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 회)

 

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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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들어와 방학세의 사업은 몹시 볶이였다고 볼수 있다. 며칠전에 평양시내무부안의 여러 내무서들에서 시내에 잠입해있던 두개의 큰 간첩집단을 적발해냈고 승호리세멘트공장을 비롯하여 시주변에 숨어서 개별적으로 준동하던 여러명의 반동놈들도 잡아냈다.

그만하면 성과가 크다고 볼수 있었지만 동시에 이것은 적들의 반공화국테로책동이 보다 강화되고있다는것을 시사해주는것이였다.

함흥일대에서는 지난해부터 《배공청산단》이라는 악질테로조직이 준동하고있었는데 아직까지 현지의 내무기관이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하고있는 상태였다. 어제 저녁에는 또 3. 1사건에 가담했던 반동분자 한놈이 교화소에서 탈출하여 평양시내에 잠입한것 같다는 보고를 받고 수도의 안전과 김일성동지의 신변이 걱정되여 밤새껏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뒤치락거렸었다.

방학세는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때보다도 경각성을 높이고 모든 사람들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주시해야 하는 때라는 생각을 거듭하다가 새벽녘에야 겨우 잠들었었는데 밤에 꿈속에서도 이런 고민거리를 안고 뒤척이다나니 아침에 깨여나서도 머리가 지끈거리는것이 찬물을 아무리 끼얹어도 인차 정신이 들지 않았다.

안해가 가져다준 수건으로 얼굴을 왁살스럽게 문대며 방안으로 들어가던 그는 토방에서 무엇엔가 걸채여 넘어질번 했다.

《아, 주의하세요.》

《이건 뭐요?》

방학세는 발치에서 기우뚱하다 바로 서는 쇠절구통을 마뜩지 않게 내려다보았다.

안해가 얼른 그것을 들어 부엌으로 들여갔다.

《애가 어제 동무들이랑 같이 봄철원족을 갔댔는데 산에서 아무거나 막 따먹었는지 대장염을 앓누만요. 워낙 당신을 닮아서 그런지 애두 장기가 든든치 못해요.》

《날 닮았다는건 또 무슨 소리요?》

방학세는 안해가 또 위병이 심한 자기의 병증세에 대하여 루루이 상기시킬가봐 더이상 닮았니 어쨌니 따질념은 못했지만 집에서까지 속썩일 일만 생기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앓는다면 병원에 가봐야지 절구질만 하고있어 뭘하오? 뭘 자꾸 먹어서 생긴 병인데 또 뭘 먹이려는거요?》

《그럼 굶기겠어요? 도토리가 대장염에 좋다기에 그걸로 묵을 좀 만들어볼가 해서요.》

방학세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내저었다.

《병원에 가보우, 병원에… 그런 민간료법이라는게 원래 잘 맞질 않소. 그저 병원에 가 보이고 약을 타다 먹이는게 제일 좋소.》

《아이참, 집에서 치료할수 있으면 좋지 별치도 않은 일때문에 병원에 갔다왔다 하며 의사선생들 수골 시키겠어요?》

《글쎄 내 말대로 하라니까.》

안해의 시원스럽게 큰 눈이 방학세에게 가벼운 힐난의 빛을 보냈다.

《당신은… 감찰사업을 오래 하다나니 의심하는 법만 배운가보지요. 나중엔 제 집사람도 믿지 못하겠다는건가요? 너무 자기 론리만 내세우려 하지 말아요. 그러다 이제 사업에서도 실수를 범할가봐 걱정이예요.》

《뭐?》

안해의 무심한 역습에 방학세는 공연히 마음속의 어느 한쪽이 뜨끔해 났다. 그러나 그것도 한순간, 자기 주장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안고있던 방학세는 안해에게 품을 들여 무엇인가 따지고들 자세로 한걸음 다가섰다. 그러는 방학세의 등을 안해가 억지로 떠밀었다.

《됐어요, 됐어요. 그런 잔걱정은 말고 어서 들어가 식사나 하세요. 중요한 일을 보시면서 출근늦으면 되겠어요?》

별수없이 안해와의 싱갱이질은 그것으로 그칠수밖에 없었다.

방학세는 밥상앞에 마주앉았으나 잠을 설치다나니 입맛이 소태처럼 썼다. 몇술 대충 뜨는 흉내만 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쁘게 집을 나서는 속에서도 안해에게 애를 데리고 꼭 병원에 가보라고 강조하는것은 잊지 않았다.

그는 출근하자마자 최근에 발생한 반혁명사건들에 대한 보고자료들과 강태무, 표무원의 대대장병들에 대한 료해사업대책안을 작성하려고 부국장을 전화로 찾아 자기 방으로 오라고 지시했다. 이때 기척소리도 없이 문이 벌컥 열리더니 내무상이 들어왔다. 20여년전부터 중국관내에까지 들어가 항일운동에 헌신했다는 자부를 안고있는 박일우가 이렇게 직접 아래사람의 방에까지 찾아오는 일이 드물었기때문에 방학세는 무슨 중대한 일이라도 생겼는가 했다. 아닌게아니라 박일우는 방학세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알려주었다.

내각과 당중앙위원회에서 지시가 있었는데 며칠전에 의거입북해온 강태무와 표무원대대장들에게 본인들의 희망대로 군복을 입히게 되였다는것이였다. 의거해온 2개 대대 장병들로 민족보위성산하의 독립부대를 따로 무어주고 표무원을 그 부대장으로 임명하며 강태무같은 경우는 내무성 경비국의 전투훈련부부장으로 임명하고 중좌의 군사칭호를 주게 되였다는것이였다. 그랬다. 소대장이나 중대장정도가 아니라 련대급의 인민군부대의 부대장으로 임명하고 공화국경비대의 훈련과 전투를 맡아보는 내무성 부부장의 중책을 맡겨준다는것이였다.

박일우는 국가의 정치안전을 책임진 부상으로서 그들에게 그런 신임을 베풀어주는데 동의할수 있는가고 따져물었다. 그리고는 이런 때 정치보위기관이 립장을 명백히 해야 한다면서 그 후과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져야 할것이라는 은근한 위협을 하고 사라졌다.

한동안 멍청히 앉아 천정만 하염없이 바라보던 방학세는 자기의 부름을 받은 부국장이 방에 들어서는것을 보았으나 후에 만나 이야기하자고 하고는 급히 송수화기를 들었다. 정작 송수화기를 들고나서는 자기가 무엇때문에 누구를 찾으려 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것이 생각날 동안 집에 전화를 걸어 아침에 안해가 말하던 아들애의 치료정형을 물었다.

《뭐라구?! 아직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단 말이요? 아, 당신이 도대체 뭘 안다고 도토리요 뭐요 하면서 아직도 그런 어처구니없는 소릴 하구있소?》

《아이참, 왜 절 그렇게 믿지 못하세요?》

《여보여보, 애의 건강을 놓고 무슨 그런 잠꼬대같은 소릴 하는거요? 믿을걸 믿으라고 해야지, 정말 답답하구만.》

방학세는 신경질을 부리며 송수화기를 거칠게 내려놓았다. 그렇게 열을 올린 까닭인지 자기가 처음에 누구를 찾으려 했는지 피뜩 떠올랐다.

그는 송수화기를 다시 들고 내각을 찾았다. 쏘련에서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친교를 맺고있던 김책부수상에게 박일우에게서 들은 결정내용을 확인하고 자기의 의견을 제기하려고 하였던것이다.

그러나 김책은 내각에 없었다. 아침일찍 강선제강소에 출장을 나갔다는것이였다. 부수상 겸 산업상까지 하고있다나니 늘 봐야 전국에 널려진 여러 기업소, 공장들을 찾아다니며 어떻게 해서나 경제부문에 대한 장군님의 심려를 덜어드리려고 애쓰고있었다.

송수화기를 맥없이 내려놓은 방학세는 《강태무, 표무원…》 하고 나직이 외워보았다.

방학세는 표무원과 강태무가 의거입북하여왔을 때 이미 그들을 만나보았었다.

눈찌가 사납고 턱이 든든한것이 척 보기에 만만치 않은 인상을 주는 강태무를 불러 그가 주둔했던 홍천일대의 괴뢰군병력상태를 물어보았었다.

강태무는 지도를 펼쳐놓고 마디마디 씹어뱉는듯 한 어조로 한동안 설명을 하였는데 말하는 품이 여간 여무지지 않았다.

앞으로 훌륭한 군인으로 자라날수 있는 소질을 가지고있는 사람이라는것이 대번에 알렸다. 좋은 동지를 얻게 되였다는 기쁨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엄한 표정을 짓고 그가 의거입북하게 된 동기에 대하여 몇마디 더 물어보았다.

남쪽에 안해를 두고왔는데 앞으로 어찌할셈인가고 물었더니 강태무는 그래서 하루빨리 조국이 통일되기를 바라는것이고 그래서 가슴아프지만 생리별을 하고 의거를 단행했다고 대답하였다.

방학세는 그제서야 미소를 지으며 강태무에게 앞으로 손잡고 일을 잘해보자고 하였다.

그때 말은 그렇게 했댔으나 정작 강태무에게 내무성의 중요한 직무를 맡겨주게 되였다고 하니 어쩐지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박일우의 말처럼 금방 적구에서 들어온 사람을 아무런 검토도 거치지 않고 내무성에 들여놓는다는것은 확실히 내무사업의 원칙과 어긋나는것이였다.

아무래도 김일성동지께 사업보고를 드리기로 한 저녁시간에 그이께 자신이 직접 이 문제를 제기하여야 할것 같았다.

저녁에 방학세가 서기의 안내를 받아 그이의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 방에는 이미 풍채좋은 한 일군이 와있었다. 방학세도 몇번 면목을 익힌 내각 수매국장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방학세에게 벽에 붙은 쏘파를 가리키며 잠간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시고는 수매국장에게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시였다.

수매국장은 방학세가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엄한 지적의 말씀을 받고있던듯싶었다.

김일성동지께서 황해도같은 곡창지대들에까지 무슨 산나물계획이요, 목화계획이요 하면서 수매계획을 현지실정에 준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내리먹인데 대하여 지적하실 때까지만 해도 방학세는 그것이 자기와는 인연이 없는 일처럼 생각하고 덤덤히 앉아 들고온 문서장들만 공연히 만지작거렸었다.

그러나 그이께서 량정은 곧 정치라고 하시면서 앞으로도 수매국이 그렇게 사업하다간 금천군인민위원회와 군내무서 일군들처럼 토지몰수와 같은 행위를 저질러 생사람을 반동분자들속에 떠밀어보내는 결과를 초래할수 있다고 그루박으실 때 방학세는 속이 꿈질하였다.

금천군에서 있은 토지몰수사건에 대하여서는 자기도 언젠가 들은적이 있었던것이다. 그때 그 보고를 하는 부국장에게 자기가 무엇이라고 한바탕 훈시했댔는지도 생생하게 기억하고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지금 장군님께서 말씀하시는 취지와는 너무도 다른것이였다.

수매국장이 무엇인가 결의다지는 말씀을 드리고 그이께서 어조를 눅잦히시고 또 몇마디 가르치심을 주시였다.

《사실 저 수매국장은 실무도 높고 믿음이 가는 충직한 동무요. 그래서인지 더 요구성을 높이고 싫은 소리도 자주 하게 되거던.》하고 그이께서는 수매국장이 나간 뒤 방학세에게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 최근 내무성에서 처리한 반혁명사건들에 대하여 료해하시고나서 《그리고 내 한가지 더 이야기할게 있는데…》하고 말끝을 흐리실 때 방학세는 제김에 가슴이 후두둑 떨렸다.

(토지몰수, 그러니 그때 내가 제멋대로 생각하고 결론한것이 잘못이였단 말인가?)하는 생각이 집요하게 뇌리속을 파고들다나니 이제 그이께서 분명 그 사건과 관련한 지적을 하시려는것으로 짐작하였던것이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전혀 다른 말씀을 하고계시였다.

《그래 방동문 아침에 오늘호 〈로동신문〉을 보았소?》

《신문 말입니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을 받은 방학세는 얼굴이 수수떡같이 되여 뒤더수기를 면구스럽게 쓸어만졌다.

《저, 일이 바빠 미처…》

《허참, 신문이야 정상적으로 봐야지.》

김일성동지께서는 몸둘바를 몰라하는 방학세에게 너그러운 미소를 지어보이시며 이제라도 한번 보라고 자신의 책상에서 신문을 꺼내여 내밀어주시였다.

방학세는 얼결에 신문을 받아들었다. 경황이 없는 속에서도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결성 제의》라는 특호활자만은 눈에 인차 날아들어왔다.

신문에는 남조선로동당을 비롯하여 민주독립당, 사회민주당, 조선인민공화당, 근로인민당, 남조선청우당, 남조선민주녀성동맹, 조선로동조합전국평의회 등이 나라의 평화적통일을 바라는 북남조선의 정당, 사회단체들을 망라하는 전조선적인 상설체로서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을 결성할것을 북조선민전 중앙위원회와 전체 동포들에게 호소해온 공동서한이 실려있었다.

《미제가 북남간의 대립과 분렬을 격화시키고 공화국을 반대하는 전쟁을 일으켜보려고 발광하는 조건에서 북과 남의 민전조직들은 전쟁반대와 평화통일의 구호를 들고 하나로 결속되여야 하오.》

그이께서는 우리는 이제 북남조선인민들의 한결같은 의사에 기초하여 남조선의 8개 정당, 사회단체가 보내온 이 제의를 접수하고 조속한 시일안에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을 결성하려고 한다, 뿐만아니라 북과 남에 따로따로 존재하고있던 북조선로동당과 남조선로동당도 합당을 하여 하나의 강유력한 참모부로서의 조선로동당을 결성하기 위해 그 준비를 다그치고있다고 하시였다.

방학세는 지금 그이께서 전쟁을 막기 위한 민족의 대단합을 위해 얼마나 마음쓰고계시는지 속이 쩌릿하게 알아차릴수 있었다.

《우리는 이번 조국전선결성에 남조선민전에 속한 정당, 사회단체들뿐아니라 우익계에 속하는 민족주의자들과 그들의 정당, 단체들도 망라시키자고 하오. 이것이 리승만괴뢰정권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으로 될것이요. 그러니 이번의 조국전선결성을 파탄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파괴암해책동들을 기도할것이요. 난 방학세동무가 놈들의 이 모략을 사전에 짓부심으로써 평양에서 개최하게 될 조국전선결성행사의 성과적보장을 안전하게 담보해주기를 바라오.》

《알았습니다.》

어째서인지 방학세는 혀끝까지 올라왔던 강태무, 표무원의 등용문제를 터놓을수 없었다. 그것을 터놓을수 없게 하는 그 어떤 인자가 그이의 말씀을 통해 혈관으로 슴배여든듯 했다.

그는 자기가 무엇인가 잘못생각하고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아리숭한 가책에 휩싸여 집무실을 나섰다.

(도대체 금천군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걸가?)

방학세는 우선 이것부터 알고싶어 내무성에 돌아오자마자 송수화기를 들고 황해도내무부를 찾았다.

《내 방학세요. 동무네 금천군에 장군님께서 다녀가신걸 알고있소?… 그렇다면 좋소. 그때 장군님을 모신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댔는지 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시오.》

그리하여 방학세는 장군님께서 금천군의 토지몰수사건때문에 얼마나 심려하시고 격분하시였는가를 구체적으로 듣게 되였다.

《이건 뭐요?! 그런 큰 문제가 제기되였는데 어째서 이제야 보고하는거요?》

《내무성의 해당부서에는 이미 보고를 했습니다. 부상동지에게까지 보고해야 할 성질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되기에…》

《뭐라구?! 그럼 동문 대체 어떤 성격의 문제여야 이 부상에게 해당된다고 생각했소?》

방학세의 어조는 차츰 맥이 빠져버렸다. 사실 누구 다른 사람을 탓할 일도 못되는것이였다. 자신이 아래사람들에게 어떤 일군으로 보였는지는 이 전화가 잘 말해주고있는것이였다.

송수화기를 떨구듯이 내려놓고난 방학세는 얼굴을 두손으로 마구 문지르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차거운 손과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이 맞부딪치며 금시에 치직!― 하고 김올리는 소리가 울리는것만 같았다.

무엇인가 장군님뜻과 어긋나는 죄를 지었다는것은 명백한데 도대체 자기가 무엇때문에 이런 결과를 빚어내게 되였는지는 아직 알수가 없었다.

여느때없이 어깨가 축 처져 청사를 나서는 그를 지나가던 내무일군들이 뜨아히 바라본다는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가 거의 무의식적이다싶이 하며 발길을 옮겨간 곳은 김일성동지의 저택이였다. 그는 김정숙동지를 만나 자기의 고충을 터놓고싶었던것이다.

방학세가 귀국후 수령의 안전을 보위해야 하는 내무기관에서 사업해오다나니 김정숙동지와는 사업상으로나 생활적으로 어느사이 간격이 없는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되였었다.

김일성동지께 차마 말씀드리기 힘든 문제들에 대하여서는 김정숙동지에게 달려가 허물없이 매달리는것이 이제는 습관처럼 굳어져버린 방학세였다. 사실상 내무성적으로도 자기의 론리에 대한 확신과 사업에 대한 자신심에 넘쳐있는것으로 알려진 방학세가 무엇인가 속을 터놓고 가르치심을 허물없이 청할수 있는분은 김정숙동지이시였다. 그래서 때없이 김일성동지의 저택에 드나든것이였다. 일이 있어 저택에 찾아올 때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타향살이에 남의 나라 음식만 먹어온 방학세에게 시원한 랭면을 말아주군 하시였는데 그때마다 방학세는 두팔을 걷고 밥상앞에 나앉아 곱배기를 하고도 배가 불러 더 못 먹는것을 한탄하는 눈길로 반반히 비운 국수그릇을 내려다보군 하였었다. 그래서 한번은 무뚝뚝한 김책부수상까지 방학세가 일때문에 장군님저택에 자주 오는가 했더니 국수생각이 나면 뿌르르 달려오군 한다면서 혀를 찬적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만은 그곳에서 국수를 먹고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방학세가 저택에 들어섰을 때 김정숙동지께서는 정원을 거닐고계시였다. 무슨 일을 하시댔는지 편리화를 신으신 그이의 발치와 자주색저고리에 희끗희끗한 나무톱밥들이 묻어있었고 손에는 목수들이 흔히 쓰는 투박한 외면톱이 들려있었다.

《아니, 지금 뭘 하고계십니까?》하는 질문이 인사말보다 먼저 나갔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제야 시선을 돌리시고 방학세가 온것을 알게 되시였다.

《아, 부상동지구만요.》

방학세는 김정숙동지께서 금시 톱을 대려고 하시던 커다란 개암나무가지앞으로 다가들었다. 그 나무밑에는 이미 굵다란 가지 하나가 허연 속살을 드러내며 잘리워 딩굴고있었다.

《주십시오. 제가 하겠습니다.》

《됐습니다. 제가 인차 합니다.》

《그래도 이런 일이야 남자가 해야지요. 어딜 자르랍니까? 여깁니까?》

김정숙동지께서는 나무밑에 다가가 삐죽삐죽 사방으로 뻗어나온 아지들중에서 그중 길다란 가지 하나를 골라 톱질할 곳을 가리키시였다.

방학세는 그이의 손길이 닿으셨던 곳에 정확히 톱을 대고는 힘껏 톱질을 해댔다. 어디에 쓰시자고 자르는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삐죽한 가지를 한시바삐 분질러버려야 자기가 안고있는 고민거리가 풀릴것 같았다. 그래 기운차게 톱질을 해댔다.

날카로운 톱날이 가지를 타고넘을 때마다 허연 톱밥들이 눈가루처럼 쓸어나왔다. 어느새 방학세의 발치에 톱밥들이 널리고 그의 군복깃이며 웃주머니언저리에도 장식이라도 하듯 보르르한 톱밥알갱이들이 내려앉았다.

《툭!》

방학세는 아귀센 손으로 절반쯤 톱질을 한 가지를 꺾었다.

《됐습니다. 또 뭘하랍니까?》

《이젠 그만하십시오.》

김정숙동지께서는 치마를 동인 끈에 걸려있던 하얀 수건을 뽑아 방학세에게 내밀어주시며 땀을 닦도록 권하시였다.

《그런데 무슨 일이 생겨서 이렇게 오셨습니까?》

방학세는 자세를 다잡고 우선 강태무, 표무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솔직하게 터놓았다. 믿을수는 있지만 아직은 검열을 더 해봐야 한다는것, 또 검열을 통해 믿음을 확인한다 해도 지금 당장 내무성의 중요직무에 등용하는것은 삼가하는것이 좋겠다는것, 내무사업의 원칙상 허용하기 힘든 일이라는것 등 혀끝이 바싹 말라드는것을 느끼면서도 마지막까지 다 말씀드렸다.

이야기를 들으시는 동안 김정숙동지께서는 아무런 반응도 나타내지 않으시였다. 헛기침을 깇거나 일부 대목들을 잘못 들어 반문하시는 일도 한번 없었다.

《그러니까 내무사업원칙에 비해볼 때 미타하단 말이지요?… 리유란 단지 그것뿐이겠습니다?》

《그리고… 저쪽에서 소령을 하던 사람을 우리가 중좌로 써주면 우리 경비대의 위신이 괴뢰군보다도 못한걸로 되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지금 장군님휘하에서 항일전을 벌리던 빨찌산출신 투사동지들도 다 좌급군관이 된건 아니지 않습니까. 신임이… 지나칩니다.》

《아이참… 이건 뭐 사람문제가 아니라 수학문제풀이 같구만요. 정확한 답을 찾기 위해 한쪽에선 더하구 한쪽에선 더는 그런 방정식풀이가 있지 않은가요?》

김정숙동지!》

방학세는 저도 모르게 격하여졌다.

김일성동지를 만나뵙고 제 생각이 잘못된것 같다는 느낌은 저자신도 어렴풋이 들었습니다. 헌데 그게 뭔지 알수 없습니다.》

《원칙상이야 옳지요. 부상동지가 이야기한 그 내무사업의 원칙에 준한다면 말입니다. 헌데 그 원칙이란건 어디서 들어온건가요? 혹시 쏘련에서 감찰사업을 할 때 터득한 일반적원칙이라는것을 우리 사업에 그대로 적용하려는게 아닌가요?》

《네?!》

방학세는 김정숙동지께서 이제 하시는 말씀이 자기를 바늘끝처럼 사정없이 찔러댈것 같은 예감에 싸이며 버썩 긴장해졌다.

《난 부상동지가 제기하고있는 그 내무사업의 원칙이라는것이 사업을 더 잘하기 위한 혁명적자각과 립장에 토대한것이라는것은 의심하지 않습니다. 리해도 됩니다. 내무성의 정치보위사업을 담당한 부상이 근거도 없이 그저 무턱대고 사람을 믿는데만 습관되여서야 안되지요. 난 그에 대하여 전적으로 공감하고있습니다. 근거야 있어야지요.》

방학세는 그이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것인지 아직은 잘 짚이지 않았다.

《지금 남조선괴뢰정부에서는 강태무, 표무원대대장병들의 의거후행처에 대하여 일체 비밀에 붙이고 그들이 북반부에 들어와 처형을 당하고 고통을 당하고있다는 악선전에 열을 올리고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8도선일대에서는 전투기피자, 탈영자들이 급속출현하고있고 그들의 의거입북으로 남조선전역이 뒤흔들리고있다는것은 부상동지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김정숙동지께서는 며칠전에 자신께서도 그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보신적이 있다고 하시면서 강태무, 표무원의 의거입북사건으로 괴뢰국방부와 경찰대 우두머리들이 서로 물고뜯으며 책임추궁을 하느라 정신이 없으며 미군사고문단장 로버트는 괴뢰군의 믿을수 없는 실전능력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는 보고서를 도꾜의 맥아더에게 보냈다는 사실에 대하여 상기시켜주시였다.

《그러니 적들의 전쟁기도에 커다란 파렬구가 뚫렸다는것은 의심할바가 없지 않겠습니까. 바로 이것을 위해 강태무동무는 갓 결혼한 안해를 그 살벌한 땅에 떼두고 왔다는데 그러자니 그의 심장이 오죽이나 찢기였겠습니까. 솔직히 그들은 남에 있으면 원용덕이요 송요찬이요 로버트요 하는 거물들의 눈에 들어 얼마든지 높은 직위와 명예와 재부를 차지하고 부귀영화도 누릴수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것에 등을 돌리고 우리를 찾아옴으로써 리승만과 괴뢰군부의 민족분렬책동과 전쟁모의기도에 커다란 타격을 주었습니다. 그래 이외에 무슨 근거가 더 필요한가요? 부상동지가 주장하는 수사학적견지에서 우리 다시 생각해봅시다. 그들을 믿을수 있는 근거는 더 찾아보지 말고 반대로 그들을 의심해야 할 근거를 찾은게 있으면 말해보세요, 어떤건가요? 단지 남에 있다 북에 넘어왔다는 그 한가지겠지요?》

그랬다. 의심할수 있는 근거를 꼽는다면 단지 그 하나뿐이라고밖에 볼수 없었다. 방학세는 지금까지 그들을 확고히 믿을수 있는 근거만 찾아보려고 애썼지 그들을 의심할수 있는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하여서는 한번도 신경을 써본적이 없었다.

방학세는 그이의 말씀을 적으려고 수첩을 펴들었다.

장군님께서 언젠가 마안산에서 〈민생단〉련루자들의 문서보따리를 불태워버리신적이 있는데 그건 단지 그들이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면서도 나라를 찾겠다는 하나의 열망으로 그 어떤 대가도 보수도 차례지지 않는 혈전의 길에 뛰여들었다는 그 한가지 근거때문이였습니다. 남북련석회의때 우익민족주의거두들로서 우리에게 막대한 해독을 끼친 김구나 김규식선생들까지 초청하게 되신것도 그들에게 나라 위한 애국의 마음이 한가닥이나마 살아숨쉰다는 그 한가지 근거를 믿으시였기때문입니다. 부상동지도 이제는 쏘련에서 어느 한 지역의 감찰사업을 담당한 일개 감찰원이 아니라 한 나라의 정치안전을 통채로 책임진 국가일군이 아닌가요. 그러니 지엽적이고 협소한 사고방식을 버리고 모든 문제를 당과 정부의 정책수립과 전략적리익의 견지에서 분석하고 평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마디로 좀더 크게, 넓게 사고해야 하지 않겠는가 말입니다. 그러자면 우선 현시기 당에서 요구하는것이 무엇인가 하는걸 잘 알아야 한다고봐요. 신문도 자주 보고 당정책학습에도 잘 참가해야겠는데 그러는것 같질 않습니다, 어떻습니까?》

방학세는 대답을 드릴수가 없었다. 일만 일이라고 하면서 당정책학습에 잘 참가하지 않은것은 사실이였던것이다.

장군님의 사상과 뜻을 받들겠다고 하면서 그이의 사상과 뜻이 어떤것인지 모르고 생활해온 자신의 결함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금천군에서의 토지몰수사건을 대하는데서도 역시 그러한 원인으로 하여 실책을 범했으리라 생각했다.

방학세는 김정숙동지앞에 한걸음 나서며 고개를 푹 숙이였다. 그리고는 《제가 과오를 범할번 했습니다. 아니, 이미 과오를 범했습니다.》 하고 모진 가책에 짓눌리운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장군님께서 그처럼 격분해하신 금천군에서의 토지몰수사건에 대하여서도 자기는 이미 알고있었다고, 알고있으면서도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몰수대상자가 다름아닌 종교인이라는것으로 하여 그들을 더 엄격하게 다루도록 했다는것을 솔직하게 고백하였다.

그러면서 이제 김정숙동지께서 아연하시여 실망을 금치 못해하시리라는것 그리고 가장 아프고 무서운 채찍을 들어 자기를 후려갈기실것이라는 예감에 전률하였다.

김일성동지께 찾아가 죄를 빌겠습니다. 그리고 처벌을 받겠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예상외로 김정숙동지께서는 별로 놀라지 않으시였다.

장군님께서 해주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그런 우려의 말씀을 제게 하신 기억이 납니다. 방학세동무가 반동분자들과의 싸움에만 편중하면서 각계층 군중들을 대함에 있어서 우리 당이 견지하고있는 믿음과 포옹의 정책에 대하여 잘못 인식하고있는것 같다시며 걱정하시였댔지요.》

《네?! 아니, 그럼…》

방학세는 놀랐다. 김일성동지께서 자기의 그러한 결함을 알고계시면서도 지금껏 내색하지 않으시고 아무런 비판도 주시지 않았다는것이 리해되지 않았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방학세의 놀라운 심정을 짐작하시고 그의 팔을 가볍게 잡아 저택현관쪽으로 이끄시였다.

장군님께선 방학세동지같이 능력도 있고 자질도 뛰여난 실무가들에겐 붙들어앉혀놓고 교양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하시였습니다. 그런 능력, 그런 자질이면 앞으로의 사업과 생활을 통하여 스스로 자기의 잘못을 깨닫게 될것이라고, 그렇게 깨닫게 된 당정책에 대하여서는 머리속에 쪼아박듯 새겨져 평생을 두고 지워지지 않을거라고 하시며 부상동지가 더 큰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우리가 자주 관심하고 바로잡아주군 하자고 말씀하시였던것입니다.》

방학세는 침을 삼키며 그 말씀을 자자구구 뼈에 쪼아새기고있었다. 자신이 너무도 작고 약하고 보잘것없는 존재로 안겨와 환멸감을 불러일으켰다.

속에서 거품같은것이 와글와글거렸지만 작은것도, 약한것도, 보잘것없는것도 사실인것이다.

방학세는 언제 어떻게 김정숙동지의 손에 이끌려 저택안으로 들어갔는지 몰랐다. 《관례대로》 김정숙동지께서 차려주시는 랭면그릇앞에 나앉았고 한그릇을 다 비우고도 역시 《관례대로》 또 한그릇을 기계적으로 청하고나서야 그곳을 떠났다.

밤이 깊어서야 집에 돌아온 방학세는 저녁상을 차려주는 안해는 돌아보지도 않고 침대우에 엎드려 쌔근쌔근 고르로운 숨소리를 내며 자고있는 어린 아들애의 머리를 한정없이 쓰다듬어주었다.

안해가 여느때없이 상기되여 들어온 남편의 신상에서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감히 묻지는 못하고 곁에 오도카니 서서 남편이 아들의 침상곁에서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대장염을 앓는다더니 좀 나은것 같구만.》

《네, 이젠 배에서 나던 꾸르륵 소리도 없어졌고 저녁밥도 한그릇을 다 먹었어요.》

《병원에 갔댔소?》

《아니요, 그 도토리묵을 가지고 치료를 했어요.》

《그러니 병이 다 납데?》

《네.》

《허허…》

《아니, 왜 웃으세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요.》

방학세는 옆방으로 건너와 담배를 꺼내물었으나 오래도록 불을 붙이지 않고 손에 든 담배대와 안해가 가져다준 재털이를 번갈아 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불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재털이에 던져버리고 안해가 미처 치우지 못하여 방 한구석에 그냥 놓여있는 쇠절구의 공이를 손으로 한번 들었다놓았다. 그는 저녁상을 차려놓고 여전히 기다리고있는 안해에게 오늘은 김일성동지의 저택에서 저녁을 먹고 왔으니 상을 내가라고 이르고는 피곤한듯 벽에다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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