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18

 

만수봉에서 경상골을 내려다보면 꼭 거북잔등모양이다. 골안에는 올망졸망 초가집들이 다닥다닥 들어찼다. 상영동, 렬녀동, 경로동, 안주동, 창덕동, 수구동, 옻골, 설촌으로 불리우는 동네들이 수없이 많다.

오순못아래 검정다리고개를 넘어 내려가면 설촌이 있다. 산벗나무가 많은 이 마을에는 기이한 재능과 불우한 운명을 함께 지닌 처녀가 살고있다. 그가 바로 어릴적에 덕동이가 나무에서 떨구어 다리병신이 되였다는 진주라는 처녀이다.

초신을 엮어 생계를 유지하는 집안에서 태여난 진주는 다리를 절기 시작하면서부터 바깥출입은 거의나 하지 않고 골방에서 수를 놓아 살아가는데 그림도 잘 그려 이웃동네에까지 소문이 났다.

백씨는 설촌마을에서 진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길로 경상골 어디에 있다는 덕동이네 집을 찾아 떠났다.

도원국에게서 송월의 소식을 들은 그는 박천길이 급하다는것은 알면서도 송산자기장부터 꾸려야겠다는 욕심을 누를수 없어 뒤로 미루고있다.

도원국의 말을 믿는다면 송월이가 일을 친게 분명하다. 드살이 센 객주집주인년이 나가라고 쫓아대지만 갈 곳이 없는 몸이라 머리끄뎅이를 뜯기우고 매맞기를 밥먹듯 하면서도 늘어붙어있다지 않는가.

송월의 정상이 가슴 한구석에 맺혀있는 백씨였지만 그렇다고 큰돈벌이를 제치고 가게 되지 않았다. 설마 얻어맞아 죽기야 하겠는가. 죽을 목숨이였다면 코물 흘리며 길가에서 헤맬 때 벌써 죽었을게다. 모진 년이야. 그러니 타구를 들어 량반이마빼기 후려칠수밖에. 내가 쑤셔댄게 그런 변을 일으켰으니 하루빨리 가서 데려와야겠지만 눈앞에 일감이 있는데 어쩔 도리가 있는가.

백씨는 물어가며 덕동이네 집을 한참이나 걸려서 찾았다. 군영과 훈련장이 자리잡은 곳을 썩 지나 무인지경같은 산속의 돌막집이였다.

영명사와 을밀대, 칠성문으로 가는 산길이 모두 여기서 골안으로 올리뻗었다.

돌막집앞에는 오동나무 두그루가 마치 대문을 대신하듯 서있다.

돌막집 마당에서 베수건을 쓴 녀인이 키질을 하고있다. 날려가는 겨껍질을 보니 메수수다. 가난에 쪼들린 살림살이가 한눈에 보인다. 돌이영우에 풀이 자라 집이라는 형체를 가려볼수 없게 하는데다 열려진 부엌문은 동굴아구리같다.

《그새 몸성히 잘 있었나요?》

백씨의 인사말에 베수건을 눈두덩까지 내려쓴 녀인이 고개를 쳐들었다.

《뉘시우?》

《나예요. 박석골 백씨예요.》

《아니?! … 옳구려. 나같은걸 다 잊지 않구 찾아주네그려.》

《돈벌이에 미친년이라구 욕많이 했겠지요.》

《무슨 소릴, 재간이 없어 요 모양 요 꼴로 살지 않나. 여기 와서 좀 앉으라구.》

덕동이 어머니는 자리를 권하고나서 한숨부터 앞세웠다.

《명이 붙어있으니 사람이지 이게 어디 사람살인가.》

《덕동인 잘 있나요?》

《겨울을 났으니 이제부터는 하루종일 풍구질이나 하겠지.》

《그러니 토기장에 올라갔나요?》

《다 알구 왔구만.》

《경림이가 그러더군요. 안지는 오랜데 오늘에야 왔지요.》

《그애들이 박석골에 그냥 사오?》

《내가 데리고있어요.》

《에그- 불쌍한것들을 돌봐주는 사람도 있구만.》

백씨는 덕동이 어머니 손을 잡았다. 속대가 굳은 녀자여서 돈냥이나 있다는 행세를 쓰다가는 찾아온 일을 그르칠수 있어 차근차근 말했다. 송산쪽에 자기장을 내오자고 하는데 일군들을 골라봐야 덕동이만 한 젊은이가 없고 그전에 죽을 고비를 넘겨준 은혜도 갚고싶어 그러지 결코 아들을 데려다 부려먹자는게 아니라는것을 리해시켰다.

《고맙네. 임자가 내 아들 박대할 사람이 아니라는건 아네만 그 녀석도 다 자란데다 토기쟁이로 막 살아 밸머리가 사나워 듣겠는지…》

《장가는 보냈어요?》

《토기쟁이한테 딸 주겠다는 사람이 어데 있겠수.》

《내 덕동일 만나보리다.》

토기장은 집에서도 골안으로 5리는 실히 올라가야 했다.

벌써 로에 불을 지피는지 연기가 자욱하다. 아직은 날이 찬데 저고리를 벗어내치고 힝힝 소리를 내며 도끼를 휘둘러대는 젊은이가 보인다. 저 나이에 세상을 등지다싶이 하고 토기굽는 재미로 산다는것도 드문 일이지만 선창에서 하루품을 팔고 술이나 마시며 세월을 보내는 젊은이들과는 달리 한가지 일에 매달려있다는것이 직심스러운 성미를 말해주기도 한다고 백씨는 생각했다.

《이 사람 덕동이.》

백씨는 조심스레 찾았다.

도끼질을 그친 덕동이가 고개를 돌린다. 베수건으로 머리를 질끈 동이였다. 너부죽한 얼굴에 부리부리한 눈이 록록치 않게 번들거렸다.

《뉘시우?》

말투부터가 거칠다.

《날 모르겠나. 박석골에서 함께 산…》

덕동은 물끄러미 마주보다 제 주제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던지 수건을 벗어 땀을 씻으며 패놓은 장작을 모았다.

《어떻게 여길…》

반가와하는 기색은 전혀 없다.

《내가 온건 자네를 보자구 왔구, 의논할 일이 있어서네.》

《나같은것하구 무슨…》

《앉으라구.》

나무통을 깔고앉은 백씨는 토기장을 둘러보았다.

로라는게 겨울 한철 얼었다 녹으며 절반나마 허물어졌다. 골짜기에서 도끼질소리가 쩡쩡 울리는걸 봐선 덕동이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나무를 찍는 모양이다.

넙적한 돌을 깔고 모로 앉은 덕동이는 백씨의 말만 기다렸다.

백씨는 얼굴에 내돋은 땀을 씻으며 최승대쪽 산발에 눈길을 보낸채 건성 물었다.

《덕동인 진주를 생각하고있나?》

뜻밖의 물음을 받은 덕동이가 백씨를 멍청히 바라보다 두손으로 머리를 움켜쥐였다. 요즘 젊은이들은 장가가서도 상투틀기를 시끄러워한다. 막벌이군인데다 장가조차 못간 덕동이의 머리가꿈새란 볼품없는 산발이다.

《그건 왜 물으시나요?》

《난 지금껏 살며 허투로 말하는 법 모르고 빈 걸음을 한 일이 없네.》

가위눌린 덕동은 고개를 수그린채 움직일줄 몰랐다. 진주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부터 그의 마음은 형언할수 없는 서글픔에 잠겼다.

진주! … 설촌에서 이웃에 같이 살았다. 너무 고와 업고다니며 먹고싶다는 모란봉의 산열매는 다 따주었다. 세상에서 우리 오빠가 제일이라던 진주, 대동강의 모래무치를 잡아 구워주면 《요건 무슨 고기나?》 하며 맛있게 먹었다.

하늘이 내린 벌이였는지 배나무에서 떨구어 다리병신을 만들었다. 그날저녁 덕동이는 어머니한테서 처음으로 매라는걸 맞아보았다.

그후 덕동이네는 설촌에서 살수 없어 박석골로 이사했으나 진주에 대한 이야기는 전염병같이 따라다니였다.

집살림이라도 넉넉하면 진주를 데려다 며느리로 삼고 함께 살면 좋겠건만 가난이 원쑤라고 어머니는 세월을 두고 한탄한다.

덕동은 진주가 병신몸으로 수놓이를 해서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속으로 울었다. 그렇다고 찾아가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 그들의 운명은 이처럼 가슴아픈 사연을 안고있다. 잊으려고 애쓰며 사는 진주이야기를 들으니 괴롭기만 한 덕동이다.

백씨는 덕동이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며 가지고온 흰 흙덩이를 내놓았다.

《이걸 좀 보라구. 나야 이런 물계엔 눈이 어둡지만 덕동인 알겠지?》

덕동은 머리를 궁싯대며 한동안 주물러대더니 《이게 백토라는거야요. 이렇게 좋은 백토는 처음 봐요.》 하고 말했다.

《그게 분명 백토가 옳긴 옳은가?》

《백토라니까요. 이 흙에 모래 같은걸 섞어서 자기를 굽지요.》

백씨의 얼굴은 밝아졌다.

《됐네. 그러니 내 타산이 틀린건 아니였구만. 백토와 모래는 송산쪽에 많네. 그래서 덕동이한테 자기 만드는 일을 시켜볼가 하는데 의향이 어떤가?》

그제야 백씨가 찾아온 리유를 안 덕동이가 고개를 끄덕댔다.

《내 재간에 해내겠는지 모르겠지만 밑천이 많이 들어야 되는 일이니…》

《그건 걱정말게. 내 아무 궁냥없이 일판을 벌리자고 하겠나.》

덕동은 자못 무거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천한 토기쟁이들이긴 해도 의리심은 있으니 내 한몸만 훌쩍 가버릴수는 없거든요.》

《말하라구.》

《저기 두사람은 형제간이나 같은데 우릴 갈라놓으면 안된다 그말이예요.》

백씨는 시원스레 웃었다.

《일군은 재간이 첫째요, 근면해야 하니 그들을 믿는다면야…》

《제 뼈를 깎아 사는 사람들인데 의심마십시오.》

《좋네. 자네 먹은 마음대로 하세.》

덕동의 얼굴에도 그제야 웃음이 어리였다.

《언제쯤부터?》

《지금 당장.》

《예? 그렇게 급하게요?》

《질그릇개비나 구워서는 시세에 눌려 허리를 못 펴네. 덕동인 친구들한테 가서 여기 일은 오늘로 그만둔다는걸 알린 다음 의논하고 오게. 내 여기서 기다리지.》

덕동이가 제 친구들한테로 간 다음 백씨는 토기장을 돌아보며 머리를 저어댔다. 이야말로 공로력을 들여 승산없는 일을 하는노릇이다. 그는 값이 나가는 자기를 굽자면 아무리 경험있대도 토기쟁이재간만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에는 문양이 있어야 하는데 동이며 독따위나 굽던 사람들이 그 일을 할수는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것이 설촌의 진주다.

덕동이와 진주는 피할 길 없는 연분을 가졌지만 가난이 갈라놓고있으니 배필로 무어주면 두 재간이 합쳐지는셈이다. 처음부터 잘되는 일이 어데 있겠는가. 재간있는 자기쟁이들을 찾아서 모으면 송산에서도 큰돈을 벌수 있다.

백씨는 자기가 가지고있는 밑천으로 더 많이 벌어 불쿨수 있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을 생각이였다.

《우리 친구들이 해볼만 한 일이라고 좋아합니다.》

덕동이 되돌아와서 말하자 백씨는 그럴줄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골안에서 굶어지내며 일할텐가. 송산에 가면 집도 있겠다, 내 돈으로 먹여주는데 무슨 근심이 있겠는가. 하지만 자기장에서 리가 나자면 허실비실 실속없이 일하게 해서는 안되니 자리부터 잘 잡아줘야 한다.

《자기는 모양이 뛰여나고 바탕이 깨끗해야 하며 그 무늬가 은근하면서도 고와야 하네. 그러니 덕동이네 재간만으로 꽤 될가?》

백씨의 말을 들으며 덕동은 지극히 옳다고 여겼다. 토기와 자기는 땅에서 기여다니는 버러지와 하늘을 나는 매만큼이나 차이가 있으니 자기들의 힘으로 감당 못하면 어쩌는가. 오르지 못할 나무를 바라보는 격이 되면 큰일이다.

《덕동이, 사람이 서로 의지한다는것은 몸뚱이로가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재간을 모은다는 뜻도 있지. 자네가 못할 일을 해줄수 있는 사람이 있네. 마음을 먹었다니 나하구 가자구.》

덕동은 백씨가 하는 말을 가려듣기 힘들었다. 다만 앞에 서있는 녀자가 실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는것만 알고있었다.

덕동은 백씨가 끄는대로 털썩털썩 따라걸었다.

백씨는 덕동이 어머니를 쉽게 리해시킨 다음 그들모자와 함께 설촌으로 향했다. 그가 미리 마련해가지고온 무명바지저고리를 차려입은 덕동은 어머니에게 조용히 물었다.

《우리가 어데로 가나요?》

《귀인 만나서 가는 길이니 따라오기나 하려무나.》

진주네 집마당에 들어서자 덕동이가 떡 뻗치고 선것을 백씨는 《임자가 사내라면 불쌍한 처녀를 건져주어야 하네.》 하고 엄하게 나무리며 방안에 끌어다앉히였다.

덕동이네보다는 조금 낫다지만 이 집 사는 모양도 다를바 없었다. 처녀가 거둠질하는 집이여서 노전바닥이나 깨끗했지 가장집물이라고는 녹이 쓴 장농우에 놓인 이부자리 두채가 전부다.

골방에는 수틀과 그리다만 병풍족자 몇개가 놓여있다. 인간이 수수천년 바라오지만 꿈으로만 남은 무릉도원이 병풍족자에 자리잡고있었다.

진주는 그 방에 앉아 부모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며 살며시 덕동이를 문짬으로 내다보았다. 더벅머리총각은 어렸을 때 제가 업혀다니던 옆집 사내아이가 옳았다. 고개도 못 들고 앉아있는 모습이 그에게는 아픈 마음과 함께 애수를 불러왔다. 내가 병신된게 어찌 저 총각탓이랴. 계집애란게 벌차서 나무에 기여오르다 떨어져 다리를 다쳤으니 피할 길 없는 제 운명인데 덕동이 어머니는 그저 죄지은 사람처럼 두손으로 노전바닥을 짚고 고개를 수그린채 잘못을 빌듯 말한다.

《우리 덕동이 이 집 딸의 일생을 망쳐놨으니 죄는 더 말할것도 없고 그저 바라는건 둘이 한처마밑에서 평생고락을 나누도록 해주시는것뿐입니다.》

진주의 아버지는 고불통을 문채 성미그대로 묵묵부답이고 어머니는 한숨만 몰아쉬며 탄식을 뿜어댔다.

《병신딸 생각해주는 마음은 고맙소만 그 집이나 이 집이나 사는 모양은 같지 않나요. 저애들이 빨간 두주먹만 가지구서야 험한 세상살이를 어떻게 하겠나요. 안되외다. 그 꼴을 차마 못 보겠소.》

두집 어른들사이에 앉은 백씨는 그때까지 듣기만 하고 고개를 붙박은 덕동이는 굳어진 바위모양이다.

《사람이 눈앞에 막아선 큰 산만 보다나면 제 타고난 가난에 물러앉고맙니다. 부모님네들은 내 말을 한번 들어보시라요.》

백씨가 입을 열어서야 방안의 한숨소리가 그쳐졌다.

덕동이가 진주를 잊지 않고 동고동락할 마음을 먹었다면 살아갈 앞길은 열릴수 있다. 송산에는 손질만 하면 쓰고살 집이 있고 부쳐먹을 땅뙈기도 퍼그나 된다. 그곳에 자기장을 내올수 있는 백토와 모래, 나무와 물이 넉넉하니 일판을 벌려 좋은 자기만 구우면 평양의 큰 장들이 가까이 있어 팔기도 쉽다. 한두해 고생은 하겠지만 제힘으로 생활터전을 마련해놓으면 그게 사는 보람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덕동이와 진주의 성례를 치르어주는게 어떤가.

자기의 운명을 걱정해주는 백씨가 진주로서도 더없이 고맙지만 제 몸이 병신이라는 생각으로 눈물이 북받쳤다. 어려서부터 오빠처럼 여긴 덕동이에게 기꺼이 몸을 맡기고싶지만 온전한 몸이 못되니 평생 짐이 될게 아닌가.

《왕가물로 갈라터진 땅에 단비가 내리는가보우.》

진주의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며 손등으로 눈귀를 꾹꾹 눌렀다. 백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것이다.

진주의 어머니도 눈물이 글썽하여 덕동이를 바라보았다.

《자네 내 딸을 소박하지 않겠나?》

여전히 고개를 숙인 더벅머리가 속안에서 우러나오는 대답을 했다.

《이놈은 아홉살때 지은 죄를 씻게 되였으니 평생 진주를 어려서처럼 업고 살겠습니다.》

그 말이 좌중을 울렸다.

진주의 옷고름우로 눈물이 떨어져내렸다.

백씨는 대범한 소리로 말했다.

《가난은 죄가 아니니 용기를 내서 살아야 해요. 날 때부터 구부러든 등을 종시 펴지 못하면 짐승만도 못하게 밟히우다 죽는 길밖에는 없어요. 이젠 의향들이 합쳐졌으니 성례날이나 정하자요. 이 일은 시작부터 내가 나섰으니… 이달 스무닷새날 잔치를 하구 그길로 송산 새 집으로 이사하면 어떻겠나요?》

《스무닷새날이라면 이제 열흘도 안 남았는데 무슨 수로 잔치를 하겠나요?》

덕동이 어머니 걱정에 백씨는 선선히 대답했다.

《내 말하지 않았나요. 내가 시작한 일이니 내가 다 맡아한다구요.》

아무리 가난해도 동정이라는 말조차 들어보지 못하며 살아온 두집 녀인들은 백씨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고마와요. 우리같은 가난뱅이들을 돌봐주니… 죽을 때까지 이 신세를 잊지 않으리다. …》

《이러지들 말라구요. 가난뱅이, 가난뱅이해도 팔다리힘이야 있지 않나요. 부지런하면 해비치는 날도 보게 되겠지요. 난 덕동이나 진주가 이것만 명심해서 살면 바랄게 없어요.》

진주의 집은 생겨서 처음 눈물속에서 생이 주는 행복을 맛보고있었다.

모든 일이 락착되자 백씨는 일어나 진주의 방에 올라갔다.

소곳이 앉은 진주의 모습은 청신한 한송이 꽃같은데 이슬에 함뿍 젖어있었다.

《진주야, 다 들었으니 네 의향은 어떠하냐?》

골방규수의 몸은 부모의 뜻을 따라 흘러가야 하는 신세라지만 그렇게 사는 녀자들의 운명에 눈물겨운 곡절은 얼마인가. 백씨는 자기가 돌이켜져 저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해졌다.

《말해라. 나도 살아봐서 싫다는 일은 시키지 않는다.》

《고맙습니다. …》

백씨의 품에 안긴 진주의 어깨는 세차게 물결쳤다. 목메인 그 울음소리는 설음을 터뜨린 하소만이 아니였다. 

facebook로 보내기
twitter로 보내기
cyworld
Google+로 보내기
evernote로 보내기
Reddit로 보내기
linkedin로 보내기
pinterest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naver로 보내기
mypeople로 보내기
band로 보내기
kakaostory 로 보내기
flipboard로 보내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