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13

 

남산 송백이 가을바람에 뒤설레는 소리를 들으며 서필은 어둠속을 헤쳐 걷고있다. 머리속에서는 개화파우두머리들의 열기띤 론쟁이 회오리바람을 일구지만 두다리는 샤미센소리에 끌려가고있었다.

왜인들이 많이 모여사는 남산쪽에는 곳곳에 유흥터가 있었다.

서필은 오래전 부산 동래에 있는 왜관에서 사귄 야마다 세이찌로와 친교를 가지고있어 남산의 왜인가를 자주 찾는다. 목적없이는 그 어떤 개인적친교도 가지지 않는 그이기에 지금처럼 어둠속에 몸을 감추고 은밀히 걷는것이다.

리왕조력사에 반정시도는 얼마였고 패배당한 세력의 참상은 어떠했던가. 룡상에 앉은 임금은 지엄자비한 표정으로 문무백관들을 굽어보지만 《황은》과 《태평성세》를 개올리는 공신대감들의 손에는 백정들보다 더 많은 피가 묻어있었다.

개화파가 정변에서 실패하는 경우 그 운명은 결코 달리 될수 없다.

서필은 실패라는 전제와 그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가 모연자금에서 1만냥을 뭉청 떼내여 금으로 바꾸어가지고 야마다 세이찌로를 찾아가고있었다. 이렇게 서필은 개화파의 대의명분앞에 다진 서약을 헌신짝같이 줴버리고 배신의 첫걸음을 떼고있었다.

야마다 세이찌로는 이미 약속이 있은지라 게다를 신고 마당에까지 나와 서필을 기다리고있었다.

《야마다상, 안녕하셨소.》

《이 세이찌로는 서상을 만날 때가 제일 기쁩니다.》

세이찌로는 서필의 손을 다정히 잡고 방안으로 안내했다.

일본식미닫이문이 소리없이 열리더니 문가에 세이찌로의 처가 무릎을 꿇고앉아 고개를 갑삭 숙여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감사합니다, 부인.》

통관살이 10여년에 왜인접대가 많았던지라 서필은 이국의 가정적향취에 몸을 푹 잠그며 례의를 차렸다.

세이찌로의 처가 놓아주는 금실무늬장식한 방석우에 두사람은 마주보며 무릎꿇고 앉았다.

《다시한번 서상의 왕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일본인이긴 하지만 세이찌로에게서는 갑삭대기 잘하는 야마또종자의 본태가 엿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우량종으로 개량되여서가 아니라 외교활동에서 생겨난 직업적인 침착성이고 점잔이였다.

《야마다상은 나의 가장 오랜 벗이고 친우입니다.》

두사람의 접촉은 서로의 리해관계로 하여 매우 미묘했다. 세이찌로가 일본기업계의 촉수라면 서필은 개화파세력에 대한 일본정부와 재벌들의 태도를 알아내는것이 여러모로 필요했고 다른 한편 세이찌로가 조선의 내정을 정확히 내탐하여 정부에 보고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있다면 서필은 일본의 현대적인 산업과 결합될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있었다.

서필은 가지고온 금을 서슴없이 내놓았다.

《야마다상, 받아주십시오.》

《이건 뭡니까?》

《오랜 친구인 나의 인사이자 개화파 큰 인물의 성의입니다.》

서필은 뢰물이 아님을 표명하고저 내키진 않았지만 개화파를 코에 걸었다. 언제나 두가지 가능성을 소홀히 하지 말라는 이른바 자기식의 생활론리에 충실한 서필이다.

《서상, 뜻깊은 선물의 뜻을 설명해줄수 없습니까?》

《신의지요.》

《오? 서상은 보기 드문 강직한 사람입니다.》

자기를 지사로 일러주는 세이찌로의 그 말에 서필은 낯이 간지러워났다. 곧게 선 나무란 바람에 부러지기 쉽다. 인간의 강직성도 그런것이다. 인간도 나무도 꺾어지면 무엇이 남는가.

서필은 내심을 숨기고 화제를 돌리였다.

《야마다상, 내가 일본을 래방하면서 제일 관심해오는것은 방직기술입니다. 우린 아직도 베틀에 앉아서 무명천을 짜고있거든요, 하하하.》

세이찌로는 손벽을 치고나서 서필의 말을 롱담으로 여기며 응수했다.

《조선사람 비단짜는 솜씨는 우리 일본이 따라배울만 한게 아닙니까, 흐흐흐.》

서필은 정색하여 손을 내저었다.

《일반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생각해야지요. 비단도포자락을 펄럭이던 때는 지나갔습니다.》

《하하하, 서상은 기업의 장래에 대해 나와 의견을 나누자는건가요?》

《야마다상의 고견을 바랍니다.》

또다시 손벽을 울린 세이찌로가 자세를 곧추세우고 류창한 조선말로 대답했다.

《유럽의 산업은 잠자고 산 아시아보다 2백여년은 앞섰습니다. 뒤따르기를 한 우리 일본의 국내기업실태만 보더라도 팽창되여 해외출로를 찾고있습니다.

풍부한 자원과 값눅은 로동력이라는 2대요소는 기업전략에서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조선은 자원이 풍부합니다. 일자리가 똑똑치 않아 품팔이로 떠도는 사람은 얼마나 많습니까. 바로 여기, 반도땅우에 큰 기업을 창설하면 동남아시아의 광대한 대륙과도 련결될수 있습니다. 이것은 일본기업계가 현실로 만들어야 할 리상입니다.》

세이찌로가 말하는 리상이란 급속히 제국주의화되여가는 일본의 조선침략목적의 하나이기도 했다.

서필의 머리속엔 온통 기업에 대한 생각뿐이였다. 나라의 운명과 민족의 존망 같은것은 아예 안중에도 없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세이찌로를 통해 일본의 대기업과 연줄을 이을가 하는 궁리만 하였다.

《야마다상의 고견은 나로 하여금 품어온 결심을 더욱 굳혀주었습니다. 나의 꿈은 평양쪽에 방직공장 같은것을 하나 내오는겁니다. 서북지구에서 생산되는 누에고치량은 대단합니다. 그리고 삼남지방의 목화도 운반할수 있지요. 야마다상의 말대로 좋은 기계설비로 눅은 로동력을 가지고 질좋은 천을 생산한다면 그 리윤은 대단히 클겁니다.》

두눈을 감고 듣던 세이찌로가 《아주 훌륭합니다.》 하고는 손벽을 쳐서 료리상을 들여오게 했다.

세이찌로의 처가 미리 준비하고있던 술상을 놓아주고는 잔마다에 술을 부었다.

《많이 드십시오.》

《부인, 감사합니다.》

무늬가 알락달락한 일본자기에 정갈하게 담은 왜식들을 스쳐보며 서필은 고개를 숙여 세이찌로의 처에게 인사했다.

두사람은 마사무네를 마시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우리 일본은 조선정부내의 개화파인물들에 대하여 특별한 관심을 돌리며 그들과의 긴밀한 련계를 바랍니다.》

세이찌로는 김옥균, 어윤중, 김홍집 등이 일본을 여러차례 방문했다는것을 알고있지만 이렇게 말했다.

《오늘도 모임이 있었는데 론의가 분분했습니다.》

개화파의 비밀을 발설할 위인이 아닌지라 서필은 세이찌로가 알고도 남는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일본의 《명치유신》이 개화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는바 리씨조선의 보수적인 조정은 마땅히 부르죠아개혁을 해야 한다. 한마디로 혁신세력이 집권하여야 조선의 봉건적인 락후성을 털어버릴수 있다는 설명에 불과했다. 세이찌로가 어지간히 지루해할 때 서필은 넌지시 한마디 던지였다.

《<자수자강>이라는 대의명분에서 골자는 외국의 침략에 대처한다는것이지요.》

시종 눈웃음을 치던 세이찌로의 안면이 한순간 경련을 일으켰다.

《명치유신》이후 사이고 다까모리의 《정한론》이 시기상조로 밀리우고 일본정국이 또 한차례 큰 흔들림을 당했지만 조선침략구상은 계속 추진되고있었다. 어느때 가서든 조선이라는 땅덩이를 집어삼키겠다는것이 일본의 야망인것이다.

일본정계의 거두들은 조선문제를 둘러싸고 청, 로와의 충돌을 심사숙고하지만 대륙에로의 진출이 사활로 된 조건에서 전쟁도 불사한다는 각오를 하고있으며 식민지로 되여야 할 조선에서 반일항전과 같은 항거를 보다 우려한다. 개화파들이 조정의 세력을 틀어쥐고 반침략사상으로 백성들을 불러일으킨다면 매우 불리한 조건이 아닐수 없었다.

《야마다상, 일본국가가 우리 개화파에 재정적지원을 줄수 있다고 생각하오?》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있는 세이찌로의 태도에 은근히 답답해난 서필은 답변을 줄만 한 상대가 못되는줄 알면서도 큰 질문을 하였다.

어떤 대답이 나올것인가. 일개 외교관이지만 자기의 견해는 있을것이다.

《서상, 내가 일본내각의 재정대신이나 되는것 같이 생각하는게 아니요?》

물론 똑바른 주견을 가질 인물은 못되고 그러니 체면을 지켜 저렇게 대답하는것도 수완이지.

《야마다상은 명석한 사람이여서 물었던거요.》

두손으로 넙적다리를 짚고 꼿꼿이 앉아있던 세이찌로가 술을 부으며 사내답지 않게 게이샤(일본기생)처럼 요사를 부렸다.

《서상, 어서 도미사시미를 드십시오. 그리구 이건 다랑어찜인데 조선료리보다는 못하겠지만 맛이라도 보십시오.》

정치는 그만 론하고 생활로 넘어가자는 요구이기도 했다.

《야마다상, 고맙소.》

온 목적도 실현했고 할 말 또한 다한셈이니 먹고 노는 판이다.

서필은 왜식을 즐겨하는지라 도미사시미에 저가락이 자주 갔다. 초장을 바른 도미의 말큰말큰한 살이 입안을 상긋하게 해주었다.

이상한 족속들이야, 밥우에도 회를 놓아 먹으니… 날고기를 먹는게 이것들의 식성인즉 야만스럽기는 해도 그 맛은 그 맛대로 있거든. 괴이한 섬나라 종자들이라니… 임진년엔 우리 땅을 먹으려다 저들이 망했지. 패전의 그 수치를 3백년이 돼오도록 속에 품고 살아온 악종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잊고 살았거든. 오랑캐라고 숙봐온 왜나라가 어느새 자라 오늘날엔 감히 렬강들과 견주려드는 판이다.

술기가 오른 세이찌로가 손벽을 치자 이번에는 샤미센을 안은 두 게이샤가 들어와 고혹적인 인사를 한다. 저년들이 웃는것도 내가 조선사람이래서 깔보는짓이다.

속이 울컥해난 서필은 손을 쳐들고 소리쳤다.

《어서 춤을 춰라! 어서…》

어딘가 야생적이면서도 처량한감을 자아내는 샤미센의 선률이 방안을 서서히 휘감았다. 청색기모노를 입고 금실로 수놓은 나고야오비를 가는 허리에 감은 두 녀자가 춤을 춘다. 밭은걸음을 옮기며 이어가는 오또기같은 률동, 박자에 맞춰 어깨와 두손, 엉덩이만 가지고 던지는 매혹적인 추파…

세이찌로가 손벽을 치며 노래를 부른다. 일본계집들의 궁둥이가 한층 활기띠고 세차게 움직인다.

고개를 젖힌 서필은 뿌연 눈으로 바라보며 생각했다. 사무라이들이 계집 하나만은 잘 길들였거든. 저눔네 나라의 자랑이라는게 계집들의 순종과 봉사지 뭐야, 껄? 조정을 개혁한다구? … 모르겠어. 난 래일 평양에 갈테야. …

샤미센과 노래에 맞춘 한판 춤이 끝나자 계집들이 서필과 세이찌로의 무릎에 앉다싶이 하고 목을 그러안으며 애교를 부렸다.

《서상, 우리 녀자들은 이 멋에 사랑스럽습니다.》

아무렴, 너희들은 이것들만 팔아먹어도 살텐데 왜 늑대무리같이 날치느냐. 속으로 이런 말을 씹어댄 서필은 왜년의 겨드랑이에 손을 밀어넣고 뭉클한것을 움켜잡으며 저도 모르게 《하이!》 하고 소리질렀다. …

이튿날 서필은 서울을 떠났다. 조정에서 제학(정3품)을 지낸 친구가 벼슬살이를 그만두고 락향하기에 말을 얻어타고 평양까지 왔다.

오늘은 종로에 있는 취향루에서 유양점, 도원국과 만나게 된 날이다. 기분좋은 걸음을 몇자국도 못 뗐는데 기승스러운 대동강바람이 중절모를 벗겨놓았다.

《저런, 저런… 그… 내 모자 잡아주…》

두손을 뻗치고 바람속에서 소리치지만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데다가 솟았다 곤두박질치며 아이들이 띄우는 연모양으로 사라져버리는 모자가 화를 돋구었다.

《이런 빌어먹을…》

홀지에 맨머리가 된 서필은 발을 구르며 욕을 하다 말을 삼켰다.

모자 한개쯤 진상하는거야 큰건가. 어쨌든 이상한 일이다. 이 고장에 와서는 좋지 못한 일이 꼭 생기니 말이다. 지난해엔 어수룩한 인력거군에게 가방을 맡기고 길옆 점방에 잠간 들렸다 눈뜨고 털리웠다. 돈이 크게 들어있지 않았으니망정이지…

이번 역시 첫걸음부터 평양의 인사대접을 톡톡히 받은 서필이 쓴입을 다시며 세찬 바람에 날려갈듯 휘청거리며 걷는데 난데없는 웬 손이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이건 또 뭐야? 아까운 왜나라 중절모까지 바쳤는데두 모자라 성환가. 신경질이 난 그가 고개를 홱 돌리니 비단치마저고리를 입은 녀인이 밑도 끝도 없이 수작질이다.

《왜 모른체 하시우? 회계는 회계대로 합시다레.》

낯도 모르는 녀인이 알지도 못할 소리를 지껄이는통에 가뜩이나 화가 동한 서필은 피대를 돋구어 성을 냈다.

《내가 누군줄 알구 길가에서 허튼수작질이야?!》

《왜 모르갔나요? 호호. 저기가 내레 술파는 집이외다. 저기요.》

양복저고리끝을 움켜쥔 녀인이 오뉴월 엿가락같이 늘어붙어 저기, 저기 하는통에 억이 막힌 서필이 바람을 피하며 바라보았다. 함석지붕을 씌운 점포와 음식점들이 처마를 잇대고 늘어앉은 속으로 오탄술집이라는 낯익은 간판이 안겨왔다. 숭어탕을 잘하기로 소문이 나서 유양점이며 도원국이와 여러번 다닌 곳이다.

술심부름하는 처녀애들도 하나같이 곱살하기에 즐겨 찾군 했는데 뒤구석에 이런 흉물단지같은 년이 도사리고있은줄이야… 먹은 숭어가 되살아 요동치며 배속을 활 뒤집어놓는것 같아 서필은 이마살을 찡그렸다.

《보이지요?》

《뭐가 말이요?》

《오탄술집 말이야요.》

《그래서?》

《가자구요. 어서요.》

《가긴 어델 간다구 이 야단이야?!》

《아이구, 외려 제편에서 큰소립네다그려. 오늘중으루 외상술값 안 갚으문 가만두지 않겠수다!》

《허허? 외상술이라니? … 이런 기막힌 일도 있나. 내가 돈이 없어서 외상술을 먹겠나?》

《그러게 가자지 않나요. 장부를 제 눈으로 보면 될게 아니요?!》

서필은 바람세찬 길가에서 질기고 사나운 술집 아낙네한테 욕을 당하기보다는 무슨 판인지 제 눈으로 보고 결판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녀인이 끄는대로 따라걷다가도 밸이 치밀어올라 몇걸음에 한번씩 발을 굴러댔다.

《내가 이런 꼴을 당하다니!》

《뒤가 찌같아서 그러지 않소.》

《그 입질을 언제까지 하나 보자.》

《가재두요. 빚진게 없으문 그러갔소.》

서필을 끌고 음식점 뒤골방에 들어간 녀인은 문서장을 보란듯이 펴들었다.

《자, 보시라구요. <감홍로> 다섯병, 숭어탕이 네그릇, 그때 살집좋은 량반은 곱배기를 했지요? 녹두지짐이레 세 접시, 통닭찜이 하나, 뱀장어구이… 거 뭐, 값이래야 보잘것없시다. 넉냥 두푼이외다.》

《허? 기막혀서 그 량반들이 값을 치르지 않았소?》

《치르지 않았소?! … 조그마한 술집이라고 숙봅네까? 여기 도장도 찍혔수다. 어른 성함이랍디다. … 서필… 내레 얼굴 알아뒀으니망정이지…》

《그 사람들이 내 도장까지?》

《왜, 틀리웨까?》

평양바닥에 들어서자마자 모자를 벗기우고 이런 개망신까지 당하고난 서필로서는 억이 막히고 분통이 터져 견딜수 없었다.

어쩌면 유양점이며 도원국이 이럴수가 있는가. 고현놈들! 내 이놈들을 그냥 두지 않을테다. 저네들이 끌고와 술먹이고는 말도 없이 나한테 뒤집어씌워?! 그따위들도 사람이라구 내가 대상해오다니…

지금껏 제노라 하며 살아오다가 청청대낮에 날벼락맞은 서필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배신감으로 이를 갈다가 돈을 내뿌리고나서 술집을 뛰쳐나왔다.

대동강바람은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자기가 가는 길목마다 회오리까지 일으켜 눈뜨고 걸을수조차 없다. 이게 무슨 귀신이 붙은 바람이 아니야? 이런 생각이 치민 그는 머리를 홱홱 저어대며 종로에 있는 취향루를 찾아 씨근씨근 내처 걸어갔다.

취향루는 평양부의 중심거리인 종로에 자리잡은 이름난 음식점이다. 외형은 조선식 2층으로 된 청기와집이였는데 음식과 손님접대에서는 평양에서 손꼽히는 축이였다.

취향루의 대머리주인이 서필이가 문열기 바쁘게 맞아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선생님을 기다렸답니다. 오래간만이니 정말 반갑습니다.》

버릇처럼 모자를 벗어 맡기려고 손을 올리던 서필은 거친 소리로 대답했다.

《반갑네. 잘 있었나?》

《먹은 나인 몇 안되는데 보다싶이 주름만 늘어갑니다.》

유들유들한 몸에 납신대며 일부러 뽑아내는 청이라 듣기조차 느글느글해서 서필은 마주보지조차 않았다.

《날 기다렸다니 무슨 소린가?》

《친구되는분들이 웃층 조용한 방에서 기다린지 오랜걸요.》

서필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부르쥐였다. 이 뻔뻔스러운 놈들아, 어디 상통이나 좀 보자.

그는 서둘러 2층으로 올라갔다. 사방침같은 주인이 뚱기적거리며 따라와 방문을 열어주었다.

서필의 눈에 보이는 사람들은 분명 유양점과 도원국이다. 살집이 넉넉한 사람은 능글능글 웃고있는데 턱이 뾰족한 얼굴은 잘망스레 빤히 쳐다만 본다.

《서형! 왜 이리 걸음이 늦소?!》

반갑다는 유양점의 말을 뒤쫓아 도원국이까지 제법 생각해주는척 하며 분수없이 한마디 께낀다.

《서울은 예서 수백리길이 아니외까.》

서필은 분기가 올라 씨근거리면서도 저게 분명 자기가 지금껏 상대해준 두사람이 옳은가 하고 보고 다시 보았다.

얼마나 천연스러운 얼굴들인가. 뒤에서는 골탕을 먹이고 앞에서는 각근한 정을 운운하는 저 철면피한 놈들을 어떻게 리해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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