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 회)

 

제 5 장

5

 

가파로운 길이였다. 길이라고 하지만 언제 달구지나 지나갔는지 그 흔적조차 희미하고 장마비에 패우고 메워져 전진보장대가 겨우 앞길을 개척하고있었다. 어려운 구간에서는 종대를 모두 세워놓고 땅크병들까지 떨쳐나서서 길을 열었다.

병사들은 조금도 지친 빛이 없었고 억척같이 길을 다그쳐갔다.

더위와 갈증에 광증이나 이제는 아예 군복저고리와 속옷까지 벗어젖히고 악악 소리를 지르며 땅크를 조종해갔다.

《야, 창모! 멈춰서라!》

《안됩니다. 그대로, 그대로!》

《분대장동지, 손에서 피가 흐릅니다. 자, 이걸루!》

《강인동무, 일없어! 결전진입할 때까진 아물어!》

그것은 눈물이 나는 광경이였다. 그것은 그저 눈물이 아니라 인간의 힘이, 심장에 불을 단 병사들의 영웅서사시적인 모습이 자아내는 감동의 눈물, 격정의 눈물이였다.

한철준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결전진입시간까지는 이제 한시간도 남지 않았다.

벌써 날이 새려는지 비발이 뜸해지고 약간 훤해진 구름장사이로 희미한 별이 어슴푸레 빛난다.

새벽비는 아직도 그치지 않았으나 보슬비발사이로 애기별이 웃는다. 얼마나 신비한 하늘인가. 병사들의 터지고 지친 얼굴에 미소가 어린다.

《지형정찰에 의하면 신발고지정점밑의 일정한 구간은 땅크가 도저히 오를것같지 못합니다.》

공병참모가 급히 다가와 전지불로 지도의 한 지점을 비쳤다.

《에돌거나 길을 낼수는 없겠소?》

한철준은 초조한 눈길로 공병참모를 바라보았다.

《외통길인데다 주변은 벼랑과 바위투성이입니다.》

《무슨 방도가 없겠는가?》

《한가지 출로뿐입니다. 견인바줄로 한대씩 끌어올리는것입니다.》

《해본 경험이 있소?》

《몇해전에 자동차들을 끌어올린적이 있긴 한데…》

공병참모는 뒤머리를 어루만졌다.

한철준은 그의 어깨를 덥석 틀어쥐였다.

《됐소! 될수 있소! 최고사령관동지의 병사들의 앞길을 누가 막아! 해보기요!》

릉선옆에 삐죽이 솟은 바위에 견인바줄을 걸고 한대씩 끌어올리는 작업은 시간과 품이 들었다.

하지만 어쩌는수가 없었다. 한철준과 리만순은 속이 빠질빠질 타들어 급한 경사를 겨우 기여오르는 무한궤도들을 초조히 지켜보고있었다.

《안되겠소. 전진보장대! 시간이 없소! 견인바줄에 두대씩 걸기요!》

한철준은 땀투성이가 되여 뛰여다니는 최명진을 붙들어세웠다.

《바위가 견디겠소?》

《그래서 바위가 아닙니까!》

최명진은 싱긋 웃으며 이마의 땀을 씻었다.

한철준은 걱정이 실린 리만순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아직 밑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땅크들쪽으로 내려갔다.

일은 마지막땅크를 두대 끌어올릴 때 벌어졌다.

땅크들이 비탈을 물어뜯으며 견인바줄에 의지하여 거의 릉선을 가까이 하는 순간 수천년은 그 자리를 편안히 지키고있었을 바위가 미세하게 흔들리며 일어나려는 기색을 보였다.

바위를 살필데 대한 임무를 받은 중급병사 김강인이 겁에 질린 눈길로 새된 소리를 질렀다.

《바위! 바위가 움직인다!-》

《야, 물러서라! 강인이!》

한철준은 땅크포탑에 올라서서 소래기를 꽥꽥 질러댔다.

그 순간 쇠장대를 찾아든 중키의 한 병사가 총알같이 뛰여들어 견인바줄과 바위짬에 그것을 박았다. 최명진분대장이였다. 그는 누가 어쩔새없이 쇠장대에 어깨를 들이밀었다. 한순간 흔들리던 바위가 숨을 죽인듯 싶었다.

최명진이 고개를 비틀고 피발선 눈으로 아래에 있는 한철준을 노려보았다.

《참모장동지! 뭘 봅니까! 어서요!》

《명진이!》

《빨리… 참모장동지…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기다리십니다!》

《명진아! 물러서라!》

그 순간 덩지가 큰 대좌가 조명등속에 굼뜨게 달려와 최명진의 옆에 붙어섰다. 부대정치위원 리만순이였다. 곁에 서서 아우성치던 김강인도 전진보장대성원들과 함께 한몸이 되여 쇠장대에, 아니 바위밑에 몸을 던졌다.

한철준은 포탑우에 서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있었다. 그들이 물러서면 두대의 땅크가 천길벼랑으로 굴러내릴것이였다. 용감한 승조원들은 단 한명도 내리지 않고 땅크를 조종하고있었다.

한철준은 포탑문 술가리를 으스러지게 틀어쥐고 같은 말을 반복하고있었다.

《창모, 뭘하는가! 전진하라! 바줄의 무게를 덜라! 진격하라!》

하지만 무한궤도는 진땅을 물어뜯으며 견인바줄에 의거하여 한치한치 굼뜨게 움직일뿐이다.

한철준은 앞을 올려다보았다. 최명진이 그냥 고개를 비튼채 숨가삐 올라오는 땅크들을 노려보고있다.

피발선 두눈을 부릅뜨고 청동상처럼 굳어져있다.

한철준은 격정에 타는 눈길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있었다.

그 입가에 미소가 굳어진 얼굴이 점점 더 크게 확대된다. 이제는 그 누구도 물러설수 없는 정황이다.

명진이, 조금만 더, 조금만! 넌 어쩌자고 불속에 뛰여들었니! 명진아, 조금만 참아!

최명진의 미소가 굳어진 입가에서 금시 다정한 부르짖음이 새여나오는듯 싶다.

참모장동지!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묵중한 땅크는 와르릉 용을 쓰더니 밋밋한 릉선우에 무한궤도를 박았다.

한철준은 불같이 달려들어 바위와 함께 바위처럼 굳어진 최명진과 리만순을 붙안았다. 실신한 두사람을 바라보는 한철준의 두눈에서 눈물이 비오듯 쏟아져내렸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목이 메여버렸다.

공병분대장의 어깨를 파고드는 천근무게를 덜어주려고 리만순정치위원이 그속에 자기의 팔을 들이민것이다. 뼈가 부서진 정치위원의 팔은 탄력을 잃고 데룽거렸다. 최명진의 어깨뼈도 부서지고 어찌나 힘과 정신력을 집중했는지 다리의 근육들이 터진듯 멍이져있었다.

김강인이 최명진을 붙안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있었다.

그는 결단코 바위밑에 뛰여들었으나 다친 곳이 없었다.

부상입은 두사람을 위생차로 후송한 한철준은 선두땅크로 달려갔다. 벌써 새벽 3시반이였다. 결전진입시간은 이제 반시간이 남아있었다.

《동무들!》 한철준은 갈린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동무들, 최고사령관동지를 위하여! 앞으로!》

타격대는 강철의 무한궤도로 대지를 무섭게 짓이기며 동터오는 강기슭을 향해 질풍같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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