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장

6

 

그날 해질무렵에 격전이 끝났다.

하늘에는 그 격전의 비장한 여운인듯 피빛노을이 활활 타오르고있었다. 땅우의 류혈이 하늘에 옮겨진듯…

홍기하의 세찬 흐름도 사람들의 피가 흘러들어 불그무레한 빛으로 번들거리였다.

작식터의 《무산아재》는 부대이동을 앞두고 행군준비를 하느라고 화식도구들을 정리하여 짐을 꾸리다가 작식당번으로 나왔던 두 대원이 뒤쪽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게 되였다.

《참 안됐어. …》

《에- 어째 나같이 쑬쑬한 대원은 살아남구 훌륭한 동지들은 거의 다 저렇게 먼저 가는가. …》

《8련대 한명찬소대장이 아니면 시체도 찾지 못할번 했어. …》

《아니, 그랬는가?》

《골짜기 척탄통들을 소멸하라는 임무를 받구 한명찬소대장네가 달려가는데 그들이 가는 바루 거기서 폭발이 일어나고 시꺼먼 연기가 솟구쳤다누만… 가보니깐 척탄통 다섯문이 오그라져 딩굴고 왜놈들이 무리로 쓰러졌는데… 글쎄 그 옆에 박주호소대장이 엎어져있더라지 않나.… 부상당해 수류탄을 멀리 뿌릴수 없으니까 딩굴어서 가까이까지 들어간것 같다고 하더군. …》

《아, 얼마나 좋은 사람이였나. 텁텁하구 매사에 진심이구…》

《무산아재》는 다음말을 더 듣지 못하였다. 손에서 소랭이가 떨어졌다.

두 대원이 놀라서 돌아봤다. …

이윽고 오백룡련대장한테로 달려가는 리철금은 눈물 한방울 흘리지 못했다. 가슴만 쥐여뜯고싶었다.

(아, 이 일을… 이 일을… 아, 나는 어째, 어째 그랬던가. 철부지처녀애처럼 토라져… 아, 아!… 이 일을 어쩌나, 이 일을…)

새벽녘에 사령부전령병이 갖다준 쌈지에 끈을 든든하게 달아놓고도 갖다주지 못했다. 숫저운 생각만 앞서 누구한테 부탁하지도 못했다. 사령관동지께서 어째 자기한테 그것을 보냈을가 하고 생각하니 그이께서 자기들의 관계를 아시는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망설이다가 쌈지를 배낭속에 넣어두었다. 전투가 끝난 다음 누구도 모르게 조용히 만나 주고싶어서…

(아!… 아!… 이 세상에 나같은 뚝배기… 나같은 녀자가 어디 있을가!…)

리철금은 종주먹을 쥐고 정신없이 달려갔다.

그때 박주호는 련대가 있는 산등성이, 가지들을 넓게 벌린 고목밑에 누워있었다.

오백룡련대장이 평소에 행군도 싸움도 온갖 고생도 같이하며 정을 나눈 그를 전우들의 품속으로 업어왔던것이다.

박주호는 온몸이 피투성이이고 군복이 험상하게 찢어져있었으나 얼굴에는 적에게로 육박하던 때의 사나운 표정이나 마지막순간의 고통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 그 얼굴에는 자기 할바를 다하고 그 어떤 여한이나 량심의 가책도 없이 세상을 떠난 사람의 편안한 안식이 깃들어있었다.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그의 머리칼을 쓸어만지고 나무가지들사이로 흘러드는 락조의 부드러운 빛이 그의 몸을 감싸주는듯싶었다.

곁에 병풍처럼 둘러선 전우들은 거멓게 질린 얼굴로 고인을 지켜보고있었다.

오백룡련대장이 사람들의 그런 기색이 언짢은듯 비감과 울기에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들을 돌아보며 퉁명스럽게 일렀다.

《따라오오! 삽과 괭이를 가지구!》

그래도 누구나 선뜻 따라나서지 못하였다. 이름도 없고 표적도 별로 없는 이 낯선 릉선에 그처럼 좋은 사람, 소대장을 묻고 영영 떠나가는것이 너무 기막혀서였다.

그들속에 서계시는 김정숙동지께서도 움직이지 못하시였다.

그이께서는 구슬프면서도 측은한 눈매로 박주호를 지켜보다가 그의 곁으로 다가가 쪼그리고 앉아서는 총탄인가, 파편인가에 군복이 험상하게 찢어져 어깨며 가슴팍이 벌겋게 드러난데를 가리워주고 군복천을 아래우로 당겨 바로잡아놓으시였다.

그러시고는 바느실을 꺼내 터진데를 기워나가시였다.

바로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리철금이 총알처럼 뛰여와 김정숙동지의 팔에 매달렸다.

《정숙이…!》 울음섞인 그 목소리가 하늘땅에 메아리치는듯싶었다.

《내가… 내가 깁게 해줘요. 내 손으로 기워서 보내게. …》

《무산아재》, 그 녀대원의 흙빛으로 질린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의 후회와 가책, 절통함, 공연한 옥생각에 겁을 먹고 이렇게 갈 사람한테 정을 한번 주지 못하고 매몰차게 군 자신에 대한 원망… 그 모든 눈물겨운 심정들이 가슴아프게 마쳐와 말없이 바느실을 넘겨주시였다.

그리고 조용히 일어나다가 생전에 박주호소대장이 남달리 아꼈던 애숭이대원이 그 녀자한테 눈총을 쏘는것을 띄여보고는 그러지 말라고, 진정하라고 그의 팔을 꼭 잡아주시였다.

리철금은 떨리는 손으로 숨진 남아의 머리칼을 정히 쓸어넘겨주고 군복어깨며 앞섶의 흙먼지를 털어주고는 터지고 찢어진데를 한뜸두뜸 기워나갔다. 비방울처럼 후두둑 뿌려지는 눈물이 실에 맺혔다가 아래로 주르르 미끄러져내렸다.

찢어진데를 기워나가던 그 녀자는 흑 하고 느끼고는 터져오르는 오열을 막을길 없어 박주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목놓아울었다.

《주호동무… 용서… 으흐흑…》

《무산아재》를 지켜보는 대원들속에는 그 녀자와 박주호소대장의 사연을 아는 사람이 얼마 없었다. 감감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였다. 그래서 아는 대원들은 눈물이 그렁해져서 돌아서고 모르는 대원들은 비감속에서도 저으기 놀라 의아한 눈길로 곁의 동무를 돌아보았다. …

 

그날 사령관동지께서는 박주호소대장의 묘소를 오백룡련대장이 정한 릉선밑이 아니라 조국땅이 바라보이는, 조국에서도 뚜렷이 보이는 저 앞쪽 높은 산마루의 양지쪽에 쓰도록 하시였다.

묘혈곁에는 박주호소대장이 조용히 누워있었다. 그와 영결하기 전에 리철금은 자기 배낭에서 사령관동지께서 보내주신 담배쌈지를 꺼내가지고 달려와서 그의 품에 넣어주었다.

조총의 메아리가 만리대공에 울려퍼진 다음 사령관동지께서 허전한 가슴으로 릉선을 따라 내려오시는데 8련대 박덕산정치위원이 숨이 턱에 닿아 달려올라왔다.

《사령관동지, 통신원으로 갔다가 종적을 감춘 마영복동무 소식이 왔습니다.》

《소식이라니?》

《방금전에 마영복이 보낸 세 청년이 찾아와서 입대를 탄원했습니다.》

《마동무는 어디 있소?》

《오지 못했습니다.》

《뭐라구 ? 어떻게 된 일인가?》

박덕산은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씀드렸다.

 

…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오던 마영복은 송강뒤산에서 유격대를 찾아가는 농민청년 세명을 만나게 되였다.

그런데 그들이 놀라운 소리들을 하였다. 변절자 림가놈이 송강시내 《위만군》병영옆의 양철집에서 호강을 부리며 산다는것이였다. 왜놈들이 혁명군녀대원이라고 선전한 그 녀자(문정금이 분명했다. )와 함께…

림가놈은 유격대가 다 망하게 되였다고 시국강연이요 뭐요 하면서 돌아친다는것이였다.

송강사람들은 모두 그놈을 증오한다고 하면서 청년들은 열이 올라 기염을 토했다. 유격대는 왜 이런 놈을 가만히 놔두는가?…

한때 림가의 전령병으로 있으면서 그놈이 참모장이라고 하여 덮어놓고 섬겨온데 대하여 모진 가책을 느껴온 마영복은 가슴이 활랑거렸다.

그놈을 꼭 자기 손으로 처단하고싶었다.

세 청년은 신경인가 길림인가에 갔던 놈이 오늘래일 돌아온다는 소문이 있다고 했다.

그놈은 틀림없이 안도역까지 기차를 타고와서 역마차로 송강에 올것이다. 매복해있다가 그 역마차를 날려보내면 된다. 우리가 두달전에 이 산속에 묻어둔 수류탄이 있다. 치자! 좋은 기회다!…

마영복은 모든것을 잊고 품속에서 권총을 뽑아들었다. 통신원으로 떠날 때 소대장이 품속에 넣어준 권총이였다.

마영복은 세 청년을 휘동해가지고 안도에서 송강으로 넘어오는 나지막한 고개길의 산비탈에 잠복해있었다.

이틀째되는 날 바로 그 역마차가 나타났다.

그들은 이미 준비해두었던 진대통으로 길을 막아놓고 뛰여올라가 숨었다.

가슴이 후둑후둑 뛰였다.

우뢰치는 밤이였다. 번개불이 벙끗벙끗했다.

하지만 다음순간 가까이 다가오던 역마차의 마부는 번개불에 그 진대통을 알아보고는 강도들의 작간인줄 알았던지 황황히 마차를 돌려세우려고 했다.

그들은 마차를 향해 수류탄을 뿌리고 권총을 쏘면서 뛰여내려가 마차문을 열어제꼈다.

그러나 좌석에는 웬 《위만군》장교와 사병만이 피비린내를 풍기며 너부러져있었다.

림가놈의 마차가 아니였다.

그때 아래쪽에서 올라오던 《위만군》 행군종대가 달려오며 몰사격을 하는 바람에 마영복이 가슴과 다리에 심한 부상을 당했다.

세 청년은 그를 업고 수림속으로 뛰여들어갔다. …

사흘후 그들은 다시 적들의 추격을 받게 되였는데 마영복은 바위우에 엎드려 세 청년의 탈출을 엄호하다가 최후를 마치게 되였다. …

 

《…마영복이 부상당했을 때 세 청년은 그를 교대로 업고오면서 그냥 설복했답니다. 어느 산속 인가에 숨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그때마다 마영복이가 말했답니다.

〈아니다. 나는 자의로 행동했다. 군률을 어겼다. 부대에 가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해진다. 치료도 잘된다.…〉

그는 처벌을 받기 위해 부대로, 동지들에게로 오려고 애썼답니다.

그는 어떻게 해서나 부대를 찾아가라고, 그래서 제 몫까지 싸워달라고 절절히 당부했답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흐려진 안색으로 나직이 뇌이시였다.

《마영복이… 마영복이… 참 량심적인 동무요.》

《누가 어쩌지도 않았는데 림가놈의 전령병으로 있은것때문에… 그런 놈을 덮어놓고 섬겨온데 대해 괴로워하고 량심의 가책을 느끼더니…》

사령관동지께서는 박주호의 죽음에 뒤이어 마영복의 장렬한 최후소식까지 들으시여 더욱 마음이 무거워지시였다.

하지만 두 혁명전사의 최후는 다같이 깨끗한 량심과 의리의 고결함을 뜻하는것이여서 비감이 아니라 전사들에 대한 무한한 긍지를 느끼게 하였고 그들의 념원을 기어이 이룩해줘야 하리라는 굳은 마음을 다지시게 하였다.

《마영복이… 마영복이…

정치위원동무, 마영복이 우리에게 보낸 세 청년을 그가 바란대로 훌륭히 키웁시다. 어서 가서 그 동무들을 만나봅시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걸음을 다그치시였다.

 

×

 

날이 저물자 부대들은 차례로 행군길에 올랐다.

앞에는 척후대가 서고 다음에는 사령부와 경위중대, 그뒤로는 7련대와 8련대를 비롯한 부대들이 따랐다.

수림속으로 환한 달빛이 흘러들어 걷기 헐한데다가 마에다, 야마시다, 이즈미를 비롯한 적장의 부대들을 모조리 소멸한 홍기하전투의 자랑찬 승리로 하여 대원들은 피로도 잊고 걸음을 다그쳤다.

7련대의 행군종대 후미에서는 김정숙동지께서 《무산아재》를 부축하고 걸어가시였다.

리철금은 모진 정신적타격에 기진해지고 아무리 걷고걸어도 비감이 가셔지지 않아 상심한 얼굴을 다소곳이 숙이고 김정숙동지께 의지하여 걸었다.

그가 겪는 슬픔이란 그 어떤 말로도 위로할수 없으며 상당한 시일이 지나야 가라앉기 시작한다는것을 알고계시는 김정숙동지께서는 묵묵히 걸어가시며 그를 부축해주군 하시였다.

행군종대의 발자욱소리는 밀림속의 정적을 흔들었다.

내내 말없이 걸어가던 리철금이 갑자기 털썩 주저앉으며 두손으로 귀를 싸쥐였다.

《철금이… 철금이… 걸어야지… 괴로워도 걸어야지 이러면 어떻게 해요?》

《정숙이, 걷지 못하겠소. 저 소리가 그냥… 따라와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고 그래요?》

《목소리가… 주호동무 목소리가… 그냥 따라오며 나를 불러요.…》 그리고는 슬프디슬프게 흐느껴울었다.

이튿날 새벽 김정숙동지께서는 사령관동지와 나란히 걷게 되신 기회에 박주호소대장과 리철금의 사연이며 철금이 그가 따라오면서 자기를 부른다고 하소한데 대해서도 말씀드리시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깊은 숨을 짓고는 아무 말씀도 없이 걸으시다가 그런 일이 한두가지 아니라고 하시며 마영복이며 홍기하전투에서 사령부를 지켜싸운 혁명군대원들에 대하여 이야기하시였다.

《…녀성다운데라고는 전혀 없어보이던 그 동무가 영결하는 박주호의 군복을 기워준것만 보오.

왜놈들은 우리가 경제적봉쇄와 군사적압력의 난관속에서 짐승으로 되여 서로 물고뜯을게라고 했지만… 우리한테서는 얼마나 아름답고 고상한 감정들이 피여났는가 말이요. 꽃처럼… 꽃처럼… 이것이야말로 인간성의 승리가 아닌가.

홍기하전투의 승리는 우리의 군사적인 승리이며 동시에 인간성의 승리요. 나는 이렇게 생각하오.》

행군종대에서는 이따금 대원들이 서로 수군수군 주고받는 말소리들이 났다.

8련대의 행군종대에서는 한명찬소대장과 서기활이 가지런히 걸어가며 말을 주고받았다.

《소대장동지, 저 림가놈이 홍기하에서 뒈졌을가요 살아났을가요?》

《그런 소린 그만두라구, 엑-》

《소대장동지두 그놈 이름만 들어두 피가 곤두서는게지요?》

《정 말하고싶으면 다른 소리나 하라구.》

《내 이 세상을 다 뒤져서라도 그놈을 잡아내겠습니다. …》

행군종대는 이러루한 말소리들을 남기며 백두산줄기의 태고연한 밀림속을 누벼나갔다.

 

×

 

사흘뒤부터 낮에 밤을 이어 홍기하기슭의 처처에서 뻘건 불길이 충천하고 시꺼먼 연기가 골안을 자욱히 뒤덮었다.

숱한 까마귀들이 날아들어 기승을 부리며 울어댔다. 노조에소장의 립회하에 륙군장의조례에 따라 홍기하전역에서 전몰한 장병들의 화장놀음이 벌어졌던것이다.

그때 중중첩첩으로 늘여진 포위의 그물을 뚫고나온 혁명군은 홍기하전투의 성과를 확대하며 항일혁명을 앙양시키기 위하여 분산활동으로 넘어가 대대적인 기습공세를 벌리였다.

3월 29일, 사령관동지께서는 적정정찰과 군중조직정치사업을 위하여 함경북도 무산군 삼수평일대에 무장소조를 파견하시였다.

3월 30일, 사령관동지께서 파견하신 조선인민혁명군 주력부대의 한 부대가 안도현 량강구 전북툰의 적군을 습격소탕하고 많은

군수물자를 로획하였으며 인민들속에서 정치사업을 진행하였다.

4월 7일, 그이께서는 안도현 3도구 림산로동자들속에서 조직정치사업을 진행하기 위하여 정치공작소조를 파견하시였다.

4월 16일, 사령관동지께서 안도현 동남차, 양초구의 적군을 동시에 들부시는 전투를 지휘하시였다.

4월 17일, 사령관동지께서 양초구전투후 그곳으로 증원해오는 왜군 100여명과 《위만군》 200여명을 수개봉골짜기에 끌어들여

모조리 소탕하는 전투를 지휘하시였다.

4월 20일, 혁명군의 한 부대는 사령관동지의 지휘밑에 안도현성 동북쪽산림지대에서 매복전투로 일제침략군 100여명 소멸하였다.

5월 1일, 사령관동지께서 파견하신 한 부대가 안도현 소포툰집단부락의 적을 습격소탕하고 증원해오는 적을 유인매복전으로 소멸했다.

5월 2일, 안도현 만보툰의 적군을 소탕하고 증원해오는 적을 놈들끼리 싸우게 하여 소멸했다.

5월 2일, 같은 날 다른 부대는 안도현 서남차의 적을 불의에 습격하여 몽땅 포로하였다. 부대에서는 악질장교 두명만 처단하고 나머지 포로 36명은 교양해서 놓아주었다.

 

이튿날 새벽 노조에사령관으로부터 그 보고를 받은 우메즈대장은 노발대발하여 이것은 《황군》의 수치다, 포로되였던 놈들은 전원 자결로써, 자신들의 피로써 이 치욕을 씻도록 하라, 이 명령에 응하지 못하는 겁쟁이들은 군복을 벗겨 무순탄광에 처넣으라고 호령했다.

 

5월 3일, 사령관동지께서 파견하신 다른 부대는 안도현 익사툰의 적을 소탕하고 증원해오는 적도 매복전으로 격멸했다.

5월 11일, 사령관동지께서 파견하신 한 소부대는 안도현 마천령남쪽 906고지부근에서 일제《토벌대》와 조우전투를 벌려 적을 소탕하였다.

5월 14일, 사령관동지께서 파견하신 한 소부대는 함경북도 무산군 삼장면 삼수평에 주둔한 일제수비대를 기습하여 적들을 일대혼란에 몰아넣고 소탕했으며 인민들속에서 정치사업을 진행하였다.

5월 14일, 같은 날 그이께서 파견하신 다른 부대는 안도현 오도양차목재소의 적을 습격소탕했다.

5월 17일, 다른 부대는 안도현 마야툰의 적을 습격소탕했다.

5월 18일, 사령관동지께서 파견하신 주력부대의 한 부대는 안도현 동경평의 적을 습격소탕했다.

5월 18일-19일, 사령관동지께서 파견하신 주력부대의 다른 한 부대는 안도현 산동툰의 적을 습격소탕하고 증원해오는 왜군을 다음날 대마록구동쪽의 1211고지계선에서 완전소멸했다.

5월 21일, 다른 부대는 안도, 화룡현경의 대황구근방 목재소의 적을 기습소탕했다.

5월 22일, 또 다른 부대는 안도현 청흥툰의 적을 기습소탕했다.

5월 22일, 같은 날 한 부대는 화룡현 십리평의 적을 습격소탕했다.

5월 23일, 주력부대의 한 부대는 화룡현 시만동의 적을 기습소탕했다.

5월 25일, 조선인민군혁명군의 한 부대는 연길현 연통라자습격전을 단행하여 적을 소탕하고 많은 군수물자를 로획하였다.

 

그날 연통라자의 인민들은 기세충천하여 로획물자들을 등짐으로 숙영지까지 운반해주었으며 그들중 13명의 청년들이 참군을 탄원해나섰다.

 

5월 26일, 사령관동지께서 파견하신 주력부대의 한 부대는 연길현 도흥평과 봉암평의 적을 동시에 습격소탕했다.

 

6월에 들어서서는 1일과 2일 무산군 삼장대안 동경평의 적들과 상대동주둔 《위만군》경비대를 들이친것을 비롯하여 화룡, 연길현계의 맹산촌과 장인촌, 와룡촌, 화룡현 천수동, 안도현 오도양차 동남쪽 1105고지부근의 적들을 기습소탕하였다.

그리고 놈들에게 숨쉴 틈을 주지 않고 련이어 안도현 고동하목재소, 왕청현 라자구북쪽 로모저하집단부락, 화룡현 중리촌, 안도현 오도양차남쪽의 왜놈목재소, 화룡현 백일평, 화룡, 연길현계의 맹산촌과 장인촌, 왕청현 장가점부근, 연길현 석국사부근 일제군사도로건설장, 안도-명월구사이의 대도로주변 서한구, 북십기가, 안도현 원주툰, 안도현 황구령서쪽 851고지부근, 류인구의 적들을 기습소탕하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부대들을 기습전에서 기습전으로 계속 이끄시다가 안도현 대사하치기에서 적들과 불의에 조우하게 되시였다. 그이의 지휘밑에 혁명군부대들은 적들을 완전히 격멸소탕했다.

그 전투에서 김정숙동지께서는 위기일발의 순간 한몸으로 사령관동지를 막고 가까이 접근한 적병들을 명중사격으로 격살해버리시였다.

 

7월 2일에는 혁명군의 기세를 꺾자고 관동군의 한 부대가 돈화로부터 장갑렬차를 타고 달려왔다.

전투는 793고지부근에서 격렬하게 끓어번졌다. 장갑렬차에서 쏟아져내린 관동군부대는 오백룡의 부대를 포위섬멸하려고 미쳐날뛰였다.

오백룡과 그의 대원들은 장갑렬차의 화력에 머리도 들수 없었다. 오백룡은 부대의 기본력량은 고지중턱에 잠복시켜놓고 한개 소대만 이끌고 멀리로 우회하여 장갑렬차 배후에 나타났다. 장갑렬차를 처음 보는 대원들은 그 위용에 얼떠름해졌다.

오백룡은 대원들에게 저놈은 1차세계대전후에 생긴건데 기차길로 다니는 땅크라고 할수 있다,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 저놈을 빼앗아타고 신경으로 쳐들어가자고 큰소리를 쳤다.

그들이 맹사격을 퍼붓고 수류탄벼락을 안기자 장갑렬차는 도망치려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석범이라는 대원이 몸을 날려 장갑렬차의 발판에 뛰여올랐다. 장갑렬차가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자 오백룡은 뒤쫓아가며 서라고 다급히 소리치고 황석범에게 뛰여내리라고 팔을 마구 흔들어보였다. 황석범은 뛰여내려 땅바닥에서 몇고패 딩굴다가 벌떡 일어섰다. 그한테로 달려간 오백룡이 장갑렬차가 메돼지와 같은줄 아느냐, 왜 그따위짓을 했느냐고 꾸짖자 그 대원은 빼앗아타고 신경으로 쳐나가자고 하지 않았는가고 반발했다.

오백룡은 성이 독같이 나서 발을 구르며 《내 말을 그렇게 들으면 되는가.》 하고 소리쳤다.

 

우메즈대장과 노조에소장을 비롯한 군수뇌들은 종횡무진으로 기동하며 맹렬한 기습전을 련속 벌리는 혁명군의 공세로 하여 처음에 울화증이 터지고 신경이 곤두서고 악에 받쳐 막료들과 부대장들에게 책임추궁을 하고 욕설을 퍼붓고 서로 비난전을 하다가 공세가 그냥 계속되니 차차 진중해지여 생각하기 시작했다.

잘 먹지도 못하는 빨찌산한테서 저런 힘, 저런 의지력, 저런 무궁한 에네르기가 과연 어디서 나오는것일가?…

그들중 어느 누구도 정의의 위업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확신에서, 위대한 정의감에서, 침략자에게 나라를 빼앗긴 민족의 신성한 분노에서, 그것들을 한몸에 체현한 김일성사령관의 심장에서 나온다고는 생각하지도 못하였다. 그 비슷한 곬으로라도 생각하기 시작하면 페하를 포악무도한 대범죄의 원흉으로, 자기네를 그 하수인으로 몰아갈수 있으며 현실적인 빨찌산《토벌》도 정의를 죽이는 죄악으로 될수 있기때문이였다.

그들의 사색은 이런 정치적리해관계로 하여 절대 진실에 접근할수 없었으며 늘 자기 기만에 빠지군하였다. 하여 오늘도 그들은 홍기하전투의 실패로 빨찌산이 포위의 그물에서 빠져나간것을 개탄하면서 사냥그물에서 빠져나간 호랑이는 더 사나와지기마련이라는 우화적인 비유로써 통분한 마음들을 달래는것이였다.

 

×

 

이깔나무우듬지들이 초가을바람에 설레이고 그우로 티없이 개인 검푸른 밤하늘이 아득히 열려져있었다. 아직 달은 뜨지 않고 여문 별들만이 하늘에 총총히 박혀 희미한 빛을 뿌리고있다.

사령관동지께서 친솔하신 소부대가 장백땅에 들어와 보내는 첫 밤이였다. 먼 행군길에 지친 대원들은 저녁밥을 지어먹고 잠자리에 들어 오래간만에 깊은 잠에 들었다.

그러나 사령관동지께서는 잠들수 없으시였다. 30년대 후반기에 폭풍이 휩쓸었던 장백땅은 너무도 많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것이였다. 이곳에서 조국광복회를 창립하여 그 조직을 국내에로 급속히 확대했었고 이곳에서 력사에 류례없는 고난의 행군을 하였으며 여기서 조국땅 보천보에로 진격하여 인민들에게 조국광복의 서광을 안겨주었다.

세월은 빨리도 흘러 어느덧 소할바령에서 조선인민혁명군 군정간부회의가 열리고 《조국광복의 대사변을 준비있게 맞이할데 대하여》를 토의결정한 때로부터 한해가 지나갔다. 이 한해동안에도 머지않아 도래할 조국광복을 맞이하기 위해 얼마나 험난한 길을 헤쳐왔던가.

그이께서는 가슴 벅차게 밀려드는 감회를 이기지 못하시여 무릎치는 잡관목을 헤치시며 보초소를 돌아 거닐기도 하시며 추억의 깊은 세계에 잠기시였다. 이 장백땅에서도 얼마나 많은 혁명전사들이 원쑤와 굴함없이 싸우다 쓰러졌던가. 최희숙이, 리계순이, 리권행이… 그들의 최후의 넋도 여기 이 장백의 산과 숲에 어리여있다는 생각 그리고 이 시각에도 옥중에서 갖은 고초를 다 겪고있는 동지들에 대한 생각… 평범한 녀대원인 연미숙이로부터 조선인민군혁명군 지휘관으로 이름높은 권영벽에 이르기까지 실로 수다한 잊을수 없는 모습들이 떠오르시였다.

연미숙이… 보천보전투후 혁명의 열풍이 대륙에 몰아치던 시기 조국광복의 푸른 꿈을 안고 군복을 입었던 녀대원, 그는 마치도 이른봄에 피는 진달래처럼 일찌기 피였다가 너무도 일찌기 스러졌다. 왜놈들은 그를 어떻게 했는가. 어디로 끌고갔는가. 야만적으로 사살했는가. … 화라즈밀영을 떠날 때 이제 돌아와서 련환대회를 크게 벌리겠는데 그때 꼭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했었지. 아, 그 녀대원의 노래를 영영 듣지 못하게 되였는가. 언제인가 그가 부르던 《사향가》의 가락이 바람에 실려 귀전을 스치는듯 했다.

 

            내 고향을 떠나올 때 나의 어머니

            문앞에서 눈물흘리며 잘 다녀오라

            하시던 말씀 아 귀에 쟁쟁해

            …

 

령관동지께서는 그 노래를 속으로 부르시며 희미한 별빛이 흘러내리는 수림속을 걸으시였다.

혁명의 절개를 지켜 고귀한 생을 마쳤거나 지금도 절해고도에서 싸우고있는 전우들은 인간의 참된 삶이란 무엇이고 혁명가의 넋은 어떤것인가 하는것에 대한 산 대답을 주고있다. 혁명의 길에서 배신자들이 나오는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갈 놈은 가고 투쟁은 계속되는것이다.

혁명의 배신자들은 오히려 신념과 량심을 지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혁명가들의 값을 더 돋구어주는것이다.

지금도 발에 족쇄를 차고 감방안에 갇혀 싸우고있는 권영벽이를 생각하시면 사령관동지자신께서도 숭고하게 안겨오는 그 모습에서 신심을 얻고 힘을 얻게 되신다.

권영벽은 지난 8월 함흥지방법원에서 사형을 언도받았으며 서울 서대문 형무소로 이감되여갔다. 조직성원들이 보내온 보고에 의하면 그는 함흥형무소에서 동지들과 헤여지며 뜨거운 눈물을 쏟는 그들에게 말했다.

《동무들, 눈물을 거두시오. 나는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주먹으로 땅을 치며 통곡할 사람이 아니요. 혁명을 위하여 흘리는 피가 무엇이 아깝겠소!》

그는 항소하여 서울로 이송되여갔으나 거기서 다시 사형언도를 받았다. 그는 지금 사형될 날까지의 길지 않은 나날을 옥중에서 싸우고있다. 그것은 그의 혁명투쟁의 계속이며 혁명가의 빛나는 삶의 계속이다. 그가 이제 사형당해도 그 삶은 영원히 계속될것이다.

권영벽의 가장 빛나는 혁명활동의 무대는 이 장백땅이였다. 여기서 그는 사령부의 령을 받들고 광범한 군중을 혁명조직에 묶어세우며 조국광복회조직을 확대강화하며 항일유격투쟁을 뒤받침하기 위해 산과 강을 넘고 건느며 발이 닳도록 돌아다녔다. 그가 가는 곳마다에서 그의 목소리가 울리였고 혁명조직이 태여나고 혁명군중이 준비되여갔다. 이렇게 안 간데 없이 돌아다니며 지하투쟁을 하다가 발을 얼구기까지 했다.

그렇게 발이 언 권영벽이 지금 벌써 추위가 닥쳐오는데 차디찬 감방안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우랴. 사령관동지께서는 가슴이 미여지시는것만 같으시였다. …

대원들이 든 산전막에서 불빛이 새여나오고있었다. 누가 아직 잠들지 않고있을가?… 문을 열어보니 김정숙동지께서 등잔불아래에서 바느질을 하고계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소부대에 망라되여 행군과 정치공작을 하는 과정에도 변함없이 사령관동지의 친위병이 되시여 그이를 호위하시였고 그이의 식사를 보장하고 옷을 빨고 터진데를 기워드리는 일을 하느라 늘 마지막에 자리에 누우셨고 또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 급히 일어서시였다.

《내의를 깁고있구만. 피곤한데 쉬지 않고…》

사령관동지께서 같이 앉으시며 걱정스럽게 말씀하시였다.

사령관동지께서 주무시지 못하니 저도 어쩐지…》

김정숙동지께서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시였다.

《이 장백땅에 들어오니까 여기서 지하활동을 하다 체포된 권영벽동무 생각이 나서 어디 잠을 잘수 있소? 그는 여기 어디서 겨울에 산을 넘다가 발을 얼구었는데… 아마 찬 감방안에서 고생이 심할거요. 가을추위가 닥쳐오니 그 생각부터 나는구만.》

그이의 절절한 음성이 김정숙동지의 가슴에 아프게 파고들었다.

언제인가 권영벽의 아들과 그 애를 찾아다니던 할머니를 오백룡이 만났다고 하던 그때에도 그들을 두고 몹시 마음쓰신 령관동지이시였다. 그래서 김정숙동지께서 아들애의 솜옷을 지어가지고 돈화로 나가 할머니에게 차비와 함께 그것을 쥐여주고 돌아오시였다. 그때 사령관동지께서는 권영벽이를 위해서 그래도 무엇인가 직접 해준것에 얼마간 위안을 얻으시였다. 하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작은 위안에 지나지 않았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그해 겨울과 이듬해 봄까지 대부대선회작전을 펼치시여 적들에게 섬멸적타격을 안기시였다. 이 전투마다에서의 승리야말로 권영벽을 비롯한 동지들에게 주는 가장 큰 위안이였고 그들이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지조를 지키도록 한 힘의 원천이였다. 하지만 사령관동지께서는 가을추위를 느끼시자 또 옥중에 있는 권영벽의 생각으로 잠 못 드시는것이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어떻게 사령관동지를 위로할지 몰라 안타까우시였다.

《절해고도와 같은 캄캄한 독감방에서 곁의 동지들이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고 혼자 지조를 지켜낸다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요. 나는 감옥생활을 해봐서 아오. … 우리는 이 이국땅 밀림속에서 싸움을 하느라고 그 동무들에게 가까이 가볼수도 없고… 옷 한벌, 버선 한컬레 보내지도 못했소.》

《…》

김정숙동지의 눈에 물기가 핑 돌았다.

《서울지구조직에서 보낸 보고에 의하면 리제순동무나 박달동무의 안해들은 서울에 가서 재봉침을 사서 그걸 돌려 삯바느질도 하고 삯빨래도 해서 돈을 벌어 남편들에게 차입을 하는 모양인데… 권영벽동무는 안해가 저렇게 되다보니… 이런걸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터지오.》

사령관동지께서는 앉아있기가 괴로우신듯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고개를 숙이고 저려오는 가슴을 누르며 듣고만계시던 김정숙동지께서도 따라 일어서시였다. 그리고 조용히 머리를 드시며 물으시였다.

《사령관동지, 서울지구조직에 파견되는 한명찬동무가 언제 떠납니까?》

갑자기 왜 묻는지 알수 없는 일이였으나 사령관동지께서는 래일 아침에 떠나게 된다고 대답하시였다. 그리고 궁금해서 물으시였다.

《왜 그러오?》

《아니 그저 좀…》

《달이 뜨는것 같소. 밖에 나가 바람이나 쏘입시다.》하시며 사령관동지께서는 산전막의 문을 여시고 밖으로 나가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 따라서시였다.

골짜기 건너편 물결쳐간 산봉우리들 우로 둥근달이 떠오르고있었다. 그러자 비단결같은 달빛이 골짜기에 차넘치고 수림속으로도 흘러들면서 무엇인가 말할수 없는 아늑하고 환희로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장군님, 지금 이 달을 혹시 권영벽동지가 감옥 환기창으로라도 보고있을가요?》

김정숙동지께서 말씀하시였다.

《그럴수도 있지.… 그렇다면 우리를 생각하겠지.》

《그렇습니다. 뙤창을 통해 흘러드는 달빛과 함께 백두산을 보며 장군님을 그리고있을겁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커다란 충격을 받은신듯 깊은 숨을 그으시며 절절히 말씀하시였다.

《권영벽은 죽지 않소! 그는 나와 함께 있단 말이요!》 그 음성은 저력있게 달빛이 녹아흐르는 밀림을 흔들며 멀리로… 멀리로 울리여갔다.

이튿날 아침 국내로 떠나는 한명찬의 배낭속에는 김정숙동지께서 밤새 지으신 버선 한컬레가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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