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6

 

19명으로 조직된 동복운반조가 재봉대밀영을 향해 떠나갔다.

사령관동지의 특명을 받고 어제 재봉대에 도착하신 김정숙동지께서 이미 만들어놓은 솜동복들에 대한 품질검사를 진행하고 미흡한 점들을 퇴치하도록 하신 다음 먼저 재봉대원들에게 지워가지고 사령부로 떠나시였던것이다.

참모장은 녀동무들이 그 동복짐들을 이고지고 70리가 넘는 길을 오게까지 해서야 되겠느냐, 어서 마중가서 그 짐들을 받아오라고, 동무들이 빨리 가는것만큼 그들의 수고를 덜어준다고 강조하였다.

그들은 거의 뛰다싶이 하며 걸음을 다그치고 또 다그쳤다.

박주호도 그들속에 끼여있었다. 그는 원정바람에 가슴이 한껏 부풀어있었다.

그날 운반조는 40리쯤 가서 울창한 수림속에서 동복퉁구리들을 이고오는 재봉대원들과 만났다.

남대원들은 환성을 터뜨리며 달려나가 녀대원들한테서 동복퉁구리들을 넘겨받았다.

선참으로 달려나간 박주호는 김정숙동지의 짐을 넘겨받아 등에 닁큼 진 다음 들썩들썩 두세번 추슬러보고는 벙글거리며 걸음을 떼였다.

《허 이거 정숙동무, 미안하오. 생소한 길이다나니 늦어졌소.》

김정숙동지께서는 또아리를 틀었던 수건을 툭툭 털어 이마의 땀을 씻으며 미소어린 눈매로 그를 흘겨보시였다.

《눈이 까매 기다렸는데…좀 훨훨 날아올것이지…》

《그러게 말이요. 허허… 정말 미안하오.》

《마음이 정 그렇다면 나한테만 이러지 말고 제일 수고한 이 재봉대처녀들한테 귀를 잡고 절을 하든지 어떻게 하세요.》

《옳소, 옳아. 내 그러지!》 하고 박주호는 헤덤비며 재봉대원들한테로 돌아섰다.

그는 손으로 두귀를 잡고 허리를 굽석굽석 꺾으며 절을 하고 재봉대원들은 손벽까지 치며 웃어대다가 꿇어앉아 진짜 큰절을 하려는 그한테로 달려들어 손이며 팔을 잡아 일으켜세웠다.

이윽고 김정숙동지께서는 사령부까지 따라가겠다는 재봉대원들을 가까스로 달래여 돌려보내고는 박주호네와 한데 어울려 걸음을 다그치시였다.

한참 말없이 걸어가시던 김정숙동지께서는 박주호에게 나직이 물으시였다.

《원정대는 편성됐어요?》

《글쎄 오늘 발표가 있을게라구 하던데…》

《돈화원정, 돈화로! 얼마나 좋아요. 거긴 사령관동지께서 동만에 나오기 전에 활동하신 고장이 돼서 아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어요. 모두 얼마나 좋을가! 원정에 참가하는 동무들은…》

박주호는 의아한 얼굴로 그이를 돌아보았다.

《아니 정숙동무는 안 가우?》

《사령관동지께서 환자들때문에 몹시 걱정하시는데 나는 아무래도 밀영에 남을것 같아요.》

《뭐요?》

《…》

《그럼 사령부작식은?…》

《그거야 누구나 다른 동무가 맡으면 되겠지요.》

박주호는 세상에 이런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 어디 있느냐는듯 눈을 크게 뜨며 다우쳐물었다.

《무슨 말이라도 들었소?… 그저 짐작이요?》

《사령관동지께서 쫄라병환자들을 걱정하시는걸 생각하면… 어찌겠어요, 좀 섭섭해도 떨어져야지.…》

《그러니까 혼자 생각이구만.… 전투경험이 제일 많은 정숙동무를 원정대에서 뺀다는건 일이 아니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동무들이 다 참모처에 제기할거요. 절대 그렇게는 안될거요. 안심하오, 안심하오!》

해질녘 숙영지에 도착한 그들은 수많은 대원들의 떠들썩한 마중을 받았다.

천막들에서 지휘관들과 대원들이 달려나와 앞을 다투어 짐들을 받아안고는 새 솜동복들을 만져보며 기쁨에 넘쳐 어찌할바를 몰랐다. 그들은 낮에 원정대가 편성되였는데 마침 새 동복까지 도착했으니 경사에 경사가 겹쳤다고, 이런 새 동복을 떨쳐입고 돈화땅에 들어서면 볼만하겠다고 떠들어대는가 하면 누구는 원정대에 들었고 누구는 빠졌다는 소리도 수군수군 하였다.

박주호는 자기 짐을 받아서 둘러메는 나이지숙한 대원에게 성급히 물었다.

김정숙동무는 어떻게 됐소? 들었소?》

《아, 그거야 여부가 있나?》

《됐구만. 우리 련대에선 여럿이 떨어지게 되오?》

《환자들과 허약자들이… 그리구 밀영을 짓구 지켜야 되니깐 성한 동무들도 몇이…》

그 대원은 웬일인지 말을 중둥무이하고 얼굴빛이 달라졌다.

《누구누구 떨어지오?》

《글쎄…》

《나는 어떻게 됐소?》

《챠, 이렇게 성급하다구야. 자네네 중대장한테 물어보라구…》

그가 대답을 회피하자 박주호는 순간에 몸과 마음이 천길나락으로 굴러떨어지는것 같았다.

(빠졌구나!)

그는 어깨가 축 처져 한동안 덤덤히 서있다가 저만치 떨어진 너럭바위로 가서 걸터앉아 담배를 피워물었다. 김정숙동지를 위안하던 일이 떠오르며 자기 운명의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것이 사람인가싶은 생각이 들었다.

김정숙동지는 어디로 가시였는지 보이지 않았다. 운반조의 다른 대원들과 마중나온 대원들은 동복퉁구리들을 메고 왁짝 떠들며 군수처쪽으로 올라가고있었다.

하지만 주호는 너럭바위에 그냥 앉아 담배만 성급히 빨았다. 참모장이 원정대를 편성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며 분격이 욱 치밀었다. 왜… 나만 빼놓는가? 처벌로 강직되였기때문인가? 군량들을 모조리 불태운 뒤부터 나를 잘못 보기 시작했는가? 가슴이 후둑후둑 뛰였다.

누구인가 옆으로 다가오는것 같아 돌아보니 오중흡련대장이 반기는 얼굴로 걸어오며 수고했다고 하였다.

박주호는 담배꽁초를 홱 내던지고는 무겁게 일어섰다.

《여기서 무얼하오?》

《련대장동지, 솔직히 말해주십시오!》

오중흡은 그의 속내를 다 꿰뚫어보고있는듯 왜 그러느냐고 묻지 않고 너럭바위에 천천히 걸터앉았다.

《나도 그 일때문에 동무를 찾았소. 앉소. 앉아 이야기하자구.》

박주호는 그의 곁에 앉았다.

오중흡은 신중한 얼굴로 주호의 무릎을 잡아흔들었다.

《주호… 주호동무, 원정대에서 빠진게 괴로울테지. 응? 나도 정말 아쉽소. 그러나 어찌겠소, 사령부의 의도인데… 량해하라구.…》

박주호는 단숨을 후- 내쉬였다.

《참모장동지가 원정대를 편성했겠지요? 사전에 련대장동지하구 토론이 있었습니까? 예?》

오중흡은 한동안 잠자코 있었다.

《이제 그런걸 자꾸 따져서 뭘하겠소. 공연히 기분만 상했지.…》

《…》

《여기 남아서 할일이 많소. 우선 밀영건설도 해야지, 환자들과 허약자들도 보살펴야지, 식량공작도 해야지. 그러자면 경험이 많은 구대원들도 남아있어야 하오. 사령부에서는 기관총까지 한두정 두고 간다는 소리가 있소.》

박주호는 그 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련대장동지, 저는 참모장한테 의견이 있습니다.》

《…》

《의견이 있수다.》

련대장은 차거운 눈빛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그만큼 말했는데 왜 자꾸 이러는가. 혁명의 요구라면 궂은일 마른일 가리지 않고 투신해서 수행하는게 혁명가의 품성이지… 동무가 혁명군밥을 몇해나 먹은 사람이요. 이런걸 가지고 설복해야 되겠소?》

박주호는 허공의 한점을 응시하며 듣기만 하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여기 남아도 일을 잘하겠수다. 두고보십시오. 저는… 저는… 다른 문제때문에 괴롭습니다. 가슴이 터집니다!》

《?…》

《처벌을 받은 다음 반성도 하고 그때 일들을 곰곰히 생각도 해봤습니다. 참모장은 내가… 이 박주호가 쌀을 흘려 밀영으로 들어오는 길이 드러났다고… 고의적인 리적행위처럼 조겨대면서 밀영이구 식량이구 다 타버린 책임을 이 머저리한테 넘겨씌웠습니다. 그때에는 불의타격에 뻥해져… 너무 기막혀 살고싶은 생각도 별로 없어 항변의 소리도 제대로 못했지만 후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지고온 쌀가마니에 총구멍이 났던게 생각나지 않수다. 정말입니다.》

《그래서?…》

《그때 저 참모장이 소부대에서 제일 높은 상급인 자기한테 책임이 돌아올가봐 그러지 않았는가싶은 생각이 자꾸 듭니다.》

《그만두오!》

오중흡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나는 주호가 이런 사람인줄 몰랐소. 해명할게 있으면 그때 다 빠개놓을게지 이제 와서 원정대에서 빠지게 되니 감정을 품고 남을 걸고든단 말인가. 엉?!》

《아닙니다!》

《너절하오. 너절해!》

《좀… 좀… 말을 더 들어보구 침을 뱉든지 쏘든지 하시유. 량심을 가지고 말합니다.》

그의 눈에서 불꽃이 날리는듯 하고 목소리까지 갈리였다.

《량심이라구?》

《그렇습니다. 〈토벌〉이 있기 전에 쌀이 흘려진걸 발견하구 수풀속을 다 뒤져 주어모았습니다. 그날 보니까 흰쌀뿐아니라 기장쌀, 좁쌀도 흘려있었습니다.》

《그렇단 말이요?!》

《예…》

《동무는 무슨 쌀가마니를 졌댔소?》

《흰쌀입니다.》

《한데 기장쌀, 좁쌀도 흘렸단 말이지?》

《예…》

《그건 누가 아오?》

《다 봤습니다. 그 쌀 주으려 동원했던 동무들은 다 알겁니다.》

오중흡은 주호의 얼음장같은 손을 꽉 움켜잡고 모두숨을 길게 내쉬였다.

《내가 후에 알아보겠으니 동무는 우선 그런 생각을 다 잊어버리오. 여기 남으라면 남아서 맡은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오. 이건 혁명군의 규률이요!》

그날 오중흡은 밤이 깊도록 숙영지의 천막둘레를 거닐며 끝없는 생각을 이어나갔다. … 박주호는 사람됨됨으로 보아 용렬하게 거짓을 꾸며대거나 잔꾀를 부릴 위인은 아닌데… 그가 저럴 때에는 무엇인가 애매한 문제가 있고 여기에 불의가 숨어있는것이 아닌가. 그의 토로에 조리는 없지만 종합해보면 저 참모장이 응당 져야 할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한사람의 죄인을 만들어놓고 그한테 모든 책임을 넘겨씌운것으로 된다. 그리고 그 죄를 움직일수 없는것으로 만들려고 그를 원정대에서 빼버리고… 림수산참모장은 과연 어떤 사람인가? 왜놈들한테 부모형제들을 모조리 학살당한 사람, 오랜 혁명경력, 불같은 반일혁명정신, 혁명군의 유능한 지휘관… 이런 사람이 그런짓을 할수 있는가. 아, 그는 과연 어떤 인간인가, 량심인인가, 비량심적인 인간인가?…

 

×

 

이틀후 돈화원정에 참가하는 모든 지휘관들과 대원들에게 새 동복이 일제히 공급되였다.

숙영지는 명절기분으로 흥성거렸다. 그러나 숙영지에 남게 된 대원들한테는 공급하지 못하였다.

그들은 원정대에서 빠진데다가 새 동복까지 타지 못하여 얼굴색이 밝지 못하였다.

한편 솜을 푹신하게 둔 솜동복을 떨쳐입은 대원들은 기뻐서 어쩔줄 모르며 동복앞가슴이며 팔소매, 바지가랭이를 쓸어만져보는가 하면 손거울에 제모습을 비쳐보는 녀대원들도 있었다.

그날 오중흡은 박주호를 띄여볼 때마다 자연히 그의 표정에 주의가 가지 않을수 없었다.

새 동복들의 초록색물결속에서 헐어빠지고 희누렇게 퇴색한 주호의 하복차림은 유표하게 드러났으며 측은한 생각까지 자아냈다.

련대장은 가슴이 저릿해져 먼발치에서 박주호를 여겨봤지만 그는 흔연한 얼굴로 작식터에 물도 길어주고 장작도 패주는가 하면 원정을 앞두고 리별하는 대원들에게 앞에 두르라고 백포까지 갖다주면서 벙글거렸다.

오중흡이 우등불자리둘레에 모여든 원정대대원들속에 어울려 이야기판을 벌릴 때 박주호가 삭정이며 장작개비들을 한아름 안고왔다. 그는 장작개비들을 솜씨있게 고깔모양으로 쌓고 그밑에 불쏘시개를 밀어넣고 불을 붙인 다음 엉뎅이를 쳐들고 엎드려 후- 후- 입풀무질을 하였다. 장작개비들 짬으로 불길이 날름거리며 피여오르더니 어느덧 우등불이 활- 타오르며 화기를 풍겼다.

오중흡은 두손을 펴들고 불을 쬐며 빙그레 웃었다.

《나는 말이요, 이번 돈화원정에 대한 구상을 들을 때 소왕청방위전투때 일이 생각났소.…》

우등불가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듣고있는 대원들의 벌겋게 익어가는 얼굴에 불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아는 동무들도 있겠지만 그때 라남 19사단놈들까지 밀려와서 근거지를 겹겹이 포위해서 혁명이 다 망했구나 하고 생각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였소. 그런데 사령관동지께서 부대를 이끌고 포위환을 뚫고나가 적후종심인 왕청시가를 들이쳤거던. 그러니까 근거지를 포위했던 놈들이 그쪽으로 와- 밀려가고 우리는 뒤쫓아가며 놈들 뒤통수를 후려쳤소. 그래서 놈들이 완전히 녹아났단 말이요. 허허허… 보천보, 구시산, 남패자에서도 사령관동지께서 하라시는대로 해서 우리는 이겼소. 이번에도 어떻게 되나 두고보라구.》

활활 타오르는 우등불 저쪽에서 누구인가 호탕하게 소리쳤다.

《젠장, 이제 돈화땅을 들었다놓으면 볼만 하겠다! 저 〈토벌〉사령관각하가 놀라서 간이 떨어지거나 미치거나 일이 날거-네-

《노조엔지 뭔지 그녀석이 우리때문에 맘고생을 하두 해서 머리털이 다 빠져 대가리가 놋바리처럼 반들거린다누만-》

《뭐 뭐, 놋바리라구?》

《핫하하…》

《헛허허…》

《야- 저것 봐라, 눈이 내린다.》

《함박눈이다-》

《솜동복도 든든히 입었겠다. 좋구나-》

드넓은 재빛하늘밑에서 희부연 안개바다처럼 설레이며 허물어져내리다가 우중충한 수림우에서 홀연 알알로 영글어지는듯 한 수억만의 눈송이… 그것들은 흥에 겨워 빙글빙글 돌며 회오리치는가 하면 활활 타오르는 불길속으로 부나비처럼 날아들고 원정대원들의 머리며 어깨우에도 시원하게 내려앉는다.

저도 모르게 일어선 오중흡은 하늘을 향해 두팔을 벌리고 눈을 맞다가 이름할수 없는 희열에 넘쳐 목청껏 소리쳤다.

《여- 이거 뭐가 좀… 춤이라두 있었으면 좋겠구나- 야-》

그러는데 박수소리가 터졌다, 그것도 가락 맞는 박수소리가… 좋다- 좋지-하는 웨침소리… 불길의 화기에 피여오르는 아지랑이의 조화때문인가. 우등불 저쪽에서 두 대원이 마주서서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모습이 잔물결에 비낀 그림자처럼 어른어른거린다.

이쪽에서 네댓명의 대원들이 뛰여나가 춤을 춘다. 뒤따라 누구인가 거치른 야성을 터뜨리며 춤판에 뛰여든다. 박주호이다. 그는 발을 탕탕 구르며 주먹으로 어깨며 가슴을 치면서 돌아간다. 열기를 내뿜는 눈, 사납게 이그러진 얼굴, 하늘을 찌르고 눈송이들을 후려치는 주먹, 주먹… 그것은 춤가락이 아니다. 춤가락으로만 볼수 없다.

오중흡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지켜보았다.

(저 녀석이 속이 뒤틀려 저러는가, 울분이 터져 저러는가. 야, 주호-)

그는 저도 모르게 몸을 날려 춤판에 뛰여들었다. 뛰여들어서는 주호의 불덩이같은 주먹을 움켜잡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춤을 추며 벙글벙글 웃어보였다.

박주호는 그 순간 련대장의 심중을 알아맞힌듯 사나운 얼굴이 부드럽게 풀리며 싱긋이 웃어보인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들어서인지 춤판에서 빠져나가 아래쪽으로 정신없이 달려갔다.

그때 숱한 대원들이 춤판에 밀려들었다.

련대장은 그들한테 자리를 내주고 옆으로 나와앉았다.

이윽고 박주호가 소랭이를 들고 춤판에 뛰여든다.

《야-》 그는 외마디 환성을 터치며 헐어빠진 소랭이를 번쩍 쳐들었다가 내리고 다시 들어 꽹과리처림 두드리며 돌아간다. 흩날리는 눈송이들… 들썩한 《꽹과리》소리는 춤판에 흥을 불어넣는다.

《좋-다-》

《좋-다-》

어깨들을 들썩거리며 날개처럼 벌린 팔들을 너울너울거리면서 황황 소리치며 타오르는 우등불둘레를 돌아가는 대원들, 둘러앉아 손벽을 치던 대원들은 흥에 못이겨 노래소리를 터치고만다.

 

                      왔고나 왔고나 혁명이 왔고나

                      혁명의 기세는 전세계를 덮었다

                      …

 

활활 타오르는 불길, 확확 풍겨오는 화기… 춤가락에 휘말려 회오리치는 열풍, 눈송이, 눈송이…

오중흡련대장은 크게 놀란 사람처럼 털썩 주저앉아 주호만 지켜보았다.

돌아가는 춤판은 새 동복을 떨쳐입은 대원들의 흐름으로 하여 그대로 초록색물결의 소용돌이를 련상시키는데 박주호 그만은 유독 희누렇게 퇴색하고 람루한 하복차림이 아닌가! 쉬임없이 뛰노는 팔굽에서 언뜩거리는 허연 천으로 기운 자리, 돌아가는 춤판의 선풍에 나붓기는 덞어지고 찢어진 군복저고리자락, 무릎이 나간 바지가랭이…

그래도 주눅이 들기는커녕 오히려 희열에 번쩍이는 눈으로 어깨를 들썩거리고 발로 땅을 구르며 《꽹과리》를 두드려대면서 목청껏 웨친다.

《좋- 다- 좋- 지-》

오중흡은 가슴이 미여지는듯 했다.

(주호, 장하다! 남아장부다!… 너는 울분과 번민을 딛고 일어섰다. 너는 과시 우리 빨찌산이다!)

그날 저녁녘 오중흡은 사령관동지를 찾아갔다.

《사령관동지, 박주호동무를 원정대에 참가시켜주십시오!》

사령관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신중한 안색으로 그를 지켜보시였다.

《밀영과 식량저장소들이 〈토벌〉당하게 된 그 책임이 우리 주호동무한테만 있는것 같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애매한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나도 그런 생각이 없지 않소. 그러나 지금 그 문제를 해명하는것이 급하지 않소. 원정이나 끝난 다음에 봅시다. 그가 고민하고있소?》

《처음에는 그랬지만 지금 털고 일어났습니다. 낮에는 춤판에까지 뛰여들었습니다. 사령관동지, 그를 원정대에 넣어주십시오. 저는 목숨을 걸구 보증합니다.》

그이께서는 잠시 말씀이 없으시였다.

《련대장이 믿으면 나도 믿소.…》

오중흡은 어떻게 사령부에서 나와 어떻게 군수처로 달려가서 박주호의 동복을 타가지고 련대숙영지로 달려왔는지 알지 못했다.

박주호는 작식터에서 나무를 패다가 련대장이 새 동복을 안고 자기앞에 불쑥 나타나자 놀라서 주춤 물러서기까지 했다.

그의 손에서 도끼가 떨어졌다. …

 

×

 

이튿날 아침 사령관동지께서는 원정대의 출발에 앞서 밀영에 남게 되는 허약자들과 환자들을 돌아보시다가 동굴속의 연미숙에게도 잊지 않고 들려주시였다.

연미숙은 갑자기 동굴안에 선풍이 일고 저벅저벅하는 발자욱소리와 함께 그이의 우렁우렁한 음성이 울리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머리를 쓸어만지고 옷매무시를 바로잡는데 어느덧 그이께서 앞에 나타나 환하게 웃으시였다.

《연미숙동무, 원정대는 아침식사후 곧 여기를 떠나오.》

녀대원은 순간에 목이 메고 외롭게 남는듯 한 허전한 기운에 휩싸였다.

《우리는 어떻게나 승리하고 돌아올테니까 그사이 병치료를 잘하오. 심신을 단련하오. 튼튼히… 의지가 강하고 신심이 강한 사람한테는 죽음도 범접하지 못하오. 알겠소?》

《예…》

《떠나면서 내 동무한테 한가지 청이 있는데 들어주겠소?》

《?…》 연미숙은 고개를 다소곳이 숙였다.

《원정대가 승리하고 돌아와서 여기 이 밀영에서 련환대회를 크게 열자 하는데 그때 우리들앞에서 노래를 불러줄수 없겠소? 건강한 몸으로 말이요. 나는 동무 노래를 꼭 듣고싶은데… 불러주겠소? 안되겠소?》

《사령관동지, 꼭 부르겠습…》

마음여린 녀대원은 눈물이 핑 돌고 목이 꺽 메여서 다음말을 잇지 못했다. 그 롱담속에서 여태 체험한적 없는 육친의 정이 가슴터지도록 안겨와서였다.

《그럼 됐소. 이번 원정이 잘될것 같구만! 허허허…》

사령관동지께서 떠나실 때 연미숙은 그이의 한쪽팔을 꼭 붙잡고 밖에까지 따라나갔다.

밖에서는 바람이 불고 진눈까비가 엇비듬히 흩날리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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