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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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쯔 모텔은 오늘도 섬에 깊숙이 은페된 해적선의 통신실에 붙박혀있었다.

모텔이 와있는 여기 《C》지역은 밀수와 부정부패, 마약거래가 성행하는 지역들중의 하나로서 ××만해역가까이에 위치하고있었다. 모텔의 어렸을 때 꿈은 앞으로 커서 과학자가 되는것이였다. 그의 머리속에는 늘 에디슨이 자리잡고있었다. 일생에 1 300여건의 발명품을 내놓아 《발명왕》으로 불리우고 큰 갑부가 되였다는 에디슨은 어린 모텔로서는 늘 동심속에 품고있던 동경의 대상이였다. 그만큼 그는 어릴 때부터 학업에 전심하였었다. 할아버지의 모국인 영국에서 영주하여온 모텔에게 집에서는 학비따위는 물론 그가 요구하는것이면 그것이 값비싼 전자제품이든 기계설비 같은것이든 가림없이 구해다주었다. 머리가 좋은데다가 학업에 대한 열성이 높았던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에 벌써 미래가 촉망되는 인물로 주변사람들의 눈길을 모으게 되였다.

하지만 그의 운명은 달리 되였다. 생활은 학자가 되려던 모텔에게 그 꿈을 실현할 기회를 주려 하지 않았다. 한때 번창하던 프란쯔의 가세가 세계를 휩쓴 경제공황으로 파산되게 되자 해병대의 병역을 마치고 돌아온 모텔은 학업탐구의 길이 아니라 당장 먹고 살아야 할 생존경쟁의 마당에 뛰여들지 않을수 없게 되였던것이다. 돈에 허덕이는 모텔에게 도적과 강탈이라는 구렁텅이가 한발자국씩 다가들며 그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돈만이 모든것을 좌우지하는 생활의 탁류는 이렇게 모텔을 범죄의 탕수 한복판으로 끌어들였다. 모텔은 파산된 아버지의 운송점에서 얻어낸 크지 않은 발동선을 타고 동료들과 함께 야밤에 쓰프강을 오르내리며 상선들의 재물과 선원들의 돈주머니를 털어내기 시작했던것이다.

그러다가 경찰의 추적을 받게 되자 도망쳐온것이 이름없는 이 무인도였다.

무인도는 잘 위장된 해적들의 오랜 비밀소굴이였다. 이 무인도의 해적들로 해서 오늘날 이 지역은 세계적으로 가장 불안하고 무서운 해역으로 소문을 내고있었다. 일찌기 이 지역에서는 해적들이 성행하여 《해적과 보물》이라는 전설이 사람들의 머리에 깊숙이 새겨져있었다. 한동안 잠잠해있던 해적들의 활동이 다시 활발해지기 시작한것은 티피타브라는 해적두목이 출현해서부터였다. 1870년경 티피타브는 12척의 배로 무어진 큰 상선대가 당시 누구나가 다 요구하던 향료와 함께 많은 량의 금과 보석을 싣고 이 지역을 통과하게 된다는 정보를 입수하였다.

티피타브는 즉시 해적들을 깡그리 동원하여 상선대의 길을 막아나섰다. 야밤에 상선대를 들이친 해적들은 무자비하게 선원들을 죽이고 재물을 강탈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이들속에서 빠져나온 어느 한 배가 여기 무인도에 100여개의 궤를 깊숙이 숨겨두는데 성공했으나 선원들은 뒤따라온 해적들에게 모두 잡히였다. 공포에 질린 선원들은 금과 보석의 절반을 내놓겠으니 그것과 자기들의 목숨을 바꾸자고 하였다. 하지만 티피타브는 그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모두 죽여버렸다. 그는 자기가 보물이 숨겨져있는 이 일대를 손금보듯이 잘 안다고 확신했기때문이였다. 티피타브는 즉시 해적들을 데리고 보물이 숨겨있을만한 장소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보물을 찾아낼수가 없었다.

그후 그의 해적무리들은 세계각국의 비난과 상선들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인 련합앞에 하나둘 손을 들고 나앉기 시작하더니 종당에는 사라져버리고말았다. 보물을 찾기 위한 해적들의 탐험이야기는 아직까지도 전설로 전해져오고있었다. 오죽했으면 보물을 찾는 해적들의 생활을 소재로 한 책이 나오기까지 했으랴.

모텔의 머리속엔 지금도 그 책에서 본 구레나룻의 해적선선장과 외다리해적의 잔인한 살인행위가 몸서리칠 정도로 되새겨지고 술에 취한 해적들이 부르던 노래도 생각났다.

《오, 람술이여 람술이여…》

먼지가 흩날리는 력사의 갈피속에 깊이 파묻혀있던 해적들은 100년후에 다시 출현하였으며 오늘날에 와서는 더더욱 사납게 날치고있었다.

지형상으로 보나 위치로 보나 《C》지역이 활동에 편리하다고 본 해적들은 1 000여개의 크고작은 섬들로 이루어져있는 이곳에 소굴을 꾸렸다.

모텔은 바로 이곳에서 손꼽히는 전자도청명수로 해적활동에 참가하고있었다. 머리가 좋아 웬간한 전자설비나 장치물들을 능숙하게 다룰줄 알았다. 하지만 그도 모르는것이 있었다.

얼마전에 ××만해역에서 대형어선을 들이치고 강탈해온 물건들가운데 특이한 설비가 하나 있었는데 모텔은 이것이 어떤 용도에 쓰이는것인지 알수가 없었던것이다. 크기와 모양이 소형TV 비슷한 이 설비는 모텔이 보기엔 그 무슨 탐측설비나 통신설비같아보였지만 다룰줄 몰랐기때문에 한쪽켠에 처박아놓지 않으면 안되였다. 동료들의 말에 의하면 어선에 타고있던 학자풍인듯한 사람이 총에 맞고 쓰러지면서까지도 품에 붙안고있었다고 한다.

《대단한 물건같아서 가져왔는데 좀 봐주게. 이게 혹시 값나갈 물건일수도 있지 않나?》

로획물을 가져온 모텔의 동료인 잭크가 하는 말이였다.

사실 잭크는 두목의 심복부하였다. 그래서인지 그는 웬간한 로획물따위는 제손에 쉽게 넣군 하였다. 두목도 잭크가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다는것을 알면서도 그쯤한것은 눈감아주는듯 했다. 여기 대부분의 해적들은 퇴역한 고용병들로서 육체적으로 잘 준비된자들이고 현대적인 정예무기에도 숙달되여있었지만 주먹질과 각종 무기를 다루는데서는 잭크의 솜씨를 당해낼자가 별로 없었다.  그런것으로 해서 잭크는 무례할 정도로 거들먹거렸고 걸핏하면 동료들에게 사납게 달려들어 주먹질을 해댔다. 하지만 누구도 그에게 반항해볼 생각을 못했다. 그런 포악한 잭크가 이상하게도 모텔만은 공손히 대하군했다. 동료들은 머리를 기웃거렸다. 하지만 속내를 알고보면 이상할것은 하나도 없는것이였다.

사실 잭크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머리가 좋은 모텔이 필요했고 또 모텔은 모텔대로 잭크를 방패로 써먹기 위해 필요했던것이였다. 이런 호상성의 뉴대는 존재했으나 그것이 영구적으로 공고한것은 절대로 아니였다. 상대방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면 그 전날의 의리는 언제 있었더냐싶게 자기의 동료를 무섭게 해치는것이 바로 해적들의 생활이였기때문이다. 그런것으로 해서 모텔은 지금도 나서자란 고국땅을 떠나 머나먼 외진 섬에서 해적생활을 하고있는 자신을 죽어라 저주하고있는터였다.

《프란쯔, 가지 마세요. 당신이 없으면 전 어떻게 살아요?…》

밀선에 오르는 자기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며 애절하게 말하던 사랑하는 애인인 젠니의 목소리가 때없이 귀전을 울리며 가슴을 허벼놓군 했다.

《젠니, 3년만 기다려주오. 그때면 집행유예로 우리의 운명이 달라질수도 있소. 그때 다시 만나서 우리…》

《아, 당신이 어쩌다 그런짓을 다 하다니. 흐흑!…》

《내 꼭 돌아올테니 기다려주오.》

《아, 프란쯔!…》

《…》

그때로부터 몇해가 흘렀다. 언제면 고국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처녀를 만나게 되겠는지, 그사이 젠니가 다른 사나이의 품에 안겨 돌아가고있지나 않는지?… 어서 집으로 돌아가 젠니를 만나서 함께 부지런히 일하면서 행복하게 살고싶었다.

하지만 이곳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죽어서나 나갈수 있었지 살아서는 도저히 빠져나갈수가 없었다. 언제면 이런 생활이 끝장나겠는지?… 아, 내가 머저리지. 모텔은 자주 이런 상념에 빠져 자신을 한탄하군 했다.

모텔은 오늘도 자기의 신세를 두고 속을 썩이며 섬의 한구석 배의 통신실에 한겻이나 앉아있었다. 지금도 그의 눈길은 벽에 붙여놓은 젠니의 사진에 가있었다. 고등학교때부터 머리가 좋아 학업에서 소문을 내던 자기를 은근히 사모하며 정을 기울였던 그 처녀가 지금 매혹적인 웃음을 지으며 내려다보고있는것이였다.

아, 젠니! 날 용서해주오. …

이때 잭크가 통신실에 들어섰다. 그는 모텔의 얼나간듯한 모양을 보더니 머리를 흔들거렸다.

《참, 계집들이란 요물일세. 그것들의 눈물에 혼이 녹으면 어차피 감옥행을 하기가 일쑤야.》

그러건말건 모텔은 벽에 붙여놓은 젠니의 사진에서 눈길을 뗄줄 모른다. 잭크가 계속 이죽거리였다.

《그쯤하라구, 계집이란 재수없는 물건짝이라니까.》

모텔의 가슴속에서 증오심이 북받쳐올랐다.

개같은 자식!… 모텔은 속으로 이렇게 부르짖으며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자기의 특기인 발차기로 잭크를 단번에 쓰러뜨리고싶었으나 앞일을 생각해서 꾹 참았다. 어디 두고보자. 얼룩덜룩한 전투복차림의 잭크가 그 특이한 뱁새눈으로 모텔의 얼굴을 한동안 살펴보더니 인차 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만 공상하고 한잔 하세나.》

잭크가 뒤꽁무니에서 희귀한 술병을 꺼내놓았다.

《난 생각이 없네.》

모텔은 시답지 않게 대꾸하며 뚜껑을 열어놓은 이상한 설비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한번 동작시켜보고싶은 설비여서 모텔은 이따금씩 전원을 투입해놓고는 지켜보군했다. 잭크는 그런 모텔을 보며 모르는척 하고 계속 지껄여댔다.

《이건 보통술이 아닐세. 자넨 당대 살아도 구경해보기 힘든 술이야.》

잭크는 나뽈레옹의 초상이 그려져있는 멋진 술병을 모텔의 눈앞에 흔들어보였다. 그리고는 마개를 따고 비취색이 나는 병을 잔에 기울이였다. 삽시에 방안엔 독특한 술향기가 퍼졌다.

《프랑스제 브란디인데 세계적으로 가장 이름난 술들중의 하나일세.》

잭크가 술향기에 코를 벌름거리며 력설했다. 술이라면 오금을 못쓰는 잭크는 다른것은 몰라도 술에 대해서는 상당한 조예가 있었다. 잭크는 주독이 오른 커다란 코를 벌름거리더니 제먼저 술잔을 들어 단숨에 입안으로 쏟아넣었다.

《카- 기가 막히구만.》

잭크는 애인에게 하듯이 술병에다 대고 쪽- 소리나게 입을 맞추었다. 그런 다음 또 잔에다 술병을 기울이였다.

《15세기라던지 16세기라던지… 이딸리아에 체르만이라는 사람이 있었다네.》

한잔 들어가면 늘 시작되는 술에 대한 강의였다.

《그는 자기가 만든 포도주를 나무통에 보관하는 습성이 있었지. … 그런중에 전쟁이 일어나 그는 그 술통들을 땅굴속에 집어넣어두었네. 그런데 전쟁이 한창일 때 그 체르만이란 사람이 그만 덜컥했지. 그가 죽자 그 누구도 술의 행처를 알수가 없게 되였지. … 전쟁이 끝난지 10년이 되였지. 그때 어떤 사람이 우연히 땅굴속에 들어갔다가 체르만이 감추어놓은 술통을 발견하게 되였지. 오래동안 보관되여있다보니 술이 증발되여 절반쯤 남긴 했지만 등황색을 띠고있는 술은 보기에도 아주 멋있었지. 또 냄새는 얼마나 향기로운지 기가 막힐 지경이였다네. 그래서 죽은 체르만을 추억해서 술이름을 〈브란디〉라고 하였는데 난 이것이 생명수라는 뜻이라고 생각하네.》

이제는 잭크의 입에서 열번도 더 듣는 술소리에 모텔은 인상을 찡그리였다.

잭크가 술병을 들어 술의 제작년도를 가리켜보였다.

《보라구. 제작년도가 100년이 넘었어.》

《…》

잭크는 술병을 귀한 보물처럼 어루쓸었다.

《며칠전에 스꾸딸리네 패들이 ××항구까지 원정했다누만. 바이킹의 령을 받고 한 일이지만 벌이가 괜찮았던 모양이야. 밤에 항구에 떠있는 어느 상선을 들이쳤는데 멋진 아가씨까지 모셔왔다지 않나…》

《아가씨라는건 어떤 계집인가?…》

잭크의 말에 뜯어놓은 설비의 기판에서 눈길을 떼며 모텔이 물었다.

《쉿! 말조심하게. 그 녀잔 〈××타임스〉특파원이라는 직분으로 위장을 했어도 사실은 국회의원이 보내는 파견관일세. 돌아가는 소리는 그 국회의원의 친딸이라는 말도 있어. …》

《흠…》

모텔은 쓴입을 쩝쩝 다시였다.

《바이킹이 그 아가씨를 이곳으로 모셔오라기에 스꾸딸리한테 갔다가 그네들의 로획품에서 이 술병 하나를 슬쩍했지.》

잭크는 다시 술잔을 들어 입에 쓸어넣었다.

《카― 좋구나. 사람이란 그저 이런 맛에 산다니까. 안그런가?》

잭크의 넉두리에 모텔은 쓰거운 웃음을 지었다.

내가 저런 저속한 인간과 한동아리가 되였단 말인가?… 하긴 이 모텔도 저 잭크보다 나은게 도대체 뭐가 있는가. … 모텔은 그만에야 앞에 놓인 술잔을 집어들었다. 게슴츠레해진 잭크가 중얼거리듯 계속 지껄여댔다.

《아마 모름지기 바이킹이 인차 원정명령을 내릴게야.》

《?…》

잭크가 말하는 《바이킹》이란 이곳 섬의 해적두목의 별칭으로서 중세기때 해적력사의 한페지에 흑점을 남긴 ××만의 한 해적인물을 가리켜 부르던 말이였다.

《스꾸딸리》라는 별칭도 해적왕국을 세웠던 사람의 이름이였다. 두목들의 이름을 중세기때의 이름을 따서 그대로 불리우게 하고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해적들은 자기들의 강대성을 시위한다며 잔인성과 혹독성을 기질로 하여 세상사람들의 불안을 자아내고있었다. 종래의 해적들은 재물을 략탈하는데 목적을 두고있었지만 현대 해적들은 재물략탈뿐아니라 정부에 대항하고 국제사회계에 무질서와 혼란을 조성하고있었다.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해적들의 공격수단도 끊임없이 다양화, 현대화되고 그 수법도《집단화》, 《조직화》, 《국제화》의 길로 나가고있었다.

××만해역에만도 여러 해적집단이 몰켜있다. 그들은 현대적인 해적그룹을 조직하고 그밑에 산하기구까지 내왔으며 각 지역에 고용인들까지 두고 ××만해역과 여러 해협, 해역의 해상에서 활약하고있었다.

해적들은 최신과학기술과 설비들을 갖춘 상륙정, 경비정과 같은 현대적인 배들을 타고다니면서 무역선들과 기타 민간선박들을 기습하여 짐을 강탈할뿐아니라 해당 나라들에 저들이 랍치한 선원들의 몸값으로 거액의 돈까지 요구하고있었다.

이곳 지역의 해적들은 대다수 훈련을 받은 전투원들이며 위성전화와 전지구위치측정체계를 장비한 쾌속정들을 리용하고있었다. 이들은 일반 상용무기뿐아니라 기관총이나 각종 수류탄, 로케트발사기 등 현대적인 무기와 장비로 무장하고있었다.

해적들은 저들의 요구조건에 응하지 않으면 랍치한 선원들을 가차없이 바다에 처넣어 죽이군 했다.

《그렇지 않아도… 바이킹이 스꾸딸리한테 협공을 지시했네. 지금… 8000t급의 〈류성〉호가… ××항구를 떠나 이쪽으로 항해하고있는데… 통보에 의하면 그 배에 … 5억딸라분의… 최고급의 기계와 세계적으로 이름난 고려인삼술이… 5천상자… 5천상자나 실려… 있다고 하더군.》

잭크는 취기가 올라 말을 더듬었다.

《〈류성〉호가 어느 나라 배인가?》

모텔의 물음에 값비싼 려송연을 피우며 몸을 흔들어대던 잭크가 으쓱해서 대답했다.

《조선배이네.》

《뭐, 조선배?!…》

모텔의 눈이 커졌다.

《모텔, 왜 그러나?… 걱정말라구. 〈류성〉호는… 군함이 아니니까.》

잭크는 담배연기때문인지 아니면 모텔의 인상을 보고 겁을 먹고있다고 생각되여서인지 히죽이 낯을 이그렸다. .

《잭크, 그 나라 군력이 간단치 않아. 상상할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그 나라를 잘못 건드렸다간 오히려 우리가 해를 입을수 있어.》

《자식, 두려워하긴…》

《아닐세, 정말이야. 자네가 두령님한테 잘 말해서 이번 일을 취소하도록 하게.》

모텔의 얼굴색이 컴컴하게 질리였다.

《정신나간게 아닌가? 두령의 성미를… 몰라서 그래. 그는 한번 마음먹은건… 무조건 하는 사람이야.》

《!…》

《이 잭크만 믿으라구.》

잭크가 으쓱해서 담배연기를 깊숙이 빨아들였다가 내뿜으며 호기를 부리듯 머리를 흔들어댔다.

《잭크, 그러지 말구 내 말을 좀 들어보라구. 이건 내가 해병대시절에 직접 목격한 일이네. 언젠가 우린 조선동해의 공해상에서 합동군사연습을 벌린적이 있었네.》

《그래서?》

잭크가 목을 기웃거리며 비웃는듯이 바라보았다.

《그때말이네. 어떤 얼빠진 구축함 한척이 광기에 올라 그 나라 령해깊이 들어간 일이 있었지. 불법침입이였어. 헌데 그때 갑자기 맑은 하늘에서 우뢰소리가 울더니 어디선가 날아온 불덩이들이 마구 떨어져내리는데… 어휴 , 지금도 그때를 생각만 하면 온몸이 오싹해지군하네.》

모텔은 소름이 끼치듯 몸을 움츠리였다.

《불덩이?! 그게 어떻게 되였다는거야?》

《구축함에 타고있던 녀석들모두가 전기에 감전된것처럼 온몸이 가드라들면서 도저히 운신할수가 없었다네. … 후날 그들의 말을 들어보니 그때 꼭 지옥에 온것처럼 당장 이승생활이 끝장인줄 알았다더군. 그때 무섭게 떨어지던 그 불덩이들을 난 지금에 와서도 도저히 잊을수가 없네. 그때를 생각하면 에이… 그저 온몸에 소름이 오싹하니 내돋군 하지. 그건 틀림없는 불벼락이였어. 불벼락!》

모텔은 그때의 광경이 당장 다시 펼쳐지는것 같아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핫!… 그쯤한것에 간담을 조이는것을 보니 역시 자넨 큰일을 치기가 틀렸네.》

자기는 담이 크다는듯 잭크가 으시대였다.

《흥, 자네도 한번 겪어보게. 그때엔 다시 히죽거리지 못할걸세.》

그러자 얼굴색을 달리하며 잭크가 비취색술병을 다시 잔에 기울이였다.

《헌데 그 불덩어리가 어떤것이길래… 모두가 감전된것처럼 되였을가?…》

잭크는 앞에서는 큰소릴 쳐도 겁이 나는지 은근히 캐물었다.

《모르겠네. 그때 우리는 그걸 그저 〈붉은 벼락〉이라고 불렀네.》

《〈붉은 벼락〉?!… 음, 아주 위압적인데…》

《잭크, 그러니 이번 습격을 좀 자중해야 하지 않을가?》

《무슨… 소릴!… 이번 계획은 누구도 어쩌지…못해.》

잭크는 동공이 풀린 뱁새눈을 커다랗게 떴다가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소리가 나게 쭉 마셨다. 그리고는 신경질이 난다는듯 이번에는 병을 통채로 들어 꿀꺽꿀꺽 들이켰다.

《모텔, 너무 걱정… 말라구…》

잭크는 취기가 올라 의자등받이를 짚고 몸의 균형을 겨우 유지하고있었다.

《하늘이… 준 기회…는 래일로… 미루어…서는… 안된다…고 했어. 아마 우…린 성…공할거야. 여…기는 조선의… 하늘… 그리고 바다…는 아…니니…까. 수…천…마일이…나 떨…어진… 곳이…란 말…이야.》

잭크는 비틀거리면서도 호기를 부리며 모텔의 어깨를 툭쳤다.

《…》

《바이…킹…의 지…시야. 곧 준비…를 하…게. 이…제 인차… 출동할…테…니까.》

모텔은 쓴웃음을 지은채 대답하지 않았다. 이런 정신병자같은 놈에게 제일 좋은 대답은 그것을 경멸하는것이였다.

잭크는 술기운이 살아올라 모텔에게 손을 건듯 들어보이고는 비틀걸음으로 방에서 나가버렸다. 그가 가지고왔던 브란디병에는 단 한모금의 술도 남아있지 않았다.

 

×

 

《바이킹》의 본명은 죤 스미스이다.

한때 어느 한 나라의 정부군의 참모장교로서 소좌의 견장을 달고 뭇처녀들의 시선을 받으며 활개치던 그가 이렇게 세계사회계의 지탄을 받는 해적의 우두머리로 전락되게 된데는 참으로 기막힌 사연이 있었다.

어느해인가 그는 현역복무시절에 휴가차로 고향에 간적이 있었다.

고향에선 그가 왔다는 소리를 듣고 별의별 오가잡탕청년들이 다 모여들었다. 그는 그때 군인이라는 자각을 잊고 친구들과 함께 밀려다니며 진탕치듯 먹고 마시며 유흥가를 휩쓸었다. 하지만 생활의 만족은 끝이 없었다. 그만큼 그에겐 돈에 대한 욕구가 풍선마냥 점점 불어만 갔다.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풍청거릴수 있었고 무엇이나 다 가질수 있었던것이다.

돈,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을 가지기 위한 끝없는 모색끝에 그는 한가지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결론을 지었고 거기에 자기의 운명을 걸었다. 그래서 단행한것이 은행강탈사건이였다. 당시 지방신문은 이 강탈사건을 두고 굉장히 떠들었었다.

《야밤삼경에 달려든 복면한 세 사나이.》

《××거리에서 벌어진 치렬한 총격전.》

돈에 대한 탐욕으로부터 시작한 스미스의 첫 《거사》는 경찰들의 물샐틈없는 경비진으로 해서 실패하고말았다. 곧 스미스에 대한 수배령이 내려졌다. 그에겐 당장 감옥문이 활짝 열려져있었다.

스미스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집을 떠나 숨어다녔다. 그런데 죽을수가 나면 살수가 생긴다고 천만뜻밖에도 그를 도와나서는 사람이 있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수가 있단 말인가? 스미스는 깜짝 놀랐다. 그를 구원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뜻밖에도 스미스에게 습격을 당했던 바로 그 은행의 주인이였기때문이였다. 국회의원이라는 권세와 막대한 재력을 손아귀에 쥐고있는 그 은행가는 스미스를 교외에 있는 자기의 별장으로 초대하기까지 하였다. 풍성한 식탁에 국회의원과 마주앉은 스미스는 너무도 뜻밖의 환대에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스미스의 옆자리에 앉은 은행가의 딸인 메리양은 금발머리를 가볍게 흔들며 노상 입가에 미묘한 웃음을 짓고 그에게 추파를 던지였다.

《당신은 미남자예요. 사내다운 담과 기질도 있구요. 호호…》

기름이 번지르르한 대머리 국회의원은 마치 조각품이나 감상하듯이 스미스의 발달된 근육과 이목구비를 게걸스럽게 뜯어보고있었다. 한참후에 국회의원은 천천히 입을 열었는데 어조가 사뭇 무게있었다.

《당신의 이번 은행습격때 우리 경비원이 두명이나 사살되였소. 그러니 당신은 무기형을 받게 될거요.》

《…》

마음속으로 각오했던 일이였으므로 스미스는 침묵했다.

《당신한테는 지금 두갈래의 길이 있소. 감옥귀신이 되는가 아니면 자유를 누리는가.》

《자유를 누리려면 당신의 요구를 들어줘야 되겠지요?》

눈에 금시 광채를 띠며 스미스가 물었다.

《물론이요. 그러나 난 강요하지는 않겠소.》

국회의원의 어조는 조용했지만 거기에는 위협이 풍겼다.

《…》

스미스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의 이 류별난 환대가 결국 놀라운 일은 아니였기때문이였다. 하지만 스미스에게는 당장 다른 방법이 없었다. 사는것이 급선무였다.

《후- 당신의 분부를 받들겠습니다.》

《좋소. 그럼 여기에 수표하오.》

국회의원은 이미 준비했던듯 가방에서 타자친 문서장을 꺼내 스미스앞으로 내밀었다. 스미스는 더 다른 생각을 할새도 없이 수표를 해치웠다.

이로서 스미스의 운명은 결정되였다. 후날 스미스가 알고보니 국회의원의 은행업은 해적들과 은밀히 결탁되여있었다.

며칠후, 별장에서 호의호식하던 스미스는 국회의원이 붙여준 사람들의 안내를 받아 국외로 빠져나갔다. 장교로서의 군사복무경력과 함께 잘 발달된 육체는 그로 하여금 해적무리속에서 승진할수 있는 밑천으로 되였다. 결국 오늘날에 와서 이 해역에서의 해적그룹의 우두머리로까지 되였다. 물론 이 모든것은 국회의원인 은행주인의 뒤받침이 있었기때문이였다. 해적들이 략탈한 많은 돈과 값비싼 물건들은 비밀리에 국회의원한테로 조용히 흘러들어가군 했다. 이번에 메리는 국회의원의 편지와 함께 스위스국제은행구좌에 스미스의 이름으로 예금한 200만딸라의 증표를 가지고왔다. 그와 함께 그는 스미스에게 새로운 일감을 주었다. 그것은 국회의원이 직접 자금지출을 담보하면서 의뢰한 일이였다. 극비에 속하는 이 일에서는 사소한 실수도 없어야 한다고 했다.

××만해역을 비롯한 여러곳에서 해적행위가 계속 성행하고있어 국제적인 우려를 강하게 불러일으키고있었기때문이였다. 지난해 ××만해역에서 일어난 해적들의 공격사건은 약 120여건인데 그로 하여 60여척의 선박들이 랍치되였다.

이것은 세계 여러곳에서 일어난 해적사건수의 60%이상에 달하는 수자였다. 중국과 로씨야, 유럽동맹은 이 해역들에서 해적행위를 막기 위하여 군함들을 파견하였었다.

해적들을 소멸하는데서 자기의 권능을 최대로 발휘하도록 자국내에서의 헌법을 뜯어고치려는 나라들도 나날이 늘어만 갔다.

지난 3월 프랑스해군이 ××해역에서 35명의 해적들을 체포하였고 4차례의 작전에서 4척의 모선과 6척의 소형뽀트를 나포하였었다. 얼마전에도 해적선 1척을 격침시키고 6명의 해적들을 체포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일을 성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국회의원은 스미스를 도와 짧은 시간안에 《작전》을 끝내도록 자기 딸 메리까지 이 사업에 개입시켰던것이다.

××항구에서 있은 해적행위도 《류성》호를 습격하는데 참여할 메리를 이곳으로 파견하기 위해 국회의원과 스미스간에 치밀하게 꾸며진 계교에 따른것이였다.

전지구위치측정체계를 통해 《류성》호가 자기 조국의 부두를 떠난 때로부터 줄곧 주시해온 국회의원은 배가 ××만해역쪽으로 항행하자 이것을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작전》을 성공적으로 벌리기 위한 모의를 숲속의 별장에서 진행했던것이다. 성공만 하면 《류성》호에 실려있는 많은 량의 희귀하고도 값비싼 물건을 손에 넣을수 있다고 장담했다.

《오케이!》

벌써부터 쾌재를 부르는 국회의원의 얼굴에는 음흉한 웃음이 그려졌다. 국회의원의 이 계책을 모르는 《류성》호는 ××만해역을 가까이 항행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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