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3

 

회암산밀영에서는 누구도 그 위치를 모르고있는 재봉대밀영으로부터 아침에 림수산참모장이 넘어왔다.

한명찬은 문전초로부터 참모장이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자 밖으로 뛰여나갔다.

한명찬과 림수산 두사람은 귀틀집병실모퉁이에서 마주쳤다.

《간밤에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습니다.》 하고 한명찬이 서둘러 보고했다.

《뭐요?》

지난밤 자정이 썩 지나 잠복초 아래골안에서 길을 잃고 어물거리는자를 잡았노라고 보고했다.

《행상군입니다.》

《행상?-》

《수상합니다. 무슨 냄새를 맡고 우리한테로 기여든 밀정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무얼로 봐서?… 무슨 단서라도 잡았소?》

《잡지는 못했지만… 느낌이 이상합니다. 잠복초뒤 움막에 잡아두었는데 밤새껏 코를 드렁드렁 골며 잤습니다. 죄가 없는 량민이라도 잡혀있는데 속이 그렇게 태평할수 있습니까? 가장입니다. 너무 곤하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느낌이…》

《젊은 작자요?》

《아닙니다. 나이가 쉰살은 된것 같습니다.》

《어디루 가는 길이라구?》

《림강에서 떠나 몽강쪽으로 가다가 길을 헛갈려 산중에서 헤메게 됐답니다.》

《몸조사는 해봤소?》

《총기류라든가 의혹이 가는 물건은 없습니다. 지고온 잡화궤짝에는 바늘, 실, 물감, 비누, 화장품, 양말따위들뿐입니다. 행색을 봐두 겨우 밥벌이나 하는것 같습니다.》

《아침은 먹었소?》

《미숙동무가 찬이랑 몇가지 더 해서 괜찮게 대접했습니다.》

《그건 뭣때문에? 좌우간 만나보기요.》

네댓사람이 들어갈만한 움막안은 공기가 탁한데다가 여간 후끈하지 않았다.

구름노전우에 놓인 화로에서 잉걸불이 이릉거리고 그 빛에 구석쪽에 돌부처처럼 까딱 움직이지 않고 앉아있는자의 얼굴이 불그스레하게 보였다.

참모장과 한명찬이 화로곁에 앉자 《돌부처》의 눈길이 두사람에게로 번갈아 옮겨지는것 같았다.

그 눈길은 참모장의 얼굴에서 떠날줄 몰랐다.

참모장도 말없이 그의 얼굴을 여겨보았다. 화석으로 굳어진듯 표정변화가 전혀 없는 얼굴, 인생의 서리가 희끗희끗하게 내린 머리, 음울한 그늘이 어른거리는 눈, 턱밑에 드리운 수염발…

참모장은 어디선가 한번 꼭 본것 같은 그 인상이 눈에 익어 마음이 긴장되는데 상대편이 먼저 와뜰 놀라며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내질렀다.

《아이고- 이게 누구시우?-》

림수산도 여간 놀라지 않았다. 그보다 더욱 놀란것은 한명찬이였다. 분명히 먼 지난날이 아니라 한두해전이나 아주 가까운 몇달전에 본적있는듯 한 얼굴이다.

《아- 니, 그렇게 몰라보시유? 작년 가을 화라즈에서 만났던 포수를… 곽풍헌대선사님의 이 제자를 그렇게 몰라보시유?》

한명찬의 눈앞에는 락엽이 흩날리는 화라즈분지의 어슬녘, 너럭바위에 걸터앉아 관상까지 보아주던 포수, 미신을 믿는 어수룩한 농군한테는 산신령으로 보일 그 신기한 모습이 우렷이 떠올랐다.

《몰라보기는… 첫눈에 알아봤소. 그때는 짐승을 뒤쫓아 산판을 헤매던 포수였는데 언제 행상으로 둔갑했소?》 하고 참모장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로인은 가슴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였다.

《둔갑은 무슨 둔갑이요. 고약한 세월이 그렇게 만들었수다. 삼장에 사는 어떤 놈팽이가 내가 독립군이였다구 경찰에 밀고해서 그 쌍대배기렵총두 빼앗기구 경찰의 감시속에 들었수다. 식솔들의 입에 풀칠이라도 하자니 저런 궤를 메구 산간마을을 돌아다니우다. …》

《그후 화라즈에는 다시 가보지 못했겠소?》

《웬걸… 한달후에 가봤지요. 〈토벌〉을 당해 그 아근의 산이구 뭐구 다 타버려 바람에 재가루만 날리지 않겠소. 기가 막혀서… 군대어른두 이승을 떠난줄로 알았수다. 땅에 엎드려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지요. 엑- 세월두… 한때는 청운의 뜻을 품구 무장을 들었던 놈이… 감좌진두령까지 섬겼던 놈이 아녀자들 치마끈에 매두었던 동전이나 털어내는 장사질을 하자니 하늘을 쳐다볼수 없수다. 하지만 어찌겠수. 어휴-》

한명찬은 화라즈밀영이 《토벌》을 당한 후 그 포수가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던 일이 뇌리에 번개쳐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는 팩해서 소리쳤다.

《듣기 싫소! 묻는 말에나 대답하시오. 제꺽제꺽…》

그리고는 집은 림강 어디에 잡았는가. 고용된 일용잡화상점 이름은 무엇인가, 그 상점은 어디에서 상품을 넘겨받는가, 삼장에서 누가 당신을 잘 아는가, 그의 이름과 나이는? 등등에 대하여 따져물었다.

행상은 그 두서없는 물음에 당황한 기색이라고는 별로 없이 느릿느릿 대답하였다.

림수산참모장은 그 심문에 별로 마음을 쓰지 않는듯 천천히 담배를 꺼내 피워물었다. 그는 담배연기를 내불며 포수의 얼굴을 찬찬히 여겨보다가 눈을 지그시 내리뜨고 무슨 상념엔가 잠겼다.

그때 림수산은 이렇게 생각하고있었다. … 만약 이 작자가 밀정이라면 명찬의 그쯤한 심문에 막힐텐가, 특수교육에 만단의 준비를 다 갖추고 돌아다닐텐데… 우리하고 두번다시 만나게 된것은 우연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아니면… 의도적인것이라면 밀정일수 있다. 밀정이라면 왜군과 우리, 적아 두 진영의 어마어마한 적대관계가 빚어낸 이런 존재는 애초에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와 같은 복잡다단하고 험한 인생로를 걷는 《지사》들에게 있어서 이런 운명적인 교차란 숙명적인것이 아닌가. …

밀정이란것이 밝혀져 처단해버린다면 이자의 배후에 숨어있던 감시와 엄호인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것이며 밀영은 대병력의 《토벌》을 면치 못할것이다. 밀정이 아니여서 돌려보낸다면 왜놈들이 그를 잡아 《통비분자》로 몰면서 악착한 심문을 들이대여 밀영위치를 알게 되여도 대《토벌》을 당하게 될것이다. 이래도 저래도 화단이였다. 애초에 이런자는 잡을것이 아니라 피하는것이 현명한 처사가 아닌가. …

열이 올라 심문을 계속하던 한명찬은 참모장이 밖에 좀 나가자고 눈짓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깥은 머리가 찡- 저리도록 공기가 청신한데다가 하얗게 깔린 눈이 해빛을 반사하여 눈이 부시였다.

《여보, 그만하구 빨리 돌려보내야겠소. 놓아주자구.》

《예?…》

한명찬은 현훈증이 일도록 눈앞이 휙 돌아가는듯싶었다.

《내가 생각이 다 있어 그러는데… 집행하오. 그리고 동무가 저 훈련장아래까지 데려다주면서 잘 얘기해주오. 우리는 오늘중으로 여기를 떠서 멀리로 간다는것도 납득이 되게 말해주오. 알겠소?》

《…》

한명찬은 가슴에서 불덩이같은것이 울컥 치밀었다. 귀안에서 바람소리같은것이 울부짖고 머리가 터지는듯싶었다. 항변의 소리가 불길처럼 뿜어올랐으나 입술만 부들부들 떨뿐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하였다. 참모장의 직위에 눌려 늘 복종하는데만 습관되여서인가. 저 룡정시절부터 숭상해온 선배혁명가의 권위에 도전할 의기가 허했던가. … 이것으로 하여 자기가 몇달후 어떤 치욕을 당할것인가 예상할수도 없었던 그는 속이 뒤틀려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생각하며 참모장의 의사를 쫓았다.

행상군은 자기를 놓아준다는 소리를 듣고도 응당한 일이라는듯 별로 놀라와하거나 기뻐하는 기색도 없었다. 뚝한 얼굴로 잡화궤짝을 열고 포장지대용으로 쓰는듯 한 접은 신문지 서너장을 꺼내여 자기 무릎옆에 아무렇게나 놓았다. 그리고는 그 궤짝안을 들여다보며 무엇인가 궁리하다가 무심결에 중얼거렸다.

《에- 여기서 제일 바른게 무얼가…》

림수산은 굶주림에 허덕이는 사람이 우연히 눈에 띄운 음식물을 여겨보듯이 탐욕적인 눈빛으로 신문지만 지켜보았다. 인쇄잉크냄새… 문명의 싱그러운 향기가 풍겨오는듯 한 그 신문지의 접혀진 모서리에서는 웬 포신끝이 삐죽 내밀고있었다.

행상군은 두사람앞에 비누 두장, 양말 두컬레, 담배와 성냥 두곽, 손거울 두개씩 내놓으며 기념으로 받아달라고 하였다.

림수산은 거울 하나와 담배만 받아쥐고 나머지는 노여움을 터뜨리는 주인의 손을 뿌리치며 궤짝에 도로 넣어주었다.

그리고는 마음이 정 섭섭하면 저 신문지나 두고가라고 하였다.

 

×

 

행상이 떠난 다음 림수산은 귀틀집병실로 올라와 한명찬소대장방에서 그 접은 신문지들을 성급히 펼쳐보았다. 처음에 눈길을 끈 포신끝은 일본해군이 자랑하는 전함 《야마도》호의것이였다. 전함을 소개한 사진밑에는 《남중국해를 향하여 사세보항을 출항하는 전함 〈야마도〉호》 라는 설명이 붙어있었다.

그가 인쇄잉크냄새를 들이키며 《아사히신붕》신문지들을 벌컥벌컥 뒤적이는데 제일 마지막신문의 세번째 면에서 대서특필한 기사제목이 망막에 날아들었다.

《일쏘우호의 훈풍》…

림수산은 황황히 기사내용을 읽어보았다.

아오모리항에 선적을 둔 어선 《쯔가루》호가 오호쯔크해에서 연어잡이를 하다가 풍랑에 조난당하여 표류하던중 쏘련해군 경비함의 구원을 받아 나호뜨까항으로 끌려들어갔다.

쏘련측은 인도주의적인 방조를 아끼지 않았다. 어선수리, 연유와 음료수, 식료품공급, 부상당한 선원들에 대한 치료를 성심성의로 해주어 일본측에 넘겨주었다. 아오모리항에 무사히 돌아온 《쯔가루》호의 선원들은 눈물을 머금고 기자에게 말했다. … 일본해에서 제국련합함대와 빨찌끄함대와의 해전, 려순해전, 황군의 씨비리점거, 할힌골사건 등으로 서로 적개심이 구천에 사무쳤던 우리와 로씨야인들은 이젠 더는 숙적이 아니다.… 바야흐로 좋게 발전하는 일쏘간의 관계로 여기 오호쯔크해협에도 일쏘우호의 훈풍이 불고있다. …

림수산은 성급히 담배를 피워물었다. 그 기사를 다시 더듬어보았다. 얼굴빛이 어둑해졌다. 지난 가을 항일련군대표 두명이 화라즈의 사령부로 찾아왔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는 반신반의했댔는데…그것이 사실이 아닌가. … 그때는 먼 앞날에 있을수 있는 일로 여겨 우려했댔는데… 벌써 오호쯔크해협에서는 그것이 현실로 되고있지 않는가. 우리는 이 밀림속에 배겨있으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아무것도…)

그러다가 신문지들을 옆으로 밀어버리고는 담배를 찾았다. 무작정 저건 다 꾸며낸 거짓이고 악선전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듯싶었다.

그때 한명찬소대장이 들어왔다. 그는 방안공기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의아해하는 얼굴이다. 그가 싫었다. 혼자 있고싶었다.

림수산은 신문지들곁에 놓여있는 손거울을 얼른 쥐여 그한테 내밀었다.

《이걸 연미숙동무한테 갖다주오. 동무 이름으로 선사하란 말이요, 동무 이름으로… 알겠소? 깜빡 잊었댔소.》

그날 한명찬은 그 미심쩍은 행상군을 너무 헐하게 놓아준 참모장의 처사가 불만스러워 그 생각에만 옴해있다나니 연미숙에게 무슨 소리를 하며 그것을 넘겨주었던지 알지 못했다.

청춘의 푸른 꿈에 취하여 만리창공도, 가없는 광야도 다 자기 활무대로 안겨오던 그 아득한 룡정시절부터 림수산과 권영벽을 선망의 눈길로 쳐다보며 따라온 한명찬은 여태 그들, 선배동지들에 대하여 티끌만 한 의혹이나 불만, 흐린 마음을 품은적이 없었다. 그 감정은 백두산의 샘처럼 투명하고 뜨거운것이였다.

지하조직선을 타고 혹은 항간의 풍설로 들려오는 권영벽의 옥중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 그의 벗인 참모장도 돋보였다.

참모장이 어느 고위지휘간부들의 모임에서 지적, 비판을 받았다는 소문을 들어도 다름아닌 바로 참모장, 혁명군적인 군사행동의 대소사에 다 관여하는 참모장, 그 중임때문에 어느 누구보다도 비판도 많이 받을수 있으며 그런 비판이야말로 깊은 신뢰심의 표시일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그러나 오늘일만은 리해하기 어려웠다. 그에 대한 감정에 갑자기 그늘이 지고 구김살이 갔다. 울적해졌다. 그의 무엇에 대하여 의혹을 품거나 부정하기란 자기자신을 스스로 깎아내리며 학대하는 일처럼 여겨져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백두산동북부와 서남부의 천리수해속에서 그 미심쩍은 존재를 두번이나 만난것은… 이것을 우연이라고만 볼수 있는가, 우연일수도 있고 우연이 아닐수도 있지 않는가. … 포수와 행상… 그뒤에 어떤 검은 마수가 숨어있지 않는가. … 우선 이렇게 크게 가정해놓고 그 속내를 파헤쳐봐야… 그렇게 하는 기풍이 서야 밀영을 지켜내고 유지할수 있지 않는가. …

한명찬이 귀틀집모퉁이에 앉아 줄담배를 피우며 이런 고민에 모대기고있을 때 다른편에서는 연미숙이 자기 방 벽에 기대여 앉아 눈을 내리감고 매끈한 손거울을 두손으로 만지작거리고있었다.

그때 밖에서 누구인가 참모장동지가 방금전에 떠났다고 소리쳤다.

연미숙은 황황히 밖으로 뛰여나갔다.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고싶었다.

그는 재봉대밀영쪽으로 가는 참모장의 모습이 사라지군 하던 귀틀집병실뒤의 산비탈길로 뛰여올라가 오솔길을 따라 내달렸다.

잡관목숲이 인차 끝나고 거뭇거뭇한 거목줄기들이 위혁적으로 다가오며 앞을 막아섰다. 길은 거목들을 이리저리 에돌아 우중충한 수림의 어스름속으로 기여들고 연미숙은 그속으로 뛰여들었다. 몇걸음인가 옮겨가는데 바로 뒤쪽에서 인기척소리가 났다.

녀대원은 놀라서 돌아봤다.

거목들의 거뭇거뭇한 그루들사이로 참모장이 걸어나왔다. 무엇때문인지 밝지 못하고 크게 상심한듯 생기없고 컴컴한 얼굴이다. 눈빛도 꺼져보인다.

그는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아니, 무슨 일인데 그렇게 뒤쫓아오나?》

《고마워요.…》

연미숙은 진정에 넘친 목소리로 인사말을 했다.

《어- 그거야, 한명찬동무가 선사했겠는데 나한테까지…》

《전 다 알아요.》

《됐어, 돌아가라구.》

연미숙은 그가 몸이 불편하거나 기분이 울적한것 같아 그냥 돌아설수 없었다. 그래서 따라갔다.

그들은 말없이 가지런히 걸어갔다. 괴괴한 정적속에 가락맞게 울리는 발자욱소리…

《참모장동지…》

《음?…》

《어디 불편한가요?》

《아니…》

《그런데 안색이 좋지 못해요.》

《나두 목석이 아니니까. 기분이랄가… 정서랄가 그런게 있어서 그래. 허허…》

연미숙은 그 허구픈 웃음소리에 참모장이 측은해져 그의 마음을 위로해주고싶었다. 그러나 부끄러움이 앞서 다른 말이 나갔다.

《주력부대가 여기로 정말 올가요?》

《오지 않구, 오오. 오기 전에 우린 할일이 많아, 식량공작… 국내조직들을 살리구… 할일이 많아. …》

수림속으로 소리없이 흘러드는 석양녘의 부드러운 해빛이 두사람의 머리며 어깨, 잔등을 어루쓸었다.

《힘들지?》

《아니요. 이젠 신대원들한테두 정이 들어 여기 생활이 재미나요.》

《정이라- 그래. … 사람이란건 정이 없으면 못사는 존재지. …》

웬일인지 그가 다른 생각을 하며 대답하는것 같았다.

《참모장동지… 우린 이 전쟁에서 꼭 이기겠지요?》

《…》

《전 그때 가서 뭘했으면 좋을지.》

하지만 대답은 완전히 동문서답격이다. 《응? 어- 이기지 않구. 이기오, 이기오!》 하는 소리와는 달리 얼굴빛은 밝지 못했다.

림수산은 무거운 시름을 안은듯 한 어둑한 얼굴로 돌아보며 이젠 그만 돌아가라고 나직이 일렀다.

연미숙은 멎어서며 고개를 다소곳이 숙여보이고 잘 가라고, 조심해가라고 인사말을 했다.

림수산은 머리를 끄덕여보이고는 결패스러운 걸음으로 멀어져갔다.

연미숙은 그의 모습이 나무줄기들사이로 사라진 뒤에도 그냥 서있었다.

(왜 저럴가?… 무거운 시름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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