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6

 

《같이 들어가자구…》

림수산은 연미숙의 천막뒤에까지 오자 이렇게 나직이 말하며 《무산아재》의 군복소매를 잡았다.

《에그, 나는 할 일이 많아서… 정말입니다.》

리철금은 그의 손아귀에서 군복소매를 슬며시 빼며 돌아섰다.

그 녀자는 댓걸음옆에 있는 땔나무무지앞에 웅크리고 앉아 삭정이들을 골라내는것 같았다.

참모장은 덤덤히 서있다가 헛기침을 하며 천막안으로 들어갔다.

천막안은 훈훈했다.

바닥복판에 놓인 소랭이화로에서 맥없이 스러져가는 잉걸불의 희미한 빛으로 천막안에 불그무레한 안개가 자욱히 서려있는듯싶었다.

화로 저쪽에 모포를 머리우에까지 뒤집어쓰고 풍막벽쪽으로 돌아누워있는 녀대원의 자태가 나지막한 언덕처럼 보였다.

밖에서 나는 인기척이며 말소리를 듣고 반발적으로 돌아누워버린것이 분명하였다.

림수산은 아리숭한 가책에 속이 켕기고 서늘해졌으나 차라리 서로 보지 않고 이야기하는편이 낫다고 생각하며 화로곁에 앉았다.

연미숙은 죽은듯이 까딱 움직이지 않았다. 숨도 쉬는것 같지 않았다.

어느 고망년의 로획품인지 불에 타 구멍이 뚫리고 헐어빠질대로 빠진 군대모포를 덮고있다. 총을 메고, 배낭을 지고 혁띠를 졸라매고 다닌 그 어깨며 등, 허리에서 피여오르는 청춘의 향기를 그 허름한 모포가 깡그리 덮어버리지는 못하였다.

그는 일상생활이나 전투환경에서나 설득력이 있는 달변으로 소문이 있었지만 지금 비감에 쓰러진데다가 자기한테 원망까지 품은 이 녀대원에게 무슨 말로 위로를 하며 어떤 믿음성있는 설명으로 그 옥매인 마음을 풀어줄지 몰라 벙어리처럼 어스름속에 묵묵히 앉아있었다.

그러다가 궁여지책으로 담배를 피우며 말을 건네였다.

《동무가 자지 않고있다는것도… 나를 원망한다는것도 알고있소. …》

그리고는 가슴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였다.

《성배동무가 그렇게 된데는 내 불찰도 있소. 아니… 아니… 다 내 불찰이지. 나를 원망하오. …》

《…》

《전적으로 내… 책임이지. … 한데 탄우속에서 어째 그만 총알에 맞고 나는 무사했는지 그 까닭을 설명할수 없단 말이요. 어째 나한테는 명중탄이 날아들지 않았는지, 허우대두 더 큰데… 미숙이!…》

림수산의 목소리는 비감에 떨렸다.

림수산은 이마를 싸쥐였다. 침묵… 침묵… 어딘가 멀고 먼 어둠속에서 초혼의 부르짖음소리 같은것이 아스런히 들려오는듯…

《어째 나한테는… 나한테는…》

림수산은 괴로움에 모대기였다.

방안에 정적이 흘렀다.

초혼의 소리같은것이 울려오는 멀고 먼 어둠속에서인가 아니면 아주 가까운데서인가 그지없이 부드러운 위안의 속삭임소리가 들려오는듯 하였다.

림수산은 이마에서 손을 내리며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놀랐다.

돌아누웠던 녀대원이 일어나앉아 불꽃같이 타는 눈으로 그를 지켜보고있었다.

해쓱한 얼굴, 헝클어져내려 한쪽볼을 가리운 윤기없는 머리칼, 허리며 무릎을 감싼 헐어빠진 모포…

《어째 그한테만 총알이?… 나한테는… 우연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설명할 길이 없소.》

《참모장동지, 우연이겠지요. …》

《내라는건 얼마나 랭혈인인지 동무들이 그런 관계라는것도 몰랐댔소. 알았다면 어떻게나 더 아껴주지 않았겠소. 군률을 초월해서라도…》

《!…》

《미숙이, 의견이나 소원이 있으면 다 말하오.》

《제가 무슨… 없어요.》 그리고는 머리를 다소곳이 숙였다.

《아니 이러지 말고… 여기 있으면 그 생각이 자꾸 나서 지내기 괴롭지 않을가. 멀리에 있는 독립련대 같은데 보내줄수도 있소. 사령관동지께 제기해서…》

《싫어요. 전 여기가 더 좋아요. 친숙해진 녀동무들도 있어 의지하며 지낼수 있는…》하고 그는 서러움이 북받쳐 고개를 떨구고 울먹이며 모포의 구멍을 잡아비틀고 또 비틀었다. 말없이… 모든 재화가 그 구멍으로 휩쓸어든듯이…

참모장은 마른 입술을 감빨았다.

《그러지만 말구 씨원히 말하오. 의견이나 소원이나… 나한테 욕설을 퍼붓던지…》

이윽고 연미숙은 최성배를 묻은 자리가 어디며 자기한테 남긴 말이 없느냐고 소심하게 물었다.

림수산은 여기서 70~80리 좀 넘는 산비탈의 벼랑밑 옴폭하게 후미진데라고, 자기 지도에도 표식해두었으니 안심하라고 일러주었다.

《원래 모진 치명상이고 의식을 아주 잃었댔으니까 처음부터 한마디 말도 못했소. 한마디두… 신음소리도 없었소. …》

《그랬구만요… 그랬구만요…》

연미숙은 그가 측은해져 가슴이 못 견디게 저려드는듯 두손으로 머리를 싸쥐고 한동안 말없이 앉아있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었다.

녀대원의 얼굴은 눈물에 젖어있었다.

《어디… 어디를 상했는데요?》

림수산은 당황했다. 어디를 상했던지 갑자기 생각나지 않아서였다.

《가슴하구 배를 탄알이 뚫었댔소. 다른데두 여러군데 다쳤지…》

녀대원은 아래입술을 깨물고 오돌오돌 떠는듯 하였다. 그 전률이 옮겨와 림수산은 가슴이 떨리고 쓰려나며 빨리 이 자리를 뜨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의가 피에 다 젖었겠는데…》

《그런 생각을 자꾸 하지 마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요. 자기만 더 괴롭지…》

《참모장동지, 묻은데로, 묘소로 찾아가야겠어요. 여기서 70~80리밖에 안된다는데…》

《안되오. 거기엔 지금 적들이 득실거리오.》

《가겠어요. 혼자라도 가야겠어요!》

《지휘관들이 있어가지고 동무를 혼자 보내겠소? 여럿이 가야 될게구, 그러면 어떻게 되오. 엉?》

《전 무섭지 않아요. 혼자 갈수 있어요. 가겠어요!》

《왜 자꾸 이러는가, 엉? 우리 빨찌산에서 동무만 이런 일을 당했는줄 아우, 엉?》

참모장은 좋지 못한 소리로 이르고는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덧붙였다.

《이제 봐서 내가 직접 동무를 데리고가겠소. 미숙이, 나도 동무와 같은 심정이야…》

그리고는 황황히 일어섰다.

이튿날 오후 참모장은 7련대쪽으로 내려가다가 숲속에서《무산아재》를 만났다. 군수처로 올라가는 길이라고 하였다.

그 녀대원은 간밤에 연미숙이 참모장이 떠나간 다음 방바닥에 엎어져 몹시 울었다고 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량해하십시오. 그럴수 있었겠습디다. 그한테 주자구 남몰래 속적삼을 기워둔게 있었습니다. 그걸 갈아입히구싶어 그래서 글쎄 그런 떼를 썼습니다.》

《음… 둘의 관계가 여간 깊은게 아니였구만. …》

《무산아재》가 가슴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였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새벽에 그 적삼을 태워서 재로 날려보냈습니다. 그리고는 나한테 다시는 동무들 짐이 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최성배동무 원쑤를 갚기 위해서도 밥을 꽝꽝 먹겠다구 했습니다.》

《음… 나한테는 의견이 많겠지?》

《속은 어떤지 말로는 인정이 깊은분인데 제가 너무했다고 한번 다시 꼭 만나 사죄하겠다구 이럽디다.》

그는 가슴이 좀 홀가분해지며 다시 만나봐야 되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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