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 회)

 

9

 

수근은 목전의 아슬아슬한 광경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마음속에 잔뜩 도사리고있던 긴장감이 스르르 풀리는것을 느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자기가 어느 위치에 서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수 없었다. 해적선에서 《류성》호로 날아가려던 수근은 멈춰서며 울분을 토하듯 말했다.

《에익, 우리가 이대로 가야 옳겠소?》

앞에서 날아가려던 진호가 돌아보았다.

《통신장동무, 왜 그러오?》

《이거 암만 해두 어떤 수를 써서라도 조국에 우리의 실정을 알려야 하지 않겠소.》

《?…》

《그놈들이 이제는 마음놓고 통신설비의 부속품을 다시 조립했을테니까 내 다시 가서 전문을 날려볼테요.》

《동무 정신있소?》

진호가 성을 버럭 냈다.

《그럼 우린 어떻게 하자는거요? 놈들과 싸워이길 방도가 뭔가 말이요?》

수근은 해적들속에 들어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자니 속에서 그냥 불이 일어 참을수가 없었다.

《그러지 말고 새벽 5시까지 기다리기요. 조국에서는 해연동무를 통해 해적들을 단호히 징벌하겠다는 소식을 보내여왔소.》

진호는 조용히 말했으나 통신수청년은 두눈이 화등잔만 해서 물었다.

《아니, 그게 정말입니까?》

《…》

진호는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끄덕이였다.

《헌데 그 소식은 어떻게 받았습니까? 통신설비도 없이…》

통신수청년인 성철이가 믿어지지 않는지 고개를 기웃거렸다.

《수단이 다 있지.》

《애인인 해연동무와 뇌파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거지. 그 말단장치가 놈들의 전자기포탄에 못쓰게 되였다는것을 내가 다 아는데 어떻게 동무말을 믿겠소?》

수근이가 빈정거리듯 말했다.

《예?!…》

성철이가 누구말을 믿어야 할지 몰라 두눈을 두리번거리며 두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순간 《그만하오!-》 하는 소리와 함께 진호의 손이 허공을 홱 가른다.

《난 조금전에 해연동무에게서 조국의 소식을 정확히 받았소. 조국에서는 우리의 실정을 너무도 잘 알고있더란말이요.》

《헌데 왜서 동무한테만 그런 소식이 오오? 나도 있고 저 성철동무도 있는데 유독 동무한테만 소식이 왔다니 이상하지 않소?… 무슨 수단이 있어 소식이 온단 말이요?》

수근의 말에 진호는 그만 입을 다물고 쏘아보기만 했다. 형상적인 비유나 과장이 아니라 오직 사실자료를 가지고 증명하라는 수근의 말에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던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진호는 말없이 손목에 찬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조국을 떠나올 때 이 시계를 손목에 채워주며 다른 사람에게는 함부로 보이지 말라고 당부하던 해연의 모습이 떠올랐다.

(해연이, 용서하오. )

진호는 자기의 팔목에 찬 시계를 수근에게 내밀어보였다.

《동무도 알다싶이 이 시계는 조국을 떠나올 때 해연동무가 내게 준거요.》

《?!…》

《놈들의 전자기포탄에 말단장치가 고장났을 때 난 정말 눈앞이 아찔했댔소. 그런데도 해연동무와의 대화는 계속 이어지더란 말이요. 처음엔 나도 해연동무와의 대화를 놓고 이상하게 생각되였댔소. 동무말대로 말단장치까지 못쓰게 되였는데 해연동무와의 대화는 끊어지지 않으니 말이요. 조금전에 해연동문 나에게 이 시계안에 말단장치와 성능이 꼭같은 뇌파송수신장치가 들어있다고 하면서 이 시계를 통해 오늘의 우리 일을 다 알게 되였다고 했소.》

《뭐?…》

《해연동무는 여기엔 자기와 나의 뇌파가 기억되였기때문에 현재로서는 우리 두사람만이 마음속의 대화를 할수있다는거요. 해연동무를 통해 조국은, 평양은 우리 일을 모두 알고있소. 해연동무의 말이 조국에서는 우리가 놈들의 포위속에 든 순간부터 우리를 찾고있었다는거요. 보오. 조국은 바로 이렇게 우리를 지켜주고있소.》

《그러니 조국에서는 이미 모든걸 다 알고있었단 말이요?…》

《그렇소.》

확신에 넘쳐있는 진호의 말을 듣고난 수근은 시계에 눈길을 돌려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비록 어둠속이였지만 저 멀리에서 밝아오는 려명의 도움으로 시계를 살펴볼수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시계는 볼수록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그런 시계와는 확실히 달랐다. 겉으로 보아도 그 형태와 생김이 너무도 류별나서 평시에도 호기심을 누를수 없어했던 시계였다. 그래서 그 이상한 시계를 한번 보자고 진호에게 무던히도 애를 먹이던 수근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시계안에 또 다른 뇌파통신기가 들어있었다니 수근은 그저 놀라울뿐이였다. 그렇지만 고집이 센 수근으로서는 이 시각에도 진호의 말을 쉽게 믿게 되지 않았다. 그만큼 지금 《류성》호의 심각한 안전문제를 그 어떤 이상한 시계에다 걸고 마음을 놓는다는것이 안심치 않았던것이다.

(하여튼 조금 기다려보자. 시간만이 모든걸 증명해줄것이다!… 자그마한 손목시계에 오늘과 같이 어마어마한 생사존망을 기대하고 마음을 늦출순 없다. ) 이런 생각이 수근이 마음속에서 굴뚝처럼 일어나고있었다. 수근은 앞서가는 진호의 뒤를 따라 말없이 날아올랐다. 진호가 말한 새벽 5시에 그 무슨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그땐 내 한몸을 바쳐서라도 배의 연유탕크를 폭발시켜 해적선들을 모두 침몰시키리라! 그저 이 한가지 결심뿐이였다. 어디 두고보자! 우리냐 해적선이냐 판가름이 날것이다.

《저 부선장동지, 그런데 아까 손에 들고있던 레이자폭탄이란건 도대체 어떤겁니까?》

성철이가 진호옆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허- 우리 성철동무가 너무 알고싶어하는게 많다!》

《…》

《사실 그건 얼마전에 우리 나라의 과학자들이 연구해서 내놓은 세계에도 없는 최신형극소형레이자용접기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종류의 용접기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의것은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며 모든 기술적제원에서 상당히 우월하오. 이번 항해길에 필요할것 같아 가지고 나온것인데 어쩌겠소, 놈들은 그 내막을 모를거구. 그래서 그걸로 으름장을 한번 놓아본거요.》

《그러니 부선장동진 겁에 질려있는 해적들의 심리를 리용했구만요? 나두 처음엔 놀랐어요, 우리한테 저런것도 있었는가고 말이예요.》

《그놈들이 제일 두려워하는것이 뭔지 아오? 그것은 죄지은자들이 한데 모여있으니 죽음에 대한 공포증이 누구보다도 더 크다는거요. 그러니 불을 본 호랑이처럼 이 레이자용접기를 보고 놀랄수밖에 없은거지. 우리 나라 속담에 범의 굴에 들어가도 정신을 바로 차리라는 소리가 있지 않소. 하하… 자, 이젠 어서 가자구.》

《예.》

진호가 속도를 높여서 먼저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지만 그는 지금 생각이 복잡했다. 스미스가 왜서 자기들을 고스란히 내놓았겠는가 하는것이였다. 단지 그가 가지고있던 《레이자폭발물》때문이였는가?… 그러나 그것때문만도 아닌것 같았다. 여기에는 해적들대로의 그 어떤 꿍꿍이가 있는게 분명했다. 그것이 어떤것일가? 진호는 상념에 싸인채 《류성》호쪽으로 날아갔다.

 

×

 

(그러니 새벽 5시이면 무슨 변이 일어날판이다. )

모텔은 고개를 떨군채 두손으로 머리를 싸쥐였다. 혹시 이번에 내 운명이 끝장나는게 아닐가? 자기를 일일천추로 기다리고있을 젠니가 생각나면서 가슴이 죄여들었다.

아, 불쌍한 나의 젠니! 난 어쩌면 좋소?… 이제 몇시간 있으면 우린 앞날을 기약할수 없소. 젠니, 저 조선은 군력이 막강한 나라여서 한다면 하는 나라요. 그런데 바이킹인지 뭔지 하는 놈이 하루강아지 범무서운줄 모른다고 그 나라의 배를 기습해놓았으니 그놈때문에 우리모두가 하느님의 천벌을 어떻게 면할수 있겠소? 젠니는 조선을 잘 모를수 있소. 조선은 정의를 사랑하는 나라로서 자기의 존엄을 건드리는것을 조금도 용서치 않는 나라요. 이제 두고 보오. 불벼락이 터지지 않나. 그때 과연 내가 살아날수 있겠는지? 저 무지한 놈들때문에 길을 잘못든 내가 여기서 오늘 운명을 마치려는가 보오. 조선사람들은 절대로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거요.

모텔의 눈앞에 《류성》호 부선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길을 비키지 않으면 해적들의 배를 폭파시키겠다고 당당하게 큰소리치던 그 의젓한 모습. 문득 모텔의 눈이 반짝 빛났다. 가만, 가만, 난 분명 저 사람을 어디에선가 보았어. … 도대체 어디서 보았을가, 어디서?…

한참이나 생각을 굴려나가던 모텔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저절로 새여나왔다.

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모텔은 《류성》호가 있는 어둠속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소년이다. 두나이강에서 나를 구원해준 조선소년!)

모텔은 어렸을 때 두나이강에 빠져 생사기로에 놓였던적이 있었다. 살아보겠다고 모텔이 허우적거릴 때 한목숨 서슴없이 물에 뛰여들어 자기를 구원해준 사람이 다름아닌 그때 소년이였던 저 부선장이 틀림없었다. 운명의 희롱이란 이런걸 두고 하는 말인가? 생명의 은인인 그 사람을 오늘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자기가 구원해준 그때의 소년이 오늘 해적이 되였다는걸 알면 그가 얼마나 실망할가? 생각할수록 기가 막혔다.

(아, 나는 천벌을 받아도 마땅한 놈이로구나. …)

두눈을 꾹 감은 모텔은 부선장과 처음 만났던 그 시절을 생각했다.

어느날 모텔은 단정을 타고 속도를 내여 강물우를 쏜살같이 달리면서 교예선수처럼 배들사이로 요리조리 빠지다가 그만에야 예선에 끌리워가던 짐배와 부딪치는 불상사를 당하였다. 큰배의 옆에 너무 가까이 가면 끌힘에 의해 서로 부딪치는 현상이 일어난다는것을 당시 어렸던 모텔로서는 알수가 없었던것이다. 더우기는 단정의 속도를 무한정 높인때문이였다. 짐배와 부딪치는 순간 단정외판이 우무러들며 철판접합부가 찢어져 물이 콸콸 새여들어왔다.

모텔은 당황해서 어쩔바를 몰라했다. 어릴 때부터 관광을 즐기는 아버지를 따라 이 나라에 자주 왔던 모텔이지만 뜻밖에 봉변을 당했으니 당황하지 않을수 없었다. 물은 빠른 속도로 선체에 차올라왔다. 모텔은 시시각각 커가는 위험을 느끼였다. 예선에 끌리워가는 짐배이다보니 사람도 없었다. 다급해난 모텔은 저도 모르게 고함을 질렀다.

《사람 살려요!―》

그때 마침 강변에 나와 달리기를 하던 한 소년이 있었다. 그가 바로 진호였다. 그는 눈길을 모아 소리가 들려오는쪽을 살피다가 작은 형체가 강복판에서 허둥거리는것을 보았다. 소년은 허우적거리는 모텔을 향해 무작정 물속에 뛰여들었다. 세차게 출렁거리는 물결… 소년은 이악스럽게 헤염쳐왔다. 모텔은 진호를 보자 와락 덮쳐들려고 했다. 그 순간에 소년은 두눈을 부릅뜬채 그를 쏘아보더니 불이 번쩍나게 주먹을 휘두르는것이였다. 허둥거리며 아무것이나 마구 붙잡으려는 모텔에게 잡히는 경우에는 자기도 위험하게 된다는것을 알았던지라 소년은 모텔이 덤벼들지 못하게 드세게 매부터 안겼던것이다. 그다음에야 소년은 얻어맞고 뻥해진 모텔의 머리끄뎅이를 잡아쥐고 숨을 톺으며 물밖으로 헤염쳐나왔다. 이렇게 구원된 모텔이였다. 모텔은 그 고마움을 무엇으로 갚을지 몰라 쩔쩔매였다.

《정말 고마워. …》

모텔은 주머니를 뒤져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자 무작정 진호를 잡아끌었다.

《내가 든 호텔로 가자. 거기에 가면 우리 아버지도 있어. 내가 인사를 해야 할게 아니야.》

진호는 말없이 도리머리를 저었다.

《아니야. 이렇게 헤여질순 없어.》

《됐어.》

《넌 어디에서 왔니?》

모텔은 진호에게 물었다.

《조선에서 왔어.》

《조선?!… 네 이름은 뭐니?》

《김진호라고 불러.》

《난 모텔이야, 프란쯔 모텔. 난 영국에서 왔어.》

모텔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자락을 헤집고 한참 제몸을 들여다보더니 목에서 목걸이를 벗었다.

《이건 호신부야. 이걸 목에 걸고있으면 죽지 않는댔어. 내가 구원된것도 아마 이 호신부때문일수 있어. 하느님께서 날 구원하라고 널 보냈을거야. 그러니 이건 네가 가져야 해.》

《아니, 난 그런거 필요없어. 자, 이젠 시간도 퍼그나 흘렀는데 빨리 가봐.》

《?…》

《자, 그럼 난 가겠어.》

소년은 대사관쪽으로 달음박질쳐갔다. 강가에서 오래 지체되였기때문에 학교에 갈 시간이 박두했던것이다. 모텔은 후날 조선대사관을 찾아가 진호를 만나고싶었으나 아버지가 운영하던 회사에서 일이 생기는 바람에 그 나라를 급히 떠나지 않으면 안되였다. 모텔은 조국에 돌아와서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서 고마운 동방소년을 자주 그려보군 하였다. 그런데 그를 여기서 만나다니! 모텔은 주저앉아 책상우에 머리를 박고말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갑자기 이상한 신호음이 고요한 방안을 신비스럽게 울리였다. 모텔은 머리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였다. 그러다가 그의 눈길이 한곳에 머물러 딱 굳어졌다. 잭크가 가져온 그 이상한 설비에서 다시금 신호음이 울리고있었던것이다.

?!…

이번에는 전번과는 달리 기구의 형광막에 가느다란 연록색의 톱날파형까지 새겨지고있었다.

모텔은 후닥닥 몸을 일으켰다. 이건 도대체 뭐야? 파형을 유심히 살펴보던 모텔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건 분명히 생물전자기파다!)

모텔은 떨리는 손으로 탐측기를 기억기에 련결하고 파형을 기억시켰다. 모텔은 형광막에 나타나고있는 파형이 사람의 뇌에서 발생하는 생물전자기파라는것을 확신하자 이상한 생각이 갈마듦을 어쩔수가 없었다. 어떻게 되여 여기에 이런 파형이 나타났을가? 수신자는 누구이고 발신지는 어디인가? 곰곰히 생각해보던 모텔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는 오늘 새벽에 있은 일을 상기해보았던것이다. 갑자기 해적선의 통신실에 나타난 세명의 《류성》호 선원들, 그것을 미리 알고 기다린듯 불시에 나타난 잭크의 패거리들, 뒤따라 나타난 바이킹. 하지만 여유작작하게 태도를 취하며 바이킹을 호되게 다불려대던 《류성》호 부선장이 새벽 5시까지 포위환을 풀지 않으면 엄한 징벌을 받게 될것이라고 엄하게 말하던 일은 다 이 통신실에서 있었다.

그렇다면 이 신호가 혹시 평양에서 《류성》호 선원들에게 보내온 신호가 아닐가?

꼭 그 어떤 무서운 꿈을 꾸는것만 같아 모텔은 다시한번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모텔은 언젠가 영국의 생물전기학자와 만나 생물전기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일이 생각났다.

모텔이 영국에서 산다는 생물전기학자를 찾아서 ××에 갔을 때 그 사람은 대뜸 이렇게 말했었다.

《허참, 조선속담에 〈범도 제소리 하면 온다〉는 말이 있는데 그르지 않구나.》

《그건 도대체 무슨 소리예요?》

《이름난 생물학원사인 드골선생과 방금전에 헤여졌는데 네 소리를 했단다.》

《그게 정말이예요?》

모텔은 세상에 명성이 자자한 드골선생이 자기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소리에 기뻐서 어쩔줄 몰라했다. 저녁식사가 끝난 후 학자의 서재에 들어간 모텔은 생물학자와 얘기를 하고싶어서 지난해에 그에게서 받았던 숙제문제를 꺼내들었다.

《모텔, 그래 무엇이 아직 리해가 되지 않는다는거냐?》

《난 리해할수 없어요. 어떻게 되여 사람의 뇌수에서 전자기파가 생기는지?…》

《그렇단 말이지, 지금 나한테는 시간이 촉박하지만 할수 없구나. 미래의 모텔박사를 위해서 시간을 내겠다.》

학자는 담배를 피워물고 방 한구석에로 눈길을 주고있더니 이윽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1882년에 말이다. 로씨야의 과학자 웨렌스끼는 수화기로 맨처음 인체근육과 신경사이에 전기가 존재한다는것을 발견했단다. 그 이후 또 다른 학자는 1895년에 소리로 개의 청각기관을 자극시켜 대뇌피질의 생물전기를 관찰할수 있었단다. 같은 해에 또 다른 학자는 토끼의 대뇌에서 일어나는 전기변화를 기록하였다.》

《!…》

《이렇게 놓고보면 무엇인가 대뇌피질에서 그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있다는것을 알수 있지 않을가?》

《옳아요. 동물들마다에 생물전기가 있다는 소리예요.》

《그렇다.》

학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리고는 계속 말했다.

《1924년에 말이다, 도이췰란드의 정신병학자인 베르그는 사람의 뇌를 수술할 때 말이다, 그 뇌에서 나오는 뇌전기를 기록하게 되였단다.》

《사람의 뇌에서도 전기가 나온다?… 그건 정말 신기하구만요.》

생물전기학자는 빙그레 웃었다.

《이건 모두 사실이다. 과학자들은 사람의 대뇌가 활동할 때 산생되는 전압을 계기로 측정까지 하였거든. 그 전압이 5백만분의 1로부터 5천만분의 1V사이에 있다는것도 발견했지. 물론 6만명에 해당한 사람의 뇌전기를 한데 모아도 그 량이 자그마한 손전지등 하나밖에 켤수 없는 보잘것없는 량이긴 해도 말이다.》

《6만명이요?… 그런데 그 전류는 저절로 생겨나나요?》

부쩍 호기심이 동한 모텔이 재차 물었다.

《세포라는것은 생명체를 구성하고있는 가장 기본적인 생명단위이다. 생명활동에서 생명체의 매개 세포는 끊임없이 신진대사를 진행한단다.》

《그건 나두 알아요.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그렇게 배워주었거든요.》

《모텔이 참 용하구나.》

학자의 얼굴에는 모텔에 대한 대견함이 어렸다.

《생명체에서는 신진대사과정이 진행되는 동시에 분자, 원자들이 부단히 운동하게 된단다. 그 분자, 원자들의 운동이 바로 생물전기를 발생시키는 기초로 되지. 말하자면 생물체조직의 매개 세포는 아주 미약한 생물전기를 발생시키는 극소형〈발전기〉라고도 할수 있다.》

모텔은 리해가 된다는 뜻으로 머리를 가볍게 끄덕이였다.

《모텔, 그런데 말이다. 고등생물인 사람의 뇌에서 산생되는 생물전기는 그 진동속도가 비상히 빠르고 진폭이 작아 보통계기로는 측정할수가 없단다. 학자들은 이런 생물전기파를 증폭하여 무선파로 먼거리에 보낼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연구를 다그치고있단다.》

《야, 그럼 내가 생각하고있는것을 입밖으로 소리를 내지 않고도 그 어떤 특수한 증폭장치만 있으면 서로 의사를 나눌수 있겠구만요?》

《그럼, 이처럼 모든 전기는 자기의 고유한 파장을 내보낸단다. 그것이 비록 미약하고 보잘것없는 생물전기파라고해도 례외로는 될수 없단다. 드골선생도 지금 뇌파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단다.》

《잘 알겠어요. 나두 이다음에 크면 꼭 학자가 될테예요.》

《그래, 난 모텔을 믿는다.》

그때 생물전기학자는 어린 모텔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여주며 그의 앞날을 축복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기구가 혹시 생물전기학자가 말하던 그 기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저 탐측기는 바로 드골선생이 연구한 창조품이 아닐가? 만약 형광막에 나타나고있는 저 신비한 생물전기파가 그 어디에서 누구한테로 날아온것이 분명하다면?… 머리를 감싸쥐며 눈을 꾹 감고있던 모텔의 귀에 신호음이 계속 들려왔다.

잠시후 머리를 쳐든 모텔의 눈길이 탐측설비에 가박혔다. 저 생물전자기파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가? 하는 의문이 모텔의 머리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저 신호가 평양에서 온 뇌파라면?… 하는 생각에 모텔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탐측기의 형광막에 나타나는 신호파를 암호해득기에 입력시키였다.

조금후에 암호해득기에서 변신되여나오는 내용들을 해석하던 모텔의 가슴은 활랑거리기 시작했다. 분명 생물전자기파를 송신한 사람은 이곳 실태를 손금보듯 환히 꿰들고있었다.

《새벽 5시… 〈장수봉〉 불벼락이 떨어진다. …》

모텔의 눈앞에는 웅글은 뢰성과 함께 하늘에서 떨어져내리는 불덩어리들이 자기에게 육박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모텔은 공포에 질려 넋을 잃을 정도였다. 이 생물전자기파는 분명히 평양에서 《류성》호 부선장에게 보내온것이 틀림없다고 생각되였다. 그 사람이 바로 이 방에서 바이킹에게 새벽 5시까지 자기들의 경고에 응하지 않으면 자위력의 징벌을 받게 될것이라고 오금을 박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이제 5시에 《장수봉》의 불벼락이 해적선에 떨어진다는것은 너무나도 명백하지 않는가. 모텔은 다시한번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허둥거리며 통신실밖으로 뛰여나갔다.

《잭크! 잭크!… 어데 있소?―》

그가 허겁지겁 돌아치자 갑판우에 되는대로 앉아 트럼프를 놀던 해적들이 벌떡벌떡 자리를 차고 일어섰다.

《여 모텔, 왜 그래?》

모텔은 목소리를 덜덜 떨며 대꾸했다.

《빨리… 〈류성〉호의 포위환을 풀라구. 그렇지 않으면 여기에 〈불벼락〉이 떨어져내리네.》

《〈불벼락〉?!…》

《그래, 〈불벼락〉이 떨어진다네. 우린 이제 죽게 될수 있어.》

그자들은 두눈이 퀭해서 모텔을 바라보다 씨벌거렸다.

《여, 자식! 무슨 잠꼬대같은 소리야?》

《이자식이 머리가 돌지 않았어?》

《미쳤군.》

그중 한놈이 모텔의 머리우에다 대고 자동소총을 쏘아댔다. 모텔을 놀래우려는것이였다. 그러나 모텔은 그따위 총소리에 놀랄 계제가 못되였다. 그는 계속 잭크를 찾아 정신없이 뛰여다녔다.

 

×

 

《류성》호 선원들과의 대결에서 쓴맛을 보고 약이 오른 스미스는 그에 대처할 방안을 졸개들과 토의한 다음에야 《불랙룸》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를 맞아들이는 메리의 인상은 앓고있는 고양이상처럼 매우 뒤틀려있었다.

《아버지가 당신과 할 말이 있대요.》

스미스는 눈살을 찌프렸다.

메리가 벌써 저 정도로 나올 때에는 국회의원령감의 속내가 편치 않다는것을 말해주고있었다. 령감이 자기를 긴급히 만나자는것을 보아서는 여기 일을 메리가 벌써 낱낱이 보고했다는것을 의미했다.

(쌍년!…)

속으로 투덜대며 TV전화기에 마주앉으니 국회의원령감이 기다렸다는듯 제꺽 나타났다.

《스미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요? 난 지금쯤 당신이 보내주는 쾌보를 받게 될줄로만 알고있었는데…》

스미스는 머리를 조아리였다.

《각하, 죄송합니다. 〈류성〉호 선원들이 당장 배를 폭파시키겠다고 강경하게 나오는 바람에 좀… 이제 날이 밝으면 즉시 행동을 개시하겠습니다.》

위성통신으로 중계되지만 이 전화는 국회의원과 스미스가 비밀리에 단독으로 리용하는 통로였다.

《시간이 없소, 시간이!… 국제해상경찰이나 련합군이 개입하게 되는 날에는 시끄러운 일이 생길수 있단 말이요.》

령감의 인상을 보니 대단히 노여웠다는것이 알렸다. 그렇게도 주도세밀하게 방안까지 짜주고 자기의 딸까지 붙여주었는데 일을 늦잡고있으니 령감으로서는 충분히 그럴수 있었다.

《내가 당신을 잘못 선택했었는가?》

국회의원의 어조에는 은근한 위협조가 풍기였다.

《각하, 절 믿어주십시오. 이제 곧 〈류성〉호에 대한 기습작전을 성공적으로 하여 각하의 기대에 보답하겠습니다.》

《두고보기요. 이번 일은 시간을 끌면 후과가 좋지 않다는걸 명심하오.》

《명심하겠습니다.》

위협 절반 훈시 절반의 전화가 끝나자 스미스는 목언저리에 땀이 질벅하게 내밴것을 느끼였다.

스미스는 땀을 문지르며 생각했다. 시간을 끌면 후과가 좋지 않다는 국회의원의 말에는 랭정한 최후통첩이 들어있었다.

최근 외국의 한 출판물에 실린 글만 봐도 그에 대한 대답을 찾을수가 있었다.

《지금 〈C〉지역은 경제적능력을 갖추지 못한 여러개의 소국들로 분할되여있다. 때문에 이 지역은 온갖 사회악을 만연시키는 지역으로 화했다. 그 대표적인 실례는 〈C〉지역에서 빈번히 일어나고있는 해적행위이다. 지금 세계각국에서 해적행위를 규탄하며 무력으로 제압하려는 목적은 여기에 있다. 련합군이 창설되게 된것도 여기에 따른것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우려와 그에 대한 무력적인 대책에 대해서 모든 나라들과 국제해사기구가 절대적으로 찬성하고있다. …》

근래에 와서 《C》지역에서는 해적들의 수가 600명으로부터 2 000명으로 불어나 굴뚝없는 산업경제로서의 경제성장까지 꿈꾸는 형편이였다. 어느해에는 해적들이 1년동안에 120여척의 선박들을 랍치하고 그 대가로 1억 5 000만US$를 옭아내였었다. 여기에 흥미를 가진 일부 실업계, 심지어 정치인물들까지도 해적들에게 부쩍 관심을 높이고있다는것은 거의나 공개된 사실이였다.

메리의 아버지인 국회의원령감도 많은 재정적부담을 여기에서 충당하고있었다. 이번 《류성》호습격사건만 잘되면 국회의원은 막대한 돈을 벌수 있었다. 그래서 극비밀리에 하는 일이지만 령감이 안달아하는 리유가 여기에 있었던것이다.

메리는 전화기앞에서 물러나는 스미스에게 쓰거운 웃음을 지으며 아까부터 손톱을 다스리던 자세로 입을 열었다.

《이봐요, 당신네 사내들이란게 왜 우물쭈물해요? 민간선박 하나 타고앉지 못하니 참 답답하군요.》

이것은 사실 스미스에게 하는 소리였다. 심기가 뒤틀린 스미스는 메리한테 눈찌를 흘겼다.

《메리, 그럼 당신이 〈류성〉호에 선참 뛰여들어보구려.》

《뭐예요? 당신이 어쩜 그런 말을, 내가 그런 야유나 받자고 온줄 알아요?》

《그럼 ××만해역의 풍경을 구경하러 왔소?》

스미스는 약이 올라 암고양이처럼 표독스러워진 메리를 조롱하듯 시까슬렀다.

《닥쳐요!》

메리는 벌떡 침대우에서 몸을 일으켰다. 손톱눈을 다스리던 손칼이 바닥에 뚤렁 떨어졌다. 스미스는 입만 쩝쩝 다시였다. 그는 국회의원의 딸이랍시고 두령인 자기를 제껴놓고 해적단의 《우두머리》역을 노는 메리가 꼴사나왔으나 참을수밖에 없었다. 성이 난 메리는 스미스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방안을 몇고패 빙빙 돌다가 원탁우에 놓인 꼬냐크병을 절반나마 잔에 기울이였다.

《죤, 미안해요.》

술잔의것을 다 마신 다음 마음이 좀 진정되는지 한결 가라앉은 목소리로 메리가 말했다.

《…》

스미스는 덤덤히 앉아 려송연에 불을 붙이였다.

《죤, 그래도 당신이야 우리 아버지를 봐서 나를 그렇게 대하면 안되지 않아요.》

《…》

메리의 말에는 감옥에서 구원해준 아버지의 신세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암시가 강하게 풍기였다. 스미스는 속이 끓었지만 애써 참았다. 꿀을 먹고싶으면 벌침이 따끔해도 참아야 하는것이다. 메리도 감때사나운 이 사나이를 잘못 다루었다가 날바다 한가운데서 자기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위구심도 없지않아 슬며시 스미스의 눈치를 살피며 그에게 접근했다.

《죤, 마음을 푸세요.》

《…》

어느새 메리는 좀전과는 달리 교태를 부리며 스미스의 목에 칭칭 감겨돌았다.

《이제… 작전이 성공하면 경치좋은 곳에… 별장을 하나 마련해두자요. 아버지도 이번 일이 잘되면 거기에 우리의 은행을 하나 꾸려주겠다고 했어요.》

그제서야 마음이 누그러진 스미스는 메리의 얄팍한 허리를 담쑥 안으며 중얼거리였다.

《내 일은 걱정마오. 날이 밝으면 단숨에 해제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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