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 회)

 

제 9 장

34

 

이번에 미국과 리승만세력이 김구암살을 작전하면서 노린것은 북남의 통일기운을 약화시키고 김구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독립당이나 남북협상파세력을 붕괴시켜 평양의 자주적이며 평화적인 조국통일로선이 남조선전역을 휩쓰는것을 사전에 예방하자는것이였다.

김구암살의 조직자, 묵인자가 누구인가 알려지는것이 두려웠던 놈들은 김구가 암살당한 후 안두희를 한국독립당에 받아들인 당조직부장 김학규를 비롯한 여러 간부들을 체포하고 징역형에 처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김구암살의 집행자인 안두희에게도 15년정도의 징역형을 언도할셈이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뭇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한 형식에 불과한것이였다.

그러나 일은 미국의 의도와는 다르게 번져졌다.

7월 4일, 서울운동장으로부터 남대문, 서울역을 경유하는 근 30리연도에 수십만의 군중이 떨쳐나온 가운데 김구의 국민장이 요란하게 거행되였다.

국민장위원회의 위원들이 탄 승용차들이 김구의 시신을 에워싸고 서서히 전진하였다. 그 행렬의 선두에서 나가는 사람은 조소앙이였다.

조소앙은 미국과 리승만체제하에서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의 평화통일선언서를 지지찬동하는 대회를 따로 가질수 없었기때문에 성시백의 권고를 받아들여 김구장례라는 이 합법적인 공간을 리용하여 군중들에게서 평화통일선언서에 대한 지지와 호응을 불러일으키려고 계획했다.

물론 리승만의 탄압을 피하기 위하여 조국전선선언서의 내용들이나 선언서의 채택여부에 대하여서는 모르는척 하고 김구의 남북협상정신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방향에서 연설을 하여야 하였다. 언변도 좋고 웅변력도 좋은 조소앙이였지만 그들이 자기의 숨은 의도를 알아차리겠는지는 우려되는바가 없지 않았다.

조소앙이 이런 긴장된 상념에 사로잡혀있는 동안 장의행렬이 시신을 안치하기로 한 서울 효창공원에 이르렀다.

생화로 감싼 김구의 령구가 내리워졌다. 장의위원들이 김구의 령구와 령구앞에 놓인 커다란 사진을 중심으로 량옆으로 갈라져섰다. 사람들의 흐느낌소리가 고조되였다.

장의위원들의 가운데 선 조소앙은 검은 테를 씌운 액틀속에 평소의 과묵한 인상으로 입을 꾹 다물고있는 김구의 사진을 이윽토록 바라보았다.

무엇인가 땅을 치며 후회하는듯도 하고 무엇인가 열렬하게 호소하고 싶어하는것 같기도 한 모습이였다.

정말 그가 지금 살아있다면, 한순간만이라도 살아일어나 장의식에 모여든 수십만군중에게 무엇인가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이 과연 어떤것일가?

조소앙은 김구와 함께 정치활동을 벌려온 짧지 않은 나날을 돌이켜보았다. 그와 함께 지내며 참다운 보람을 느낀적이 있다면 남북련석회의이후 김일성장군님의 민족구원의 사상을 받들고 리승만과 미국의 대조선정책을 반대하여 투쟁해온 나날이였다.

조소앙은 오늘 자기가 하게 될 연설이 김구를 대신하여 던지는 피타는 호소로 되여야 한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그는 추도사에 이어 분연히 사람들앞에 나섰다.

《여러분, 백범선생의 서거는 우리에게 쓰라린 아픔만을 안겨준것이 아닙니다. 그의 생애는 잊어서는 안될 교훈과 귀중한 경험을 시사해주고있습니다. 방금 태여난 어린 아이도, 칠순이 넘은 고령의 늙은이도 간직하고 살아야 할 생활의 철리를 깨우쳐주고있습니다. 이 땅에서 외세의 강점이 없어지지 않고 동족을 등진 역적무리들의 전횡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두가 안두희와 같은 인간쓰레기들의 사격권속에서 벗어날수 없습니다.》

조소앙은 김구의 말년이 민족의 장래를 위한 남북의 협상과 평화적통일을 위한 나날이였다고 격동에 넘쳐 이야기했다.

점점 밀집하는 군중들앞에서 서울장안을 떠들썩하게 하며 인기를 독점해온 조소앙의 열변은 더욱더 고조되였다.

《국민여러분, 우리 민족이 미군을 몰아내고 조국통일을 이룩하려면 백범선생이 죽음으로써 사수한 남북협상정신을 귀감으로 삼아 남북이 합작하여야 합니다. 조국의 평화와 민족의 통일을 위해 우리모두 백범선생의 귀감을 따릅시다. 이 길만이 우리가 살고 민족이 살고 우리의 청년들과 후대들이 사는 유일한 길입니다.》

추도사를 듣고 눈물속에 잠긴 군중에게 피타게 던진 조소앙의 이 호소는 폭약꾸레미에 던져진 불꽃과 같은것이였다.

와― 하고 터져오른 함성에 딛고선 땅이 진동했다. 그 파동에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며 사람들이 점점 더 응집되였다.

흰 광목천으로 만든 두건들, 중절모들, 학생모들, 운두높은 군모들, 쪽진 머리에 꽂혀있는 반짝이는 비녀들과 상고머리, 장발머리, 단발머리, 외태머리, 쌍태머리, 파마머리들이 서로 뒤엉키고 합쳐져 하나의 큰 덩이를 이루고있었다. 덩이를 이루었을뿐만아니라 그 무엇을 격살낼 기세로 파도를 일으켰다. 거리가, 도시가, 온 남조선땅이 뒤흔들리고있는듯 했다.

비록 리승만의 방해책동으로 조국전선의 결성이나 선언서에 대한 문헌들을 받아보지는 못했지만 성시백의 맹활약으로 하여 이미 선언서의 내용들은 인민들속에 파다하게 퍼져있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조소앙이 비록 조국전선선언서라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나 그가 호소하는것이 무엇인가 알아차렸던것이다.

구호를 웨치는 군중의 앙양된 열의는 온 도시를 다 태우고도 남을상 싶었다.

《미군은 나가라!》,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평화통일선언서를 지지한다!》

조소앙의 귀가에서 휙휙 세찬 바람이 스쳤다. 군중의 행렬은 점점 불어나고 더 높이 파도치면서 지진과 동반된 해일을 련상시켰다.

《조국을 통일하자!》, 《전쟁을 반대한다!》

사람들이 물밀듯이 앞으로 나아갔다. 질서유지를 위해 거리에 뛰쳐나온 경관들도 곤봉을 허리에 차고 멍하니 구경만 하고있을뿐이였다.

사나운 물살이 바위돌을 거침없이 때리며 나아가듯이 시위대렬은 앞으로만 계속 전진했다. 이것은 연설을 하면서도 자기의 이야기가 과연 군중을 얼마나 격동시키고 분발시키겠는지 자신심을 못 가지고있던 조소앙을 놀라게 했다.

조소앙은 이것이 전적으로 김일성장군님의 평화통일호소에 대한 군중의 지지와 격찬의 결과임을 믿어의심치 않았다. 그이의 심혈이 깃든 평화통일선언서가 이렇듯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분발시키고있는것이였다.

조소앙은 그 한장의 선언서에 담겨졌을 김일성장군님의 로고와 예지가 사무치게 절감되여 눈굽이 뜨거워졌다.

언제인가 백범 김구가 남북련석회의를 끝마치고 귀로에 올랐을 때 하던 말이 생각났다.

김일성장군님이 계시는 한 우리 민족은 반드시 복락을 누리게 될것이다.》

이제는 어렴풋한 미명속에 한줄기의 오솔길처럼 보이던 그 길이 중천에서 뜨겁게 밝게 내리비치는 태양을 향해 뻗어간 광활한 민족의 앞길로 안겨들었다.

앞날에 대한 넘치는 희열과 한껏 부푼 희망이 가슴속에 들어찼다.

비로소 승리에 대한 확고한 신심이 래일에 해야 할 일, 앞으로 걸어야 할 길에 대한 확고부동한 신념과 더불어 조소앙의 온넋을 불태웠다. 그는 번듯한 이마를 높이 쳐들고 군중의 머리우에서 짓타고있는 태양을 우러러보았다.

(아, 김일성장군! 그분이시야말로 우리 민족의 등대, 조국통일과 인류평화의 구성이시로구나. )

광란하는 바다런듯 끝없이 물결쳐가는 군중의 행렬은 날이 저물도록 계속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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