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 회)

제 4 장

6

 

라순미는 새로 건설한 합숙건물앞에 서있었다.

오늘은 청년염소반이 새 보금자리로 이사를 하는 날이다. 많은 건물들이 외부공사를 성과적으로 끝내고 내부공사가 한창인 지금 청년반원들이 새 합숙에 새집들이 하는것은 자못 의의가 큰 일이였다.

날아갈듯 한 추녀를 떠인 조선기와집형식인 합숙에서는 이제부터 노래소리, 웃음소리가 폭포처럼 쏟아져나올것이다.

합숙건물은 내부는 더 말할것 없고 외부 또한 청년들의 활기넘친 기상과 정서를 그대로 담고있어 사람들마다 찬사를 아끼지 않고있다. 다락형식으로 층을 올린 2층은 청년반원들의 문화오락실이였다. 주위에 수풀처럼 빼곡이 자란 돌배나무, 능금나무, 산살구나무, 산복숭아나무, 느티나무의 잎새들이 한껏 푸르러 팔락거리고 호함지게 폈던 꽃들이 사그라진 꼭지마다엔 나날이 커가는 열매가 조랑조랑 매달렸다. 휘우듬히 늘어진 나무가지들은 풍성한 열매들을 거느리고 바람결에 서서히 몸을 뒤설레인다. 진록색의 무성한 잎들 사이로 아침일찍 비쳐든 해빛이 금실은실을 늘이며 눈부시게 흘러내렸다.

문득 돌배나무가지우에서 까치울음소리가 유난히 귀맛좋게 울렸다.

《야! 까치가 우는걸 보니 새집들이에 반가운 손님들이 많이 올 징조다.》

합숙호실에서 뛰여나온 리경칠이 멋스러운 자세로 손채양을 하고는 큰일이라도 난듯 소리쳤다.

《동무들, 빨리 나와서 까치구경을 하라구요.》

호동건설장쪽에서 걸어오던 신종선이 붕 떠서 떠들어대는 그가 어이없어 한마디 한다.

《경칠이, 왜 아침부터 소란이야. 손님이 많이 와야 네 곱배기나 줄어들지. …》

《분조장동지도 참, 내가 곱배기한다구? 분조장동지가 언제 한숟갈이라도 나한테 덜어준적이 있어요?》

《오히려 고맙게 생각해야 돼. 배집이 황소처럼 늘어나야 건강에 해롭구 식량사정 긴장하게 만들고 영예로운 청년작업반원의 체면이나 깎이우고 좋을건 하나도 없어.》

《그래서 난 요새 공개적인 곱배긴 안한단 말이예요. 반장동지네 어머니하구 사업을 하지. 부엌일을 돕는척 하면서 거기서 슬쩍 해치운단 말이예요.》

《허허허… 넌 비밀도 없구나.》

그쯤한 말에 기가 죽을 리경칠이 아니다.

그는 오늘 아침 새로 지은 합숙으로 이사를 하는 분위기에 맞게 어데서 가져왔는지 번쩍번쩍 금빛나는 꽹과리를 들고나와 두드려대기 시작했다.

《자, 식사들을 했으면 빨리빨리 나오시오. 한바탕 춤을 추고 이사를 합시다.》

챙챙하면서도 경쾌하고 경쾌하면서도 소란스러운 꽹과리소리로 방목덕은 삽시에 떠나갈듯 하다.

식사를 마친 반원들이 마당에 나오자 그는 꽹과리방망이를 휘두르며 합숙앞마당이 좁다하게 돌아가는데 그 재간이 신통하다.

반원들은 그의 춤가락보다도 옷차림이 희한하여 배를 그러안고 웃어댔다. 흰 바지저고리에 남빛조끼를 받쳐입은데다 흰 버선목에 대님을 묶은것이 꼭 초립동이 같았다. 키가 껑충한 그의 몸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차림이여서 웃지 않고서는 견딜수가 없었다. 집안의 3대외독자인 손자가 하도 귀해 그의 할머니가 손수 바느질하여 지어준 옷이였다.

그의 할머니는 어려서부터 손자에게 그런 옷차림을 해입히고 농악무에 상모춤, 곱새춤을 배워주고 꽹과리 치는 법도 익숙시켜주었다고 한다. 그가 추는 춤 또한 옷차림처럼 엉터리였다. 발을 높이 쳐들고 껑충껑충 뛰면서 민충이 쑥대우에 올라가는 걸음이라 했고 새색시 걸음이요 하며 잰걸음에 가락맞게 꽹과리를 두드리는가 하면 맵시쟁이 나간다 하면서 꽹과리와 방망이를 좌우로 한들한들 두드린다. 하여간 별스러운 걸음에 별의별 행동이 다있다.

…그 형형색색의 걸음모양과 행동이 하도 우스워 배가 아플 지경이다. 그런중에 누군가가 오줌나온다고 소리치는 바람에 웃음판이 더 커졌다.

리경칠의 독무는 어느새 군중무용으로 변했다. 한바탕 후련하게 춤을 추고난 반원들은 이어 새로 지은 합숙으로 이사를 시작했다. 저마다 반토굴식림시천막안으로 들어가 침구류와 개인사품들을 새 보금자리로 날라왔다.

새로 지은 합숙호실들은 벽지며 장판을 말리우느라 불까지 때여 화끈화끈하다. 매 방들의 출입문과 창문들은 활짝 열려져있었다. 일단 호실이 배정되고 사품들을 나르기 시작하자 청년반원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부지런히 오고갔다.

합숙현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록음기를 올려놓았는데 경쾌한 노래의 선률이 들썩하게 울려나왔다.

림송심은 식당일을 하는 처녀를 도와 가마며 그릇들을 합숙 한가운데 위치한 식당으로 날라들였다. 처녀들이 한사코 만류했으나 그 역시 기분이 흥떠서 일손에 바람이 일었다.

김희문이며 먹이분조 청년들까지 올라와 떠들썩하니 온 풍덕등판은 말그대로 명절분위기였다. 한낮이 거의 될무렵 권봉석과 박성복이도 올라왔다. 뜻밖에도 대학을 졸업하고 도에 있는 연구소에 배치받은 권봉석의 아들이 새색시와 함께 왔다.

권봉석은 저마다 달려와 인사를 하는 청년들에게 오늘 아침 아들의 결혼식을 하였는데 신랑신부가 염소작업반 청년들 소식을 듣고는 결혼식상을 그대로 가지고 올라왔다고 했다.

《반장동무, 정말 수고하오.》

권봉석의 아들 권진혁은 라순미, 신종선, 김태식, 정윤심 등 고향청년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새색시까지 소개하고는 방목덕이 완전히 개변된데 대해 놀라와했다.

《진혁동무, 고마워요. 동무들의 고무격려가 우리에겐 큰 힘이 될거예요.》

순미는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합숙식당에서는 새집들이 겸 권진혁의 결혼식축하라고 할수 있는 즐거운 모임이 있었다.

신혼부부가 일어서서 고향 풍덕을 아름답게 꾸려가는 첫걸음으로서 염소작업반을 본보기로 꾸리는 봉화를 추켜든 청년염소작업반원들의 투쟁에 뜨거운 전투적인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맑은 유리잔에 포도주를 넘치게 부어 청년작업반 고문인 김희문에게 권했다.

바로 그 시각 정보배와 최명후를 비롯한 마을녀인들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정보배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라며 염소반에서 관리위원장네 아들잔치를 또 하는가고 누구에겐가 묻는다는것이 그만 태식의 어머니 최명후여서 황황히 고개를 돌리고말았다. 녀인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정보배는 곁에 앉은 염소반 처녀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사연을 깨닫게 되였다.

그는 트레머리를 점잖게 끄덕이며 자기 딸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아뿔싸, 저게 뭔가.

옥련이는 순미와 나란히 앉아있는데 그옆에서 바로 김태식이 싱글벙글 웃고있었다. 정보배는 못 볼것을 본듯 얼굴을 찡그렸다. 한편 림송심의 옆자리에 앉은 최명후는 자기 아들과 옥련이가 나란히 앉은것이 너무 기뻐 범잡은 포수마냥 득의양양한 인상이다.

신랑신부에게서 포도주잔을 받은 김희문은 신랑신부의 첫잔은 응당 순미반장의 어머니한테 먼저 올려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처럼 기쁜 날 내가 왜 이 말을 하는가. 그것은 나이든 사람으로서 염소반 청년들속에 끼워 한몫 한답시고 긍지가 이만저만 아닌데 바로 우리가 벌리는 건설전투의 앞장에는 지휘관인 순미반장이 서있다 이 말이요. 그래서 훌륭한 딸을 키운 어머니한테 이 잔을 먼저 드리자는겁니다.》

박수가 터졌다.

림송심은 부끄러움 타는 처녀처럼 얼굴이 붉어져 몸둘바를 몰라했다. 곁에 앉은 최명후가 어서 받으라고 재촉해서야 그는 떨리는 손으로 잔을 받았다.

최명후는 여적 긴말을 할줄 모르던 령감이 그렇듯 중요발언을 한것이 신기한듯 그쪽에 눈길을 보내며 호함지게 웃었다.

이어 흥겨운 분위기에 맞게 노래가 시작되였다. 처음으로 모두의 한결같은 요청에 의해 신랑신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신랑은 아버지를 닮아 균형잡힌 몸매가 틀스럽고 사색이 흐르는듯 한 넙죽한 얼굴에 웃음을 담았는데 새색시는 무용배우처럼 쭉 빠진 키에 생긋이 웃는 쌍까풀진 고운 눈매로 하여 신랑과 함께 연구사업을 하는 연구사라기보다 천진한 소녀처럼 귀염성스럽게 보였다.

 

          뻐꾹새가 노래하는 곳

          사랑하는 내 고향일세

          …

 

그들은 뜨거운 정을 담아 구성지게 노래를 불렀다.

 

          아 언제나 좋은 곳일세

          아 내 고향 어머니품아

 

순미는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문득 안홍진이도 그 노래를 좋아한다는것을 생각했다.

그는 처음 배치되여온 날 오락회시간에도 그 노래를 불렀었다. 신랑신부의 노래를 들으며 왜 갑자기 그 생각을 했는지 저로서도 알수 없다. 까닭없이 얼굴이 달아오른다.

며칠전 그와 나눈 대화가 불쑥 떠올랐다.

그날 순미는 내부공사가 한창인 콤퓨터조종실에서 안홍진을 만나 설계를 다시한번 보자고 했다. 그런데 안홍진은 선뜻 줄념을 못하고 머뭇거리는것이였다.

《왜 그러세요, 홍진동무?》

《아니, 아니요. 반장동무가 보자면야… 줘야지요.》

안홍진은 설계를 꺼내주고는 웬일인지 밖으로 나가는것이였다. 고개를 기웃거리며 도면을 펼치던 순미는 깜짝 놀라 굳어졌다. 도면의 첫장에 변모된 풍덕땅을 배경으로 활짝 웃고있는 처녀의 모습이 그려져있었다. 연필로 그린것인데 신통히 자기의 모습과 류사했다.

순간 가슴이 후두둑 뛰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감정을 종잡기 어려웠다. 도면을 볼 생각도 잊고 무의식중에 걸음을 옮겼다. 경황없이 이른 곳은 건설장입구 전경도앞이였다. 홍진이 역시 그앞에 서있었다. 두사람의 눈길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순미는 먼저 눈길을 돌렸다. 침묵이 흘렀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순미가 끝내 먼저 말을 뗐다.

그는 감정을 누르고 조용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도면에 그려진 그 처녀는 누구인가요?》

《고향을 열렬히 사랑하고 고향이 또한 뜨겁게 사랑하는 처녀이지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하셨어요?》

《글쎄… 나도 아직은 잘 모르겠소. 다만 명백한것은 그림을 손이 아니라 심장으로 그렸다는것이요.》

《그래요? 하지만 고향을 사랑하는 처녀는 많답니다.》

순미는 더이상 그와 마주 서있을 용기가 나지 않아 먼저 자리를 떠났었다.

(홍진동문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있을가?…)

순미는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고 박수를 치는 홍진의 모습을 이윽토록 바라보았다.

노래를 마친 신혼부부는 풍덕땅의 꾀꼴새로 소문난 류옥련동무의 노래를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합쳤다. 박수가 터졌다. 정보배의 얼굴이 대번에 환해졌다. 그는 딸에게 용기를 주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데 옥련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누군가가 김태식동무와 2중창을 부르라고 소리치는것이 아닌가. 염소반 청년들속에서 요란한 박수소리가 터졌다. 태식이가 한사코 손을 내저었으나 청년들은 무작정 일쿼세웠다. 그 바람에 옥련이가 당황하여 울상이 되였다. 정보배의 얼굴은 소태씹은 상이 되였다. 그렇게 주눅이 좋던 태식이도 무척 당황했는지 상대방과 약속도 못하고 제 먼저 《오늘의 이 행복을 그 누가 주었나》 하고 노래의 첫 소절을 뗐다. 그러자 옥련이가 아련하면서도 청아한 목소리로 《로동당이 주었네 수령님이 주셨네》 하고 두번째 련을 받았다. 그들의 목소리는 예상외로 잘 어울렸다.

정보배는 그 모양을 보듯마듯 하면서 엉치만 들썩거렸다. 구태여 즐거운 분위기를 깨고싶지 않았다. 예상치 않았던 태식이와 옥련이의 2중창으로 하여 오락회는 더욱 고조되였다. …

즐거운 날의 하루는 언제나 짧은 법이다. 능금나무, 돌배나무 잎새사이로 어둠이 깃들무렵 최명후, 정보배를 비롯한 녀인들은 마을로 내려갔다.

권봉석과 박성복은 외부공사를 끝낸 건물구역들을 다 돌아본 후 차후 건설방향에 대해 순미에게 물었다.

《내부공사 역시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힘껏 내밀면서 한편으로는 덕중심으로부터 저 골짜기들까지 방목지를 꾸리는 일을 내밀겠습니다.》

《그러니까 방목구획을 나누고 먹이풀을 심고 거 뭐 자동울타리를 하고 카메라를 설치한다는 그 일을 벌리겠다는거지?》

《예.》

권봉석은 허허 웃었다.

《그걸 다 전기로 하겠는데 그 많은 전기를 어디서 충당하겠나? 풍덕천 소형발전소로는 어림도 없는거구. …》

《위원장동지, 그래서 우린 방목지의 제일 높은 곳에 풍력발전기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우리 풍덕이야 워낙 바람이 세기로 유명한 곳인데 풍력발전기야말로 리상적인것이지요 뭐.》

《풍력발전기?》

《위원장동지, 그것 참 그럴듯 하군요. 바람이야 얼마든지 부는것이고…》

박성복이도 어지간히 흥분한 태도였다.

《비서동문 그저 순미반장의 말이라면 무조건 푸른 신호등이군요.》

《아무렴, 그렇지 않구요. 허허허…》

두 일군은 한껏 고개를 제끼고 큰소리로 웃었다.

《그리고 위원장동지, 청년염소반이 새집들이를 했는데 능금골 방목공들도 여기로 내려와야지요?》

박성복이 권봉석에게 의논조로 물었다.

《순미반장의 생각은 어떻소?》

《인차 내려오도록 하겠습니다.》

순미가 그들에게 저녁식사를 하고 내려가라고 권했지만 그들은 바쁜 일이 있다면서 그냥 덕을 내렸다.

순미는 태식을 비롯한 능금골 방목공들이 저녁식사를 하고 올라가는것을 바래주었다.

그는 새로 건설한 염소우리호동들의 내부공사를 빨리 끝내고 능금골 방목지의 염소들을 빨리 내려와야겠다고 말을 했다. 하지만 김태식의 생각은 달랐다.

《반장동무, 우리때문에 호동내부공사를 너무 다궂지 마오

아, 무엇보다 질이 중요한거요. 지금이 얼마나 좋은 계절이요. 방목공들한테도 그렇고, 염소들의 새끼생산절기가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오히려 능금골 조건이 더 좋다고 봐야지요.》

《그렇긴 하지만 생활에서 불편한 점이 많을거예요. 요전에 올라가보니 천막에 습기가 많더군요. 자주 통풍을 시켜요.》

《알겠소, 반장동무의 말대로 하겠소.》

오늘따라 태식의 기분이 퍽 좋은듯 했다. 사실 그는 옥련이가 순미의 노력으로 많이 달라져가고있는것을 기쁘게 생각하고있었다.

순미가 태식이네들을 바래우고 돌아오는데 합숙안에서는 여전히 노래소리가 울리고있었다.

그는 하루일을 돌이켜보며 천천히 건설장구내를 거닐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권진혁신혼부부가 덕에 올라온것도, 옥련이와 태식이 진정을 담아 노래를 부른것도 그리고 온 하루 흥겨운 춤판을 펼친것도 모두가 기쁘고 즐겁게만 생각되였다. 그것은 시련과 난관을 박차고 신심과 락관에 넘쳐 오직 앞으로만 돌진하려는 청년들의 완강하고도 굳센 모습, 심장의 메아리였다.

염소우리호동들과 젖가공실, 먹이가공실까지 돌아보고 야외식당터쪽으로 걸어가던 순미는 그곳에 누군가 앉아있는것을 알아보았다. 놀랍게도 어머니가 그린듯이 앉아있었다.

《어머니, 왜 여기 나와계셔요?》

곁에 다가앉으며 조용히 물었다.

《힘드시지요, 어머니?》

《나야 뭘 크게 하는 일이 있다구… 너희들이 힘들지.》

《힘든건 사실이예요. 그렇지만 신심이 생겨요. 모든걸 다 이겨낼수 있고 또 할수 있다는 배심이 넘치고… 그런데 괴로운건 어머니가 이 딸에게 무엇인가 숨기고있는거예요. 전 요즘 때때로 어머니의 안색이 전같지 못한것을 느끼군 하는데 왜 그러세요? 어서 말씀해주세요.》

림송심은 그제야 머리를 들었다.

《원 애두, 네가 요즘 신경이 예민해진 모양이구나. 난 네 어머니로서 큰 자랑과 긍지를 느끼고있다. 다만 네가 고향사람들의 믿음과 기대를 항상 잊지 말고 일하기를 바랄뿐이다. … 군에서도 관심을 돌려 세멘트랑 자재를 풀어주지 않았느냐. 더 힘을 내서 일을 해야지?…》

《알겠어요, 어머니.》

림송심은 긴 설명을 하지 않았다.

순미가 모든것을 다 리해할것이라고 믿기때문이였다. 사랑도 청춘도 인생도 태를 묻은 고향을 꽃피우는데 바치는것이 다름아닌 딸의 소원이고 지향임을 의심치 않았다.

그는 순미에게 굳이 홍진의 아버지에 대한 말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앞으로는 꼭 해주어야겠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안문찬반장에 대해서는 순미도 잘 알고있는만큼 홍진이 그의 아들이라는것을 알면 일에 지장을 줄것 같았던것이다. 그 총각이 현실체험을 끝내고 떠난 다음에 말해도 늦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일을 누가 알랴. 혹시 그사이 애들의 관계가 깊어지기라도 하면 그땐 어쩌나 하는 위구심도 영 없는것은 아니였다.

림송심은 이끝저끝 깊어지는 생각을 활 털어버리려는듯 어깨에 기대인채 잠든듯싶은 딸의 머리를 자꾸만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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