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 회)

 

13

 

××만항구의 아침이다.

조국에서 보내온 특별비행기에 중상당한 선장과 두명의 부상자들을 태워보낸 후 《류성》호는 또다시 새로운 항해길을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하고있었다. 연유를 보충하고 식료품과 음료수를 싣는 작업이 진행되였다.

이곳 항구에서는 벌써 《류성》호가 여기로 오는 도중에 겪은 일을 어디서 통보받았는지 환히 알고있었다. 그래서인지 이곳 항구에서는 《류성》호를 그 무슨 신적존재처럼 요란히 떠받들면서 온갖 접대와 특별봉사를 하여주었다.

《류성》호에는 방문객들도 많았다. 항구에 머물러있는 숱한 선박들의 선장들과 항구의 관리들, 여러 나라 특파기자들이 찾아왔다. 배사람들의 심정은 더욱 뜨거웠다.

《당신들의 덕분에 우리도 이젠 그 ××만해역을 마음놓고 항해할수가 있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소.》

《이번에 해적놈들이 홍찌를 갈겼소. 하하…》

《이거 정말 무슨 말로 감사를 표시해야 할지 모르겠소. 다른 해적단놈들도 모두 꼬리를 사리고 얼씬 못한다더군요.》

《당신네 〈류성〉호가 그곳 해역을 떠난 후 인차 국제해사경찰들이 달려와 그 해적놈들을 모두 체포해갔다더군요. 이제 그놈들은 엄한 처벌을 받게 될것입니다.》

모두가 한결같이 말하는것은 해적들의 도전을 대담하게 물리치고온 《류성》호에 대한 찬탄과 칭송뿐이였다. 국제해사안전관리위원회의 한 관리는 《류성》호선원들을 만나보러 ××만항구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당신들은 우리 해사안전의 〈암〉을 들추어내는데 큰 공적을 세웠습니다. 당신들의 이 공적은 국제해사력사에 길이길이 남아있을것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류성》호에 대한 치하는 곧 우리 조국에 대한 인사여서 진호는 고맙게 받아들이였다. 오늘도 아침부터 3명의 외국인들이 《류성》호의 현측사다리로 올라오고있었다.

《부선장동무, 저길 좀 보오.》

박수근통신장이 가리켜보이는 현측사다리를 바라보던 진호의 얼굴색이 밝아졌다. 현측사다리층계를 밟고 올라오는 그 사람들의 모습이 낯이 익었던것이였다.

《〈유쾌한 사나이〉호 선장이 아니요?》

《옳소, 바로 그 사람들이요.》

진호의 물음에 박수근이 대답하는데 어느새 갑판우로 올라온 구스타프선장이 두팔을 한껏 벌려보이며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시오? 당신들은 정말 영웅호걸들이요, 영웅호걸!》

1등항해사도 진호에게 다가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당신들을 찾아뵙게 되여 정말 기쁩니다.》

《허허… 어찌된 일입니까? 우린 당신네가 나흘후에야 여기에 도착할거라고 생각하고있었는데요. 혹시 마술을 피운게 아닙니까?》

《허! 그 마술이야 바로 당신네들한테 있지요.》 하고 구스타프선장은 진호의 두손을 덥석 움켜잡았다.

《우린 다 보았소. 그리고 절감했소. 당신들의 그 담력과 배짱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있는가를 말이요.》

구스타프선장의 말에 박수근이 끼여들며 한마디 하였다.

《조국이 강대하면 배심도 생기기마련이지요.》

《옳소, 그 말은 명언이요.》

그들이 즐겁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옆에 서있던 모텔이 주빗거리다가 진호앞으로 다가왔다.

진호가 그를 띄여보고 그쪽으로 돌아섰다. 모텔의 한쪽팔에는 흰 붕대가 두툼하게 감겨져있었다. 모텔은 진호앞에 무릎을 구부리고 주저앉았다.

《부선장님, 죄많은 이놈을 용서해주십시오.》

《당신은?…》

진호가 의아해서 내려다보았다.

《아니, 해적선의 통신수가 아니요?》

박수근이가 모텔을 알아보고 놀랐다.

《옳습니다. 제 이름은 프란쯔 모텔입니다.》

모텔은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구스타프선장이 진호와 박수근에게 그동안에 있었던 일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되였군. 우리의 〈장수봉〉을 피한걸 보니 당신은 행운아요.》

《당신들이 그 행운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모텔은 머리를 굽석거리였다.

《제 이제부터라도 어지러운 과거와 결별하고 참되게 살겠습니다.》 하고 모텔은 다시 머리를 수그리였다. 진호와 수근은 가볍게 웃었다.

《과거와 결별하고 참되게 살겠다, 허! 그 말 한마디만은 참 잘했소. 우린 당신이 꼭 그렇게 살기를 바라오.》

《고맙습니다.》

모텔은 고개를 들고 진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저는 당신들덕분에 잃을번 했던 사랑도 다시 찾았습니다.》

《?!…》

구스타프선장이 다시 모텔의 기막힌 생활과정을 이야기해주었다. 해적생활을 하게 된 동기와 그로 해서 애인과 헤여지게 되여 생사를 알지 못하고 지금껏 있다가 이번에 해적선에서 도망쳐나와 《유쾌한 사나이》호에 오르게 된 일과 구스타프선장이 직접 위성통신으로 모텔의 고향도시에 문의하여 젠니의 행처를 알려주었다는것…

《허! 그러니 3년만에 애인과 이루는 상봉이겠구만? 반갑겠소.》

《고맙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박수근의 말에 모텔이 다시 감사의 인사를 했다.

《이 청년이 여기 〈류성〉호에 오르기 전에 고향에 있는 애인인 젠니양과 텔렉스로 만났지요. 아마 이삼일후면 그 처녀가 여기로 날아올거요.》

구스타프선장이 유쾌한 소리로 말했다.

《그것 참 반가운 소리군요. 축하합니다.》

진정으로 기뻐하는 진호와 박수근을 보며 모텔은 격정에 오열을 터뜨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꼭…》

눈굽을 닦던 모텔은 다시 진호에게 눈길을 들었다.

《저… 한가지 묻겠는데 소년시절에 유럽에서 생활한적이 있지 않습니까?》

《?!…》

진호는 눈이 둥그래서 모텔을 쳐다보았다.

《그게 아마 내가 12살 나던 때니까 지금으로부터 이젠 거의 20여년전일겁니다. ××나라에서 당신은 물에 빠진 한 소년을 구원해준적이 있지 않습니까?》

《두나이강에서 한 소년을 구원해준적이 있소.》

《아, 맞긴 맞군요. 그 소년이 바로 접니다!…》

모텔은 환희에 넘쳐 소리치다싶이 말하였다.

《뭐요?!…》

진호는 그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갈색의 머리에 잘 생긴 얼굴, 우묵한 눈확속에 기쁨에 넘쳐있는 눈동자… 진호가 머리를 기웃거리자 모텔이 다시 상기시켰다.

《그때 난 자그마한 단정을 타고가다가 어느 한 예선에 끌리워가던 짐배와 부딪치는 바람에 그만…》

그제서야 진호의 얼굴색이 환하게 밝아졌다.

《아, 그럼 그때 나에게 호신부목걸이를 주던…》

《그렇습니다.》

그때 일을 상기해내는 진호를 보고 모텔은 너무 기뻐 그의 두손을 덥석 잡아쥐였다. 진호도 모텔의 두손을 부여잡았다.

《세상이란 참 넓으면서도 좁다더니, 당신을 이런데서 만났구만. 그런데 어떻게 날 알아봤소?》

《제 생명을 구원해준 사람을 어떻게 잊을수가 있습니까? 저는 결국 당신의 구원을 두번씩이나 받은셈이지요.》

《허허… 그건 내가 아니라 우리 조국이요. 우리 나라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나라이고 또 제일 강한 나라이기때문이란 말이요.》

진호는 천천히 눈길을 들었다.

지금 진호의 가슴속에서 세차게 고패치는것은 자기를 키워준 조국에 대한 크나큰 사랑과 긍지의 감정이였다. 진호는 온 세상에 대고 큰소리로 말하고싶었다.

《보라! 위대한 조국이 있기에 나도 있는것이다.》라고. 세상에서 가장 빛나게 발전한 우리 조국의 과학기술! 이것으로 우리는 절대로 남에게 굴하지 않으며 언제나 승리를 이룩해나갈것이다. 진리의 승리는 언제나 정의의 힘, 자기를 지킬수 있는 막강한 힘에 의해 담보되는것이다.

진정 그로 하여 누구에게나 조국이란 그 이름보다 더 위대하고 다정한 부름은 없는것이다.

문득 김상오의 시 《나의 조국》의 한구절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조국이여!

너는 무엇이기에

가만히 네 이름 부르면

가슴은 터질듯 긍지로 부풀고

눈굽은 쩌릿이 젖어드는것이냐

 

진호의 가슴속에서 지금처럼 조국에 대한 믿음과 신뢰의 감정이 급류를 타고 흘러내린적은 없었다. 진호뿐이 아니였다. 《류성》호의 모든 선원들이 조선사람의 긍지감을 한껏 간직하고 어머니조국을 위해 한몸 깡그리 바쳐 살며 일해갈 맹세에 넘쳐있었다.

진호의 눈길은 사랑하는 조국이 있는 동북쪽 하늘가로 향해졌다. 이어 시계뚜껑을 열고 해연의 사진을 정답게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인츰 해연이가 진호를 부른다. 뇌파통신이 이루어진것이다.

-진호동무! 기뻐하세요. 통신장동무의 안해가 완쾌되여 퇴원하게 되였어요. 제발로 대지를 걷게 되였단 말이예요. 이제 통신장동무가 돌아오면 마중나갈수 있게 되였어요.

-그게 정말이요? 야, 이거 우리 통신장동무가 정말 기뻐하겠구만. 고맙소, 해연이…

-아이참, 저야 뭘, 다 나라에서 치료했는걸요.

-해연이, 난 지금 우리 조국의 위대함을 온몸으로 그리고 온넋으로 느끼고있소.

-바로 그 조국이 우리의 행복을, 우리의 사랑을 굳세게 지켜주고있어요.

-옳소, 위대한 조국이 있기에 우리에게 존엄도 영예도 있다는걸 난 이번에 더욱 절실히 깨달았소.

-그래요, 그리고 우리의 찬란한 미래도 빛나고있는거예요.

 

×

 

××만해역사건을 두고 온 세상이 법석 끓었다.

신문과 방송, 인터네트홈페지들이 해적들의 자백내용을 공개하는데 열을 올렸다. 숲으로 둘러싸여있는 비밀별장의 어느 한 방에 모인 여러 사람들이 사색이 된 얼굴로 TV화면을 보고있다. 재판석상에서 자백하고있는 체포된 스미스의 모습이 방영되고 있었던것이다.

《〈C〉지역은 ××정부와 일부 서방세력들의 검은 마수가 뻗쳐있는 곳인것으로 하여 경제적능력도 갖추지 못한채 여러개의 소국으로 분렬되였으며 정권쟁탈, 권력쟁탈의 란무장으로 변했고 또 그 결과 온갖 사회악을 만연시키는 무지와 악의 지대로 되였습니다. … 지금 ××정부와 일부 서방나라들이 이것을 기화로 해적활동을 굴뚝없는 〈대기업〉으로 만들려고 여기에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막대한 인적, 물적자원과 첨단기술까지 투자하고있습니다. 이 〈대기업〉에는 한 나라의 정치인이라는 국회의원들과 정부관계자들까지 관여하고있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리기적목적에서 나 일명 〈바이킹〉에게 조선의 〈류성〉호무역선을 습격할 과업을 위임하였습니다. 하지만 자기의 자주권을 생명처럼 여기는 조선의 자위적인 조치에 의해 우리는 첨단무기와 세계에서 자랑할만한 기술수단을 가지고있다고 뽐내면서도 〈류성〉호에 대한 습격작전에서 완전히 실패하였습니다. …》

스미스와 그의 졸개들에 대한 공개재판이 방영되자 국회의원은 머리를 싸쥐고 침울하게 앉아있었다. 거액의 돈을 벌려고 작전을 치밀하게 꾸며 조선의 《류성》호무역선을 기습했건만 성공은커녕 국제사회앞에서 깨깨 망신만 당하였다. 《류성》호를 습격하다가 실패하는 경우에도 그에 대처할 방책으로서 마약을 밀매하는 조선배를 기습했노라고 역공세를 취하여 그 책임에서 벗어나보려고 했으나 작전이 전면실패하다보니 그 음모가 재판정에 나선 스미스에 의해서 만장에 다 공개되였던것이다.

(국제재판소는 나를 가만두지 않을것이다. )

국회의원이 침울한 상태에서 깨여나지 못하고있는데 갑자기 독수리의 울부짖음같은 소리가 나더니 벽체에서 자동적으로 화면이 전개되였다. 이어 화면속에 얼굴을 험상궂게 이지러뜨린 한사람이 나타났다.

《이보우 벤, 지금 〈류성〉호사건과 관련하여 숱한 의견이 제기되고있는데 말이요. 당신이 국제의원연단이 조직한 청문회에 나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질문에 대답을 해줘야 할것 같소. 스미스인지 바이킹인지 하는 해적두목이 재판정에서 당신의 지령을 받아 이번 사건을 일으켰다고 고백했으니 아무래도 청문회에 나가는건 응당하다고 보오.》

이윽해서 꺼졌다. 뭐라고 대답할새도 없이 사라진 벽면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국회의원은 길게 한숨을 내쉬였다. 그의 눈앞에는 천정에 데룽데룽 매달려 흔들거리는 검은 올가미가 보이는것 같았다.

후- 그러니 이젠 끝장이라는거지?…

그는 책상의 빼람을 열었다. 그속에는 까만색의 윤기도는 소형권총이 들어있었다.

국회의원은 그 소형권총을 꺼내들고 한참이나 들여다보다가 쓰겁게 웃었다. 부유하게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데 습관되였고 숱한 인간들을 자기 하나를 위해 복무하는 현대판노예로 만드는데 재미를 붙여왔었다. 허나 오늘 돌아보니 그는 자기의 한생이란 결국 금전을 위해 생명을 내대고 도박을 건 변태적인 생활외에 아무것도 아니였다는것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 죄과로 오늘에 와서는 마침내 자기의 목에 스스로 올가미를 씌워야하는 신세가 되였던것이다. 그는 자포자기하여 온몸을 맥없이 늘어뜨리며 머리를 흔들었다. 차라리 목숨을 끊을지언정 청문회든 국제의원연단이든 나가고싶지 않았다. TV화면에 방송원이 나와 중대방송을 하듯 격조높이 말하고있었다.

《오늘 오전에 진행된 국제회의에서는 ××만해역에서의 해적행위는 명백히 인류의 안전을 해치고 위협을 주는 엄중한 인권침해행위로서 국제적인 규탄을 면치 못할것이라는데 대하여 한결같이 주장하였습니다. ××만해역에서 활동하다가 체포되여 국제재판을 받은 해적들의 진술자료들을 놓고 한 국제해사관리성원은 〈일부 나라의 정부관리들과 정치인들이 자기들의 리익을 위해 해적들과의 막후관계를 가지고 무역선들의 항행을 방해기습하여 인적, 물적자원을 략취하도록 해적들을 적극적으로 부추김으로써 그들자신이 국제법을 위반하는 엄중한 범죄를 짓고있다.〉라고 하면서 이에 관여한 정치인들과 실업가들을 당장 국제재판에 넘겨야 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하였습니다. …》

《TV를 당장 끄시오!》

국회의원이 소리쳤다.

그리고는 《아, 필요없어. 모든게 귀찮아!-》 하고 미친것처럼 마구 고아댔다. 초점이 풀린 눈길로 천정을 한동안 바라보던 국회의원의 눈꼬리가 무겁게 들리웠다.

그는 책상우에 놓여있던 권총을 다시 집어들더니 TV에 대고 련거퍼 사격하여 박살냈다. 그리고 누구에게라없이 말했다.

《끝장이요, 끝장! 수단과 방법을 다했지만… 우린 실패했소. 부끄럽지만 이걸 인정해야 하오.》

그다음 땅! 하는 한방의 총소리가 방안을 요란하게 울렸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방금까지 력설하던 국회의원이 모재비로 나가넘어졌다. 허나 누구 하나 움직일 생각을 못하고 머리를 떨구고있다.

 

밖은 어둠의 장막에 휩싸이고있었다. 더럽고 간악한 음모의 소굴을 영영 매장해버리려는듯 별빛 한점 없는 캄캄한 대기가 2층짜리 집을 서서히 삼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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