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4

 

자연동굴안은 바깥날씨와는 달리 아늑하고 훈훈하였다.

울퉁불퉁한 석벽의 바위턱에 놓은 등잔의 빨간 불꼬리가 가물거리며 제법 온기까지 은근히 풍기면서 굴안을 희미하게 밝혔다. 그 호젓한 불빛아래 푹신한 자리에 앉아 연미숙이 법랑식기를 들고 미음을 떠먹고있었다. 그 녀대원은 미음이 입맛에 붙지 않는지 아니면 딴 생각에 정신이 팔렸는지 심드렁하게 숟가락을 놀리고있었다.

조찹쌀로 쑨 미음이면 맛있게 먹을줄 알았던 《무산아재》는 그앞에 속상한 얼굴로 웅크리고앉아 먹는양을 지켜보고…

연미숙은 여기서 천막으로 옮겨갔다가 거기에 혼자 있기 싫다고, 말동무들이랑 있는 동굴로 가겠다고 하여 다시 여기로 옮겨왔다.

《무산아재》는 그 옮겨가고 옮겨오는 시중을 다 들어주었을뿐아니라 여기에 자리를 잡아주고 마른 락엽이며 새초를 안아다가 푹신하게 깔고는 그우에 모포며 어제 저녁 참모장이 주고갔다는 개털외투까지 펴주었다. 그리고 또 미음은 얼마나 정성들여 끓여왔던가. …

그는 심드렁한 숟가락질에 슬그머니 부아가 나서 정숙이가 어떻게 찾아낸 쌀인가고 하면서 다 털어놓고 한바탕 욕설을 퍼부을가 하다가 그러면 목이 메여 더 먹지 못할가봐 꾹 참았다. 그리고는 딴전을 피웠다.

《여기서는 이전에 오소리들이 살았다는구나.… 바깥처럼 춥지 않구 이렇게 훈훈하니까 보금자리를 틀구 새끼두 키웠을게야. 참 역은것들이지?》

《…》

《에그- 근처에서 총포소리랑 나니까 피난을 갔겠지?…》

《…》

《왜놈들때문에 산짐승들두 편안히 살지 못한다니까.…》

연미숙은 전혀 응대를 안하고 숟가락을 맥없이 천천히 놀리였다.

《어릴적에 내가 한번 몹시 앓은적 있는데 할아버지가 읍에 있는 용한 의원한테 찾아가서 초약 세첩을 지어가지고왔어. 할아버지는 이 약을 쓰면 병이 나아지기는 하지만 아주 뚝 떨어지지는 않는다면서 그 명의가 일러준 소리를 나한테 여러번 곱씹어 말해주었지. 명약중의 명약은 밥이다, 밥알 한알이 잡귀신 열은 쫓는다고 하더라… 이러지 않겠소. 미숙이, 입맛이 돌아서야 병도 맥을 못 추어. 좀 푹푹 떠먹으라구.》

《억지로 먹어보는데도 입맛이 영 돌지 않아요. 어제 저녁 참모장동지가 왔을 때엔 좀 나은것 같았는데 새벽녘에 또 오싹오싹해나지요.》

《그 천막안이 추웠던게지. 이제는 훈훈한데로 왔으니까 이 미음만 잘 먹으면 낫겠지. 이게 무얼로 쑨겐지 알겠나? 조찹쌀이야… 조찹쌀… 고소하겠는데…》

연미숙은 숟가락을 놓고 고운 이마우에 흘러내린 차분한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한숨을 호- 내쉬였다.

《내가 참모장동지한테 너무 지나쳤어요. …》

밑도 끝도 없는 말이다.

《간밤에 망원초에 나가있은 마영복동무가 그러는데 사령부에 찾아온 항일련군대표도 참모장동지를 인차 알아보고 너무 반가와 얼싸안고 돌아가더래요. 그리고 양정우, 왕덕태, 위증민… 로혁명가들 소식이랑 떠들썩하게 이야기했다는데 아마 친구지간인가봐요. 그런 동지한테 너무했어요. 제 슬픔만 생각하고 아무 소리나 탕탕 하면서…》

《그러게 미음이구 무어구 꽝꽝 먹구 빨리 털구 일어나야지. 그래서 건강한 몸으로 잘 싸우면 그게 다 참모장동지한테도 사과하는걸로 되지 않겠나. 그러면 모두 얼마나 기뻐하겠어. 참모장동지두 그렇구…》

연미숙은 한동안 말없이 해쓱한 얼굴로 미음그릇을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숟가락을 법랑식기에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무엇을 찾는지 외투며 모포밑에 손을 넣어 더듬더듬 만져보는것이였다.

《아니, 무얼 그렇게 찾나?…》

그는 대답을 안하고 찾기만 하다가 재차 물어서야 여기로 이사오면서 크림통을 잃었다고, 아까 천막에 찾아가봐도 없고 《이사짐》을 날라온 길을 더듬어 락엽들이며 수풀속을 죄다 뒤져봐도 없었다고 하였다.

《무산아재》는 그 크림통이 최성배가 지방공작에 나갔다가 구해다준것임을 알고있었다. 그러니 그것은 단순히 크림통이 아니였다.

최성배가 남기고간 사랑이 어린 보물처럼 여겨질것이였다.

《무산아재》는 동정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어디 묻어올수도 있지. 내 이제 찾아볼게. 그러니 우선 이 미음부터 좀 들라구.》

그러나 아무리 권해도 연미숙이 미음을 들려 하지 않자 리철금은 불시에 그가 원망스러워져 《이게 어떤 쌀로 지은 미음인지 알기나 하오?》 하고 속타는 소리를 했다.

그리고는 식량공작의 길에서 김정숙동지께서 앓고있는 연미숙이와 환자들을 생각하여 그 조찹쌀을 구해 배낭에 따로 넣어주신 일이며 자기가 그 배낭을 잃었을 때 탄우속을 헤치고 적들의 배후로 들어가 끝내 찾아낸 일들을 눈물을 뿌리며 죄다 털어놓았다.

연미숙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 그를 지켜보다가 오히려 제편에서 발끈했다.

《왜- 그 얘기를 이제… 왜 이제야 해요?! 어제 찾아와 병문안 하는데도 난… 난… 누운채로…》 하고는 와락 얼굴을 싸쥐며 어깨를 떨었다.

《무산아재》는 연미숙이 그러자 더욱 가슴이 떨려 움쭉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동굴어구를 나서니 쌀쌀한 하늬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해빛에 눈이 부시였다.

숙영지의 공기는 팽팽하게 긴장되여있는듯 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활기에 넘쳐있었다.

태고연한 밀림의 나무줄기들사이로 희누런 천막들이 내다보이고 급히 뛰여다니는 대원들, 통나무를 메여나르는 대원들, 장작을 패는 대원들이 바라보인다. 산비탈에 가리운 8련대의 작식터쪽에서는 연기인지 김인지 분간할수 없는 허엽스레한 안개와 같은것이 그물그물 피여오른다. 저 아래쪽에 굽어보이는 7련대 작식터에서는 두 작식대원이 벌써 점심식사를 지을 차비를 하는지 분주히 돌아치고있다.

여기저기서 장작을 패는 도끼질소리가 골안에 메아리치고 가까이에서 말소리,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무산아재》는 바깥의 신선한 공기속으로 걸어갔다. 그가 7련대의 작식터로 곧장 내려가는데 옆쪽의 잡관목덤불속에서 웬 남대원의 모습이 불쑥 솟구쳐올랐다.

《철금이!》

리철금은 와뜰 놀라 멎어섰다. 박주호이다.

그는 덤불속에 숨어서 자기가 내려오는것을 여겨보고있은듯 게면쩍어하면서도 반색을 감추지 못하며 다가왔다.

그리고는 얼굴빛이 정색해지며 손에 쥔것을 내보였다. 금빛뚜껑이 꼭 닫긴 하얀 크림통이였다.

《저 아래쪽에서 주었소. 이게 누구거요?》

리철금은 무등 반가와 그 크림통을 덥석 잡았다.

《이게 미숙동무 크림통이요. 이걸 얼마나 찾았다구, 어디서 났소?》

《저기 풀숲에…》

리철금은 박주호한테 그 크림통을 주었다.

《직접 미숙동무한테 갖다줘요. 좋아할거요. 미음을 많이 들라구 권하기도 하구.》

박주호가 웃쪽으로 뛰여갔다.

리철금은 기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작식터로 가서 불쏘시개를 다듬어주려고 했으나 왜서인지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크림통을 다시 찾는것처럼 최성배의 사랑을 다시 찾는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는 마음이 어수선해서 저도 모르게 박우물로 향했다.

물끄러미 물속을 들여다보느라니 알릴듯말듯 잔물결이 이는 물면에 하늘을 등진 웬 녀대원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나이 퍽 들어보이고 수척해진 얼굴, 부드러운데라고는 전혀 없는 표정이며 눈빛… 느닷없이 모두숨을 내쉬게 되였다.

빨찌산의 간고한 생활에서는 진귀하고 희한한 물건인 크림통… 하지만 연미숙이도 자기도 한창나이이지만 화장품같은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다. 미숙은 크림통을 잃은것이 너무 아쉬워 미음을 제대로 먹지 못했을수도 있다.

하지만 빨리 미숙이는 이런 슬픔과 비애에서 뛰쳐나와야 한다.

…철금은 빨찌산이 되면서부터 자기가 녀자라는 생각을 잊으려고 애썼다. 녀성다운 《약점》이 드러나는것을 부끄럽게 여겼다. 수치로 여겼다. 총을 쏴도, 무거운 등짐을 지고 행군하여도 남대원들한테 지지 않으려고 했다. 밀영을 꾸리는 일을 해도 걸싸게 했다. 행군하다가 개울물을 만나도 남대원들의 신세를 지지 않고 혼자 껑충 뛰여넘었다. 그러다가 물속에 첨벙 빠진 일도 한두번이 아니였다.

지휘관들뿐아니라 모든 남대원들한테 섬약하고 아련하게 보일가봐 누가 불러도 크게 대답하였다. 수집음을 타며 오밀조밀하는 일이란 없이 모든데서 시원시원하게 굴고 아무 일에서나 맺고 끊는 성미를 보이려고 애썼다. 만약 박주호만 저러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자기를 녀자로 얕보지 않을텐데… 하는 생각이 피뜩 드는 순간도 있었다.

그는 미역을 감기 제일 싫었다. 자기 《약점》이 다 드러나는것 같아서였다.

장거리행군의 쉴참이나 숙영지에서 녀대원들이 맑고 시원한 강물에 들어가 미역을 감도록 조직해주는 일이 간혹 있었는데 그 특이한 조직사업은 의례히 병기수리소의 박포리, 혁명군에서 나이 제일 많은 그 아바이대원한테 맡겨졌다.

평소에 그처럼 마음씨 무던하고 아리랑타령을 너무나도 구수하게 불러 《영천아리랑》이란 별호까지 붙은 아바이대원은 그날만은 기상이 사나와져 공연히 신경질을 부리고 꿱꿱거리며 녀대원들을 강물에 몰아넣고는 물푸레몽둥이를 들고 먼발치에서 돌아가며 망을 봐주면서 어떤 녀석이나 가까이 오면 종아리를 분질러놓을 기세를 보였다. 그래서 녀대원들은 마음을 푹 놓고 맑고 시원한 강물속에서 한껏 미역을 감았으며 동심이 살아올라 희희락락하며 물장구도 치고 헤염도 치고 물쌈까지 하였다.

어느날 리철금은 강가로 나가다가말고 몰래 빠지려다가 박포리한테 들켰다.

아바이대원은 그 무슨 도주자라도 다루는듯 얼굴빛이 험해져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 야, 이것아, 이것두 전투야 전투, 혁명이란말이다, 너희들이 환해져야 부대가 환해져, 이건… 이건 너희들에 대한 조직의 동지적배려야, 배려…알겠어? 엉?… 하고.…

그날 철금은 해빛이 눈부시게 부서지는 물결속에서 헤염치는 연미숙의 몸매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였다.

자기가 껄껄한 베천이나 아마천이면 연미숙은 명주나 비단같이 보였다.

박우물곁에 앉아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굴리던 《무산아재》는 한숨을 호- 내쉬였다. 그리고 또 생각하였다. …그런데 우리 오중흡련대장은 어째서 이 베천을 그렇게 좋아하고 아껴주고 믿어주고… 박주호, 저 사람은 무엇을 보고?… 눈이 멀었는가. 박덕산정치위원까지도 만나면 그렇게 반가와하고…

도무지 영문을 알수 없었다. 그렇지만 림수산참모장이 연미숙이를 만나면 지휘관과 대원의 관계를 뛰여넘어 주고받는 말이 스스럼없으며 연미숙이도 참모장앞에서 속마음과 울분까지 마구 내뿜는것은 알만 한 일이였다. 그들은 다 지식이 있고 보고들은것도 많아 심정이 통하고 인차 말이 통할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나저러나간에 저 환자들을 보살피는 속상한 《간호부》노릇을 그만두고 련대로 아주 돌아가고싶었다. 하루빨리… 아니, 한시바삐…

《무산아재》가 일어나 돌아서는데 작식터쪽으로부터 오중흡련대장이 활개를 저으며 걸싸게 걸어올라왔다. 매우 흥분된 얼굴이였다.

그는 철금에게 뭘 하느냐고 한마디 묻고는 허리에 두손을 올리고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샘을 굽어보았다. 그러다가 바가지를 찾는지 두리번거리였다.

철금은 떡돌우의 바가지를 얼른 들어 정갈한 샘물을 떠서 련대장에게 내밀었다.

오중흡은 그 샘물을 쭉- 들이키고는 《어, 시원하다!》 하고 물맛에 만족해하며 넌지시 롱말을 건네였다.

《이거 나는 동무때문에 야단났소. 어제는 저 욕심꾸레기 오백룡중대장이 동무를 자기네한테 아주 달라는게 아니겠소. 그러면 로획한 기관총 석자루를 공짜로 넘겨주겠다는거요. …》

《예?…》

《물론 롱담이겠지만… 속에 엉큼한 욕심을 품고있는게 헨둥하단 말이요. 식량공작을 같이하면서 지내보니 탐이 났던 모양이지?》

《저는 어떤 일이 생겨도… 아무데두 안 가겠습니다. 저는 7련대가 좋습니다. 이제는 정두 깊어져서…》

《마음을 푹 놓소. 내 오백룡이한테 기관총 석자루가 아니라 백자루를 줘두 우리 〈무산아재〉는 안된다 하고 오금을 단단히 박아놓았소. 어디 제기도 못할거요.》

《련대장동지, 저를 련대루 아주… 빨리 데려가주십시오.》

《알겠소, 알겠소. 내 사령부에 회의 갔다와서 다시 만나기요!》

오중흡련대장은 시간이 급한지 회중시계를 꺼내보고는 황황히 떠나갔다.

 

×

 

그날 저녁녘 연미숙이 동굴속 잠자리에 맥을 놓고 누워 가물거리는 등불만 지켜보고있는데 김정숙동지께서 그를 찾아 불쑥 들어오시였다. 리철금이 헐썩거리며 뒤따라오고…

연미숙은 너무 반가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앉았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의 이마를 짚어보고 두손으로 손목도 꼭 싸쥐시였다.

《아직도 미열이 있어요.》

《괜찮아요. 이제는 다 나았어요.》 문득 알수 없는 설음이 북받쳐 목이 메였다.

《아니 아직 멀었어. 더 누워있어야 해요. 바람간수랑 잘하면서…》

연미숙은 두손으로 그이의 손을 덥석 잡으며 눈물에 젖은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정숙언니, 고마워요. 그 조찹쌀로… 탄우속에서 찾아내온 그 조찹쌀로 쑨 미음을 먹고 입맛이 돌아섰어요!》

《그럼 됐어요!》

곁에 앉아있던 철금이 가슴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였다.

《에그, 이 머저리때문에 죽을 고생을 했지…》

김정숙동지께서는 그의 탄식과 푸념에는 아랑곳없이 품속에서 통졸임 두통을 꺼내여 연미숙의 무릎앞에 가지런히 놓으시였다.

《무산아재》가 눈이 휘둥그래져 그이의 무릎을 쳤다.

《아니, 이런게 어디서 났소?》

《7련대동무들이 정찰에 나갔다가 얻어온거야요.》

《아이고- 희한해라- 이런 산속에서 통졸임이라니!…》

연미숙은 말없이 그 통졸임통을 들어 찬찬히 여겨보더니 기쁨에 빛나는 눈으로 그이를 쳐다보았다.

《언니, 이게 정어리통졸임이 아닌가요?》

《그런것 같아요.》

《그런데 이걸 왜 나한테 줘요?》

《미워서 주지, 왜 주겠나!》 하고 그이께서는 웃으시였다.

연미숙은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고 어깨를 떨었다.

《난 이런걸 먹을 자격이 없어요! 동지들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요.》

《자꾸 그렇게만 말하면 어떻게 해?》 하고 철금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정말 자격이 없어요. 행군해오면서도, 여기 와서도 대오의 짐이 되고 동무들의 애만 태우고…》

김정숙동지께서는 정겨운 눈길로 연미숙을 지켜보며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연동무는 앓아서 동무들의 부축도 받고 담가에도 실려왔지만 어쨌든 락오자가 되지 않고 대오를 따라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요. 여기 와서는 또 최성배동무를 잃고 그런 슬픔을 안고도 풀뿌리죽도 먹고 미음도… 소태처럼 쓰거운걸 씹어넘기며… 살아났어요. … 나는 미숙이가 용타고 생각해요. 장하다고 생각해요.》

연미숙은 가슴에 쌓이고쌓인 비감과 설음이 한꺼번에 터져올라 소리를 내여 흐느꼈다.

《울어요. 마음놓고 울어요. 우리들끼리야 흠이 되겠나요. 실컷 울고 우리 비감과 난관을 누르고 일어나자요. 나는 사령관동지만 계시면 어떤 난관도 이겨낼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숙언니, 나는 정말 유격대원구실을 하자면 아직 멀었어요.》

그이께서는 웃지도 않고 안색이 신중해지시였다.

《그러지 않아도 내가 좀 말해주자고 하던 참이였어요. 녀대원의 품성에 대해서 말예요. 우리 혁명군의 녀대원들은 이 세상의 모든 녀성들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상하고 생기발랄해야 한다고 봐요. 우리는 혁명군의 모든 대원들이 고향에 두고온 어머니와 누나, 안해와 애인들을 대신하여 여기 무장대오에 서있어요. 대원들은 우리를 보고 고향에 두고온 그들을 생각해요. 때문에 우리는 머리단장도 옷차림도 단정하게 깨끗하게 하고 얼굴도 환해야 돼요. 크림이 있으면 그런것도 바르고… 어떤 어려움속에서도 락천적으로 살아야 돼요. 우리가 난관과 비관에 빠져 후줄근해지고 우울하게 지내봐요. 부대의 생활이 공기가 어떻게 되겠는가. 연동무, 그렇지 않아요?》

김정숙동지께서는 떠나실 때 동굴밖에까지 따라나와 바래워드리는 철금에게 나직이 이르시였다.

《사실 저 통졸임은 장군님께서 연미숙동무한테 보내신거야요. 7련대에서 올려보낸걸 드시지 않고… 연미숙동무가 이런 사연을 알면 먹지 못할것 같아 말하지 않았어요. 후에 조용히 말해주라요.》

《무산아재》는 그이의 모습이 저 아래쪽 어스름속에 사라질 때까지 못박힌듯이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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