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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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깊은 밤, 어둠이 짙은 안개속에 묻혀있는 동만의 여러 역들에 《위만경찰》들이 달려들어 살기를 풍기며 기다림칸의 려객들을 내쫓고 삼엄한 경계진을 펴서 민간인들의 접근을 엄금하였다. 역사근처에 사람그림자 하나 얼씬하지 못하였다.

한시간이나 두어시간이 지나 북쪽에서 달려온 화물렬차들이 그 역들에 들이닥쳐 군대들을 쏟아놓았다.

역구내에 진감하는 군화발소리, 무기와 장구류들이 부딪치는 소리, 신경질적인 호각소리, 장교들의 다급하면서도 맵짠 구령소리… 홈이나 철길에 뛰여내린 병사들은 오합지졸의 무리처럼 떠들어대거나 헤덤비는 기색도 없이 장교들의 짤막짤막한 구령에 따라 순식간에 대렬을 지어 역사를 빠져나가 대기하고있는 화물자동차들의 적재함에 뛰여올랐다.

침묵… 침묵속의 민첩한 동작, 소고들의 울림소리처럼 역구내를 진감하는 군화발소리, 총검이며 지휘용군도들의 번뜩임.

결사의 각오가 어린 얼굴, 얼굴들… 그 모든것들에서 피냄새가 풍기고 군률과 실전에서 다듬어지고 날이 선 정예의 기개가 번개치는듯…

관동군소속의 그 정예부대들이 분승한 화물자동차행렬이 대마록구와 화룡, 화라즈방향으로 내달리고있을 때 돈화지구로 밀려갔던 《토벌》무력은 숨이 턱에 닿아 목단령산줄기를 도로 넘어오고 두만강건너에서는 삼장을 비롯한 여러 지방의 수비대들이 비상동원되여 국경연선에 전투전개하여 도강명령을 기다리고있었다.

노조에소장이 이끄는 《토벌》사령부는 열흘도 못되는 사이에 관동군의 증강무력과 자기 관하의 야마시다부대, 이즈미부대, 요시가와부대, 《신선대》라고 불리우는 특수부대 등 대군을 백두산동북의 드넓은 산악지대에 전투전개시키는데 성공하였다.

그들은 두만강연안과 백두산동북부의 거의 모든 릉선들과 계곡들에 부대들을 항시적으로 야영시키면서 대대적인 수색소탕작전을 벌리자고 꾀하여 두만강기슭을 따라 제1경계선을 늘이고 장산령산줄기를 따라 제2선, 홍기하골을 따라 제3선, 화라즈릉선을 따라 4, 5선을 형성하였다.

《토벌》사령부는 항시 결속상태에 있는 무전기들로 작전지휘와 부대들사이의 협동동작을 보장하게 되였다.

그무렵 어느날 길림의 《토벌》사령부에서 관동군사령관 우메즈대장의 참석하에 밤늦도록 작전회의가 진행되였는데 그 자리에서 노조에소장은 황군무력의 배치상태를 개괄하고는 포위망을 서서히 좁히며 전격전으로 적을 압축, 소탕할데 대하여 력설하였다.

그리고는 군인답지 않게 말재간을 부리며 이렇게 말하였다.

《백두산의 빨찌산들이 아무리 신출귀몰하고 날파람이 있어도 이 전대미문의 대포위〈그물〉에서는 한명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여러 고위장교들과 참모장교들이 차례로 일어나 노조에사령관의 작전안에 동감을 표시하고 필승을 부르짖었다.

얼굴에 구레나룻이 시꺼먼 중좌가 일어나서 광기어린 눈을 희번뜩이며 결사전을 부르짖다가 저 마에다부대에서는 모든 장병들에게 화장포가 든 봉투까지 나누어주었다고 자랑스럽게 웨쳐댔다. 화장포란 화장할 때 시신의 머리를 싸는 책보만 한 가제천이였다.

방안구석쪽에 눈을 지그시 내리뜨고 앉아있던 이께우찌대좌가 일어나 우메즈대장이나 노조에《토벌》사령관의 눈치를 전혀 보는 기색없이 폭탄선언을 하였다.

《나는 이 자리에서 발표된 작전방도에 동의할수 없다. 거기에 포위작전의 가장 일반적공식외에 무엇이 있는가? 작전의 목적도 과녁도 무엇인지 모르겠다!》

방안공기가 술렁거렸다.

노조에소장이 이마살을 찌프리고 그를 쏘아보다가 나직이 일렀다.

《대좌, 여기에 우메즈대장각하가 앉아계신다. 너무 오만무례하지 않는가?》

이께우찌대좌는 대장쪽을 향해 고개를 약간 숙여보였다.

《실례했습니다.》

우메즈대장은 너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너희들 탐정들은 엉뚱한데가 있거든. 아니라고 부정만 하지 말고 생각을 말해보라.》

《저는 이번에 권영벽을 비롯한 몇몇을 전향시키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실패했습니다. 그 과정에 나는 권영벽이와 그들한테 어떤 불굴의 신념이 있는가를 알게 되였습니다. 그 신념의 중추를 이루는것은 자기네 사령관 김일성장군에 대한 놀라운 흠모심과 절대적인 신뢰감이였습니다.

권영벽은 혁명군의 선전과장으로서 그닥 높은 지위에 있던자는 아닙니다. 오늘 우리 황군과 대결하고있는 저 무장력의 모든 지휘관들과 병사들이 권영벽에 못지 않는 신념을 가졌으리라 생각할 때 그 신념부터 허물어버리지 않으면 저들을 타승할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림수산의 투항은 례외적인 현상입니다. 저들의 신념을 허물자면 그 신념의 원천인 사령부를 소멸해야 합니다. 사령부부터… 때문에 이번 작전의 과녁은 철저히 김일성 그 사령부이고 목적은 저 무장력의 신념을 페허로 만드는것… 바로 이것! 이것입니다. 만약 사령부를 소멸하지 못하면… 사령부만 살아있으면 저들은 부대들이 전멸하고 한두명의 대원만 살아남아도 다시 인차 강대한 력량으로 자라납니다. 권영벽은 나에게 이 비결을 깨닫게 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피의 숙적인 그는 나의 은사입니다. …》

우메즈와 노조에 그리고 모든 고위참모장교들이 눈을 지그시 내리뜨고 무엇인가 생각하였다.

바로 그 시각 소마록구가 지척인 산비탈의 칼바위밑 어스름속에 두 그림자가 웅크리고앉아 말없이 담배만 피우고있었다.

8련대정치위원 박덕산이와 7련대장 오백룡이였다.

오백룡이 가슴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고는 나직이 물었다.

《거기 8련대에선 모두 자우?》

《…》

박덕산은 대답대신에 담배연기만 후- 내불었다.

《우리 동무들은 전혀 자지 못하는구만. 공연히 몸들을 뒤채기며 부스럭거리구 천막에서 들락날락하면서… 에익 참…》

《잠이 올수 있나… 20만이나 되는 적대군이 어디나 쫙 퍼져 포위하고있는데…》

《젠장, 결사전을 해야지. 죽으면 한번 죽지 두번 죽겠소. …》

《여보게 백룡이…》

그리고는 말이 없다.

《덕산형, 왜 그리우?》

《여기서 큰 싸움이 붙을것 같지? 저놈들이 마지막싸움을 벌리자구 하는것 같아.…》

《글쎄 내 생각두 그렇다니…》

《여보게 백룡이… 백룡이…》

《자꾸 찾지만 말구 속시원히 말하구려.…》

《입이 떨어지지 않아 그러네…》

《내 덕산형이 무슨 생각을 하는가 맞추라우?… 우리 빨찌산밥을 한두해만 같이 먹었소?》

《그거야 그렇지… 백룡이, 나를 욕하지 말아주게.… 나는 이번 싸움에서 살아날 생각을 안하네. 한놈이라두 더 죽이구, 물어뜯구라도 더 죽이구 가겠네.…》

《나두 그 생각이요.…》

《우리가 여기 혈전에서 다 죽어두… 다 쓰러져두 말이네.…》

박덕산의 목소리가 떨리였다.

《… 장군님과 사령부만은 안되네.… 살아남아야 하네. 그래야 우리가 다 죽은 뒤에도… 혁명군이 크게 막강하게 자라나네! 혁명이 또 일어서네!》

오백룡은 그의 팔목을 뜨겁게 잡아쥐였다.

《덕산형, 옳소! 나두 그 생각을 했댔소.》

《백룡이, 정말인가?!》

《보나마나 저놈들은 이번에 사령부에 승냥이떼처럼 달려들거란 말이요. 병력을 총집중할거요.》

《그렇다니까. 내 생각에는… 백룡이, 이번만은 사령부가 여기 전장에 있어서는 안되네. 적 포위망이 좁혀들기 전에 빨리 여기를 떠서 저 멀리 액목이나 하다못해 처창즈쪽으로라두 빠져나가야 하네. 부대들에는 절대비밀에 붙이고 경위중대만 데리고…》

그들은 무엇에 놀라기라도 한듯 갑자기 하던 말을 중둥무이했다. 누가 엿듣지 않는가싶어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는 머리들을 수굿하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사령부의 이동문제는 소홀히 의논하거나 제기할수 없는 중대한 문제였다.

침묵이 흘렀다. …

이윽고 박덕산이 화제를 돌려 날씨며 식량과 탄약보장문제를 이야기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 경위중대장동무와 정숙동무가 그러는데 사령관동지께서 며칠째 얼마 쉬시지 못하신다오. 오늘 저녁에는 식사도 얼마 드시지 못했다오.》

《식사도?!…》

《야단났소.》

《우리가 이런데 사령관동지께서야 얼마나 걱정이 많으시겠소.》

《글쎄말이요.…》

그때 사령관동지께서는 등잔불도 꺼버린지 오랜 천막안의 어스름속에 혼자 앉아계시였다. 사령부의 천막에 밤새껏 불이 켜져있으면 신경이 과민해진 대원들은 그것을 보고 초긴장, 불안, 부대이동과 같은 뜻밖의 오해를 할수 있었다. 그래서 부대들을 편안히 잠들게 하시려고 초저녁부터 등잔불을 끄고 자신께서는 어둠속에 앉아 작전구상도 하고 사색도 하고 여러가지 걱정도 하시였던것이다.

지금 그이께서는 벌써 아득한 옛적일로 생각되는 저 로흑산의 엄혹한 시련과 소왕청근거지방어전투, 남패자에서 겪었던 일들을 생각하고계시였다. 그때에도 일제침략군의 대무력이 겹겹이 포위하고 공격해왔으나 그때마다 새로운 여러가지 전법으로 그 포위를 뚫고나왔었다. 어떤 엄혹한 시련도 세월이 썩 지나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자신심을 가지고 이겨낸것 같고 갖가지 우연적인 요인들이 수없이 작용하는 전투과정도 모든것이 필연적으로 째여나가 승리한듯이 생각되기 일쑤여서인지 로흑산, 소왕청, 남패자… 그때는 어렵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좀 쉬웠던것처럼 느껴지시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아군의 유생력량은 10만이요, 20만이요 하는 적의 대군에 비교도 되지 않았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이 수적인 대비만 생각해도 가슴이 못내 무거워지시였다.

누가 봐도 이런 대적과 싸운다는것은 일대 모험이고 자멸의 길일것이다. 그러나 이 대적의 공세를 분쇄하지 않고는 무장투쟁을 계속 앙양시킬수 없고 혁명전반을 고조에로 떠밀수 없었다. 만약 여기에서 좌절된다면?… 패배의 가능성이 99프로라면 승리의 가능성은 1프로도 안되는 싸움이다.

그이께서는 전에없이 밀려드는 불안감의 홍수를 물리치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시였다. 어떻게 하면… 도대체 무슨 수로… 유격전술을 어떻게 활용하면 이 대적을 혼란에 빠뜨려 개별적인 전투마다에서 주도권을 장악할수 있는가? 주도권… 주도권… 주도권을 쥐면 승리하고 빼앗기면 그것은 벌써 패전의 시초이다. 그런데 어떻게… 과연 어떻게 소수의 력량으로 다수의 적에 대한 주도권을 틀어잡는가? 그 비결은 무엇인가.… 부대들의 식량보유량?… 식량공급이 완전히 중단된 최악의 경우, 그것으로 며칠동안 싸울수 있는가. 네댓새는 싸울수 있다고 하자. 그다음에는?… 전투가 계속되면 열흘후에는 어떻게 하는가. 굶주림에 다 쓰러지고마는가.…

깊어가는 밤과 더불어 그이의 생각도 끝없이 깊어만 갔다.

그이께서 제일 깊은 관심을 두시는것은 모든 부대 대원들의 사상정신상태였다. 그들은 이 전투에서 이길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다는 아니고 한두사람 혹은 네댓명의 대원들이라도 자신심을 못 가진다면, 그렇지는 않겠지만 만약의 경우에 자신심을 못 가진 대원들이 있다면… 불안, 비관, 비겁성, 공포는 흑사병같은 전염성이 있다. 순식간에 소대와 중대를 휩쓸수 있다. 만약… 만약에 비관과 우울에 빠진 대원이 생긴다면 제때에 즉시 포착하고 전투서렬에서 빼내야 한다. 후방밀영으로 보내든지… 모든 부대 대원들이 하나같이 승리를 확신해야 한다. 이긴다고 생각하며 싸우는자만이 이길수 있다. 자신없이 싸우면 피동에 빠진다. 피동에 빠지면 주도권을 틀어쥘수 없다. … 소수의 력량에 주도권까지 빼앗기면 파멸… 전멸이다. …

밖에서 버스럭소리가 나고 누구들인가 다가오는 발자욱소리… 수군거리는 소리… 그리고 멀어지는 발자욱소리… 누구들인가. 급한 용무로 찾아왔다가 사령부천막에 등불이 꺼진것을 보고 돌아가는것 같았다.

얼른 등잔불에 불을 붙이고 밖으로 나서신 사령관동지께서는 어스름속에 사라지는 두 그림자를 띄여보시고 왜 그냥 가느냐고 소리치시였다.

두 그림자는 헐썩거리며 그이의 앞으로 내려왔다.

오백룡과 박덕산이였다.

그들은 초긴장속에 몹시 흥분한 기색들이였다.

사령관동지께서 무엇인가 불길한 예감이 드시여 련대장과 정치위원을 데리고 천막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권했으나 그들은 앉지 못하였다.

《무슨 일이 생겼소?》

《…》

박덕산은 고개를 수굿했으나 오백룡은 심각하고 진중한 얼굴로 그이를 몇순간 지켜보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는 걱정이 치밀어 말을 더듬기까지 하며 의논한 문제를 단숨에 내뿜었다.

그리고는 박덕산이와 함께 피타는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사령관동지!…》

《안전처로 가셔야 합니다!》

《동의해주십시오!》

《사령관동지!…》

사령관동지께서는 너무도 아연해져 그들을 번갈아 지켜보기만 하시였다.

《안전처라구?… 내가 사지를 피해 안전처로 가라구? 엉?!》

그 순간 오백룡이 탁 쉬여버린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사령관동지! 가셔야 합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주먹으로 통나무탁자를 내리치며 뛰여일어나시였다.

《에-익- 겁쟁이들, 백룡이, 죽어두 나는 여기를 못 떠나!》

분격한 그이의 노성에 천막안이 떠나가는듯 했다.

오백룡은 우들우들 떨며 그이를 지켜보다가 고개를 푹 떨구고 끅끅 느끼면서 오열을 씹어삼키고 사령관동지께서는 뒤짐을 지고 천막안쪽으로 무겁게 걸어들어갔다가 돌아서시였다.

천막안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이께서는 통나무탁자곁에 이르러 몇순간 박덕산을 뚫어지게 지켜보다가 나직하면서도 준절하게 말씀하시였다.

《정치위원동무, 지금 동무네 부대들에선 대원들이 잠도 자지 못하고있겠구만.…》

《?…》

박덕산은 그이의 노성에 주눅이 들어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자오?》

《제대로… 많은 대원들이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있습니다.》

《그것 보라구. 련대장, 정치위원이라는 동무들이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됐으니까 얼굴이 새까매서 돌아갔을게란 말이요. 그렇지 않소? 응? 이런 때에는 대원들이 지휘관들의 얼굴만 쳐다본단 말이요. 지휘관들이 신심에 넘친 얼굴이면 대원들은 마음들이 든든하고 편안해져 잠도 잘 잘게란 말이요. 그러나 불안해하면 대원들은 열백배로 더 불안해하오.》

《정말… 그렇습니다. …》

《나는 속에 불안감이 전혀 없는것 같소? 나도 사람인데 왜군이 10만… 20만이 접어든다는데 불안감이 없을수 있는가. 그러나 대원들앞에서는 웃는단 말이요…》

그이께서는 고개를 떨구고있는 오백룡쪽에 눈길을 돌렸다가 말씀을 이으시였다.

《정치위원동무, 우리야 서로 무엇을 숨기겠소. 솔직히 말하면 나는 동무들 제기를 받았을 때 나를 아껴주는 그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한편 모욕을 당한것 같았소. 대원들은 사지에, 불바다속에 두고 사령부만 안전처로 이동해간다면 나는 무엇이 되는가. 좀 생각해보오. 동무들은 자기네 생각만 하고 내 립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소. 그렇소. 여보, 동무네는 나를 안전처로 보내면 마음들이 편안하겠지만 나는 어떻겠는가. 여기 전장에서 결사전이 벌어지고있는데… 수많은 대원들이 피흘리며 쓰러지며 싸우는데… 어쩌지 못하고 속만 타서 가슴에 재만 차지 않겠는가. 나는 이런 처지를 감수할수 없소. 사령관의 직분은 내놓고… 혁명동지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대원들은 사령부가… 내가 멀리로 들어갔다는걸 알면 얼마나 상심해하겠는가. 기운이 나고 용기가 나겠소? 나는 또 어떤가. 대원들과 동무네와 어울려 지내야 힘을 얻게 되고 신심이 백배해지오! 우리는 죽으나 사나 한덩이로 뭉쳐있어야 할 운명이란 말이요!》

오백룡이 숙였던 고개를 무겁게 들고 후더운것이 번쩍이는 눈으로 그이를 우러러 쳐다보았다.

《동무네는 우리 혁명군이 전멸되는 비극적인 경우만 예상해서 그런 제기를 했는데 왜? 왜? 배짱이 쇠돌같다던 오백룡이까지 그렇게 불길하게만 생각하는가? 응? 신심이 흔들렸기때문이요.… 내 한가지 비밀을 알려주지.… 어제 정찰에서 돌아온 동무들이 나한테 보고했는데… 글쎄 저놈들이 발목이 삐였거나 허리를 상해서 걷지 못하는 병사를 끼고고가는걸 적진속에서 자주 보았다는거요. 한 병졸은 업혀가면서 〈헨죠까〉(일본군의 군화)때문이라고 두덜댔다오. 그래서 알아보니 〈헨죠까〉… 그 군화창이 꽛꽛한 가죽으로 된것이고 거기에 둥글납작한 철물을 박아 그게 다 다스려지면 풀밭이나 석비례경사지, 바위나 벼랑에서 쭐쭐 미끄러진다는거요. 산세가 험악한 이런 산악지형에서는 고무창을 댄 지하족같은게 제격인데… 관동군사령부가 지금 당장 어디서 20만컬레의 지하족을 실어오는가, 관동군부대들은 내내 평지에서만 싸웠고 또 군화창이 저 모양이 돼서 우리가 유인전술로 놈들을 지형이 험악한 산악으로 끌어들여 불의에 답새기면 어떤 일이 생기겠는가 좀 생각해보라구. 허허… 나는 정찰에서 돌아온 동무들한테서 그 군화창이야기를 들었을 때 유격전술만 잘 쓰면 이길수 있다는 신심이 더 생겼소. 동무들은 이제 돌아가서 대원들한테 내가 한 말을 다 전하고 그들속에 척 누워서 코를 골아보오. 그러면 모두 편안히 잠들거요.》

사령관동지께서는 오백룡을 돌아보며 진담인지 롱인지 알수 없는 안색으로 짐짓 엄하게 이르시였다.

《이번 전투를 끝내고 전투총화를 단단히 지을 작정이요. 거기서 자기비판을 잘해야 하겠소. 그러자면 오중흡동무처럼 싸울뿐 아니라 죽지 않고 살아남아야 하오. 자기비판을 하자면… 알겠소?》

오백룡과 박덕산은 벅찬 가슴들을 안고 희푸르스름한 달빛속으로 묵묵히 걸어내려가다가 약속이나 한듯이 멎어서서 사령부천막쪽을 바라보았다.

그들사이에 이런 말이 오갔다.

《백룡이, 장군님께서 계시지 않으면 우리 어찌겠소.…》

《글쎄말이요. 만나면… 가까이 서만 계셔도 신심이 백배해진단 말이요.…》

 

×

 

이튿날 이른아침 사령관동지께서는 적의 일선지휘처에서 직선거리로 10리도 안되는 홍기하좌측 돌출고지에서 쌍안경으로 적정을 살피고계시였다.

어제까지만 하여도 왜놈들은 깊은 숲속 매복진지로부터 혁명군부대들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끌어내려고 분대, 소대 혹은 중대가량의 력량을 미끼로 내던져 산릉선, 골짜기, 산중턱, 홍기하기슭을 따라 기동시키며 여기저기에 함부로 총을 란사하고 수류탄을 던져보고 지어는 기관총련발사격을 해대고 척탄통, 박격포까지 쏘아댔다. 그 벼락치는 총포성의 메아리에 산악이 전률하고 바위들이 굴러내렸다. 비발치는 총탄과 파편에 잘리운 나무가지들과 잎사귀들이 푸른 연기처럼 자욱히 하늘에 날아오르고 홍기하줄기를 따라 련이어 물기둥들이 솟구쳐올랐다. 날짐승들이 피를 토하는듯 한 비명을 지르며 하늘에 치솟아올랐다가 돌멩이처럼 수림속에 떨어지기도 하였다.

그래도 아무런 대응이 없자 조상전래로 참을성이 없기로 유명한 왜놈들은 피가 곤두서서 여기저기에서 숲의 미궁같은 종심을 향해 단말마적인 함성을 지르며 허위돌격을 단행하는가 하면 쌍엽기들이 날아들어 수림우로 저공비행하며 삐라를 뿌리고 정찰을 하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쌍안경을 내리며 심각한 안색으로 푸른 하늘을 쳐다보시였다. 그이의 안광에 하늘의 푸른빛이 짙게 어리였다. … 왜 갑자기 잠잠해졌는가. 우리 침묵에서 불길한 예감이 들어 움츠러든것인가. 호언장담을 앞세우던 저놈들이 갑자기 신중해졌는가. 아니면 제놈들의 사령부에서 무슨 긴급명령이 떨어졌는가. 노조에나 우메즈, 어느놈이 일선에 내려왔는가?…

온갖 착잡한 의혹이 그이의 뇌리를 스치였다.

그이께서는 곧 전령병들을 부대들에 띄워 부대장들과 정치위원들을 부르시였다.

그날 아침, 사령관동지께서는 홍기하기슭의 후미진 골안, 울창한 숲속에서 지휘관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 놈들이 일체 전투행동을 중지한데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을것이요. 그것이 무엇인가? 왜 중지했는가? 추측해보면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지만 중요하게는 우리에 대한 파악이 전혀 없기때문이요. 위력정찰을 위한 저놈들의 발광적인 허위공세를 당하면서도 우리는 엄청난 손실을 볼수 있는 우려까지 있었지만 완강한 의지로 참으며 자기를 드러내지 않았소. 잘했는가, 잘했소! 우리 지휘관들이 잘해도 아주 잘했소! 그래서 왜놈들은 지금 우리 력량, 잠복위치와 부대들의 배치와 전개상태, 기동, 총적인 전술에 대하여 전혀 모르고있소. 모르니 헛주먹질을 할수밖에… 그래서 겁도 들고 움츠러들었소, 신중해졌소. 20만이라고 떠드는 대군이지만…》

그때 20대의 청년장군은 예지가 빛발치는 눈길로 지휘관들을 둘러보시며 놈들이 매일 비행기로 삐라를 뿌리면서 20만대군을 동원했다고 떠들썩하게 광고하는것은 우리 신념을 흔들어놓기 위한 모략선전이라고 하시였다.

그러시고는 한손을 허리에 올리며 유쾌하게 웃으시였다.

《동무들, 우메즈놈이 여기에 막강한 무력을 증강했소. 적과 우리는 수적으로, 력량상으로 대비도 되지 않는 그야말로 창해일속이요.

놈들은… 저 우메즈와 노조에는 여기 홍기하일대에서 우리 항일무장력을 완전포위소멸하여 십여년간 계속된 우리와의 고달픈 전쟁을 끝장내고 중일전쟁과 미구에 터질수 있는 세계대전을 앞두고 후방의 치안을 확보하자는것 같소.

우리앞에는 두 길밖에 없소. 포위당하여 격멸소탕되느냐, 적의 기본집단을 소멸하고 포위에서 빠져나가 무장투쟁과 조선혁명을 계속 앙양시키는가. 죽느냐, 사느냐… 지금 이 시각 적의 수적인 우세에 겁을 먹고 눌리우면 패망을 면치 못하오. 전술만 잘 쓰면 얼마든지 놈들을 타승할수 있소. 놈들을 타승하고 살아나자면…》

령관동지께서는 주먹을 머리우에 쳐들어 손가락을 하나하나 펴나가며 격한 음성으로 그 방도를 꼽아나가시였다.

○ 적의 약점을 똑똑히 알고 그것을 리용할것.

적의 약점이란?

첫째로, 적은 중시하지 않을수 없는 심리적허약성을 드러냈다. 여기에 너무나도 엄청난 병력을 투입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돈화원정과 다시 남하하여 대마록구를 치는 등 우리의 령활하고 대담무쌍한 유격활동에 당황망조한 저놈들의 불안과 공포가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가를 말해준다.

둘째로, 새로 투입된 관동군부대들은 여기 지형이 완전히 생소하다. 그리고 실전경험이 있다면 평야지대에서 좀 싸워본 경험이 있을뿐이다. 험악한 산악조건에서의 유격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셋째로, 증강된 관동군부대들과 《토벌》사령부관하 부대들은 통일적인 지휘밑에 움직여본적이 없으며 장교들은 서로 개성은 고사하고 얼굴조차 모른다. 이러한 사정이 부대들사이의 협동동작에 지장을 줄것이다.

넷째로, 후방보급에도 약점이 많다. 부대들이 보급기지에서 멀리 떨어진 산악지대에 전개되여있다. 자동차나 마차도 다닐수 없는 산세가 험한 산악들에 등짐으로 탄약과 식량을 운반해야 한다. 정찰에 의하면 놈들은 지금 인민들을 강제동원하여 마소와 사람의 등짐으로 보급물자를 운반해오고있다. 우리가 적의 배후를 무시로 기습교란하여 그 보급로들을 차단해버리면 적의 대군은 인차 전투력이 쇠잔해지고 만다. 우리가 겪었던것과 같은 굶주림을 정의가 없는 저놈들은 참아내지 못한다.

○ 적은 광활한 지역에 병력을 널어놓았기때문에 개별적지역의 병력배치밀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적구에 떨어진 소부대들이 기습전을 끊임없이 벌려 놈들이 자기 병력을 마음대로 이동집중하지 못하도록 붙잡아놓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집중과 분산을 자유롭게 하며 유격전을 벌린다면 필요한 지역에서는 력량상우세까지 차지할수도 있다.

○ 적은 낮에만 행동하고 밤에는 안전처로 숨어들어 숙영한다. 대담하게 야간기습전을 벌려 적의 숙영지들을 과감하게 기습하면 적진을 혼란에 빠뜨리고 놈들을 무리로 쓸어눕힐수 있다.

지휘관들의 얼굴은 아까보다 한결 밝아지고 눈은 생기에 넘쳐 빛났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주먹을 높이 들어 흔들며 웨치시였다.

《… 신념이 강하면 방도는 생긴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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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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