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9 회)

제 4 장

7

 

류옥련이 전국근로자들의 노래경연 참가를 위한 도선발경연에 올라간다는 소문은 삽시에 온 풍덕땅에 퍼졌다. 능금골에 올라가있는 옥련이는 아직 그 소식을 모르고있었다.

아침나절 관리위원회에 내려갔던 길에 그 소식을 들은 순미는 리당에 들려 그의 구체적인 행동방향을 알아가지고 올라왔다. 이미 점심시간이 지난 때였다. 건설장에서는 점심식사를 마친 건설조청년들이 나무그늘밑에 모여앉아 젖가공에 대해 론의하다가 세계적으로 이름난 치즈인 《고우다》와 《에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누구는 《고우다》가 기본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에담》이 최고라고도 했다. 그 치즈를 생산하는 나라가 네데를란드니 스위스니 하는 축들도 있다. 잡지에서 본 내용이니 까리까리한 모양이다.

순미는 안홍진을 통하여 알게 된 치즈에 대한 상식을 그들에게 알려주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그 두종의 치즈는 모두 네데를란드에서 생산되는데 이름은 그 치즈를 만드는 고장이름을 딴것이였다.

《그 나라의 남부도시 고우다는 치즈의 발상지로 알려졌답니다. 에담은 암스테르담 북쪽의 항구도시구요. 그런데 〈고우다〉보다 〈에담〉은 딱딱한것이 특징이랍니다. 앞으로는 우리가 그 치즈들을 릉가하게 될거예요.》

순미는 이야기를 마치고나서 신종선에게 급히 능금골에 다녀와야겠다고 했다.

《옥련이가 드디여 전국근로자들의 노래경연에 참가할 도선발경연에 가게 됐어요. 정말 우리 작업반의 자랑, 우리 고향의 자랑이예요.》

건설조청년들도 제일처럼 기뻐했다.

《반장동무, 점심식사를 하고 올라가오.》

《왜 그런지 배고픈 생각을 모르겠군요, 너무 기뻐서…》

순미는 오후작업을 계획대로 하라고 이르고는 능금골로 향했다.

옥련이가 얼마나 기뻐할가. 이날을 위해 련습도 부지런히 하더니… 빨리 집에 내려보내여 준비를 착실히 갖추도록 해야겠어.

마음이 흥겨워졌다. 능금골 골짜기로 들어가면서 순미는 노래 《내 고향》을 조용히 불러보았다. 두세번 거듭 불러보고는 아무래도 안되겠다는듯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노래 역시 천성과 재능이 없이는 불가능한 모양이였다. 그러고보면 옥련이는 그것을 타고났다고 해야 할것이다.

그는 천진한 소녀처럼 소리내여 즐겁게 웃으며 길옆의 잔조롬한 산국화며 보라색도라지꽃, 산나리, 범부채 등을 꺾어들고 능금골로 달려올라갔다.

옥련의 가슴에 꽃다발을 척 안겨주며 《도선발경연에 올라가는 너를 축하한다!》 하고 명랑하게 말해주고싶었다. 골짜기마다에서 염소들의 울음소리가 아름다운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순미는 염소들의 영양상태를 구체적으로 살피면서 올라갔다. 떨기나무가지를 휘여잡느라 앞다리를 높이 쳐들고 필사적으로 발악하는 염소가 있는가 하면 머루, 다래덩굴에 떼를 지어 매달린것들도 눈에 띄운다. 어떤 놈은 물푸레나무에 감겨올라간 오미자열매를 맛나게 씹어삼키며 다른 동료들이 자기의 몫을 침범할세라 주위를 두릿두릿 살피기도 한다.

순미는 크나큰 애정이 담긴 눈길로 염소들을 바라보면서 옥련이를 찾았으나 우량종염소들은 나타나지 않았고 늘 부르군 하던 그의 노래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릉선을 넘어서니 그 맞은켠에서 우량종염소들이 나타났다. 첫눈에도 영양이 한결 좋아진것이 알렸다.

옥련의 모습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소리쳐 찾으려다가 고쳐생각하고 대신 노래를 불렀다.

 

          …

          로동으로 행복을 열고

          로동으로 꽃이 피는 곳

          …

 

신기하게도 우량종염소들이 서로 밀치닥거리며 주위에 모여들었다.

순미는 그사이 살이 오르고 보기 좋아진 염소들을 기쁜 마음으로 어루만지며 애무해주었다.

《너희들 주인을 헛갈렸구나.》

그는 소리내여 웃었다. 그런데 이 앤 어데 갔을가. 주위를 둘러보는데 릉선 웃쪽에서 《반장동무!》 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울려왔다.

방목공들속에서 책임성이 높기로 소문난 청년이 싱글싱글 웃으며 내려왔다.

《반장동무의 접선자는 여기에 없소. 내가 다음소절을 이어부를수도 있었지만 그만두었소.》

순미는 그의 그럴듯한 말에 웃었다. 그의 말이 좀전에 옥련이 어머니가 찾아와 딸을 데려갔다는것이였다.

(옥련이 어머니가… 무슨 일일가?…)

순미는 그 청년과 염소방목을 놓고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옥련이의 우량종염소무리에도 관심을 돌려달라는 당부를 하고 방금 올라온 릉선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때 앞쪽에서 올라오는 옥련이가 보였다. 굽실굽실한 긴 파마머리를 뒤로 꽁지고 채양달린 흰 여름모를 쓴 그는 무엇인가 손에 들고 정신없이 들여다보면서 올라오는데 인상이 밝지 못하다.

《옥련아!》

순미의 부름소리에 옥련은 손에 들고있던것을 주머니에 황급히 찔러넣었다.

순미는 그의 가슴에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아니, 이건 뭐니? 내가 이런 꽃다발을 받을 자격이 있니?》

《있구말구. 우선 우량종염소들을 잘 관리한것이고 다음은 풍덕땅 꾀꼴새가 전국근로자들의 노래경연 도선발경연무대로 날아가게 된거야.》

옥련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순미야, 네 생각엔 내가 정말 그 경연에 참가할 자격이 있는것 같니?》

순미는 그와 함께 풀숲에 나란히 앉았다.

《옥련아, 그건 도대체 무슨 말이가? 누가 뭐라고 하던?》

옥련은 머리를 저었다.

《아니, 난 요즘 고향의 딸답게 살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머리를 들수가 없단다.》

《옥련아, 너무 자신을 괴롭히지 말어.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자체가 결함을 고친거라고 생각해. 넌 지금 책임성을 높여 일을 잘하고있지 않니. 그때 일을 가지고 너무 꽁해서 그러지 말아.》

옥련은 여전히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난 아직 〈흰제비〉도 찾지 못하지 않았니. 노래나 좀 부를줄 안다고 코대만 잔뜩 높아가지고 풍덕땅의 물과 공기를 마시고 자란 처녀답게 살지 못했어.

순미야, 이제와서 뭘 더 숨기겠니.

난 그때 어머니의 요구에 동요했더랬어. 자기의 행복과 발전을 위해서도 도예술단에 있다는 그 총각이 리상적인 대상이 아닐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단다. 그래서 폭풍이 몰아치던 그밤도 선뜻 방목지로 달려갈 용기를 내지 못했던거야.

그런 내가 어떻게 머리를 쳐들고 무대에 나설수 있겠니? 고향의 노래는 또 어떻게 부르고…》

《옥련아!》

순미는 목이 꽉 메여 선뜻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진심을 읽는 순간 크나큰 기쁨과 격정이 솟구쳐올랐다. 눈굽이 뜨거워졌다. 한 인간의 뜨거운 심장과 아름다움에 대해 느꼈을 때의 기쁨을 어디에 비길수 있겠는가.

순미는 옥련이 지금껏 마음의 채찍을 들고 자신을 꾸짖어왔음을 느꼈다. 그 깨끗한 마음과 량심을 읽는 순간 옥련이의 모습이 돋보이고 더 아름다와진것만 같아 황홀하기까지 했다.

순미는 흥분된 심정으로 말했다.

《옥련아, 진정으로 이 땅을 사랑하는 너의 노래는 영원히 고향의 아름다운 노래로 울려퍼질거야. 어서 무대에 올라 우리 고향 풍덕땅을 뜨겁게, 열렬하게 노래해주렴.》

《순미야… 내 너한테 꼭 말할게 있어.》

옥련은 어머니가 찾아왔던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주었다. 정보배는 숨이 턱에 닿게 방목지로 달려올라와 지금 마을에 옥련이가 도선발경연에 올라간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는것, 그래서 자기가 리당에 찾아가 직접 알아봤는데 사실이라면서 언제 염소잔등만 쓸어만지고있을 겨를이 없다고 무작정 잡아끌었다는것이였다.

《난 어머니한테 그런 일은 다 조직을 통해서 전달이 되니 걱정말고 어서 내려가라고 했어. 그랬더니 또 성을 내면서 내려가셨어. 우리 어머닌 참… 어머니를 바래우고나니 자연 생각이 깊어지더구나. 아직도 어머니의 머리에는 이 딸을 도회지에 시집보내고싶은 그 생각뿐이로구나 하고 말이야. 그래서 난 얼마전부터 이 사진을 항상 가지고 다닌단다.》

옥련은 한장의 사진을 내밀었다.

순미와 옥련이 그리고 경심이가 함께 찍은 사진이였다. 고향의 영원한 딸이 되겠다고 약속의 글발이 씌여진 잊을수 없는 사진이였다. 옥련이가 가운데 앉고 순미와 경심이 량옆에 섰는데 어찌보면 친자매간같았다.

《방금전에도 난 이 사진을 보면서 내가 정말 노래경연무대에 나설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봤어.》

《옥련아, 넌 정말…》

순미는 뜨겁게 달아오른 볼을 그의 볼에 대고 살뜰하게 비볐다.

《옥련아, 난 너를 믿는다. 나와 함께 내려가서 태식동무에게 보고를 하고 집에 내려가봐. 떠날 준비를 하자면 시간이 걸릴거야.》

《먼저 내려가. 내 아무래도 염소들을 태식동무에게 꼼꼼히 인계해야겠어. 가뜩이나 덜퉁스러운 그 동무한테 우량종염소들을 맡기자니 마음놓이지 않는구나.》

《호호호… 넌 떠나면서도 태식동무 흉보는건 여전하구나.》

순미는 그의 등을 떠밀고는 곧장 작업장으로 내려왔다.

작업장에는 리당비서와 김희문아바이가 올라와있었다.

박성복은 순미가 옥련이한테 갔던 이야기를 하자 그가 그런 마음으로 무대에 서면 틀림없이 당선될것이라고 기뻐하였다. 그 말에 긍정하듯 머리를 끄덕거리던 김희문이 한마디 했다.

《비서동지, 사람마음이란 참 이상하구만요. 순미반장이 앞장에서 내달리니 이 늙은 마음에도 청춘이 되살아나고 기와 한장, 벽돌 한장이라도 더 구워내고싶은 의욕이 막 솟구친단 말입니다. 일을 해놓은 다음엔 반장한테 빨리 보고하고싶어지고. 선생님의 칭찬을 바라는 학생의 심정이랄가…》

《아바이, 바로 그래서 청년들이 아바이를 존경하는것이 아니겠습니까.》

리당비서의 말에 김희문은 허허 웃으며 기와를 실어올리는 일을 신종선이와 토론하겠다면서 작업장쪽으로 걸어갔다.

《반장동무, 얼마나 좋은 아바이요.》

《그렇습니다. 희문아바이같은 전세대사람들을 봐서라도 일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라순미는 전망적인 건설계획과 내부공사중에 있는 건물들이며 앞으로 내밀어야 할 대상들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건설물들이 기본적으로 완공되면 염소방목쉼터마다에 유개만 씌운 야외호동들을 지으려고 합니다. 방목을 하다가 비가 오거나 날씨가 불리해지면 염소들을 몰아넣을수 있는…》

《반장동무, 야외우리들은 다른 작업반들에 분담하는게 어떻겠소?》

순미는 잠시 말이 없다가 어떻게 하나 염소작업반 자체의 힘으로 해보겠다고 대답하였다.

《그래야 다른 작업반들도 남한테 손을 내밀지 않고 자체의 힘으로 할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본보기작업반인 우리가 다른 작업반들을 지원하겠지만…》

《동무네는 지원을 받지 않겠다면서 말이요?》

라순미는 박성복의 물음에 천진한 소녀마냥 소리내여 웃었다.

《우리야 피끓는 청춘들이 아닙니까.》

그 대답에 감심하여 고개를 끄덕이던 박성복은 어디 몸이 불편한덴 없는가고 불쑥 물었다.

《비서동지 보기엔 제가 쓰러질것 같습니까?》

《아니, 어쩐지 내 눈엔 반장동무한테 열이 있는것 같애. 정말 아픈데가 없소?》

순미는 소리없이 웃었다. 사람이란 마음이 즐겁고 기쁠 때 어떤 형태로든 그것이 겉으로 표현되는듯싶다.

순미는 옥련이를 만나고나서 전에 없는 마음속 기쁨을 느끼고있었다. 아마 그런 기분상태가 마치 열나는 사람처럼 홍조가 비꼈는지 모른다.

그는 옥련이를 만나던 이야기를 곱씹어했다.

《비서동지, 전 나날이 성장해가는 우리 청춘들에 의해 이 땅이 가꿔지고 떠받들리운다고 생각하니 절로 마음이 흥겹고 막 힘이 솟구칩니다.》

박성복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고향땅을 꾸리는 전투속에서 인간도 산촌도 다같이 아름답게 변모되여가는구만. 얼마나 좋은 일이요. … 전투를 시작하던 초기부터 강조하는 문제이지만 이미 궐기한 3대혁명붉은기작업반칭호쟁취를 위한 투쟁을 통해서 전경도에 반영한 모든것이 꼭 현실로 펼쳐지게 해야겠소.》

박성복은 작업반청년들이 이번 전투를 단순히 몇십개의 건물들을 새로 짓는데만 있는것이 아니라는것을 똑똑히 인식하도록 초급지휘성원들의 역할을 높이는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풍덕등판에 저녁노을이 깃들무렵 옥련이가 작업장으로 내려왔다.

《왜 이렇게 늦었니?》

《늦다니?… 난 너무 빨리 내려오는게 아닌가 하는데… 나의 귀염둥이들과 조금이라도 더 있고싶었어.》

옥련은 밝고 명랑하게 웃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황홀했던지 순미는 눈이 부실 정도였다.

《태식동물 만나봤니?》

옥련의 인상이 삽시에 시틋해졌다. 그러면서도 웬일인지 얼굴이 발깃해지는것이였다.

《글쎄 날 바래준다면서 그냥 따라서지 않겠니.》

《그거야 좋은 일이 아니냐.》

《뭐, 좋은 일? 흥, 그 알량한 속심을 누가 모를줄 알구… 그래서 동무의 인사는 받고싶지 않다고 한마디 콱 쏴주었지 뭐. 그러면 남자의 자존심으로 돌아설줄 알았는데 글쎄…》

《그래서?》

《그 사람은 모욕도 느낄줄 모르는지 그저 허허 웃기만 하더구나. 그러면서 뭐랬는지 아니? 〈동무가 그렇게 속이 깊은 처녀인줄은 정말 몰랐소. 이 방목소대장에게 천금같이 귀한것이 바로 시간이라는걸 제꺽 리해해주니 말이요. 그렇다고 뭐 동무를 바래워줄 시간까지 없는건 아니요. 〉 이러더구나. 정말 말 못할 사람이야.》

《그게 바로 태식동무지.》

옥련은 순미의 말에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그뿐이 아니란다. 〈동무가 나를 돕는 심정에서 빨리 헤여지기를 바라는것 같은데 그럴수록 가슴이 뜨거워진단 말이요. 자꾸 들어가라는 말을 하지 마오. 동무와 함께 도예술단까지 같이 가서 2중창을 부르고싶은게 나의 솔직한 심정이요. 우리야 이미 2중창을 멋들어지게 한 전적이 있지 않소. 〉… 난 그 동무의 입에서 무슨 말이 더 나올지 몰라 뺑소니치고말았어. 한참 달아나다가 멈춰서는데 언덕우에서 그 동무의 웃음소리가 들리더구나.》

《옥련아, 태식동문 네가 도예선경연에서 꼭 합격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있구나. 그래서 힘과 고무를 주고싶었던거야.》

《넌 그저 좋게만 말한다니까. 내가 또 달아나는걸 보고싶어 그러니?》

《호호호… 총각이 마음에 있을수록 처녀는 달아난다더라.》

《뭐?》

옥련은 깜짝 놀라며 순미의 잔등을 쾅쾅 두드려댔다. 작업을 하던 건설조청년들이 웬일인가 하여 일제히 눈길을 보냈다.

순미는 기뻤다.

무릇 사랑이란 심장이 하는 일이다. 그 일에는 권고나 강요가 통하지 않는다. 오직 진심만이 요구된다.

옥련이와 태식이 사이에 어떤 심장의 언어가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가슴속에 이미 남모를 변화가 생긴것만은 틀림없었다. 순미는 그 변화에 대해 좋게만 생각하고싶은 심정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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