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2

 

다음날 오후 3시경이였다.

원정대의 후위에 적정이 나타났다. 식량공작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한 소부대의 발자취를 따라 황급히 달려온 놈들이였다. 안도의 소지구《토벌대》놈들이 분명하였다. 한개 중대력량도 못되는 놈들이였다.

원정대의 주력은 사령부의 의도에 따라 뒤에 나타난 적정에 개의치 않고 행군속도를 그냥 높였으며 7련대 4중대만 뒤떨어져 놈들이 주력부대에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견지해오다가 버덩의 새밭을 지나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그 기미를 전혀 느끼지 못한 《토벌대》가 은페지라고는 별로 없는 새밭에 들어서자 4중대는 불의에 몰사격을 퍼부어 적병들의 과반수를 쓸어눕히고 비호같이 달려나가 살아남은 놈들을 찔러넘겼다. 몇놈만이 단말마적인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쳤다.

일은 그것으로 끝난듯싶었는데 결코 그렇게는 되지 않았다.

한시간반쯤 지나 뒤로는 새로운 《토벌대》가 달려오고 앞에는 험한 준령이 막아섰다.

원정대의 썩 앞에서 전진하던 척후대는 우중충한 수림의 뒤엉킨 나무가지들사이로 은회색으로 번쩍이는 령마루의 거치른 파도며 그밑으로 후미져내린 깊고 얕은 골짜기들, 단애처럼 층층으로 깎아져내린듯한 산비탈의 절벽들을 내다보다가 대자연의 험상에 위압된듯 저도 모르게 걸음이 떠졌다.

그것은 안도와 돈화땅의 경계를 이루며 뻗어내린 목단령산줄기였다.

목단령… 아, 목단령, 의병들과 독립지사들의 피눈물에 거멓게 쩌든 령길이여… 사령관동지께서는 허리에 두주먹을 올리고 감회깊이 그 령길을 쳐다보시다가 령밑에 이른 행군종대에 휴식을 선포하시였다.

험악한 자연장애의 돌파를 앞두고 숨도 돌릴겸 산악극복의 준비를 빈틈없이 갖추며 신들메를 든든히 조이기 위해서였다. 쉴참에 그이께서는 행군서렬의 순위도 새롭게 하여 여태 후위에서 고생한 7련대를 앞으로 내오고 그 자리에 8련대를 세우도록 하시였다.

이윽하여 골짜기의 굽이굽이를 따라 길게 늘어선 행군종대가 경사가 급한 자드락길을 톺아오르기 시작하였다. 얼마 올라가지 못하여 벌써 대원들의 숨결이 가빠지고 이마며 볼에 땀발이 번들거렸다.

숫눈이 허리를 치게 쌓인데가 있는가 하면 얼음버캐가 깔린데도 있었다. 대원들은 쩍하면 미끄러져 무릎을 바위돌에 짓쪼으며 엎어지기도 하고 허궁 나자빠져 밑으로 굴러내렸다. 그러면 뒤따르던 대원들이 달려들어 잡아끌고 안아일으켰다.

앞에서는 팔목을 잡아끌어올리고 뒤에서는 허리며 엉치를 떠밀어주어 행군종대는 크게 토막나지 않았다.

저 웃쪽에서는 척후대가 생눈길을 헤치며 기운차게 령길을 톺아오르고 그뒤를 오백룡이 이끄는 경위중대가 따르고있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경위중대의 앞쪽에 서계시였다. 그이께서는 기관총소대의 사수 한익선의 경기관총을 메고 몸을 앞으로 숙일사하고 한걸음 또 한걸음 옮겨가시다가는 허리를 펴고 뒤쪽을 돌아보시는가 하면 때로는 7련대쪽으로 도로 내려가서 힘겨워하는 대원들의 팔도 잡아끌고 배낭도 떠밀어주면서 그들을 고무격려하시였다.

하여 우불구불 길게 늘어선 행군종대는 험로의 난관속에서도 흩어짐이 없이 대원과 대원들이 쇠고리로 튼튼히 이어진듯 일매진 간격을 유지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의지의 힘에 이끌려 령을 톺아오르고있었다.

행군종대의 후미가 령중턱에까지 치달아올랐을 때 별안간 어디서 쏜것인지 알수 없는 총알들이 비명을 지르며 날아와 여기저기 박히며 눈가루를 날렸다. 골안에 메아리쳐 우뢰소리처럼 하늘땅을 뒤흔드는 총성에 귀가 멍멍해졌다. 정신이 얼떠름했다.

《엎드렷-》

《엎드렷-》

행군종대는 순식간에 좌우로 흩어져 눈속에 엎드렸다. 총탄에 잘리운 나무가지들이 대원들의 머리에 날아떨어졌다.

오중흡이도 눈속에 구겨박혔다가 머리를 번쩍 쳐들고 두리번거렸다.

뒤쪽에서 날아오는 총탄들이 틀림없다.

아득히 굽어보이는 저 아래쪽 눈에 덮여 하얀 새밭에서 난쟁이같은 그림자들이 산병선을 이루어 달려오는것이 보였다. 그 산병선뒤 거뭇한 바위옆에서 두정의 기관총이 불을 뿜는것도 보였다.

(저놈들이?! 에-익!)

4중대가 소멸한 《토벌대》에 증강되여온 놈들이 분명하다.

(8련대가 왜 저놈들을… 뭘하는가?!)

웃쪽에서 커다란 눈덩어리같은것이 굴러내려왔다. 눈투성이가 된 사령부전령병이다.

오중흡은 그한테로 달려갔다.

《별일이 없소? 사령부에선…》

《경위중대에서 희생자들이 났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8련대가 저놈들을 소멸할 때까지 7련대는… 여기 그냥 은페해있으라고 명령하시였습니다!》

그리고는 위장포를 날리며 아래쪽으로 뛰여내려갔다.

그때였다.

탄알들이 쇠바람을 일으키며 웃쪽으로부터 비발쳐내려왔다.

오중흡은 몸을 날려 나무그루뒤에 엎드렸다.

밑으로부터 올리쏘고 우로부터 내리쏘는 교차사격의 굉음에 산령이 허물어져내릴듯이 와르릉거렸다. 원정대가 아래우로부터 협공을 받게 된것이다.

오중흡은 눈속에 엎드린 대원들을 둘러보며 목이 터지도록 소리쳤다.

《엎드렷- 엎드렷- 움직이지 말라-》

그는 눈속에 머리를 구겨박고 단숨을 몰아쉬였다.

(령마루에서 내리쏘는건 어떤 놈들인가? 《토벌대》인가, 관동군인가? 우리가… 원정대가 포위됐단 말인가? 이 령에서… 아!…)

눈앞이 캄캄해졌다.

가슴속에서 분격이 욱 치밀었다.

그는 어떻게 뛰여일어났으며 어떻게 비발치는 탄우속으로 뛰여올라갔는지 몰랐다. 눈앞에서 시퍼런 번개불같은것이 언뜻거릴뿐…

커다란 짐배를 엎어놓은듯 한 바위밑에 서계시는 사령관동지…

그이께서 주먹을 내흔들며 오백룡중대장에게 소리치신다.

우뢰치는듯 한 총성의 메이리때문에 그이의 음성이 잘 들리지 않는다.

《…저 우측릉선 수림속으로 우회하라, 령마루의 적을 소멸하라! 빨릿-》

오중흡은 그이의 앞에 나섰다. 적탄들이 비명을 지르며 머리우로 날아지나갔다.

《제가… 제가 가겠습니다. 경위중대는 사령부를 지켜야 합니다!》

오백룡은 얼굴빛이 거멓게 질려 돌아서지 못한다.

《여기는 괜찮아. 오백룡이, 빨릿-》

그러시고는 오중흡을 홱 돌아보신다.

《7련대장, 동무는 좌측으로 우회하라! 좌측으로 은밀히! 저 령마루 좌측 돌출고지를 점령하고 놈들을 불의에 기습할것!》

《옛!》

오중흡은 그 한마디뿐이였다. 피를 내뿜는듯 한 그 한마디 소리만 남기고 련대로 뛰여내려가 박주호네 소대를 이끌고 좌측릉선쪽으로 달려갔다.

그들이 릉선에 올랐다가 적의 사격이 덜 미치는 다음번 골짜기로 바람처럼 달려내려가는데 귀결에 우우-우- 하는 소름끼치는 굉음이 들렸다. 땅바닥이 지진처럼 전률하는듯싶었다.

오중흡은 무서운 예감이 가슴을 후려치는 바람에 뚝 멎어섰다. 그 굉음이 울려오는 웃쪽을 쳐다보았다.

령마루우의 한발쯤되는 상공에서 이릉거리는 시뻘건 해, 그 화염같은 광원을 배경으로 날아오르는 은빛안개의 회오리, 회오리… 그밑에서 사품치며 밀려오는 눈가루들의 안개, 우우-욱… 우-우-욱… 맹수처럼 울부짖으며 밀려내리는 산악같은 눈더미들… 작년 겨울 남패자를 떠난 다음 겪었던 일이 뇌리에 번개쳤다.

령마루의 양지쪽 급경사면에 키를 넘게 쌓인 눈판이 우뢰치는 총성과 공기의 떨림으로 여기저기에 미세한 균렬이 생기다가 마침내 아래로 쏠리는 어마어마한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일시에 허물어져내리는 그 무서운 현상이다.

기겁한 대원들의 부르짖음소리…

《악- 저게 뭐야?-》

《사태다- 야아- 눈사태다!-》

오중흡은 대원들을 돌아보며 정신없이 소리쳤다.

《야- 나무들을 붙잡아-라- 다- 날아난다- 꽉-꽉- 붙잡아-라- 나무로 기여올라-가-라-》

벌써 휩쓸어내리는 광풍속에 든 대원들은 쓰러질듯이 비청거리며 나무그루들을 붙안는다. 안깐힘을 쓰며 나무로 기여오르려 하는데 눈사태의 급류가 해일처럼 덮쳐들어 모든것을 삼켜버린다.

하늘땅을 뒤흔들며 사람의 얼을 흩날려버리는 굉음과 함께 어마어마한 폭포처럼 쏟아져내리는 눈사태, 폭풍처럼 몰아치는 눈보라의 자욱한 안개, 눈가루와 눈더미들의 급류… 대자연의 그 광란속에 부러질듯이 휘청거리는 나무들… 나무그루를 붙안은채 눈사태속에 아주 묻혀버린 대원들, 날파람있게 나무로 기여오른 대원들… 나무가지들에 매달린 대원들은 아래도리가 그 눈가루의 급류속에 감겨 강물의 세찬 흐름속에 거꾸로 드리운 나무가지들처럼 춤을 추었다.

그 흐름을 피하여 아름드리나무를 뒤면에 붙어 꽉 안고있는 오중흡은 귀가 멍멍해져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으며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저 희붐한 안개의 소용돌이속에 든듯싶었다. 그는 눈가루의 산악같은 파도가 거목을 덮치며 얼굴을 후려칠 때마다 헉 헉 느끼고 저도 모르게 《아-악-》 하고 비명같은 함성을 내질렀다.

그러다가도 이 대자연의 광란에 대원들이 다 휘뿌려져 날아나지 않았는가싶어 그들의 이름을 정신없이 불렀다.

《…창남아- 주호- 주호- 우석아-》

…눈사태의 흐름이 뜨음해졌을 때 그는 눈가루의 희뿌연 안개속에서 산비탈로 뛰여다니며 목이 터지도록 대원들을 불렀다. 그러나 대답하는 소리 한마디 없고 사람들의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눈사태가 모든것을 쓸어버리며 지나간 허연 산비탈에는 눈가루의 안개와 함께 괴괴한 정적이 흐를뿐이고 귀안에서만 잉-윙- 하는 굉음이 울렸다.

오중흡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령마루의 적들이 원정대를 향해 내리퍼붓는 총소리들이 하늘땅에 우뢰치고 척후대의 대원들이 쓰러지고 시뻘건 선혈이 흰눈에 뿌려지는 환각이 눈앞에 언뜻거렸다.

(아, 목단령! 여기서 원정이 좌절되는가!)

그는 이 원정의 실패가 한 군사작전의 실패에 그치지 않는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사령부에 대한 대원들의 신뢰심이 흔들리고 사령관동지의 영상에 그늘이 갈수 있었다.

그것이 제일 무섭고 가슴아팠다. 죽는 한이 있어도 원정을 성공시켜야 했다. 그가 대원들을 찾아 정신없이 돌아치는데 댓걸음앞에 눈무지같은것이 언뜻 보였다. 그리로 몸을 날렸다.

눈무지를 황황히 파헤쳐보니 사람인데 칡넝쿨같은것을 붙잡고 늘어져있었다. 넝쿨을 붙잡은 주먹을 풀자고 하니 너무나도 꽉 붙잡은채 굳어져 손가락들이 펴지지 않았다. 눈가루로 비비고 입김으로 녹이고 손바닥으로 때리며 그 주먹을 가까스로 풀어안아 일으켜보니 박주호였다. 숨도 있고 몸에 온기도 있는데 의식을 잃고있었다. 눈사태에 어리친것이였다.

오중흡은 그의 머리며 목, 귀안에서 눈을 털어내고 두손으로 가슴이며 팔다리를 마구 치고 주물러대다가 불이 일도록 볼을 비벼주었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니 사정없이 후려치며 피타는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주호- 주호동무- 정신을 차려- 이러면 어떻게 해- 야- 야-》

박주호는 한번 눈을 반쯤 떴다가 다시 고개를 맥없이 떨어뜨렸다.

오중흡은 머리에 번개치는 생각이 있어 술통을 꺼내 그 마개를 뽑았다. 한팔로 그의 머리를 싸안아 뒤로 젖히고는 비상용으로 간수했던 술을 입안에 약간씩 부어넣었다. 주호는 맛이라도 보는듯 입을 쩝쩝 다시더니 꿀꺽꿀꺽 넘기였다. 그리고는 더 달라고 입을 벌름거리다가 눈을 뜨며 한숨을 후- 내쉬였다. 뒤에서 키득거리는 소리… 오중흡은 성이 벌컥 나서 홱 돌아보았다. 여러 대원들이 둘러서서 긴장된 눈빛으로 주호를 지켜볼뿐이였다. 누가 태평스럽게 웃었는지 알수 없었다.

그들은 눈사태에 묻혔다가 서로 끌어올려 일어났거나 날쌔게 나무로 기여올랐다가 뛰여내린 동무들이였다. 그들속에서 정인수라는 소대장이 나서며 주눅이 든 얼굴로 대원 셋이 없어지고 나머지는 무사하다고 보고했다.

《뭐요?-》

《사태에 말려 골짜기로 날아떨어진것 같습니다.》

《엉?!…》

《제때에 나무를 붙잡지 못해서… 이거야 참…》

《찾아내오! 시체라도… 대원 몇을 데리고가서… 당장, 당장 찾아내오!》

몇분후 오중흡이 이끄는 기습조는 릉선 왼쪽경사면을 따라 령마루를 향해 치달아오르고있었다.

그들은 경사가 급한데서는 앞에서 잡아끌고 뒤에서 떠밀어주며 간신히 기여올랐다. 얼음버캐가 깔린데서는 도끼로 얼음을 까고 디딤턱을 만들어 그것을 밟고 조심조심 톺아올랐다. 그들의 머리우로는 적탄 한알 날아오지 않았다. 령마루의 적은 아직 그들을 발견하지 못한것이 분명하였다. 그 사실이 대원들의 가슴을 더 두근거리게 하고 걸음을 더 빨리 다그치게 했다.

그들은 질풍처럼 달려올라갔다. 그들의 어깨며 잔등을 덮은 백포자락들이 몰아치는 눈보라의 갈기처럼 날리였다.

오중흡이 기습조를 이끌고 눈사태의 광란에 부러지고 휘여지고 쓰러진 나무들속을 누벼나가는데 눈투성이가 된 웬 사람이 난데없이 불쑥 나타나서 앞을 막아섰다.

림수산참모장이였다.

후에 안 일이지만 그는 척후대가 령마루의 적과 조우하자 그 엄중한 사태를 사령관동지께 직접 보고하려고 적화력이 덜 미치는 이 릉선으로 빠져나왔는데 그만 눈사태에 휘말려들어 굴러내리다가 어디엔가 걸렸던것이다.

그의 얼굴은 험악하게 이그러지고 눈에는 그 무슨 원망의 빛이 번뜩이였다.

참모장과 련대장은 서로 경악한 눈빛으로 뚫어지게 지켜보았다. 인차 날카로운 말들이 오갔다.

《어디루?…》

《령마루의 적을 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돌아서오!》

《예?》

《정신들이 있는가? 령마루엔 관동군 한개 련대가 포진해있소. 그뒤엔 행군종대가 누렇게 밀려오오. 우리 척후대는 첫 조우전에서…》

《뭐라구요?》

《이 협곡에서 빠져나가 총퇴각을 해야 하오. 력량을 보존하자면… 원정을 중지하고…》

《예?》

오중흡은 가슴이 화들화들 떨렸다.

《떠나지 말아야 하는건데… 난 벌써 밀영자리까지 봐뒀댔소.》

오중흡은 눈앞에 마른번개같은것이 펑끗거렸다. 피가 곤두서고 머리가 터져나가는듯싶었다.

《돌아서오!》

《뭐? 나는 사령관동지 명령밖에 모르오! 령마루 적을 치라! 길을 열라! 명령했소.》

《여보, 생때같은 대원들을 다 죽이겠는가? 정신이 있소? 엉?》

오중흡은 가슴복판에 비수라도 박힌듯 온몸에 전률이 일었다. 헉- 하고 느끼며 우들우들 떨었다.

《령마루에 적 한개 련대가 있어. 한개 련대가 불을 뿜어. 대원들을 다- 다- 죽이겠는가?-》

《우리는 죽기를 각오했소!》

《대원들이 불쌍하지 않는가? 책임질줄 아오, 혁명앞에…》

《엑-》오중흡은 주먹으로 제 가슴을 들이치고는 그의 옆을 바람처럼 지나 앞으로 내달렸다.

 

×

 

참모장은 그와 반대방향 아래쪽으로 정신없이 뛰여내려갔다.

얼마후 그는 숨이 턱에 닿아 황소같은 바위밑에 이르러 사령관동지께 자기의 정황판단이며 속생각, 오중흡의 불복에 대하여 다 내뿜었다.

사령관동지께서 심각한 안색으로 그를 돌아보시였다.

《동무 눈으로 확인해 봤소? 놈들 대가리를 하나하나 세봤는가 말이요!》

《예? 전… 전… 화력으로 봐서 확신합니다.》

《화력이 어쨌단 말이요? 저놈들이 관동군 련대력량이면 어째서 박격포를 쏘지 않소? 박격포가 있을텐데…》

《그거야 이제… 이제…》

《여보, 저 총소리들을 들어보오. 중기소리도 없소. 경기가 한두정… 보총들은 99식, 38식, 〈체스코〉제, 오가잡탕이요. 〈위만군〉이요. 한개 중대도 못되는 놈들이요.》

《사령관동지, 놈들이 화력을 감추고있을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어나 돌격하면 일시에 뿜자구…》

《그럴수도 있소.》

《사령관동지, 력량을… 력량을 보존해야 합니다! 력량을!…》

총소리들이 메아리쳐 온 골안이 허물어져내릴듯이 와르릉와르릉… 울고 탄알들이 쇠바람을 일으키며 머리우로 스쳐지나가는가 하면 《황소바위》에 부딪쳐 돌가루를 뽀얗게 날렸다.

사령관동지께서는 허리에 두주먹을 올리고 불이 황황 이는듯 한 눈으로 골짜기의 우와 아래, 량편의 산릉선을 둘러보시였다.

그이께서는 력량을 보존해야 한다는 림수산의 말이 진정이라는것을 의심치 않으시였다. 그러나 그 어디에 적당한 밀영자리를 봐두었다거나 류동작전을 철회하였으면 하던 소리들로 미루어보아 력량을 보존하자는것이 총퇴각, 나아가서 돈화원정을 포기하자는 소리처럼 들리시였다.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가 아닌가를 따질 경황이 없었다. 명백한것은 령마루에서 몰사격을 퍼붓는 조건에서 적진에 등을 돌려대고 총퇴각을 하면 원정대가 전멸당한다는것이였다.

출로는 오직 하나, 령마루의 적을 소탕하고 뚫고나가는것이였다. 하여 이 위급한 순간 사령관동지의 마음은 온통 오중흡련대장에게만 가있었다. 기습에 성공할것인가, 못할것인가?

어떤 위급한 과업, 생명을 바쳐야 하는 과업을 주어도 언제나 《알았습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달려나가는 전사, 문득 그가 측은해지시였다. 언제나 그를 아껴야 하겠다고 생각해오면서도 막상 생사존망의 위급한 정황만 생기면 어쩔수없이 그를 또 내보내게 되는 자신이 한스러우시였다. 가슴이 저려드시였다.

그이께서는 이번만 하고 다음부터는 절대 그를 사지에 내보내지 않고 아끼리라 속다짐하시였다.

그때 령마루를 향해 치달아오르는 오중흡의 기습조앞에 시꺼먼 벼랑이 치솟아올랐다. 대여섯길이나 되는것이였다.

오중흡은 아연해져 대원들을 그 밑에 매복시켰다. 그리고는 황황히 벼랑밑을 따라 왔다갔다하며 오를수 있는데를 찾았다. 벼랑밑 골바닥으로부터 릉선우까지를 성벽처럼 둘러쳤는데 릉선에 이르러 키를 낮추었다. 릉선우로 올라가 벼랑을 극복하자면 적들에게 발견될 위험이 있었고 골바닥으로 우회하자면 시간이 너무 걸릴수 있었다. 한초가 새로운 때에 그렇게 할수 없었다.

그는 바작바작 타드는 가슴을 안고 오락가락하며 벼랑우를 쳐다보았다. 오르기 맞춤한데를 찾아헤매였다. 벼랑면의 균렬이 간 틈새기들에서 잡초며 애어린 나무가 자라난데도 있고 한곳에서는 칡넌출들이 두어길우에까지 내리드리워있었다.

오중흡에게는 그 칡넌출들이 자연이 내리뻗친 손길처럼 안겨왔다.

힘장사 박주호가 갑삭해보이는 한 대원을 목마를 태우고 우로 올리밀어주었다. 그 대원은 주호의 어깨며 머리를 밟고 칡넌출을 붙잡은 다음 벼랑으로 기여오르는데 성공하였다.

박주호는 그다음, 그 다음 대원들을 련이어 목마를 태워 우로 올리밀었다. 한껏 기운을 쓰는 그의 얼굴은 대뜸 벌개지고 이마며 목에는 바줄같은 피줄이 살아오르고 땀물이 철철 흘러내렸다.

대원들을 다 올려보내고 마감으로 바위턱에 올라선 오중흡은 한손으로 칡넌출을 거머쥐고 다른 손으로는 장총을 밑으로 내리드리워주었다.

박주호는 그 총탁판을 두손으로 움켜잡고 발바닥으로 벼랑을 차며 우로 올랐다.

칡넌출들에는 매번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세명씩 매달려 기여올라갔는데 오중흡이와 박주호가 마감으로 매달렸을 때에는 넌출이 활시위처럼 팽팽해지며 부르르 떨 때마다 찍…찍… 소리가 났지만 다행히 끊어지지 않았다. .

오중흡의 기습조가 적들이 포진한 령마루의 좌측 돌출고지에 은밀히 기여오른것은 얼마후였다.

그들은 잡관목과 바위투성이의 산꼭대기에 백포를 뒤집어쓰고 죽은듯이 엎드려있었다. 적병들이 눈우에 엎드려 아래골짜기의 아군을 향해 총을 쏘아대고있는 령마루가 지척에 굽어보였다.

놈들은 남쪽골짜기와 우측릉선을 향하여 미친듯이 몰사격을 퍼붓고있었다. 우측 릉선으로 치달아오르던 오백룡이네 기습조가 발견된것이 틀림없었다.

적은 통털어 2개 소대가량의 력량이였다.

바위며 나무등걸옆에 혹은 눈속에 엎드려 정신없이 쏘아대는 적병들, 군도를 머리우에 쳐들고 흔들어대며 무엇이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장교놈, 허리를 구부정하고 공연히 이쪽저쪽으로 뛰여가 엎드려 불을 뿜는 놈들… 적병들의 머리우에 파르스름하게 날아오르는 초연… 적의 산병선뒤쪽에서 두개의 우등불이 시름없이 타오르고있었다.

한 우등불곁에는 야전용늄가마와 군대밥통, 수통따위들이 딩굴고있었다. 그것들은 행군의 쉴참에 몸을 녹이며 무엇인가 끓여먹으려다가 봉변을 당한 놈들이라는것을 보여주었다. 안도현과 돈화현의 현계를 순찰하던 소지구《토벌대》놈들이 틀림없었다. 쌍안경을 내린 순간 눈앞에 참모장의 얼굴이 언뜻거렸다.

(한개 련대력량이라구? 관동군이라구? 그 관동군이 어떻게 되는가 보라!)

오중흡은 터져오르는 분격을 지그시 누르며 싸창으로 군도를 번쩍이는 장교놈을 겨냥했다가 방아쇠를 당겼다.

장교는 군도를 떨구며 비틀거리다가 모재비로 쓰러졌다.

《앞-으-로-》

기습조는 무서운 함성과 함께 질풍처럼 달려내려가며 달려드는 적병들을 찔러넘기고 때려엎었다.

령마루에서의 육박격투는 20분도 못되여 끝났다.

모두 단숨을 몰아쉬며 피발이 선 눈으로 살아남은 놈이 없나 두리번거리는데 죽은척 하고 엎으려있던 놈이 후닥닥 뛰여일어나 도망치려 했다.

박주호가 놈을 닁큼 머리우로 들어올려 휘둘러대다가 너럭바위에 힘껏 내동댕이쳤다.

오중흡은 가슴에서 터져오르는 승리의 희열을 누를길 없어 두두룩한 바위우로 날아올라 하늘을 향해 싸창을 쏘아대며 목이 터지도록 웨쳤다.

《동무들- 올라-오-라- 앞으-로-》

그날 원정대의 대원들이 환성을 터뜨리며 우로 달려올라가고있을 때 사령관동지께서는 허리에 두주먹을 올리고 환한 안색으로 령마루쪽을 쳐다보고계시였다.

저녁노을이 피빛으로 타오르는 하늘을 등지고 우뚝 솟아올라 싸창을 높이 쳐든 그림자… 그의 웨침소리가 골안에 메아리쳤다.

《…앞으로-》

《…앞으-로-》

사령관동지께서는 그가 누구인가를 인차 알아보고 밝게 웃으시였다.

그러나 대여섯걸음뒤에 서있는 림수산참모장은 얼굴빛이 거멓게 질려 웃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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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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