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회)

 

5

 

무변광대한 바다우를 달리던 《류성》호에서는 서늘한 해풍이 불자 즐거운 휴식이 진행되였다. 이런 때면 의례히 선수쪽 드넓은 갑판에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있기마련이였다. 제일 많이 모인것은 탁구판이 있는 곳이였다. 그곳에서는 벌써 탁구경기가 시작되였다. 응원소리, 웃음소리가 요란히 울렸다.

진호는 조국에 있는 해연이를 생각하며 그와 대화를 나누고싶어 동무들과 떨어져나왔다. 현측갑판의 보호대우에 두손을 짚고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조국을 떠나올 때 마음도 감정도 아무때나 나눌수 있다고 속삭이던 해연이,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있을가?… 무척 그리웠고 보고싶었다. 사실 생체공학연구소의 상급연구사인 심해연을 처음 알게 된것은 진호가 어뢰정 갑판장으로서 군사복무를 할 때였다.

어느해 여름날.

진호는 그때 훈련도중 13호해구근방에서 날아오는 긴급조난신호를 받게 되였다.

13호해구근방이라면 암초가 많은 곳으로 소문이 났었다. 13호해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진호네 어뢰정이 제때에 조난무전전파를 받고 전속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고기배가 아니라 엎어진 자그마한 단정이 있었는데 그것을 붙잡고 웬 녀자가 허우적거리고있었다. 도대체 어떤 녀자이길래 이런 위험한 해구에 있을가 하는 의심이 들었으나 그것은 잠시잠간이고 사람부터 구원해야 했다. 진호는 지체없이 물속으로 뛰여들었다. 뒤집어진 단정에서 자동적으로 조난신호를 내보냈으니 다행이지 조금만 늦었더라면 생명이 위험할번 하였다. 녀자는 엷은 여름옷을 입고있었는데 바다물에 함뿍 젖어 온몸의 곡선미가 석연하게 드러난채 인사불성이 되여 진호에게 매달려나왔다.

녀인을 구원해놓고보니 과학원의 연구사처녀였다. 과학자들이 연구사업때문에 드문히 이곳에 나온다는것을 진호네는 알고있었다. 그때 그 처녀가 당혹한 눈길로 진호를 보며 자기의 초췌해진 모습때문에 얼마나 쩔쩔맸던지… 그런데 다음날에 처녀가 다시 그곳에 나타났다. 진호는 벌컥 화를 내였다.

《동무! 어제 그만큼 혼쌀이 나고도 정신이 덜 들었소? 당장 돌아가시오!》

처음에는 눈인사로 어제일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던 처녀가 《갑판장동무, 전 여기에 무슨 놀음을 하려고 온것이 아니예요.》하고 말마디에 힘을 주며 말했다. 처녀의 말에 진호는 화가 나서 어뢰정의 견인고리를 단정에 걸었다.

《하지만 여긴 안되오. 그러니 무조건 돌아가야 하오!》

처녀가 견인고리를 벗겨버리며 소리쳤다.

《안돼요!》

《?…》

진호는 그만 아연해졌다. 생김은 고왔지만 성격이 여간만 되알지지 않았다.

《허! 이 동무봐라. …동무 여기가 어딘지 알고 야단이요?》

《어쨌든 난 할 일이 있으니 상관마세요.》

이때 단정이 기울거리다가 다시 한번 휘딱 넘어질듯 하며 기우딱했다.

《어마나!》

몸의 균형을 잃은 처녀는 비칠거리다 어마지두 앞에 서있는 진호를 꽉 붙잡았다.

《허, 그래두 나에게 의지하게 되는가보지.》

처녀는 벙글써 웃는 진호에게서 얼른 떨어지더니 익은 꽈리알처럼 빨개진 얼굴로 그를 흘겨보았다. 어뢰정의 갑판에서 해병들의 웃음이 터졌다.

《좋아요. 저의 연구사업이 지장을 받게 되면 동무가 책임을 질줄 아세요.》

처녀가 약이 오른듯 진호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

진호는 대답없이 히죽이 웃었다.

사실 해연은 전날에 바다의 지능동물인 곱등어의 뇌파신호를 관찰하던중 전기적자극에 놀란 곱등어들이 요동을 치는 바람에 타고있던 단정이 뒤집어져 봉변을 당했던것이다. 돌아가라느니 못간다느니 하며 둘이서 옥신각신하고있는데 기지에서 어뢰정으로 다음과 같은 명령이 하달되였다.

《어뢰정 1022호앞, 지금 그곳 해상에서는 심해연연구사가 과학연구사업을 하고있다. 갑판장 김진호동무가 직접 책임지고 현지에서 연구사동무의 사업을 백방으로 보장해줄것!》

《?!…》

진호는 일이 맹랑하게 되였다고 생각하며 입을 쩝쩝 다시였다. 이것으로 진호와 해연이 두사람의 말다툼은 끝이 났다.

이날부터 어뢰정 1022호는 암초구역에 항시적으로 주둔해 있으면서 주야로 진행하는 해연이의 연구사업을 직접 도와주게 되였다.

노을이 붉게 타던 어느날 저녁이였다.

해연이가 가지고온 외국어로 된 과학기술문헌들을 받아 옮겨놓던 진호가 《생물뇌수의 초전도측정》이라는 제목을 외국어로 류창하게 읽으며 《저자가 프랭꼴롱이라는 프랑스박사구만요?》 하고 말을 건네자 해연이는 깜짝 놀랐다.

《어마나, 동문 어떻게 외국어를 그렇게 잘 아세요?》

《허! 난 부모를 따라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줄곧 외국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요? 그러니 영어, 프랑스어 등 막힘이 없겠군요?…》

《글쎄… 좀 알지요. 난 제대후 무역선을 탈가 합니다.》

《야! 결심이 멋있군요. 난 동무의 그 결심을 전적으로 지지해요.》

해연은 진호의 앞날을 믿어의심치 않는듯 밝게 웃었다.

《그건 어째서 그런가요?》

진호가 능청스러운 눈길로 해연을 바라보았다.

《호호… 그건 우선 무역선을 타는것이 동무의 희망이기때문이고 둘째로는… 이건 사실 내 개인적인 감정인데 그건 동무가 날 리해하고 잘 도와주고있기때문이예요.》

《허허…》

《웃지 마세요. 동문 남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는것 같거든요.》

《예에?》

《언젠가 저처럼 물에 빠진 사람을 구원한적이 또 있었다고 했지요?》

진호는 잠시 생각하는듯 하더니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렇소.》

《어떤 사람이예요. 저처럼 처녀예요?》

《아니, 남자애였소. 그것도 외국소년.》

《어마나, 그래요? 그 얘기를 좀 해주세요.》

해연이가 호기심을 품고 마주보았다. 진호가 게면쩍어하더니 천천히 말을 뗐다.

《내가 부모님들을 따라 유럽에 나가 살고있을 때였는데 그때 난 12살이였소. 아침에 강가에 나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기를 하댔는데 어디선가 웨침소리가 들려오더란 말이요. 그래 그쪽을 보니 웬 애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것이 아니겠소. 그래서 물에 뛰여들었지요. 그게 다요.》

《어마나 , 싱겁게도 얘기하시네. 무슨 이야기가 그래요 ? 》

《허허… 자꾸 말하라니까 한건데. 난 사실 말을 잘할줄 모르오.》

《참, 그때 물에서 건져낸 그 소년은 지금쯤 뭘하고있을가요?》

《글쎄… 이젠 너무 오래된 일이 돼나서… 실지 그를 만난다 해도 우선 내가 그를 알아볼것 같지 못하오.》

《하지만 그 사람은 자기의 생명을 구원해준 동물 잊지 못할거예요.》

《글쎄, 그럴가요?… 헌데 난 다 잊어버렸소.》

《동문 충분히 그럴수 있어요. 하지만 그 외국사람은 동물 꼭 알아봐요. 동무야 그 사람의 은인이니까요.》

《은인?…》

《예, 동무는 나에게도 은인이예요.》

《허허… 듣기가 좋구만요.》

《호호… 동문 정말 싱겁구 별난 사람이예요.》

《하하… 난 원체 그런 사람이요.》

《으음, 밉다. 호호…》

《하하…》

이렇게 그들은 가까와졌다.

두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맺어진 그들의 우정은 그후에도 자주 전자우편으로 이루어졌다. 그때는 해연이가 단독으로 큰 연구과제를 받아안고 뛰여다니고있을 때였다. 하지만 진호는 제대되여 이제는 무역선부선장이 되였어도 해연이가 연구하는것이 무엇인지 또 그것이 어디에 필요한것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다만 이번 항해로 떠나오기 전에 그의 연구실에 한번 들어가본적이 있었을뿐이였다. 각종 콤퓨터들과 커다란 액정화면들, 각이한 계기류들로 꽉 차있는 그의 연구실은 마치 어느 큰 공장의 조종실을 방불케 했다. 그날 처녀는 진호를 무슨 알지 못할 장치물앞에 앉히였다. 그리고는 그의 머리우에 옛날 무사들이 쓰던 투구처럼 생긴 《모자》를 씌워주고 자그마한 조종기구로 장치물을 조종하였었다. 그러자 장치물의 형광막에는 가느다란 톱날형의 신호파가 나타나 흘러갔다.

《저건 바로 동무의 뇌파예요.》

《?…》

연록색의 그 뇌파는 해연이의 조종에 따라 확대되여 진호의 눈앞에 나타났다.

《동무는 방금 머리속으로 이런 실험이 뭣때문에 필요한가고 생각했지요?》

《엉?! 맞았소, 그런데 놀랍구만. 어떻게 그걸 알아맞히오?》

해연은 방긋 웃으며 자기의 귀안에서 콩알만한 작은 물체를 꺼내였다.

《호호… 다 알아맞추는 방법이 있어요.》

《예상했는가?》

《예상이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예상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알아맞히는거예요.》

《과학적으로?》

《예, 동무의 머리속에서 진행되는 모든 생각이 파형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을 보면 동무가 무슨 생각을 했다는것을 알수 있단 말이예요.》

《?…》

《동무의 뇌파는 〈ㄹㄱ―205〉형이예요. 뇌파는 이루 헤아릴수없이 많은데 동무의것은 〈ㄹㄱ〉에 속해요.》

《허, 그새 많이 발전했는걸. … 10년전까지만도 곱등어들의 뇌파만 관측하더니 이젠 사람의 뇌파를 관측하니 말이요.》

진호가 머리를 기웃거리자 처녀는 까르르 웃음을 터쳤다.

《동무가 먼바다항해를 떠나면 우린 또 헤여져있어야 할텐데, 동무가 그사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보겠어요.》

《이거 야단났구만. 이번 항해부터 우리 〈류성〉호엔 멋진 처녀료리사와 리발사가 오르는데 그들과 마주설수도 없게 되지 않겠소?》

진호가 딱한 기색을 짓자 해연은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가볍게 툭 치며 눈을 흘겼다.

《정말 그랬단 용서치 않겠어요. 난 질투가 강한 녀자예요. 호호…》

진호의 롱담을 헌헌하게 받아들이면서 해연은 활달하게 웃었다.

《좋소, 그럼 내 이제부터 나의 하루생활을 위성전화로 매일 보고하겠소.》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거예요. 우린 헤여져있는 전기간에도 감정을 나누며 언제나 함께 있게 될테니까요.》

《아무때나 함께 있을수 있단 말이요?…》

《예.》

진호는 해연이의 말을 다는 리해할수 없었지만 그의 고운 마음에 가슴이 뜨거워나 그를 사랑스러운 눈매로 바라보았다. 서로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한시도 떨어져서는 살수 없을것만 같은 이들이였다. 그러다가 진호는 생각되는것이 있어 이렇게 물었다.

《뇌파를 통해 사람의 머리속에서 진행되는 사고를 알아낼수 있다면 혹시 물의가 일어나지 않을가? 이 세상에 비밀이란 없지 않겠소.》

《아이참, 그건 걱정마세요. 이건 필요한 사람에 한해서만 가능한거예요. 말하자면 동무와 나의 뇌파를 기억시켜놓은 상태에서만 상대방의 머리속에서 진행되는 사고를 알수 있단 말이예요. 뇌파를 기억시키지 않은 사람들은 례외예요. 거기에다 상대의 뇌파를 알아내자면 그 사람의 머리에 수감장치를 갖다대야 하는데 그건 상대자가 승인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할것이 아니겠어요.》

《글쎄, 그렇다면야 문제가 다르지. …》

진호는 조국을 떠나온 날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지나온 나날을 돌이켜보며 자주 해연을 생각했다.

어느덧 오후 4시경이였다. 서늘한 해풍속에 체육경기가 고조에 올랐을 때 진호는 조용한 선미쪽에 가서 말단장치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인츰 화면이 밝아지면서 갑자기 지금껏 눈앞에 아득히 펼쳐져있던 망망한 바다가 사라지고 해안도시의 정경이 우렷이 안겨들었다. 진호가 떠나오기 전에 해연이와 걷던 버들숲이 우거진 낯익은 강변도 안겨왔다. 이어 해연이가 눈앞에 나타나 곱게 웃으며 다정히 묻는다.

-진호동무, 그새 앓지 않았어요?

-아무일도 없었소. 동무는…

-저도 이렇게 건강해요. 그래 감도는 어때요?

-아주 좋소.

대답은 이렇게 하면서도 진호는 신기하게 생각되였다. 어쩌면 이렇게 해연이가 눈앞에 있는것처럼 생동하게 보이며 그와 다정히도 속삭일수 있단 말인가? 참말로 이상한 현상이였다. 해연이가 쌍겹진 두눈을 곱게 치뜨며 말한다.

-어제 베이징에 나가계시는 삼촌한테서 위성전화가 걸려왔더군요. 진호동무가 언제 돌아오는가 물었어요.

-허, 우리의 약혼문제가 해외출장길에 있는 삼촌한테까지 날아갔는가?…

-저에 대해서 각별한 삼촌인걸요 뭐. 동무가 돌아오면 자기에게 꼭 알려야 한다고 신신당부했어요.

해연은 수집게 웃으며 머리를 수그린다.

-그렇단 말이지. … 참, 전번날에 나한테 연구소의 건강연구분소에 통신장동무의 아주머니를 입원시켰다고 했었는데 지금 좀 어떻소?

-인공척추이식수술을 했는데 경과가 좋아요.

-그래?… 정말 수고했소. 나를 대신해서 동무가 이렇게 도와나서니 정말 고맙소.

-아이참, 내가 뭐 남인가?… 아직은 결과를 더 관찰해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증상이 없다고 해요.

-음, 통신장동무가 이 일을 알면 몹시 좋아하겠구만.

진호는 너무 좋아 수근이가 앞에라도 있는듯 벙끗 웃었다.

-이번에 우리 연구소의 건강연구분소에서는 장기에 대한 새로운 세포증식치료방법도 내놓았어요. 그건 직접 몸안에 필요한 장기의 세포를 넣어 증식시키는 방법이예요. 이런 정도로 의학분야가 발전하고있으니 통신장동무의 아주머닌 꼭 일어설거예요.

-좋구만, 동무가 마지막까지 관심해주오.

눈앞의 해연이가 손목에 차고있는 시계를 들여다본다.

-아이참, 벌써 시간이 이렇게… 전 이제 연구소의 건강연구분소에 갔다와야 해요. 갔던 결과를 1시간후에 다시 알려드리겠어요.

-알겠소.

진호의 눈앞에서 해연이가 사라지고 무변한 바다가 다시 펼쳐졌다. 진호는 저 혼자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그리움속에 있다가 이렇게 해연이를 만나고나면 기분이 무척 좋았다. 박수근이가 웃저고리를 벗어쥔채 이마의 땀을 씻으며 진호가 있는 곳으로 왔다.

《어, 오늘 오후풍경이 기막히구만.》

수근의 말에 진호도 머리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래, 멋있지.》

정말 무연한 바다 저 멀리 수평선을 가까이하고있는 태양의 빛이 얼마나 붉게 보이는지 마치 바다와 잇닿은 하늘공간에 붉은 물감을 진하게 풀어놓은듯 했다.

《탁구는 누가 이겼소?》

《허! 만호동무의 탁구솜씨를 누가 당해내겠소.》

진호의 물음에 수근이가 대답하며 멋적게 웃었다. 만호란 《류성》호에서 제일 나이어린 스물여섯살 총각이였다. 중학교때 탁구소조에 다닌적이 있는 그는 단지 《류성》호에서만이 아니라 《ㅎ》지구 해운사업소적으로 손꼽히는 탁구선수였다.

수근은 몇번씩이나 만호에게 도전경기를 시도했으나 매번 패하고말았다.

진호는 방금전에 해연이와 나눈 대화말을 꺼내고싶어 속이 근질거렸지만 안해를 두고 마음쓰는 수근이여서 참고말았다.

수천만리 떨어진 조국에 있는 처녀와 훌륭한 대화를 나누는 진호를 볼 때면 그가 안해 분옥의 생각을 얼마나 간절히 할것인가.

《우리가 언제면 ××만해역에 들어서게 되오?》

수근이가 물었다.

《이제 얼마후에. 헌데 왜 그러나?》

진호가 수근을 돌아보며 물었다.

《이상해서 그러오. 그렇게 자주 떠다니던 배들이 어떻게 된 일인지 하나도 보이지 않는게 왜서인지 불안하단 말이요.》

《불안하다구?…》

《그렇네. ××항구에서 해적들의 습격을 놓고보면 이 근방에서도 해적들이 활동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단 말일세.》

《음…》

같은 생각이라는듯 진호가 머리를 끄덕였다. 수근은 얼굴에 그늘을 지었다.

《왜 그런지 ××만해역을 가까이하면서부터 난 자꾸만 생각이 별스러워진단 말이요.》

《다른 일은 없을거네. 설사 일이 생긴다 해도 조국이 우릴 지켜주지 않나.》

《그만하게. … 솔직히 말해 여기서 조국이 얼마인데 그걸 바라겠나? 일이 생기면 모든걸 우리가 해결해야 한단 말이요.》

거칠게 울리는 수근의 말은 어딘가 비장해보이기까지했다. 진호는 의혹에 찬 눈길로 수근을 바라보았다.

《자네 오늘 어떻게 된 일인가? 혹시 겁이 나 하는건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그건 조국에 대한 믿음이 없는거야.》

진호가 정색해지자 수근은 손을 홱 내저었다.

《그래서가 아니야. 현실이 그렇지 않나.》

《…》

진호는 미간을 찌프리였다.

수근이가 겁을 먹고있는것 같았다. 그래서 수근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두사람이 다 말없이 제 생각에 잠겨있는데 조타실에서 당직선원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

《좌현 2마일, 선박 발견!》

두사람은 동시에 조타실을 올려다보았다.

《그 배가 우리한테로 빠른 속도로 접근해오고있다!》

뒤이어 선원 한명이 진호한테로 달려왔다.

《부선장동무, 선미쪽에서도 정체불명의 배들이 다가옵니다.》

물속에서 솟구쳤는지 2척의 배가 《류성》호를 뒤따라오고있었다. 그 배들의 속도가 놀랄만큼 빨랐다.

《식별기(AIS)를 동작시켜보시오!》

《알았습니다.》

선원이 대답하고 다시 뛰여갔다.

《아무런 신호도 없이 저렇게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걸 보니 뭔가 예감이 불길하구만.》

쌍안경으로 다가오는 배들을 유심히 지켜보던 박수근이 긴장해서 말하였다. 이때 좌측선교쪽에서 선원이 소리쳤다.

《식별기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뭐요?!…》

식별기안에 일단 포착된 배들은 국제관례와 규정에 따라서 국적과 승선인원들 그리고 배의 기술적제원같은것이 나타나게 되여있었다. 식별기에 포착되였지만 국적과 승선인원, 기술적제원 등 필요한 자료들이 현시되지 못하는 대상은 오직 전투함선과 물고기를 잡는 어선뿐이였다. 그밖에 또 다른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해상에서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 해적선들이였다. 그렇다면?… 진호와 수근이가 의혹이 어린 눈길로 선미쪽을 바라보는데 선장의 긴장된 목소리가 쩌렁- 울렸다.

《전체 선원, 주의!》

그 순간 선장의 구령에 대한 화답이런듯 속도를 내여 뒤따르던 배에서 흰연기가 물씬 피여오르더니 《류성》호의 마스트우에서 벙끗 하고 섬광이 일었다. 뒤따라 울리는 폭음. 꽈르릉!- 한번 또 한번…

《해적들이요!―》

수근이가 얼굴이 컴컴해져가지고 소리쳤다. 그리고는 진호를 돌아보는데 그의 얼굴에는 자, 그래 내가 우려한것이 잘못이였는가 하는 원망감같은것이 비껴있었다.

그는 《에익― 》하더니 배의 고물쪽으로 황급히 뛰여갔다.

어느새 속도가 빠른 3척의 해적선이 잠간사이에 《류성》호주위를 에워쌌다. 상륙정 1척에 경비정 2척이였다. 첫순간 가슴이 섬찍했지만 마음을 다잡은 진호는 급히 조타실로 달려갔다. 선원들도 처음 당하는 일이라 좌우선측에 붙어서서 긴장한 눈길로 해적선들을 쏘아보고있었다.

《모두 자기 위치롯!》

《알았습니다.》

선장의 구령소리에 선원들은 힘차게 대답하며 자기 위치로 달려갔다. 진호가 조타실에 들어서니 선장이 한 선원에게 다급히 말하고있었다.

《통신수동무! 빨리 조국에 알리시오. 해상좌표 ××에서 해적선과…》

그런데 위성통신설비를 다루던 통신수선원의 대답은 너무도 절망적이였다.

《선장동지! 통신설비(InmarSat―인마싸트)가 전혀 동작하지 않습니다.》

《뭐라구?!…》

《방금전에 날아와 터진것이 전자기포탄인것 같습니다. 통신설비들이 전부 마비되였습니다.》

《가만…》 하고 선장은 제꺽 방의 한쪽구석에 가 벽체에 설치한 비상경보체계를 눌러보았다. 작용하지 않는다.

《배안전경보체계(ssAs―싸스)도 동작하지 않는구만. 음…》

맥없이 중얼거리는 선장의 주름진 얼굴이 무섭게 이그러졌다.

전자기포탄이 터지면서 방출된 강력한 전자기파에 의하여 통신설비들이 못쓰게 되였으면 앞으로 《류성》호의 처지가 어떻게 되리라는것은 불보듯 너무도 명백했기때문이였다.

《해적선들이 우리를 완전히 포위하였다!》

팽팽한 조타실의 공기를 깨뜨리듯 선교쪽에서 웨침소리가 들려왔다. 선장의 두눈에서 번개불이 번쩍했다.

《모두 내 명령을 들으라. 지금 해적들이 우리를 어째보려고 하고있다. 하지만 어림도 없다. 마음을 굳게 먹으라. 조타수는 절대로 침로를 바꾸지 말것!》

《알았습니다.》하고 대답하는 조타수의 힘찬 목소리가 울렸다.

《류성》호는 거침없이 앞으로 항행을 계속했다. 그러자 바깥에서 위협사격인듯 기관총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리더니 확성기의 소리가 울려왔다.

《〈류성〉호! 〈류성〉호!―》

확성기를 통해 울리는 상대방의 귀설은 목소리는 매우 위압적이였다.

《〈류성〉호! 배를 멈춰세우라! 항해를 중지하지 않으면 사격하겠다.》

진호가 창밖을 내다보니 《류성》호의 좌우현측에는 벌써 해적선들이 나란히 붙어서 달리고있었다. 《류성》호와 해적선들간의 간격이 차츰 좁아지고있었다.

《기관실! 기관전속으로!―》

선장이 마이크에 대고 소리쳤다.

《알았다. 기관전속으로!》 하고 당직항해사가 복창하고는 전령기의 손잡이를 앞으로 힘껏 밀었다. 속도를 내는 《류성》호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해적선들이 찰거마리처럼 점점 더 가까이로 다가들고있었다. 아마 저희들의 뜻대로 되지 않으니까 선체에 자기들의 배를 가까이 들이대고 《류성》호의 갑판에 오르려는 작정인것 같았다.

《단 한놈도 우리 배에 오르게 해서는 안되오!… 부선장! 동문 우현을 맡소. 난 좌현에 나가겠소.》

《알았습니다.》

진호는 선장의 뒤를 따라 밖으로 뛰쳐나왔다.

이때였다. 수근이가 마주 뛰여오더니 진호앞을 막았다.

《부선장동무! 그거 있잖소. 해연동무의 통신기를 좀 동작시켜주오.》

《?…》

《놈들의 전자기포탄에 통신설비들이 녹아났으니 해연동무의 통신기를 리용해서라도 조국에 소식을 전해야 하지 않겠소.》

《음, 그렇게 하기요.》 하며 수근의 말을 수긍한 진호가 품속에서 얼른 말단장치를 꺼내들고 화면을 펼쳐보았다. 하지만 통신기가 동작하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진호가 눈이 퀭해져 통신기를 마구 흔들어대는데 행여나해서 지켜보던 수근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더니 끝내 자기를 이겨내지 못한듯 가슴을 친다.

《아- 통신기마저 동작하지 않으니 이젠 어떡하면 좋소?》

말단장치를 거두던 진호가 수근에게 소리쳤다.

《수근이, 맥을 놓지 말라구!》

《알아, 알아. 헌데 방법이 없어그래.》 하며 수근은 선미쪽으로 비칠거리며 갔다. 진호는 그의 등뒤에 대고 다시 소리쳤다.

《수근이, 지금 당장은 저놈들이 배에 기여들지 못하게 하라구.》

《…》

3척의 해적선들은 《류성》호의 량쪽측면과 뒤에 붙어서서 연방 위협사격을 퍼부어대고있었다. 우현측으로 달려간 진호가 선체밖을 보니 해적선들과의 간격이 불과 50메터밖에 되지 않았다. 해적선의 갑판우에는 얼룩무늬가 찍혀진 전투복차림의 사나이들이 《류성》호를 향해 총구를 마구 휘둘러대며 제가끔 자기 모국어소리로 법석 고아대고있었다. 백인, 흑인, 혼혈인들이 한데 섞인 그 무리들은 갈가마귀떼를 련상시켰다.

해적선의 갑판우에는 배낭식추진기를 등에 진 여라문명의 해적들이 완전무장을 갖추고 이쪽을 노려보고있었다. 이제 해적선이 조금만 더 가까이 접근하면 《류성》호의 갑판으로 날아들어올 심산이였다. 진호의 눈길이 황황히 불탔다. 그는 큰소리로 웨쳤다.

《전기사! 〈비상〉1 단추를 누르라. 방위마당을 형성하라!》

《알았다!》

이놈들, 어디 한번 덤벼들어봐라!

진호는 조소를 머금고 놈들을 쏘아보았다. 이제 《류성》호의 선체둘레에 방위마당이 형성되면 저놈들의 침입계획은 수포로 돌아갈것이다. 이어 곧 배전실쪽에서 웅글은 전기음이 울리였다.

《부웅-》

그와 동시에 《류성》호 주위에 강력한 방위마당이 생기기 시작했다. 때를 같이하여 《류성》호에로 다가들던 해적선들이 별안간 흠씰하며 선체를 떨었다. 그찰나 해적선의 현장판우를 딛고 올라서서 기염을 토하던 해적 한놈이 바다물속으로 허양 날아떨어졌다. 해적선들은 와당탕 요란한 기관소리를 내며 용을 써댔지만 도저히《류성》호곁으로 다가들수 없었다. 방위마당이란 선박의 항해시 바다물우로 떠다니는 여러가지 장애물들이 선체에 부딪치지 못하게 자기적힘의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로 물면우에 형성하는 특수한 힘마당이라고 할수 있었다. 방위마당의 위력은 대단했다. 해적들은 《류성》호에 다가붙지 못하게 되자 총탄사격을 가해왔다. 배의 선체에는 수십개의 총탄자욱이 생겼다. 선박의 좌현쪽에서도 자지러진 총소리가 울리였다.

《어리석은 놈들, 감히 우리를 어째보겠다구?》

《흥, 저놈들이 우리〈류성〉호를 잘못 건드렸지.》

진호의 옆에 있던 선원이 조소했다. 이때 저쪽에서 선원 한명이 급히 이쪽으로 뛰여왔다.

《선장동지가… 선장동지가 중상을 당했습니다.》

《뭐요?!》

진호가 배의 좌현에로 달려갔을 때 선장은 의사의 무릎우에 머리를 얹고 갑판우에 누워있었다. 흰 정복자락이 갈기갈기 찢어진 그의 복부사이로 시뻘건 피가 얼룩져있었다. 선장은 고통으로 얼굴을 찡그린채 진호를 힙겹게 올려다보았다.

《선장동지! 선장동지!…》

진호는 선장을 흔들며 목메여 불렀다.

《부선장…》

정신이 점점 흐려져가는지 눈시울이 자꾸 내리덮이고있었다.

《배를… 부탁하오. 절대로… 우리 배를… 저놈들 한테…》

그는 잦아드는 소리로 겨우 몇마디하고는 의식을 잃었다.

《선장동지!―》

진호는 선장을 부둥켜안고 몸부림쳤다.

우르릉- 우르릉- 이번에는 《류성》호의 상공쪽으로 웅글은 동음이 들려왔다.

《부선장동무, 저기…》

의사가 가리키는 하늘쪽을 바라보던 진호의 온몸이 굳어지였다.

서남쪽 하늘가에서 한대의 소형직승기가 날아오고있었던것이다. 이곳 근방의 해적소굴에서 날아오는 놈들의 직승기가 분명했다. 소형직승기가 교예를 부리듯《류성》호의 마스트우를 스칠듯이 이리저리 날아예더니 고함소리처럼 직승기에서 확성기소리가 울렸다.

《항복하라!-》

《생명은 담보한다!-》

《배를 세우라!-》

열려진 소형직승기의 문으로 얼룩무늬의 전투복을 입은 한무리의 놈들이 상반신을 내밀고 당장이라도 뛰여내릴 자세로 내려다보고있었다. 물우에서의 침입이 실패하자 공중으로 날아내릴 차비인것 같았다. 분노로 격앙된 진호가 불쑥 몸을 일으켰다. 그의 두눈에서는 섬광의 불찌가 당장이라도 튀여나올듯 이글거리였다.

《이놈들!…》

진호는 선장의 손에서 확성기를 떼내여가지고 마스트갑판으로 올라가 그우에 우뚝 섰다.

《부선장동무! 위험합니다.》

선원들이 해적들의 시야에 몸을 내댄 진호를 보고 걱정되여 소리쳤다.

해적놈들도 진호를 보았는지 산발적으로 고함치던 소리가 즘즘해졌다. 진호가 이제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는 심산이였다.

진호는 《류성》호를 에워싸고 따라오는 해적선들과 하늘공간을 낮추 떠돌고있는 소형직승기를 엇갈아 쏘아보며 휴대용확성기를 입가에 가져갔다. 모두의 눈길이 진호쪽으로 쏠리였다.

《해적들은 내 말을 똑똑히 들으라! 이 배는 신성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무역선이다. 주권국가의 배를 침범하는것은 국제법의 유린으로 된다. 만약 이 법을 어기고 〈류성〉호의 갑판에 발을 붙이는 경우 살아서 돌아갈 놈은 단 한놈도 없다는것을 명심하라!》

그리고는 기관실에 대고 소리쳤다.

《기관실! 정황에 따라 배를 폭파시킬수 있게 준비할것!》

《알았다!―》

통신실에서 진호의 말을 들은 박수근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떨구었다. 놈들의 전자기포탄만 아니였어도 조국에 신호를 보내고 구조요청도 했을텐데!… 언뜻 분옥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 분옥이!- 한생 그를 기쁘게 해주자고 했었는데…

수근의 얼굴은 이지러졌다. 이제는 할수 없다. 여기서 저놈들과 결판을 내는수밖에 없구나.

《기관실 준비됐다. 명령을 기다린다!》

확성기에서 기관장의 비장한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우리도 준비되였다. 명령을 달라!》

사방에서 결사의 각오를 다진 선원들의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해적들도 선원들의 행동에서 자기들의 목적을 쉽게는 달성할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잠시 주춤거렸다. 소형직승기에서 왝왝거리기만 하면서 뛰여내리지는 못하고있는 해적놈들을 쏘아보던 진호는 선원들을 돌아보았다. 선원들의 눈에서는 적들에 대한 증오의 불길이 펄펄 일었다. 누구라할것없이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원쑤들과 싸울 의지를 가다듬고있었다.

처음 당하는 일이였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적들과 용감히 싸우다가 자폭하면 했지 뒤로 물러설수 없다는것을 그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있었던것이다. 또 그렇게 함이 놈들로부터 자기자신을 지키는 길임을 똑똑히 알고있기에 모두가 떨쳐나섰던것이다.

어림도 없다! 《류성》호는 우리 조국땅의 한부분이다. 네놈들의 더러운 발밑에 짓밟히기보다는 싸우다 흔적도 없이 폭파시켜버릴테다. 조금후에 해적들이 더는 어쩔수 없는지 다시 기관총사격을 가해왔다.

따따따…

박수근이가 통신실문을 박차고 뛰여나갔다. 그는 진호에게 소리쳤다.

《부선장동무, 위험하오. 엎디시오!》

기관총탄이 진호의 귀뿌리를 스치듯이 날아갔다. 마스트에 설치되여있던 투광등이 박살나면서 진호의 발치에 떨어졌다. 어느새 지붕우에 올라왔는지 수근이가 진호를 내리덮쳤다.

《부선장동무, 어쩌자구 그러오. 동무야 이 배를 지휘해야 할 사람이 아닌가!》

《통신장동무! …》

수근을 마주보는 진호의 얼굴이 고통으로 이지러졌다.

《부선장동무, 이런 때 우리에게 총이라도 있었으면 저놈들을 당장…》

수근은 마구 가슴을 쥐여뜯으며 해적선들을 노려보았다.

《류성》호는 방위마당을 형성한채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류성》호의 좌우현과 선수선미쪽에 형성된 방위마당으로 하여 가까이 다가들수 없게 되자 해적들은 약이 올라 기관총사격을 가해왔다.

이때였다.

좌현쪽에서 달리던 해적선이 갑자기 앞쪽으로 속도를 내여 나아가는것이였다. 그리고는 《류성》호의 침로앞쪽을 가로지르며 길게 선회했다. 놈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있었다. 탐지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뢰발견! 전방 1 500m, 해적선이 다섯개의 자석식기뢰를 부설했습니다.》

《뭐?! 자석식기뢰를…》

《예, 틀림없습니다.》

자석식기뢰는 물체와 거리가 가까와지면 그 물체에 자동적으로 달라붙으면서 터지는 폭발물이였다.

《방위마당으로 기뢰를 밀어버릴수 있지 않겠습니까?》하고 한 선원이 진호에게 물었다.

하지만 진호는 머리를 흔들었다. 혹시 저 기뢰가 강한 자석식이여서 배의 방위마당의 세기를 이겨내고 선체에 와 철썩 달라붙는 순간이면 그땐 《류성》호가 어떻게 되리라는것은 너무도 명백했다. 침로가 막힌 《류성》호는 해적선들의 포위속에서 부득불 항해를 멈추지 않으면 안되였다.

《항해 중지!-》

진호는 이렇게 소리를 치고나서 입술을 피가 나게 꽉 깨물었다. 바다에는 갑자기 창창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된일인지 원인모를 뽀얀 안개가 자욱이 서리였다. 해적들은 《류성》호의 주위에 이상한 힘마당이 형성되여 도저히 접근할수 없다는것을 깨닫고 우선 《류성》호의 침로를 막기 위해 자석식기뢰를 부설해놓는 한편 바다에 안개를 인공적으로 조성하였던것이다.

교활한 놈들!…

진호가 격분해서 손을 공중에서 획 소리나게 흔들어댔다. 물론 자기마당의 힘으로 자석식기뢰를 밀어버리며 앞을 헤쳐나가볼수도 있지만 자칫하다가는 무모한 손실을 입을수 있었다.

아,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별안간 조용해진 바다우에 정적이 흘렀다. 진호는 갑판우에 아무렇게나 앉았다. 그리고는 품속에서 말단장치를 꺼내들고 다시 동작시켜보았으나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는 시간을 보려고 손목에 찬 시계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방실거리며 웃는 해연의 사진이 정답게 안겨왔다.

-아, 해연이!

진호는 저도모르게 마음속으로 부르짖었다. 그런데 이때 놀랍게도 그리운 조국땅의 해안도시가 눈앞에 나타났다.

엉,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뇌파말단장치도 놈들의 전자기포탄에 못쓰게 되였는데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가. 그가 시계뚜껑을 닫자 방금 눈앞에 나타났던 해안도시가 가뭇없이 사라졌다.

그럼 이 시계가?… 진호가 호기심에 차서 다시 시계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다시 정든 해안도시가 진호의 눈앞에 떠오른다.

아니야, 사진속의 해연이가 있으니 내게 그렇게 생각되겠지. 하고 진호가 생각하는데 해연이가 방싯 웃으며 묻는다.

-어떻게 된 일이예요?

-해연이, 미안하오. 공해상에서 갑자기 달려든 어떤 놈들의 책동으로 뇌파통신기가 그만 못쓰게 되였소. 그러다보니 이제부터는 동무와 더이상 대화시험을 할수 없게 되였소.

진호는 해연의 사진을 보며 속으로 죄스러운 마음을 터놓았다. 그러자 웃음을 거두며 해연이가 눈이 둥그래서 묻는것이였다.

-《류성》호를 가로막은 놈들은 도대체 어떤 놈들이예요?

-해적들인것 같소.

-해적?!

-그렇소,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3척의 배가 지금 우리 배를 따라오면서 기관총사격을 하며 포위하고있소.

-뭐라구요, 3척씩이나?! 그래 〈류성〉호는 일없어요? 선원들은?…

-선장동지가 치명상을 입었소. 우리 동무들은 마지막까지 놈들과 싸우려고 모두가 떨쳐일어났소.

-〈류성〉호가 처한 사태를 조국에선 알고있어요?

-아니, 놈들은 우리에게 달려들면서 먼저 전자기포탄을 쏘아 통신설비들부터 모두 마비시켜놓았소. 그러다보니 조국에 소식을 알릴수가 없게 되였소.

-그렇게 되였군요. 그렇다고 절대로 맥을 놓아서는 안돼요. 조국은 동무들을 꼭 보호해주고 놈들을 징벌해줄거예요.

-알겠소. 우린 절대로 놈들에게 굴복하지 않을테요.

-지금 거기가 어디예요?

-××만해역이요.

-진호동무, 신심을 가지세요. 조국이 동무들을 지켜본다는것을 잊지 마세요.

-걱정마오.

해연과 마음속얘기를 나누는 진호의 두눈가에서는 이슬이 반짝했다.

조국에서도 우리 《류성》호를 꼭 찾고있을것이라고 생각하니 진호의 두눈에서는 맑은것이 저도모르게 고여오른것이였다. 조국이 그리웠다.

-자, 그럼 다시 만나기요.

애인과 다정히 마음속이야기를 나누고난 진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놈들의 행동에 대처하기 위한 만단의 준비를 갖추어야 했다. 그러나 진호는 이 순간에 뚜껑이 열린 손목시계를 통해서 지금껏 해연이에게 끝없이 속삭인 자기의 속생각이 그대로 전파가 되여 조국으로, 해연에게로 끊임없이 전송되였다는것을 알지 못했다. 진호가 손목시계의 뚜껑을 닫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는 오후 4시 30분이였다.

 

facebook로 보내기
twitter로 보내기
cyworld
Google+로 보내기
evernote로 보내기
Reddit로 보내기
linkedin로 보내기
pinterest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naver로 보내기
mypeople로 보내기
band로 보내기
kakaostory 로 보내기
flipboard로 보내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