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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산성밖에서는 자기네를 붙잡겠다고 관찰사로부터 고을의 라졸들에 이르기까지 눈이 벌개서 돌아치고있었건만 성안에 틀고앉은 봉기군들은 무사태평하게 군사조련만 하고있었다.

계절은 어느덧 하지에 들어서고있었다.

하늘에 둥실 솟은 해는 땅우에 있는 모든것들의 진을 다 빨아들이려는듯 땡볕을 내리비쳤다.

맑은 물이 소용돌이치는 룡소옆 둔덕우에 우뚝 서있는 정자나무아래에서는 각 패의 두령들과 부두령들이 모여앉아 김의겸이 배워주는 전술공부를 한창 하고있었다.

무더위속에서도 관복을 단정하게 입은 김의겸은 활기에 넘쳐서 말했다.

《군사들이 펴는 전술은 신통히도 흐르는 물과 같다고 할수 있소. 물은 높은 곳을 피하여 낮은 곳으로 흐르는데 군사들이 하는 싸움도 강한 적은 슬쩍 피하고 약한 적은 들이쳐야 한다는것이 전술을 짜는데서 근본이요.》

김의겸의 알기 쉬운 설명에 모여앉은 두령들은 모두 입을 허 벌리고 귀담아 듣고있었다.

김의겸은 얼굴에 흐르는 땀을 씻을념도 하지 않고 열성적으로 설명하였다.

《…물의 흐름과도 같은 전술을 쓰자면 첫째로, 승산이 없으면 싸우지 말아야 한다.

적들과 조우할 때 서로 병력이 비슷하면 용감히 맞받아나가 싸우고 자기의 병력이 약할 때에는 싸움을 피해야지 그렇게 하지 않다가는 무모한 죽음을 당하게 된다.

둘째로, 자기를 잘 알고 적을 잘 알아야 한다.

적을 잘 알고 싸울 때에는 백번 싸워도 승산이 있지만 적을 모르고 싸우면 〈닭알낟가리〉우에 서있는것과 같이 위태롭다.

적을 잘 알자면 귀신에게 빌거나 별을 보고 점을 칠것이 아니라 사람을 적진에 들여보내여 적의 움직임을 잘 알아내는것이 중요하다.

셋째로, 언제나 주동적으로 싸워야 한다.

적들의 력량이 많다고 하여 겁을 먹을것이 아니라 적들을 골탕먹이기 위한 전술을 써야 한다.

적이 가만히 앉아있을 때는 부단히 들볶아서 움직이게 하고 적이 움직일 때는 예상치 않았던 곳에 매복하여 기습을 벌려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제모습도 드러내지 않고 소리도 내지 않고 적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면서 쥐락펴락할수 있다.

넷째로, 적이 약할 때는 아군을 집중시키고 적이 강할 때는 아군을 분산시켜야 한다.

아군의 우세한 힘과 적의 약한 힘이 맞다들면 싸울 대상이 적어서 이길수 있다.

반대로 적이 많을 때에는 아군을 분산시켜 재빨리 기동하면 많은 인원을 신속히 움직이기 힘들기때문에 적을 오히려 혼란에 빠뜨릴수 있다.

다섯째로, 적의 약한 고리를 쳐야 한다.

돌로 닭알을 부시듯 적을 치자면 이실격허 즉 강한 병력으로 적의 약한 고리를 쳐야 한다. 그러자면 적의 약한 고리를 잘 알아내야 한다.

적들이 탕탕 큰소리를 칠 때에는 저들의 허실을 숨기려는것이요, 적들이 말없이 달려들 때에는 자기들의 력량이 강한것을 숨기려는것이요, 또 적이 공격하기 유리하다는것을 알면서도 진공하지 않는것은 적이 기진맥진했다는것이요, 적이 진공했다가 퇴각하고 퇴각하다 진공하는것은 아군을 유인해내려는 계략이다.

때문에 이러한것을 잘 알고 적의 빈틈을 노렸다가 주저없이 타격해야 한다.

여섯째로, 속임수를 잘 써야 한다.

원래 군사일이란 속임수를 동반한다.

적을 잘 속이면 피를 적게 흘리고도 이길수 있다.

멀리 가는척 하면서 가까이에 숨고 가까이에 있는척 하면서 멀리가서 숨으며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을 들이쳐야 한다.

일곱째로, 림기응변을 잘해야 한다.

물이 고정된 자세가 없듯이 군사일에도 고정된 자세가 없다.

적들과의 싸움에서도 고정된 격식이 따로 없다.

그때의 정황에 맞게 공격과 퇴각, 기습과 잠복, 돌격과 매복을 잘 배합해야 한다. 그래야만 싸움에서 이길수 있다.

여덟째로, 장수가 지략을 잘 꾸며야 한다.

싸움은 적아간의 장수들의 지략싸움이다.

지략이 능한 장수는 언제나 이기는 법이다.

지략이 능한 장수 한명이 힘센 장수 열을 이긴다.

제아무리 힘있는 장수라도 지략이 없으면 망하고 만다.

아홉째로, 군졸들의 말을 들을줄 알아야 한다.

독불장군이라고 군졸이 없는 장수는 장수가 아니다.

열백사람의 말속에서 알맹이를 골라낼줄 아는 사람이 진짜 장수요, 제고집만 부리면서 내려먹이는 사람은 가짜 장수이다.

종이장도 둘이 들면 천리를 가도 가볍지만 혼자 들고 천리를 가면 무거운 법이다.

열째로, 군률을 엄하게 세워야 한다.

군사는 군률이요, 군률은 곧 군사이다.

군률이 없는 군대는 군대가 아니라 오합지졸이다.

군률이 있는 군대는 백전백승하지만 군률이 없는 군대는 백전백패한다. …

이것이 군대를 거느리는 사람들이 꼭 알아두어야 할 열가지 계률이니 각패 두령들과 부두령들은 이것을 언제나 명심하고 싸워야 하겠다. 그래야 우리는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수 있다.》라고 김의겸은 자기의 설명을 끝마쳤다.

정자나무그늘아래서 그의 설명을 듣고있던 두령, 부두령들은 환성을 올리면서 박수를 쳤다.

윤산이 벌떡 일어나서 김의겸의 손을 잡고 흥분해서 말했다.

《총부두령님, 설명을 들으니 눈앞이 환히 트이오이다. 하…》

그러자 다른 두령들도 일어나서 김의겸을 에워싸더니 그를 번쩍 들어 공중으로 추어올렸다.

《우리 총부두령님이 제일이다!》

《우린 벌써 이겼다! 만세!》

한옆에 앉은 김막동은 김의겸을 얼싸안고 돌아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껄껄 웃었다.

김막동은 김의겸을 만난것이 천만다행으로 생각되였다.

정작 손에 칼을 잡고 싸움길에 나섰건만 그것은 한갖 욕망뿐이였지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것이다.

그는 가마소마을사람들의 뭉친 힘을 보고 힘을 합쳐 싸워야 한다는것을 처음 느끼였고 김의겸을 만나서 이렇게 병법까지 배우게 되여서야 비로소 군사물계에 눈이 트게 되였던것이다.

김막동은 김의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삼촌, 정말 삼촌은 우리 봉기군의 보배이오이다.》

김의겸은 막동의 손을 뿌리쳤다.

《총두령, 이건 무슨 망발이요? 방금 전술공부를 하구서두 이러오. 군사계를 열번째가 뭐라고 했소. 어서 말해보우.》

김막동은 의겸의 의도를 제꺽 알아차렸다.

《총부두령, 대답하겠소. 군사계률 열번째 군률을 엄격히 세워야 한다. 군사는 군률이요, 군률은 곧 군사이다.》

김의겸은 환하게 웃었다.

《총두령, 나를 나무라지 마오. 총두령부터가 이 계률을 엄격히 지켜야겠기에 이러는거요.》

김막동은 진심으로 말했다.

《꼭 명심하겠소이다. 앞으로 군사를 쓰는데서 허점이 있으면 제때에 충고를 주오이다.》

《알겠소이다, 총두령.》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껄껄 웃었다.

물소리, 새소리만 울려오던 삼치골안에 사내들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차고 넘쳤다.

그들의 즐거운 마음을 축복하는듯 정자나무우에 온갖 새들이 오구구 모여앉아 목청을 돋구어 지저귀였다.

그때 병영쪽에서 초동이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벌써 휴식을 하는것 같애요. 빨리 가자요.》

초동이 앞서서 달려오고 그뒤로 물동이를 인 처녀가 급히 걸어오고있었다.

그는 성장 장호필이 첩으로 끌어왔던 처녀였다.

룡소에 빠져죽으려고 들어갔다가 윤산이네의 도움으로 살아난 그는 이들이 자기와 같은 백성들을 위해 싸움길에 나선 사람들이라는것을 알고 솔선 봉기군들의 동자질을 도맡아나섰던것이다.

초동이 앞서 달려와서 정자나무아래에 앉아 한담을 하고있는 두령들에게 말하였다.

《저… 시원한 샘물을 마시고 또 공부를 하시와요.》

뒤따라온 처녀는 물동이를 내려놓고 표주박으로 맑은 샘물을 한가득 떴다.

초동이 물이 담긴 표주박을 냉큼 받아들고 돌아서자 처녀가 급히 그를 불렀다.

《초동아, 잠간.》

초동은 눈이 올롱해서 물었다.

《왜 그러시나요. 누나?》

처녀는 말없이 깨끗한 보자기에 싸가지고 온 버들잎 몇개를 표주박우에 띄워놓더니 어서 가져가라고 눈짓했다.

초동은 의아해서 물었다.

《아니, 이건 왜 그러나요?》

처녀는 생긋 웃으며 가져가라고 눈짓했다.

초동은 머리를 기웃거리면서 김막동의 앞으로 다가갔다.

막동은 초동이더러 김의겸에게 먼저 올리라고 손짓했다.

그러자 김의겸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아하, 내 그만큼 말했는데 총두령이 또 군률을 문란시키누만. 어서 총두령부터 받아야 하오이다.》

초동이 다시 김막동에게 다가가자 김막동은 어쩔수 없었는지 표주박을 받아들고 입으로 버들잎을 후후 불면서 마시였다.

초동은 김막동이 물을 마시는것을 보며 신기하다는듯 머리를 기웃거리더니 김의겸에게 물었다.

《총부두령님, 총두령님이 물을 마시는것을 왜 더운물 마시는것처럼 후후 불면서 마시나요? 참 이상해요.》

《그건 물우에 버들잎을 띄워놓아서 그런단다.》

《버들잎은 왜 띄워놓나요?》

김의겸과 모여앉은 두령들은 껄껄 웃었다.

《그건 너희 누나한테 물어보아라.》

물을 다 마신 김막동은 《에, 시원하다.》 하면서 초동에게 표주박을 내밀었다.

표주박을 받아든 초동은 또다시 처녀한테 달려갔다.

처녀는 이번에도 물을 정히 떠서 그우에 버들잎을 띄워놓았다.

《누나, 이 버들잎은 왜 띄우나요?》

처녀는 빙그레 웃기만 하였다.

그 모습을 보던 김의겸이 말했다.

《초동아, 빨리 가져오너라. 이거야 목이 말라 견디겠니.》

초동은 언제 물어볼 사이도 없이 총부두령과 두령들에게 차례로 물을 날라다주었다.

김막동은 두령들에게 샘물을 떠다주는 초동과 처녀를 정겹게 바라보았다.

성안에 들어와서 그는 오늘에야 처음으로 처녀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볼수 있었다.

어찌보면 다정한 오누이 같은 그들의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느라니 마음이 즐거워졌다.

막동은 처녀의 손에 낀 동가락지에 눈길을 주었다. 꼭 어디선가 본듯 한 느낌이 들었던것이다.

다음순간 그의 눈앞에는 자비령 바위골에서 박중금이 내놓았던 동가락지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혹시 저 처녀가? 하는 생각이 들어 나무그늘밑에서 윤산이와 이야기를 나누고있는 박중금을 바라보았다.

처녀와 박중금을 번갈아 바라보는 김막동은 어쩐지 그들의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처녀가 혹시 박중금이가 어려서 헤여졌다는 누이가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자 김막동은 저도모르게 가슴이 후두두- 뛰였다.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가, 한번 알아봐야겠다. )고 생각하면서 김막동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두령들의 전술공부는 이만하겠소. 오후에는 각 패별로 훈련을 계속 해야겠소. 이제 보름쯤 있으면 하지날인데 그날 각 패별로 경기를 조직하려고 하오. 1등을 한 패의 두령, 부두령들에게는 후한 상을 주겠소.》

그 말에 각 패의 두령들은 환성을 질렀다.

흥분하기 잘하는 윤산은 두팔을 걷고 큰소리쳤다.

《거야 우리 패가 떼여놓은 당상이지요.》

다른 두령들도 만만치 않았다.

《길구짧구야 대봐야 안다구 어디 해봅시다.》

《어느 패가 이기는가 하는건 그때가서 봐야 하우다. 해보자요.》

김막동은 빙그레 웃었다.

《두령들 말이 옳다. 그건 겨루어봐야 한다. 윤산두령이 너무 큰소리치는것 같은데 준비를 잘해야 돼. 다른 패들도 만만치 않아.》

그래도 윤산은 큰소리쳤다.

《총두령님, 이제 두고보시우다. 이번에 이 윤산이의 솜씨를 보일테니…》

《결과는 그때에 가서 보기로 하고 이젠 모두 패들에 돌아가서 훈련을 해야겠다.》

《알겠소이다.》

《그럼 오늘은 그만하자.》

김막동의 령이 떨어지자 윤산을 비롯한 두령들은 신이 나서 웃고떠들면서 훈련터가 있는 곳으로 흩어져갔다.

김막동은 한옆에 서서 령을 기다리는 초동을 돌아보았다.

《초동아, 이리 오너라.》

초동은 물동이를 안고있는 처녀에게 먼저 가라고 말하고 김막동의 앞으로 뽀르르 달려왔다.

김막동은 앞에 선 초동의 풀어놓은 허리대님을 고쳐매주면서 말하였다.

《군사는 잠시도 허리띠를 풀어놓아선 안된다. 이렇게 단단히 매야지.》

초동은 황황히 제손으로 고쳐매겠다고 고집을 부리며 자기 손으로 허리대님을 고쳐매였다.

《그래, 이제야 군사답구나, 녀석두…》

《…》

《내 오늘 너에게 중요한 군사임무를 주겠다.》

《예?! 알겠사와요.》 하며 초동은 호기심이 어린 눈길로 막동을 쳐다보았다.

《저기 가는 처녀한테 가서 표주박에 버들잎을 왜 띄워 물을 주었는가 하는것을 알아내는것이 첫째과업이다. 그리구 둘째과업은 처녀의 고향과 이름, 특히는 그가 끼고있는 동가락지가 어디서 난것인가 알아가지구 저녁에 나한테 와서 보고해라.》

무슨 굉장한 과업이라도 주는가 해서 긴장하게 서있던 초동은 피씩 웃었다.

《왜 웃는거냐?》

《두령님, 이것두 무슨 군사임무이나요?》

막동은 초동의 볼기를 철썩 때렸다.

《이녀석, 총두령이 주는 임무는 다 군사와 관련된것이다. 알겠느냐?》

《알겠소이다. 저녁까지 보고하겠소이다.》

《그럼 그래야지, 어서 가보아라.》

그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초동은 저쯤 앞서가고있는 처녀쪽으로 총총히 달려갔다.

막동은 그 모양을 바라보며 정겹게 웃었다.

그가 초동에게 물에 왜 버들잎을 띄워서 주는가 하는것을 물어보라 한것은 초동이가 서투르게 처녀를 놀릴가봐 한것이고 실제는 처녀가 박중금이 찾고있는 누이가 아닌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날저녁이였다.

저녁밥을 먹은 김막동은 병영마루우에 나앉아 김의겸과 함께 하루동안 훈련장을 돌아본것과 앞으로의 행동방향을 의논하였다.

그때 초동이가 마루아래에 나타나서 벙글거렸다.

《총두령님, 총두령님이 내린 령을 수행하였소이다.》

김막동은 그를 반겨맞았다.

《그래?! 여기로 올라와서 말을 해라.》

초동은 마루우에 올라와 무릎을 꿇고앉았다.

초롱초롱한 그의 눈은 유난히 반짝거렸다.

《표주박에 담은 물우에 버들잎을 띄워서 드리는것은 더울 때 물을 급히 마시면 체할수 있기때문에 천천히 마시라고 그러는것이라고 해요.》

막동과 의겸은 서로 마주보며 빙그레 웃었다.

《저것 보지, 우리 초동이가 오늘 중요한걸 알아냈구나.》

《나두 그걸 처음 알았소이다. 앞으로 물을 드릴 때는 꼭 그렇게 하겠소이다.》

말할 때마다 량볼에 보조개가 살짝 패이는 초동은 볼수록 귀여웠다.

막동은 초동의 볼록한 코를 꼭 눌러주고나서 물었다.

《첫째임무는 잘 수행했다. 그다음 둘째임무는?》

초동은 《둘째임무는…》 하더니 더 말을 못하고 초롱같은 눈에 눈물이 글썽해졌다.

《왜 그러느냐?》

초롱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팔소매로 뻑 씻더니 왕청같은 말을 하였다.

《총두령님, 누나가 정말 불쌍하오이다. 누나를 어디 보내지 말구 우리와 함께 있게 해주시오이다.》

《?…》

《그렇게 해주겠나이까. 총두령님.》

초동의 뜻밖의 행동에 막동은 어쩐지 코마루가 찡해졌다.

《초동이의 부탁인데 그렇게 하자꾸나.》

초동은 금시 얼굴이 밝아지더니 손벽을 쳤다.

역시 초동은 아직 철부지였다.

《누나의 고향은 곡산이라고 하오이다.》

막동은 눈을 크게 떴다.

《뭐?! 곡산?! 그래서…》

《부모들은 모두 부자집 노비인데 여덟살때 다른 부자집에 팔려가서 살다나니 여직 소식을 모른다고 하오이다. 누난 여기까지 다섯번이나 팔렸다고 해요. 누나가 부자집에 팔려다니면서 당한 고생이야기를 들으니 막 눈물이 나와요.》

초동의 말을 듣는 김막동도 김의겸도 목이 꽉 메여와서 아무말도 못하고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누나는 원래 부모들이 지어준 이름이 있는데 팔려와서부터는 그 이름을 못불렀다고 하오이다.》

김의겸이 초동에게 물었다.

《그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더냐?》

초동은 생긋 웃었다.

《아니오이다. 부모들이 지어준 이름이 박옥금이라고 하였소이다. 옥같이 곱구 금같이 빛나라구 지어주었다나요.》

막동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아니 박옥금이라구?!》

《예, 그렇소이다.》

막동은 입속말로 되뇌이였다.

《박옥금, 박중금… 아니 그럼? 삼촌, 그렇다면 이들이 금자돌림 형제라는 소리가 아니요?》

김의겸도 머리를 끄덕거렸다.

《듣고보니 그렇구만. 내 생각엔 저 처녀가 중금이의 누이가 맞는것 같애. 고향두 같구.》

김막동은 초동을 돌아보았다.

《초동아, 이제 내 말을 타고 가서 박중금두령을 모시고 오너라. 그리구 옥금누나를 여기로 오라구 해라.》

초동은 냉큼 일어섰다.

《알겠소이다.》

김막동과 김의겸은 흥분하여 마루우에 일어서서 서성거렸다.

이윽고 초동은 옥금을 데리고 그들앞에 나타났다.

《총두령님, 누나를 데려왔소이다.》

김막동은 옥금을 정깊게 바라보았다.

《이름이 옥금이라지, 박옥금.》

옥금은 머리를 숙이고 수집게 대답하였다.

《그렇사와요.》

《여덟살에 부모들과 동생과 헤여졌다지?》

《그렇사와요.》

《그때 헤여진 동생이 생각나느냐?》

옥금은 말 못하고 머뭇거렸다.

김의겸이 옥금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무 어려서 헤여졌으니 모색을 알아보기 아마 힘들게다.》

김막동도 그럴수 있다고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두 동생이름이야 생각나겠지?》

옥금은 혀아래소리로 말했다.

《생각나와요.》

《그 동생이름이 뭐냐?》

《중금이와요. 박중금…》

막동과 의겸은 서로 마주보며 반기였다.

막동은 다급히 물었다.

《너의 어머니가 늘 끼던 동가락지도 생각나냐?》

옥금은 김막동을 의아하게 바라보면서 자기 손을 내보였다.

《쇤네가 낀 이 가락지와 꼭 같은것이와요.》

막동은 너무 기뻐 마루아래로 달려내려가 옥금의 손을 덥석 잡았다.

《옥금아, 네 동생을 찾았다. 네 동생을…》

옥금은 김막동을 놀라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예?! 동생을요?! 어디…》

《이제 초동이가 데리고 올게다. 박중금두령이 바로 네 동생이다.》

《예?! 두령이라구요?!》

김의겸은 팔소매로 눈굽을 꾹꾹 찍었다.

《허 참, 오랍동생이 가까이에 있으면서두 알아보지 못하다니… 이런 기막힌 일이라구야!》

그때 대문밖에서 말발굽소리가 울려왔다.

막동은 옥금에게 말했다.

《지금 오는가부다. 어서 동생을 만나보자.》

대문을 열고 초동이 앞서 들어오고 뒤따라 박중금과 윤산이 그리고 봉산과 수안, 박상배 등 두령들이 들어왔다.

윤산은 마당에 서있는 막동에게 다급히 물었다.

《막동형님, 우리 중금동생의 누이를 찾았다는게 사실이요?》

막동은 옥금의 손을 잡고 기쁘게 소리쳤다.

《사실이다. 이 애가 중금이 누이이다. 중금아, 어서 이리 오너라.》

박중금은 어리둥절하여 머뭇거리며 김막동과 그옆에 서있는 옥금을 쳐다보았다.

막동은 중금과 옥금을 번갈아보면서 말했다.

《중금아, 네가 간수하고있는 그 가락지를 꺼내거라.》

박중금이 품속에서 흰천에 정히 싸넣은 동가락지를 꺼내서 막동에게 주었다.

막동은 흰천을 펼치고 그속에 있는 동가락지를 꺼내서 옥금에게 주었다.

《옥금아, 이 가락지를 한번 보아라.》

옥금은 가락지를 찬찬히 들여다보다가 품에 안으며 머리를 들었다.

《아니? 이건…》

막동이 물었다.

《그래, 그 가락지가 어머니것이 옳으냐?》

《예, 옳사와요. 그런데 이걸 어디서?》

막동은 박중금의 잔등을 철썩 때리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니 맞구나. 하하… 중금아, 이 옥금이가 네가 그렇게 찾던 누이이다. 누이!》

《예-에?!》

박중금은 놀라운 눈길로 옥금을 쳐다보았다.

옥금이도 박중금을 찬찬히 뜯어보다가 두손을 벌리고 목메여 불렀다.

《중금아… 내 동생…》

박중금은 옥금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럼, 거기가 내 누이…》

《그래, 내가 누이다. 중금아!》

《누이-》

두 오누이는 서로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곁에 선 김막동과 다른 두령들도 서로 손을 맞잡고 눈물어린 눈길로 오누이의 상봉을 지켜보았다.

신분이 천한 노비라고 하여 량반부자들에게 짓눌려서 짐승보다 못한 인생길을 걸어온 그들이다.

남들과 같이 부모들의 슬하에서 언제 한번 오붓하게 모여 살지도 못하고 철들기 전부터 갈라져서 지지리 천대와 멸시만을 받아온 그들이다.

죽음의 사지판에서 사람다운 대접은 고사하고 인생의 대하에서 거품처럼 기슭으로 밀려나 속절없이 꺼져버려야 했던 그들이다.

그들의 기막힌 상봉은 김막동을 비롯한 봉기군모두의, 아니 량반부자가 살판치는 이 세상 모든 백성들의 고달픈 생활을 보여주는 축도이기도 하였다.

박중금오누이의 상봉을 눈물겹게 바라보는 두령들의 가슴마다에 고패치는 공통된 한가지 생각이 있었으니 그것은 이처럼 기막힌 운명을 자기들에게 강요하는 이 세상을 콱 뒤집어엎고 량반부자없는 세상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마음편히 살아보자는것이였다.

김막동이 두령들속에서 량볼에 흐르는 눈물을 씻을념도 못하고있는 박상배를 바라보며 말했다.

《상배두령, 이 기쁜 날에 그저 보구만 있어서야 되겠나?》

그제야 박상배는 팔소매로 볼에 흐르는 눈물을 뻑 씻고 말했다.

《가만히 있다니요? 잠간만 기다리시우다. 내 박중금두령과 누이의 상봉을 축하하는 잔치를 차리겠수다.》

상배의 그 말에 두령들이 한마디씩 했다.

《거참, 생각 잘했다.》

《상배두령, 상우엔 삶은 통닭두 올라야 하우다.》

박상배는 제법 큰소리쳤다.

《걱정두 팔자다. 내 산해진미를 다 모아다가 상다리 부러지게 차릴테니 허리대님이나 잘 건사들하시우.》

모두들 기쁨에 넘쳐 웃어댔다.

《하…하…하…》

《하…하…하…》

머리를 젖히고 앙천대소하던 봉산이 흥분해서 소리쳤다.

《야! 저 하늘을 좀 보라구요. 별바다가 펼쳐졌수다!》

모두들 하늘을 쳐다보았다.

달빛 한점 없는 밤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떠서 유난히도 반짝이고있었다.

신기한 별세계를 바라보며 모두들 탄성을 질렀다.

《야! 희한하구나!》

《저건 중금두령의 상봉을 축하해서 하늘이 펼쳐준 별바다다!》

하늘 저쪽 끝에서 별찌가 떨어졌다.

하늘에 펼쳐진 별바다는 정말 그들의 기쁨을 축하해주는듯싶었다.

박중금두령이 누이를 만났다는 소식은 봉기군들속에 삽시에 퍼졌고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저저마다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서로 꼭같은 처지에서 살고있는 그들은 누구에게라없이 박중금오누이가 당한 고생을 다 겼고있었기때문이다.

이 소식은 봉기군들의 용기를 더욱 북돋아주었고 자기들의 생활에 대한 꿈과 활력을 돋구어주었다.

그때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날 저녁이였다.

낮부터 하늘이 찌뿌둥해지면서 몹시도 찌물쿠더니 저녁부터 소나기를 쏟아부었다.

무더위속에서 헐떡이던 봉기군들은 저저마다 웃옷을 벗어던지고 맨몸으로 밖에 나가 쏟아지는 소나기를 맞으면서 달아오른 몸을 식혔다.

초경이 거의 되였을무렵에야 소나기는 멎고 보슬비가 구질구질 내렸다.

그때 김막동이 들어있는 병영으로 봉기군 한명이 헐떡거리면서 달려들어왔다.

그는 장수산성에 본래부터 있던 군사들을 옥에 가두고 지키는 옥사쟁이였다.

《저, 총두령님…》

방안에 앉아서 병서를 읽고있던 김막동이 머리를 들었다.

《무슨 일인가?》

옥사쟁이는 당황해서 말하였다.

《저, 옥안에 가두었던 문지기녀석이 없어졌사오이다.》

《뭐라구? 언제…》

《아까 소나기를 퍼부을 때 없어졌소이다.》

곁에 앉았던 김의겸이 다급히 물었다.

《어떻게 하다가 그리 되였느냐?》

옥사쟁이는 목을 움츠리면서 말했다.

《예. 아까 그 녀석이 변을 보겠다고 하기에 뒤간에 보냈댔는데 아무 기별이 없어 가보니 뒤간에도 없는게 아니겠나이까. 그래서 두루 찾아보았는데 온데간데 없어졌소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김막동은 김의겸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그놈이 만약 성밖으로 달아났으면 우리 내막이 드러나게 될것이 뻔한데…》

《총두령, 이제 빨리 각 패에 령을 내려 그놈을 잡도록 해야 하오이다.》

김막동은 그 즉시 각 패들에 도망친 문지기놈을 잡으라는 령을 내렸다.

김막동의 령을 받은 각 패들에서는 두령들의 인솔하에 모두 떨쳐나서 10리 안팎의 성을 샅샅이 뒤졌다.

새벽까지 홰를 켜들고 온 성안을 여러번 뒤졌으나 문지기놈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성안의 형편을 자세히 알고있는 그놈이 뱀새끼 꼬리사리듯 성안을 빠져나간것이 틀림없었다.

병영에 모인 김막동을 비롯한 각 패의 두령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빛이 어려있었다.

문지기놈이 달아났다면 그뒤로부터 초래되는 후과가 명백하기때문이다.

조만간에 관군이 장수산성으로 구름떼같이 몰려들게 될것은 뻔하였다.

모두들 총두령인 김막동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김막동은 문지기놈이 달아난 조건에서 자기들앞에 준엄한 결전의 시각이 각일각 다가온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김막동은 태연한 눈길로 두령들을 둘러보았다.

《밤새 잠들도 못자고 수색을 하느라고 수고들했다. 이제 두령들은 자기가 맡은 패들에 돌아가서 봉기군들을 푹 쉬우면서 차후의 령을 기다리라.》

두령들은 일제히 대답하였다.

《알겠소이다.》

두령들이 돌아가자 병영안에는 김막동과 김의겸 두 사람만이 남았다.

김막동은 말없이 김의겸을 마주보았다.

그들은 말없이 마음속의 대화를 나누었다.

…삼촌, 드디여 기다리던 시각이 온것 같소이다.

…그래, 이런 때일수록 총두령인 자네가 마음을 든든히 먹는게 중요하네…

…알겠소이다. 난 삼촌이 이렇게 옆에 있으니 마음이 든든하우다. …

…마음놓구 일을 펴라구. 내 힘껏 돕겠으니. …

…삼촌, 고맙소이다. …

그들이 이렇게 마음속이야기를 나누고있는데 성안의 경비를 맡은 박상배두령이 곧장 김막동앞으로 달려왔다.

《총두령님, 한가지 아뢸 말이 있소이다.》

《무슨 일인가. 어서 말하게.》

박상배는 품에서 종이쪽지를 꺼내서 막동에게 내밀면서 말했다.

《방금전에 웬 군사 한명이 말을 타고 성밖에서 달려오는게 아니겠나요.》

《?…》

《그 군사는 성밑에 거의 다가와서는 우리쪽을 향해서 화살을 한대 날려보내고는 새벽어둠속으로 사라졌소이다. 그가 쏜 화살이 기둥에 박혔길래 가보니 이 쪽지가 끼여있는게 아니겠나요. 그래서 이렇게 가지고 왔나이다.》

막동은 다급히 종이쪽지를 김의겸에게 넘겨주면서 박상배에게 물었다.

《상배두령, 성안에 식량이 얼마나 있나?》

《아직 두달 먹을것은 넉근히 있나이다.》

김막동은 머리를 끄덕였다.

《알겠네, 어서 가서 다음령을 기다리라구. 그리구 경비를 특별히 잘 서야 하겠네. 무슨 일이 생기면 제꺽 알리라구.》

《알겠소이다.》

박상배는 말을 타고 황급히 돌아갔다.

박상배가 가져온 쪽지편지는 재령군영에 있는 군교 김막봉이 보낸것이였다.

그는 편지에서 장수산성에서 도망친 놈이 어제 밤에 재령관가에 찾아들어왔다는것과 그놈이 성안에 봉기군이 있다는것을 말했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들은 재령군수는 즉석에서 도감영에 련락을 띄웠다는것과 빠르면 래일 새벽이고 늦으면 래일 저녁에는 군사들이 들이닥칠것이니 빨리 대책을 세우라는것이였다.

김막동은 김의겸에게 자기 의견을 내놓았다.

《내 생각엔 우리가 굳이 이 성을 타고 앉아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오이다.》

《엉?》

《적이 강할 때는 슬쩍 피해서 약한 고리를 쳐야 싸움에서 이길수 있을게 아니오이까. 그래서 내 생각엔 각 패별로 부대를 나누어서 도안의 여러곳에 퍼져나가서 사방에서 들고 일어나자는것이요. 그렇게 되면 관군이 오히려 혼란에 빠질게 아니요.》

김의겸은 껄껄 웃었다.

《총두령, 내 생각도 바로 그렇소.》

두 사람은 이마를 맞대고 앉아 구체적인 방안을 토론하였다.

윤산과 수안이 거느리는 패는 수안, 신계 등지로 나가서 활동하게 하고 박중금과 봉산이가 거느리는 패는 구월산이 있는 안악일대로 나가게 하였다.

박상배가 거느린 패는 해산하여 박상배는 김막동 등과 함께 서흥 자비령바위골로 함께 가게 하고 익선은 윤산이네 패와 함께 활동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옥에 가두었던 성을 지키던 군졸들은 모두 제집으로 돌려보내기로 하였다.

그들이 차후 행동방향을 다 결정했을 때 동녘하늘에서 해가 솟아올랐다.

그들은 붉게 타는 아침해를 바라보며 오래도록 서있었다.

솟아오르는 아침해를 바라보는 그들의 가슴속에서는 량반, 부자가 없는 세상을 기어이 만들어보려는 굳은 맹세가 불타올랐다.

아침해가 노루꼬리만큼 솟아올랐을무렵이였다.

성안의 넓은 공지에는 싸움길에 나선 봉기군들이 각 패단위로 정렬하였다.

그들의 손에 든 병쟁기들이 해빛을 받아 번쩍거렸다.

김막동은 김의겸과 함께 전체 대오가 한눈에 보이는 둔덕우에 올라 그들을 미덥게 바라보며 말하였다.

《여러분, 우리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싸움의 길에 나서게 되오. 그동안 우리가 키운 힘을 시위할 때가 드디여 왔소. 우리모두 힘을 합쳐 백성들을 지지리도 억누르며 못살게 구는 량반, 부자들을 모조리 쳐없애고 량반, 부자가 없는 세상을 기어이 만듭시다!》

김막동의 힘있는 연설에 봉기군모두가 창검을 높이 들고 호응하였다.

《량반, 부자들을 모조리 족쳐버리자!》

《족쳐버리자!》

《족쳐버리자!》

봉기군이 높이 쳐든 창검은 숲을 이루었다.

이윽고 각 패별로 활동지역이 하달되고 련이어 패별로 나뉘여 출발준비를 하도록 하였다.

박상배와 익선은 성안의 군량창고를 열고 봉기군모두에게 보름분이상의 식량들을 나누어주었다.

어둠이 깃들자 봉기군은 각 패별로 은밀히 성안을 빠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제일먼저 윤산이 거느리는 패가 빠져나갔다.

김막동은 윤산의 손을 힘있게 잡았다.

《윤산동생, 잘 싸워달라구. 그리구 가던 길에 신계 마방집에 들려 옥금이를 부탁하라구.》

《알겠소이다.》

《그리구 짬을 봐서 익선형님이랑 함께 수안 쇠부리터에 꼭 들려보라구.》

《걱정마시우다. 나도 생각이 다 있어요. 형님, 부디 건강하시우.》

《고맙다. 자리를 잡은 다음에는 바위골로 련락을 보내야 한다.》

《알겠수다.》

윤산은 막동에게 인사를 하고 제누이 박옥금의 손을 잡고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있는 박중금에게 다가갔다.

《이 까까중아,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누이걱정은 하지도 말아.》

《윤산형님, 우리 약속한대루 윤산형이 우리 누이를 끝까지 맡아야 하우다.》

윤산은 껄껄 웃었다.

《알겠다. 누이걱정은 말구 너나 싸움을 잘해라. 자, 난 가겠다. 다시 만나게 되겠지.》

《윤산형님, 잘 가시라요.》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얼굴을 비볐다.

김막동은 그들의 모습을 정겹게 바라보았다.

옥금이 김막동과 김의겸의 앞에 와서 다소곳이 절을 하였다.

《총두령님, 고맙사와…》

김막동은 옥금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옥금아, 잘 가거라. 마방집주인에게 내 인사를 전해다오.》

《알겠사와요.》 하고 옥금은 눈물을 씻으며 윤산을 따라갔다.

이날밤 그들은 쥐도새도 모르게 장수산성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그들이 없는 장수산성에는 괴괴한 정적만이 깃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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