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8 회)

 

제 12 장 

47

 

리승만이 조직한 합동수사본부를 책임진 오제도는 경무대의 부름을 받고 차를 대기시키도록 하였다. 서둘러야 하였다. 경무대의 호출이라면 《대통령》의 부름을 의미하는것이였다.

옷걸이에서 코트와 중절모를 내리워 손에 든 오제도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방을 나섰다. 현관으로 나와 대기하고있던 차에 오르려는데 맞은켠 거리쪽의 우둘투둘한 전선대밑에 앉아있는 한 거지의 모습이 눈에 띄였다.

람루한 옷차림을 하고 시선을 아래로 드리운채 한손을 턱에 고이고 끄덕끄덕 졸고있는 중년쯤 되여보이는 그 거지의 몰골이 어느 화첩에서 보았던 프랑스의 유명한 조각가 로댕의 작품인 《생각하는 사나이》를 련상시켰다.

《생각하는 사나이》란 장편서사시 《신곡》의 저자인 단떼의 모습을 형상한것이라고 하지만 로댕은 바로 이 작품으로 단떼가 《신곡》에서 묘사한 《지옥》의 문 웃부분을 장식하였던것이다.

오제도는 자기가 단떼처럼 제가 만들어놓은 지옥의 문어구에 매달리게 되지 않겠는가 하는 공포에 휩싸였다.

《국회선거》전이 한창 고조에 오른 요즈음에 와서 오제도의 책상에는 두툼한 사건기록철이 매일처럼 쌓여지고있었다. 그것은 며칠전에 합동수사본부의 명의로 발표한 이른바 북조선로동당남반부특별정치위원회사건(세칭 성시백사건)과 관련한 문건들이였다.

미정보기관에서 제공받은 정보에 기초하여 오래전부터 성시백의 존재를 눈치채고 그가 은거할수 있는 여러 아지트들을 장악하고있던 합동수사본부가 그동안 성시백의 조직관계자들을 적지 않게 체포하고 그들의 선을 물고들어가 끊임없는 추적전을 벌려 끝내 성시백과 그의 전우인 리병우의 거처지를 알아내여 체포구금하였던것이다.

온 남조선땅이 법석 끓었다. 심지어 이번 사건을 직접 책임지고 실행한 오제도자신까지도 놀랐다. 합동수사본부가 발표한대로 성시백이 남조선에서 벌린 이런저런 활동들이 모두 《국가보안》에 저촉되는 특급범죄로 된다면 그 《죄상》에 동조하거나 가담한 인원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집단을 형성하는것이였던것이다. 아니, 통일을 바라고 민족의 자주를 원하고 나라의 평화를 념원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다 성시백의 동조자로 되여 철창속에 끌려가야 할판이였다. 이것은 한생 반공을 좌우명으로 삼고 결사전을 벌려온 오제도의 심장까지도 서늘하게 식어들게 하였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회의심마저 갈마들었다.

그래서 오늘따라 현관앞에 서있는 거지의 행색이 별스럽게 오제도의 눈뿌리를 빼고있었던것이다.

평안북도 의주태생인 오제도는 어렸을 때부터 머리가 류달리 총명했던것으로 하여 도꾜에 있는 와세다대학 법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20대에 일약 일제법원의 신의주판사로 임명되였었다.

그후 서울법원에서 변호사, 검사를 하다가 고향방문을 갔을 때 8. 15해방을 맞이하게 되였다. 오제도는 자기의 고향이 있는 북조선지역에 쏘련군대가 진주하고 공산주의자들이 집권할 가능성이 많아지자 변성명을 하고 한동안 그곳의 도인민재판소에서 일을 하다가 기회를 보아 배를 타고 월남해왔었다.

그후부터 지금까지 오제도는 남조선에서 발생한 특대형사건들을 도맡아 수사하군 했는데 그때마다 실수를 몰랐고 차츰 서울 법조계의 떠오르는 혜성으로 등장하게 되였다.

오제도는 술이나 녀자도 멀리 하였고 실적과 능력대신 권모술수와 비굴한 아첨으로 살아가는자들을 경멸하였다.

그는 적수들과의 지능적인 대결에 흥미를 가졌고 그 대결에서 승리할 때마다 짜릿한 쾌감을 맛보며 리승만권력층의 1급파수군으로 부상하였다.

이처럼 북에 고향을 둔 남조선사찰계의 일류급인물로서 다단한 인생체험을 해온 오제도는 적과 싸워 이기자면 적을 잘 알아야 한다고 하면서 맑스주의서적들도 탐독하였고 평양방송을 정상적으로 들으며 북조선의 주의주장에 귀기울이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 서울의 집권세력이 확실히 북조선공산주의자들에 비해 철학적론리나 정치적수완이 부족하다는것을 느끼게 되였고 《대통령》이하 위정자들이 미국의 꼭두각시로 무턱대고 아부굴종하는 남조선정계의 비굴한 생존론리에 환멸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래서 오제도는 성시백과 같은 필생의 적수와 맞다들려서도 속으로 탄복하고있는것이 있었다.

만약 성시백이라는 이 미지의 인물이 미중앙정보국 대표인 노블이나 리승만이 주장하는것처럼 지금까지 거의 주기적으로 발생하군 한 특급중대사건들의 주역이라고 단정한다면 그는 분명 비범하고 출중한 영웅임에 틀림없었다.

그는 그 누구를 테로한적도 없고 사람들을 쏘련식공산주의의 하수인들로 이끌어가려고 한적도 없었다.

그는 다만 민족을 위하여 리승만과 미국이 벌리려고 하는 전쟁도발계획을 짓부시는데 주력하였고 민족의 생사존망이 민족자립에 있다는것을 정계와 재계, 군부의 중진인물들속에까지 납득시켜나갔다.

사실상 전쟁이라는것은 오제도에게도 역시 달갑지 않은 일이였다. 그가 남조선사찰계에서 투철한 반공투사로 된것은 전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산주의자들의 치하에서 자기 고향을 해방하고 미국식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전조선에 확립해나가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오제도이기에 성시백 같은 인물과 적수로서 대결하고있으면서도 민족의 재사로 존경하게 되는 모순된 심리에 빠져들었던것이다.

오제도의 눈앞에서는 여전히 로댕의 조각상을 련상시키는 《살아있는 단떼》가 쭈그리고앉아 길가는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구걸하고있었다.

(저것이 혹시 미래의 나의 운명으로 되지 않겠는가?)

오제도는 성시백이라는 인물을 잘못 다루었다가는 후날 온 민족이 존경해야 할 영웅의 머리에 올가미를 걸어놓았다는 치욕스러운 평가를 받게 되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감속에 은연중 잠겨들었다.

차에 앉아 경무대로 향하면서 그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문득 거리의 떠들썩한 소음이 차안으로 흘러들어왔다. 그 소음은 오제도로 하여금 누구인가 자기에게 칼을 들고 덤벼드는것 같은 환영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흠칠 놀라며 황급히 차창밖을 내다보았다.

거리의 한쪽변두리를 꽉 메우며 몰켜선 사람들이 보였다. 5월 30일에 있게 될 《국회선거》유세에 떨쳐나선 누구인가가 모여든 사람들앞에서 목이 터지게 연설하고있었다.

오제도는 차를 세우도록 하고 연설하고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잠시 눈여겨보았다. 조소앙이나 오하영이같이 서울에서 립후보하기로 한 평화통일세력의 어느 인물인가 하였는데 《민주국민당》의 조병옥이였다. 그가 《국민》의 《열의》와 《리익》을 떠들며 어떻게나 열을 올리는지 멀찌감치 떨어진 오제도의 차안에까지 쉬여빠진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웬일인가 하여 구경삼아 그쪽으로 향했다가 쓴 입을 다시며 가던 길을 마저 가는 모양들도 보였다. 갑자기 군중들속에서 째지는듯 한 휘파람소리가 울리더니 《거짓말이다!》, 《개수작 말아!》하는 증오에 찬 부르짖음이 터져올랐다.

《국회총선거》를 앞두고 지금은 어디 가나 이런 판이 벌어지고있었다. 지금쯤 거리의 다른쪽에서는 사회당의 조소앙이 저 조병옥을 반대하여 열변을 토하고있을것이다. 사방에 자기의 정견과 공적이나 공약을 소개하는 립후보자들의 현수막이 늘어져 흔들거리고있었고 벽체들마다 온통 립후보자들의 사진이나 경력 같은것들이 나붙어있었다. 《선거》전의 치렬성은 누군가의 손에 의해 치째지고 구멍이 뚫린 그 현수막과 벽보들을 통해서도 알수 있었다.

오제도가 보기에 야당인 《민주국민당》과 평화통일세력의 득세로 하여 이번 《선거》에서 리승만이 몹시 불안한 처지에 빠져들것만 같았다.

성시백사건을 취급하고있는 자기를 황급히 경무대로 호출한것도 그런 리유에서일수 있었다.

아니나다를가 오제도가 경무대에 들어가 리승만의 방으로 안내되였을 때 《대통령》이라고 하는 그 늙은이는 몹시 진이 빠진듯 고개를 맥없이 떨구고 앉아있었다.

오제도가 들어서는것을 정신병자처럼 공허한 눈길로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그간 밝혀낸 성시백사건관계자들에 대하여 보고하라고 뜨직뜨직 말하고는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늙은이가 치렬한 《선거》전에 지쳐 이제는 고개를 들 힘마저 빠져버린듯 했다.

그런 리승만에게 무엇인가 힘을 주고 용기를 보태주고싶었지만 말은 정반대로 나갔다. 성시백사건과 관련한 보고를 하면서 저도 모르는 한숨을 내쉬며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말려든 특대형사건이다나니 앞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심중의 고백을 하였던것이다.

리승만은 바투 깎은 머리우에 손가락을 대고 오제도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가를 잠시 음미해보는듯 했다. 컹컹 마른기침을 몇번 깇던 리승만은 고개를 힘겹게 들더니 거의 단말마적이라고 할만큼 용을 쓰며 책상을 내리쳤다.

《그러니… 그러니 너 어쩌겠다는거냐? 공산주의자들과 타협하겠다는거냐?》

리승만의 이 질문이 오제도를 채찍처럼 후려갈겼다. 정말 내가 공산주의자들과 타협하려고 한단 말인가?

오제도는 문득 공산주의와는 체질적으로 공존할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게 되였다.

맑스도 《공산당선언》에서 공산주의를 유령이라고 불렀다. 오제도는 이 유령이 세계의 주인으로 되고 조선의 모든 지역을 붉게 물들이는것을 결단코 바라지 않았다.

《대통령각하, 오해하지 말아주십시오. 저는 어느때건 북조선과의 결전에서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것입니다. 그에 대하여서만은 의심치말아주십시오.》

리승만은 노여움이 풀리지 않은 엄한 눈초리였지만 로쇠한 육체가 정신을 따라잡지 못하는지 다시금 고개를 맥없이 떨구었다. 그는 바닥에 시선을 준채 《국회선거》전이 벌어지고있는 오늘 자신이 처한 위기에 대하여 푸념조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 한창 전국의 도처에서 벌어지고있는 《선거》전은 리승만을 점점 더 수습 못할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가고있었다.

당시의 《국회》가 《대통령선출권》과 《헌법개정권》을 지니고있는것으로 하여 새 《국회의원선거》문제는 리승만을 위시한 극우익보수계와 조소앙을 비롯한 평화통일세력, 리승만을 밀어내기 위한 《내각개헌제》를 계획하고있던 김성수의 야당세력에 있어서 다같이 초미의 중대문제로 제기되고있었다.

리승만의 집권여당인 《대한국민당》은 초대《국회》말기에 71의석을 가진 제1당이기는 하였지만 과반수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여 지난 1949년에 《국회프락찌야》며 미군철거긴급동의서 제안과 같은 정치위기를 겪은 교훈에 비추어 어떻게 하나 이번의 《5. 30선거》에서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려고 온갖 권모술수를 다 썼다.

69석의 의석수를 가진 준여당격의 《민주국민당》도 당수인 김성수를 축으로 하여 리승만을 밀어내고 《정권》을 잡기 위한 사전준비로 이번 《선거》에서 절반이상의 의석수를 차지하기 위해 피눈이 되여 돌아쳤다.

그리하여 조소앙과 리승만, 김성수를 축으로 하는 이 3개의 분파가 치렬한 《선거》경쟁을 벌리기 시작했던것이다. 리승만은 이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성시백사건은 자기가 처한 현상황을 타개해나갈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라고 력설했다.

《이 리승만을 국회무대에서 내몰려고 하는 평화통일세력을 성시백의 련루자로 모조리 숙청제거해야겠다. 그러니 사건에 대하여 신문과 방송으로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조소앙, 최일천이같이 이번 선거전에 뛰여든 불온분자들에게 그 불찌를 튕길수 있는 근거들을 확보해놓아야겠다.》

《…》

오제도는 선뜻 대답할수 없었다. 결국 또다시 《프락찌야》소동을 일으키라는것이다. 성시백과 같은 영웅의 이름을 걸고 리승만을 옹위하는 일대 검거선풍을 벌린다는것이 어쩐지 마음에 걸리였다.

《어째서 대답이 없는거냐? 범인들에게 동정이 가는가? 도대체 너는 누구 편에 서서 누구의 일을 하려는거냐?》

오제도는 자기에게 다른 길이 없음을 깨달았다. 정치도 따져놓고보면 적수들을 꺼꾸러뜨리기 위한 전쟁이나 같은것이다. 전쟁에 뛰여든 사람에게 중립이라는것은 사실상 존재할수가 없는것이며 중립 그자체가 투항을 의미하는것으로 될것이다. 오제도는 공산주의자들의 정치리념에 공감되는바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투항병이 되고싶지는 않았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침내 오제도는 가슴을 기운껏 펴며 리승만에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이때부터 5월 30일의 《총선거》를 위한 립후보경쟁은 하나의 전쟁을 방불케 하는 무서운 기운을 내뻗치며 위험계선으로 치달아오르기 시작했고 조소앙을 비롯한 평화통일세력앞에는 커다란 장애가 가로놓이게 되였다.

제일먼저 중경시절에 성시백과 친교가 깊었다는 리유로 하여 민족자주련맹의 최동오가 북관계자로 체포구금되고 그의 서울 중구에서의 《국회의원》립후보가 취소되였다. 놈들은 이어 괴뢰 7사단의 주둔지인 경기도 양주군에서 립후보한 최일천이 성시백과 련결되였다는 증거자료를 제시하고 역시 그의 립후보를 취소시키는 한편 그를 체포구금하였다.

승기가 뻗친 극우익보수세력은 조소앙에게도 공격의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조소앙의 적수로 이번 《선거》전에 뛰여든자는 해방직후 미군정청 경무부장을 하며 수많은 애국자들을 탄압하는데 앞장섰던 《민주국민당》의 조병옥이였다.

조소앙을 성시백의 지도를 받는 북조선의 《붉은스파이》로 몰아붙이다못해 그의 저택울타리를 경찰화물차를 들이몰아 무너뜨리기도 하였고 조소앙의 집이나 《선거운동본부》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매모조리 잡아 경찰서 류치장에 가두어넣는짓도 서슴지 않았다.

조소앙측의 벽보나 현수막이 우익깡패들의 손에 찢어지고 파괴되였고 나중에는 방송차가 거리를 돌며 확성기로 《조소앙은 성시백사건의 첫째가는 혐의자이다. 잡아가두고 립후보를 취소시키라!》, 《죽여치우라!》고 고아댔다.

실지 조소앙에 대한 암살미수사건이 여러번 제기되였다.

투표일을 이틀 앞둔 5월 28일의 《선거》유세때에는 조소앙과 서울성북구에서 치렬한 《선거》전을 벌리던 조병옥이 깡패들을 내몰아 연단을 포위하고 폭탄을 던지려고까지 하였다.

조소앙의 《선거》운동성원들은 사방에서 우익계 깡패들의 폭행을 당했다. 어떤 때는 단꺼번에 수십명이 대거리에서 매를 맞아 피를 쏟고 갈비뼈가 부러졌다.

그 폭압소동이 얼마나 혹심한것이였는지 《유엔조선위원단》 대표들이 AP와 UPI통신사의 기자들을 대동하고나와 폭압을 당한 현수막과 무너진 조소앙의 저택담장 등을 사진과 글로 기록하며 진저리를 쳤다.

그러나 조소앙은 평화통일을 념원했다는 그 한가지 리유로 성시백과 같은 애국자를 서슴없이 체포구금한 리승만역적의 행위에 참을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조금도 동요하거나 굴하지 않고 치렬한 《선거》전을 계속해나갔다.

성시백사건에 대한 소식은 리승만의 의도와는 달리 평화통일세력의 민주인사들과 애국적인민들의 단결을 더욱더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던것이다.

누가 죄인이고 누가 판사인가? 재판석의 피고석에 앉아야 할 범죄자는 과연 누구이고 영예와 축복의 단상에 올라야 할 애국자는 누구인가? 성시백과 같은 애국자, 그와 같은 민족의 영웅이 범죄자라면 리승만과 그를 추종하는 사대매국노들은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성시백을 잘 알고있던 정계와 군부, 실업계의 거두들도 그의 고상한 민족정신을 두고 《반국가범죄》라는 터무니없는 중상을 하고있는 리승만의 악선전에 반감을 품었다.

조소앙을 비롯하여 평화통일세력의 지도급인사들은 성시백을 위하여서라도 그가 체포되는 마지막순간까지 간직하였던 민족단합의 고결한 목적을 위하여 우익깡패들의 온갖 위협과 공갈에도 불구하고 결사의 각오를 가지고 떨쳐나섰다.

마침내 조소앙은 5월 30일에 있은 《국민》투표에서 남조선최고득점 3만 4 035표로 《민주국민당》의 조병옥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당선되였다.

이것은 김일성동지께서 내놓으신 평화통일구국대책에 대한 남조선인민들의 전적인 지지와 공감의 표시였다.

조국전선의 평화통일선언서를 지지하여 《선거》유세에 나선 평화통일세력이 다른 지역들에서도 련이어 승리를 이룩하였다.

경기도 평택에서는 안재홍이, 경기도 인천에서는 조봉암이, 서울 종로구에서는 오하영이 당선되였고 전국의 도처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평화통일세력이 괴뢰국회의 총의석 210석가운데서 과반수를 훨씬 넘는 126석을 차지하게 되였다.

김일성동지의 참다운 민족애와 겨레의 평화통일위업에 관한 뜨거운 호소는 이렇듯 남조선의 수만근로대중과 애국적인사들의 가슴속에 깊이 자리잡고있었으며 그들은 그이의 손길아래 바야흐로 다가오는 통일조선의 새 아침을 그려보고있었다.

리승만은 자기의 정치적지반도 발언권도 완전히 잃어버렸다. 바로 이것이 세칭 《서울의 위기》로 력사에 널리 알려진 1950년도 괴뢰 2대 《국회선거》의 결과였다.

《선거》결과가 알려진 그날 오제도는 퇴근할 생각마저 잊고 사무실의 천반을 하염없이 올려다보았다. 자기가 받들고있는 현 《정권》의 무맥함을 느끼며 앞으로 자신의 생활에 들이닥칠 재앙을 통한속에 그려보고있었다.

이제 와서 리승만이 자기에게 들이닥친 정치적교수대를 피할수 있는 길이란 오직 하나뿐이라는것을 오제도는 너무도 잘 알고있었던것이다. 그것은 전쟁이였다.

성시백과 같은 애국자들과 치렬한 결투를 벌려온 지난 1년여의 세월을 돌이켜보느라니 오제도는 다가오는 그 전쟁에서 승리하리라는 확신을 전혀 가질수가 없었다. 그래도 한생의 좌우명으로 간직하고있던 반공리념을 허물수는 없었다. 이것은 리승만의 패배이지 자기의 패배는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대통령》이나 나라가 전쟁에서 패하건말건 개인으로서는 반드시 승리할 야심이 불타올랐다.

《5. 30선거》에서의 리승만의 대참패를 가까이에서 목격하면서 오제도는 이 땅우에서 공산주의유령을 등에 업고 다니는 무수한 부나비들을 모조리 잡아없애버리겠노라 속다짐했다.

(이것으로 끝나지는 않을것이다.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고 오제도는 이를 갈며 자기자신에게 부르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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