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1

 

심문은 련일 계속되였다.

가증스러운 예심관, 그 안경쟁이땅딸보는 지하에 묻어둔 비밀조직선을 파내보자고 미쳐날뛰였다. 심문과 고문, 고문과 심문이 거듭되는 가운데 수인은 몇번이나 피투성이되여 쓰러졌는지 모른다.

권영벽의 대답은 시종일관 똑같았다. 모른다. 지하에 그런 조직선은 없다. 나는 복선을 치지 않았다.

그날 깊은 밤중 심문실에 끌려나간 권영벽은 자기앞에 마주앉은 예심관뒤에 낯선 두 《신사》와 한 대좌가 서있는것을 발견하였다.

대좌는 중키에 칼칼하게 생긴 얼굴, 눈빛이 얼음쪼각처럼 차거운자였다.

세 《손님》은 그를 노려보며 침묵을 지킬뿐이고 예심관만 입을 열었다.

《권선생, 당신은 조선인민혁명군이라는 무장력의 실체가 아직도 세상에 존재하며 또다시 국내에 진격해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믿어 고집을 부리는것 같은데 어리석기 짝이 없소. 좀 생각해보라구. 당신은 우리한테 체포된 후 세상과 격페된 감방속에 얼마나 오래동안 앉아있었소. 그래서 계절이 어떻게 바뀌는지, 세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아무것도 모르고있소. 당신은 아직도 항일혁명의 승리, 조선독립이라는것에 희망을 걸고있기때문에 지금에 와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 잘난 지하조직선을 지켜내자고 필사적으로 항거하오. 허허허, 얼마나 암매하고 희극적인 행위인가?!》

권영벽은 눈길을 들어 그를 지켜보았다.

(너는 왜 아무런 의의도 없게 된것을 알아내자고 이토록 발광하는가?!)

예심관은 그의 얼굴을 빤히 여겨보다가 의미있게 고개를 끄떡였다.

《음…음… 당신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만해. 우리는 그 지하조직선의 위험성때문이 아니라 죄인들을 한놈도 빠짐없이 잡아내 제국의 법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징벌하기 위해서요.》

예심관뒤에 서있던 대좌가 옆에 놓인 걸상에 앉으며 담배를 피워물었다.

예심관은 정색해서 말했다.

《솔직히 말하오. 당신은 이제 곧 죽게 되오. 죽는단 말이요! 우리한테 알려졌고 당신자신이 인정한 죄만으로도 제국의 법정이 당신한테 사형을 언도하고도 남음이 있소. 사형이상의 형벌이 있다면 그것을 적용할것이요.》

권영벽은 얼굴빛이 어둑해졌다. 그도 일찌기 일본의 륙법전서를 읽어본적이 있었다. 그렇다. 놈들의 형법중 치안유지법 제77조에는 어떤 경우에나 내란죄를 범한 주모자들은 사형에 처하게 되여있다.

그는 예전에 민간설화나 책들에서 고대반란의 영웅, 빠리콤뮨이나 로씨야혁명의 지도적인물들이 호걸스러운 웃음을 웃으며 단두대에 올랐다는것을 읽고는 감동을 금치 못했다. 그들을 동경했었다. 아니, 자기도 그렇게 될수 있다고, 그렇게 한다고 자부했다.

장백현에서 체포되여 혜산으로 끌려나오면서도 자기의 담력과 영웅성을 과시할 때가 되였다고 생각하며 혁명가요까지 불렀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죽음이 눈앞에 닥쳐왔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얼어드는것을 어찌할수 없었다.

(내가 이런 약골이란 말인가. 내가 이런 겁쟁인가. 애초에 나는 혁명에 나설만한 남아가 아니지 않았는가?!)

권영벽은 예심관과 낯선 세 립회자가 자기를 얕보며 쾌재를 부르는것 같아 어금이를 부서지도록 악물고 놈들을 쏘아보았다.

《권선생, 당신이 내 말을 전혀 믿지 않기때문에… 당신이 믿고있는, 기대를 걸고있는 혁명군이 어떻게 패망했는가 귀에 못이 배기게 말했지만 믿지 않기때문에 만주에서 함흥에 출장온 대좌님을 초빙해왔소.》

그리고는 대좌를 흘깃 돌아봤다.

대좌는 아무런 응대도 없이 수인만 노려보았다.

권영벽은 고개를 외로 틀었다.

《이봐, 알고지내라구, 대좌는 3년째 공산군〈토벌〉에 참가해온 노조에장군휘하의 부대장이야. 우리 황군의 전격적인 소탕작전으로 공산군은 지리멸렬해졌어. 부대들은 완전히 소멸됐어!》

권영벽은 얼굴을 홱 돌려 놈을 쏘아봤다. 그의 눈에서 불꽃같은것이 튀였다.

《공산유격대주력이 무산지구로 모험적인 진격을 강행한 다음 다시 두만강을 건너가자 우리 황군은 미리 포진했던 포위환을 좁히며 일대 소탕전을 벌렸다. 김일성사령부와 그 주력은 이도백하부근 격전에서 대참패를 당했다. 구사일생으로 황군의 포위환을 빠져나간 패잔력량은 장산일대에서 완전소멸되였다. 그들의 패전은 어찌 생각하면 참 비참한것이였다. 탄약이 다 떨어진데다가 식량난으로 굶주릴대로 굶주린 그들은 적수공권으로 저항하다가 갈대처럼 다 쓰러지고말았다.

그 시체들속에서 대좌는 박덕산이와 오중흡의 시체도 발견했다. 참모장은… 림수산은 포로되게 되자 권총자살을 단행했다. 적이지만 그 정신만은 존경이 간단 말이야, 허허…》 그리고는 동의를 구하는듯 대좌를 흘깃 돌아보았다.

《권선생, 보시오. 당신은 2년 가까이 감금되여있었기때문에 세상일에 깜깜이요. 이젠 이렇게 된 판국에서 고집을 부려 무슨 소용인가.》 하고 예심관은 측은하게 그를 지켜보았다.

권영벽은 고개를 숙이고 잠자코있었다. 가슴이 허물어져내리는듯싶어서였다.

예심관은 말했다.

《대좌님은 여기로 출장오기 전날에 당신네 사령관이 살아남은 경위대원 몇을 데리고 훈춘쪽으로 해서 우쑤리강을 건너 쏘련으로 들어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권영벽은 그 말의 진의를 가늠하기에 앞서 피가 왈칵 곤두서올라 불꽃이 날리는듯한 눈으로 대좌를 쏘아봤는데 대좌는 어떻게 된 노릇인지 한손으로 이마를 싸쥔채 머리를 앞으로 숙이고 딸국질이라도 하는듯 끅끅거리며 몸을 떨었다.

그의 코등이며 손등까지 시뻘개졌다. 그는 분명히 속에서 치미는 폭소를 참느라고 모지름을 쓰는 사람같았다. 뒤에 서있는 두 젊은 《신사》가 벙글거리는듯 했다.

권영벽은 예심관을 돌아봤다.

땅딸보는 영문을 알수 없는지 안경을 벗었다끼였다하며 대좌를 여겨보다가 무엇을 느꼈는지 순간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모욕감에 벌떡 일어나 나가버렸다.

대좌는 의자등받이에 기대며 몸을 뒤로 젖힐사하더니 모두숨을 후- 내쉬고 소리를 내여 웃었다.

《핫…하…하…》

그리고는 정색한 얼굴로 수인앞을 왔다갔다 거닐며 말했다.

《…나는 관동군사령부 특무부 이께우찌대좌요. 권선생, 나는 〈토벌〉군의 장교가 아니요. …》

그는 더 말없이 뚜벅뚜벅 거닐기만 하였다.

재빛콩크리트바닥에 던져진 그의 꺼먼 그림자가 몽툭하게 짧아지는가 하면 그 무슨 괴물처럼 길게 늘어나며 벽에 꺾어져 비끼군 했다.

권영벽은 등골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뇌리에서 윙- 하는 굉음이 울리며 오한이 났다.

(관동군사령부라구? 특무부라구?… 관동군이 왜 내 사건에 개입되는가?…)

그는 이들이 자기앞에 나타나기 전에 저 멀리 만주땅 신경의 관동군사령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모르고있었다. 알수도 없었다.

한달전 관동군사령부는 화룡현과 안도현의 밀림속에서 종적을 감춘 김일성공산군이 병력배치밀도가 희박한 돈화지구에 불의에 나타나 맹렬한 기습공격전을 개시했다는 보고를 받고 경악하여 초긴장상태에 들어갔다.

매사에 신중하면서도 언동이 과격한 우메즈대장은 자기 참모부를 추궁하는데 그치지 않고 여태 그 존재가치조차 인정하지 않던 특무부에 직접 나타나 부의 전체 요원들앞에서 이께우찌대좌를 불러세우고 노성을 터뜨렸다. 봉쇄정책이 효과를 내여 빨찌산의 배, 위들에는 풀뿌리만 차있다, 그네들은 전투력은 물론 미구에 기동력도 완전히 상실할것이라고 참모부에, 나한테 보고한게 누구인가, 말해보라, 그런 군대가 무슨 기운이 있어 목단령산줄기를 단숨에 넘어 돈화지구에 돌입하여 맹렬한 기동으로 기습작전을 단행하고있는가, 배불리 먹지 않고 그렇게 하는가, 이것은 식량이 계속 빨찌산에 들어갔다는것을 의미한다, 너희들이 자랑하던 봉쇄정책은 완전실패다. 바보들…

특무부는 파직의 공포와 불안속에서 낮에 밤을 이어 론의한 끝에 공산유격대가 목단령산줄기를 넘어 돈화지구에 돌입한것은 식량보급을 받았다는것, 식량보급을 받았다는것은 광활한 지역에서 지하조직들이 살아움직인다는것을 재확인하고 단시일안에 그 조직들을 모조리 소탕해버릴 대책을 토의했다. 하여 이께우찌대좌는 한달동안 안도현과 연길현, 화룡현의 산간벽지 경찰서들과 농촌들을 싸다니며 지하조직들이 유격대와 내통한 단서를 잡으려고 했다. …

대좌가 의자에 도로 앉을 때 권영벽은 아득한 옛날로 생각되는 어느 새벽에 이상한 꿈을 꾸고나서 우려하고 예상했던 일이 닥쳐왔다는것을 느꼈다.

이께우찌는 맹금의 그것처럼 적의를 발산하는 갈색눈으로 그를 지켜보다가 랭기가 풍기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름을 대…》

《…》

《네가 권영벽인가?》

《…》

《나를 저 허풍선이 예심관처럼 알았다간 큰 오산이다. 우리 특무부는 네놈이 삼도만, 처창즈에 있으면서 광활한 농촌지역에 비밀결사를 조직지도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그 목적은 조선독립을 위해 10여년동안 황군과 전쟁을 하고있는 김일성빨찌산에 군량을 보급하는것이다. 질문에 거짓말로 대답하면 죽여버린다. 순응하여 정직하게 대답하면 관용을 베푼다. …》

권영벽은 눈을 지그시 내리감았다.

(이런 놈도 어머니 배속에서 나왔을가. …)

놈은 뒤쪽에 서있는 젊은 《신사》한테 머리를 돌렸다. 《신사》는 벽에 붙여놓은 탁자를 들어다가 《죄수》앞에 놓았다. 그리고는 서류가방에서 꺼낸 신문 옹근장만한 크기의 지도를 그우에 펼쳐놓았다.

지도에는 빨간 잉크로 그려진 크고작은 타원형표식들이 수많이 널려져있었는데 어떤것들은 외따로 떨어져있고 어떤것들은 두개, 세개씩 련결되여있고 어떤데서는 십여개씩 이어져 하나의 줄기를 이루고있었다.

대좌는 새끼손가락으로 그 타원형표식들을 꾹꾹 짚으며 여기, 여기, 여기… 생각나는가고 다우쳐 물으며 이것들은 다 네가 직접 꾸렸거나 너와 관계가 깊었던 비밀지하조직들이 활동하고있는 지역들이다, 주의깊이 들여다보라, 생각되는바도 많고 감회도 깊을것이다라고 했다.

권영벽은 몸을 앞으로 숙일사하고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낯익은 간도땅의 구수한 흙냄새가 물씬 풍겨오고 산촌의 황페한 마을들이며 사람들의 초췌한 모습들이 삼삼히 떠올랐다. 강을 표시한 푸른 곡선을 더듬어나가면 돌돌 흐르는 시내물소리까지 들려오는듯 했다.

《내가 지명을 부르면… 너는 거기 책임자이름을 대라, 즉시즉각… 명월구?…》

《…》

《량강구?…》

《…》

《어랑촌?…》

《…》

《야, 왜 대답을 안하는가? 다시! 명월구?…》

《…》

《어랑촌?…》

《…》

《대답하라! 우리는 체포한자들의 진술과 현지조사를 통해 그 지역과 책임자들의 이름을 다 알고있다. 단지 네가 솔직한가 아닌가를 검토하자고 묻는거다. 좋다. 다시한번 지도를 들여다보며 생각해두었다가 제꺽제꺽 대답하라!》

권영벽은 지도를 보았다.

타원형표식은 지하조직이 있는 고장보다 없었던 고장에 더 많이 그려져있는것 같았다. 어랑촌은 유격근거지가 있었다가 해산된 고장이고 밀정이 많이 배겨있어 거기에 지하조직을 두지 않았다.

명월구는 한때 화요파와 엠엘파들의 중심지였고 경찰무력이 집중되여있어 지하조직을 꾸릴 생각도 안했다.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지도를 만들어가지고 왔는가? 위세를 보이자는것인가 아니면…)

《다시!》

대좌는 수백수천의 군대를 향해 구령이라도 치듯이 목청을 돋구었다.

《명월구?…》

《…》

《량강구?…》

《…》

관동군의 이 대좌는 륙군에서 제식동작교련의 끝없는 반복으로 맹목적인 순응과 복종을 체질화시키는것과 같은 순 프로씨아식방법을 사상범의 취조에 도입해보려고 악을 쓰는 놈 같았다.

권영벽은 이것이 취조의 초입이고 그 준비작업일것이라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다.

《나는 삼도만과 처창즈에 있었지만 비밀사업에는 관여하지 못했소. 삼도만에서는 인민혁명정부회장이였구 처창즈근거지에 돌아가서는… 거기서는 인차 유격대에 입대하여 교하원정에 참가해서 모르오. 비밀지하조직의 조직과 지도는 사령부가 직접 했소. 나는 아무것도 모르오.》

《일어섯-》

대좌는 목에 피대가 서고 눈확이 불거져나오도록 소리쳤다. 두 《신사》가 달려나와 《죄수》를 일으켜세우고 물러갔다.

놈은 군도를 빼들고 공기를 내리찍으며 방안이 떠나가도록 미친듯이 부르짖었다.

《명월구에는?-》

《…》

《량강구-에ㅡ는-?》

《…》

군도날이 눈앞을 휙휙 날아지나갈 때마다 시퍼런 번개불이 얼굴을 후려치는듯 했다. 방안이 돌아가고 방바닥이 파도치는듯 했다.

대좌는 그런 광란을 한시간이상이나 거듭하고는 지쳐버려 중지하였다.

권영벽은 식은땀을 좔좔 흘리며 몸을 좌우로 기우뚱거리다가 방바닥에 쓰러지고말았다.

몇분후 권영벽은 다시 눈을 떴다. 놈들은 그를 량쪽에서 부축하여 복도로 나가 고문장쪽으로 끌고갔다.

촉수낮은 전등이 켜진 복도의 저 앞쪽으로부터 단말마적인 비명소리며 위협적인 함성들이 울려왔다.

《아이쿠- 아- 악-》

《입을 열어- 열라- 열겠는가-》

그 소리에 마치도 조건반사가 일어난듯 권영벽은 온몸의 근육이 부르르 떨림을 느꼈다. 허리며 팔다리가 지끈지끈 쑤시고 살이 갈기갈기 찢기는듯… 목안에 불이 일고 피비린내, 살이 타는 냄새에 숨이 막히고 후려치는 쇠사슬채찍이며 시뻘겋게 단 쇠꼬챙이들의 환영이 눈앞에 란무하였다.

그는 두 《신사》를 밀어버리고 어금이를 부서지도록 사려물고 억척스럽게 발걸음을 옮겨나갔다. 한걸음 또 한걸음…

그러다가 앞에서 오는 담가와 어기에 되였다. 담가에는 머리칼이며 옷이 물에 화락하니 젖은 시신이 누워있었다.

젊은이였다.

권영벽은 시신의 얼굴을 내리덮은 머리칼짬으로 크게 뜬채 굳어진 눈을 분명히 보았다.

그는 눈을 감았다.

뒤에 선 대좌와 담가의 앞채를 든자가 주고받는 말소리. …

《고문하다가 이렇게 됐어?》

《옛… 과실치사라고 할지…》

《음…》

《짜식이… 첨 잡아왔을 땐 황소같았는데 8호밥을 두석달 먹더니 아주 약골이 됐는지 매달구 몇대 갈기지 않았는데, 흐흐흐… 딸국질을 하더니 아주 늘어졌지요. 8호밥이 명약이라니까요, 8호밥이… 히히히…》

8호밥은 예심중에 있는 미결수들에게 주는 콩밥인데 언도를 받고 징역살이를 하는 죄수들에게 주는 4호밥의 절반량이였다.

권영벽은 무섭게 몸부림치며 량쪽에서 자기 팔을 또 붙잡는 형리들을 뿌리쳐버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쳐들고 고문장쪽으로 걸어갔다.

(…장군님… 아, 장군님. …)

앞쪽, 고문장쪽에서 형리들의 야성과 가슴을 찢어발기는듯한 비명소리가 메아리쳐왔다.

《입을 열라- 열랏-》

《아이쿠- 악-》

(장군님, 이 권영벽이는 오늘밤 형틀에서 죽을수 있습니다. 목숨으로 비밀지하조직들을 지키겠습니다… 지키겠습니다. 장군님, 당신을 생각하며… 갑니다. …)

고문장문이 시큼한 냄새를 풍기며 무겁게 열렸다.

두어시간이 지나 얼굴이 몰라보게 부어오르고 온몸이 만신창이 된 권영벽을 눕힌 담가가 고문장문을 나섰다.

형리들은 그를 천정밑에 꺼꾸로 매달고 가죽채찍으로 후려치고 코구멍에 고추가루물을 부어넣고… 온갖 악형을 다했으나 그의 대답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나는 모른다!》는 한가지뿐이였다. …

새벽녘에 혼수상태에서 깨여나 눈을 뜬 그는 몇번 숨을 쉬여보고 자기가 살아있다는것을 확인하고는 싱긋이 웃었다.

(여보게 혁명군, 장하이…)

그때 문득 고문장에서 대좌가 뇌까린 소리가 떠올랐다. 놈은 네가 우리 요구에 순응하지 않으니 별수가 없다, 너를 연길이나 길림감옥에 이감시켜놓고 특무부가 전문으로 맡아 취조하겠다고 했던것이다.

(저놈들이 이제 나를 끌고 간도의 산간마을로 돌아치자는것인가?…)

권영벽은 가슴을 쥐여뜯으며 몸부림쳤다.

자그마한 장방형의 환기창으로 희붐한 새벽빛이 흘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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