으로 노래를 불렀다. 모두들 처음부터 황홀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부드러운 목청으로 가락을 뽑아넘기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였다. 로동자들은 교수부인이 전문적으로 무대생활을 하는 민요가수가 아닌가고 수군거리였다. 노래가 끝나자 《재청!》 하는 웨침과 함께 박수가 터졌다. 어느새 마련했는지 명식이가 들꽃으로 엮은 큼직한 꽃다발을 려순정의 가슴에 안겨주었다.

그러자 환성과 박수가 더 요란스레 터져올랐다. 학생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환호를 보냈다. 노래를 잘 부르기도 했지만 파란곡절을 거쳐 오늘에 이른 그를 축복해주고싶었던것이다.

려순정은 꽃다발우에 얼굴을 숙이며 눈물을 머금었다. 그는 어느덧 마음을 진정하고 《양산도》와 《노들강변》을 련이어 불렀다.

만일 시간이 있었다면 더 많은 노래를 불러야 했을것이다.

해가 서켠으로 기울고있었다. 아쉬운대로 오락회도 막을 내려야 했고 들놀이도 끝을 보아야 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26호선반공 전태로와 함께 지난 실습의 나날을 돌이켜보며 뜨거운 작별의 인사를 나누신 후 영옥을 찾으시였다. 영옥은 사람들곁에서 떨어져서 백양나무아래에 홀로 서있었다. 무엇때문인지 고개를 푹 숙이고있었다. 그이께서 다가가시였으나 영옥은 풀잎을 매만지며 움직이지 않았다. 작별의 서운함때문일가? 그럴수 없다. 서운하여도 무랍없이 제 감정을 드러내며 꼭 편지를 하라고 다그어댈 영옥이였다. 그이께서는 이상한 생각이 드시여 그의 낯색을 유심히 살피시였다. 해쓱해진 얼굴로 보아 그 무엇에 놀란것 같았다.

《영옥이.》

조용히 부르시였다. 영옥은 머리를 떨군채 간신히 입을 열었다.

《저를 용서하십시오.》

울음섞인 목소리에 말투도 사뭇 정숙해졌다.

《용서라니, 그건 갑자기 무슨 말인가?》

《방금전에야 저는 모든걸 알았습니다.》

언제나 거침없던 영옥의 목소리가 죄를 지은 사람처럼 소심해졌다.

《오빠》라는 정다운 부름도 사라져버리고 말투도 전과 달리 존경어로 변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순간에 영옥이와의 관계가 아득히 멀어지는것 같아 마음이 허전하시였다.

《누가 무슨 말을 했게?》

여전히 친동생처럼 여긴다는것을 납득시키려고 일부러 반말로 물으시였다. 영옥은 천천히 머리를 들었다.

《아까 교수부인한테서 들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처음은 믿지 않았어요.》

그랬었다. 영옥은 도저히 믿을수 없었다. 김정일동지를 근로하는 평범한 인민의 아들로만 알고있었다. 그이께서 매일 아침 남먼저 기름걸레를 드시고 기대를 닦으며 주변을 청소하실 때, 보통사람들의것과 다름없는 그이의 수수한 점심밥을 볼 때, 로동자들과 잘 어울리고 학우들과 간격없이 지내시는것을 보았을 때 어느 한번도 달리 생각해볼수 없었다. 영옥은 아래입술을 감빨더니 다시 말했다.

《부인은 자기가 어떻게 되여 귀국하게 되였는가도 나에게 말해주었어요. 우린 서로 자기 심정을 터놓으면서 울었어요.》

《영옥이, 난 그 누가 나를 류다르게 대할 때처럼 괴로울 때가 없어. 그런데 네가 지금처럼 나오니 섭섭하기 이를데 없구나.》

그이께서는 흐려진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그럼 영원히 오빠로…》

《고맙다, 영옥이!》

《아까 교수부인이 나에게 말했어요. 오빠에게는 우리 인민모두가 친혈육이고 동기라고.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게 되였어요.》

《영옥아, 그렇게 깊이 생각할것은 없어. 전날의 너답지 않게 갑자기 그 무엇을 심중히 생각하는 네가 오히려 불만스럽구나.》

사실 그이께서는 발랄하고 명랑한 영옥의 모습을 소중히 가슴에 안고 헤여지고싶으셨다. 그이의 심중을 엿본 영옥은 밝게 웃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웃음발이 얼굴에 채 번지기도 전에 사라져버렸다. 이제 헤여지면 좀처럼 만날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떠오르며 서운함이 가슴을 파고들었던것이다.

《오빠, 앞으로 우리 제작소에 종종 와야 해요, 알겠어요?》

《그래, 꼭 다시 오겠다. 먼 후날까지도 너를 잊을수 없는것처럼 방직기계제작소를 잊을수 없다.》

《나는 실습기간에 오빠가 가르쳐준 모든것을 가슴에 깊이 새기겠어요. 앞으로는 정말 부끄럽지 않게 살겠어요. 저때문에 다시는 걱정을 말아요. 오빠, 알겠어요?》

영옥은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그이를 똑바로 마주보며 그 무슨 다짐이라도 받아내려는듯이 말했다.

《알겠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짧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영옥이스스로가 그렇게 훌륭한 결의를 말하고있는데 무엇을 더 말해주랴. 그저 설음많던 그가 앞으로 영원히 행복하기를 축복해주고싶은 심정만이 가슴에 가득하시였다.

다른 대학생들과 인사를 나는 로동자들과 직장장이 이쪽으로 모여들었다.

《대학생들의 실습이 끝나면 우리 영옥이가 제일 섭섭하겠구나.》

직장장이 작별을 아쉬워하는 영옥에게 감심한 어조로 말하였다.

《직장장아바인 섭섭하지 않나요?》

영옥은 발깃해진 얼굴을 반짝 쳐들고 퉁명스레 되물었다. 반발적인 그 어조에는 직장장에게 무작정 엇서기만 하던 전날의 버릇이 살아있는듯 했다. 하지만 할깃 치떠보는 눈가에 피여나는 애틋한 미소엔 직장장아바이도 자기의 심정과 다를바 없으리라는 확신과 이 순간의 자기 마음을 그가 누구보다 잘 알아준다는 고마움이 어울려있었다.

그 마음을 아는 직장장은 영옥의 어깨에 다정히 손을 얹었다.

《네 말이 옳다. 나도 너만치 섭섭하다.》

영옥은 직장장의 팔에 얹혀있는 그의 양복저고리를 정히 포개여서 자기가 들었다.

직장장이 김정일동지의 손을 덥석 잡으며 심중의 말을 터놓기 시작했다.

《이번 실습기간에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 나자신을 두고 말하면 일생을 두고도 깨달을수 없는것을 김정일동지한테서 배웠습니다.》

《지나친 말씀입니다. 저야말로 실습기간에 책에서는 배울수 없었던 많은것을 여러분들에게서 배웠습니다.》

《우린 김정일동지가 지펴준 기세를 조금도 늦추지 않고 올해계획을 당대회전까지 꼭 해내겠습니다. 년간계획을 완수한 날 오늘처럼 야유회를 가지겠는데 그때 대학생동무들을 모두 초청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의 결의가 무등 반가우시였다. 력사적인 4차당대회가 열리는 올해에 수도의 로동계급인 그들이 새로운 비약을 이룩하는것은 큰 의의를 가진다. 그들이 추켜든 혁신의 봉화는 전국을 휩쓸게 될것이였다.

그이께서는 작별의 인사로 로동자들의 손을 친절히 잡아주시였다. 정든 사람들, 정든 직장을 두고 대학으로 돌아가는것이여서 심장의 한부분을 남겨두고 가는듯 한 심정이시였다.

해는 서산에 기울었지만 그 여광은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있었다. 그 하늘을 머리에 이고 강건너편에 솟아있는 방직기계제작소가 창문마다에 노을빛을 찬란히 부시며 우렷이 륜곽을 드러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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