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10

 

호텔에서 이께우찌와 모리다, 림수산은 과연 그가 살기로 결심하겠는가 하고 각기 제나름으로 생각하며 형무소에서 소식이 오기를 가슴을 태우면서 기다렸다. 이틀, 닷새… 열흘이 지나도 소식이 감감하였다.

모두 기다림에 지쳤다. 절망하여 쏘파에 늘어져 담배만 태우는가 하면 방안이며 복도에 나가 오락가락하였다. 참고 참다못해 형무소에 전화를 걸어 알아보면 그 기이한 인간은 밥도 제대로 먹고 변도 제시간에 보는데 밤이나 낮이나 어둠속에 그냥 앉아 끝없는 생각을 한다는것이였다.

그래서 단념하지도 못하고 더 속이 달아올랐다.

담배와 술을 즐기는 모리다와 림수산은 그래도 갑갑증을 좀 풀수 있었지만 금욕주의자이며 술, 담배를 입에도 대지 않는 이께우찌대좌는 얼굴이 눈에 띄게 파리해지고 이마에 피줄이 살아오르고 눈이 점점 빨갛게 충혈되여갔다.

누구보다도 얼굴색이 거멓게 죽어가는것은 림수산이였다. 마침내 그는 룡정령사관에서 권영벽의 전향에 대하여 확언한것을 후회하게 되였다.

그때는 대좌의 눈에 들려고 뛰여일어나기까지 하며 그가 바라는 말을 소리쳤는데 오늘은 바로 그 확언때문에 무서운 화를 입을수 있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아찔해졌다. 자기 경솔성이 가증스러웠다. 밤이면 잠이 오지 않았다.…

열사흘째되는 날 오후 2시경, 대좌의 방 전화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마침 셋이 그 방에 모여있을 때였다.

이께우찌는 정신없이 전화기로 달려가 송수화기를 들었다.

그는 숨을 죽이고 저쪽의 말을 듣다가 수화기를 귀에 붙인채 새된 소리를 질렀다.

《…생의 욕구라- 그걸 어떻게 아는가? 아침체조를?! 호- 그래그래 철창밖으로 날아가는 새를… 새를 내다봤단 말이지. …》

대좌의 옆쪽 창문가에 서있는 모리다는 입술을 실룩거리며 미소를 짓고 안쪽 원탁뒤에 서있는 림수산은 조용히 떨리는 한숨을 호- 내쉬였다.

이께우찌대좌는 림수산을 제껴버리고 모리다만 데리고 형무소로 갔다가 2시간반만에 돌아왔는데 곧장 림의 호실로 뛰여들어와 침대에서 뛰쳐일어난 그의 얼굴에 문서철을 뿌려던졌다. 와락 달려들어 그의 멱살을 틀어잡고 미친듯이 앞뒤로 흔들어대며 방이 떠나가도록 소리질렀다.

《야- 야- 전향한다구?- 왜 거짓말을 해- 거짓말을… 다… 다… 너때문이다. 죽으라! 죽어! 이새끼야-》

입귀에 끓는 거품을 날리며 그의 몸뚱이를 옆구리에 걸어 방바닥에 힘껏 내동댕이쳤다. 단말마적으로 날뛰며, 방바닥에 딩굴면서 아우성치는 그의 얼굴, 목, 배, 뒤덜미, 잔등, 옆구리, 허벅지를 마구 짓밟고 걷어찼다. 누구의 발길에 채웠는지 원탁이 넘어지고 사기주전자가 날아떨어져 박산이 났다. …

시간이 얼마나 흘렀던지 만신창이 되여 방바닥에 너부러져있던 림수산은 지끈지끈 쑤시는 머리를 가까스로 쳐들었다.

그는 얼얼한 느낌만 있는 자기 입술이 어떻게 부어오르고 피가 엉켜붙었는지, 눈두덩이며 볼에 어떤 피멍이 들었는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흐리멍텅한 눈으로 방안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괴괴한 정적… 침대밑이며 푸른 주단우에 어지럽게 널린 희끗희끗한 장방형의 판대기들… 자세히 여겨보니 종이장들이였다. 문득 대좌가 자기 얼굴에 서류철을 뿌려던지던 일이 떠오르며 그것이 터지는 바람에 종이장들이 저렇게 흩어지지 않았는가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끙끙 앓음소리를 내며 네발걸음으로 기여나가 그 종이장들중의 어느 한장에 눈길을 박았다. 희뿌연 안개… 물결의 흐름우에 뜬 지푸래기나 까만 실오리처럼 너울거리는것이 글줄이라는것을 간신히 알아보고 정신을 가다듬고 그 한자한자의 글자들을 뜯어보았다.

 

이께- 후회하지 않겠는가?

권- 안함.

이께- 이 세상에 남기고싶은 말은?

권- 있음. 가슴에 안고 감.

이께- 우리가 전하겠다.

권- 말할수 없음. 외곡될수 있기때문.

 

이께는 이께우찌대좌이고 권은 권영벽이 아닌가. 어느 속기원이 그들의 심문과 대답을 번개같이 간략함축해서 적은 속기록이 분명하였다.

림수산은 방안을 기여돌아가며 읽고 읽고 또 읽었다. 눈물을 흘리며, 이를 갈며, 전률하며…

글자들이 창끝처럼 눈을 찌르는듯싶어 제대로 읽을수 없었다.

권- 언제인가는 일본이 패망할 날이 올것임, 그날에 내 말을 기억하라.

권- 이 권영벽은 김일성장군님을 철석같이 믿기때문에 웃으며 죽을수 있다.

권- 그럼 한가지 묻자. 우리 혁명군이 다 망했다면서 어째 이토록 나를 전향시키려고 애쓰는가?

이께-닥쳐라! 투항해! 투항하랏!-

권-헛허허… 헛허허…

 

권영벽의 그 웃음소리가 방안에 가득차서 메아리치는듯싶었다.

림수산은 그 종이장들을 정신없이 모아쥐고 우들우들 떨다가 활 내던졌다. 그리고는 머리를 싸쥐고 울음을 터뜨렸다.

후회나 가책이 아니라 자기 운명의 낭떠러지가 보여서였다.

문이 열리고 웬 청년이 들어섰다. 까까머리인데도 넥타이차림이였다. 림수산은 멍하니 쳐다보다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난 속기원입니다.》 하고는 방안에 흩어진 종이장들을 주어모았다.

《이걸 가져가야겠습니다. 대좌님의 지시입니다. 다 봤습니까?》

《다 봤소. 다… 가져가오. 가져가.》

《그렇게 하지요.》

속기원은 몸을 쭉 펴며 깍듯이 례의를 표했다.

어째선지 속기원은 상대방을 경멸하고 조소하는 눈빛을 감추지 않았다.

바로 그 속기원이 흥남조직의 한 성원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급히 자기 방에 가서 그것을 한통 더 복사했다는것을 누구도 알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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