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 회)

제 3 장

4

 

아침일찍 능금골에 올라갔던 정윤심은 한낮이 되기 전에 작업장으로 내려왔다.

오늘 아침 그는 순미에게 한나절만이라도 눈을 붙이라고 재삼 당부를 하였는데 그렇게 하는것 같지를 않아 걱정이 되였다. 그래서 온 하루 능금골에서 보내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인차 내려왔다. 그는 요즘 다가오는 생산적기에 새끼생산을 잘할수 있게 염소들의 영양을 부쩍 올리느라 능금골에서 살다싶이 했다.

순미가 건설을 책임지고 내미는 조건에서 생산기술적문제에까지 신경을 쓰지 않게 하기 위해 할수 있는껏 뛰여다니는 윤심이였다.

능금골염소들의 상태는 그만하면 괜찮았다. 다만 옥련이가 맡아 방목하던 우량종염소무리의 상태가 전보다 좋지 못했다. 그 원인을 여러모로 분석해보았다. 우량종염소들이 토종염소들에 비해 영양물질 수요량이 높은것도 있고 한명의 방목공이 두세무리를 맡아하다나니 방목을 책임적으로 하지 못한데도 있었다.

그는 반장과 토론해서 빨리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윤심이 작업장에 도착하니 지난밤에 설치한 블로크찍는기계의 동음이 기운차게 들려왔다.

혼합물을 다지는 다짐기소리가 쿵덕쿵덕 방아찧는 소리마냥 울리는데 듣는 사람의 심장마저 쿵쿵 울려준다. 혼합물을 블로크틀안에 퍼넣고 발디디개를 누르자 잘 다져진 블로크장들이 땅속에서 불쑥불쑥 솟아오르듯 한다. 그 블로크장들을 날렵하게 받아 적재장쪽으로 나르는 모습이 또한 흥겹기 그지없다.

순미는 블로크작업장에도 녀성천막에도 없었다. 어데 갔을가. 오늘 오전만이라도 눈을 붙여야 한다고 그만큼 당부했는데…

지난밤 블로크찍는기계를 싣고 배등령을 넘어오는 길로 그것을 작업장까지 올려다 설치하느라 한밤을 꼬박 새운 그였다.

(어쨌든 그의 정열이 놀랍구나. …)

윤심은 남편이 일하는 벽체축조작업장쪽으로 갔다. 축조작업은 기초공사가 끝난 건물들에 조를 나누어 진행되였다. 신종선은 합숙건물 축조작업을 마감단계에서 다그치고있었다. 경쾌한 록음기의 선률이 작업장을 울렸다.

쿵―닐리리 닐리리 닐리리 야― 조력작업을 하던 리경칠이 삽날을 몰탈무지에 박아놓고 두팔을 앞뒤로 내저으며 어깨를 들썩이다가 신종선의 고함소리에 놀라 푸들쩍 뛰여오른다.

《정 춤추고싶으면 저녁에 군중무용을 할 때 추란 말이야.》

리경칠의 인상이 대번에 시무룩해진다.

《분조장동지, 난 사실 군중무용시간만 오면 영 흥취가 나지 않는단 말이예요.》

《어째서?》

신종선이 그가 퍼주는 몰탈을 미장판에 받으며 물었다.

《거 뭐, 꼭 찍어말해야 알겠습니까?》

《글쎄 모르겠는데…》

《짝패가 마땅치 않다 그 말입니다. 다른 동무들은 짝을 멋있게 짓고 춤을 추는데…》

《너 이제 보니 엉큼하다. 순애하구 손잡고 돌아가는걸 내가 다 봤는데두?…》

《예?… 날 어떻게 보구 그래요?》

경칠은 사뭇 억울하다는듯 울그락불그락하며 열을 올렸다.

《하두 그 동무가 짝이 없어 이리 밀리구 저리 밀리기에 불쌍해서 한두번 맞서준거지… 그 동무야 뭐 아직… 곁에 다가서면 젖비린내가 나는데…》

《어마나, 경칠동무!》

정윤심이 듣다못해 소리쳤다. 축조작업을 하던 청년들이 입을 딱 벌렸다. 신종선도 어이없는 웃음을 터쳤다.

《그래두 실력경쟁을 할 때 보니 경칠이 네가 순애한테 딸리는것 같더라고 방목공들이 말하던데?…》

《아니, 그 햇병아리한테 내가요?》

《경칠동무, 그런 말 다시 하겠어? 혁명동지에 대한 관점이 틀려먹었어요.》

윤심의 추궁에 경칠은 자라목이 되였다. 청년들은 그 모양이 우스워 껄껄거렸다.

종선은 휴식을 선포했다. 모두가 나무그늘밑과 샘터쪽으로 흩어져가자 종선은 주머니에서 무엇인가 꺼내여 윤심의 손에 쥐여준다.

《이건 뭐예요?》

《그런걸 먹어야 콩꼬투리가 제대로 달린다지?》

펼쳐보니 빨갛게 익은 줄딸기 한줌이 들어있다.

정윤심은 얼굴을 붉히면서도 활짝 웃었다.

《저… 반장동무 어데 갔는지 몰라요?》

《왜 그러오?》

윤심이 사연을 이야기하자 종선은 어이없어한다.

《이보오, 기술원동무. 그렇게 말만 하면 반장동무가 푹 쉬리라 생각했소? 건설용목재 제재때문에 수리작업반에 내려갔소. 먹이분조동무들 몇을 데리고… 그러니 점심식사랑 어떻게 하겠는지 알아보고 빨리 대책을 취하오.》

《알겠어요.》

정윤심은 황황히 식당쪽으로 걸어갔다.

(제재칸에 가다니… 그러다 쓰러지면 어쩔려구. )

순미가 잠시도 쉴념을 안하고 무리하는게 걱정되였다. 아무리 정열이 불같아도 한계가 있는 법인데… 단단히 말을 해야겠어. 앞으로도 할일이 얼마나 많은가.

야외식당에서는 옥련이가 데친 산나물을 국가마에 볶고있었다.

인기척에 허리를 편 그는 윤심을 보자 웬일인지 두눈이 동그래졌다.

《아니, 얼굴이 왜 그래요?》

《내 얼굴이 뭐 어때?…》

《발그스름한게 막 눈이 부셔요.》

《남 얼굴타령은 그만하고 네 얼굴이나 보렴.》

윤심은 주머니에서 거울을 꺼내여 그의 얼굴앞에 내댔다.

《나야 불앞에서 일하니 그런거구… 그래 방금 어느 불앞에 있다가 왔길래… 대낮이니 우등불은 피우지 않았을거구.》

다소 능청스러운 웃음이 옥련이 얼굴에 비꼈다.

《엉뚱하기란 참… 불이라는건 도대체 뭐니?》

옥련은 까르륵 웃었다. 그러더니 별안간 시를 읊듯 엮어댔다.

《그 불은 영원히 나의 불로 되였나니 그 불은 밤이나 낮이나 항상 내곁에 있어라. 그래서 언제나 심장은 그 불과 함께 타오르거니. 아, 나의 불 신종선 불… 호호호…》

그는 숨이 넘어갈듯이 웃어댔다.

《그럼 너의 불은 누구냐? 혹시 그 불때문에 너의 얼굴이 달아오른건 아니니?》

윤심의 말뜻을 건너짚었는지 옥련이의 얼굴이 대번에 깔끔해졌다.

《기술원동무, 다시 그러면 성내겠어요.》

《호호호… 요 새침해지는걸 보지. 이럴 땐 더 곱다니까.》

윤심은 화제를 돌려 밤낮이 따로없이 뛰여다니는 순미소리를 했다.

《글쎄 우리 반원들모두가 반장동무의 정열에 따라서야만 일이 잘되는건 사실이지. 하지만 너무 혹사하거던. 옥련이 너도 그렇지. 식당일을 책임지고 수고하는건 사실이지만 태식동무에 대한 너의 옹친 생각은 잘못됐다고 봐. 그때문에 반장동무가 얼마나 마음을 쓰는지 아니?

내 그래서 너한테 꼭 말을 해주자고 벼르었댔어.》

《그렇다고 사랑을 강요하는건 아니겠지요?》

옥련이 항변하듯 말했다.

《강요? 글쎄 누가 그걸 강요할수 있겠니. 하지만 반장동무가 말하기를 동지에 대한 사랑도 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의 한 표현이래. 태식동무도 이 땅에 태를 묻고 고향을 빛내이자고 애쓰는 동무가 아니니. 사랑은 아니더래도 너무 차겁게 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옥련은 대답이 없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야기하고싶지 않다는듯 능금골 우량종염소무리의 상태를 물었다.

윤심은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그의 얼굴에 그늘이 비꼈다.

《반장동무가 점심식사준비를 하라고하던?》

《제재칸에 간다면서도 그런 말은 없었어요.》

윤심은 지체없이 마을로 내려왔다. 농장수리작업반 제재칸에서는 순미가 먹이분조청년들과 한창 제재를 하고있었다. 먹이분조의 힘장사로 불리우는 청년이 제재기에 통나무를 들이밀자 요란한 기계의 동음이 울리면서 마치 세찬 바람에 휘뿌려지는 눈가루처럼 톱밥이 사방으로 날렸다. 동시에 아름드리나무가 쩍 갈라져나갔다.

《좋아요. 규격이 정확해요.》

순미가 만족해했다. 청년들이 연방 뽑아져나오는 판자와 각목을 받아 부류별로 갈라놓느라 부지런히 오고갔다. 그들과 함께 어울려 팽이돌듯 하는 순미는 도무지 밤을 새운 사람같지 않게 생기가 넘치고 온몸에 힘이 넘쳐나는듯 했다. 톱밥가루투성이가 되여서도 활짝 웃는 그를 보는 순간 윤심은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 굳어졌다. 급기야 눈굽이 뜨거워올랐다. 윤심은 그의 손을 살그머니 잡아 한옆으로 끌어내며 옷에 묻은 톱밥을 털어주었다.

《어떻게 내려왔어요?》

순미가 놀라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반장동무, 꼭 눈을 붙이라고 그만큼 말했는데 그러다 쓰러지면 어쩔려구 그래?》

《그래서 내려왔어요?》

《?!…》

《아무래도 안되겠군요. 오늘 저녁 신종선동물 불러놓고 비판을 해야겠어요. 처녀적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시집을 가더니 나약해지고 잔걱정이 많아진다고 말이예요.

기술원이면 응당 〈반장동무, 기술적으로 일을 똑똑히 해야겠소. 〉 하고 을러메는게 옳지 〈그러다 쓰러지겠어. 〉 이게 뭐예요?…》

윤심은 순미의 익살에 그만 웃어버리고말았다.

하지만 눈굽이 확 달아오르며 금시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반장동무, 눈을 감고 입을 좀 벌려.》

순미는 그가 하라는대로 했다.

윤심은 주머니에서 딸기를 꺼내여 그의 입에 넣어주며 《이젠 씹어.》 하고 말했다.

순미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어마나, 정신이 번쩍 드네.》

그는 윤심의 손에 들린것을 보고 흠칫 놀랐다.

《어마나, 이건 기술원동무 몫이 아니예요? 필경 종선동무가 줬겠는데. 이걸 내가 다 먹고 대신 아이를 낳아줄수야 없지 않아요?》

《그런게 아니래두. 내가 방금 내려오다가 풀숲에서 땄다니까.》

그러면서도 얼굴이 활딱 붉어졌다.

《이젠 거짓말까지 하는군요? 상당히 발전했는데…》

그들은 눈물이 나도록 한참이나 웃었다.

윤심이 급히 내려온 사연을 말하자 순미는 점심식사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다.

어머니에게 부탁을 했다면서 능금골형편부터 물었다.

윤심은 우량종염소들의 상태에 대해 숨김없이 말하고 저녁에 구체적으로 토론하자고 했다.

《우량종염소들의 영양을 올릴 대책안을 좀 생각해봐요.》

순미는 윤심이에게 한마디 하고는 기계소리가 울리는 제재칸으로 다시 들어갔다.

(순미, 제발 부탁인데 너무 무리하지 마. )

윤심은 마음속으로 뜨겁게 속삭였다.

어제 저녁 읍으로 나간 순미는 밤중으로 군내건설사업소들은 모두 찾아다녔다고 한다. 군도시건설사업소 지배인은 풍덕청년들이 자체의 힘으로 염소생산기지를 건설하고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입을 딱 벌렸다는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믿고 그렇게 큰 건설을 시작했는가고…

《우린 자신들의 힘을 믿습니다. 어떻게 하나 제힘으로 고향을 일떠세우려는 하나의 마음밖에 없습니다.》

순미의 말은 짧았으나 그 말이 얼마나 심금을 울렸던지 지배인은 기업소에 예비로 차고있던 기계를 즉석에서 차에 실어주었다는것이다.

덕으로 올라오는 윤심의 생각은 깊어만졌다.

순미의 투쟁과 생활, 그의 완강한 투지와 신념에 자신을 비추어보게 되는것이였다. 그에 비하면 난 아직 멀었어. …

그날 저녁 순미는 먹이분조청년들과 함께 여러대의 달구지에 제재한 판자와 각목들을 싣고 올라왔다. 야간작업에 참가하려고 내려온 능금골 방목공들이 와락 달라붙어 판자와 각목을 부리워 합숙앞마당에 쌓아놓았다.

《이 각목과 판자로 지붕공사를 하고 기와까지 씌우면…》

누군가 한마디하자 재빨리 뒤를 잇는다.

《추녀는 날아갈듯이 들리겠다.》

《날아갈듯 한 추녀는 이쪽저쪽 마주보며 웃겠다.》

《그럼 우리도 웃고 하늘도 웃겠지.》

《온 풍덕땅이 웃지 뭐.》

판자와 각목들을 넘겨주고 받아 쌓으며 주고받는 말들이 흥겹기 그지없다. 그 다음에는 모두 달라붙어 블로크찍기를 했다. 흥겨운 기계의 동음이 쿵덕쿵덕 넓은 덕을 울렸다. 전투원들이 서로 부르며 일손을 재촉하는 소리도 그밤따라 류달리 높았다.

야간전투가 끝난 뒤 작업반 초급지휘성원들은 작업장 야외등밑에 모여앉았다. 능금골 우량종염소들의 영양을 올릴 대책적문제가 화제에 올랐다.

김태식은 어떻게 하나 방목조의 힘으로 해결하겠으니 걱정말라고 했으나 순미는 결정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홍진이 작업반에 있는 말린 청콩, 말린 푸른 풀, 알곡부산물 등 배합먹이원천을 놓고 타산해본 끝에 우량종염소들의 영양을 올릴 배합먹이처방을 내놓았다. 사료가공실에서 배합먹이를 만들어 능금골에 올려가는 일은 정윤심이 맡기로 했다. 순미는 다음으로 콤퓨터조종실 설계문제를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것인가를 토의에 붙였다. 안홍진이 그 문제는 자기가 맡아야 한다는 의향을 비쳤다. 모두가 그의 제기를 적극 지지했다. 격식없이 진행한 모임이 순미에게는 참으로 큰 힘이 되였다.

작업반 초급일군들이 하나같이 전투의 한몫씩 맡아주고있다는 고맙고 든든한 생각에 큰산도 허물고 높은 령도 단숨에 날아넘을것 같은 신심이 용솟음쳐올랐다. 더우기 안홍진에 대한 고마움은 유별난것이였다. 그가 자기들곁에 있다는것이 큰 힘이 되였고 아무리 어려운 일도 해낼수 있다는 배심이 커졌다.

모임을 끝마친 라순미가 천막에 들어오니 옥련이가 그때까지 자리에 눕지 않고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있었다.

《아직 자지 않고있었구나. 무슨 일이 있었니?》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옥련은 그새 좀 잤다면서 순미의 잠자리를 펴주었다.

《얼마나 피곤하겠니. 빨리 눈을 붙이렴. 난 식당에 가볼게.》

《벌써?…》

《열두시가 넘었는데 뭐.》

옥련은 다른 처녀들의 잠을 깨울세라 조용히 천막을 나갔다. 순미도 종시 잠들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꼭 무슨 일이 생긴것만 같았다. 아닐세라 옥련은 야외식당안에 턱을 고이고 앉아있었다.

순미가 인기척을 내며 들어서자 왜 자지 않고 나왔느냐고 나무라며 부엌바닥에 있는 산나물을 가리려든다.

그와 나란히 일손을 잡으며 물었다.

《옥련아, 무슨 일인지 말 좀 하렴.》

대답을 안한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순미야, 우량종염소들의 상태가 좋지 않다지?

날 능금골에 보내줘. 어쩐지 나때문에 그렇게 된것 같은게 일손이 잡히지 않는구나. 더구나, 더구나 태식동무가 믿어지지 않아. 그 덜퉁한 성미에 무슨 일을 제대로 했겠니.》

순미는 옥련의 마음이 고마왔다. 그러잖아도 우량종염소방목만은 책임성이 높은 사람에게 맡겨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그였다. 하지만 김태식에 대한 그의 편견만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옥련아, 태식동무에 대해 너무 나삐 생각지 말어. 그 동무가 진심으로 너를 마음에 두고있다 해서 그 감정을 탓할수야 없지 않니. 네가 그의 마음을 받아들일수 없다면 동지적립장에서 진실하게 대해주면 그만이 아니냐.》

순미는 무엇인가 생각하듯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

《그 동문 맡은 일에서 책임적이고 량심적인 동무라고 난 믿게 돼. … 요먼저 나를 만나 잃어버린 〈흰제비〉가 혹시 다른 농장에 가있을수도 있다면서 어느 짬을 내서 주변농장방목지들을 한번 돌겠다고 하더구나. 그 동무의 그런 심정을 넌 모르지?… 어째서 무작정 나쁘게만 보니? 그건 동지들에 대한 편견이야.》

옥련은 한숨을 내쉬였다.

《나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어쨌든 그 동무만 보면 기분이 좋지 않아.》

《애두 참, 혹시 알겠니? 너도 그 동무에게 반하게 될는지…》

《어마나, 너 정말 까무라칠 소리만 하겠니?》

그가 깜짝 놀라는 바람에 순미는 소리내여 웃었다.

《능금골로 올라가겠다는 너의 결심을 찬성한다.》

《고마와. 이젠 들어가 눈을 좀 붙이렴.》

순미는 그냥 일손을 놀렸다. 옥련은 할수 없다는듯 말을 이었다.

《순미야, 한가지 솔직한 심정을 말해도 되겠니?》

《새삼스레 뭘 그러니?》

《너와 나 그리고 경심이, 우리 셋은 앞으로도 영원히 고향의 딸로 살자고 약속했었지?》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소리가 있어.》

《무슨 소리?》

《제발 기분나빠하지 말아. 사람들의 말이 네가 홍진동무와 보통사이가 아니라는거야.》

《뭐?》

순미는 옥련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래서?》

《내 생각에도 네가 앞으로 그 동무를 따라 도시로 훌 날아가버릴것 같은게 막 불안해.》

순미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하는감을 느꼈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숨이 가빠졌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옥련아, 우리는 서로 숨기는게 없지? 너의 근심이 리해된다. 물론 그 동문 실력도 있고 인간적으로도 돋보이는 훌륭한 사람이지. 터놓고 말해서 처녀들이 반할만 한 청년이지. 하지만 그게 곧 사랑일가? 아니야. … 난 언제 한번 자신을 그 동무곁에 세워본적이 없어.》

《그래도 어차피 우린 시집을 가야겠지?》

옥련은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지꿎게 따지고들었다. 순미는 그의 오똑한 코등을 꼭 눌러주며 웃었다.

《그야 물론 시집을 가야지. 옥련아, 풍덕땅에 아무러면 우리가 사랑할 총각이 없겠니? 태를 묻은 땅이 있고 그를 위한 투쟁이 있는데 왜 사랑이 없겠니. 우리가 온넋을 바쳐 사랑하고싶은 그런 사람들이 꼭 나타날거야.》

순미의 목소리는 절절하게 울렸다. 그 말속에는 고향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깨끗하고 진실한 청춘의 사랑을 갈구하는 처녀의 열렬하고 애모쁜 심정이 슴배여있었다.

고향의 두 처녀는 그날 밤 아직 누구에게도 터놓지 않은 사랑관에 대하여, 신비하고 아름다운 래일에 대하여 끝없이 끝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옥련은 다음날 능금골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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