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회) 

 

제 1 장

4

 

재빛숲사이로 진록색장갑차들과 땅크들이 언뜻언뜻 바라보였다. 협곡에서 바람이 쓸어올 때마다 이깔나무들이 몸부림치며 눈가루를 날려보냈다. 장갑차우에는 흰눈이 듬성듬성 덮여 마치 위장색을 입힌듯 얼룩덜룩해보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중대교양실과 세목장 등을 구체적으로 돌아보시고나서 마당으로 나오시였다.

그이께서는 부대지휘성원들을 둘러보시다가 대대장을 손짓해 부르시였다.

장대한 체통에 키가 후리후리한 한철준중좌가 급히 다가왔다.

《그래 대대장동무, 저렇게 병실창문들을 좁히니까 어떻소? 해비치는데 지장이 있지 않나?》

최고사령관동지, 병실들이 남향받이여서 일없습니다. 열손실이 적어서 식당아궁 하나로 병실까지 덥히니 병사들이 훈훈해합니다.》

한철준은 거쿨진 몸집에 비해 목소리는 좀 높고 가는편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를 유심히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시였다.

《이제 동무네가 소형발전소만 완성해놓으면 군부대적으로 큰소리를 칠수 있소. 동무가 한개 중대부터 전기화를 해놓고 그걸 대대에 일반화하려고 최명진동무네를 부추긴다는데 그게 사실이요?》

최고사령관동지, 사실 우리 대대는 비교적 중대들이 가까이 있기때문에 단번에 와닥닥 해제끼자는것입니다.

물량을 잘 조절리용하면 계단식으로 발전기를 놓을수 있습니다. 제가 통보받은데 의하면…》

한철준은 시치미를 뻑 따고 유진성을 슬쩍 바라보았다.

《우에서 일부 자재를 보장해주겠다는데 아예 내친김에 이번 훈련이 끝나면 평양에 올라가려고 합니다.》

《허허허, 대대장동무가 이 유진성동무를 옴짝 못하게 몰아세우누만. 좋아, 그 배짱이 마음에 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볍게 웃으시며 차렷자세로 서있는 한철준의 어깨에 손을 얹으시였다.

유진성은 못마땅한 시선으로 눈이 부리부리하고 거무스레한 얼굴이 제법 남자싸게 생긴 한철준대대장을 건너다보았다.

(대대장이라는게 아까부터 우둘우둘하면서… 목소리는 처녀애 같아가지구, 허 참…)

유진성은 장군님께서 허물없이 대해주신다고 해서 이들이 너무 응석을 부리는것같아 속이 좋지 않았다.

최명진에게 그 무거운 전동기부속을 지워 먼 밤길로 냅다 몰아대는 그의 처사가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유진성은 후에 그를 만나게 되면 상하일치의 참된 의미를 심장에 못박도록 단단히 심어주리라 속으로 은근히 벼르었다.

《그래 대대장동문 아직 독신이라는데 나이가 몇이요?》

김정일동지께서 다정하신 어조로 물으시자 한철준은 가슴을 쭉 폈다.

《지금 서른셋입니다.》

《헌데 왜 아직 가정을 이루지 않았소?》

최고사령관동지, 사실은… 아직은…》

그처럼 호기있던 한철준이 갑자기 주눅이 들어 얼굴이 뻘개져 갑자르더니 불쑥 머리를 번쩍 들었다.

최고사령관동지, 우린… 조국이 통일된 다음 가정을 이루겠습니다.》

《조국이 통일된 다음이라… 아주 랑만적이요. 통일이 그리 먼 장래의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 동무처럼 결심한다면 처녀들이 우리 군관들에게 항의할거요. 이건 군민관계측면에서도 아름답지 못해!》

김정일동지께서 롱조로 말씀하시자 총정치국장이며 일군들이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유진성은 또다시 이마살을 찌프렸다.

(허, 여기에 또 한명의 독실한 총각동맹원이 나타났군. 안할 말로는 머리속에 소자가 하나씩은 빠지거나 남는 녀석들이야. 이건 엄격히 말하면 개인영웅주의의 변종인셈이다. )

유진성은 자기가 이들을 너무 꼬집어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속으로 허구픈 미소를 지었다.

김정일동지께서 병실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자 한철준이 서둘러 앞서 달려가며 덤벼치기 시작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중대직일관을 붙잡아 세워놓고 수군거리는 한철준에게로 다가서시였다.

그이께서는 나직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대대장동무, 너무 소란을 피울건 없소. 그러다가 병사들의 단잠을 깨우겠소. 우리 조용히 침실을 돌아봅시다. 가만, 불을 켜지 마시오. 달빛이 훤해서 좋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침실문을 조심스레 여시고 들어서시였다. 그이께서는 혼곤히 잠든 병사들을 둘러보시다가 침대앞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솜신쪽으로 다가가시였다. 그이께서는 어둠속에서 잠시 솜신들을 내려다보시다가 몸을 굽히시였다. 솜신우에 놓여있는 발싸개를 일일이 만져보시던 그이께서는 뒤에 바투 따라선 유진성을 올려다보시였다.

《발싸개들이 아직 젖었구만.》

《래일 아침까지면…》

한철준이 서둘러 말씀드리려 하자 불쑥 그이께서는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가시였다.

《쉿! 목소리를 낮추오. …》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으로 침실바닥을 여기저기 골고루 짚어보신후 몸을 일으키시였다.

그이께서는 허리에 손을 얹으시고 잠시 자애에 넘친 시선으로 잠든 병사들을 둘러보시였다. 차던진 한 병사의 모포깃을 끄당겨 덮어주시고나서 조용히 침실을 나서시였다.

현관에서 또다시 유진성과 한철준쪽을 돌아보시였다.

《날씨가 찬데 우리가 침실에 오래 있으면 안되겠소. 찬 기운이 스며든단 말이요. 그걸 생각못했거든.》

김정일동지께서는 머리를 가볍게 흔드시며 식당뒤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싸늘한 밤바람에 그이의 야전복자락이 날리였다.

영문을 모르고 따라서던 유진성은 그만 그자리에서 우뚝 굳어지고말았다.

김정일동지께서 중대식당뒤에 이르시여 희미한 어둠에 묻힌 아궁앞에 다가서신것이다.

유진성은 한철준과 함께 그이의 뒤를 따랐다.

《가만, 대대장동무, 그 전지불을 좀 비쳐주오. 병사들이 밤에 불을 보기가 불편하겠소. …》

그이께서는 걱정어린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허우대가 큰 한철준이 전지불을 켜드리며 무안해했다.

최고사령관동지, 저희들이…》

《됐소. 대대장동무, 그 아궁문을 좀 열어보시오.》

《알았습니다.》

한철준은 덤벼치며 무쇠로 만든 아궁문을 열어제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허리를 굽히시고 아궁을 들여다보시였다.

진탄이 두툼하게 얹어져 거무스레해진 아궁은 열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옆에 엉거주춤 서있는 한철준을 돌아보시였다.

《대대장동무, 저 쇠꼬치를 가지고 탄구멍을 뚫어놓소. … 아, 하나면 되오. 너무 크게 뚫으면 밤새 가마가 달수 있소. 적당히 구멍을 내오. 그럼 가마물이 덥혀져 아침에 병사들이 더운 물을 리용할수도 있지, 응. 좋아!》

벌거우리해진 불구멍으로 인차 파란 불길이 기세좋게 솟아올라 안쪽으로 날름날름 쏠리기 시작했다.

아궁불빛에 김정일동지의 모습이 우렷이 드러났다.

그이께서는 한참동안이나 허리를 굽히시고 아궁안을 들여다보시였다. 이윽고 김정일동지께서는 쇠꼬치를 그냥 손에 든채 송구스러워하는 한철준과 일군들쪽을 바라보시며 미소를 지으시였다.

《동무네가 석탄을 절약하느라 밤새 불을 막아놓는것 같은데 이런 혹한에는 두어구멍 뚫어놓소. 방바닥이 그닥 따갑지 않아. 병사들은 발이 날개요. 젖은 발싸개를 감으면 동상을 입을수 있소.》

최고사령관동지. 제가 정말… 지휘관자격이 없습니다.》

한철준이 석탄검댕이가 묻은 장군님의 야전복자락을 아픈 시선으로 바라보며 머리를 짓수그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궁옆의 석탄무지를 관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시다가 한철준에게로 돌아서시였다. 그이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대대장동무, 고향의 부모들이 동무들을 믿고 저 끌끌한 아들들을 맡겼다는걸 한시도 잊어선 안되오! 지휘관들은 늘 병사들을 생각해야 하오.》

최고사령관동지, 명심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병실앞을 떠나 대대지휘부쪽으로 걸음을 옮기시면서 이깔숲가에 전개되여있는 장갑차들과 땅크들을 바라보시였다.

《대대장동무, 이 장갑차들이 래일 비파령을 넘게 되오?》

《그렇습니다. 대대는 훈련계획에 따라 비파령을 넘어 도하장부근의 강행도하지점에 이른후 실탄사격을 하게 됩니다. 비파령밑에 우회로가 있지만 저희들은 새로 낸 비파령길을 넘으려고 합니다. 비파령을 직접 넘으면 다섯시간을 쟁취하게 됩니다.》

한철준의 설명에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볍게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아주 대담한 생각을 했소. 싸움맛이 나거든. 좋은 일이요.》

장군님께서는 선두장갑차로 다가가 손으로 눈을 쓸어보시였다. 그 순간 바람에 이깔나무가지의 눈덩이가 흔들려 그이의 머리우에 후두둑 떨어져내렸다.

《그래 동무네가 언제 비파령을 넘어봤소?》

《도보행군은 해보았지만 장갑기재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길을 얼마전에야 새로 냈습니다.》

《령길이 몹시 험하지?》

《그렇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눈보라에 눈사태까지 겹쳐 훈련을 며칠 미루자는 의견까지 제기되고있습니다.》

한철준은 다소 풀기가 죽은 목소리로 나직이 대답올렸다. 아니, 그 순간 바람이 지나가 그렇게 들렸는지도 모른다. 유진성은 어쩐지 체통이 우람찬 그가 작아져보이는것이 이상했다.

《대대장동무는 뭐라고 대답했소?》

《무조건 래일 훈련에 진입해야 한다고 제가 그 의견을 일축해버렸습니다.》

한철준은 씩씩하게 대답 올렸다.

《아주 잘했소. 올해는 훈련의 해요. 훈련계획은 어떤 악조건에서든지 그대로 집행해야 합니다. 우리 지휘관들은 훈련광신자가 되여야 합니다. 평화시기에는 훈련을 잘하는 지휘관이 진짜 영웅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조형적인 손세로 허공을 내리찍으시며 단호하게 말씀하시였다.

한철준중좌는 차렷자세로 서서 정중하게 그이를 우러러 보았다.

최고사령관동지, 명심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손으로 팔굽을 잡으시고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참 대대장동무, 동무네한테 김강인동무라고 있지? 아마 공병일게요. 자강도가 집이구.》

한철준은 오래 생각하지 않고 인차 눈길을 빛냈다.

《있습니다. 최명진중사동무네 병사입니다. 속이 깊고 엉뚱한 동무입니다. 중급병사입니다.》

장군님께서도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시고 몹시 반가와하시였다.

《그렇소? 중급병사라… 음, 지금은 다들 자고있겠지? 한번 봤으면 좋겠는데…》

장군님, 지금 김강인동무는 동무들과 함께 저 비파령에 나가있습니다.》

한철준의 눈길을 따라 김정일동지께서는 이깔숲너머 어둠에 잠긴 먼 산발들을 바라보시였다. 검은 하늘과 땅이 꽉 맞붙어 대지는 캄캄한데 눈보라만이 우ㅡ우ㅡ 소리지르며 여기저기 불안하게 방황하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냥 팔짱을 끼신채 오래도록 최전연인 비파령쪽 하늘을 바라보시였다.

《음, 비파령… 몹시 험한 령이지…》

그이께서는 문득 안광을 번쩍이시며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 그리고 작전지휘성원들을 돌아보시였다.

《동무들, 아무래도 가야 할 길인데 좀 에돌더라도 우리가 먼저 비파령을 돌파해봅시다.》

그러자 일군들이 어쩔새없이 한철준중좌가 성큼 앞으로 나섰다.

최고사령관동지, 저희들은 래일 무조건 훈련계획을 수행하겠습니다. 안심하고 떠나주십시오.》

한철준의 절절한 음성에 이끌려 유진성도 속에 고인 생각을 말씀드리지 않을수 없었다.

최고사령관동지, 전사들의 소원을 헤아려주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까이 다가선 유진성과 한철준의 어깨를 아무 말씀없이 다정히 짚으시였다.

최고사령관동지, 눈보라가 세차고 길이 미끄럽습니다.》

한철준이 안타까운 눈길로 그이를 우러렀다.

그이께서는 가볍게 머리를 흔드시였다.

《허허, 동무들도 참, 우리 병사들이 가야 할 길인데 뭘 더 주저할게 있고 생각할게 있겠소. 그래 그 길이 위험하다고 최고사령관은 피하고 병사들만 가라고 한단말이요? 똑똑히들 새겨두오. 난 병사들을 위한 길이라면 천리라도 만리라도 가야겠소!

최고사령관도 병사들과 한가마밥을 먹고 생사를 같이하는 군인이라는걸 잊지 마시오.

김정일이를 다른데서 찾지 말고 병사들속에서 찾으시오!》

그이께서는 다소 격하신듯 음성을 높이시다가 문득 말씀을 끊으시였다.

두 사람은 더 말을 못하고 무겁게 숨을 내쉬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부지중 미소를 지으시였다.

《자, 동무들! 시간이 더 가기전에 떠납시다. 우리가 먼저 저 비파령을 개척합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손을 번쩍 들며 힘있게 말씀하시고나서 야전승용차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유진성은 충격을 받은 뜨거운 가슴을 달래며 잠시 그 자리에 못박힌듯 서있었다.

(병사들, 병사들을 생각하시는 그이의 마음, 그 시작은 어디고 끝은 어딘가. 아니, 그이의 말씀을 새겨듣는데서 이 유진성의 마음의 그릇이 너무 작지 않은가. 심장이 너무 차지 않은가. 우리가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는것을 그이께서 보시는 비결은 무엇인가.

그렇다. 무조건 따라서야 한다. 하지만 그이께서 헤쳐나가시려는 저 길들은 또 얼마나 위험한 길인가. 최전선의 천길벼랑길! 병사들이, 인민들이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것이다. …)

눈가루가 단볼을 때렸다. 유진성은 그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채 김정일동지의 뒤를 따라 야전승용차쪽으로 허둥지둥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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