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 회)

제 5 장

8

 

순미는 풍력발전기를 세우게 될 언덕우에 서있었다. 삽자루를 눌러짚고 선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내돋았다. 하늘에선 별들이 깜박깜박 잠을 청하는데 배등령쪽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불빛이 환한 마을과 넓은 방목덕을 굽어보는 그의 마음은 감개무량하면서도 기다려지는 사람에 대한 생각으로 초조했다.

(홍진동무한테서는 왜 아직 소식이 없을가? 아무리 바쁘다 해도 전화할 짬이야 없을가. …)

순미는 풍력발전기를 세울 터전을 둘러보았다. 바람이 제일 잘 부는 언덕에 정한 그곳은 마치 안홍진을 기다리는 그의 마음처럼 규모있고 반듯하게 정리되여있었다. 정사각형으로 기초를 다지고 그 둘레에는 진달래며 철쭉 같은 떨기나무들을 심었다. 이제 봄이 오면 연분홍꽃들이 활짝 피여나 볼수록 이채로울것이다.

(그 동문 꼭 돌아올거야. … 홍진동무, 난 동무를 믿어요. )

가까이에서 나는 인기척에 몸을 돌렸다.

신종선과 정윤심이 불방망이를 들고 서있었다. 종선은 윤심이가 새로 만든 배합먹이표본을 한배낭 지고 올라와 반장동무를 찾았는데 보이지 않아 올라왔다고 했다.

《밤도 깊었는데 왜 쉬지 않소? 혼자서 일을 다할셈이요?》

종선이 허허 웃자 윤심이 즉시 반격을 가했다.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반장동무 성미를 잘 알면서도… 반장동문 지금 이 언덕에 올라 더 높은 목표를 구상하고있단 말이예요.》

《허, 동무만 다 아는체 하지 마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했단 말이요.》

그들부부의 언쟁에 순미는 입을 가리우며 호호 웃었다.

《자, 그럼 반장동무가 얼마나 높은 목표를 세웠는지 함께 들어봅시다.》

《어마나, 동무들은 정말…》

순미는 당황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왜 그런지 한껏 명랑해지고싶었다. 이야기를 하자면 안홍진과 관련된 말을 할수밖에 없었다. 그는 홍진이 풍력발전기를 해결해가지고 온 다음 인차 그것을 세울수 있게 탑을 세우자는 안을 내놓았다.

《탑을 말이요?》

신종선이 고개를 기웃거리자 이번에도 윤심이 그를 반박해나섰다.

《반장동무가 탑을 세울 생각을 했을 땐 벌써 앞날을 다 내다본것인데 거기에 무슨 의문을 품을게 있어요? 반장동무, 난 절대찬성이예요.》

《하긴 그 말이 옳아. 헌데 동문 오늘따라 왜 남편말에 한사코 반기를 드는거요? 이상하다.》

《나야 원래 그랬지요 뭐.》

정윤심은 지지 않고 맞대답하며 순미의 등뒤에 몸을 숨겼다.

그들은 박달나무 방틀로 탑을 높이 쌓아올리고 질좋은 석회를 섞은 삼합토로 미장을 하면 눈비에 씻길 우려도 없고 고향에 있는 흔한 자재를 가지고 얼마든지 할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였다. 신종선이 한껏 흥분해서 말했다.

《아주 좋소. 탑을 세우자는것도 좋고 풍덕땅의 견고한 박달나무를 쓰자는것도 좋소. 무엇보다 좋은건 우리가 세우는 탑이 안홍진동무에 대한 믿음의 표시라는거요.》

신종선은 래일 당장 산림감독원과 련계를 가지고 풍덕땅에서 제일 굳고 질이 좋은 배꼽바위골 박달나무를 찍어내리겠다고 했다.

《반장동무, 어쩌면 그런 생각을 다 해냈어요?》

윤심이 감동어린 눈길로 쳐다보았다.

《기술원동무, 그게 무슨 큰거라고…》

순미는 웃으며 말했지만 진심을 말하고있었다. 그는 마음껏 사색하고 마음껏 일하고싶었다. 그렇기때문에 순간도 사색과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 자만해서 앉아뭉개는 사이에 남들은 앞서달리거나 날아오를수 있다는 생각이 그로 하여금 항상 가슴을 끓이게 했다.

다음날부터 풍력발전기가 서게 될 언덕으로 박달나무들이 들이닥쳤고 밤에도 우등불이 활활 타올랐다. 순미는 주야간 그곳을 떠나지 않고 발전기탑공사를 주관했다.

며칠후 능금골 방목지에서 철수한 방목공들과 염소들이 새 보금자리로 옮겨왔다.

소슬한 가을바람이 불었다. 방목공들은 이른아침부터 바삐 돌아갔다. 아침일찍 덕등판에 염소무리들을 내몰고 시정염소(암내 인 염소를 찾아내는 수염소)를 무리에 끼워넣어 암내 인 염소들을 찾아낸 다음 즉시 새로 지은 인공수정실로 몰아갔다. 인공수정실에서는 정윤심이 인공수정기구인 주입기로 인공수정을 시키는데 이미 익숙된 일이여서 정확한 동작으로 수많은 염소들의 인공수정을 해제끼군 한다. 수정을 마친 염소무리들이 능금골 골짜기로 훌쩍훌쩍 달려올라가는 모양이 볼만 하다.

옥련의 우량종염소무리는 당분간 태식이가 맡아보게 되였다. 전국근로자들의 노래경연참가를 위해 평양에 올라오라는 통지를 받았던것이다.

바로 그 다음날 아침 리청년동맹에 내려갔던 신종선이 손님을 데리고 덕으로 올라왔다. 방목을 나가는 염소무리들을 돌보며 바삐 돌아가던 순미는 종선이 데려온 손님을 만났다. 그 손님은 신문 《청년전위》기자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리지적인 인상의 청년기자는 군청년동맹에 들려 풍덕청년염소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한달음에 달려왔노라고 했다.

《우린 아직 자랑할만 한 수준이 못됩니다.》

순미는 겸손하게 말했다.

《반장동무, 전 이미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다 들었습니다. 이곳 청년들이 자기가 태여난 고향을 선군시대의 무릉도원으로 꾸리고있다는걸 말입니다. 정작 이렇게 와보니 진심으로 감탄하게 됩니다. 내부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완결감이 듭니다. 새끼생산과 젖생산은 생산대로 밀고나가면서 이런 큰일을 한건 그야말로 우리 시대 청년들의 자랑이고 긍지라고 봅니다.》

순미는 몹시 흥분한 기자를 안내하여 작업반 건물구역과 한창 꾸리기를 하는 방목지까지 다 돌아보았다. 기자는 넓은 덕전체가 염소생산기지로 전변된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반장동무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걸 알고있습니다. 오늘은 반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듣고싶군요.》

순미는 합숙 앞마당 돌배나무밑의 의자에 기자와 마주앉았다. 반원들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날과 날이 흐를수록 작업반 전투기록장에는 새롭고 감동적인 내용들이 기록되고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기록이 아니라 고향의 넓은 대지에 새겨가는 청춘들의 위훈의 자욱자욱이였으며 새 세대들의 참모습이였다.

순미는 반원들의 이름을 한명한명 들어가며 그들의 성격과 취미, 투쟁내용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안홍진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저도 모르게 흥분되여 가슴이 두근거리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아버지장군님께서 삼포군과 같은 산골군들에서 풀먹는 집짐승기르기를 본때있게 내밀데 대하여 주신 가르치심을 전달받고 기어이 고향을 양, 염소떼가 구름처럼 흐르는 살기 좋은 고장으로 만들 결심을 더 굳게 다지였다는 이야기를 할 때 순미의 눈굽에는 맑은것이 맺혔다.

그 순간 그는 배등령과 잇닿은 저 멀리 뻗어간 전선길을 바라보며 자나깨나 어버이장군님을 그리며 일한 청년반원들의 깨끗한 마음이 자기들의 힘의 원천이였음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였다.

기자는 끝없이 순결하고 아름다운 정신세계를 대한듯 자리에서 일어나 한동안 돌배나무밑을 거닐었다.

순미는 노랗게 익은 돌배를 다반에 가득 담아가지고 나와 그에게 권했다. 독특한 향기가 풍겼다. 그 향기는 아직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열매들에서도 풍겼다.

《이 돌배향기에서조차 풍덕청년염소반원들의 마음을 읽게 되는군요.》

《고맙습니다.》

순미는 능금골 염소방목지에서 갑자기 쏟아진 폭우때 우량종염소들을 지켜낸 옥련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가 전국근로자들의 노래경연에 참가하게 되였다는것을 알자 기자는 몹시 감탄하며 본인을 만나보자고 했다.

《그 동문 래일 떠나는데 오늘 저녁 반원들과 작별인사를 하려고 올라올겁니다. 그때 한번 만나보십시오.》

방목지에서 염소들을 몰고 방목공들이 돌아왔을 때 류옥련이 나타났다. 감빛저녁노을이 덕을 황홀하게 물들이고있었다. 반원들이 그를 에워싸고 중구난방으로 떠들었다.

우량종염소무리를 몰고 늦게 도착한 김태식이 싱글벙글 웃으며 다가왔다. 반원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던 류옥련은 《흰제비》, 《백학이》, 《꾀바리》, 《먹새》, 《춘향이》, 《막둥이》하며 귀염둥이들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옥련동무, 그렇게 떨어지기 아쉬우면 염소들과 함께 경연에 올라가는게 어떻소?… 정말 볼만 할거요. 동무는 독창을 하고 염소들은 방창을 하고… 세상 그 어디에도 그런 방창단은 없을거요.》

김태식의 말이였다. 그 말에 처녀방목공들이 그럴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고 왁짝 떠들어댔다. 그런 속에 송순애가 태식의 바지가랭이에 잔뜩 달라붙은 도꼬마리를 열성스레 떼주며 퉁을 주었다.

《조장동진 오늘 옥련동무가 떠나는 날인데 이게 뭐예요, 정중치 못하게. …》

리경칠이 기회를 놓칠세라 시까슬렀다.

《일하다 내려온 사람이 그렇지 뭘 그래?… 별나게 아첨한다니까.》

《동무 역시 같고같애요. 도대체 무슨 할말이 있다고…》

순애의 침질에 경칠이 입을 딱 벌리자 반원들이 와―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염소들을 애무하던 옥련이 일어섰다. 그의 동그란 두눈에 눈물이 가랑가랑했다. 태식이 그에게 퉁을 주었다.

《그렇게 마음이 약해가지고 꽤 1등을 해내겠소?》

옥련은 그 말의 의미를 깨달은듯 목멘 소리로 물었다.

《내가 1등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글쎄 꽃다발을 줄수도 있고…》

《아니, 전 동무의 그 기막힌 창안품을 가지고싶어요.》

《창안품이라니, 도대체 뭘 말이요?》

태식의 눈이 덩둘해졌다.

《그 사진 말이예요. 동무가 고안해낸…》

《아하, 그것 말이요? 이제 당장 주겠소. 동무가 1등만 할수 있다면 이 김태식이를 통채로 바쳐도 아깝지 않으니까.》

태식은 안주머니에 정히 간수하고 다니던 사진을 성큼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든 옥련은 이윽히 들여다보고서야 손에 들고있던 수첩갈피에 소중히 끼워넣었다.

《동무 리론대로 하면 이 사진엔 내 얼굴도 있으니 이제부턴 내 소유물이예요, 반대없지요?》

《원, 반대라니? 절대 찬성이요.》

태식이 만세라도 부르듯 두팔을 추켜올리며 너스레를 떠는 바람에 또 웃음판이 터졌다.

순미는 얼굴이 발깃하게 달아오른 옥련의 손을 꼭 잡았다.

《옥련아, 꼭 1등을 해야 한다. 너의 어머니도 전국농촌부문예술소조경연무대에서 노래를 잘 불러 1등을 하지 않았니. 더구나 너에겐 투지와 랑만에 넘친 우리들의 생활을 노래불러 자랑해야 할 의무가 있어. 그래서 꼭 1등을 해야 한다.》

옥련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나 부러워할만큼 아름답게 변모된 우리 고향의 모습 그리고 우리 작업반원들의 투지와 랑만을 너의 그 맑고 우아한 목소리로 소리높이 웨치거라. 온 세상이 다 듣게. 노래도 1등이지만 우리가 꾸리고 가꿔가는 이 땅의 모든것이 제일이 되게 말이야.》

《알겠어. 그 모든것을 심장으로 노래하겠어.》

반원들은 그의 성과를 진심으로 바라며 열렬한 박수를 쳐주었다.

순미는 품안에 늘 간수하고 다니던 노래수첩을 옥련이의 손에 쥐여주었다. 수첩에 대한 설명은 구태여 하지 않았다.

옥련이도 역시 묻지 않았다. 그 의미를 알고도 남음이 있었던것이다. 태식이 다시한번 당부했다.

《반장동무의 말을 잊지 마오.》

《동무의 말도 잊지 않겠어요. 그리고 우량종염소들을 부탁해요!》

옥련은 반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기자와 동행하여 덕을 내렸다.

순미와 반원들은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오래도록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로부터 얼마후 신문 《청년전위》에는 《선군시대의 선경으로 고향을 꾸려가는 청년들》이라는 소개기사가 옹근 한면에 실렸다. 그와 함께 여러장의 사진도 게재되였다.

온 풍덕땅이 명절처럼 흥성거렸다. 경사에 경사가 겹쳐졌다.

바로 그날 저녁 류옥련이 출연하는 전국근로자들의 노래경연이 텔레비죤으로 방영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던것이다. 청년염소작업반모두가 아니, 온 풍덕땅이 텔레비죤화면앞에 마주앉았다.

경연시작을 알리는 방송원의 목소리가 울리더니 한명두명 무대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세번째로 류옥련이 무대에 나섰다.

반원들은 열광적으로 박수를 치며 마치 그가 듣기라도 하는듯 침착하게 잘 부르라거니, 인상을 밝게 하라느니 하며 저마다 떠들어댔다.

태식이만은 한마디 말도 없이 소개기사가 실린 신문을 말아쥔채 긴장한 표정으로 텔레비죤화면을 지켜보고있었다.

연두색치마저고리를 입고 굽실굽실한 파마머리를 등뒤로 넘긴 옥련의 모습은 금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같았다.

그가 무대에 나서자 관중들이 《야!》 하고 환성을 터치며 박수를 쳐댄다.

방송원이 삼포군 풍덕청년염소작업반 염소방목공 류옥련이라고 소개하자 박수소리와 감탄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관람자들은 처녀의 티없이 맑고 깨끗한 아름다움에 모두 황홀해진것 같았다.

드디여 맑고 청아한 노래소리가 울렸다.

청년들은 무대에 나선 옥련이와 함께 노래를 불렀다.

 

          뻐꾹새가 노래하는 곳

          사랑하는 내 고향일세

          …

 

옥련이와 함께 목소리를 합치는 청년염소반원들의 노래소리가 덕을 울렸다.

2절부터 감정은 점점 더 고조되였다.

 

          풍년새가 노래하는 곳

          사랑하는 내 고향일세

          협동마을 전야마다

          오곡백과 무르익는 곳

          …

 

염소떼 흐르는 푸른 언덕, 고향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앞에 그려보는듯 옥련의 노래소리는 절절한 감정정서로 관중들의 심금을 울려주었다.

노래가 끝나자 관람석에서 요란한 박수소리가 터졌다. 심사성원들도 한껏 심취된 표정이였다.

옥련은 이어 두번째 노래를 불렀다. 순미가 즐겨부르군 하는 노래였다.

 

          …

          맹세를 다지며 떠난 이 길을

          비바람이 불어도 나는 가리라

          불타는 심장 바치는 길에

          청춘의 영예는 더욱 빛나네

 

경연참가자들의 노래성적을 알리는 화면에는 최고점수가 기록되였다.

반원들속에서 만세의 함성이 터졌다. 서로서로 얼싸안고 돌아가는데 태식이만은 그린듯이 앉아있었다.

그의 두눈에서 물기가 번들거렸다.

그는 슬며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반원들모두가 격동을 이기지 못해 따라서는데 어느새 달려나간 리경칠이 소개기사가 실린 신문두루마리를 입에 대고 《내 고향 풍덕땅아―》 하고 웨친다. 모두가 그를 따라 목청껏 웨쳤다.

(아 고향아, 네가 낳은 장한 딸을 한껏 축복해다오. )

순미는 속으로 끝없이 끝없이 부르짖었다.

그는 눈굽을 훔칠념도 잊은채 반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동무들, 옥련동무가 부른 고향의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자요.》

잠시후 덕이 떠나갈듯 한 노래와 함께 청년염소반원들의 춤판이 벌어졌다. 원을 짓고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불렀고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었다. 그 기쁨의 순간 순미는 안홍진을 생각했다.

홍진동무도 오늘 저녁 텔레비죤을 보았겠지. 그는 아마 옥련이의 노래를 들으면서 우리 고향 풍덕과 동무들을 생각하며 큰 힘을 얻었을거야. …

노래소리는 밤깊도록 방목덕을 울렸다.

그 시각 마을에서도 들끓고있었다. 집집마다에서 옥련의 노래에 《야!》, 《야!》 감탄했고 훌륭한 딸을 둔 정보배를 칭찬하며 부러워하는가 하면 옥련이는 정말 고향의 자랑이라고 떠들어댔다.

정보배는 령감과 함께 텔레비죤앞에서 눈굽을 훔치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더니 소개기사가 실린 신문을 집어들고 밖으로 급히 나갔다.

령감이 어데 가는가고 소리치자 손만 휭휭 저으며 태식이네 집쪽으로 반달음을 놓았다. 령감은 그만 허허 웃고말았다. 정보배는 사실 리출판물보급원처녀가 가져온 신문을 볼 때만 해도 태식이네 집에 찾아갈 엄두를 못냈는데 전국근로자들의 노래경연에서 딸이 1등을 하자 생각이 깊어졌다. 신문의 내용에는 김태식을 시대의 훌륭한 청년으로 높이 평가한 대목들이 적지 않았다. 옥련이와 태식이 사이를 은근히 암시한 대목도 있었다. 정보배는 태식이야말로 옥련이의 짝이 될만 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렴, 우리 옥련이가 누구라구, 그런 훌륭한 총각을 놓칠리가 없지.

정보배는 머리를 번쩍 쳐들고 태식이네 집 대문을 열어제꼈다. …

다음날 마을에 내려갔던 어머니로부터 그 이야기를 전해듣고 순미는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기쁜 소식은 그것뿐이 아니였다. 염소반에서 현실체험을 하는 총각이 풍력발전기를 여러대나 해결해가지고 온다는 소문이 마을에 쫙 퍼졌다는것이였다.

《그게 사실이예요, 어머니?》

《옥련이 엄마랑 만나는 사람마다 그 소리뿐이다. 관리위원회에 들려 알아보니 지난밤에 전화가 왔다더구나. … 어쨌든 그 총각이 장하다, 장해. …》

순미는 그만 가슴이 뭉클하여 어머니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어머니!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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