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 회)

 

제 6 장

21

 

황해도 장풍군 령남면의 소릉리, 룡흥리, 곡령일대를 뒤덮고있는 송악산은 서쪽에 솟은 488. 2고지와 동쪽에 솟은 292. 1고지를 주봉으로 하여 여러개의 봉우리들로 이루어져있었는데 동쪽과 서쪽의 두 봉우리가 약 2. 5키로메터의 가파로운 긴 산줄기로 련결되여있었다.

송악산은 서울―평양 간선도로를 끼고있으면서 개성―금천사이 철길과 도로, 개성―장풍도로를 지배하고있어 적들이 송악산을 장악하면 금천을 지나 례성강에 이르는 아군의 종심깊이까지 쉽게 진공할수 있는 전략적요충지였다.

송악산의 서쪽에 솟은 488. 2고지는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 적들이 공격하기에 불리하고 방어하기 유리하였지만 동쪽의 292. 1고지는 경사도가 완만한데다 그 남쪽릉선은 적들이 도사리고있는 38도선이남의 155. 6고지와 느린 경사지로 잇닿아있었다.

그래서 적들은 지난 3월에 있은 1차침공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역시 경사도가 완만한 292. 1고지부터 장악하고 전과를 확대하여 488. 2고지를 비롯한 송악산전체를 타고앉으려고 문산에서 미제고문관놈들로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괴뢰11련대 1대대와 련대직속 하사관교육대, 문산에 있던 105미리곡사포중대와 영등포에 있던 57미리반땅크포 두개 중대를 송악산이 마주바라보이는 개성일대에 더 증강배비하였었다. 여기에 《서북청년단》, 《대한청년단》의 무장악당 1천여명과 경찰무력 3백여명까지 더 포함되여 대규모적인 공격력량을 편성하고있었다.

전투시작전에 이번 공격전투의 주력을 맡고있는 괴뢰1려단 11련대의 구분대들은 송악산 292. 1고지전방인 83. 6고지와 성균관일대, 155. 6고지의 북쪽경사면인 쑥고개일대, 대묘골북쪽 무명고지에 진출하여 공격개시신호를 기다렸다.

첫날전투는 아침 5시경부터 저녁 5시까지 온종일 진행되였는데 적들의 포사격에 뒤계선의 농가들까지 피해를 입어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최현은 증강된 아군포병들로 적들의 포무력이 도사리고있는 쑥고개일대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12시간남짓하게 벌어진 치렬한 격전끝에 적들이 쫓겨나가기는 했지만 력량을 재편성하고 또다시 달려들수 있었다.

동녘하늘이 푸름푸름 밝아오는무렵이였다. 미명을 걷어내는 안개가 거대한 전쟁의 신이 걸친 옷자락처럼 쌍방사이의 계곡을 스르럭이 핥으며 지나가고있었다. 그와 동시에 증강된 적의 포무력이 날려보내는 포탄이 허공에 떠도는 안개를 찢으며 내리꽂혔다.

최현은 전방지휘소의 포대경에서 눈을 떼고 적들의 81미리 박격포가 련이어 내동댕이치는 앙칼진 소음에 귀박죽이 멍멍하여 방금 들은 소리가 무슨 소리인가 재차 따지고들었다. 전화기앞에 앉아있던 통신병이 청을 높여 다시 보고하고있었다.

《의거하려는 부대가 분명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뭐라는거야? 더 크게 말해라!》

최현은 몇분전에 강원도일대의 38도선경비를 담당한 1경비려단장 오백룡으로부터 그곳의 린제방면으로도 1개 대대가량의 적들이 기여들고있다는 통보를 받았었다.

송악산에서 전투가 벌어지고있는 이때 적들이 린제에서도 공격을 가해오고있다면 이것은 벌써 전전선에 걸쳐 감행되는 전면전쟁의 개시나 같은것이였다. 오백룡도 바로 그래서 최현에게 전화를 걸어온것이였다.

그래서 버쩍 긴장되여있던 참인데 1려단에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던것이다. 전화수는 괴뢰군부대가 38도선을 넘어온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의 목적은 무장도발이 아니라 의거입북인것 같다는 소식을 전해주고있었다.

《그런데 의거자들속에서 반란분자들이 생겨나 의거를 거부하고 반항해나섰다고 합니다.》

《뭣이? 반란분자들이 생겼다?!》

또다시 날아온 박격포탄이 흉장 가까이에서 터졌다. 지휘소천정에 가로댔던 통나무에서 껍질이 터갈라져 부슬부슬 떨어져내렸다. 매캐한 화약내와 먼지구름이 덮쳐들었다. 눈이 쓰려 앞을 제대로 볼수도 없었다. 쓰고있던 군모와 견장우에도, 지도가 펼쳐진 작전탁우에도 부연 먼지가 한벌 뒤덮였다. 최현은 모자를 벗고 고개를 마구 흔들어 털었다.

《젠장, 하필 이런 때…》

적들의 2차송악산공격과 때를 같이한 전선동부에서의 괴뢰군 한개 대대의 의거입북사건은 즉시 전화로 내무성에 보고되였다. 당장 화력타격을 가하여 반란자들을 제압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박일우내무상은 지시가 있을 때까지 그 어떤 자의적행동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단단히 오금을 박았다. 그리고는 다른 전화기를 끄당겼다. 송수화기를 들어 김일성동지께 제기된 내용을 보고드리였다.

《그러니 의거해오는 부대가 확실하단 말이지?》

《네, 처음엔 적들이 동부에서도 공격해오는가 했는데 현지에서 우리 경비대잠복조가 다시 확인하고 보고해온것이랍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의거해온 부대의 대호라든가 인솔자의 이름같은것은 알아보지 못했는가고 물으시였다.

《그것까지는 아직 확인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의거자들의 대렬에서 반란자들이 생겨난것입니다. 그 반란자들을 잘못 다루었다가는 불집이 커질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지금 송악산에서도 전투가 한창인때여서 전면전쟁으로 화할수도 있습니다.》

《그건 무슨 소리요? 그럼 강건너 불보듯 지켜보고만 있겠다는거요?》

그이의 음성은 불시에 격해져 틀어쥐신 송수화기의 진공판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래 상동무는 전쟁만 두렵고 사람들의 생명이 꺼져가는건 두렵지 않다는거요? 그들은 어제까지는 반역의 총을 들고 우리와 맞섰던 원쑤였지만 오늘은 애국의 일념을 안고 우리를 찾아온 혁명동지들이란 말이요. 우리가 시간을 지체하면 의거해온 장병들속에서도 동요가 일어나고 그렇게 되면 반란자들에 의해 애국적인 의거자들이 역포위되여 생명을 위협당하게 되오. 동문 이런 후과를 상상해보았소?》

그이께서는 저 하나의 보신에 빠져 어쩔줄 몰라하는 박일우를 좀더 호되게 질책하고싶으시였지만 그럴 겨를이 없으시였다.

《됐소. 긴말할 사이가 없소. 그래 지금 내무성에서 38선에 나가있는 사람은 없소?》

《경비국 선전부장이 사건이 발생한 린제방면에 나가있습니다.》

《그럼 좋소.》

그이께서는 경비국 선전부장이 직접 대원들을 인솔하고 사건이 발생한 장소로 최속력으로 달려가 반란자들을 강한 화력타격으로 진압하도록 지시하시였다.

《한사람의 의거자도 빠짐없이 모두 구원해야겠소. 반란이란걸 일으켰다는 장병들도 대부분은 일시적인 충동과 뜻밖의 일을 당했을 경우에 생겨나는 생리적인 공포의식때문에 의거를 거부해나섰을거요. 그러니 그들을 제압한 다음에는 굳이 입북을 강요하지 말아야 하오. 그들이 38선을 넘어 남쪽으로 되돌아가겠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주시오. 일이 수습되면 즉시 나에게 보고하시오.》

그다음부터 그이께서는 집무실을 떠나지 않고 경비국의 통보를 기다리시였다. 30분… 한시간이 지나고 또 반시간이 흘렀다. 그이께서는 국가계획위원회에서 올려보낸 문서자료들을 보시다가 수자가 많은 그 글줄들이 잘 들어오지 않아 다른 문건을 펼쳐드시였지만 그것도 마찬가지였다. 손에 일이 잡히지 않고 자꾸만 어렴풋한 허상이 눈앞을 가리웠다. 의거자들… 반란분자들의 저항에 부딪쳐 위험에 처했다는 그들의 상상화가 떠오르는가 하면 필사적으로 그들을 향해 달려가는 경비대원들의 모습도 떠오르시였다.

그들모두의 생명이 자신의 줌안에 쥐여있기라도 한듯 그이의 손에 흥건히 땀이 내배였다.

지금까지 남조선에서 적지 않은 괴뢰군장병들이 개별적으로 혹은 소규모의 집단을 뭇고 의거해들어왔었지만 이번처럼 수백명이나 되는 대대가 통채로 입북해오는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였다.

그이께서 더는 기다리기만 할수 없어 내무성에 다시 전화를 걸어 알아보려 하시는데 먼저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경비국 선전부장이 장군님의 명령을 받들고 달려가 의거자들속에서 나타난 반란분자들을 진압했으며 그들의 의거입북을 성과적으로 보장했다는 소식이였다. 그리고 악질적으로 저항하던 장교 몇명을 제외하고는 뭣 모르고 반란무리에 끼여들었던 사병들과 장교들까지도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스스로 무기를 버리고 자기 대대장을 따라 넘어왔다고 하였다.

잠시후 내무성에서 전화가 다시 왔는데 화천쪽의 다른 경비초소에서도 괴뢰군의 한 대대가 또 의거를 해왔다는 보고였다. 그들은 춘천에 주둔하고있던 괴뢰군 8련대 1대대라고 했다. 먼저 넘어온것은 홍천주둔 2대대라고 했었다.

그이께서는 의거해왔다는 그 두개 대대의 대대장들의 이름을 일력장에 기록해넣으시며 친근하게 불러보시였다.

(강태무, 표무원…)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그들이 미덥고 자랑스러우시였다. 지금 송악산에서 전투가 한창이고 적들이 종심에 있던 부대들까지 끌어들이며 공격을 확대하려고 한다지만 38도선 동부에서는 괴뢰군의 수백명장병들이 미제가 쥐여준 노예의 총가목들을 내던지고 공화국의 품으로 찾아온것이다.

그이께서는 전화를 걸어온 박일우에게 이번에 내무성에서 큰일을 하였다고 치하해주시였다.

그를 비판하시던 방금전의 일은 개의치 않으시고 밝은 어조로 의거자들의 생활을 38경비대가 책임지고 평양으로 떠나기 전까지 잘 보살펴주어야겠다고 간곡히 이르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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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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