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회)

제 1 장 아버지와 딸

5

 

밤은 퍼그나 깊었다.

김현철은 급히 신문사로 돌아왔다.

마침 부장은 퇴근시간이 지났는데도 방에 남아있었다.

《웬 일이요?》

부장은 그의 컴컴한 낯색을 살피며 물었다.

김현철은 맥없이 부장앞의 의자에 주저앉았다.

《사곱니다.》

《사고?!》

《정정기사를 내야 합니다.》

《아닌밤중에 무슨 홍두깨요?》

부장은 대뜸 화부터 냈다. 그러지 않아도 아침에 오보를 내는통에 해당 부서의 부장과 함께 곤경을 치렀던 그로서는 정정기사라는 말에 역증이 날만도 했다.

김현철은 연희를 만났던 사연부터 시작하여 사고를 직접 조사한 교통순경을 찾아갔던 사실을 차근차근 얘기했다. 교통순경이 거주하는 집앞의 술집에서 그를 찾을수 있었다. 김현철이 갔을 때 순경은 이미 근무를 마친 뒤끝이라서인지 어지간히 취해있었다.

자신분증을 보여주고 새벽의 교통사고에 대해 묻자 그는 교통계로 찾아가라며 신경질부터 냈다. 그런 순경을 맞잡고 권커니작커니 하면서 몇잔 함께 마셔주니 인차 고분고분해졌다.

《에이, 이놈의 치사한 경찰복을 빨리 벗어던지고말아야지. 흥!》 하며 도리머리를 젓던 그는 드디여 자기가 목격한 내용을 털어놓았다.

그가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해 차들이 충돌한 위치와 길바닥에 난 차바퀴자리 등을 조사한바에 의하면 묘령의 녀성이 허튼 생각을 하였는지 아니면 깜박 졸았는지는 모르나 자기의 로선을 리탈하여 택시를 향해 마주 달려갔고 택시운전사는 황급히 제동을 밟으면서 그 차를 피하려다가 더 큰 치명적인 피해를 당했다는것이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시간후에 교통계로 경찰청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누구의 입에선지 그 미지의 녀인과 어느 지방검사장의 관계가 어떻소 저렇소 하는 말이 한찰나 돌더니만 무고한 택시운전사의 과실사로 사건이 뒤바뀌고말았다.

김현철은 눈앞이 아뜩했다.

《당신 그 사람을 두번 죽였습니다!》 하는 싸늘한 말소리가 또다시 귀전을 때렸다. 연희의 힐난과 교통순경의 증언! 아직은 사건현장에 있은 그 녀인이 누구인지, 경찰청을 내세울만 한 위력한 뒤배경이 무엇이였는지는 알수가 없었다. 그러나 김현철은 저도 모르는새에 권력에 눌리워 사건의 진상을 뒤집고 사망한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어놓은 비렬한 음모의 《가담자》로 되여버렸다.

(더러운 놈들!)

김현철은 제편끼리 싸고돌며 눈 한번 까딱하지 않고 가난하고 힘이 없는 사람들을 죄인으로 몰아가는 경찰상층부에 대한 증오가 끓어올라 입술을 앙다문채 신문사로 곧장 달려왔던것이다.

전말을 상세히 듣고난 부장은 몸을 뒤로 한껏 제치고 가엾다는 눈길로 김현철을 바라보았다.

《김기자, 이건 순진한척 하는거요 뭐요. 정정기사가 뭐 애들 장난인줄 아오?》

《부장님, 이러다 사건이 더 커지면 법정에까지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법정?!》

부장이 비양거리듯 말했다.

《이런 일은 달마다 수시로 제기되오. 그런데 마치 처음이나 당한것처럼 야단법석이요? 법정이 누구의 편을 들겠는가 하는거야 불보듯 뻔하지않소. 공연히 생색을 내려 하지 말고 가만있기나 하오.》

그러면서도 예리한 목소리로 따졌다.

《김기자, 정확히 교통계의 사고일지를 참고한게 옳소?》

《그럼 내가 지어냈겠습니까. 사고일지내용을 순경 몰래 찍어놓기까지 한걸요.》

《잘했소. 그러니 김기자도 잘못이 없고 정정기사도 없소. 교통계의 사고일지! 누가 뭐라고 하든 그게 진실이니까!》

김현철은 입을 딱 벌렸다.

《아니, 어떻게 그럴수가?》

부장은 코방귀를 뀌였다.

《기자밥을 삼년 먹고도 아직 향방을 모르겠소? 김기자가 교통순경한테서 듣고 온 소리는 주정뱅이의 넉두리에 불과해. 내 말을 못 믿겠으면 래일 아침에 다시 전화해봐. 그 교통순경이 아마 시치미를 딱 잡아뗄걸.》

부장이 몸을 앞으로 숙여 김현철의 얼굴에 자기의 얼굴을 바투 맞대고 소곤거렸다.

《그리고 말이요. 앞길이 구만리같은 김기자가 내 동생같아서 하는 말인데 이 사건을 더이상 파고들려고 하지 마오. 공연히 경찰모독죄에 증거조작혐의까지 추가되면 기자생활의 종지부를 찍는건 시간문제니까. 알았소?》

김현철은 아연실색했다.

《지금 절 협박하는겁니까?》

《협박?!》 하더니 부장은 놀랍다는듯이 김현철을 치떠보았다.

《이 자리에서 정의와 진실에 대해 설교하려는거요 뭐요? 난 지금 협박을 하는게 아니라 당신자신을 위해 현실적인 사고를 하라고 충고를 주는거요. 정정기사?! 좋아, 낼수도 있소. 그런데 무엇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잠시 말을 끊었던 부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나도 정의와 진실을 외울줄은 아오. 하지만 그 정의와 진실이라는것의 바탕에도 실정과 실리라는것이 있는거요. 우리 신문들은 무슨 공기를 먹고 찍혀나오는줄 아오? 우리 신문이 진실을 보도한다고 하늘에서 돈이 뭉텅 떨어질줄 아는가? 제발 철부지사고에서 벗어나시오. 우리 신문사에도 리사가 있고 주주들이 있지. 그들이 바라는게 뭔가? 진실? 진상? 아니지. 그들이 바라는건 바로 리윤이란 말이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신문을 팔아 막대한 리윤을 얻겠는가? 명예와 권위라는것도 따지고보면 리윤과 결부되는게 아니겠소. 그것을 위해 주필도 있고 론설위원이나 부장인 나도 있는거요. 또 기자인 자네는 부지런히 뛰여다녀야 하는거구.》

숨이 차오르는지 잠시 말을 끊고 씨근덕거리던 부장이 다시 침방울을 튕기였다.

《정정기사? 좋아, 김기자가 정 원한다면 애써보세. 그러나 그보다 먼저 그 정정기사를 싣게 되면 얼마만한 리윤이 나겠는가, 아니면 손해를 당하겠는가를 먼저 타산해보고 다시 마주앉지. 현재로서는 아마도 이게 현명한 선택일거네.》

김현철은 이죽거리는 부장의 입만 멍하니 쳐다보았다. 구역질이 치밀었다. 하지만 놀라운것은 아무리 혐오스러워도 그의 말에 뭐라고 반박을 할수 없는것이였다. 과시 부장은 령리하고 처세술이 능한 인간이였다. 그는 이 사회의 생리에 완벽하게 정통하고있었고 그렇지 못한 자기를 면전에서 조롱하고있었다.

(더러운 세상!)

김현철이 열물같은 쓰거움을 들이키며 돌아서는데 이번엔 부장이 그에게 따지듯 물고 늘어졌다.

《그런데 김기자는 장연희를 어떻게 아오?》

《무슨 말입니까?》

《초면이라면 이상하지 않소. 누가 대주지도 않았는데 현관에서 김기자를 딱 붙잡고 늘어지는게…》

김현철은 은근히 놀랐다.

《그가 여기도 왔었습니까?》

《말도 마오. 연희가 죽은 택시운전사를 보험에 가입하게 한 모양인데 만일 자기 과실사로 판단되는 경우 보험금전액이 지불되지 않게 된 계약이였던가보오. 김기자의 기사가 나갔으니 보험회사에서는 보험금을 지불하지 않겠다고 할것이니 결과야 뻔하지 않소. 또 그 지루하고 향방없는 보험재판으로 갈수밖에… 연희와 무슨 사이인지는 모르겠는데 김기자는 그 보험재판의 증인으로 나서는짓은 절대로 하지 마오.》

조언같기도 하고 경고같기도 한 알쑹달쑹한 부장의 말을 귀등으로 흘리며 문가로 터벅터벅 다가가는데 뒤에서 부장이 소리쳤다.

《장기자가 기다릴거요. 어제 단 둘이 갔던 곳이라던데… 오늘같이 스트레스가 잔뜩 쌓인 날에는 맑은 술로 한바탕 가셔내는것도 좋지.》

어깨가 축 처진 김현철은 인사동으로 향했다.

네거리의 간이술집안으로 들어서는 김현철은 3년전의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기분이였다.

《너만은 <기레기>가 되지 말아!》 하고 장필성이 고래고래 소리친것이 바로 이곳이였다. 그런데 방금전에 김현철은 저자신도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쓰레기를 냈다. 그리고 그 쓰레기를 다시 퍼담을수가 없게 되였다. 누가 그랬던가. 펜으로 쓴것은 도끼로도 지우지 못한다고…어제 앉았던 자리에 장필성이 혼자 있었다. 벌써 두개의 술병이 나뒹굴고있었다.

김현철은 장필성의 앞에 마주앉으며 소리쳤다.

《여기 술을 가져다 주시오!》

김현철은 스스로 술을 콸콸 부었다. 여느때 같으면 술은 남이 부어주는걸 마시는게 재미라며 장필성이 술병을 뺏어쥐였겠지만 지금은 물끄러미 쳐다만 본다. 김현철은 목마른 사람이 물마시듯이 술을 쭉 들이켰다. 한잔, 두잔, 석잔… 연거퍼 마시고나니 위주머니가 따스해났다. 또 한개의 술병이 식탁우를 굴렀다.

《미안하다.》

장필성이 뜨직뜨직 입을 열었다.

김현철은 도리머리를 저었다.

《아닙니다. 제 실책이였습니다.》

《그래도 내 딸년이 그러면 안되지. 버릇이 없어도 류만부득이지…》

(제발! …) 하고 김현철은 생각했다. 쓰레기를 썼다는 자책과 함께 연희의 차거운 얼굴이 크게 확대되여왔다.

얼굴만이 아니였다. 《당신 그 사람을 두번 죽였습니다!》 하는 예리한 목소리가 머리속을 빡빡 내긁었다. 술로 씻어버리고싶었는데 왜서인지 도리여 상처를 할퀴고 헤집는것 같았다.

김현철은 잔에 고인 쓴술을 단숨에 들이키고나서 물었다.

《그런데 따님곁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녀석은 누굽니까?》

《응?》

장필성은 동공이 풀리기 시작한 눈으로 마주본다.

(그러니 장선배는 모르는가?)

《따님이 웬 수상한 녀석과 함께 다니던데. 동 뭐라던지… 하여튼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라고 부르는것 봐서는 가까운 사이같은데 느낌이 별랍니다. 목에 난 흉터를 봐서 그런가… 아 참! 호위원인듯 한 두 녀석중에 하나가 따님을 누님이라 불렀습니다.》

《그런 녀석들이 있었소?》

장필성은 중얼중얼하며 눈을 감았다.

(장선배는 정말 모르누나. 하여간 기분나쁜 사람들이 꼭 짝을 지어다닌다니까. )

김현철은 술기운에 터놓지 못한 역증까지 합쳐 속으로 연희에게 줄욕을 퍼부었다.

그나저나 장필성의 속은 거멓게 타들고있었다. 김현철이 동 아무개라고 하는 녀석은 분명 곽동수일것이다. 그녀석이 꼭 물거마리처럼 연희의 꽁무니에 붙어다닌다. 아니지. 혹시 연희가 그 녀석의 뒤를 쫓아다니는건지도 모른다.

《사랑하냐?》 하고 딸에게 물었을 때 연희는 픽 웃었다.

《아뇨. 그냥 오빠, 동생처럼 지내요.》 하고 내뱉던 연희의 말은 사실인것 같다. 아직 오빠이상의 감정은 아닌듯싶었다. 그러나 연희는 사내들의 속을 너무나 모른다.

곽동수는 이미 가정을 가졌다가 리혼을 한데다가 나이도 40대 중반이라니 바람도 세찰 나이다. 그런 녀석쯤이면 돈냥이나 있겠다, 료정에도, 거리에도 스무살안팎의 생생한 계집들이 가득한데 왜 당장 시집을 보내야 할 과년한 처녀를 쫓아다니는걸가? 사랑?! 깡패따위가 사랑을 알게뭐야. 그거야 돌미륵도 앙천대소할노릇이지. 연희가 욕을 볼가봐 그게 제일 걱정거리다. 현철이 이녀석이라도 연희의 속을 든든히 잡아주기를 바랬는데 딸년이라는게 애비의 속도 모르고 총각의 발치에다 그의 기사를 내동댕이쳐?! 죽일년! …

장필성은 내심 딸을 욕하면서 속이 타들어 제손으로 잔에 술을 부었다.

한편 김현철은 취기가 오르자 더더욱 서글펐다. 속이 시커멓게 타드는것만 같았다. 정의와 량심, 진실과 거짓! … 이것을 그는 자기가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 가장 유력한 리유의 하나라고 꼽아왔다. 그런데 본의는 아니라지만 오늘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반성하기조차 힘들게 되고말았다.

아니, 부장이 정정기사를 내겠다는 자기를 조롱할 때 한마디의 반격도 가하지 못했다. 김현철은 자신을 타매하며 머리칼을 움켜쥐였다.

불쑥 인물심사때 장필성이 했던 말이 느닷없이 뇌리를 쳤다.

《어떤 사람들은 정의와 진리에 대해 망각하고 살지. 아니, 어쩌면 잊기 위해 모지름을 쓰는지도 모르지.》

마치도 오늘의 김현철의 모습을 미리 내다보고 한 예언인듯싶어졌다. 그래서 김현철은 장필성이 기다리는 이곳으로 오면서 그의 타매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장필성은 아마도 김현철을 꾸짖을나위도 없는 존재로 치부하는 모양이다. 이것이 그를 더욱 슬프게 했다. …

그 시각 연희는 곽동수의 차를 타고 집으로 가고있었다.

곽동수는 차거울로 연희를 보며 물었다.

《괜찮습니까?》

《뭐가요?》

《오늘 일 말입니다.》

《괜찮아요. 크게 신경쓸것까지는 없어요. … 헌데 오빠라고 부른지가 언젠데 아직도 제게 존대말을 쓰는가요?》

곽동수는 무뚝뚝한 얼굴로 앞만 주시했다. 연희는 우정 토라진 태도를 보이며 편안치 못한 내심을 감췄다. 그가 교통사고현장을 다녀간 뒤 어떻게 된 영문인지 가는 곳마다 곽동수의 모습이 눈에 띄였다. 처음에는 우연인가싶었다. 그런데 신문사앞에서 뒤쫓아오려는 김현철을 막아서는 모습을 보고서야 결코 우연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어떤 사이냐?》 하고 아버지가 물었을 때 별치않게 대꾸했었다.

《사이는 무슨… 그저 상부상조하는 관계예요.》

그런데 자상히 따져보니 실지로 자기가 준것보다는 곽동수에게서 받는것이 더 많은것 같다. 그리고 때때로 이 사내에게서 보게 되는 이전과 같은 과격스러운 모습은 연희에게 참으로 부담스러웠다.

그런 처녀의 심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덤덤히 앞만 보던 곽동수가 다시 물었다.

《그 기자 말입니다.》

《누구요?》

《아까 만났던 그 기자… 몇번 만났었습니까?》

연희는 대답하지 않았다. 화가 났다. 왜서인지 김현철이라는 기자를 볼적마다 울화가 치밀었다. 집앞에서 고개방아를 찧는 그를 보았을 때 취한 아버지를 방으로 들여보내고는 그에게 골을 냈다. 허청허청 내려가는 모습이 가엾기도 하여 불러서 재워보낼가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런데 오늘 기사를 그가 썼다고 하니 또다시 결이 났다. 그런 순간에 현관에서 딱 마주칠건 뭔가. 아버지가 마음에 걸려서 부장에게 못다한 화풀이를 그에게 했다.

《그때 제가 어땠어요?》

연희가 물었다.

곽동수는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대꾸도 없었다.

그런데 운전사 옆좌석에 앉은 청년이 킬킬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정말 대단했습니다. 어떤게 녀걸이냐 했더니…》

곽동수가 눈살을 찡그리자 그는 중둥무이하며 목을 움츠렸다.

연희는 두볼이 화끈 달아올랐다.

(여하튼 김현철이라는 그 기자는 생각만 해도 화가 난다니까!)

이때 전화기의 호출음이 울렸다. 전화를 받고난 연희는 머뭇거리다가 차를 좀 세워달라고 했다. 곽동수가 의아한 시선으로 보자 연희는 난처한 기색을 지었다.

인사동 네거리의 간이술집에 두사람이 취해 너부러져있었다. 한명은 아버지고 다른 한사람은 연희가 이제는 이름만 들어도 닭살부터 오르는 김현철이였다.

술집주인인듯 한 중년녀인이 다가왔다.

《젊은분의 전화기 1번 호출자는 먼 지방에 있는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늙은분의 전화기로 호출할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님이라고 씌여져있던데 맞습니까?》

연희는 창피스러워 얼굴이 화끈해왔다.

슬며시 고개를 끄덕이자 녀인이 말을 계속했다.

《젊은분의 어머니되시는것 같던데… 누구든 아드님을 찾으면 전화를 꼭 해달랬습니다.》

연희는 그가 알려주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늙은 녀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 현철이의 보호자… 아니 이젠 다 컸으니까 그애의 양어머니라고 해야 더 정확할거예요.》

이렇게 시작된 말이 온통 김현철에 대한 걱정뿐이였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무슨 주님의 보호가 있을거라고 몇번이고 인사를 한다. 새벽의 교통사고와 예고된 보험분쟁, 느닷없이 나타난 오보기사와 신문사에서의 충돌 그리고 술에 만취해 제 몸 하나 주체하지 못하는 아버지와 젊은 기자… 하루동안 곤죽이 되도록 시달린 연희에게 이제는 김현철의 양어머니라는 녀인이 멀리서 주님의 축복까지 보태주는 판이였다. 정말 김현철이란 이 기자앞에 한번만 더 마주선다면 아예 미칠것만 같았다.

《아버진 내가 집으로 모셔가면 되는데… 이 사람은 어쩌지?》

연희는 김현철의 자는 모습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어쩌면 아버지나 이 젊은 기자나 똑같은 모습일가. 늙고 젊음이 다를뿐이지 곤드레만드레 취해서 코를 고는게 꼭 한틀에 찍은 모상이다. 낮에는 허위기사를 내고 밤에는 정신을 잃도록 술세계에 빠져있는 이들이 소위 이 땅의 언론을 대표한다는 기자들의 모습이란 말인가!

연희의 안타까운 속마음을 아는지 곁에서 곽동수가 덤덤히 말했다.

《우리가 호텔로 데려가겠습니다.》

《호텔은 무슨… 길바닥 구석에 내던져요.》

저도 모르게 매정한 소리가 나갔다. 곽동수는 이상하다는듯 머리를 기웃거리고는 뒤의 사내들에게 손짓했다. 억대우같은 사내가 김현철을 넌듯 들어 업었다. 실신한 사람처럼 손을 축 늘어뜨리고 들려나가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연희는 짜증과 한숨을 함께 내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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