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 회)

 

제 13 장

48

 

방학세는 당중앙위원회 위원으로서 김일성동지를 모시고 진행하는 당중앙조직위원회에 참가하게 되였다.

회의에 참가한 그는 공화국창건이후 오늘까지 1년반남짓한 기간 당과 국가의 중요일군으로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고있었다. 사람의 한생에서 한해반이라는 세월은 길지 않다. 한순간에 불과하다고도 볼수 있다. 바로 그 한순간에 방학세는 자신이 이전보다 더 억세고 강의해지고 사업에서뿐아니라 인간적인 측면에서도 한계단 더 성장했음을 느끼고있었다. 자기가 하는 일이 무엇을 위하여 누구에게 복무되여야 하며 무엇때문에 가시덤불을 헤치며 혁명의 먼길을 가고있는것인가를 깨닫게 되였다. 중요하게는 자신이 3년여세월 몸가까이 모시고 사업해온 김일성동지가 어떤분이신가를 새롭게 더 잘 알게 된것이였다.

회의에서는 현시기 변화되고있는 북남조선의 정세에 대한 문제들이 중점적으로 론의되였다. 특히 미제가 한사코 단행하려고 하는 북침전쟁과 리승만의 민족분렬행위를 놓고 열띤 토론들이 진행되였다.

김일성동지께서 연단에 나서시였다. 방학세는 그이의 말씀을 한자라도 놓칠세라 수첩에 부지런히 기록해놓고있었다.

《오늘 회의에서 론의된 많은 문제들이 다 옳습니다. 미제와 리승만괴뢰도당은 지금까지 우리 공화국정부가 내놓은 가장 합리적이며 공명정대한 평화적조국통일방안을 어느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을뿐아니라 남조선에 대한 식민지통치를 강화하고 공화국북반부를 침략하기 위한 전쟁준비를 다그치고있습니다. 미제는 저들의 침략도구인 〈유엔조선위원단〉을 남조선에 끌어들였으며 최근에 조국의 평화적통일을 위하여 투쟁하는 남조선인민들에 대한 파쑈적탄압을 그 어느때보다도 강화하고있습니다.》

방학세는 그 살벌한 땅을 탈출하여 장군님의 품에 안긴 많은 일군들과 군인들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였다. 특히 몇달전 겨울에 적후에서 입수한 강태무의 안해에 대한 소식을 듣고 그를 찾아가 만나보던 일이 떠오르며 눈굽이 시큰해졌다.

강태무는 그때 내무성병원에 입원하여있는 변익수에게 면회를 가있었다. 기쁜 소식이기도 하거니와 자료를 확인하기도 해야겠기에 방학세는 그를 찾아 병원으로 갔다. 물론 그를 부르거나 다른 사람을 보내도 될수 있었지만 어쩐지 이 일만은 자기가 직접 처리하고싶었고 겸하여 아직은 한번도 만나보지 못하고 말로만 들어온 그 변익수라는 소대장에게 문병도 하고싶었다.

그리하여 병원으로 떠난 그는 가면서도 자신의 놀랄만 한 변화를 두고 새삼스럽게 또 놀랐다. 이전에는 그 누군가의 병문안을 간다거나 결혼이나 생일을 축하해준다거나 등 사업과는 인연없는것으로 보아지는 일체 잔일에는 발을 잠근적이 없는 방학세였다. 그런 일은 자기가 아니라 의례히 다른 아래사람들이 해주어야 하는것으로 여겨왔었다. 공화국 내무성의 부상으로서의 엄격한 틀을 한껏 갖추고 사업은 물론 생활에서도 습관된 랭담성이 체내에 꽉 들어박혀 아래사람들과의 생활적인 좌석에는 섭쓸리지 않던 방학세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가 낯도 코도 본적 없고 이름으로만 들어 알고있는 한 경비대소대장의 병문안을 하겠다고 구럭안에 과일까지 사들고 가는것이였다.

방학세는 자기가 언제부터 이런 다감한 인간으로 변했는지 생각해내려 했으나 끝내 알수 없었다.

그가 병원에 도착하여 간호원의 안내를 받으며 익수의 호실에 들어서자 침대곁에 앉아있던 강태무는 껑충 뛰여일어났고 변익수는 시누런 견장우에 왕별이 박힌 장령이 과일구럭까지 들고 들어오는 바람에 어안이 벙벙해있었다.

《건강이 좀 어떻소?》하고 방학세는 애써 부드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려 했지만 평소에 습관되지 못했던 그런 표정을 짓기가 여간 베차지 않아 도리여 무슨 비판을 하려 온 사람처럼 눈살을 쪼프리고 다가들어 익수를 더 놀라게 했다.

《내 내무성 부상이요. 방학세라고 하오.》하며 방학세는 들고온 구럭을 강태무에게 넘겨주고 누워있는 익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부상이라는 소개에 깜짝 놀란 익수는 벌떡 뛰쳐일어나 지팽이를 찾으려고 허둥거렸다.

방학세는 그러는 그의 어깨를 눌러 앉혀주고나서 다리가 어떤가고 물었다. 그런데 그것도 어쩐지 그 누군가를 심문하는 어조처럼 느껴져 고개를 흔들며 문병을 하는 사람이 응당히 물어봐야 할 구체적인 치료정형이라든가 회복상태 같은것에 대하여서는 더 물을수 없었다.

방학세의 이런 고민을 알리 없는 익수는 그의 무뚝뚝한 어조며 속이 선뜩하게 하는 날카로운 눈빛이며를 보며 적지 않게 위압감을 느끼고 안절부절 못하였다.

다행히도 강태무가 끼여들어 이런 딱한 공간을 훌 날려버려주었다.

《며칠전에 최현동지가 이 소대장동무의 애인되는 처녀를 데리고 면회를 왔다갔답니다. 석반월이라고 부상동지도 혹시 아시지 않겠는지…》

《알고있소, 토지몰수를 당했던 집의 딸이지?》하고 누구에게라없이 묻고난 방학세는 커다란 호기심을 가지고 변익수를 눈여겨보았다.

《헌데 처녀가 어디 가있다가 이제야 나타났다는건가? 그것도 최현려단장에게 끌려서…》

구체적인 사연을 잘 모르다나니 방학세는 대뜸 직업적인 추리력이 작용하여 처녀가 애인의 다리를 자른다만다할 때에는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허둥거리다가 장군님의 은정으로 건강이 완쾌되여가니 찾아온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품었던것이다.

이번에도 강태무가 익수의 대답을 대신해주었다.

장군님께서 처녀가 알면 놀랄것 같아 익수동무의 다리상처가 조금이라도 호전된 다음에야 알려주라고 하시였답니다. 그리고 그때에는 처녀가 제 동무의 복수를 한다고 은파산에 있는 경비대에 입대한걸 누구도 모르고있었답니다. 그러던걸 지난해 가을 장군님께서 익수동무의 고향에 들리시였다가 처녀의 부모들로부터 반월동무의 소식을 듣게 되시고 그날로 최현동지에게 그의 입대소식을 알려주시였다고 합니다. 장군님께서는 그때 변익수의 치료에 도움이 될거라며 처녀를 빨리 찾아 병원에 보내주라고 이르시였댔다고 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이튿날 김정숙녀사님께서 서거하시다나니…》

강태무는 말끝을 흐리며 울컥 솟구치는 격정을 누르느라 심호흡을 크게 하였다. 방학세도 그저 좋기만 한 이야기인줄 알고 귀기울이다가 갑자기 상기된 그 비통한 추억으로 하여 낯색이 컴컴하게 질렸다.

《그래서? 어떻게 되였소?》

《부상동지도 아시다싶이 그때에는 모두가 다 제정신들이 없었지 않았습니까.》

방학세의 목소리도, 강태무의 목소리도, 그 목소리들을 듣는 변익수의 입에서 급기야 터져나온 기침소리도 다 무엇에 사정없이 허비운것처럼 갈리여있었다.

《그래서 최현려단장동지도 그만 그 생각을 깜빡 잊고 몇달동안을 정신없이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며칠전에 장군님께서 최현동지의 려단에 또다시 나오시였다가 지휘부작전지도에 그어져있는 빨간 동그라미가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있는것을 보시고 처녀를 병원에 보내여 애인들이 만나보게 하지 못했는가고 물으시였다는것입니다. 최현동지는 그제서야 김정숙녀사께서 서거하시기 전날 장군님으로부터 전화로 지시받았던 내용을 상기하고 미처 그 생각을 못하고있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답니다. 장군님께서는 몹시 서운해하시며 아무리 슬픔이 크다 해도 자기 설음만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괴로움을 잊고지내서야 되겠는가고 하시며 려단장동지를 나무람하시였답니다. 그러시면서 아무리 바빠도 빨리 처녀를 찾아 익수동무의 곁으로 보내주라고, 그러면 아마 당장에 상처가 다 나아 훨훨 날아서 초소로 돌아올거라고 말씀하시였답니다. 이런 사연을 안고 찾아온 처녀는 그날 익수동무와 만나서 온종일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곁에서 듣던 변익수가 눈물이 끓어올라 그것을 참아보느라 손바닥으로 얼굴을 마구 문질렀다.

방학세는 김일성동지의 뜨거운 인정의 세계를 또다시 느끼게 되였다. 참으로 눈물없이는 들을수 없는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그와 함께 놀라운것은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있는 강태무본인이였다. 확실히 강태무가 남쪽에서 갓 들어왔을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져보였던것이다.

처음 그를 만나보았을 때 방학세가 느낀것은 남쪽의 험악한 환경에 익숙되느라 거칠어지고 과격해진 쇠몽둥이같은 기질이였다. 그런데 이제는 웃음이 많아지고 기쁨도 많아지고 감동도 많아졌다. 혹시 강태무가 아니라 나자신이 달라져서는 아닐가?

방학세는 누가 달라졌건 그것은 별로 중요치 않다고 생각했다. 누구이든 달라졌다는 그자체가 좋은 일이였고 긍지로운 일인것이다.

강태무는 별안간 감정이 돌변하여 긴 한숨을 내쉬더니 익수의 손을 더듬어 꼭 잡아주었다.

《이보오, 소대장동무! 난 정말… 동무들이 부러워 못 견디겠소, 부러워서…》

강태무의 눈가에는 진정으로 부러워하는 기색이 어려있었다. 방학세는 그가 무엇때문에 그처럼 익수를 부러워하는지 짐작이 되였기때문에 품속에서 사진 한장을 꺼내여 그에게 내밀어주었다.

《한번 보시오, 동무가 아는 사람일수도 있소.》

무심히 사진을 받아들던 강태무가 흠칠 손을 가드라쳤다.

테두리가 너실너실해지고 물에 젖었댔는지 부옇게 탈색된 그 사진은 아마직의 거친 솜동복을 입고 어느 한 나무밑에 서있는 안해의 사진이였다.

《아니, 이게… 이게 어떻게?》

방학세는 정신없이 허둥거리다 사진을 움켜잡는 강태무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놀라는걸 보니 안해가 옳은 모양이구만.》

《대체… 이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네?! 부상동지.》

강태무는 얼마나 흥분했는지 방학세에게 도전적이다싶이 다가들었다. 당장 대답해주지 않으면 《국군》살이할 때의 기질을 되살려 따귀라도 후려칠것 같은 기상이였다. 방학세는 그것이 전혀 무례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장군님의 지시를 받고 우리가 몇달동안의 고심끝에 얻어낸 사진이요. 사진속의 이 녀성은 지금 좋은 사람들의 보호속에 있소. 그간 리승만의 탄압을 피해서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고생이 많았더구만. 그러나 이젠 찾았으니 됐소. 부인의 신변안전에 대하여서는 내가 이젠 확신성있게 담보할수 있소. 동무가 사진을 보고 안해를 확인했으니 인차 장군님께 보고를 드리겠소. 아마 동무보다도 장군님께서 더 기뻐하실게요. 알겠소, 강동무? 동무도 여기 변익수동무처럼 이젠 장군님의 품에 안긴 전사란 말이요. 그러니 익수동무에게 차례지는 모든것이 다 동무에게도 차례지는거요. 그러니 무엇을 부러워할게 있겠소.》

장군님께서요?》

방학세는 그제서야 강태무에게 김일성동지께서 벌써 몇달전부터 그의 안해를 찾을데 대한 과업을 주시고 그 집행정형을 자주 알아보시며 심혈을 기울여오시였다는것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때 방학세는 강태무가 우는것을 처음으로 보았다. 남조선의 살기찬 바람에 깡그리 증발해버린듯싶었던 눈물이 구슬처럼 반짝이며 그의 볼을 타고 주저없이 미끄러져내렸다.

그 눈물의 무게가 얼마나 나가는것인지, 그 눈물의 가치가 얼마나 높은것인지 방학세는 잘 알고있었다. …

장내를 뒤흔드는 김일성동지의 우렁우렁하신 음성이 방학세의 상념을 깨뜨렸다. 회의장의 분위기가 그이의 연설에서 내뿜는 열기를 타고 더욱더 고조되고있었다.

《미제와 리승만괴뢰도당의 전쟁도발책동과 반인민적정책으로 인하여 남조선은 인간도살장으로, 파쑈와 테로가 횡행하는 란무장으로 전변되였으며 우리 나라에서 전쟁의 위험은 날을 따라 커가고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며칠전에 있은 리승만의 도꾜방문과 맥아더의 11개조 훈령을 념두에 두고 말씀하고계시였다.

암흑과 광명, 죽음과 삶의 극단한 차이로 갈라진것이 북과 남의 판이한 두 현실이였다. 한쪽은 평화와 통일을 주장하고있고 다른 한쪽은 전쟁과 분렬을 주장한다.

방학세는 강태무나 변익수, 석반월이나 자기자신이 김일성동지의 품에 안기지 못했더라면 어쩔번 했는가를 생각하고있었다. 조선민족이 그이를 령수로 높이 받들어모시지 못했다면 어떤 운명의 길을 걷게 되겠는가를 생각하고있었다.

과연 그이는 어떤분이신가? 나는 지금 그이에 대하여 무엇을 느끼고있는것인가?

《우리 나라에 조성된 긴박한 정치정세는 미제국주의자들과 리승만괴뢰도당의 전쟁도발책동을 철저히 폭로분쇄하고 평화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투쟁을 더욱 과감히 전개할것을 요구하고있습니다. 현시기 평화옹호운동을 강화하는것은 우리 당의 중요한 국제주의적의무이기도 합니다. 오늘 미제의 전쟁방화책동을 반대하고 세계평화와 안전을 수호하는것은 전세계 평화애호인민들앞에 나선 가장 절박한 과업입니다.》

그이는 조선민족만이 아닌 온 세계의 미래를 떠맡아안으신 가장 위대하고 걸출한 위인이시다. 강태무나 변익수와 같은 평범한 인간들의 운명을 그처럼 다심히 보살펴주는 자애로운 사랑과 헌신으로 조선과 세계의 운명까지도 책임져주시는 성인이시다.

《우리는… 미제국주의자들과 리승만괴뢰도당의 전쟁도발책동을 철저히 분쇄하고 우리 당의 평화적조국통일방안실현을 촉진함으로써 세계평화옹호운동에 적극 기여하여야 하겠습니다.》

방학세는 정치가로서의 그이의 크고 넓은 세계와 조선민족의 한 성원으로서의 그이의 뜨겁고 열렬한 민족애를 걸음걸음 느끼며 자신을 가다듬어온 지난날을 돌이켜본다. 랭정하고 실무적인 사업방법과 인간적인 모든 감정을 스스로 억제해내는것으로써 겨레의 통일위업에 이바지할수 있다고 생각해온 자신을 끝없이 반성하고있었다.

《남북조선의 전체 인민이 단합된 힘으로 미제국주의자들과 리승만괴뢰도당의 침략전쟁도발책동을 짓부시고 조국의 평화적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투쟁에 적극 떨쳐나서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방학세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일관된 위인의 독창적인 철학관을 조국의 통일을 위한 간고한 투쟁속에서 심장의 철리로 새기게 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인민의 미래, 나라의 미래, 세계의 미래를 위하여 창건후 2년도 되지 않는 그 짧은 기간에 우리 조국을 민족의 대단합과 통일념원을 실현하는 강철의 보루로 일떠세우시였다. 그이의 헌신과 위인으로서의 탁월한 사상과 전략이 있어 우리 조국은 반드시 통일될것이며 그 어떤 외세의 침략책동에도 끄떡하지 않는 강철의 나라, 자주의 나라로 영원히 존엄떨치게 될것이다.

방학세는 회의참가자들과 함께 연단에서 내려서시는 김일성동지를 우러르며 힘있게 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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