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회)

제 1 장

2

 

라순미가 없는 사이 정윤심은 누구보다 바빴다. 작업반 하루일과를 빈틈없이 조직하고 집행해야 했고 관리위원회에서 조직하는 회의에도 참가해야 했다.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기술지도사업도 그의 손을 기다렸다. 누구보다 아침일찍 출근하여 하루종일 부지런히 돌아갔다. 그러느라니 몇해째 반장사업을 해오고있는 순미의 수고가 새삼스레 헤아려졌다.

오늘 아침도 정윤심은 날밝기 전에 작업반으로 나왔다. 작업반정문으로 들어선 그는 먼저 밤경비를 선 김희문아바이와 인사를 나누었다. 김태식의 아버지 김희문은 아들이 일하는 청년염소반 일을 조금이라도 돕겠다면서 자진하여 밤경비를 서기도 하고 미처 손이 못 가는 작업반의 빈 구석들을 메꿔주기도 했다. 그는 지난밤에도 경비를 서면서 새끼염소들의 영양먹이에 넣을 마른 청콩을 분쇄하여놓았다. 윤심은 몹시 미안하여 한마디했다.

《아바이, 힘드실텐데…》

《힘들긴… 반장이 없는 때일수록 작업반일이 잘돼야지 않겠나.》

《고마워요, 아바이.》

《그럼 난 내려가보겠네.》

김희문이 정문을 나서자 정윤심은 염소우리호동들과 작업반구내를 한바퀴 돌아보았다. 줄지어 늘어선 호동들에서 염소들의 울음소리가 귀맛좋게 울려나왔다. 윤심은 생긋이 웃었다. 그 울음소리는 한잠 푹 자고난 염소들이 어서빨리 방목지로 나가고싶다는 신호인것이다.

호동들을 돌아보고난 정윤심은 기쁜 마음으로 작업반실에 들어섰다.

창문곁에 놓인 앉은뱅이책상을 마주하고 작업반일지를 펼쳤다. 아침모임에서 강조할 문제들을 다시한번 되새겨보려는것이였다. 그는 펜을 든채 날자와 요일이 씌여진 일지를 묵묵히 내려다보았다. 그는 최근에 와서 반원들앞에 나서는것이 점점 면구스러워지는 자신을 발견하군 했다. 한달전에 신종선이와 가정을 이룬 그는 지금 한창 신혼살림을 하는중이였다. 이를테면 새색시였다.

정윤심은 결혼을 한지 며칠이 지난 어느날 조용한 기회에 라순미를 만났었다. 청춘시절의 발자취가 곳곳에 어려있는 정든 일터에서 떠나고싶지 않은 마음을 그앞에 터놓고싶어서였다. 순미가 단지 반장이기때문만이 아니였다. 나이는 비록 윤심이보다 아래지만 고향에 대한 사랑이 남달리 열렬한 처녀였고 더구나 그들 두사람의 결합을 누구보다 기뻐하고 축하해주었던것이였다. 그렇다고 하여 염소반에서 그냥 일하고싶다는 말은 차마 할수가 없었다. 그래서도 안되는것이고 그럴수도 없는 일이였다. 너무 마음을 쓰지 말자.

그는 자신을 달래며 두서없는 말만 곱씹었었다. 청춘시절과의 작별이 이렇듯 아쉽고 허전할줄 어이 알았으랴.

윤심의 눈가에는 어느덧 맑은것이 고이기 시작했다.

라순미는 정윤심의 손을 꼭 잡고 따뜻한 어조로 말했다.

《윤심동무, 그 심정을 알만해요. 동무네는 우리 청년염소반이 낳은 첫 신혼부부예요. 고향에 영원히 뿌리를 내린 귀중한 싹이란 말이예요. 고향땅에 자기의 사랑과 열정을 아낌없이 바치는 청춘!… 전 정말 부러워요. 막 자랑하고싶어요. 그래서 리당과 관리위원회에 제기했어요. 결혼은 했지만 우리 청년반에 없어서는 안될 혁명동지들이라고 말이예요. … 그래서 첫 신혼부부의 살림집을 우리 합숙과 나란히 번듯하게 짓기로 했어요.》

정윤심은 목이 꽉 메였다. 어쩌면 반장동무는…

순미의 손을 꼭 잡아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얼마후 그들부부는 새집들이를 했다.

《고마워, 반장동무. 나도 그렇고 우리 그 동무도 그렇고 앞으로 일을 더 잘하겠어. 난 사실 순미와 헤여지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댔어. 그런데 이렇게…》

《우리모두 고향을 가꾸고 빛내이는 길에 영원한 청춘으로 살자요.》

라순미의 말은 윤심의 심장을 크게 울려주었다. 그래서 그는 요즘 마음의 탕개를 더 바싹 조이고 일했다. 반장이 금시라도 불쑥 나타날것만 같아서였다. 그가 돌아오기 전에 한가지 일이라도 더 해놓고싶었다. 그는 라순미가 평양으로 떠나기 전날 함께 토론한 계획들을 조항별로 밑줄을 그어가며 따져보았다. 야외염소우리의 울바자수리, 호동들 입구마다에 설치한 발쪽소독터 확장, 먹이가공실 외부회칠 등등… 어느 하나도 미진된것이 없었다. 오늘 아침 《새 기술소식》판의 내용만 교체하면 그야말로 눈에 걸릴것이 없다.

윤심은 각종 색감이 들어있는 통과 크고작은 붓들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멀고 가까운 방목지에 뽀얗게 서렸던 안개는 씻은듯이 가셔지고 해살이 퍼지기 시작한 산촌엔 맑은 공기가 흐르고있었다. 먼저 담장곁에 서있는 속보판앞으로 다가간 그는 붓글로 정성담아 써놓은 시구절을 조용히 읊어보았다.

 

          산은 산이여도

          나무가 없고

          골짜기는 많아도

          보물이 없던 이곳

 

          사시절 세찬 바람에

          수세가 약했던가

          탕수에 보물마저

          씻겨갔던가

 

          넓고넓은 등판마저

          허허벌판으로 소문난 고장

          태를 묻은이들마저

          미련없이 떠나가버린 땅

 

          아, 풍덕아

          어느때 그 언제부터

          너의 산과 들에

          숲이 우거지고 꽃이 피였더냐

          전변의 새 력사가 시작되였더냐

          …

 

고향의 력사가 담겨진 시였다. 이미 뜬금으로도 외울수 있는 시였지만 매번 읊어볼 때마다 하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군 했다. 부모들의 뒤를 이어 고향을 더 살기 좋은 고장으로 꾸려갈 맹세를 담은 시의 마감부분은 작업반청년들의 심정을 그대로 반영하고있었다.

 

          아, 다르게는 부를수 없는

          사랑하는 우리 고향

          이 땅에 사회주의선경을

          펼치지 못한다면

          우리 어찌 고향의 주인이라 말하랴

 

          아버지장군님께 기쁨을 드리는 땅

          그런 고향을 꾸리지 못한다면

          우리 어찌 자부할수 있으랴

          이 나라의 청춘이라고

          …

 

라순미의 발기로 작업반전원이 집체적으로 창작한 시이다.

윤심은 새삼스러운 흥분에 가슴들먹이며 《새 기술소식》판앞에 다가섰다. 며칠전에 써넣었던 새 품종의 단백먹이풀들에 대한 내용을 지우고 《염소의 종자개량과 관련한 세계적추세》를 써넣을 생각이였다. 이미 쓴 글줄을 지우려고 넙적붓에 흰 색감을 듬뿍 묻혀 들던 윤심은 깜짝 놀라 굳어졌다. 《새 기술소식》판의 맨밑에 우의 글자와 색이 같은 진밤색연필로 또박또박 씌여진 류다른 종이장이 눈에 띄였던것이다.

《처녀들이여! 배등령을 아주 넘어갈 꿈을 버리시라. 그리고 깊이 반성해보시라. 총각들이 그대들을 지켜보거니. 송순애동무는 류옥련동무를 조심해야 하리…》

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작문도 아닌 글이였다. 보나마나 리경칠의 소행이 분명했다. 그 글을 다시한번 읽어본 윤심은 하도 어이가 없어 웃어버리고말았다. 자기의 장난임을 가리우려고 류옥련동무라고 표현했지만 총각들이 그대들을 지켜본다고 뻐젓이 써놓았으니 얼마나 엉터리인가. 아마 옥련이가 노래경연때문에 이따금 배등령을 넘어 군에 다녀오는것을 빗대고 그런 장난을 한 모양이였다.

반장동무가 봤더라면 어쩔번 했어. 그사이 작업반규률이 문란해졌다고 할게 아니야. 아침모임시간에 단단히 경종을 울려야겠어…

누군가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뜻밖에도 토끼작업반장 리경심이 미색작업복에 록색매미날개수건을 펄럭이며 다가오고있었다.

라순미와 중학동창인 그는 토끼기르기를 잘하여 군적으로 소문을 내고있는 이악쟁이였다.

요즘은 애인이라도 생겼는지 머리단장과 옷차림에 류달리 신경을 쓰고있었다.

정윤심은 어쩐지 그에게 작업반의 허물이 드러나는것만 같아 그 글을 손으로 가리우며 물었다.

《토끼반장동무가 웬일이야, 이렇게 아침일찍?…》

《잘있었어요? 청년염소반 구경을 좀 할려구 이렇게 새벽걸음을 했지요, 뭐.》

그는 명랑한 어조로 말했다.

《작업반구경?… 그건 갑자기 무슨 소리야?…》

정윤심은 몸을 움직일념을 못하고 경심을 쳐다보았다. 저도 모르게 얼굴이 발깃해졌다. 경심은 아무 대답도 없이 간편하게 다스린 반고수머리를 재치있게 돌려가며 염소반구내를 빙 둘러보기만 했다.

《기술원동무, 농장알깨우기실을 희한하게 변모시킨 주인공이 염소작업반으로 자원했는데 여기선 아무런 변화도 없구만요.》

현실체험을 나온 안홍진을 두고 하는 말이였다. 그는 요즘 농장알깨우기실을 콤퓨터화하느라고 눈코뜰새없이 뛰여다니고있었다.

어제 아침 작업반에 올라왔던 관리위원장 권봉석은 그가 알깨우기실을 콤퓨터화하는데서 걸린 문제들을 척척 풀어제끼는데 그 기술과 솜씨가 대단하다고 몹시 흡족해했었다. 리경심은 그 재간둥이청년이 염소작업반까지 단숨에 훌 뒤번져놓았는가 해서 올라왔다고 했다.

《청년염소반에서 어떻게 일판을 벌리는지 구경을 하고 우리 토끼반도 따라배우자는거예요.》

리경심의 얼굴에는 진정이 흘렀다.

《반장동무, 우린 아직 구경할만 한 그 어떤 일판도 벌려놓은것이 없어요. 순미반장도 평양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정윤심은 장난글을 가리우는데만 신경을 쓰던 나머지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리경심이 빨리 가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웬걸, 그의 동그란 눈이 윤심을 의아쩍게 쳐다본다. 아마 그가 한자리에서 그냥 움직이지 않는데 주의가 간 모양이였다.

《그런데 뭘 하려던 참이였어요? 음… 새 기술소식… 역시 기술원동문…》

이렇게 말하던 그는 별안간 손벽을 딱 치더니 손으로 입을 가리우고 숨넘어갈듯이 웃어댔다. 끝내 그 못나기짝이 없는 글을 본것이였다.

《처녀들이여… 총각들이 지켜보거니… 류옥련동무를 조심해야 하리?…》

웃음사태라도 만난듯 한참이나 웃어대던 경심은 그제야 윤심이한테 미안한지 웃음을 거두었으나 여전히 입을 가리우고 말했다.

《정말 기막힌 글이군요. 옥련이가 그렇게 위험한 처녀로 되였는가요?》

참을수 없었던지 다시금 호호 웃어댔다.

《됐어, 토끼반장동무!》

정윤심은 경심이의 어깨를 툭 치고는 서둘러 그 장난글을 지워버렸다.

그때 정문으로 염소반원들이 왁작 떠들며 들어섰다. 아침 첫일과인 염소젖짜기시간이였다.

그들속에 있던 류옥련이 리경심을 보자 반가운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깡충깡충 토끼반장이 새벽부터 웬일이야?》

한고향에 있어도 작업반이 서로 달라 자주 만나지 못하는 그들이였다. 두 처녀는 마치 몇년만에 만나기라도 한듯 손을 맞잡고 흔들어대며 반가와 어쩔줄을 몰라했다.

경심이가 제발 입을 다물어주었으면… 정윤심의 신경은 온통 그들에게 쏠려있었다.

《옥련아, 넌 점점 고와지기만 하는구나. 혹시 애인이라도 생긴게 아니니?》

《어마나, 얜 새망스레…》

류옥련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왜 그래? 어느 책에서 보니 처녀들은 애인이 생기면 더 예뻐진다고 했더구나. 네가 이렇게 고와지니 사람들이 의심을 할수밖에…》

《뭘, 날 의심하다니? 그건…》

류옥련이 영문을 몰라했다. 정윤심은 두눈을 꼭 감았다. 하긴 말 안할수가 없지…

리경심이 옥련의 귀에 대고 속살거리는 소리가 도간도간 들려왔다. 류옥련의 얼굴이 대뜸 발깃해졌다. 리경심은 순미가 돌아오면 만나러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류옥련이 윤심에게 다가서며 조용히 물었다.

《기술원동무, 그게 사실이예요?》

정윤심은 호― 한숨을 내쉬였다.

《아침모임시간에 단단히 말을 해야겠어.》

정윤심은 자기의 결심을 곧 실천에 옮겼다. 아침모임시간에 장난글사건을 놓고 맵짜게 추궁했던것이다. 리경칠을 비롯한 몇몇 청년들은 저들이 한짓이 있는지라 대번에 자라목이 되였다. 모임이 끝나기 바쁘게 바람처럼 반실에서 빠지는 그들의 등에 류옥련의 새침한 눈길이 화살처럼 날아가박혔다.

정윤심은 맨 마지막으로 반실을 나섰다. 방목나가기 전 염소들의 상태를 관찰해야 했다. 염소우리호동들의 가운데에 있는 우량종염소우리에서 방목공들의 껄껄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얼마전에 안홍진이 가져온 한쌍의 염소가 방목공들의 초점을 모으고있었다. 금방 자라목이 되였던 일을 까맣게 잊은듯 리경칠의 목소리가 제일 높았다. 그렇게 비판을 받고도 여전히 주눅들지 않는것을 보니 역시 리경칠이 리경칠이다.

《참 신통하거던. 방목지에 나가서나 우리에 들어와서나 저것들은 꼭 붙어다니거던.》

그 말에 송순애가 땅벌처럼 맵짜게 내쏘았다.

《동문 제일이나 잘하라요, 오는 간참, 가는 간참 다 하지 말고…》

다른 처녀들도 그에게 곱지 않은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그쯤한데 기가 꺾일 리경칠이 아니다.

《여 순애동무, 눈총을 그만 쏘려무나. 그러다 내 이마에 맞구멍이 나겠다야.》

그때 호동안에서 맴도는 몇마리의 느렁뱅이염소들을 몰고 야외우리로 나오던 류옥련이 쌍겹진 고운 눈을 치뜨고 리경칠을 쳐다보았다.

《동문 왜 매번 분수없이 행동해요? 혹시 누굴 닮아가는게 아니예요?》

그것은 분명 김태식을 념두에 두고 하는 소리였다. 하지만 당사자는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어미염소의 잔등만 벅벅 긁어주고있었다.

《이제 다시한번 〈흰제비〉를 두고 놀림식말을 하면 정말 용서 안하겠어요.》

류옥련이 오금을 박았다. 언제나 순결하면서도 우아한것을 좋아하는 그는 안홍진이 가져온 한쌍의 우량종염소에 《흰제비》라는 이름을 달아주었다. 그는 리경칠을 다시는 움쩍 못하게 눌러놓았다고 생각했으나 정 반대의 효과를 가져왔다.

《옥련동무, 이 염소들이 오누이가 맞긴 맞아요? 내 보기엔 〈흰제비〉 암놈이 요사이 배가…》

《어마나!》

리경칠은 그만 곁에서 새되게 울리는 송순애의 비명소리에 놀라 말끝을 맺을수가 없었다.

《동문 정말…》 처녀는 종주먹으로 동창생의 잔등을 두들겨팼다.

그래도 그는 제 할 소리를 다 했다.

《저것들은 우리 청년반에 오기 전에 벌써 부부가 됐단 말이예요. 사실말이지…》

《그만하지 못하겠어요?》

류옥련이 맵짜게 쏘아붙였다. 이제 겨우 스무살을 넘긴 총각의 입에서 부부요 뭐요 하니 가만두면 무슨 말이 더 쏟아져나올지 알수 없었다.

《경칠이, 동무 문제가 있어.》

《방목분조의 유일한 교양대상이지 뭐야.》

청년들은 저마다 리경칠을 몰아대며 염소우리쪽으로 흩어져갔다.

류옥련은 야외우리 나무판자문을 탕 소리가 나게 열어제끼고 염소들을 밖으로 내몰았다.

정윤심은 근심어린 눈길로 옥련의 행동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찰나에 자기 염소무리를 몰고 야외우리를 나서던 김태식이 류옥련을 불러세웠다.

《옥련동무, 내 하나 묻기요. 동문 검정소 때려서 누렁소 길들인다는 속담을 아오?》

《뭐예요?》

옥련이의 두눈이 올롱해졌다.

《나한테 의견이 있으면 직접 말하란 말이요. 애매한 동무들을 꺼들이지 말고… 녀자들은 다 그런가?…》

《뭐라구요? 애매하다구요?》

《그렇소, 그 동무들이 생각이야 바로했지. 다만 표현방식이 나빴을뿐이지…》

《태식동무!》

정윤심은 듣다못해 김태식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어쩌면 동문… 그래 말 다했어요?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어디 실컷 해봐요.》

류옥련은 눈물이 가랑가랑해졌다.

《옥련동무, 됐어요.》

윤심이 그를 만류했다.

김태식은 할 소린 다 했다는듯 염소무리를 끌고 마당을 빠져나갔다.

 

          뻐꾹새가 노래하는 곳

          사랑하는 내 고향일세

          …

 

그의 청굵은 노래소리가 건드러지게 울려왔다. 류옥련이 즐겨 부르는 노래, 이번경연에 들고나갈 지정곡으로 선정한 노래였다.

옥련은 그만에야 얼굴을 싸쥐고말았다.

《옥련동무, 그만해. 태식동무야 워낙 그런걸…》

정윤심은 그의 동그란 어깨를 살며시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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