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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실에서 나온 명식은 으슥한 숲속으로 달려가 오래도록 소리없이 울었다. 그 누구에게도 터놓지 못할 통절한 심정을 그렇게밖에 풀 길이 없었다. 정작 총장을 만나고보니 그 원한의 몇십분의 일도 쏟아부을수 없었다. 내가 누구라는것을 밝히고 좀더 불같은 말을 쏟아야 하는것이 아니였을가.…

명식은 어지간히 진정이 된 다음에야 숲속에서 나와 학생기숙사쪽으로 걸음을 옮기였다. 기숙사정문앞에 이르니 김정일동지께서 긴장된 안색으로 기다리고계시였다. 새로 나온 도서들을 안으시고 찾아오셨던 그이께서 기숙사의 동무들로부터 담임선생이 책벌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명식이가 《오빈우!》하면서 뛰쳐나갔다는 소식을 들으시였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를 정원수밑으로 데리고가시였다. 나란히 돌의자에 앉으신 그이께서는 격렬한 흥분의 여운이 흐르는 명식의 얼굴을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시였다.

오명식은 한동안 머리를 숙이고 침묵하더니 침통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김정일동지앞에서는 언제나 자기의 심정을 그대로 터놓고싶은 명식이였다. 그는 총장실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였다. 꼭지를 떼고보니 그 순간의 격렬한 감정이 되살아나서 이따금 말끝을 삼키군 했다.

그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으시던 김정일동지께서 안타까이 타이르시였다.

《동무의 일이 잘된것 같지 않습니다. 총장선생이 출학을 시키겠다고 하였다니 그앞에서 동무가 얼마나 무례하게 행동했겠는지 짐작이 갑니다. 바른말이야 해야지. 그러나 우리야 학생이 아닙니까. 우리는 어느 경우든지 교원들과 대학의 책임일군들앞에서 학생의 도리를 잊어서는 안됩니다. 문제를 조직적으로 제기할걸 그랬습니다.》

《난 사실 총장과 마주서고보니 리성을 잃을만큼 흥분했댔소. 저주와 설음이 끓어올라서 앞뒤를 가리지 못했소.》

명식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였다. 오래동안 참아오던 설음이 북받치는듯 그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져내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상한 느낌을 받으며 그의 어깨를 움켜잡으시였다.

《명식동무, 도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명식은 울음을 삼키려고 흑흑 갑시더니 절통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총장은… 그는 나의 아버지입니다! 나와 어머니를 버린 사람이란말입니다! 난 지금껏 그 사실을 영원히 비밀에 붙이려고 했댔습니다. 정일동무, 용서해주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의 심장에 세찬 충격이 마쳐드는것을 느끼시였다. 그이의 손이 명식의 어깨우에서 등뒤로 힘겹게 떨어져내렸다. 명식은 주먹으로 이리저리 눈물을 훔치더니 불같이 달아오른 한숨을 내불며 말하였다.

《해방된 그해 가을에 어머니는 아버지가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고 평양에 왔댔습니다. 그런데 이미 수년전에 결혼한 다른 녀자를 데리고 돌아온 아버지는 어머니를 외면해버렸습니다. 그 사람은 이 아들에 대해서는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고향에 돌아온 어머니는 차라리 죽기를 원했으나 나를 생각해서 그럴수 없었습니다. 불쌍한 어머니는 전쟁때 폭격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원한을 풀지 못한채 말입니다. 난 어린시절에 벌써 아버지와의 결별을 마음속으로 선언했습니다. 그래서 대학에 와서도 총장을 나와 상관없는 사람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최정택선생님한테 가하는 부당한 처사를 보고는 참을수가 없어서… 그래서 꿈결에만 봐도 몸서리치게 증오스러운 그 사람을 찾아갔던겁니다.》

《리해됩니다, 리해돼.》

김정일동지의 음성도 가늘게 떨리시였다. 그이께서는 명식의 손을 잡고 어떻게 위로했으면 좋을지 몰라 그저 하염없이 어루만지기만 하시였다.

《어찌겠습니까, 지나간 생활인걸.…》

그이께서는 침통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나는 총장실에서 내가 누구인가를 까밝혀서 그의 가슴을 찢고싶은 생각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아버지를 다시 찾고싶어 그러는줄 알가봐 그만두었습니다!》

명식은 물기어린 눈을 번쩍이며 부르짖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심중을 헤아리며 일순 침묵에 잠기셨다가 천천히 말씀하시였다.

《동무의 심정이 리해는 되지만 아버지앞에서 오늘까지도 자기를 드러내지 않은것을 찬성하고싶지는 않습니다. 지난날의 설음과 원한이 크다 하더라도 어쨌든 총장선생님은 동무의 아버지가 아니겠습니까. 그도 동무가 아들임을 안다면 지난날을 뉘우치며 매우 반가워할겁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그렇지 않습니다. 험하게 금이 갔다가도 살틀하게 어울리는게 사람의 마음입니다. 총장선생님이라고 왜 아들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없겠습니까. 동무가 누구인가를 안다면 지난날에 기울이지 못했던 사랑을 보상하리만 한 뜨거운 애정으로 포옹했을겁니다. 감격의 눈물속에 벌어져야 할 아버지와 아들의 첫 대면이 격렬한 대결로 되였다는것을 생각할 때 나는 가슴이 아픕니다. 어쩐지 총장선생님한테도 동정이 가누만요.》

명식은 놀란듯 번쩍 머리를 들었다.

《아니, 그게 진정으로 하는 말입니까?… 난 어머니의 원한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내 가슴에 쌓인 설음과 분노도 가실 길이 없습니다. 그는 지금에 와서 무엇으로써도 내 마음의 상처를 보상할수 없단 말입니다!》

《나는 사회생활에서나 륜리생활에서나 지나간 일을 오늘에 결산하려는것을 반대합니다. 과거엔 아버지가 아들을 버리고 오늘은 아들이 아버지를 버리고, 이건 허무하오. 무엇때문에 이런 인간적인 비극을 반복해야 한단 말입니까?》

《놀라운 일입니다. 정일동무가 총장을 두둔하다니… 교육에서 주체를 세우기 위한 투쟁을 음으로 양으로 반대하는게 누굽니까? 난 총장이라고 대답할수 있습니다. 구석기시대 유적발굴을 시답지 않게 여기는건 누굽니까? 총장입니다. 우리 식의 새 교과서에 대해 험구를 하는자들을 끼고도는건 누굽니까? 그것도 총장입니다. 정일동무가 발기하고 이끄는 모든 일들이 총장때문에 어려움을 겪고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나는 더욱 총장을 용서할수 없습니다. 난 지금껏 아버지없이 살았습니다. 앞으로도 아버지없이 살수 있습니다.》

명식은 꽉 그러쥐였던 주먹을 들어 제 가슴을 두드렸다.

《나는 총장선생님의 사대주의적인 사고방식을 수긍하지 않을뿐이지 그자신을 나쁘게 생각해본 일이 없습니다. 이러나저러나 그는 로동계급의 혁명투쟁에 일찍부터 나섰던분이고 또 재능있는 리론가입니다. 그런분을 함부로 좋지 않게 여겨서는 안됩니다. 그도 앞으로 주체적인 립장에 서게 될 때가 있을겁니다. 나는 그렇게 믿고싶습니다. 동무도 그에 대한 태도를 달리하기를 바랍니다. 온 나라가 한가정을 이루고 서로 돕고 이끄는 천리마시대에 아버지와 아들이 의절을 하고 원쑤처럼 지낸다면 그게 어디 생각이나 할수 있는 일입니까?》

《하지만 난 절대로 화해하지 않겠습니다. 그가 출학처분을 하면 고향으로 내려가겠습니다. 대학을 떠날 때에는 내가 누구인가를 밝히겠습니다. 본처를 저버렸고 친아들의 장래까지 짓밟은 죄의식을 깨닫고 그가 서서히 시들어가기를 원합니다!》

명식은 허공을 쏘아보며 부르짖었다. 그의 가슴에서 자기희생적인 야멸찬 보복심리가 꿈틀거리고있었다. 하기는 그가 리성적인 판단을 잃을만큼 흥분한것은 당연한 일이다. 원한이면 이만저만한 원한인가.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한 풀길 없는 한을 남기고 돌아갔으니 그 원한까지 유물처럼 넘겨받은 명식이였다. 그를 당장 설득시키기는 어려운 일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안타까움과 더불어 련민의 정을 느끼며 명식이와 헤여지시였다.

이튿날 아침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방직기계제작소에서 송금석의 허락을 받고 대학으로 가시였다. 한시바삐 총장을 만나고싶으시였다. 시간을 다투는 두가지 문제가 총장에게 걸려있다. 최정택선생의 부인이 머지않아 귀국을 한다고 한다. 선생님이 부당하게 책벌을 받은 상태에서는 그들의 감격스러운 상봉에 어두운 그늘을 던질수 있었다. 결코 그렇게 되여서는 안될것이다. 오명식의 문제는 더욱 긴급했다. 오늘이라도 총장이 그의 퇴학처분에 수표를 한다면 좀처럼 수습할 길이 없다. 대학청사를 향해 가시는 그이의 걸음은 자연히 빨라지시였다. 그러나 총장서기실에서 한시간나마 기다리셔야 했다. 대학행정일군협의회가 있었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긴장한 마음으로 총장실에 들어서시였다.

오빈우는 방금 있은 모임에 대한 생각에서 풀려나지 못한듯 한 표정으로 책상우에 놓인 문건들을 정돈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어서 앉으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가 권하는 앞상옆의 의자에 앉으시였다.

《바쁘신데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오히려 찾아와주어서 반갑소. 그래 무슨 일로 왔소?》

그사이 마음을 진정하신 그이께서는 공손히 맞잡은 두손을 앞상우에 얹으며 조심히 말씀하시였다.

《우리 담임선생님 문제와 관련해서 말씀드리고싶은것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전 학생으로서 외람된 일인줄은 알지만 여러가지로 깊이 생각하던 끝에 찾아왔습니다. 총장선생님이 량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빈우는 예감이 좋지 않은지 낯빛이 긴장해졌다.

《최정택선생에게 책벌을 준것이 의견이 있는게구만요.》

《기탄없이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오빈우는 성긴 눈섭을 추켜올리며 일순 놀란듯 하더니 인차 본래의 표정을 되살렸다.

《그 선생은 비준된 교수요강대로 강의를 하지 않고 교육규률을 란폭하게 위반했소. 그도 그렇지만 월남을 했던 안해가 귀국하게 된 사정도 있소. 실은 안해와의 재결합문제가 제기될수 있는 그의 처지를 생각해서 그런 조치를 취했던거요. 그런데 송금석선생도 찾아와서 그들이 재결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소. 왜들 그렇게 감상주의적으로 인간적인 동정속에 계급적원칙을 용해시키려고드는지 모르겠소.》

《우리의 계급적원칙은 인간을 옹호하고 인간을 사랑하는데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계급투쟁을 하고 혁명을 하는것도 종당에는 모든 사람들의 생활에서 불행과 고통을 가셔주고 자유와 행복을 마련해주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저는 계급적원쑤들까지 념두에 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물론 원쑤들에게는 무자비해야지요.》

정일동무, 잘 생각해보시오. 최선생의 부인으로 말하면 후퇴때 우리를 배반하고 월남했던 녀자가 아니요.》

오빈우는 사실이 그렇지 않느냐는 뜻으로 두손을 쩍 벌려보이였다.

《저도 최선생의 사모님이 후퇴시기 신념을 잃고 동요했던 나머지 그런 운명의 길을 걷게 되였다는것을 알고있습니다. 그러나 곡절에 찬 생활의 체험을 거쳐서 새롭게 살기를 결심했습니다. 그의 과거생활은 미제가 우리 인민에게 강요한 수난의 축도였다고 할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그를 저버린다면 좋아할것은 원쑤들뿐입니다. 그렇게도 큰 희망을 안고 귀국을 한 그들이 남편과 아버지를 곁에 두고도 함께 살수 없는 고통을 당하게 된다면 그렇게 가슴아픈 일이 어데 있겠습니까. 간절한 부탁인데 최선생님이 떳떳하고 밝은 마음으로 부인과 상봉하도록 해주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갈리시였다.

정일동무도 아다싶이 우리 대학의 교단에 서는 사람들이야 정치적으로 순결해야 할게 아니요.》

《정치적순결성은 사상의 순결성이지 결코 경력이나 가정환경의 순결성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최정택선생은 사상적으로도 견결하지 못한 구석이 있소.》

오빈우는 여느때없이 명백한 어조로 말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놀라시며 조심히 반문하시였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하는 말씀입니까?》

《강의에서 우리 당정책의 연원을 옳게 해설하지 못하고있단 말이요. 우리 당정책은 어디까지나 맑스-레닌주의를 우리 나라 현실에 창조적으로 구현한것이지 그것을 떠난 그 어떤 새로운 사상은 아니지요. 그런데 최정택선생은 우리 당정책이 로동계급의 혁명사상발전에서 완전히 새로운것처럼 주장을 펴고있소. 만일 그의 강의를 다른 나라 사람들이 듣는다면 수령님을 맑스-레닌주의자가 아니신것처럼 오해할수 있소. 이것이 얼마나 엄중하오.》

오빈우는 말마디에 그루를 박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견해를 수긍하실수 없었으나 위대한 수령님을 옹호하는 심정만은 충분히 리해되시였다.

오빈우는 반당종파분자 최창익일당과의 투쟁에서 당정책을 견결히 고수하였다. 최창익은 연안시절부터 잘 아는 오빈우를 자기들의 음모에 끌어들이려고 갖은 모략을 다 꾸미였다. 마치도 연안시절을 추억하려는것처럼 술좌석을 빌어 오빈우를 자주 만났고 때가 오면 오빈우에게 큰 자리를 주겠다는 암시도 던지였다. 놈의 검은 속심을 명백히 꿰뚫어본 오빈우는 치를 떨며 격분했다.

《여보, 나는 연안시절부터 조선혁명의 위대한 수령은 김일성동지이시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요! 알고보니 당신은 오랜 시절부터 혁명에 나섰다고 하지만 혁명이나 맑스-레닌주의를 배운것이 아니라 시커먼 정치적야심만 배웠구려. 력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지 않으려거든 이제부터라도 그 더러운 속심을 버리시오!》

오빈우는 진심으로 충고했다. 하지만 최창익은 그 충고를 듣지 않고 끝내 력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반당종파분자들을 숙청하는 전원회의에서 오빈우는 놈들의 죄행을 날카롭게 비판하기는 했지만 놈들의 꼬임에 견결했던 자신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정치투쟁무대에서 자신을 내세울줄 몰랐다. 자기의 명성은 정치투쟁무대가 아니라 오직 문필활동에서 찾는 오빈우였다. 반종파투쟁이 벌어진 후 오빈우는 《조선인민의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는 가장 탁월한 맑스-레닌주의자이시다》라는 론설을 써서 발표하였다. 나름대로 위대한 수령님을 옹호하여 쓴 론설이였다. 최창익의 꾀임에 견결히 맞섰던 사실은 퍽 후에야 알려졌다. 반당종파분자들의 음모가 낱낱이 드러나는 과정에 놈들이 살해하려는 간부들의 명단에 오빈우가 들어있었던것이다. 예상밖의 놀라운 일이였다. 해당 일군이 오빈우를 불러 그때 있은 사실을 왜 말하지 않았는가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놈들이 자기들의 패당에 나를 끌어들이려 했다는 사실자체가 부끄러웠기때문에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놈들의 눈에 내가 배신자로 비껴들었기때문에 나를 꼬이려든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사연을 떠올리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신뢰감과 안타까움이 엇갈리는 눈길로 오빈우를 바라보시였다.

《저는 최정택선생님이 위대한 수령님의 로작과 우리 당정책에 철저히 의거하여 강의를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최선생님은 맑스-레닌주의를 부정한 일이 없습니다. 다만 위대한 수령님의 혁명사상과 우리 당정책이 독창적이라는것을 강조했을뿐입니다. 이거야 엄연한 현실이 아닙니까. 우리는 결코 기성리론의 틀에 맞추어 우리 당정책을 재단할것이 아니라 반대로 우리 당정책으로 남의것을 재여보고 그의 독창성을 주장해야 할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정택선생님의 강의는 정당했습니다.》

오빈우는 충격이 큰듯 심각한 사색에 잠겨들었다.

《총장선생님.》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정히 부르시고 깨우치듯 뒤를 이으시였다.

《선생님은 위대한 수령님을 옹호하여 활발히 문필활동을 하여왔습니다. 그런것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수령님의 로작들을 깊이 연구해보십시오. 그러면 위대한 수령님의 혁명사상이야말로 로동계급의 혁명사상발전에서 최고봉을 이루는 독창적인 혁명사상이라는것을 깨닫게 될것입니다.

저도 우리 수령님의 혁명사상의 력사적지위를 밝히기 위한 연구를 깊이 하겠습니다.》

오빈우는 수긍의 뜻으로 시원스레 벗어진 이마를 가볍게 끄덕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부탁조로 말씀하시였다.

《간절히 재삼 말씀드리는데 최정택선생님에게서 책벌을 벗겨주십시오. 그래야 귀국하는 부인을 밝은 마음으로 맞이할게 아닙니까.》

두눈을 지그시 감고 뾰족한 턱을 쓰다듬던 오빈우는 뜨직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내 좀 생각해보겠소. 인차 최정택선생문제는 다시 토론해보겠소.》

《고맙습니다, 선생님.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참으로 많은 생각끝에 저는 찾아왔습니다. 직접 이런 걸음을 한 저를 너그럽게 리해해주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단정한 자세로 고개를 가볍게 숙이시였다.

랭담했던 오빈우의 낯색이 풀리였다.

《나는 학생들이 직접 찾아와서 말하는것자체를 탓하고싶지는 않소. 오히려 정일동무처럼 이렇게 터놓고 이야기하는것이 마음에 드오. 그런데 어저께 동무네 학급의 한 학생은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상상할수 없을 정도로 무엄하게 행동했소.》

《저도 알고있습니다.》

《그렇게 례절없는 학생이 우리 대학에 있다는것을 도저히 생각할수 없소. 나는 그를 대학에 그냥 둘수 없다고 생각하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미 단호한 결심을 다진듯싶은 오빈우를 안타까이 바라보며 간절히 말씀하시였다.

《선생님, 노여움을 푸시고 그를 퇴학시키지 말아주십시오. 전쟁시기에도 용감히 싸웠고 지금도 공부를 잘하는 동무입니다. 평소에는 그렇지 않은 동무인데 어저께 총장선생님앞에서 그만 흥분을 걷잡지 못하고 불손하게 행동했나봅니다.》

《나는 정일동무가 그런 무례한 학생까지 두둔해나선다는것이 참으로 뜻밖이요. 그런 학생을 그냥 둔다면 대학의 신성한 풍조가 흐려질것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불현듯 명식이가 하던 말이 생각나시였다. 그는 퇴학을 당하고 떠날 때 자기가 누구인가를 밝혀서 총장이 죄의식에 시달리면서 서서히 시들어가기를 원한다고 했었다.

결코 그렇게 되여서는 안되였다. 어차피 사실을 터놓아야 한다고 생각하시였다.

《총장선생님.》

김정일동지께서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오빈우를 바라보며 조용히 부르시였다. 그이의 안색을 살피던 오빈우의 표정이 긴장해졌다. 그이께서는 사무치는듯 한 음성으로 뒤를 이으시였다.

《오명식동무는 총장선생님의 아들입니다.》

오빈우는 뜻밖의 충격에 몸을 흠칫했다. 그리고는 《오명식.》 하고 소리내여 아들의 이름을 외워보았다. 아들애가 태여났을 때 아버지된 기쁨을 안고 이름을 지어주던 기억이 떠올랐다. 동시에 집을 탈가할 때 엄마의 잔등에 업혀 잠에 든 아들애의 말큰한 손을 만져보던 기억도 되살아났다. 그때로부터 30여년의 오랜 세월이 흘렀다. 젖먹이시절의 아들애의 모습은 찾아볼 길이 없다. 하지만 오늘의 오명식학생은 부인할수 없이 내 아들이 분명했다. 피줄의 인연이란 피할 길이 없다. 마침내 아들을 찾게 된 기쁨과 반가움이 가슴에 넘치였다. 본처와의 관계는 리혼으로 끝나버릴수 있었지만 피줄로 이어진 아들과의 관계는 그럴수 없었다. 전신의 피는 애달프게 사품치며 아들을 부르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온화한 어조로 다시 말씀하시였다.

《오명식동무는 총장선생님이 바로 아버지기때문에 그렇게 무엄하고 격렬하게 흥분했던것입니다. 아버지앞이 아니라면 퇴학을 각오하면서까지 항변을 하지는 않았을것입니다. 그 항변이 다소 무례하고 정도에 지나친것이라 하더라도 거기에는 아버지의 잘못을 두고 몸부림치는 아들의 심정이 깔려있으며 아버지의 너그러운 처분을 믿고있는 아들의 기대가 깔려있습니다. 저는 명식동무가 총장선생님을 찾아왔던 일을 통해 혈육의 뉴대란 어떤것인지 잘 알수 있었습니다. 총장선생님, 명식동무의 가슴속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뜨겁게 살아있습니다!》

오빈우는 어느새 눈물을 머금었다. 자기와 아들의 관계가 회복되기를 진정으로 바라시는 그이의 심정에 감격하였다.

《동무가 아니였다면 나는 두번다시 그 애 가슴에 모진 상처를 새겨줄번 하였소. 진실을 말해주어서 정말 고맙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모처럼 만난김에 하고싶은 말씀이 많았으나 그럴 경황이 못된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지금의 그로서는 아들에 대한 생각외에 다른 그 무엇을 론의할 마음의 여유가 없을것이다. 그이께서는 앞상우에 놓았던 모자를 집어들고 의자에서 일어서시였다.

《선생님, 저는 돌아가겠습니다. 오늘 실례가 많았습니다.》

《잠간!》

김정일동지께서 방안을 나서시려는데 오빈우가 다급히 소리쳤다. 허청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온 그는 일순 바재이더니 물기어린 눈을 슴벅이며 입을 열었다.

《여차했으면 나는 돌이킬수 없는 인생의 과오를 저지르고 죽을 때까지 죄의식에 시달릴번 했소. 고맙소. 그런데 명식이가 내 아들이라는것을 아직은 비밀에 붙여주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얼른 대답을 못하시였다. 그가 왜 이런 부탁을 하는것일가? 대학에 널리 알려지면 자기의 영상이 흐려질수 있다고 생각해서일가? 아니면 아들과의 관계를 이제 어떻게 아퀴지어야 할지 결심을 가질수 없기때문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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