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3

 

해가 지고 밤이 가고 새벽이 되여 거목들의 가지들사이로 새벽빛이 흘러들어 어둠침침하던 수림속이 희붐해졌으나 주력부대의 행군은 계속되고있었다.

수풀속에 군복이 스치는 소리, 단숨을 다급히 몰아쉬는 소리, 발자욱소리…

사령관동지께서 기관총소대의 경기관총을 어깨에 메고 산비탈을 톺아오르다가 이마며 목덜미에 즐벅한 땀을 씻으며 행군종대의 뒤쪽을 돌아보시는데 섬찍한 기운과 함께 뒤에서 다급히 뛰여내려오는 소리가 났다.

오중흡련대장의 전령병이였다.

《사령관동지, 적입니다!》

《어디?!》

전령병은 숨이 턱에 닿아 헐떡거렸다.

《우리가 찾아가는 밀영쪽에서 총소리가 납니다!》

그이께서 전령병을 따라 릉선을 바람처럼 넘어 반대편 경사지로 뛰여내려가니 산중턱에 깎아세운듯한 벼랑턱에서 오중흡이 쌍안경을 든채 뛰여내렸다.

《사령관동지, 밀영이 녹았습니다!》

《녹다니?!》

《놈들이…〈토벌대〉놈들이 기습했습니다.》

《뭐요?!》

그이께서는 아연해지시였다. 아, 화라즈밀영! 거기에 군량이 저장되였으리라는 희망을 안고 모진 기아와 피로… 만난을 이겨내며 찾아가는 밀영이 기습당하였다. 화라즈까지만 가면 된다고 대원들과 부대들을 고무해온 그 일루의 희망이 산산 부서졌는가… 순간에 목이 말라들어 말씀조차 하시기 어려웠다.

《아까는… 개짖는 소리까지 났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 그 소리에는 아랑곳없이 두손을 허리에 올리며 저 멀리 총소리들이 자지러지게 울려오는쪽만 바라보시였다.

이윽고 그이께서는 항다반사를 이야기하듯 나직이 물으시였다.

《그런데 어째 오백룡의 싸창소리가 들리지 않소? 엉?》

가까이에 데리고 다니는 지휘관들의 싸창소리까지 가려듣는 그이이시였다.

《?!…》

《그 동무들이 다 식량공작에 나간 사이에 〈토벌대〉가 달려든게 아니요?》

《전투가 계속되는걸 보면 저기에 몇동무는 남아있는것 같습니다.》

《음…》

사령관동지의 안광에 번개가 핑끗 이는듯… 그이께서 싸창을 뽑아들며 좀 거칠게 말씀하시였다.

《가보자구!》

그러시고는 아래쪽으로 걸어내려가시였다.

오중흡이 뒤쫓아 달려가서 그이의 앞을 막아섰다.

《안됩니다!》

《괜찮아!》

《저하구… 척후대만 가두 됩니다. …》

《따라오라구!》

오중흡은 사령관동지의 위엄과 단호한 기상에 어쩌는수 없었다. 그는 척후대를 이끌고 황황히 뒤따르게 되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며칠째 식사다운 식사도 들지 못했지만 어디서 그런 기운이 용솟는지 몸을 날려 진대들이며 개울을 뛰여넘고 수풀속을 비호처럼 누벼나가시였다.

멀리에서 메아리쳐오는 총소리들… 억척스럽게 내짚는 그이의 발밑으로 질풍에 휩쓸리는듯 날아지나가는 락엽들… 들려오는 총소리들은 착잡한 환각을 불러일으켰다. 불타는 귀틀벽에 붙어 쏘고 또 쏘는 대원들, 피투성이되여 쓰러지는 대원, 사람의 피냄새에 미쳐 길길이 날아올라 대원들한테 덮쳐드는 군견이며 적병들을 안고 딩구는 대원들, 바위뒤에 엎드려 명중탄을 퍼붓는 림수산참모장…

(그래… 그래… 림동무가 거기 있지… 참모장이!…)

사령관동지께서 한결 마음이 든든해져 더 기운을 내여 달리시는데 어찌된 일인지 갑자기 총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가슴이 뛰는 소리나 발자욱소리들, 바람소리때문인지 들리다가도 안들리고 안들리다가도 들리는듯…

사령관동지께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곁으로 달려온 오중흡에게 소리치시였다.

《총소리가 나오?… 그냥 나오?》

《사령관동지…》

《총소리… 나는가 말이요?》

《멎었습니다.》

맥없이 대답하는 오중흡의 얼굴은 흙빛으로 질렸다. 총소리가 멎은것…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였다. 문득 적막감이 엄습해들었다. 엄청난 재난의 여운인듯 저 멀리 밀영쪽 하늘에 시꺼먼 연기가 타래쳐올랐다.

《저놈들이 밀영을 점령한것 같습니다. 저장된 식량이랑 보면 우리가 그리로 온다는걸 인차 알았을겝니다.》

《…》

사령관동지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으시였다. 그이의 존안에 울분과 분노의 그늘이 짙게 어리였다.

그이께서는 불타는 눈길로 오중흡을 돌아보시였다.

《사령관동지, 안전처로 피해주십시오. 밀영에는 제가 은밀히 접근하여 정찰해보겠습니다!》

《아니, 안되오!》

《예?!》

《저기에 참모장도 있는데 총 몇방 쏘고 그렇게 맥없이 점령되겠는가.》

《그래두 안전처로 가주십시오! 행군방향을 돌려야 합니다!》

《아니요. 저기에 한 동무가 살아있어도 우리가 간다는걸 알기때문에 어디나 숨어서 기다릴게요. 위험을 피해 행군방향을 돌렸다는걸 알면 얼마나 섭섭하겠소. 어떤 배신감을 느끼겠소. 배신감… 배신감을! 여기서 돌아선다면 나는 사령관이 아니요. 사령관도 아니고 동지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요!》

령관동지께서는 싸창을 거머쥔채 결연히 앞으로 걸어나가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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