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 회)

 

제 7 장

27

 

남조선 《국회》에 대한 탄압소동은 리승만의 지시를 받은 합동수사본부의 창안품이였다. 남조선의 각계층 인민들속에서 조국전선결성에 호응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그에 편승하여 남북의 협상기운이 고조되자 바빠난 적들이 《남로당프락찌야사건》을 조작하여 《국회》내에서의 미군주둔반대투쟁에 앞장섰던 전라북도 익산군출신의 《국회의원》 리문원을 비롯한 3명의 《국회의원》을 체포하였던것이다.

후날 《국회프락찌야사건》이라고 널리 공개된 이 사건은 리승만의 특별조치로 조직된 합동수사본부를 책임진 오제도가 얼마전 38연선 개성에서 중년부인이 체포되였는데 그의 몸에서 북조선로동당과의 련락문서쪽지가 발견되였다는 허위날조를 꾸며 이것을 중요사건으로 기소한것이 빌미가 되여 벌어진 일이였다.

먼저 한국독립당출신의 리문원을 비롯한 3명의 《국회의원》이 비법화된 남로당과의 《결탁관계》라는 오제도의 그물에 걸려들어 제3회 《국회》가 페회되는 날(《국회의원》은 헌법상 치외법권을 가지고있었으므로 《국회》 개최기간에는 체포할수 없었다.)에 체포되였다.

오제도의 합동수사본부는 그때로부터 보름이 지난 6월 9일 제4회 림시《국회》가 페회되는 기회를 리용하여 《국회》 부의장 김약수를 포함한 소장파인물 7명을 또 체포하였다.

평양의 반미자주통일기운에 편승한 이 미친 바람이 앞으로 또 어떤 후과를 몰아올지 알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 하순으로 예정되여있는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결성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남조선에서 많은 대표들이 38도선을 넘어 북으로 들어갔다.

도꾜에 앉아있던 맥아더가 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몰아올 파국적후과를 예견하여 탁자우의 지구의를 무서운 기세로 돌려댔고 멎어선 지구의에서 불꽃처럼 날아드는 자그마한 반도를 향해 월로우비가 황급히 비행기에 몸을 싣고 도꾜를 출발했다.

서울 미국대사관의 무쵸의 방에 들이닥친 월로우비에게 대사관 1등 서기관의 명색으로 붙어있는 미중앙정보부 대표 노블과 때마침 그곳에 와있던 군사고문단장 로버트가 걸려들었다.

월로우비는 무쵸가 꺼내놓은 38도선지도를 로버트의 앞에 신경질적으로 펼쳐놓았다.

《도대체 어찌된 일이요? 군대는 송악산에서 실패하고 노블 당신은 거기에 짝지지 않겠다고 해주에서 실패했소. 평양은 지금 당신들의 온갖 능력을 다 동원한 그러루한 작전들쯤은 코끼리발등에 떨어진 송곳만큼도 안 여기면서 여유작작하게 행동하고있소. 조국전선이라는게 뭐요? 이런 사태가 빚어질 때까지 미국을 대표하는 당신들 현지의 제씨들은 무엇들을 하고있었소. 승패는 전략만이 아니라 전술에도 좌우되는거요. 당신들이 옳바른 전술을 세우고 그 전술을 실현시키지 못한다면 아무리 현명한 미합중국의 전략이래도 실현불가능의 운명에서 벗어날수가 없단 말이요.》

노블과 로버트는 모욕감에 얼굴들이 벌개졌지만 맥아더를 등에 업고 날아온 월로우비의 추궁앞에 아무런 대꾸도 할수 없었다. 사실상 월로우비도 도꾜에서 맥아더의 모욕을 받고 가슴속에 쌓인 울분을 여기 서울에 쏟아놓고있는판이였다.

맥아더는 금년초에 있은 해주무장폭동때 호언장담하며 신문과 방송으로 요란하게 떠들어댔다가 그것이 달밤의 개짖는 소리라는 비웃음을 자아냈던 일까지 상기시키며 월로우비를 압박하였었다.

그때는 맥아더가 라지오를 통해 랑독보도되는 조국전선결성준비위원회의 소집과 관련한 평양방송의 보도를 듣고난 뒤였다.

《조국전선… 조국전선이라는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오, 소장? 당신은 모르는것 같소. 당신은 정치를 모르는것 같소. 그러니 아직도 셈평좋게 이 도꾜도 한가운데의 안온한 응접실에 앉아있는것이 아니겠소.》

그리하여 그달음으로 비행장으로 나와 서울로 날아온 월로우비였고 바로 그래서 미국식의 신사도를 내버리고 처음부터 어성을 높이게 되였던것이다.

한동안 자기의 분노를 터뜨릴수 있는껏 다 터뜨려놓고나서야 월로우비는 무쵸에게 이곳의 구체적인 형편을 물었다.

《적지 않은 남조선의 정당, 단체들이 이미 평양의 조국전선결성대회에 참가할 대표들을 선발했고 벌써 어떤 단체는 대표를 파견했습니다.》

《김구나 조소앙의 동향은 어떻소?》

《아직까진 어정쩡합니다.》하고 노블이 무쵸대신 대답하며 월로우비가 앉아있는 쏘파와 마주한 안락의자에 걸터앉았다. 까치다리를 하고 담배를 뽑아 입에 무는 그의 행동은 손상당한 자존심을 보상하려는 의도적인 움직임이였다.

《우린 이미 리승만과 협의하고 평양에서 결성되는 조국전선이 권력구조를 더 다지기 위한 한갖 정치적제스츄어에 불과하다는 대대적인 선전을 하고있습니다. 특히 이번 조국전선결성이 남북의 민전조직들이 중심이 되여 진행되는 사업이라는것을 리용하여 그것이 한갖 남북좌익의 련합에 불과하다는것을 김구나 조소앙이같은 우익정객들에게 여러 경로를 통해 주입시키고있습니다. 그러다나니 아직까진 그들이 조국전선결성에 대하여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고있는것입니다.》

노블은 여기서도 결코 잠을 자고있지 않다는것, 오히려 실지에 있어서 도꾜보다 더 힘겨운 싸움을 벌리고있다는것을 마디마디 그루박는 력점을 통해 전달하였다.

《그래서 김구나 조소앙을 이제는 당신들이 손에 거머잡았다는거요?》

월로우비의 질문에 노블은 랭소를 머금었다.

《이곳에서 한동안 지내보면 누구나 다 여기 한국의 정치가들을 다루기가 여간 힘겹지 않다는것을 알수 있을것입니다. 김구가 지금 평양의 조국전선결성에 대해 선뜻 결심을 못 내리고있는것은 확실하지만 미군의 남조선주둔에 대한 립장에서만은 매우 견결한 태도를 보이고있습니다. 그가 최근 서울에 주재하는 유엔조선위원단과 접촉했는데 그 자리에서 조선의 통일문제는 미군의 철거후에야 론의될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고 합니다. 소장파 국회의원들의 련명으로 된 편지까지 받은데다 김구까지 그렇게 나오니 유엔단에서도 호미난방격이 되여 도리여 우리에게 어쩌면 좋겠는가 문의해오는 형편입니다. 김구가 아직은 유엔단을 미국의 우위에 올려세우면서 평양이 아니라 유엔단에 기대를 걸고있는것은 다행하다고 볼수 있지만 그때문에 그의 존재자체가 점점 더 시끄러워지는것도 사실입니다. 지난해 4월련석회의때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와서부터는 도저히 종잡을수 없고 다루기도 힘든 인물로 되여버렸습니다. 서울의 우익 및 중간파 정당, 단체들속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있는 그때문에 자기 자리를 지켜낼것 같지 못한 우려가 부쩍 든 리승만은 지금 은밀히 그를 제거하려는 움직임을 우리들에게 로골적으로 시사해주고있습니다. 김구때문에 유엔단의 립장이 더 딱해질수도 있는데 결정적인 대책을 세우긴 세워야겠습니다.》

《그래 평양의 통일기운에 대항할수 있게 세운 당신의 대책이라는건 그게 다요?》

노블은 어깨를 한번 으쓱해보이고는 월로우비의 거친 손길에 어지간히 구겨진 지도를 흘끔 곁눈질해보았다.

《물론 그뿐이 아닙니다. 그래서 금년 1월에 하려다가 실패한 해주무장폭동을 다시한번 실현시켜보려고 합니다.》

노블은 지난번 해주사건의 실패의 교훈에 비추어 이번에는 《대한감찰부》가 아니라 미정보기관과 정보장교들의 직접적인 지휘감독밑에 륙군참모총장인 채병덕을 중심으로 륙군정보국장 백선엽과 고문 문봉제, 대북첩보과장 한완룡 등 군부와 첩보계의 고위급인물들로 제2차 해주무장폭동총지휘부를 설치했다고 하면서 평양에서 조국전선결성준비위원회가 소집되는 5월 20일부터 그 실행에 본격적으로 달라붙을 계획이라는것을 설명해주었다.

《청단을 거쳐 38도선을 통해 입북한 첩자들이 현지에서 폭동을 무사히 개시하면 대북작전특수부대로 길러낸 호림부대, 계림공작대 700여명을 즉시에 북파하여 폭동을 무장으로 뒤받침해주기 위한 조직사업까지 세워놓았습니다.》

계획은 마음에 들었으나 마음에 드는 그 계획이 도리여 월로우비에게 지난번의 실패를 돌이켜보게 해주면서 신경을 날카롭게 자극했다.

《계획을 세우는것이 문제가 아니라 실행하는것이 중요하오. 전번과 같은 실수가 다시는 있어서 안되겠소. 그리고 리승만대통령이 자기의 직속인 합동수사본부를 시켜 국회탄압을 개시했다던데 그 책임이 우리 미국에 돌아오지 않도록 조처를 잘하시오. 원래 어느 나라에서나 국회가 말썽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처럼 무리로 검거투옥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법이요. 인권과 복지의 국가로 되여있는 우리 미국이 이번 사건의 조장자라는 여론이 절대로 나돌지 않도록 해야겠소. 우린 국내의 치안유지를 담당한 현지정치가들의 내정에 간섭할 권리가 없다는 립장을 고수해야 하오.》

월로우비는 이어 로버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 당신은 할 말이 없소? 평양에서 조국전선을 결성한다는데 38선이남에서 북쪽을 향해 박수라도 쳐주어야 할게 아니요.》

《38선을 봉쇄하겠습니다. 한국군에 지령을 주어서 조국전선결성대회에 참가하려고 밀입북하는자들을 모조리 잡아넣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걷어넣은자들도 있습니다.》

월로우비는 손을 내저었다. 그것은 응당 그래야 하는 일로서 말할만한것이 못된다는 뜻이였다.

《물론 우린 북으로 들어가겠다는 대표들에게 꽃다발을 들고나가 연도환영을 해줄수는 없소.》

로버트는 월로우비가 자기에게서 바라는 대답이 어떤것인지를 넘겨 짚었다. 사실 월로우비가 자기를 대하는 태도는 몹시 불쾌했지만 로버트로서는 월로우비가 지난 5월에 있은 남조선군 2개 대대의 집단월북사건과 두차례에 걸쳐 진행한 송악산에서의 대규모적인 무장침공작전실패를 놓고 책임추궁을 들이대지 않는것만도 다행이라고 보아야 할 형편이였다. 그래서 그는 노블처럼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여전히 그 자리에 선채로 월로우비앞에 약간 허리를 굽힐사 하기까지 하였다.

《물론… 우리는 우리대로의 군사작전도 계획하고있습니다. 평양에서 조국전선결성식이 있을것으로 예견되는 6월 하순에 38선서부의 중요전략적요충지인 은파산을 공격하여 타고앉을 계획입니다. 동시에 개성과 마주한 송악산에 대한 3차공격을 준비하고있습니다.》

《공격을… 드세게 진행해야 하오. 해보다 안되면 물러나는 식이 아니라 이번엔 끝장을 보아야 하오.》

월로우비는 구체적인 작전행정에 관한 문제에까지 간섭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사실 노블이나 로버트와 같은 현지의 작전관들에게 있어서는 월로우비자신은 물론 5성장군의 위용떨치는 맥아더의 구체적인 료해나 지휘까지도 오히려 간섭과 방해로 될수 있는것이였다. 맥아더가 아무리 로련한 군사가라 할지라도 현지의 정황을 제일 잘 알고 제일 기민하게 대응할수 있는것은 이 자리에 있는 거만하고 자존심높은 노블이나 로버트인것이였다.

월로우비는 다만 이들에게 평양의 조국전선결성이 가져올 정치적후과를 예시해주고 어떤 일이 있어도 그것이 이룩되지 못하도록 수단과 방법을 다 써야 한다는것을 강조하자는것이였다. 그리하여 그 강조가 이제는 끝났다는것을 깨닫게 되자 무쵸에게 시내를 한번 돌아보자고 하고는 방을 나섰다.

서양식과 동양식의 란잡한 화합에다 미국식과 일본식의 복합을 이루고있는 서울시의 골목골목을 돌아보던 월로우비는 인적드문 교외에서 차를 멈추게 하고는 시뻘건 진흙땅우에 내려섰다.

그는 자기가 밟고선 땅과 주변에 돋아있는 이름모를 풀대들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기온도 그렇고 공기도 그렇고 돋아나는 풀잎들마저 자기가 있는 도꾜와는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다. 사실 지리적으로 보나 자연적으로 보나 정치적 및 경제적환경으로 보나 도꾜와 다르게 느껴질 리유는 없는 곳이였지만 어쨌든 무엇인가 다르게 느껴졌다.

도대체 이 땅의 그 무엇이 사람들을 그처럼 무서운 반발과 복수심으로 충만되게 하고있는것인가. 어디서나 미군은 2차대전의 전승군이고 《해방자》라는것으로 하여 환영을 받고있으며 맥아더같은 경우는 서방세계가 《동방의 영웅》으로 떠받들고있다.

그러한 맥아더의 귀뺨을 련이어 후려갈기고있는 땅이 바로 이 조선이였다. 맥아더의 추궁을 받고 서울에 날아들긴 했지만 한편 생각하면 그가 측은하게까지 여겨졌다. 무서운 세계대전의 참화속에서도 드놀지 않는 명성을 떨쳐온 맥아더가 이 자그마한 반도때문에 처음으로 자신의 늙음을 시위하듯 가쁜숨을 내쉬고있는것이였다. 이 땅이 저주스러웠다. 마치 혈기왕성한 장년의 사나이더러 씨름을 하자고 청하는 햇내기젊은이처럼 불손하고도 무섭게 여겨졌다.

월로우비는 신경질적으로 돌아섰다. 그 서슬에 뒤에 바투 붙어있던 무쵸가 흠칠하며 한걸음 물러섰다.

《노블과 로버트가 계획하고있는 작전들을 어떻게 하든 기어이 성사시키도록 해야겠소. 우린 우리의 미합중국과 맥아더원수를 더이상 실망시켜서는 안되오. 미국이 자그마한 저 북조선과 맞선다는것자체가 수치이고 불명예인데 패전을 했다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겠는가. 그러지 않아도 우리 미국은 지난 남북련석회의를 계기로 자기의 정치적권위와 수완이 평양보다 못하다는것을 세계앞에 드러내놓았소. 이제 또 그런일이 반복되여서는 안되겠소.》

《저… 김구문제는 어떻게 할가요?》

《김구?》

《지금 리승만은 김구때문에 자다가도 이를 갈고있는 형편입니다. 앞으로는 김구가 유엔단에 기대를 가져야 얻을것이 없다는것을 분명히 깨닫게 되겠는데 그때에는 속히운 분풀이까지 합쳐 리승만이나 우리를 더욱더 적대시하고 평양의 뜻대로만 움직이려 할것입니다.》

《…》

월로우비는 아무말없이 다시 차에 올랐다. 무쵸가 그를 따라 차에 오르고 해빛에 검은색의 위용을 번쩍이는 대형승용차는 포장되지 않은 토사도로를 고르로이 미끄러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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