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5

 

나무가지들이며 마른 넌출들이 옆으로 날아지나가는듯싶었다.

사령부쪽으로 걸음을 다그치던 오중흡은 자기 가슴이 이상한 예감에 쿵쿵 뛰는 소리를 들었다. 오늘 이른아침 발걸음을 무겁게 옮기며 숲속을 거니시던 사령관동지… 반겨 달려가는 자기를 돌아보실 때 그이의 안광에 번개같은 섬광이 벙끗 일던 일… 그이의 심중에서 무엇인가 단호한 결심이 내려진것이 분명하였다.

무엇일가?… 항일련군대표들은 왜 왔을가?… 이제 분명히 세상을 뒤흔드는 사변이 일어날것 같은데 오중흡의 감각과 지혜로써는 그것을 비슷하게도 가늠할수 없었다. 그래서 가슴이 더 두근거리고 속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는 이 간고하고 파란많은 항일전의 나날에 수뇌부의 의도를 사전에 알아맞히려고 추리를 한다든가, 억측을 앞세우는것이 부질없는 일이며 때로는 매우 유해로운짓이라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그래서 더 마음을 쓰지 않으려고 했으나 도무지 그렇게 되지 않았다.

오중흡이 사령부에 도착하니 모임에 온 지휘관들이 천막에서 좀 떨어진 웃쪽숲속의 해묵은 진대나무곁에서 떠들썩한 이야기판을 벌리고있었다.

사령부전달장이 그한테 사령관동지께서 지금 지하조직에서 온 련락원을 만나고계시는데 끝나야 회의를 시작할것 같다고 알렸다.

진대나무곁에서는 오백룡경위중대장이 간밤에 숱한 식량을 운반해오다가 도중에 메돼지까지 잡은 이야기를 신이 나서 하고있었다.

《…좀 보태서 중소만 한 놈인데… 첫눈이 내렸겠다, 땅은 얼어붙고 먹을게 없어 며칠 굶은 놈이 분명했소. 우리가 쌀섬들을 내려놓고 쉬는데 글쎄 그놈이 낟알냄새를 맡고 환장을 했는지 씩- 하고 우리 2소대 황석범이 앞으로 날아들었단 말이요. …》

《저런!…》

《허- 그거!…》

오백룡은 불덩이같이 이글거리는 눈을 부릅뜨고 메돼지눈알이 디룩거리는 시늉까지 하면서 엮어내렸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고- 하니… 모두 우리 석범이를 알지 않소? 대식가에, 평발에, 물살이구. 행군때마다 애를 먹이던 황석범이가 말이요, 훌 날아올라 메돼지잔등에 꺼꾸로 탔거든. 메돼지는 용을 쓰며 죽을내기로 뛰구 석범이는 그놈 꼬리를 잡구 잡아채는데 히야- 모두 뛰여일어나 꽁지를 놔라- 놔라- 하구 소리쳤소. 그통에 나는 목이 다 쉬였다니까.…》

《허, 그것 참!…》

《그래 어떻게 됐소?》

《어떻게 되긴… 그놈 뒤다리가 허궁 들리는것 같더니 사람이구 짐승이구 한데 딩굴었지.… 달려가보니 글쎄 사람은 멀쩡한데 메돼지는 꼬리가 한발이나 늘어져나왔더란 말이요, 허허…》

《허-》

《호-》

《내 석범이 그 친구가 너무 기특하구 장해서 잔등을 두드리며 야, 너 행군때엔 그렇게 애를 먹였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 무슨 수로 그렇게 날아올랐느냐 하니까… 아니글쎄 그녀석이 벌컥 결이 나서 하는 소리가 글쎄… 사타구니밑에걸 떼우는데두 가만있겠수다?… 이러지 않겠소!》

《핫하하…》

《흐아흐아 흐아…》

지휘관들은 배를 그러안고 웃어댔다. 조만해서 웃지 않는 박덕산까지도 하늘을 쳐다보며 싱긋이 웃었다.

오중흡은 이런 긴장한 시각에도 여유있게 이야기판을 벌리고 사람들을 웃겨대는 오백룡의 그 배심이 부러워 그윽한 눈빛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오백룡은 계속하였다.

《한데 그 친구 오늘 아침엔 다르게 말하더란 말이요. 저놈만 잡으면 쫄라병이구 뭐구 다 쫓아버릴수 있겠구나… 이렇게 생각했는데 어느새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는거요. 허허…》

그때 전달장이 달려와 사령관동지께서 회의를 시작하겠다고 하신다고 알렸다.

그들 지휘관들이 사령부천막으로 우르르 밀려들어갔을 때 사령관동지께서는 친히 천막의 안쪽벽에 지도를 붙이고계시였다.

전달장이 얼른 다가가서 그이의 일손을 도왔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그한테 지도를 맡겨놓고 돌아서서 환한 안색으로 지휘관들을 둘러보시였다.

《무슨 일이 있어서 모두 그렇게 웃어댔소?》

박덕산이 앉다가 말고 엉거주춤 선채로 어줍게 말씀드렸다.

《저… 저 오백룡동무가 메돼지를 잡은 얘기를 좀 우습게 해서…》

그러자 사령관동지께서는 구석쪽에 앉은 오백룡을 넘겨다보며 활기에 넘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어-참, 정말 경위중대에서 메돼지를 잡았다지. 오백룡동무, 그 얘기를 좀 다시 하오, 나도 웃어보게…》

오백룡은 그답지 않게 무슨 수집음이라도 드는듯 얼굴이 벌개져 일어나 쭈밋거리였다. 지휘관들은 벌써 그가 한 소리가 상기되여 싱글벙글거리는데 오백룡본인은 사타구니소리만 슬쩍 빼놓고 메돼지를 잡게 된 경위이며 황석범대원이 날파람에 대하여 상세히 말씀드렸다.

《사령관동지, 황석범동무는 평발에 체통이 실한데다가 동작이 굼떠서 행군때마다 고생을 했는데 그 동무가 글쎄 메돼지잔등에 날아올랐습니다. 이건 정말입니다. 그걸 본 동무들은 모두 보증할겝니다. 정말입니다!》

지휘관들은 즐겁게 웃었다.

사령관동지께서도 미소를 짓고 들으시였는데 차차 안색이 정색해지시였다.

《…좋은 얘기요. 백룡동무가 좀 보탠감은 있지만 아주 교훈적이요. 이건 웃어넘길 일이 아니요. 황석범의 평발에 대해선 나도 알고있소. 그런 동무가 달려드는 메돼지를 맞받아 날아올라 그놈 잔등을 턱 타고앉았단 말이요.… 이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누구나 어떤 역경에서도 죽기를 각오하고 용을 쓰면 장수처럼 기운을 내고 펄펄 날수 있다는걸 말해주오. 그런 사상을 시사해주오. 동무들, 그렇지 않소?! 오늘 점심에 메돼지고기맛을 본 동무들은 그 동무한테 크게 인사를 하는게 좋을것 같소.》

천막안이 술렁거리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을 그치고 지도를 돌아보시였다.

신문지 두장만 한 크기의 그 지도에는 북부조선의 국경연선지대와 백두산지구, 만주대륙, 길림성의 전모가 반영되여있었다. 그뿐아니라 신경의 관동군사령부와 길림의 노조에《토벌》사령부 그리고 소지구《토벌대》들의 지휘부위치들이 시꺼먼 글자와 선으로 뚜렷이 밝혀져있었으며 아군을 포위하기 위한 관동군부대들과 《토벌대》들의 배치와 착잡한 기동방향들이 점선과 화살로 표시되여있었다.

사령관동지께서 지휘관들을 향하여 담담하게 말씀하시였다.

《오늘 이 모임에서는 우리 주력부대의 금후 행동방향에 대하여 토의하자고 합니다. … 지금 침략전쟁확대에 광분하고있는 렬강들의 움직임과 리해관계의 충돌로 세계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있습니다. 이것은 동무들이 이미 알고있는 사실입니다.》

오중흡은 제일 앞줄 가운데자리에 림수산참모장과 나란히 앉아있었다. 그는 초긴장으로 하여 피기가 가신듯 한 얼굴로 사령관동지를 우러러보고있었다.

《급변하는 정세의 흐름을 타고 오늘 일제는 중일전쟁을 미친듯이 확대하는 한편 저들의 배후를 끊임없이 타격하고있는 항일무장력량을 소멸하기 위한 총공세를 시작하였습니다. 우리가 여기로 행군해오면서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한바와 같이 놈들은 우리 혁명군에 대한 소탕작전에 관동군무력까지 대대적으로 끌어들이고있습니다.》

그이께서는 지도의 점선들과 화살표들을 가리키며 격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오늘 관동군부대들과 〈토벌대〉들은 이렇게… 이렇게… 이런 방향들에서 기동하며 수색전을 벌려 우리를 극도로 불리한 조건에 몰아넣고 포위소멸하려고 책동하고있습니다. 포위… 포위소멸하려고… 동무들, 적의 움직임으로 보아 우리가 여기에 닷새만 더 눌러앉아있으면 포위되고맙니다.

우리앞에는 두 길밖에 없습니다. 계속되는 전투에서 지칠대로 지치고 굶주릴대로 굶주렸다고 하여 맥을 놓고 앉아있다가 적들한테 포위되여 처참하게 소멸당하는가, 이 봉쇄망을 뚫고나가, 인민들이 있고 쌀이 있는 광활한 지대로 뚫고나가 유격투쟁을 과감히 벌리는가… 이 두 길밖에 없습니다.

첫번째 길은 죽음과 패망의 길이요, 두번째 길은 살아나는 길이고 승리하는 길입니다. 죽느냐, 사느냐?… 이러한 때 우리와 함께 어깨겯고 싸운 항일련군안에서는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있습니다.》

그이께서는 지난밤 항일련군대표 두명이 찾아와서 넘겨준 극비정보와 그들의 동향에 대하여 다 알려주시였다.

경악과 분격을 못이겨 술렁대는 지휘관들… 한숨소리… 걸상밑에 무엇인가 떨어지는 소리…

《쏘련이 도이췰란드와 불가침조약을 맺은것을 보면 일본과도 그 비슷한 조약을 체결할수 있습니다.

쏘련이 일본과 은밀한 교섭을 진행하고있다는 국제당 중공대표의 통보가 진실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여기서 무장투쟁을 벌려 일본을 계속 자극하는것을 달가와하지 않으며 미구에 무장을 놓고 유격투쟁을 중지하라는 요구를 내리먹일수도 있소. 그래서 저 항일련군안에서는 무장을 놓고 산에서 내려가 지하로 들어가자는 소리까지 나오고있소.

동무들, 국제당이 어떻게 나오든, 남들이야 무장을 놓든말든 우리는 일찌기 카륜에서 결정한 무장투쟁로선에서 한걸음도 한치도 물러설수 없습니다. 나는 이렇게 결심했습니다. 여기에 이의가 있는 동무들은 말해보시오, 흉금을 터놓고…》

천막안의 공기가 팽팽하게 긴장되였다. 침묵… 침묵… 지휘관들은 까딱 움직이지 않고 앉아있었지만 그들의 뇌리에서, 가슴속에서 수많은 생각과 궁리들이 고패치는듯 했다.

오중흡은 눈을 지그시 내리뜨고있었다. 귀안에서 윙- 하는 소리가 울부짖는듯싶었다.

그는 생각했다.

(이제 와서… 정세가 이렇게 되고… 난관이 이렇게 크다고 해서 한치, 단 한치라도 무장투쟁로선을 어긴다는것은 여태 우리를 바라보며 살아온 2천만겨레의 기대를 저버리는것이다. 이것은 배신이다! 변절이다!…)

가슴이 후둑후둑 뛰였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사령관동지께서는 한결 부드러워진 눈길, 사랑과 믿음에 찬 눈길로 지휘관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여겨보시였다.

오중흡은 일어나서 자신의 심정을 터놓고싶었으나 초긴장에 몸이 바위처럼 굳어진듯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래서 눈길을 아래로 숙이는데 곁에 앉은 림수산참모장은 무엇을 느꼈던지 돌아보는것 같았다.

오중흡은 그를 흘깃 돌아보고는 이마에 내밴 더운 땀을 주먹으로 씻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지휘관들의 밝은 눈빛에서 그들의 마음을 읽으신듯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적들의 무력이 계속 집중되고있는 여기에서 아무리 날구뛴다 해도 피동에 빠지지 않을수 없습니다. 종당에는 포위환속에 들고맙니다. 주도권을 빼앗기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기서 멀리로 쑥- 빠져나가야 합니다!》 하며 사령관동지께서는 지도의 화라즈분지로부터 돈화의 고원지대에로 휘우듬한 사선을 쭉- 그어보이시였다.

《여기… 바로 여기… 돈화지대로 은밀히 빠져나가 과감한 기습전으로 이리 치고 저리 치고 하노라면 백두산동북부에 집결된 적들은 당황망조하여 돈화로 몰려올것입니다. 적의 대병력은 분산되고맙니다. …》

좌중에 환희의 선풍이 회오리치는듯싶었다.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터져올랐다.

《아!…》

《히야!…》

《그렇지!…》

목을 길게 빼들고 혹은 엉거주춤 일어나서 지도의 돈화지구를 바라보는 지휘관들도 있었다.

오중흡은 솟구치는 격정에 목이 메여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였다. 그저 두손으로 무릎을 꽉 움켜잡고 사령관동지와 지도를 번갈아보며 마른침만 삼키였다.

《그래서 나는 량강구회의에서 결정한 로정을 따라 돈화원정을 계속 내밀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나는 급변한 정세와 관련하여 양정우를 비롯한 항일련군의 몇몇 고위간부들에게 편지를 띄우자고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럴 필요가 없을것 같습니다. 이제 이번 원정이 세상을 들었다놓으면 이것이… 돈화원정! 바로 이것이 정세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답이고 그들에게 보내는 무언의… 강렬한 호소로 될것입니다!》

지휘관들은 박수를 쳤다.

이어서 그이께서는 돈화는 유격전을 벌리기 유리한 지대이고 인민대중의 반일기세도 대단히 높고 농사도 괜찮게 되며 초기혁명활동시기부터 자신께서 파악이 있는 지대라고 하시였다.

《…우리가 왔다는 소식만 들으면 거기 인민들과 혁명적인 청년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것입니다! 돈화원정, 이 길만이 혁명을 앙양시키고 승리에로 가는 길이라고, 이 길밖에 다른 길은 없다고 다시금 확신했습니다! 동무들 생각은 어떻습니까?》

좌중속에 문득 침묵이 흘렀다. 10초… 15초…

림수산이 일어서려는데 환성이 터져올랐다.

《사령관동지, 옳습니다!》, 《그렇습니다!》, 《돈화원정 만세!》 하는 웨침소리… 림수산은 도로 앉았다. 터져오르는 박수소리에 사령부천막이 떠나가는듯 하였다.

그러나 사령관동지께서는 손을 들어 그들을 진정시키며 심중한 안색으로 말씀하시였다.

《동무들! 대원들을 원정에로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그러시고는 격식을 차리지 말고 의견들을 나누어보자고 하시였다.

한 지휘관이 일어나 돈화원정에 대한 사령관동지의 구상을 들으면 모두 흥분할것이라고, 때문에 원정에로 능히 불러일으킬수 있다고 기운차게 대답하였다. 그리고는 공작해온 식량을 푼푼히 써서 영양보충을 잘 시키면서 선동사업을 벌리면 일어나 떠나기는 떠날수 있지만 행군도중 대오에 쫄라병이 만연될가봐 우려된다고 솔직히 말하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알릴듯말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 고백에 긍정을 표시하시고는 방금전에 일어나려다가 도로 앉은 참모장쪽에 시선을 돌리며 무슨 의견인지 말하라고 이르시였다.

참모장은 웬일인지 오중흡을 흘깃 돌아보고는 일어났다.

《원정은 좋지만 행군도중에 큰 난관이 생기지 않겠는가 우려됩니다. 가만히 보면 7련대가 제일 문제입니다. 여기서 벌써 쫄라병이 두건이나 발생했습니다. 이제 장거리행군을 하면서 날이 더 추워지고 식량보장조건이 더 악화되면 대원들의 영양상태로 봐서 얼마나 쓰러지겠는지 모르겠습니다. 지휘관들이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먹고 입고 잠자는… 생활문제를 잘 돌보지 않고 강행군만 시킨 결과입니다. 말이나 소도 배가 든든하게 먹이고 끌구다녀야 기운을 쓰는데 사람이… 힘이 제한된 사람이 견디는가,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아-니… 무슨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 하고 입이 무거워 어떤 모임에서나 말이 적은 8련대 박덕산정치위원이 수모라도 당한듯 얼굴이 벌개져서 참모장쪽을 돌아보았다.

《7련대에 그 병이 생기는건 그 동무들이 우리들보다 더 어려운 길을 헤쳐왔기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7련대장이상으로 대원들을 보살피자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나는 그걸 모르겠수다!》

림수산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무엇이라고 말하려는것 같았다.

오중흡은 저도 모르게 움쭉 일어서게 되였다.

《참모장동지의 비판을 접수합니다. 련대장이 대원들을 더 잘 보살폈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것입니다. 앞으로 우리한테서 그놈병이 더 생긴다면 저를 용서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앉았다. 웬일인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분기가 욱 치밀며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내가 왜 이러는가?… 박덕산이… 저 정치위원은 무엇에 격해졌는가. 마소에 비겨 말한 그 소리?…)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사령관동지의 조용한 음성이 들려왔다.

《원정대를 편성할 때 쫄라병이 생길수 있는 허약자들은 다 빼놓아야 하겠소.》

밖에서는 바람이 불고있었다.

모임이 끝나 사령부천막에서 나온 오중흡이 련대숙영지를 향해 걸음을 다그치는데 참모장이 뒤따라오며 모자, 모자를 쓰고 가라고 소리쳤다.

오중흡은 그제야 걸상에 군모를 벗어놓은채로 나왔다는것을 깨닫고 멎어섰다.

림수산은 색이 허옇게 바랜 군모를 내밀며 빙그레 미소까지 지었다.

《아무리 흥분해도 모자야 쓰고가야지.…》

《…》 오중흡이도 어줍게 웃어보였다.

《여보, 련대장동무, 아까 내 말이 지나쳤다면 량해해주오. 나는 사실 모두 각성하라고 그런 말을 했는데…》

오중흡은 말없이 모자를 받아들었으나 쓰지 않고 돌아섰다.

그는 한참 걸어내려가다가 무슨 먼지라도 묻은듯 그 모자를 손으로 탁탁 털었다. 저 웃쪽에서 참모장이 그를 빤히 지켜보다가 돌아서는것이 눈결에 언뜻 보였다.

오중흡은 군모를 똑바로 쓰고 걸어가며 인차 후회하면서 참모장한테 고맙다는 인사말도 안한 자기를 두고 생각하였다.

(나는 왜 사람이 이런가… 날피리같은 사람처럼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이전에 동무들은 롱삼아 마음에 결이 그렇게 곧아서는 오래 살지 못한다고 했는데… 이러는게 무슨 결인가. 인간적인 미숙성이지.…)

 

×

 

오중흡이 련대숙영지에 도착하니 모두 가슴을 조이며 기다린듯 대원들이 우르르 밀려와서 그를 둘러쌌다.

련대장은 주먹을 흔들며 사령관동지께서 구상하신 돈화원정에 대하여 열변을 토로하였다, 돈화원정만이 우리가 살아나는 길이고 승리하는 길이라고…

온 련대가 환희에 설레였다.

점심식사후에는 숙영지에서 《유격대행진곡》의 노래소리까지 터져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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