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 회)

제 4 장  왕실의 어의

1

 

이마살을 찌프리고 앉아있는 내의원의 판관(종5품)인 함치우의 주위에 의관들이 물웅뎅이에 싸그쟁이 끓듯 오구구 모여 입방아를 찧고있었다.

《허참, 기가 막혀서…》

입을 다시는 함치우의 눈치를 보며 주부가 조심스레 물었다.

《판관어른, 무슨 언짢은 일이 생겼수?》

나이가 함치우보다 서너살 우인 주부(종6품)는 함치우와 막역한 사이여서인지 저보다 품계가 우인 그를 너나들이로 대하였다.

좁은 이마에 내 천자를 가로 그으며 입을 다시던 함치우가 주부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우리 내의원에 의관이 한명 들어오는데 판관으로 봉했다누만.》

주부의 얼굴이 뚝 굳어져버렸다.

《그건 무슨 소리요?》

《그러니 판관인 날 비롯해서 모두의 벼슬품계가 하나씩 내려가야 할것 같소.》

내의원에서 판관직은 하나뿐이다.

《헌데 어떤 의관이길래 품계를 그렇게 훌쩍 뛰여넘어 들어오자마자 판관으로 된다우?》

《나도 자상히는 모르겠으나 류희춘대감을 비롯한 어른들이 의술에 능한 명의라 하며 전의감에 있던 그를 내의원으로 옮기면서 그렇게 봉하자고 건의했다는가 보오.》

《대체 의술이 어느 정도이기에 그런다오?》

함치우가 시답지 않게 대척하였다.

《의술이 능해야 우리나 도토리 키 대보기겠지. 명의요 뭐요 하고 소문난다는게 다 제가 다니면서 소문을 내는거야.

요즘에야 말 잘하고 약삭바르며 뒤에서 밀어주는 든든한 줄만 있으면 명의라고 소문나는 판인데 의술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필요가 있겠소.》

다른 의관들이 함치우의 말에 머리를 끄덕거렸다.

그럴수밖에 없는 의관들이였다. 저들은 내의원에 들어와 계단을 오르듯 힘들게 한품계한품계 톺아 지금의 벼슬에 이르렀는데 대체 어떤 놈이기에 발을 들이밀자바람으로 판관의 벼슬을 차지하고 저들이 애써 톺아온 벼슬직을 한등급씩 내리떨군다니 과연 이게 있을번 한 일인가.

이러한 공통된 심리로 수군거리고있는 의관들을 둘러보며 함치우가 잔잔한 호수가에 돌멩이 던지듯 한마디 내뱉았다.

《헌데 그놈이 서얼이라더군.》

《부친은 뭘한다우?》

주부가 묻는 말에 함치우는 《그전에 룡천군수를 했다는데 지금은 북망산에 가고 없지.》 하고 내뱉았다. 서얼출신이 벼슬을 하려면 적어도 부친이 정2품 벼슬관이여야 했다. 그런데 부친이 종4품 군수라니 의관들은 펄쩍 놀랐다. 함치우는 그들을 눈가에 묘한 웃음을 짓고 바라보았다.

얼굴이 넙적하고 광대뼈가 불거져나온 의관 완칠이가 함치우앞에 나서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

《서얼이 어떻게 조정의 내의원에 들어온다는거요? 그것도 품계를 뛰여넘어서 단번에 판관벼슬에 오를수 있소이까. 망녕이로군.》

의관들의 마음을 한껏 충동질한 다음 함치우는 자기는 전혀 그에 의견이 없다는듯 한마디 던졌다.

《쉬- 그러다가 잘못 걸릴수 있네. 작년 겨울에 임금님의 병을 그 량반이 진찰했다누만. 이건 그가 전의감에 있을 때 벌써 조정에 든든한 배경이 있었다는건데 자네들은 그걸 알고 입부리를 함부로 놀리지 않는게 좋아.》

여기 내의원의 의관들모두는 본관과 신분이 그쯘한 말그대로 지체높은 량반가문의 출신들이였다. 완칠이만 보아도 그의 사촌형이 다름아닌 산음현감 완기이다. 도무지 리해가 되지 않는듯 저저마다 중구난방으로 한마디씩 하던 의관들이 함치우의 말에 입을 다물고 서로의 얼굴들만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누가 먼저 말을 꺼냈는지 서얼출신이 내의원에 들어오는것은 전례에 없는 황당한 일이라느니 또 그런 비천한 신분으로 내의원에 들어왔다는것을 보면 뒤배경에 나는 새도 주머니에 넣는 세도가가 있다느니 아니면 금전으로 뢰물질해서 들어왔다느니 하면서 제나름으로 떠들어댔다.

한창 벅작 고아대는데 범이 제 소리를 하면 온다고 잠시후 리조정랑이 그 당사자인 의관을 데리고 나타났다.

《이분이 내의원 판관으로 임명된 의관이요.》

각이한 눈길이 일시에 리조정랑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의관에게로 쏠리였다.

그 의관이 례의를 차려 머리숙여 인사를 하였다.

《허준이라 하옵니다.》

함치우는 시틋한 눈길로 허준을 치떠보았다.

《자네가 명의라고 소문짜한 그 허준인가? 하여튼 좋은 일이지. 우리 내의원이 자네가 있어 활기를 띠겠구만. 자네가 단번에 등급을 뛰여넘어 판관으로 임명되여왔지만 여기 이 의관들은 다 선배이니 잘 처신하길 바라네. 그리고 한마디 주의줄것은 여기 모인 이들은 문벌과 본관이 뜨르르한 량반출신들이니 자네보다 벼슬품계가 낮다고 해도 그들을 잘 대해주라는거네.》

비양기가 다분한 말이였다.

허준은 첫 대면부터 시까스르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아찔하였다. 분명 이는 자기가 서자라는것을 념두에 둔 말이였고 단번에 판관직에 등용된데 대한 밸꼴린 시기심이였다.

허나 그는 자기를 다잡았다.

어머니의 상사를 치르고 산음고을을 떠날 때 큰뜻을 이루어내는 길에 갖은 고초와 수모를 겪을수 있다고 강조하던 스승의 모습이 그 순간 눈앞에 떠올랐기때문이였다.

어떻게 그 방을 나섰는지 허준은 알수 없었다.

시원한 바람이 허준의 얼굴을 스치며 지나갔다.

어머니의 삼년상을 미루고 류이태의 바래움을 받으며 다시 한성부로 올라온 후 어느덧 한해가 흘렀다. 그 한해동안 허준은 이를 악물고 치료를 하면서 의서집필을 위한 준비를 해나갔었다. 그의 의술은 하루가 다르게 더욱더 높아졌다. 어머니의 분묘앞에서 의원으로서의 자기의 무능력을 혀를 깨물며 후회한 허준이여서 그는 이 세상의 모든 병을 다 고치려는 야심밑에 하루하루 뇌심초사하며 의학이라는 학문을 파고들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잡도리를 가지고 허준은 달라붙었다.

무슨 병을 하나 치료하여도 다시금 따져보고 종전의 치료법과 대비고찰하면서 자기식으로 새로운 치료법을 완성해나가기 시작하였다.

낮에는 병자치료로, 밤에는 의학연구로 언제 날이 가고 달이 가는지 몰랐다. 그 나날에 그의 의술은 비약적으로 높아졌고 불치의 병이라 주저앉은 병자들도 그 손이 한번 가닿으면 언제 앓았던가싶이 병을 털어버리고 일어났다. 그 나날에 의서집필의 자료는 차곡차곡 쌓여졌고 이제는 의서를 쓸 준비가 다 되였다고 할수 있었다.

그러던차에 국왕의 병을 진찰한것으로 하여 그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류희춘은 마침 이때라고 생각하고 그를 내의원 의관으로 등용할것을 건의하였고 그 결과 1576년에 허준은 내의원의 판관으로 임명되였던것이다.

허준은 앞으로 내의원 의관으로서 자기의 걸음이 생각밖으로 헐치 않으리라고 직감하였다.

허나 범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똑똑하면 살아난다고 하지 않던가.

내의원의 의관들속에 아무러면 정직하고 대바른 의원이 없겠는가. 지금은 그들이 자기를 몰리해하고 시기질을 하여도 함께 일하면서 서로의 의술을 교환하고 또 배우느라면 리해할 날이 꼭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더구나 방대한 의서집필은 자기 혼자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조건에서 그들과 뜻을 함께 하고 마음을 합쳐야 하는것이였다.

의학이라는 길에 나선 사람들은 사람의 생을 연장시키고 건강한 몸으로 장수하라고 병을 치료하는 의로운 사람들이 아닌가.

모든것은 자기가 어떻게 처신하고 사람들을 너그럽게 대하는가에 그리고 뜻이 맞는 지우들을 찾아 일해나가는데 달렸다고 허준은 생각하였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개운하고 새 힘과 의욕이 솟구쳤다.

허준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저 멀리 어머니가 누워있는 남쪽하늘가를 바라보았다. 저 푸른 하늘 어딘가에 사랑하는 어머니가 잠들고계시는 산음고을이 있다. 그리고 이제나저제나 자기가 품은 뜻을 굽히지 말기를 바라는 스승이 계신다.

허준은 아무런 내색을 보이지 않고 치료에 집중하여 자기의 의술을 남김없이 발휘해나갔다. 처음에는 그를 시기질하고 뜨아하니 여기던 의관들이 언제나 진중하고 말없이 병치료를 해나가는 그의 인간됨과 뛰여난 의술에 공감하면서 그에 대한 경계심이 눈녹듯 사라지고 그를 새로운 눈으로 보기 시작하였다.

밤이면 밤대로 허준은 의서의 구성안을 세우는데 총력을 집중하였다.

이즈음 허준은 의서의 첫번째 편으로 되는 《내경편》에 대한 구성안을 무르익히고있었다.

(<내경편> 이라… <내경편>, 이 편에서는 정, 기, 신, 혈, 진액에 대하여 취급해야 한다. 그리고 오장륙부의 기능도 취급하고…)

《내경편》의 줄거리는 불과 몇줄 안되지만 그에 담아야 할 내용은 실로 방대하였다.

《기》(생명과 생명의 활동을 유지하는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이라고 본 고려의학적견해)만 보아도 그랬다. 글자는 한글자였지만 그 범위와 심도는 넓고 깊었다.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저녁상을 물리자 허준은 자료를 훑어보며 사색에 잠겼다.

(기는 선천의 기와 후천의 기로 나눈다.…  선천의 기는 태반을 통하여 생겨나고 후천의 기는 호흡의 기와 음식물에서 받은 기가 합쳐져 생기는데 이것을 진기 또는 원기, 정기라고 한다. …원기가 약하고 정기가 쇠약하면 맥을 못 춘다는 말도 바로 여기에서 유래되였다.… 몸겉면에서 방어적기능을 수행하는 기를 위기라고 한다.… 가슴속에 있는 기는 대기 또는 종기라고 한다.… 혈맥속에 있으면서 몸의 영양을 돕는 기를 영기라고 한다. 오장륙부에도 기가 있는데 이것을 장부의 이름을 붙여 간기, 심기, 위기, 페기 등이라고 한다.… 기에서 중요한 기는 신기(정신활동)와 심기(심장의 기)인데 오장륙부에 신기가 잘 도달해야 할뿐아니라 심기가 실하여 혈을 잘 보내주어야 장부가 제구실을 하고 몸이 건강할수 있다.… 기를 너무 피로케 하면 끊어진다. 만약 기가 소모되면 몸이 쇠약하여 오래 살수 없다.)

허준의 사색은 여기서 끊어졌다. 설유가 소리없이 다가와 허준에게 꿀물을 권했다.

《좀 쉬염쉬염 하세요.》 하면서 설유는 종이장들을 뒤적거리더니 맨 앞장에 쓴 글을 보고 나직이 읽었다.

《<내경편> -》

《그렇소. 의서의 한개 편이 바로 <내경편> 이 되여야 할것 같구만.》

설유가 허준의 얼굴을 정답게 바라보았다.

《힘드시지요? 얼굴이 몹시 축갔어요. 내의원일도 복잡하겠는데 밤을 패며 이렇게 일하시니 몸이 어디 견디겠어요?》

허준은 설유의 두눈에 비낀 자기의 모습을 찾아보려는듯 그윽한 그 눈을 유심히 응시하였다.

설유가 눈을 깜박거렸다.

《왜, 제 눈에 티가 들어갔나요?》

허준이 빙그레 웃었다.

《아니, 난 아무리 힘들다가도 당신의 그 두눈만 들여다보면 피곤이 싹 없어지고 온몸에 의욕이 넘쳐난단 말이요. 알겠소? 그러니 당신의 그 사려깊고 아름다운 두눈만 날 지켜보면 그 어떤 일도 힘들지 않소.》

《!… 》

설유의 얼굴에 행복의 미소가 출렁거렸다. 호심같이 그윽한 두눈가에 핑 물방울이 맺혔다. 허준은 한손을 들어 미소짓는 설유의 상기된 뺨에 가볍게 대였다. 설유가 두손으로 자기의 얼굴에 와닿은 허준의 손을 꼭 잡았다.

반년세월이 흘렀다.

어느날 태의 양례수가 밑도끝도 없이 함치우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래, 새로 온 의관의 의술이 어떻던가?》

태의라면 내의원에서 제일가는 의원이다. 의술이 제일 높은 양례수는 근간에는 나라님의 병을 치료하고 왕실의 치료를 전업으로 하는 어의를 대신하여 대궐로 드나들고있었다.

의관들속에서 이제 양례수가 늙은 어의대신 어의가 될것이라고 쉬쉬거리는것은 결코 우연한 말이 아니였다. 그래서인지 양례수의 걸음새며 말투를 비롯한 행동거지가 이전과 달리 별나게 틀지다는 말까지 나돌고있었다.

그 양례수가 묻는 말이였다. 그 물음에 담긴 의도가 무엇인지 가늠이 되지 않아 함치우는 미적지근하게 대답하였다.

《네, 그저 그리하지요. 뭐 괜히 소문만 요란하지 치료의 술법과 효험은 우리와 피장파장 하오이다.》

《음, 그렇단말이지.…》

그때로부터 1년이 지난 뒤 양례수가 다시금 함치우에게 꼭같은 질문을 하였다

《그래, 허준의 의술이 어떻던가?》

야릇한 물음이였다.

의술에서의 실력이라는것은 아무리 깎아내리려고 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반드시 인정되는 법이다.

허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1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속에 허준의 의술은 다른 의관들과는 구별되면서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던것이다.

이제 와서 양례수가 결코 허준의 의술을 몰라서 이런 물음을 하는것은 아니였다.

판관이였던 함치우는 허준이 내의원에 들어온 첫날부터 불만과 질시의 감정을 품었다지만 태의인 양례수는 허준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이즈음에 와서 자기가 의술에서 그한테 눌리울수 있다는 위구심이 들었다고 해야 옳을것이다.

당시 양례수는 선조까지도 인정하고있는 나라안의 명의였다고 그때의 기록들은 전하고있다.

1579년 11월 선조가 갑자기 앓아 시약청을 내왔는데 이때 임금의 병치료에는 제주 류전의 소개로 양례수가 인입되였으며 20여일이 지나 임금의 병이 낫자 약방 도제주 로수신에게 길들인 말 1마리와 표범가죽으로 만든 깔개 1장을 주었으며 제주 류전과 윤탁연에겐 품계를 올려주고 범가죽 1장을 주었으며 내의원 의원인 양례수는 품계를 돋구어 가선대부(종2품)로 올려주었다고 한다. (《선조실록》권13 기묘년 11월 경오일, 계사일)

이런 양례수였기에 새로 내의원에 들어온 허준의 의술이 소문이 나자 은근한 경계심과 위구감을 가지고 그를 주시해보고있었다. 한편으로는 시골에서 올라온 젊은 허준이 어떻게 되여 그 짧은 기간에 의술로 소문났을가 하는 은연중의 감탄도 포함되여있었다.

결국 허준이라면 덮어놓고 질시하는 함치우와 의술이 나라안에선 제일이라는 자기의 지위가 허준이로 하여 흔들릴수 있다고 여기는 양례수의 불안한 심기가 서로 어울리는 대화였다.

양례수는 함치우의 입에서 허준에 대한 좋은 소리가 나올리 없다는것을 뻔히 알고있었다.

《네, 치료를 하는것을 보면 우리나 뭐 특별한거야 있겠소이까.》

《임잔 남을 평가하는데서 야박하구만. 그래두 그가 의술이 용하다구 내 귀에까지 들려오던데 그렇게 말하면 되나.》

짐짓 함치우를 나무람하는 양례수였다. 함치우는 그 말뒤에 숨은 의도가 무엇인가고 머리를 굴리며 언듯 양례수를 곁눈질해보았다. 도저히 그 속심을 알수 없었다.

왜 허준에게 관심이 클가? 단순한 호기심인가, 아니면 위구심인가.

함치우는 자기의 머리로 이 태의어른이 허준을 은근히 경계한다고 판단하였다. 하긴 그럴수 있었다. 이 내의원에서 자기 의술이 제노라고 하던 양례수가 아닌가. 그러나 허준이가 온 뒤로 그한테 밀리고있었다. 처음엔 허준을 아니꼽게 보던 의관들도 이제는 모를것이 있으면 허준에게 물어보고서야 병을 치료하군 한다. 그만큼 허준이가 의술이 높다는것을 보여준다. 그러니 이 태의어른도 가시밭에 앉아있는것만큼이나 편안치 않을것은 뻔하지 않는가.

함치우는 앙례수의 심기를 지레 넘겨짚고 아닌보살하며 허준을 시비질하였다.

《아, 그거야 허준이가 우리보다 말재간을 잘 부리고 어르신들한테 아첨을 잘 하니 그렇게 소문난것이지요. 그에 비하면 우리야 참말로 우둔하다고 할 정도로 고지식하지요. 전혀 아첨을 부릴줄 모르니깐요. 그러나 우리의 의술이야 도토리 키 대보기이지요.》

양례수는 함치우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길 바랐다.

처음엔 류희춘대감이 뒤에서 밀어주었고 그후엔 또 대감들이 허준한테서 병을 고쳤다더니 아마 그래서 소문이 난게 분명하다고 양례수는 짐작하였다.

함치우는 자기의 입에서 다른 험창한 말이 나올가 하고 기대하고있지 않나 양례수를 슬쩍 일별해보고 한마디 더 하였다. 물론 양례수가 그에 대해 모를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참, 허준이 서얼이라고 합디다.》

아니나다를가 양례수는 그에 대해 듣다 첫소리라는듯이 놀라는 기색이였다.

《뭐, 뭐? 서얼출신이라구? 그 무슨 날벼락 맞을 소린고? 어떻게 그런 사람이 내의원의 벼슬관이 될수 있는고? 변괴로다!-

내의원에 그런자가 있다는것은 백로무리속에 까마귀가 끼운것이나 다름없거늘, 조정의 기강이 점점 그런 천한 잡종들로 해서 흐려지는걸세.》

함치우는 양례수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맞장구를 쳤다.

《그럼요. 태의어른의 말이 참으로 적실하오이다. 요즘은 어떻게 돼먹었는지 지체높은 대감나리들이 병을 고친다고 하면서 덮어놓고 명의라 자처하는 그런자들에게 망탕 몸을 맡긴다니깐요.》

양례수는 자기의 말에 승벽이 나서 호응하는 함치우를 눈을 치뜨고 바라보았다.

《놓고보면 정녕 그렇구만. 그러니 자네나 나와 같은 사람들이 눈을 똑바로 밝혀 그네들이 과실을 범하지 않도록 옆에서 잘 도와주는게 응당하지. 그리구 내 한마디 충고하네만 남을 평가하는데서 너무 린색한것 같애. 그러다간 재미가 적네. 내 말뜻을 알겠나?》

《태의어른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두사람은 서로 이상야릇한 웃음을 지으며 상대를 마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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