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38

 

야마다 세이찌로는 자기의 인생이 곡절없이, 실패없이 달려온 완행렬차였노라고 여직껏 자부하고있었다. 헌데 결승테프를 눈앞에 둔 그 렬차가 오노다에 의하여 성공이라는 화려한 종착점이 아니라 외진 대피선에 들어와 멎게 되였다.

지지리도 긴 하급외교관살이에도 별로 큰 불만이 없었던 그였지만 인생말년이라고 해야 할 나이에 세멘트공장이라는 건설판의 감독지위에 굴러떨어진 때부터 눈에 피발이 서기 시작했다.

의식의 한복판에서 출세의 창구를 향해 헤염치고있던 야심은 좌절이라는 치명적상처를 입자 외교관다웠던 그의 성격을 파괴해 버렸다. 여유작작하면서도 교만스럽던 태도며 사교적인 미소가 떠돌던 얼굴은 간데 없고 독살스러운 눈빛을 번뜩이며 항상 초조와 불안에 쫓기는 신경질적인 인물로 변했다. 사뭇 부드럽던 목소리까지도 완전히 자기 음계를 벗어난 악청으로 바뀌였다.

《백선행은 반도땅에서 나의 첫째가는 원쑤다. 야마다가문의 명예를 걸고 내 기어이 복수하고야말테다. 너희들은 나의 명령을 집행하라!》

세이찌로는 서울에서 끌어들인 야꾸자들에게 악에 받쳐 고아댔다. 닳아빠진 외교관의 탈을 벗어던지고 깡패무리의 우두머리로 본색을 드러낸것이다.

세멘트공장건설판에 자리잡은 초라한 판자집에 둥지를 튼 그는 굶주린 한마리의 늑대를 방불케 했다. 눈앞에 무명치마저고리를 입은 백선행의 모습이 얼른거려 눈을 부릅뜨고 입을 벌린채 헐금씨금했다.

이년, 네가 누구와 맞섰는지 알게 해줄테다! 세이찌로는 벌써 몇번째나 이 한마디만을 곱씹어뇌까리며 윽벼르고있었다.

야꾸자들은 오늘밤중으로 백과부 도매점의 젊은 계집년을 산채로 내앞에 가져다놓을것이다.

그다음 어디 다시한번 흥정놀음을 펼쳐보자. 노란자위값타령으로 날 골탕먹였은즉 너도 한번 그 맛을 봐라. 네년이 딸처럼 여기는 계집의 껍질값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내놓아야 하는지 알기나 하는가. 노란자위는 내가 다 파먹고 줄테다. 이 늙다리과부년아, 무식한 네년은 이런 놀음이 세상에 있다는걸 모르고 살았을테지!

세이찌로가 자기의 야비한 흉계에 도취되여 미친놈처럼 중얼중얼하며 희소식을 기다리고있을 때 그가 보낸 야꾸자들은 백선행의 도매점주변에서 어슬렁거리고있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대동강나루가 조용해지고 도매점의 일거리도 적어졌다. 나리는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빈지문을 닫으려고 서두르며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애들은 왜 안 보여요?》

《할머니한테 갔소.》

《백목전에 가져갈 천은 다 날랐어요? 언제까지 그러고 있겠어요?》

《이제 가지 않으리. 경림형이 상구리에 갔다가 오지 않아서 그러오.》

《답답도 하시네. 오라버니 기다리다 밤중에 짐나르겠어요.》

《너무 달달 볶지 마오. 오늘 하루만도 자그만치 오십리는 걸었소.》

《어머니가 들으셨단 경치겠어요. 남자가 그쯤한 일에 우는소리하시니. 어머닌 하루에 2백리를 걸으셨어요.》

《또 일러바치겠군. 그럼 난 가오.》

《얼른 갔다오세요.》

나리가 마지막빈지문을 맞춰 닫으려는데 아까부터 문밖에서 서성거리던 《나무군》이 다가와 청을 들였다.

《나무 사시우.》

나무짐지게에 눌리워 고개도 제대로 못 들고선 늙은이의 목소리는 처량하기까지 했다.

《우린 아침에 사들였는데요.》

《해 저물도록 팔지 못해 이러질 않수. 몇푼 안되는건데 제발 좀 사주시우.》

나리는 늙은이가 측은한 생각이 들어 《그럼 뒤뜰로 오세요.》하며 빈지문닫기를 마무리했다.

《고맙수다.》

《나무군》은 이 말을 하고나서 지팽이를 허공에 대고 잽싸게 한번 휘둘렀다.

내짚는 걸음이 처음 같지 않게 빨라졌다.

짙어가는 어둠속에서 나직한 휘파람소리가 울렸다.

도매점의 뒤문에 다가선 《나무군》이 사위를 둘러보는데 두눈에 시퍼런 살기가 벙끗 스쳐지났다. 뒤뜰안에는 아직 인적기가 없었다.

《이 문으로 들어가면 되겠수?》

어방대고 묻는 《나무군》의 소리에 팔소매를 걷어붙인 나리가 뒤뜰에 나서며 응대했다.

《걸지 않았으니 어서 들어오세요.》

《예, 예.》 하며 들어선 《나무군》은 두리번거리다가 장작을 쌓아놓은 곳으로 가서 느릿느릿 지게를 벗어놓았다.

《얼마면 되겠나요?》

나리가 값을 묻는데 난데없이 하늘에서 시커먼 유령들이 날아내렸다.

《악-》

나리는 비명을 지르며 두손으로 입을 가렸다.

《값은 후에 물어도 된다!》

《나무군》이 탈바가지를 벗으며 천천히 나리에게로 다가왔다.

《뭐예요? … 이건 어쩌자는거예요? …》

당황해난 나리의 머리에 피뜩 취향루에서 백선행과 함께 돌아오던 날 밤에 당했던 봉변이 떠올랐다. 분명 그놈들이다. 다급한 속에 방안으로 뛰여든 나리는 재빨리 문을 당겨걸었다. 그 동작이 어찌나 빨랐던지 괴한 한놈이 날아들다 문짝에 부딪쳐 땅바닥에 나딩굴었다.

《덤비지 말라!》

괴수인듯 한 《나무군》의 사나운 호령에 정신이 든 괴한들이 제각기 바줄이며 자루 등을 비껴든채 문가에 몰켜서서 다음령을 기다렸다.

문고리를 꼭 쥐고선 나리는 방망이질하는 가슴을 부여잡은채 오라버니며 남편을 입속으로 안타까이 부르며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강구었다.

《야마다상은 머리칼 한오리 상하지 않게 저년을 끌고오라고 했다.》

《나무군》의 목소리다. 저놈들이 나를 노리고 왔구나. 야마다? … 만달산토지흥정때 나섰던 왜놈의 이름이다. 그놈이 나를 끌어다 어쩌자는건가. 끌려가면 나는 내 몸을 지켜낼수 없다. 다급한 정황속에서 이렇게 생각한 나리는 반짇고리에서 가위를 찾아들었다.

파랗게 질린 나리의 얼굴에 모질게 도사려먹은 마음이 내비쳐지면서 서서히 굳어져갔다.

《배는 준비됐는가?》

《련광정 웃쪽 강기슭에 대기시켰습니다.》

《나와 히데요, 스즈끼는 저년을 배에 싣고가자. 요시노, 넌 남아서 뒤일을 처리하고 약속한대로 움직이라!》

《하이!》

나리는 어둠속 천정을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맑은것이 솟구치는 나리의 눈앞에 하얗게 핀 이름모를 꽃들이 어룽어룽 안겨온다. 뭉게뭉게 피여오르는 꽃구름속으로 백선행이 천천히 걸어온다. 목이 울컥 메여오는 속에 나리는 안타까이 몇번이고 입속말을 되뇌이였다.

어머니! … 빨리 오세요. 어서요. …

문짝이 부서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나리는 쥐고있던 가위를 목에 깊숙이 들이박았다.

《어머니, 나리는… 먼저 가요. …》

솟구쳐나오는 선혈과 함께 나리는 앞으로 푹 꼬꾸라졌다.

문짝을 마스고 날아든 《나무군》은 뜻밖의 광경앞에 갈구리눈을 흡떴다. 이다지 지독한 년도 있는가. 일은 망쳤다! 조선놈들은 모두 악종이다.

괴수가 치를 떨 때 마당에서 돌개바람 이는 소리가 났다.

《요시다! 무슨 일인가?》

《…》

대답이 없자 신경이 곤두선 괴수놈은 마당쪽으로 몸을 날렸다.

괴한두목이 주위를 둘러보니 자기가 데려온 야꾸자들이 한놈도 보이지 않았다.

두건을 쓴 한 사나이가 떨어진 문짝을 밟고 태연히 서있을뿐이였다.

《너는 누군가?》

《평양사람이다!》

《그래 우리 일본권법맛을 볼텐가?》

《보여라. 그럼 내 평양택견맛이 어떤건지 알게 해주마!》

《칙쇼!》

괴한두목이 높이 날아오르는것을 지켜보던 사나이는 몸을 날려 빨래나 걷듯 그놈을 나꿔채여 옆구리에 끼더니 지그시 힘을 주었다. 뿌드득소리를 내며 등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순식간에 혀를 빼문 놈을 장작개비같이 담너머 던지자 기다리고있던 택견이 받아가지고 사라졌다.

나리가 잘못됐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고 백선행이 정신없이 도매점에 왔을 때는 경림이와 나리의 남편이 시신을 눕혀놓은 뒤였다.

저게 내 딸 나리가 옳으냐. 저렇게 눈감고 자고있는데 죽었다니 웬 말이냐.

두무릎을 꿇고 앉은 경림과 나리의 남편이 고개를 숙인채 어깨만 떨었다.

백선행은 나리곁에 앉아 조용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나리야, 에미가 왔다. 내 말이 안 들리니?》

백선행은 두손으로 나리의 얼굴을 정신없이 쓰다듬다가 방안을 둘러보았다. 숨이 꺽 막혔다. 가슴이 온통 비여버린듯싶었다. 이게 무슨 천벌이냐. 누가 이 마음 착한것의 목숨을 앗아갔느냐.

두주먹으로 방바닥을 연방 두드리며 그는 피눈물을 쏟았다.

《아이구! 내가 만달산 돌더미하구 나리를 바꿨는가보구나! …》

온몸을 떨며 살을 저미는 통탄을 터뜨리고난 백선행은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어머니! …》

실신한 백선행을 안아눕히며 경림이와 나리 남편이 어쩔바를 몰라할 때 이웃들이 달려왔다.

밤이 깊어서야 백선행은 의식을 되찾았다. 뿌옇게 흐렸던 눈앞이 밝아지자 그는 소스라쳐 일어나더니 나리의 시신을 향해 무릎걸음으로 기여갔다.

《나리야! … 너를 먼저 보내면… 나는 누구하고 살라느냐?! …》

조객들이 찾아오고가지만 그는 누구도 쳐다보지 않았다.

나리의 어린 두 아들과 딸이 상복차림으로 앉아있는것이 보이자 백선행은 가슴이 터져와 곡성을 터치였다.

경림이가 백선행을 부축해앉히며 말했다.

《어떤분이 어머님 뵙자고 오셨습니다.》

이어 두건을 쓴 장년이 들어와 백선행의 앞에 한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인다.

《선행에게 닥쳐온 불행을 막지 못한 나를 용서하오.》

《?! …》

죽이기는 왜놈 망나니들이 한짓 같은데 웬 나그네가 용서를 비는가.

《일이 이렇게 될줄은 나도 예측 못했소. 왜놈들은 녀인을 산채로 끌어가자고 했소. 그런데 그가 이렇게 자기 목숨을 끊을줄은… 우리가 조금만 빨리 왔어도 이런 참변은 없었을텐데…》

《예? … 그럼 우리 나리가…》

《왜놈새끼들은 모두 제 갈데로 보냈소. 한은 풀어준셈 되지만 죽은 목숨은 나도 살려낼수 없으니 위안할 말이 없소그려.》

백선행은 정신을 차리고 앞에 앉은 사람을 바라보았다. 50대에 이른 장정, 온몸에 의기가 넘쳐흐르는 사나이, 검은 눈섭밑의 눈동자에서 불이 끓는다.

《뉘시오? 혹시…》

《선행, 수십년만에 만나오. 내가 곽순이요.》

백선행은 그 대답에 형언할수 없는 감정을 안고 깊숙이 절을 했다.

《은사어른! … 보답 못하고 산 이년을 용서해주시우. 내 돈에 미쳐 친딸같은 착한것의 목숨조차 지켜주지 못했소그려.》

곽순의 두눈이 번쩍거렸다.

《그는 평양녀인의 절개를 보여주었고 선행은 왜놈들과 맞서 당당했으니 부끄럼없다고 보오. … 우리 백의민족이 망국노의 치욕을 당했은즉 이 땅엔 오늘처럼 피가 흐르게 될거요. 어찌 칼부림을 당하고만 살겠소. 왜놈들이 우리 사람 하나를 죽이면 그대신 열백놈을 죽여없애야 하오. 원쑤 왜놈들과는 사생결단을 해야 할 우리 백성들임을 한시도 잊지들 말고 살아야 할줄 아오.》

곽순은 할 말을 다하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밤이 깊었는데…》

백선행은 허둥지둥 곽순을 따라 마당에 나왔다.

《이보우, 은사어른! 내 갚지 못한 은혜는 어떻게 하라고 이대로 훌쩍 떠나시는건가요?!》

《선행, 이번 일은 선행과 만달산토지흥정을 한 왜놈 세이찌로의 작간이요. 내 이길로 가서 그놈을 기어이 죽여버리고야말겠소. 그 소식이 전해지면 이 곽순이 선행에게 남기는 마지막인사로 받아주오.》

장부의 걸음은 막지 못한다.

곽순은 결단성있게 일어나 밤의 장막속으로 사라졌다.

백선행은 마당 한가운데 굳어진채로 서있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곽순에게 말했다.

잘 가오. 왜놈종자들한테 억울하게 당하는 이 나라 백성들의 사무친 원한을 부디 풀어주오. 나도 평양녀인답게 살리다. 아, 나라는 백성의 나라라는 말을 다시한번 새겨주어 고맙소. …

곽순을 바래우는 백선행의 얼굴에는 슬픔을 이겨낸 숙연한 빛이 어려있었다.

서필은 버릴수 없는 야심과 공포의식에 쫓기여 황황히 서울을 떠나 평양으로 왔다. 횡령한 개화파의 정치자금으로 기업계에 나서겠다는 야심의 뒤에는 배신에 대한 복수가 뒤따르고있었다.

《갑신정변》의 실패로 참형을 당한 인물들의 령혼이 배회하는 서울이고 류배지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병들고 나이들어 죽으면서도 배신자들의 이름을 동료들에게 전하며 복수를 유언했다. 그속에 서필의 이름이 들어있을것은 당연한 일이다.

살아숨쉬며 숨어살아야 하는 서필이였지만 워낙 명이 질기고 야심만만한 인간이라 평양에 도착하자 일본방직주식회사의 주권을 얻어냈다. 일본놈세상이 된 서울은 각종 주식시장이 번창하여 시가변동으로 해가 뜨고 날이 저물며 횡재와 파산이 꼬리를 물어 정신을 차릴수 없는 지경이지만 평양에는 아직 일본기업이 크게 발을 들여밀지 못했기에 기회를 노린것이다.

서필은 승호지구에 벌려놓은 오노다기업의 세멘트공장건설이 어떻게 진척되고있는가를 보려고 갔다가 세이찌로의 참살소식을 듣고 경악을 하였다. 만달산토지매매흥정에서 당한 수치를 앙갚음하려다 제 무덤을 팠던것이다. 살아남았다는 정신병자같은 야꾸자가 헤매다니며 자기가 목격한 사실을 전하여 흉흉한 소문은 서필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평양택견두령이라는 사람이 야꾸자를 앞세우고 한밤중에 세이찌로를 찾아 대동강을 건너 승호까지 왔다고 한다. …

《네 이름이 뭐지?》

평양택견두령은 세이찌로가 있는 곳으로 일본야꾸자를 앞세우고 가며 물었다.

《하, 요시다 사부로올시다.》

《좋다, 내 너만은 살려두겠다. 알겠는가?》

《하.》

길들인 개처럼 사부로는 상전인 세이찌로의 침소로 평양택견두령을 안내했다.

《이 집인가?》

《하.》

《어서 찾으라.》

사부로는 문을 두드려 세이찌로를 깨웠다. 평양에서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리다 지쳐 잠들었던 세이찌로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끌어왔는가?》

얼친 사부로는 정신없이 지껄였다.

《모시고 왔습니다.》

《조선계집이나 하나 날라오고는 무슨 개수작인가!》

세이찌로가 남포등을 켰다. 자기가 기다린 백선행의 도매점 젊은 년대신 보기만 해도 기가 눌리우는 장정이 앞에 나타나는 바람에 눈이 커졌다.

《누군가?》

《네가 야마다인가?》

《사부로, 이 사람은? …》

급해맞아 꽁무니를 빼려던 사부로가 드센 손탁에 붙들려 세이찌로쪽에 던져졌다.

《이게 무슨짓인가? 당신 조선사람 우리 일본사람을 함부로 구타하는가?》

노기띤 세이찌로가 마지막으로 으르렁댔다.

주먹쥔 팔을 곧추 내뻗친 평양택견두령은 추상같이 말했다.

《이 섬나라 쥐새끼같은 놈아! 네가 무고한 조선녀인을 죽게 만들었으니 벌을 받아 마땅하다!》

세이찌로의 멱살을 움켜든 사나이는 사부로에게 호령했다.

《앞서라. 만달산으로 가자!》

사부로의 눈앞에서 세이찌로는 처참한 죽음을 당했다.

《네놈은 살려둔다. 네 눈으로 본대루 전하라. 섬나라 쥐새끼들은 다 이렇게 뒈진다고 말이다.》

밤까마귀들이 밀려드는 소리와 함께 살아남은 일본야꾸자는 히스테리발작을 일으키며 돌아쳐대기 시작했다

서필은 눈앞에서 얼른거리는 세이찌로의 죽음이 주는 공포감을 잊으려고 황황히 일본료정을 찾아갔다.

그의 심리는 이상할만큼 위안이 그리워났다.

술이나 실컷 마시고 일본계집의 품에 파고들어가면 악몽에서 깨여날것 같았다.

료정에 들어서는 서필을 료정주인이 맞아주었다.

《선생님, 오래간만에 우리 료정을 찾으십니다.》

《잘 있었소, 구마모또상.》

《우리 료정은 선생에게 만족한 봉사를 해드릴수 있습니다.》

료정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서필은 옆으로 지나가는 일본기생과 눈길이 마주쳤다. 나이는 퍼그나 먹었는데 세련된 얼굴과 육체미가 매력이 있었다. 서필의 눈길을 제꺽 포착한 료정주인이 바투 다가서며 상품광고나 하듯 엮어댔다.

《이름은 요시다 아사꼬, 나이는… 43살… 헤헤, 기생은 아니지만 마음에 드신다면… 우리 료정의 료리사입니다. …》

《좋은 음식 만드는 솜씨를 보면서 한잔 마시는것도 좋지.》

료정주인은 서필의 요구대로 제일 비싼 방으로 안내했다.

다다미를 깐 방안은 정갈하고 아늑했다.

벽에는 수묵화와 일본풍의 서예족자가 걸려있다.

방 한옆에 놓은 병풍속에서 락화가 날리고 백송수림과 고풍의 사찰도 보인다.

일본료정고유의 정서인 샤미센소리와 게다짝발장단같은 노래가락에 마음이 한결 누그러진 서필은 푹신한 팔걸이의자에 몸을 잠그었다.

서필을 방안에 들인 료정주인이 복도로 나서며 《아사꼬.》 하고 찾는다. 일본녀자들처럼 걸음발이 잦지 않은 아사꼬가 나타났다.

《저 방 손님을 네가 접대해. 음식 만드는것 보면서 먹겠다니 아사꼬가 솜씨를 보여야지.》

송월은 고개만 숙여 대답하고는 잠시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송월은 자기에게 차례진 천재일우의 기회로 하여 심장이 멎는것만 같았다.

오늘을 위해 살았다. 살아있는 오늘이 마지막날이였다.

facebook로 보내기
twitter로 보내기
cyworld
Google+로 보내기
evernote로 보내기
Reddit로 보내기
linkedin로 보내기
pinterest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naver로 보내기
mypeople로 보내기
band로 보내기
kakaostory 로 보내기
flipboard로 보내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