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회)

제 1 장 아버지와 딸

11

 

깜박 잠에 들었던 연희는 바깥문이 닫기는 소리를 듣고 깨여났다.

탁상등을 켜고 시계를 보았다. 새벽 3시가 조금 넘었다. 아직 날이 밝으려면 두시간은 더 지나야 했다.

연희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버지는 이 꼭두새벽에 어디로 가려는걸가? 왜 밖으로 나갔을가?)

그는 아버지의 신상에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는 감촉을 느꼈다. 밤새도록 아버지는 잠을 못 자고 방안을 거닐었다. 분명 무슨 일이 생긴것같았다.

연희는 조용히 방을 나섰다. 다행히 아래방의 문이 잠겨있지 않았다.

살며시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닥 넓지 않은 방 한가운데 커다란 량수책상이 있었다. 그우에서 누런 갓을 씌운 탁상등이 불그레한 빛을 내고있었다. ㄱ자형으로 벽을 통채로 가리운 서가며 푸른 호수가에 흐릿한 달을 그려놓은 풍경화, 두터운 창가림을 내리드리운 창문… 방안의 낯익은 물건들을 잠시 둘러본 연희는 책상앞으로 발볌발볌 다가갔다. 몇권의 책이 무져있는 속에 여러장의 신문을 펴놓은것이 눈에 띄였다.

연희는 머리를 숙여 그 신문의 기사들을 내려다보았다. 눈이 둥그래졌다.

(이 기사들이 왜 여기에 나타났을가?)

밖에서 아버지의 기침소리가 들렸다. 고질적인 아버지의 기관지염이 다시 도지는 모양이였다. 쿨럭쿨럭… 그 소리가 연희의 가슴을 긁으며 다가오고있었다. 아버지가 들어오기 전에 자기 방으로 되돌아와 전등을 끈 연희는 침대에 누웠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찼다.

(어째서? 무엇때문에? …)

연희의 심장이 불안스레 높뛰였다.

그는 애써 심란한 마음을 눅잦혀보려고 눈을 감았다. 허나 마음은 여전히 산란했다. 연희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는듯 심호흡을 깊이하였다. 그러나 시커먼 암흑의 공간속에서 어쩔수 없는 과거의 추억이 소용돌이치는 검은 구름이 되여 밀려오고있었다.

연희의 심장은 이상야릇한 불안감으로 마냥 떨렸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걸가? 왜 아버지는 불안해하며 괴로와하시는걸가?)

엊저녁에 집으로 들어서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비틀거리는 모습이였다. 문설주를 쥐고 간신히 문지방을 넘어서는 아버지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연희는 처음에 너무 과음하여 그런줄 알았다. 그래서 아버지를 부축하려고 손을 잡았는데 얼음장같은 랭기에 소스라쳤다.

《어디 편찮으세요?》

연희는 무척 근심스러워 물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리고는 《너 먼저 자거라.》 하고 이르고는 나른한 비틀걸음으로 곧장 아래방으로 들어갔다. 그때 눈길이 마주치는것을 피하는듯 한 아버지의 모습에서 연희는 알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고 그것이 가슴을 옥죄였던것이다.

(그래, 취한 모습이 아니였어. )

밤새껏 아버지는 방에서 나올줄을 몰랐다. 그리고 기침소리도 여느때없이 끊기지를 않았다.

(밤새 그 기사를 다시 보면서 아버지는 무엇을 생각하였을가? 무엇이 퇴직을 앞두고있는 아버지를 괴롭히는것일가?)

연연한 달빛이 얇은 창가림을 뚫고 방안을 희미하게 비치고있었다. 그 엷은 빛속에서 연희는 맞은편에 놓여있는 키낮은 장롱을 이윽토록 바라보았다. 끝내 그는 탁상등을 켜고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는 잠옷바람으로 장롱앞에 다가가 꿇어앉았다. 군데군데 놋장식을 새겨놓은 구식장롱이였다. 그것은 어머니가 시집올 때 가져온것이였고 또 이 세상을 하직하면서 연희에게 남기고 간 유물이였다. 연희는 자기의 흘러가버린 과거의 즐거움과 괴로움의 추억들을 모두 그안에 건사해놓군 하였다.

그는 열쇠를 달각 열었다. 먼저 검은 액틀에 넣은 어머니의 사진을 꺼내들었다. 이밤따라 어머니가 그리워났다. 그의 추억속에 있는 어머니는 병색이 도는 여윈 모습이였다. 처녀때부터 병약한 몸이였던 어머니는 의사들로부터 아이를 낳아서는 안된다는 권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연희를 낳았고 그래서 명을 줄였다고들 하였다. 연희가 어머니의 병이 고치기가 어려운 난치의 병이라는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병마가 뼈속까지 침습한 상태였다. 그런 녀인이 자기의 모진 아픔을 감추고 언제나 웃는 모습으로 딸을 돌보느라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랴. 연희는 어머니가 때때로 출혈하군 하였다는것도, 그 병이 백혈병이였다는것도 어머니생의 마지막시기에야 알았다.

어릴적에 병고에 시달리는 어머니의 모습과는 달리 아버지는 언제 봐야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으로 그의 머리속에 새겨져있었다. 어제 밤처럼 벽을 더듬어가며 간신히 문지방을 넘어서서는 젖먹이인 연희를 곱다고 안아주며 비칠거렸는데 강보에 싸인 자기는 그런 아버지가 무서워 울음을 곧잘 터뜨리군 했다고 하였다. 그는 낱말을 가려들으면서부터 아버지의 몸에서 풍겨오는 술내가 정말 싫었던것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았다. 술에 취해 안해를 때리거나 폭언을 하는 일은 없었지만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몸에 흙먼지를 매닥질해가지고 들어와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꾸중을 듣군 하는 아버지가 어린 연희에게도 고까웠고 미웠다. 어머니가 앓는데 술마실 돈을 아꼈다가 약이라도 한첩 더 사오고 하다못해 일찌기 들어와 살뜰한 말 한마디라도 건넬수 없단 말인가. 만취한 아버지를 연약한 몸으로 부축이고 함께 비틀거리며 방으로 들어가면서도 시부모들의 눈치를 살필뿐 도무지 성을 낼줄 모르던 어머니의 선량한 모습이 더욱 불쌍했다.

어머니도 딸이 아버지의 취한 모습을 대단히 싫어한다는것을 눈치채고있었다. 그런 딸과 남편의 관계가 더 걱정되였던 모양인지 시부모들이 세상을 떠난 후 인차 그뒤를 따르게 된 어머니는 눈물을 똘랑똘랑 떨구는 어린 연희의 손을 꼭 잡고 피기를 잃은 하얀 입술을 떨며 간신히 말했었다.

《연희야, 부디 앓지 말고… 씩씩하게 커야 한다. 그리구 아버지를 탓하지 말아. 아버지도 너무 힘들어서 술을 마시는거니까. … 어찌겠니. 남자들은 아마도 그 물을 마셔야 괴로움도 이겨내는것 같구나. … 귀여운 내 딸아, 앞으로 아버지가 새 엄마를 데려와도… 탓하지 말아. 그리고 항상 명랑하게 웃으면서 잘 지내야 한다. 이 엄마의 넋이 언제나 네곁에 남아 지켜줄테니까. …》

어머니는 아버지에게도 이런 유언을 남겼다고 했다.

《이젠 딸애도 커가는데 술을 좀 적게 드세요!》

어머니의 장례를 마친 뒤 어린 연희가 저녁준비를 하려고 앞치마를 두를 때 헐떡거리며 여느때없이 일찍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몹시 꾸짖고나서 열심히 공부하라며 방으로 들여보냈다. 그때 아버지의 입에서는 몸냄새처럼 붙어다니던 술내가 전혀 없었다. 그후 아버지는 무척 오래동안 술과는 영리별을 하였었다.

석삼년이 지나도 어머니를 잊지 않고 재혼을 거부하며 술도 마시지 않는 아버지, 사회의 부정과 비리를 발가내는 날카로운 기사를 써서 동창들로부터 훌륭한 아버지라는 찬사를 들으며 중학시절을 보낼 때 연희는 세상에 더 부러운것이 없을것 같았다. 저녁이면 부엌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밥을 차리는 아버지의 곁을 맴돌며 학교에서 있은 일들을 참새처럼 재잘거리는것이 점차 연희의 즐거운 저녁일과의 하나로 되여갔다. 어쩌다 아버지가 늦어지면 아버지의 덞은 겉옷을 빨아 널어놓고 방안에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든척 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욕을 하려고 들어왔다가는 딸애의 잠든 모습을 사랑스럽게 지켜보다가 이불깃을 여며주고는 발소리가 날세라 살금살금 문을 여닫고 나가군 하였다. 이렇게 부녀간에는 애틋한 정이 쌓였고 사랑도 깊어갔다.

그런데 부녀간의 따뜻한 정과 존경심에 찬물을 퍼부은 사건이 생겼다.

그때가 바로 연희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1987년이였다! 그해에 들어서면서 그의 주변에서는 세상을 놀래우는 괴이한 일들이 꼬리를 물었다. 홍콩이라는 타향만리에서 한 기업가가 안해에게 속아 북에 《랍치》되였다가 겨우 도망쳐 돌아왔다는 소문도 그중의 하나였다. 그것을 요란하게 떠든것은 신문들이였다. 초기에는 피해당사자와의 기자회견내용을 요란스레 싣더니만 뒤이어 비교적 제3자의 립장에서 분석한 객관적인 론조의 기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뭇사람들의 이목을 끈것은 아버지의 글이였다.

《… 문태석랍북미수사건이 이북간첩인 김춘옥에 의해 주도세밀하게 준비된것으로 알려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문태석이 싱가포르주재 한국대사관으로 탈출해온것은 1월 5일 오후이고 내외의 신문들이 이 사건을 보도한것은 1월 8일이다. 이 3일간 문씨는 싱가포르의 대사관에서 여러가지 조사를 받았다. 문씨의 사건에는 이북이 개입해있으므로 당연히 안기부도 조사에 참여했다. 그런데 이 3일동안 싱가포르대사관에서는 안기부와 외무부 직원들사이에 심각한 의견대립이 있었다고 한다. …》

예리한 감각을 가진 아버지의 이 기사는 항간에서도 관심사로 떠올랐고 심각한 론의거리로 되였다.

연희는 아버지의 이름과 함께 교정에서 대번에 인기인물로 되였다.

사춘기에 이른 소녀의 숫저운 꽃망울같은 아름다움과 함께 아버지의 명성으로 하여 그 나이에는 갖출수 없는 어떤 인격까지 더해진듯싶었다. 그의 주변은 학급동무들뿐아니라 상급생들까지 모여들어 늘 북적거렸다. 그들은 연희에게 말을 걸고싶어했고 연희가 하는 별치않은 말조차 귀를 도사리고 주의깊이 들었다.

그무렵 연희에게는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는 딱친구가 생겼다. 학급에서 제일 말이 없고 성적은 뛰여난데가 없지만 마음씨고운 소연이라는 녀학생이였다. 몸집이 체소하고 주근깨가 많은 그애는 연희를 제일 좋아하면서도 함께 다니기를 은근히 꺼려했다. 왜 그러느냐고 따져묻자 연희가 너무 곱게 생겨서 자기가 같이 다니면 허물이 될가봐 그런다는것이였다. 녀자의 자존심이란 어떤것이며 어떻게 처신하는것이 의젓하고 아름다운가를 나름대로 깨닫기 시작하였던 연희는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 깨알같은 주근깨가 뿌려진 눈언덕밑의 수줍게 웃는 눈동자에서 인간의 솔직성과 선량함을 보았던것이다.

연희는 공부를 마치면 소연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군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소연이는 연희를 깜짝 놀래웠다. 요즘 항간에서 떠드는 김춘옥이라는 《이북녀간첩》이 실은 자기의 이모라는것이였다. 단순히 동무라는 하나의 믿음으로 사실을 터놓으며 그애는 고뇌로 몸부림쳤다.

《연희야, 우리 집안사람들은 모두 불안속에서 헤매며 살아. 이러다 다 미쳐버릴지도 몰라. 언제 우리도 잡혀갈지 알수가 없어. 그저 제정신들이 아니야. 연희, 네 아버지가 정말 고마왔어. 한달음에 달려가 무릎꿇고 절하고싶지만 그러지도 못한다. 공연히 해를 입힐것 같아서… 부탁해. 아버지에게 말씀드려주렴. 우리 이모는 절대로 간첩이 될수 없다고 말이야. 그리고 너도 나처럼 믿어주렴. 사실 우리 집안은 가난하고 힘이 없어. 그래서 못살고 못 배워서 이모도 돈을 벌어보겠다고 시골에서 서울로올라왔다가 할수없이 홍콩이라는델 갔다고 해. 그런 이모가 간첩이 되였다니 우린 너무도 기가 막혀 가슴만 쥐여뜯으며 살아. 너희 아버진 우리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주실거야. 너희 아버지가 신문에서 진실을 밝혀주면 우린 살아날수 있을거야, 그렇지?》

연희는 어머니없이 사는 자기보다 더 불행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과 자기로서는 아직 알수 없는 사회적근원으로 인한 형언 못할 공포를 맛보면서 아버지에게 소연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머리만 끄덕였다. 원체 말수더구가 적은편이지만 딸과 단 둘이서 사는 집안이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던 아버지가 날이 갈수록 침울해지는것을 보며 연희는 그 리유를 자기나름대로 해석하였다.

소연이가 바라는 만족한 대답을 주지 못하여 미안한 감정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던 어느날 저녁 그의 연약한 작은 손이 연희의 팔을 잡아 조용한 곳으로 이끌었다.

《연희야, 우린 이사를 가.》

《뭐? 갑자기 왜?》

《다시는 못 볼거야. 난 네가 정말 좋았다.》

가슴을 저리게 하는 눈물에 젖은 목소리를 들으며 연희는 제 동무를 와락 껴안았다.

《가지 마!》

《연희야, 우리 이몬 간첩일수 없어. 우릴 불쌍하게 여겨줘. 부디 날 잊지 말아줘! …》

그렇게 연희의 육체에서 한 부분이 떨어져나가듯 소연이는 떠나갔다.

그때는 그렇게 느꼈었다. 불우한 벗이 남긴것은 연희와 함께 찍은 한장의 사진뿐이였다.

연희는 학교에도 가지 않고 드러누웠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없이 울기도 했고 끝없는 원망을 퍼붓기도 했는데 누구에게 해대는것인지 자기도 알지 못했다.

아버지는 《랍북미수》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자료들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소연이의 이모가 저지른 《죄행》에 대한 고발로 마지막기사를 마무리했다.

그것은 연희의 기대와는 전혀 어긋나는것이였다. 그러나 가장 유력한 증거자료들을 부정할수 없었다. 그는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이 사회가 너무도 슬프게만 보이였다.

연희가 친한 동무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괴로워하고있을 때 또 다른 타격이 날아들었다. 신문에 실린 녀고생자살사건이였다. 소연이였다! 헤여지며 다시는 못 볼것이라던 말을 확인하듯 순박한 벗은 죽음이라는 무서운 길을 스스로 선택했던것이다.

《부디 날 잊지 말아줘!》 하는 그의 떨리는 목소리가 연희의 심장속에 영원히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아버렸다. …

그때 아버지는 며칠동안 헛소리치며 신음하는 연희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딸의 이마에 찬물에 적신 수건을 갈아대며 아버지는 한숨만 푹푹 내쉬였다. 새벽녘에 정신을 차린 연희는 자기의 얼굴우에 드리운 아버지의 그림자가 이상할만큼 마음을 짓눌러대는것을 느꼈다. 어머니없이 홀로 지내는 아버지가 이날따라 그지없이 측은해보였다. 연희는 신음처럼 가는 소리로 말했다.

《나 전학갈래요.》

《?!》

《신문에 실린게 사실인가요? 내 동문 말했어요. 제 이몬 간첩일수 없대요. 그앤 거짓말할줄 몰라요.》

《…》

《참말 불쌍해요. 그애는 죽어서 두견새가 될거예요. 아버지도 알지요? 억울한 루명을 쓰고 죽은 사람의 몸에서 한마리의 새가 날아올라 피를 토하며 울었다는 전설을요. … 이제 그애의 몸에서 날아오른 작은 새가 한강변을 밤새껏 맴돌면서 원통하게 죽은 사연을 지저귈거예요. 그러면… 죄많은 사람들은 천벌을 받을거구요.》

아버지의 떨리는 손길이 눈물을 닦아주었지만 연희는 천정을 올려다보며 까딱 움직이지 않았다.

《아버지, 세상엔 옳고그름이 있을것이고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겠지요?》

아버지는 고개만 끄덕이며 말했다.

《얘야! 이 아버지도 정말 괴롭구나. 그러나 아버진 너없이 못살고 너를 지켜내지 못하면 네 엄마곁으로 가지 못한다.》

《알겠어요. 내 걱정은 마세요. 아버지가 나때문에, 엄마없는 나때문에… 하지만 난 이렇게 살아서 아버지곁에 있지만 그애는… 내 동무는 갔어요. 두견새가 되여 무서운 밤에도 잠을 못 자고 숲속을 날면서 온밤 울거예요. …》

그는 어린 나이에 많은 눈물을 흘리며 그 의미를 새삼스럽게 느끼였다.

울면서 자기가 살고있는 세상을 저주하였고 불쌍할수밖에 없는 소연이와 같은 사람들을 동정하며 작은 가슴을 피나게 허벼댔다. 연희는 그때부터 딴 사람이 되였다. 천진란만한 소녀는 사라져버렸다. 참새처럼 재잘거리던 소리들이며 애티나는 표정도 과거로 사라지고 창백한 얼굴에 날카롭고 예리한 눈빛을 가진 처녀로 변해갔다. 그리고 제힘으로 살아나가겠다는 이악성과 함께 생활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가 성벽으로 굳어져갔다.

그때부터 연희의 아버지도 술을 다시 마시기 시작했는데 그에 대한 연희의 불만은 나이가 더해갈수록 이상야릇한 혐오로 번져갔다. 이 땅의 언론계란 주정뱅이들의 집단외에는 다른것이 아니라는 관념이 자리잡은것도 이때였다.

하루가 멀다하게 취해 들어와서는 쓰러져 밤새 고달파하는 아버지에 대한 련민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런 취약성이 연희는 더욱 싫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가슴속에서 아버지에 대한 동정심은 돌기돌기 쌓여갔다.

아버지는 연희에게 하나밖에 남지 않은 혈육이였던것이다. 그런 아버지가 이제는 육신의 기력마저 잃고 늙어가고있었다. 연희는 지난날 애태우고 괴롭혔던 자기를 속죄하는 심정으로 어머니의 사랑까지 합쳐 아버지의 여생을 위해주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뇌리속에서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했던 오래전의 신문기사들이 돌연히 나타나 옛 추억을 되살리며 돌풍을 몰아오고있었다.

장롱열쇠를 채운 그는 뺨으로 흘러내린 눈물을 닦으며 다시 생각을 쫓았다. 대체 아버지는 무슨 까닭으로 그 신문을 다시 펼쳐든것일가. 왜 밤새 잠들지 못하고 괴로워하는것일가. 대체 무슨 일이 생긴것일가. 침대에 누워 날이 밝기를 기다리면서 연희는 속을 태우며 궁싯거렸다.

그러나 영문을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facebook로 보내기
twitter로 보내기
cyworld
Google+로 보내기
evernote로 보내기
Reddit로 보내기
linkedin로 보내기
pinterest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naver로 보내기
mypeople로 보내기
band로 보내기
kakaostory 로 보내기
flipboard로 보내기
도서련재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46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45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44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43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42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41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40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39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38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37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36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35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34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33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32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31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30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29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28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27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26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25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24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23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22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21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20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19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18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17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16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15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14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13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12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11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10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9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8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7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6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5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4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3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2회 두견새는 잠들지 않는다 제1회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