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회)

 

제 1 장

3

 

황해도(당시)지구의 38도선경비를 담당하고있는 제3경비려단은 1948년 6월 21일에 하달된 내무국명령 제57호에 따라 황해도와 강원도, 남포에 있던 4개의 보안대대들을 합쳐 금년 7월에 조직되였었다. 그때 새로 조직된 3경비려단의 지휘관선정이 물망에 오르자 김일성동지께서는 맨 선참으로 최현의 이름을 짚으시였고 친히 몸가까이 부르시여 38도선경비사업의 중요성과 활동방향에 대하여 하나하나 가르쳐주시였었다.

최현은 나라의 가장 치렬한 열점지역으로 남아있는 38도선경비사업을 맡겨주신 장군님의 크나큰 신임에 보답할 굳은 결의를 다지였고 그 결의를 실천하기 위해 때로는 자신이 직접 참호에 나가 경비대원들과 함께 밤을 보내군 하였다.

룡당포의 1대대병영에 도착한 최현은 대대장이 현재 전방감시소에 올라갔다고 하기에 직일병을 시켜 그를 데려오도록 하고는 앞에 자그마한 운동장까지 번듯하게 닦아놓은 대대부로 들어가 틀고앉았다.

대대장은 곧 나타났는데 혼자 오지 않고 척 보기에 이마에 모자대신 수건만 하나 감으면 전형적인 농사군으로 착각할만큼 순박하게 생긴 작달막한 경비대원 한명을 뒤에 묻혀가지고 들어왔다. 사건의 기본인물인 그 변익수라는 경비대원인듯 했다. 최현은 그는 돌아보지도 않고 대대장부터 닦아세웠다.

《말해봐! 둘씩이나 부상을 내고 부끄럽지도 않아? 근무조직을 어떻게 했게 그리 됐어?》

대대장은 잘못을 허심하게 인정한다는 투로 고개를 숙이고 군복자락을 매만지고있었는데 뒤에 묻어온 경비대원이 좀 쭈물쭈물하다가 용기를 내여 자기를 1중대 1소대 부소대장 변익수라고 소개하면서 보고할만 한가고 물어보았다.

《대대장 대변인인가?》

자세히 보니 변익수는 이마가 만만치 않게 두드러져나오고 오돌차보이는 측면도 있었지만 볕에 탄 시꺼먼 얼굴우에 뭉툭하게 솟아난 코마루며 웬만해서는 무거워서라도 잘 열리지 않을듯싶은 두툼한 입술로 하여 성미가 결곡하면서도 어리무던한듯 한 인상을 주었다. 이런 사람이 미국놈을 단속하고 나중에는 쫓아버렸다는것이 잘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저러나 그 부소대장은 《대대장 대변인》이라는 려단장의 평가를 말해도 좋다는 뜻으로 해석했는지 한발자국 나서며 낮으나 강단있는 목소리로 이번 사건에서는 대대장동지에게 잘못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흥!》

무슨 말이 나오는가 은근히 귀를 도사리던 최현은 코바람을 힝 내불었다.

《그러니 대대장이 아니라 제가 잘못했다, 이걸 말하자는건가?》

《아니, 저… 따져놓고보면 제 잘못도 없습니다.》

《녀석! 〈아니, 저〉는 또 뭐야? 좌우간 어디 뭘 어떻게 따져서 그리된다는건지 들어보자.》

최현은 은근히 처음 만나게 되는 이 작달막한 부소대장에게 정이 가는것을 느끼면서 표정은 부러 더 엄하게 지었다.

《그 미군장교를 단속한건 제가 한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구 뭐 우리 경비초소를 제가 습격한거야 아니지 않습니까.》

변익수는 이렇듯 매우 단순하고 명백한 론리로 먼저 자기에게 가해질수 있는 려단장의 무서운 추궁을 따돌려놓았다.

뜨직뜨직거리면서도 제 할말은 다 하는걸 보아 겉보기와는 달리 속에 강대가 배겨있는 젊은이같았다.

《저는 그저 임무를 수행했을뿐입니다. 경비대가 이놈저놈 지나다니는 족족 어떻게 생겼나 구경이나 하라구 있는거야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생긴것만 보고는 만족할수가 없어 단속했다. … 그래 그 량반들이 쏘미공동위원회 성원들이라고 말 안합데?》

최현은 저도 모르게 말투가 느슨해졌다. 이것은 명백히 변익수라는 젊은 경비대원에 대한 양보와 아량의 표시였다.

《말하기는 했지만 그것들이 거 어떻게나 건방지게 노는지 정말… 참을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겉보기에 어수룩해보이니 미국놈들이 얕잡아보고 흐지부지했던것 같았다. 그후에 일이 어떻게 번져졌겠는지는 뻔했다.

《그러니까 어쨌든 미국놈 다음으룬 네가 잘못했다 이거겠지?》

최현이 따지고드는 바람에 변익수는 더는 변명을 하지 못하고 얼굴이 벌개서 고개를 푹 수그렸다. 그러지 않아도 대대장에게서 닥달질을 퍼그나 당했는지 변익수는 《네, 어떤 처벌도 다 달게 받겠습니다.》

하고 기여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했다.

《됐다, 그만하자. 나가보라. 이랬든저랬든 잘못했으니 처벌은 받아야지. 그러니 오늘 하루는 움쩍말고 식당근무를 서야겠다. 알아들었어?》

변익수는 흠칠 놀랐다. 려단장에게 불리워올 때에는 총살형이라도 차례질수 있다는것을 각오하고 짐짓 비장한 표정까지 짓고 들어왔던 그로서는 처벌인지 아닌지도 분간할수 없는 려단장의 식당근무선언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던것이다.

그래서 혹 잘못 듣지 않았나 확인할셈으로 큰소리로 처벌내용을 복창해보였다.

최현은 《됐다됐다.》하며 채 듣지도 않고 그를 내보냈다.

대대장이 익수가 나간 문쪽을 이윽히 지켜보다가 최현에게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하루 식당근무나 세우는것으로 그쳐도 일없겠습니까?》

이미 변익수를 엄격하게 처벌할데 대한 내무성의 지시가 려단을 거쳐 대대에까지 하달되였던것이다. 최현이 이곳에 온것도 바로 그때문이였다. 지시는 최현이 없을 때 참모장이 받고 그것을 그대로 대대에 내려보냈는데 그 사연을 알고난 최현은 아무래도 그 일이 못 먹을걸 먹었을 때처럼 내려가지 않아 자기가 직접 이 초소의 병사들과 지휘관들을 만나보려고 하였던것이다. 만나고보니 내무성의 처벌명령을 기계적으로 집행할수는 없다는 생각이 더욱더 갈마들었다.

《괜찮아, 어떻든 익수는 처벌을 받았고 내가 그것을 집행했어. 한 잘못을 가지고 두번 처벌할텐가.》

그러지 않아도 최현은 상부에서 뭐라고 하든 관계치 않고 남북이 다 제 나라 땅이나 되는듯이 38도선을 버젓이 넘나드는 미국놈들을 언제이건 한번 단단히 혼쌀내주리라 벼르고있던 참이라 변익수가 속으로 은근히 고맙게 생각되기까지 하였다. 물론 그의 행위가 조선과 쏘련, 혹은 쏘련과 미국간의 그 어떤 외교활동에 지장을 주는것으로 될지는 알수 없으나 최현은 저에게 주먹질을 하려고 접어드는 원쑤가 공격지점을 다 차지할 때까지 가만 앉아 기다릴수는 없었다.

최현은 후날 책임추궁은 자기가 혼자 다 받더라도 병사들에게는 오직 원쑤들에 대한 적개심만을 심어주고싶었다. 병사의 생각은 단순하고도 명료하여야 한다. 적이 치면 우리는 더 세게 쳐야 한다. 이외의 복잡한 타산은 전투마당에서 통하지 않는것이다.

최현이 자기딴의 이러한 론리를 세우고있을 때 대대장 책상우의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어댔다. 대대장이 최현의 눈짓을 받고 송수화기를 집어들었다가 인차 그것을 최현에게 내밀어주었다.

《려단에서 걸려온 전화입니다. 참모장동지입니다.》

별생각없이 송수화기를 받아들고 귀에 가져다대던 최현은 잠시후에 불에 덴듯 흠칠 놀라며 껑충 뛰여일어났다.

《뭐라구?! 사실이요?》하고 되묻는 그의 목소리가 얼마나 요란했던지 곁에 있던 대대장까지 책상우의 서류들을 거두다가 와뜰 놀랐다.

잠시후 송수화기를 천천히 내려놓는 최현의 목덜미에서는 진땀이 쭉 내돋았다.

《대대장…》

방금전과는 너무도 대조되는, 세상에 자기네 려단장이 이렇게 작은 소리도 낼줄 아는가 놀랄 정도의 저음이 울려나왔다.

《내 말 듣나, 대대장? 대대를 비상소집시키고 잠복초력량을 강화해야겠소. 최대로… 최대로 긴장해서 말이야. 알겠나?》

대대장은 《최대로》라든가 《알겠나?》라고 강조하는 려단장의 지시에 깃든 의미가 어떤 무게를 가지는것인지 가늠을 할수 없어 고개를 기웃거리다 마지못해 알았다고 경례를 해보였다.

최현은 그냥 돌아서나갈가 하다가 아무래도 대대장에게만은 단단히 준비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한마디 더 보탰다.

장군님께서 곧 대대에 도착하시게 되오.》

《!…》

그다음 최현은 뒤에서 누가 붙잡으려는 사람이라도 있는듯이 서둘러 밖으로 뛰쳐나왔고 물걸레로 기관실뚜껑을 닦고있던 자기의 운전사를 무작정 운전석에 구겨박아넣고 차를 들이몰도록 했다.

30분이 지난 뒤에 최현의 차는 려단본부에 들렸다가 이곳으로 향하신 김일성동지를 모신 승용차와 마주쳤다.

풍을 씌우지 않은 찌프차우에서 쌀쌀한 가을바람을 맞을대로 맞으며 달려온 최현이였지만 차에서 내리신 그이의 앞에 마주섰을 때는 군복이 온통 땀주머니가 되여있었다.

장군님, 여기가 어디라고…》

《여전히 건강하구만. 정말 반갑소.》

김일성동지께서는 건강한 그것이 무엇보다 기쁘시여 환하게 웃으시며 최현의 손을 다정히 잡아주시였다.

《려단에 들렸댔소. 헌데 최현동무가 룡당포에 나가있다고 하더구만. 그래 마침이다 하고 곧장 여기로 왔지. 좀 멀긴 멀구만.》

《려단에… 참모장이 있었겠는데…》하고 최현은 려단의 실태를 료해하려면 참모장에게 물으시여도 될수 있었을것이라는것을 념두에 두고 말씀드리였는데 그이께서 손을 내저으시였다.

《참모장은 참모장이고… 려단에까지 왔다가 최현동무도 만나보지 않고 그냥 돌아서겠소. 그러지 않아도 어제 김책동무랑 최용건동무랑 우리 집에서 식사를 같이했는데 멀리 있어 오지 못하는 동무 생각이 간절하더군. 그래 겸사겸사해서 찾아 떠난 길이요.》

최현은 이제라도 차를 돌려 려단으로 돌아가시자고 말씀올렸다.

《내 말하지 않았소, 겸사겸사해서 떠났다고… 최현동무의 얼굴은 한번 봤으니 된것이고 이젠 38선을 지키는 우리 경비대원들을 만나봐야지. 난 평양에서 떠날 때부터 려단에 들려 최현동무랑 같이 여기 룡당포에 나와보자고 결심을 하였더랬소.》

최현은 자기가 무슨 정신에 그이와 함께 차에 올랐고 지휘관들이 정렬하여 기다리고있는 대대지휘부 앞마당에는 또 어느사이에 들어섰는지 몰랐다.

황해도의 소재지인 해주시교외의 최남단에 위치한 이곳 1대대는 최현의 3려단에서도 가장 최전방진지라고 할수 있는 경비초소였다. 일선에 배비한 경비초소들에서 남쪽으로 팔을 쭉 뻗치면 38도선이남땅을 짚을수도 있다. 서해를 찌르며 삐죽이 나온 강령반도가 해주만으로 흘러든 락사도 같은 작은 섬들을 거느리고있는 이곳은 적아간의 접경지대라기보다는 적후라고 부르는것이 더 마땅할 땅이였다. 자동총이나 보병총 같은 저격무기들은 물론 아이들이 장난하는 고무총의 사거리에도 들수 있는 초소였다.

김일성동지께서 차에서 내리시여 지휘관들과 인사를 나누시는 그 순간부터 주위에는 지금껏 있어보지 못했던 적막과도 같은것이 덮쳐들었다.

수림속에서 날아예던 새들의 지저귐도, 산중턱을 스치는 바람소리도 땅속으로, 하늘끝으로 잦아들고 흩어진듯 했다. 의례히 있어야 할 호기있는 구령소리도, 응당히 터져올라야 할 감격에 겨운 만세소리도 없었다. 누구이든 입을 벌려 그 어떤 소리를 낸다는것자체가 무서운 범죄행위로 될수 있는 초긴장이 흐르고있었다. 오직 김일성동지께서만이 우렁우렁한 음성으로 그 어떤 구애도 없이 여유작작하게 말씀하고계시였다.

《동무들이 나라의 가장 치렬한 열점지역을 맡고 수고가 많소. 오늘 누구보다 수고가 많은 여기 경비대원들이 보고싶어 이렇게 찾아왔소.》

그이께서는 현지의 지휘관들을 정겹게 둘러보시며 그들의 건강부터 물어주시였다. 잠시후 그이께서 이곳 정황에 대하여 물으시자 대대장이 다가서며 설명해드리였다.

《현재 앞계선의 해협을 사이에 두고 괴뢰경찰대무력이 전개되여있는데 그 뒤쪽 2제대계선에는 괴뢰군부대와 미군무력까지 보충적으로 전개되여있습니다.》

대대장은 괴뢰군이 38도선접경지대에 대대적으로 증강배비되고있다고 하면서 박격포, 곡사포 같은 중무기들까지 끌어들여 때없이 포사격을 가해오고있는데 대하여 구체적인 수자를 들어가며 보고드리였다.

《뒤계선에 미군부대가 배비되여있다는게 흥미를 끄는 일이구만. 우리쪽에선 쏘련군대가 철수를 시작했는데 미군은 제 나라에 돌아갈 생각은 안하고 이 열점지역에다 력량을 그냥 투하한다. … 어제 있은 도발사건에도 뭐 미군이 개입했다면서? 그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어디 들어보기요.》

최현은 사연을 그대로 말씀올렸고 오늘 자기가 이곳에 나와 그 부소대장을 직접 만나본 이야기까지 다 보고드리였다. 내무성에서는 쏘미공동위원회사업과 관련한 미군측의 행동은 쏘미량국 호상간의 외교상의 문제이므로 단속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는것과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그대로 보고드리였다.

이야기를 다 듣고나신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저 고개나 몇번 끄덕이기만 하실뿐 그 문제에 대하여서는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않으시고 대대장에게서 병실과 취사장을 꾸린 문제며 병사들에 대한 후방물자공급정형 같은것을 알아보시였다. 그이께서 취사장을 한번 돌아보고 가야겠다며 걸음을 옮기시기 시작하자 대대장은 미리 가서 준비를 시킬셈으로 함께 다니던 중대장들을 이끌고 대대부에서 조금 떨어진 아래쪽의 식당건물로 황황히 달려갔다.

최현은 장군님을 모시고 천천히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그는 자기가 보고드린 문제에 대하여 장군님께서 아직 아무런 대답도 주시지 않는것으로 보아 무엇인가 일처리를 잘못하지 않았는가 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사실 나라가 창건된 이후 그이의 어깨에 가장 무겁게 실린것이 바로 나라의 통일문제라는것을 38도선에서 살고있는 최현으로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던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내무상의 말처럼 쏘미공동위원회 미군장교들에 대한 태도를 보다 심사숙고하여 가지는것이 옳을수도 있는것이다.

문득 그는 장군님께서 무엇인가 물으신듯 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얼결에 《네, 그렇습니다.》하고 기계적인 대답을 올리다가 그이의 의아해하시는 모습을 뵈옵자 제꺽 입을 다물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한동안 최현을 그냥 바라보시다가 무엇인가 리해가 되는지 가볍게 웃으시였다.

《난 위탈이 심한데 밤에 춥게 자지는 않는가고 물었소. 헌데 정말 그렇댔구만?》

《네?! 아니, 그게 아닙니다. 그건 사실…》

최현이 숱진 눈섭을 곤두세우며 황황히 무엇인가 부정하려고 하는것을 그이께서는 손을 들어 밀막으시였다.

《됐소됐소. 알만하오. 정숙동무가 동무에게 배띠를 보냈소. 지금 내차에 있는데 잊지 말고 가져가오. 병사들과 함께 참호에서 밤을 보내는적이 많다는데 위탈을 주의하시오.》

어느 미끄러운 진흙땅을 밟았는지 최현은 자기도 모르게 비틀했다.

장군님께서 제꺽 손을 내밀어 부축해주시자 그이께 통채로 몸을 내맡기였다. 그는 그렇게 하고 떨어지고싶지 않는 걷잡을수 없는 충동을 느꼈다.

최현은 대대식당이 눈앞에 닥치고 활짝 열린 취사장문을 통해 뜬김이 서려나오는것을 보고서야 그이의 뒤로 조금 떨어졌다.

그이께서 취사장에까지 찾아오실줄은 모르고있다가 방금전에야 중대장에게서 련락을 받은 변익수는 수하의 취사당번대원들과 함께 어쩔바를 모르고 헤덤비고있던 참이였다. 그러다나니 그이께서 들어서시였을 때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경례를 올렸다.

그렇게 하고싶었다.《1중대 1소대 부소대장 변익수 현재…》

《수고들이 많소. 어디 그 손들이나 좀 잡아보기요. 취사복이 제법 잘 어울리누만.》

김일성동지께서는 흥분으로 벌겋게 달아오른 취사당번대원들의 손을 잡아주시고나서 변익수를 찬찬히 다시금 훑어보시였다.

《그러니 동무가 미군장교들을 혼쌀내고 그 덕분에 처벌을 받은 부소대장이로구만. 그래 려단장의 처벌에 무슨 의견은 없소?》

《없습니다.》

변익수는 장군님께서 이미 자기가 저지른 일을 다 알고계신다는것을 짐작하고 풀이 죽어 대답을 드렸다.

《그런데 난 의견이 있소. 처벌이 너무 경해.》하고 그이께서 말씀하시는 바람에 더우기 시르죽은 모양이 되여갔다. 최현도 역시 버쩍 긴장되여 그이의 다음말씀을 기다렸다.

《좋소. 부소대장문젠 오늘 식사준비를 어떻게 했나 보고 다시 좀 생각해보자구.》

그이께서는 롱담인지 진담인지 가릴길 없는 어조로 말씀하시며 방금 쪄낸 빵무지가 쌓여있는 당반으로 다가가시였다.

빛갈이 노르끼레하고 부풀기도 잘한것이 최현이 보기에는 맛이 괜찮을것 같았다. 그이께서도 겉보기엔 괜찮은것 같다시며 몸소 빵을 한쪼각 떼여내여 맛을 보시였다.

최현이며 대대장이며 중대장들과 취사당번들모두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그이의 모습을 우러러보았다.

그이께서는 무슨 일인지 다른 빵을 하나 더 손에 드시고 최현에게도 맛을 보라고 권하시는것이였다.

최현은 얼결에 그것을 받아들고 한쪼각 떼여냈다.

《그래 맛이 어떻소?》

《네… 그만하면 괜찮습니다. 약간 텁텁한감이 들기는 한데…》

《그것 보우. 확실히 소다가 많이 들어갔소. 이거 혹시 처벌근무 세운 려단장에 대한 불만의 표시가 아닌가?》

질문은 처벌식당근무를 나온 변익수를 돌아보며 하신것이였다. 변익수는 손건사, 눈건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거렸다.

《소다를 많이 두면 빵이 부풀기는 잘해도 맛은 없어지오. 그리고 건강에도 좋질 못해. 적당히 두라구.》

이어 그이께서는 김을 올리고있는 밥가마뚜껑을 열고 밥맛도 보시고 그옆의 국가마에서 기름이 한벌 깔린 두부국도 한술 떠서 맛을 보시였다.

그러시고는 변익수에게 피뜩 시선을 보내시였다가 최현에게로 다시 시선을 돌리시였다.

《려단장동무, 이거 저 동무를 좀 용서해주자고 했댔는데 안되겠습니다. 밥도 국도 다 락제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변익수에게 밥죽에 붙은 밥알들을 가리켜보이시였다.

《좀 보라구, 부소대장! 밥이 너무 꼬실꼬실해졌소. 좋은 밥가마를 두고 왜 이렇게밖에 못하오. 우린 산에서 싸울 때 밥가마가 없이도 밥을 곧잘 지어먹었댔소. 국은 또 기름이 많다는것을 시위할셈으로 이렇게 기름범벅을 만들어놓았소? 반대로 소금은 또 상당히 아낀것 같구만. 려단장동무도 와서 맛을 좀 보오.》

김일성동지께서는 손수 국가마를 다시 열고 국을 한숟가락 떠서 최현의 앞으로 내미시였다.

최현은 기계적으로 그이의 손에서 숟가락을 받아들고 맛을 보았다.

잔뜩 긴장되여있는 그로서는 그 맛이 어떤것인지 도저히 분간할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네, 좀 싱거운것 같습니다.》하고 어정쩡하게 중얼거렸다.

《아니, 그저 싱겁기만 해서 그런것 같지도 않소. 어딘가 국물에서 다른 냄새같은것이 나오. 여기 식당에서 쓰는 물은 어디서 끌어온거요?》

《식당뒤에 우물이 있습니다.》

대대장이 한걸음 나서며 바짝 말라든 입술을 추길 기회라는듯 제꺽 대답을 올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뒤문으로 하여 우물가로 나오시였다. 그이께서 손짓으로 드레박을 가리키시자 그 의도를 제꺽 눈치챈 익수가 드레박을 우물안에 떨구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익수가 퍼올린 드레박의 물을 한동안 들여다보시다가 누가 말릴 사이도 없이 두어모금 맛을 보시였다.

최현은 아연하여 드레박을 붙잡았다. 그때 김일성동지의 존안에는 이미 미소가 사라지고 근엄한 표정이 어려있었다.

《수질이 좋지 않소. 확실히 좋지 않아. 우물이라는게 물량이 보잘것없는데다가 깨끗치도 못하니 이런 물을 그냥 마시다가는 군인들이 늘 배탈을 만나가지고 있겠소. 대대장동문 이런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겠는데 왜 대책을 세우지 않았소? 이 38도선에서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군인들의 건강을 잘 돌보는것이요. 대대장이 이것은 잘못했소. 일이 정말 잘못됐소.》

《사실 수도공사에 필요한 자금은 이미 받았는데 수도관이 없어서 아직까지 공사를 못하고있었습니다.》

《려단장인 제가 미리 나와보고 대책을 세웠어야 했습니다. 려단방어선이 길고 초소가 많다는것을 구실로 멀리 떨어진 여기까진 미처 관심을 돌리지 못했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됐소. 려단장동무와는 좀 있다 따로 이야기할게 있소.》

최현은 따로 이야기할것이 있다고 하실 때 그이의 표정을 피뜩 스치는 근엄한 기운을 느끼고 속이 얼어들었다.

《황해도에서 책임지고 수도를 놓아주도록 해야겠소. 공사에 필요한 로력은 가까이 있는 해주시민들을 동원하여 해결하고 자재는 도당이나 도인민위원회에서 보장해주도록 합시다. 우리 군인 한사람한사람의 건강은 그까짓 미군놈 열백보다 더 귀하단 말이요. 음?! 이걸 잘 알아야 해.》

그이의 마지막말씀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져있는듯 했다. 아닌게아니라 그이께서는 곧 익수를 향해 돌아서시여 미군장교들을 단속했던 일을 상기시키시였다.

《부소대장동무도 그렇소. 미군놈들을 단속하겠으면 다시는 머리쳐들 엄두도 못 내게 되게 다스려야지 곱게 가주십사 하고 쫓아보내기만했다는게 말이 되는가? 어떻게나 허술한 구석을 뵈였으면 보복하겠다고 주구들을 내몰아 덤벼들게 한단 말이요, 음?! 어디다 대구! 여기가 뉘땅이길래! 이 땅이 그래 조선사람거요, 미군놈거요?!》

그이의 지적은 최현이 짐작했던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향해온것이였다. 변익수도 놀라운듯 눈을 크게 뜨고 김일성동지의 엄격하신 모습을 우러렀다. 대대장도 놀랐고 둘러섰던 중대장들도 모두 놀라와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려단장이 이미 처벌을 주었으니 다른 처벌을 더 주지는 않겠는데 앞으로는 오늘의 일을 교훈으로 삼고 조선사람을 허술히 보고 덤벼드는 미군놈들을 오금이 저려나게 혼쭐을 내야 한다고 강조하시고나서 익수를 돌려보내시였다. 이어 그이께서는 대대장과 중대장들에게로 차례로 시선을 보내시며 대대병영이 적당한 곳에 자리잡지 못한것 같다는 지적을 하시였다.

《우선 지휘관들이 아직 각성이 부족한것 같소. 놈들은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항시적으로 칼을 벼리고있는데 우린 지금 대대부건물이나 진지들의 위장을 잘하지 못했소. 대대지휘부 같은건 번듯하게 잘 일떠세우기는 했는데 미학적인 측면이 아니라 군사적인 측면에서 보면 개활지대에 완전히 로출된 상태로 있거던. 내 보기엔 지금 동무들에게는 미제국주의와 계급적원쑤들에 대한 각성이 부족한것 같소. 38선을 지켜선 초병들의 각성이 무디여지면 나라가 위험에 빠지게 되오. 이런 측면에서는 동무들 지휘관들이 이자 그 부소대장동무의 모범을 따라배워야 하오.》

김일성동지께서는 얼굴을 들지 못하는 지휘관들에게 가급적으로는 대대지휘부부터 다른 곳에 옮기도록 지시를 주시고나서 려단장과 할 말이 있으니 동무들은 먼저 가보라고 하시였다.

대대장이 중대장들과 함께 돌아가자 최현은 그이께서 이제 무슨 말씀을 하시겠는지 너무도 긴장하여 목안이 다 타들어가는것만 같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최현이 아니라 깊이를 알수 없는 어둑컴컴한 우물안을 들여다보며 말씀하시였다.

《최현동무, 내 오늘 새삼스럽게 정치선전을 하자는것은 아니지만 지휘관의 의무를 더 정확히, 성실히 수행하자면 나라의 정치정세에 대하여 그 누구보다 민감하게 파악하고있어야 한다는것만은 이야길 좀 해주고싶소.》

최현은 그이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것인지 어렴풋이 짐작이 갔지만 딱히 이것이다 하고 짚을수는 없어 정신을 바싹 도사리였다.

《내 보기엔 이자 그 부소대장을 처벌한게 잘된 일같지 않소. 식당근무도 처벌은 처벌이 아니겠소. 어째서 그렇게 했소?》

《…》

《동문 미군놈들의 거만한 꼴도 보기 싫어했고 변익수의 행동에 대하여 일정한 련대성도 느꼈소. 병사들에게 투철한 대적관념을 심어주어야 한다는것도 알고있었소. 그런데 그에게 왜 처벌을 주었소? 쏘미공동위원회사업을 훼방하는것이 나라의 통일에 저애가 되는 일이라는 내무상의 주장에 본의든 본의아니든 일정하게 동조했기때문이요. 안그렇소? 솔직히 말해보우.》

별안간 그이께서는 몸을 돌려 최현과 마주서시였다. 최현은 그이의 시선을 차마 마주할수 없어 괴롭게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네, 옳습니다.》하는 한마디를 하기까지 혼신의 힘을 다 짜낸듯 속이 후들거렸다.

《이것 보오, 려단장동무. 쏘미공동위원회가 모스크바3상회의에서 조선에서의 자주독립적인 국가창설을 협조하기 위해 조직된 기구인것만은 사실이요. 바로 그렇기때문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창건된 오늘날에 와서는 쏘미공위라는것이 존재할 필요성이 자연히 없어지게 되였소. 헌데도 아직 그걸 턱대고 드나드는 미군놈들이 있다니 그 속심이 무엇이겠소. 놈들은 결국 전조선적인 총선거에 의해 창립된 우리 국가를 국가로서 인정하지 않는다는것이요. 결국은 그것이 〈5. 10단독선거〉에 의해 조작된 리승만〈정권〉을 내세우는것으로서 북남간의 완전한 분렬을 꾀하려는 흉책에서 출발한 행위란 말이요. 통일, 통일을 위해 미군을 다쳐서는 안된다. … 이것이야말로 얼마나 위험한 사상인지 빨찌산출신 경비대지휘관인 동무가 모를리는 없소. 그러면서도 내무상의 그런 얼빤한 주장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이였거던. 그래 지금 통일이 왜 안되고있소? 그건 남조선에 주둔한 미군놈들때문이요. 이런 놈들을 단속하고 쫓아버린것은 처벌감이 아니라 표창감이지. 지금 우리에게 있어서 최대의 과제로 나서는것은 조국통일이며 그를 위해 한시바삐 해야 할것이 남조선에 주둔한 미군을 내모는것이요.》

김일성동지께서는 돌덩이처럼 굳어져버린 최현의 앞을 몇걸음 거니시였다.

최현은 눈앞이 흐리흐리해졌다. 아니, 흐리터분하던 앞이 갑자기 확 들리는듯 했다. 그이의 지적이 최현에게 있어서는 다행스러운것으로 여겨졌다. 병에 걸린 환자가 병을 고칠 약을 구했을 때와 같은 심정이였다. 약은 쓰지만 건강을 되찾아준다. 그래서 환자들은 약을 먹을 때 쓰다는 생각보다 소생의 래일을 먼저 생각하는것이다.

《내가 너무 격했던것 같은데 량해하시오. 사실 내각이나 당중앙에 있는 몇몇 일군들속에서도 그런 경향이 나타나고있소. 외무성에서 입수한 몇건의 외신자료들을 놓고 은근히 기대를 가지는 사람들이 나타나고있소. 최현동무, 나는 바로 그래서 이곳을 찾아왔소.》

《!…》

최현은 흠칠하게 되였다. 어쩐지 바늘끝같이 예리한 그 무엇이 자기의 심장에 날아와 박힐듯 한 예감에 휩싸였다.

《만약 여기 38도선에서까지 우에 앉아있는 몇몇 각성되지 못한 일군들처럼 미군에 대한 환상에 물젖으면 어떻게 되겠소. 동무들이 탕개를 늦추고 남조선을 강점한 미군에게서 그 어떤 기대를 가지게 된다면 그때는… 그때는 나라가 영원히 둘로 갈라지고마오. 38선이 적대국가들사이의 국경선으로 되고마오. 미제는 결코 조선땅에서 쉽게 발을 떼려 하지 않을것이요.》

최현은 그이를 따라 기계적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느사이에 그는 벌써 지휘부앞마당에 세워진 장군님의 승용차에까지 이르게 되였다. 그곳에는 변익수며 부대지휘관들이 그이를 배웅해드리기 위해 기다리고있었다. 차에 오르시기에 앞서 지휘관들에게 믿음과 격려가 어린 시선을 주시던 김일성동지께서는 제일 끝에 송구한 표정으로 서있는 익수를 손짓으로 부르시였다. 익수는 두눈을 슴벅이며 황급히 다가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순박해보이면서도 온몸의 근육이 어딘가 한곳으로 단단히 몽친듯 한 변익수의 탐탐한 몸을 이윽토록 대견하게 바라보시다가 고향은 어디인가고 따뜻이 물어주시였다.

변익수는 황해도 금천이라고 겨우 입을 열어 대답올렸다.

《금천… 금천 어디게?》

《서천면 시변리라구…》

《아, 산골이구만. 거기도 물때문에 논농사하기가 힘들지?》

익수는 장군님께서 자기 고향의 실태를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는가 하여 숙였던 고개를 버쩍 들었다.

《그래 고향소식은 종종 받군 하나? 올해농사형편은 어떻다오?》

《저…》

변익수가 대답을 못하고 쭈밋거리자 대대장이 나서서 대신 대답을 올렸다.

《이 동무는 부모가 없습니다. 고향에 석반월이라구 약혼한 처녀가 있어 그에게서 때때로 편지를 받아보군 하댔는데 그 처녀가 요즈음엔 저 해주에 있는 외삼촌집에 와서 무슨 학교를 다닌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고향소식을 잘 모릅니다.》

《그렇게 됐었군.》

그이께서는 송구스러워하며 고개를 들지 못하는 변익수의 손을 잡아 가까이로 당기시고는 어깨를 두드려주시였다.

《약혼녀가 있다니 좋은 일이구만. 내 앞으로 금천에 들릴 일이 있으면 동무고향에도 한번 꼭 가보겠소. 대신 동문 초소를 굳건히 지켜야 돼. 앞으론 공화국경비대원앞에서 건방지게 노는 미군놈들을 그렇게 순순히 쫓아버리지 말라구. 조선사람을 허술히 보고 접어들었다간 일생을 후회하게 될거라는 교훈을 새기게 좀 되게 다스려놓아야 해. 동무 개인의 인격이 아니라 민족의 자존심을 걸고말이요. 알겠소?》

장군님, 고맙습니다. 알겠습니다.》

변익수는 어느사이 눈물이 글썽하여졌지만 기운차게 대답올리며 허리를 힘껏 폈다.

그이를 모신 승용차는 떠나갔다. 떠나시기에 앞서 그이께서는 차에서 꺼낸 두툼한 솜배띠를 최현의 손에 쥐여주시고 건강을 잘 돌보라고 몇번이나 반복하여 당부하시였다. 최현은 그이의 승용차가 사라진 굽이길쪽으로 시선을 준채 길 한복판에 오래도록 박혀있었다. 대대장이며 변익수며 지휘관과 병사들도 그이께서 떠나가신 길가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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