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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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가는 봄기운과 함께 혁명군의 주력부대들이 두만강국경연선과 백두산 동남부, 동북부에서 일제히 벌린 군사공세는 몰아치는 태풍과도 같이 거세차고 단호하고 무자비한것이였다.

화룡현과 안도현, 연길현의 적의 《토벌》거점들이 불의의 기습공격을 당하였다.

《… 황군의 봉쇄정책과 군사공세로 쇠잔해진 혁명군안에서 일쏘우호의 훈풍이 불기 시작하자 전에 없던 동요가 일어났다. 변절투항자들이 속출되고 혁명군은 와해되기 시작했다.》 저희 선전수단들의 이런 요란한 광고에 쾌재를 올리며 경계심을 늦추었던 놈들이 유격대의 번개같은 기습에 얼이 빠졌다. 내의바람으로, 철갑모도 쓰지 못하고 총만 들고 달려나온 놈들은 저항도 얼마 못하고 도처에서 무리죽음을 당했다.

혁명군의 공세가 국경경비진을 위협하자 국내의 얕은 후방과 깊은 후방에 주둔한 적들은 경악하여 림전태세에로 들어갔다. 함남도와 함북도의 경찰무력들이 국경연선으로 달려나오고 회령과 함흥의 왜군련대들이 출전태세를 취하였으며 그 일부는 급기야 국경수비대에 증강되였다. 인민들은 혁명군이 보천보와 무산지구전투때처럼 또다시 국내진격을 단행할것이라고 수군거리며 설레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완강한 의지와 무궁한 활력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전장에 나타나시여 부대와 소부대들을 복수전에로 이끄시였으며 어느 하루는 전투의 여가에 올기강물에 발을 잠그고 앉으시여 경위대원들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시였다.

그때 8련대정치위원 박덕산이 찾아왔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그의 얼굴에 심상치 않은 그늘이 비껴있는것을 인차 알아보고 물에서 나오시였다.

그이께서는 박덕산을 데리고 저만치 떨어진 나무그늘밑으로 가시였다.

《무슨 일이 있소?》

《사령관동지, 명월구쪽에 정찰나갔던 동무들이 마영복의 소식을 가지고왔습니다.》

《뭐라구?! 마영복이를 만났다오?》

《아니, 그런게 아니라 연길쪽에서 왔다는 농민한테 들었답니다. 귀순한 림수산이가 시국강연차로 룡정에 왔다는 풍문이 파다하게 퍼지던 어느날 심야에 그 농민의 산전막으로 네 젊은이가 찾아들어와 밥을 좀 지어달라고 했답니다. 모두 행색이 범상치 않아 여겨보니 귀박죽과 볼에 얼었던 자리가 시퍼런 청년이 일행을 휘동하는게 알렸답니다. 그 청년은 변장한 유격대원으로 보였답니다. 젊은이들은 감자밥으로 요기를 대충 하고 인차 길을 떠났는데 이튿날 새벽 룡정쪽에서 총소리들이 요란하게 울린 모양입니다.》

《음…》

《그리구 며칠동안 룡정, 연길일판에 백두산에서 내려온 자객들이 림씨가 든 고급료정에 폭탄을 던졌다, 아니다, 비적단이 일확천금의 야심으로 그 료정곁의 은행지점을 들이쳤다. … 이런 엇갈린 소문이 퍼져 온 시가가 떠들썩해졌답니다. 그 농민은 이런 이야기를 하며 빨찌산에서 림씨… 그 역적놈을 처단하자고 대원들을 내려보낸게 아닌가고 물었답니다.》

《허, 그런 일이 있었구만.…》 그이께서는 생각깊은 안색으로 뇌이시였다.

《사령관동지, 변장한 유격대원같다는 그 청년이 마영복이 틀림없습니다!》

《무얼로 그렇게 판단하오?》

《그 동무는 돈화원정때 귀가… 한쪽귀가 몹시 얼었습니다. 백석탄에서 누군가 그한테 동상고를 발라주는걸 봤습니다.》

《아니, 우리 빨찌산에 겨울의 혹한으로 귀나 볼, 손발에 동상을 입지 않은 동무가 몇이나 되오? 그리고 마영복이, 그 동무가 어떻게 자의로 그런 행동을? 통신원임무는 어떻게 하고?…》

사령관동지께서는 더 말씀을 안하시였다.

그날 밤 부대들은 올기강기슭의 숲속에서 숙영하였다.

보름달이 떠서 휘영청 밝은 달밤이였다.

나무가지들사이로 희푸르스름한 달빛이 각광처럼 쏟아져내렸다. 어디선가 소쩍새의 처량한 울음소리가 밤이 깊도록 들려왔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주무시지 못하고 천막밖으로 나와 마영복이를 두고 끝없는 생각을 하시였다. … 마영복이 물론 임무를 받고 떠났지만 어떤 기회가 생길수도 있다. 평소에 제가 그처럼 존경하고 받들었던 림가가 변절했을 때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겠는가. 전령병으로 있을 때 그의 천막이며 쌀까지 지고다니며 섬겼던 일들이 모두 후회로… 가책으로 안겨왔을것이다. 그리고 동무들이 말은 안해도 자기한테 눈총을 쏠것이라고… 자기를 변절자의 머슴이나 다름없는 쓸개빠진 놈으로 볼것이라고 생각했을것이다. 남몰래 얼마나 고민했겠는가. 어린 마음에 틀림없이 그자의 변절에는 자기한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을것이다. 생각이 그런 곬으로만 내달렸다면 무서운 량심의 가책을 느꼈을것이다. 그래서… 그래서 기회가 생기자 자기 손으로 그자를 처단함으로써 사령부와 동지들앞에 속죄하자고… 자기 량심에 얼룩진 오점들을 깨끗이 씻어내자고 마음먹었을것이다. 그래야 동무들을 떳떳이 쳐다보고… 마음도 편안해지리라 생각했을것이다. 한평생 량심의 가책으로 괴로와하며 주접이 들어 살기보다는 그자를 처단하고 차라리 마음편히 죽는편이 낫다고 생각했을수도 있다. 아, 마영복이… 누구처럼 우락부락한데도 없고 노상 말없이 수걱수걱 따라다녀 어떤 때엔 있는지 없는지조차 몰랐던 대원… 어떤 량심을 지닌 사람인가.… 량심인가 비량심인가 하는것은 번지르르한… 현란하고 멋들어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만 표현된다. 오직 실천행동에서만 그것이 판별된다.…

그이께서는 길림시절, 초기혁명활동시기부터 오늘까지 혁명의 길, 인생의 길에서 별의별 사람들을 다 보아오시였다. 민족주의자들, 우국지사들, 파쟁군들, 공산주의자들속에서… 량심이 없는 작자들일수록 량심에 대해 떠들었다. 지성이 없는 망나니같은 놈팽이들일수록 지성을 두고 기염을 토했다. 그런자들은 혁명의 엄혹하고 복잡한 파란곡절속에서 일신의 안일과 영달을 위해 불의의 편에 가서 슬쩍 붙었으며 그런가 하면 혁명정세와 대세의 흐름에 따라 거기서 헐하게 떨어져 아무런 가책도 없이 혁명과 정의의 편으로 달려왔다. 정의가 아니라 개인적리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이런 인간추물들로 하여 한때 우리 혁명은 어떤 진통을 겪었던가. 대국주의, 사대주의를 반대하는 투쟁… 반《민생단》투쟁때만 하여도… 그러나 마영복이는 어떤가. 누구도 림가때문에 그를 비난하거나 추궁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가 모두가 추측하는 그런 행동에로 나갔을가. 그자의 처단으로 속죄하자고… 량심을 깨끗이 하자고…

이튿날 아침 사령관동지께서는 박덕산에게 마영복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죄다 이야기하고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다른 통신원들은 다 왔는데 마영복이 왜 아직 돌아오지 않는지 시급히 알아보고 대책을 취해야 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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