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회)

 

10

 

진호와 수근이, 성철이가 《류성》호로 돌아오자 선원들이 우르르 밀려왔다.

《부선장동지!》

《동무들!》

《통신장동지!》

《성철동무!》

그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돌아갔다. 얼마나 애타게 기다려온 동무들인가.

《정말 기다렸습니다. 어디 상한데는 없습니까?》

《우린 일없소. 모두 이렇게 무사히 돌아오지 않았소.》

진호는 모두에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갑판에는 몇년만에 만난 친우들처럼 서로가 기쁨에 웃고 떠드는 소리가 넘쳤다.

《우린 말입니다, 부선장동지가 잘못되면 모두가 육탄이 되여 배에 불을 달고 해적선을 들이받자고까지 토론했댔습니다.》

《정말입니다. 기다린다는것이 이렇게 뻐근한줄 정말 몰랐습니다.》

《얼마나 안타까우면 백동문 막 현측사다리밑으로…》

《그러게 내가 뭐라던가. 놈들이 우리 부선장동물 어쩌지 못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중 나이먹은 선원이 벌씬 웃으며 말했다. 진호는 정겨운 시선으로 떠들어대는 동무들을 바라보고 섰다가 곁에 있는 선원에게 물었다.

《그래 그사이에 뭐 다른 일은 없었소?》

《없었습니다. 그런데 통신설비는 어떻게 되였습니까?》

《통신설비는 빼앗지 못했소.》

《…》

《하지만 조국에서 소식은 왔소.》

《예?!》

선원들의 두눈이 반짝거리였다. 그리고 웃음을 짓고있는 진호를 놀라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한 선원이 안타까운듯 인차 물었다.

《동무두 참, 통신설비도 빼앗지 못했는데 소식을 어떻게 받는다고 그래? 그저 하는 소리지.》

다른 한 선원이 퉁명스럽게 말하자 모두 부선장이 롱담한것으로 짐작하고 머리를 끄덕이였다.

《글쎄 난 정말인가 했지.》

《놈들도 머저리가 아닌 이상 통신설비를 호락호락 내놓겠소.》

그러자 통신수청년이 《아니, 왜 믿지 못해 그래요.》하며 진호를 흘끔 쳐다보고나서 계속 말했다.

《체, 이자 부선장동지가 말한건 모두 사실이예요.》

《그럼 정말 조국에서 우리 사정을 다 안다는건가?》 하고 한 선원이 성철이에게 물었다.

《그렇지 않구요. 부선장동지한테는 위성통신설비보다 더 멋진 통신기구가 있단 말이예요.》

《기구란게 어떤거요?》

누군가 얼른 물었다.

《부선장동지의 손목시계예요.》

《손목시계?…》

《예. 그 시계안에는 말이예요, 사람의 뇌파를 송수신하는 장치가 들어있단 말이예요.》

《정말이요?》

《예.》

그러자 모두의 눈길이 진호가 차고있는 손목시계에 집중되였다. 진호는 그들을 정겹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자 성철동무가 말한건 다 사실이니 그렇게 알고 자기 위치를 차지해야겠소. 조국에서는 우리 일을 모두 알고있소. 그러니 우린 이런 때일수록 더 긴장해야겠소.》

《알았습니다!》

선원들이 사기가 나서 환히 웃으며 자기 위치로 헤쳐갔다. 진호는 현장판가까이로 다가갔다. 해적선에서는 아직도 음악소리가 들려오고있었다. 진호의 눈앞에는 스미스의 음험한 얼굴모습이 떠올랐다.

지금쯤 놈들은 어떤 흉계를 꾸미고있을가?… 음악이나 틀어놓고 흥에 들떠 가만있을 놈들이 아니다. 진호는 가까이에 있는 선원에게 물었다.

《방위마당장치는 계속 작용하고있소?》

《예, 그런데 좀…》 하고 선원이 무언가 석연치 않아 하는 기색을 지어보였다.

《왜 그러오?》

《글쎄 방위마당장치가 웬일인지 불안정하게 동작하기때문에 한 10분간 기관을 세웠댔습니다.》

《원인이 뭐요?…》

진호는 가슴이 철렁해서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배전실쪽에 결함이 있는가 했는데 검사해보니 정상입니다. 디젤연유가 제대로 공급이 되는지 그건 아직 검사못해봤습니다.》

선원은 진호가 없는새에 벌어진 일이 마치 자기에게 잘못이 있는듯이 머리를 숙였다. 진호는 괜히 소리를 높였다고 속으로 후회하며 이번에는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였다.

《그렇단 말이지?…》

《내부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혹시 디젤탕크에 문제가 있지 않겠는지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TV감시기에 포착된것이 없었소?》

《TV감시기야 놈들의 전자기포탄에 작용을 못하지 않습니까.》

《참말 그렇지. …》 하고 진호가 자기 이마를 쳤다.

《디젤기관쪽에서 비상신호가 자주 깜박이는걸 봐서 어딘가 좀 이상하긴 합니다.》

《?…》

선원은 머리를 기웃거리며 말했다. 진호는 천천히 주위를 거닐며 생각에 잠겼다.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할가?… 만약 놈들이 그 어떤 선손을 쓴다면 어디를 먼저 노릴가? 그게 도대체 무얼가? 혹시 연유탕크! 연유탕크에 문제가 있다면 외부선체에 나가보아야 한다. 거기야말로 해적들이 기습할수 있는 가장 약한 고리이다. 진호의 눈앞에는 다시 스미스의 음흉한 얼굴이 떠올랐다. 진호의 눈빛이 번쩍거렸다.

《당장 선체를 검사해봐야겠소.》

《알았습니다.》

이때 배의 바깥선체밑에서 다급하게 웨쳐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선장동무!―》

《?…》

《배의… 선미쪽에서…》

소리의 임자는 수근이였다. 해적선에서 돌아오는 길에 배의 주변을 돌아보겠다고 나섰었다. 선원들은 일제히 현장판에 가붙었다.

《좀 크게 말하오!―》

진호가 고함치듯 소리쳤다.

《배의… 선미쪽에서 연유가 새여나오고있소!》

수근의 목소리는 배의 고물쪽에서 들려오고있었다.

《뭐요?!》

모두들 긴장해진 눈길로 마주보았다. 현장판을 틀어쥔 진호의 두손이 부르르 떨었다.

(그러니 이놈들이 연유탕크를…)

내가 왜 미처 그런 생각을 못했던가? 진호는 아프게 혀를 깨물었다.

《빨리 선미쪽으로!…》

여러명의 선원들이 진호의 뒤를 따라 갑판에서 물에 뛰여들었다. 전지를 켜든 진호는 선미부위를 깐깐히 살펴보았다.

《부선장동지! 이쪽입니다.》

누군가 저쪽에서 소리쳤다. 진호가 재빨리 그쪽으로 가보니 전지불빛에 드러난 바다물면우에 기름이 한벌 덮여있었다.

《아니?!…》

진호가 두눈을 크게 뜨고 놀랍게 주위를 둘러보고있는데 물속에서 한 선원이 불쑥 솟구쳐올랐다.

《부선장동지, 선체바닥에서 연유가 새여나오고있습니다. 해적잠수병들이 몰래 기여들어와 레이자절단기로 째놓은것 같습니다.》

《에익, 더러운 놈들!》

진호옆으로 다가온 수근이가 주먹으로 선체벽체를 치며 울분을 토했다.

《통신장동무는 잠수복을 입고 접합기를 가져오오. 난 먼저 물속에 들어가보겠소.》

《알았습니다.》

날개옷을 그냥 입고있던 수근이는 현측사다리쪽으로 븅- 하고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진호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나서 물속으로 자맥질해들어갔다. 전지로 배의 밑바닥을 깐깐히 살펴보던 진호가 눈시울을 좁혔다. 한쪽구석에 길게 째놓은 연유탕크부위가 보였던것이다. 째진 길이가 1메터가량 되여보였다. 연유가 그 째진쪽에서 콸콸 새여나오고있었다. 해적들이 한짓이 명백했다. 놈들은 우리가 기관정비로 잠간 방위마당을 죽인 그 순간에 《류성》호에 침입하여 이런 책동을 해놓았던것이다. 누구나 표현은 안하지만 해적들의 책동에 대해 순간도 방임해서는 안된다는것을 이 하나의 사건을 통해서 선원들은 스스로 깨닫고있었다.

《개놈들!―》

얼마후 잠수복장을 한 박수근이가 고강도접합기를 가지고 진호가 있는쪽으로 왔다. 수근이가 들고온 접합기는 산소용접이나 전기용접을 할수 없는 조건에서 대용으로 땜질을 할수 있게 새로 개발된 고강도시레믹스용접기였다. 진호는 잠간사이에 온몸이 연유에 푹 절었지만 끄떡하지 않고 드세게 작업을 해댔다. 그러다가 물우로 솟구쳐올라와 심호흡을 하고는 다시 용접기를 잡은 수근을 도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드디여 작업이 끝났다.

《수고들 했소. 자, 이젠 빨리 밖으로 나갑시다.》

진호는 무언으로 이렇게 신호하며 선원들을 이끌고 물밖으로 나와 현측사다리로 올라섰다. 진호는 《손목시계》를 풀어 묻어있는 기름을 걸레로 깨끗이 닦은 다음 다시 팔목에 차며 시간을 보았다. 4시가 넘었다. 조타실에 올라가 새여나간 연유량을 추산해보니 10분의 1이나 되였다. 그만해도 다행이였다. 만약 그들이 탕크벽에 난 기름구멍을 제때에 발견하지 못하였더라면 어떻게 될번 했는가? 진호는 자기 머리를 선체벽에 마구 짓쫏고싶은 심정이였다. 지휘관이 교활한 적들에게 너무도 무경각했으니 이 얼마나 엄중한 실책인가. 이제부터라도 바싹 긴장하자. 눈앞에 해적들이 살아서 날뛰고있지 않는가. 진호는 마음을 다잡으며 조타실로 갔다. 해적선에서는 아직도 해괴망측한 음악소리가 끊길줄 모르고 계속 울렸다. 진호는 다시금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4시 30분이였다. 그러니 이제 30분만 있으면 해적놈들의 운명도 끝장일것이다. 진호는 든든한 마음으로 해적선들을 쏘아보았다.

 

×

 

잭크는 모텔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서 물었다.

《〈장수봉〉이라는건 무슨 소리야?》

《그런 무기가 있네. 방금 암호해득기로 평양에서 〈류성〉호에 보내온 암호를 풀었는데 이제 5시가 되면 바로 불벼락포탄인 〈장수봉〉이 우리 배로 날아온다는거야.》

《핫핫… 자네 미쳤군. 평양이 여기서 수천마일이나 떨어졌는데 어떻게 포탄이 날아온다고 그래? 그리고 그네들이 우리가 저희들의 배를 억류하고있다는건 또 어떻게 알수가 있대?…》

잭크는 도저히 믿을수 없다는듯 소리내여 웃으며 기관총의 탄띠에 총알을 끼우기 시작했다. 모텔은 잭크의 손을 덥석 잡아쥐였다.

《이보라구 잭크! 내 말은 모두 사실이야. 지금 평양은 여기 상황을 너무도 구체적으로 알고있네. 자네가 가져온 설비가 바로 사람의 뇌파를 리용하여 통신을 보장할수 있는 생물전파탐측기일세.》

《뭐?!…》

잭크가 의심스러운 눈길로 모텔을 쳐다보며 물었다.

《정말이야. 틀림없이 〈류성〉호와 평양사이에 통신이 진행되였다니까.》

《모를 소리…》

《자네도 〈류성〉호 부선장의 마지막경고를 들었지? 우린 상대를 잘못 건드렸단 말일세.》

《자식, 벌써부터 겁을 먹은게 아니야?》

《흥, 난 자네를 생각해서 하는 소리야.》

《그따윈 난 몰라!》

《그럼 좋네. 난 나대로 생각이 있으니까.》

아예 말귀가 먹어들지 않는 잭크를 실망해서 바라보며 모텔은 머리를 흔들었다.

《자식, 도망칠 생각은 말어. 우리 계률을 잊지 않았겠지?》

잭크는 모텔을 의심쩍은 눈길로 치떠보았다.

《잭크, 살겠으면 나와 함께 가자구. 내 이미 쾌속정을 준비해놓았네.》

《뭐?! 도망치겠다구? 자식, 당장 죽이고말테다.》

잭크의 두눈이 살기로 번뜩이였다.

《잭크!》

《야! 당장 바이킹에게 가자.》

잭크는 전투복의 허리춤에서 시퍼런 칼을 뽑아들었다.

《잭크, 난 그래도 널 생각해서 찾아왔는데…》

《그만 지껄여. 가자! 너도 그 탐측설비임자인지 하는 놈처럼 죽고싶어 안달이 났는가?》

《뭐, 그럼 네놈이 드골선생을?》

《그래 내가 처리했다. 어쨌단 말이야. 우연이긴 하지만 난 그날 해상습격에서 네가 항상 숭상하던 그 두상태기를 만났어. 그래 제꺽 이렇게 했지.》

잭크는 목을 베는 흉내를 내며 시까슬렀다.

《에이, 더러운 자식!》

모텔은 몸을 날려 잭크의 손에서 칼을 뿌리쳤다.

《야, 이놈 봐라?…》

잭크가 악이 나서 으르렁거리더니 달려들었다. 그러자 모텔이 날쌔게 몸을 피하며 이번에는 잭크의 배허벅을 드센 발길로 걷어찼다.

《헉!―》

잭크는 몸을 꺾으며 그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모텔은 침을 탁 뱉으며 돌아섰다. 배를 그러쥐고 신음소리를 지르던 잭크가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모텔… 서라!… 이 개새끼야!》

그러나 모텔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는다. 조금후에 쾌속정의 발동소리가 들려왔다. 잭크가 허둥거리며 《서라!》 하고 고함치더니 발동소리가 나는쪽에 대고 기관총을 쏘아댔다.

뚜르륵- 뚜르륵-

갑자기 터지는 기관총소리에 놀난 해적들이 여기저기에서 뛰쳐나왔다.

《뭐야?!》

《모텔 그자식이 도망쳤어.》

《뭐, 모텔이 도망쳤다구?》

해적들이 와르르 밀려나오며 서로 소리쳤다.

《모텔이 도망쳤다!-》

선미쪽으로 다가간 잭크가 이발을 사려물고 멀어져가는 쾌속정을 향해 기관총사격을 퍼부어댔다.

뚜르륵- 뚜르륵-

하지만 쾌속정은 비발치는듯한 그 총탄을 뚫고 어둠을 헤가르며 사라져가고있었다.

《로케트발사기! 당장 로케트발사기를 가져와!》

어느새 달려왔는지 어둠속에서 바이킹이 소리쳤다. 해적들이 로케트발사기를 가져왔을 때는 쾌속정이 퍼그나 멀리로 사라져가고있었다. 조준점안에 든 흰 물갈기를 목표로 로케트발사기가 불을 토했다.

《쁑!―》

이어 그쪽에서 《쾅!―》 하는 폭음이 들려왔다. 흰 물갈기를 그으며 멀어져가는 자그마한 쾌속정주변에는 연방 물기둥이 솟구쳐올랐다.

 

×

 

모텔은 팔과 어깨부위에 심한 부상을 입고 조종간에 쓰러졌다.

총탄과 포탄파편에 부서져나간 앞시창의 유리쪼각들이 기관실덮개와 바닥에 너저분하게 널려졌다. 그러나 쾌속정은 부상당한 모텔을 실은채 해적들의 시야를 멀리 벗어났다. 희붐히 밝아오는 바다 한가운데를 달리던 쾌속정은 갑자기 재채기를 하더니 덜컥 멎어버렸다. 모텔은 안깐힘을 쓰며 기관실덮개를 열었다. 연기가 물씬 풍겨나는 기관에는 여러개의 총탄자욱이 나있었다.

(이젠 다로구나!…)

모텔은 뚱기적거리는 배전에 누워 하늘우에서 마지막잔광을 뿌리는 별들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배까지 고장났으니 바다물에 떠밀려 표류하는수밖에 없었다. 피를 많이 흘린 까닭에 모텔은 정신이 깜박깜박 흐려졌다.

아, 여기서 죽고마는가. …

불쑥 그의 눈앞에는 두고온 고향과 사랑하는 젠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점차 밝아오는 려명속에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뭇별이 모텔의 눈에 띄였다. 그 별은 마치 이렇게 세상을 무의미하게 하직하는 모텔을 눈물에 젖어 내려다보는 젠니처럼 생각되였다.

아, 사랑하는 젠니!

모텔은 입속으로 젠니를 목메여 불러보았다. 원래 모텔과 젠니는 한고향내기로서 고등학교를 함께 다니였다. 이성에 대한 감정이 갓 싹트기 시작한무렵인 어느날 젠니가 골목길에서 그만 시내의 어느 한 깽단에 의해 폭행을 당한적이 있었다. 무서움에 파들파들 떠는 젠니의 앞을 막아서며 징그럽게 놀아대는 깡패들은 좋아라고 히히덕거리였다.

《제발 이러지 말아요. 빌어요.》

《뭘 그래, 오늘은 나하고 재미보지 뭐.》

털부숭이 한놈이 젠니의 턱을 손끝으로 쳐들고 그의 얼굴을 탐욕스러운 정욕의 눈길로 내려다보았다. 뒤걸음치는 젠니를 깡패들은 도망치지 못하게 빙 둘러서서 좋아라고 너털거렸다. 절망감에 어쩔바를 몰라하며 얼굴색이 파랗게 질린 젠니가 가슴을 할싹거리며 소리를 쳤다.

《사람을 구원해주세요!―》

그러자 와- 하고 깡패들이 떠들썩대며 더욱 좋아라고 웃어댔다.

《하, 고년 고함소리 새소리같은게 더 듣기가 좋은데… 좀더 소리쳐봐.》

한놈이 이렇게 지껄이며 젠니의 볼을 톡톡 치면서 《오케이!》 하고 히죽거렸다. 아! 하고 젠니가 신음소리를 지르며 얼굴을 싸쥐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때 다행히도 운송점을 경영하는 아버지의 심부름을 갔다오던 모텔이 이것을 목격하게 되였다.

《그 처녀를 다치지 말아!》

모텔은 사정을 알아볼 생각은 않고 무작정 달려들어 젠니앞을 가로막아나섰다.

《이건 또 무슨 쉬파리같은 자식이야!―》

두령인듯한 놈이 껌을 질근질근 씹으며 모텔앞으로 다가왔다.

《야, 임마! 너 갈비뼈순서가 바뀌기 전에 물러서지 않겠어?》

《이 처년 안된다!》

모텔은 두주먹을 불끈 쥐였다. 젠니는 모텔의 등뒤에 붙어서서 찬바람을 맞은 둥지안의 새인양 몸을 바들바들 떨기만 했다.

《이자식이?…》

그놈의 잽싼 발길질에 모텔은 허양 그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모텔!…》

젠니가 모텔을 부둥켜안고 안타깝게 소리쳐불렀다. 잠시후에 모텔은 안깐힘을 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품속에서 칼을 뽑아들었다. 그가 늘 품고다니는 호신용이였다. 그러자 두령놈은 그따위 칼따위는 무섭지 않다는듯 입가에 비웃음을 지었다. 모텔의 거동에서 주먹질을 할줄 모른다는것을 그자는 벌써 첫 발길질을 하며 알아차렸던것이였다. 이어 그놈은 숙련된 동작으로 거퍼 주먹질과 발차기로 모텔을 다시 쓰러뜨리였다. 손칼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쓰러진 모텔에게 여러놈이 달려들어 치고 걷어차 반주검을 만들어놓다싶이 하였다. 모텔은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말았다.

《그만두세요, 제발…》

애원에 찬 젠니의 울음소리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사람 살려주세요-》

이때였다. 저쪽에서 호각소리와 함께 경찰들이 달려왔다. 그러자 불량배들이 어느새 자갈밭에 물스며들듯 없어지고 구경하던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져갔다. 젠니는 땅바닥에 쓰러진채 정신을 잃은 모텔을 부둥켜안았다.

《모텔! 정신차려요.》

젠니의 얼굴은 울음범벅이 되였다. 모텔은 즉시 병원으로 실려갔다. 집에 돌아온 젠니는 찢어진 옷을 갈아입고 병원으로 다시 달려가 그때부터 모텔을 간호했다. 젠니의 극진한 보살핌에 모텔은 3일후에 매맞은 어혈을 풀고 병원문을 나설수 있었다.

그날부터 모텔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졌다. 활달하고 선량하던 모텔은 과묵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신경이 날카로운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깽들한테 주먹질 한번 제대로 못하고 매만 맞고 쓰러질 때 아픔보다도 자신에 대한 환멸감으로 가슴이 찢어지는것 같았었다. 모텔은 이 땅에서 살아가자면 센 주먹이 없이는 순간도 편안하게 살수 없다는것을 가슴에 사무치도록 절감했다. 그때부터 모텔은 주먹질을 배우기 시작했다.

놈들의 소굴에서 끝내 도망쳐나오기는 했으나 해적들이 쏘아대는 총탄에 맞아 많은 피를 흘린 모텔은 배까지 손상되다보니 기필코 무주고혼의 신세를 면할수 없게 되였다고 생각했다.

아, 젠니! 돈을 벌러 간다던 내가 해적생활을 했다는것을 알면 그대가 얼마나 실망하랴…

모텔의 두눈에서는 회오의 쓰디쓴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느덧 새날이 푸름푸름 밝아오고 먼 동녘하늘가에는 노을이 피여나고있었다. 이때였다. 뜻밖에도 《뿌웅- 》하는 배고동소리가 앞쪽에서 들려왔다. 모텔은 흠칠 놀랐다. 이 《악마의 해역》에 그것도 조선의 《류성》호를 습격하려고 해적선들이 떠있는 곳으로 무슨 배가 오고있는것일가?…

모텔은 힘겹게 몸을 뒤채이며 앞쪽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수평선쪽에서 한척의 선박이 자기가 있는쪽으로 다가오고있었다. 모텔은 안깐힘을 쓰며 일어나려고 했으나 종시 일어서지 못했다. 그는 안타까이 앞을 바라보다가 자기가 입고있는 흰 옷의 팔소매를 찢어냈다. 그리고는 자동소총 총신끝에 천쪼박을 비끄러매고 내흔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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