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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9월 16일

평양시간


제 51 회

제 5 장

순정의 열매

8


직화로도입의 성공으로 하여 선봉리의 영농공정들은 얼음판에 박통밀듯 일사천리로 진척되여갔다.

대용연료로 일제히 모내는기계를 돌려 군적으로 단연 1등한 선봉리는 계속하여 제초기에도 직화로를 리용하여 농장전체면적의 80프로에 해당하는 논김매기를 기계로 네벌까지 진행하는 기록을 세웠다.

준석은 직화로의 성공으로 만세를 부를수 없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체로 농사를 지을수 있는 전제조건이며 알곡소출을 높이기 위한 돌파구를 열어놓은데 불과한것이다. 직화로의 의의는 단지 영농공정을 앞당기는 그자체에 있는것이 아니다. 그것으로 심고 가꾼 곡식이 알찬 열매로 주렁질 때 비로소 거기에 바친 땀과 넋이 빛을 내는것이다.

준석은 김매기에서 직화로의 리용률을 최대한 높이는 한편 작업반마다 시험포의 경험을 받아들여 마련한 대용비료와 대용농약의 시비시약체계를 철저히 세우는 등 농작물비배관리를 빈틈없이 조직해나갔다.

선봉리의 벌판들에는 례년에 없는 풍요한 결실이 펼쳐지게 되였다. 줄대같이 실한 벼포기들이 틈이 보이지 않게 꽉 들어찬 논판들은 마치 두툼한 진록색융단을 깔아놓은듯 한데 올벼포전들에는 벌써 이삭이 패여나기 시작했다.

검푸른 잎들이 바다처럼 펼쳐진 강냉이밭들엔 이미 개꼬리가 나오고 수염을 단 이삭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갔다. 이대로만 나가면 올해농사에서 통장훈을 부를수 있는 확고한 전망이 보였다.

준석은 신심에 넘쳐 다음공정인 풀베기전투조직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장마철풍수해대책을 세우는데도 관심을 돌렸다.

어느덧 7월이였다.

준석은 수로바닥파기와 배수양수장정비, 강냉이밭버팀줄늘이기를 예견성있게 하면서 물이 고일수 있는 포전들에 대한 배수로만들기, 비물이 밭으로 흘러들지 못하도록 승수로를 만들기 위한 공사도 놓치지 않고 밀고나갔다. 또한 금혁이에게 과업을 주어 비상시에 대처할수 있는 이동양수기와 필요한 설비제작을 다그쳐끝내도록 하였다.

드디여 장마가 시작되였다.

먹장구름이 꾸역꾸역 밀려오고 습기를 머금은 눅눅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콩알같은 비방울이 후둑후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는 이틀이 멀다하게 찔금찔금 내리다가 며칠 지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졌다. 부옇게 흐린 연판같은 하늘에서 줄기차게 쏟아지는 비발이 아득한 공간에 장막처럼 드리웠다. 잡도리를 보면 쉬이 멎을것 같지 않았다. 기상관측소에 알아보니 100미리이하의 비가 내리고 멎을것이라고 하였다. 그 정도면 안심할수 있었다.

하지만 예측할수 없고 장담할수 없는것이 하늘의 조화였다.

그날도 준석은 늦게까지 배수대책들을 세우고 사무실에서 쪽잠이 들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던지… 갑자기 쫘락쫘락 쇠통을 두드리는것 같은 요란한 소리에 그는 눈을 번쩍 떴다. 대살같은 비줄기가 창문을 무섭게 갈겨대고있었다. 번쩍 하고 시퍼런 비수같이 내려꽂히는 번개가 창밖을 밝혔다. 미구하여 우르릉―꽝 우뢰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처마밑으로 벌써 도랑을 이룬 비물이 좔좔 흘러내렸다.

준석은 다급히 일어나 말코지에서 비옷을 벗겨 입었다. 책상우의 전지를 집어들고 나오려던 그는 되돌아서 송수화기를 들었다. 기상관측소를 찾아 예견되는 날씨를 물었다. 관측소장의 대답인즉 이제부터 3일간 300미리이상의 비가 내릴것으로 보는데 이것은 기상관측이래 처음으로 되는 무더기비라는것이였다.

준석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듯 했다. 이삭이 패여나는 벼바다가 순식간에 물바다로 화하는 광경이 눈앞을 언뜻 스친다. 순간 온몸이 부르르 떨림을 느끼며 우스러지도록 주먹을 틀어쥐였다.

안된다. 그렇게는! 애써 마련한 작황을 결실에로 이끌어가는데서 결정적인 고비가 바로 이 폭우의 피해를 막는것이다.

뇌리를 때리는 이러한 생각에 준석은 심장이 쾅쾅 높뛰였다.

곧 양수장이 있는 5반과 8반에 전화를 걸었다.

《양수기들을 총가동시키시오. 알겠소. 내 이제 나가보겠소.》

송수화기를 놓는찰나 가슴을 서늘케 하는 눈부신 섬광과 거의 동시에 《쫙!》하고 무엇이 바스라지는듯 한 섬찍하고 아츠러운 굉음이 울렸다.

그러더니 방안이 캄캄해졌다. 변대가 벼락을 맞았는지 정전이 되여버렸다. 그러니 만부하를 걸어도 모자랄 양수기들이 무용지물이 되여버린것이다.

설상가상이라더니!

준석은 속이 새까맣게 타서 문을 박차고 나왔다. 관리위원회앞마당은 벌써 물바다가 되였다.

물도랑을 넘어난 시뻘건 탕수가 미처 취수구를 찾지 못해 길바닥에 범람하고있었다.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도랑인지 분간할수 없었다.

또다시 《번쩍》하고 시퍼런 불칼이 하늘을 가른다. 뒤따라 무엇을 들부시는듯 한 무시무시한 뢰성벽력, 련달아 눈앞이 펑끗거리고 《꽈르릉― 짝!》 굉음이 울부짖었다. 무엇에 그리도 노했는지 꼭 무슨 일을 칠것만 같은 험악한 기세였다.

급히 리당위원회부터 들리니 마침 당비서가 비옷단추를 채우며 나오는 참이다.

《위원장동문 양수장과 포전들을 맡아주오. 나는 저수지루 해서 옥수천에 나가보겠소.》

박정운은 짤막하게 이르고 바람같이 사라졌다.

준석이도 총총히 포전으로 달음질쳤다. 논들은 벌써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자연의 불가항력적인 횡포에 수난을 피할수 없게 된 땅… 그러나 목숨걸고라도 구원해야만 할 땅이였다.

준석은 기계화반에 나가 이동양수기를 빨리 2반논으로 날라가라고 과업을 주었다. 농장적으로 맨 아래쪽에 위치한 2작업반포전에 온 청룡벌의 물이 쏠리게 돼있었다.

기계화반을 나온 길로 봉황산밑의 4작업반부터 시작해서 각 작업반들을 돌아보았다. 여기저기서 전지불빛들이 어둠을 토막치고있었다. 집집에서 떨쳐나온 사람들이 물도랑들을 째느라 법석 끓는다. 포전들에도 바께쯔와 소랭이들을 들고 나온 남녀로소들로 웅성거렸다. 양수장이 못 돌아가니 인력으로라도 넘쳐나는 수로의 물을 퍼내야 했던것이다.

전지불빛은 뽀얀 비발속을 헤가르며 5반, 6반, 3반을 거쳐 2반쪽으로 내달았다. 어느 작업반이나 이미 조직사업했던대로 물을 뽑기 위한 결사전에 사람들이 총동원되였다. 그들의 비장한 기세와 완강한 투쟁에 의하여 아직은 논들이 물에 삼키우지 않았다.

얼굴로 흘러내리는 비물을 연방 씻어내며 2작업반 막바지포전에 이르렀을 때였다. 요란한 물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다급한 비명소리가 났다.

소리나는 쪽을 향해 비발을 걷어차며 달려가보니 수로뚝우에 머리만 내민 사람의 모습이 시퍼런 섬광에 확 드러났다. 그는 2반 논물관리공 한창세였다. 무너지려는 수로뚝을 방파제처럼 두팔을 벌려 막아나선 창세는 꽉 다문 이발새로 마지막힘을 짜내는듯 한 신음소리를 내뿜고있었다.

얼마후면 수면이 그의 목 웃부분을 삼켜버릴것이였다.

《한동무! 위험하오!》

준석이 고함치며 그리로 달려가자 창세는 안타까이 머리를 저었다.

《난 일없습니다. 이놈의 물이 점점… 왜 수문으로 빠지지 못하는지?》

시시각각 불어오르는 싯누런 황토물은 숱한 포전을 위협하고있었다.

《조금만 견지하오!》

준석은 이런 말을 남기고 미끄러지며 자빠지며 물뽑이수문쪽으로 달려갔다. 수문으로 미처 빠지지 못하고 고패치는 물을 뽑아내자면 뚝을 잘라버려야 했다. 준석은 삽날에 불이 일게 뚝을 파제끼기 시작했다. 비물에 젖은 삽자루는 흙이 게발린 손에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려 했다.

목구멍에서는 확확 겨불내가 났다.

신고끝에 뚝이 잘리워나갔다. 갈라진 뚝사이로 우리에 갇힌 맹수마냥 기승을 부리던 비물이 폭포처럼 빠져나갔다.

위험은 제거되였다. 하지만 작은 물결이 밀려가자 더 큰 물결이 닥쳐왔다.

방송차에서 박정운당비서의 목소리가 다급히 울려나왔다.

《농장원여러분! 옥수천동뚝이 위험에 처했습니다. 큰물에 옥수천뚝이 무너지려 하고있습니다.

뚝을 지켜내지 못하면 마을과 농경지가 물에 잠기게 됩니다. 모두가 떨쳐나 옥수천동뚝을 구원합시다! 모두가 흙마대를 가지고 옥수천으로 나와주십시오. 작업반들에서는 수송기재를 총동원하여 흙가마니를 싣고 나와야 하겠습니다. 다시 알려드립니다.…》

방송차는 2작업반을 거쳐 소재지쪽으로 올라가며 긴급정황을 련속 알려주고있었다.

준석은 귀가 멍멍해졌다. 동뚝이 무너지는 무서운 환영이 눈앞에 떠오르며 정신이 아찔해졌다.

이게 무슨 소린가? 아버지세대의 피땀이 스민 옥수천동뚝, 그 동뚝이 무너지다니?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 후과로 빚어지는 처참한 재난은 상상하기조차 끔찍스러운것이며 돌이킬수 없는것이였다.

어떤 일이 있어도 동뚝을 구원해야 한다.

준석은 필사의 각오를 다지며 2작업반 탈곡장으로 들어갔다. 누군가가 벌써 창고에서 가마니들을 끌어내고있었다. 그앞에서 뜨락또르가 퉁탕거린다.

전지불을 비치며 가까이 다가가보니 가마니를 끌어내는 사람은 박영순이였다. 영순은 가마니를 끌어내여 싣다가 준석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나 긴급한 정황이라 더 다른 말을 할수가 없었다. 지금은 말보다도 행동이 앞서야 할 때이며 행동만이 모든것을 보여줄수 있는것이다.

세포비서와 영순의 남편 리호영이 가마니에 흙을 담아 뜨락또르적재함에 실었다. 준석이도 삽을 쥐고 가마니들에 흙을 퍼담았다.

그사이 농장원들이 달려나와 이에 합세하여나섰다.

얼마후 흙가마니를 만재한 뜨락또르가 농장원들을 태우고 옥수천으로 달렸다. 뜨락또르가 제방뚝가까이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소름끼치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쏴!―》

옥수천동뚝의 한 모퉁이를 밀고나오는 탕수의 급류가 아츠러운 소리를 내질렀다. 옥수천의 수위는 어느덧 동뚝 웃면에 거의 차올랐는데 사품쳐흐르던 물이 허물어지기 시작한 뚝으로 곬을 지어 폭포마냥 걷잡을수 없는 힘과 속도로 맹렬하게 쏟아져내리고있었다.

준석은 더 생각할 사이없이 흙가마니를 어깨에 메고 물줄기를 맞받아나갔다. 그뒤로 흙가마니를 멘 민영태부위원장, 박영순반장을 비롯한 일군들 그리고 농장원들이 한뭉치가 되여 따라나갔다. 어느새 비상소집하여 달려왔는지 학생청년들도 흙마대를 지고 달려들었다.

노도치는 물과 그것을 거슬러나가는 사람들의 흐름, 그야말로 광란하는 자연을 길들이는 대결전이였다.

준석이 맨 처음으로 흙가마니를 파렬구에 던져넣자 폭포치던 물줄기가 량옆으로 사나운 갈기를 일으키였다. 휘뿌려지는 물줄기가 준석의 온몸을 덮씌웠다. 숨이 컥 막혀들었다. 눈, 코, 입을 뜰수가 없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흙탕물이 쓸어들어 코안을 메워버렸다. 길길이 뛰는 물살이 강한 초음파의 진동처럼 온몸을 들부실듯 사정없이 때리였다. 그속에서 계속되는 섬광, 천둥, 쏟아지는 비발이 범람하는 혼수와 합류하여 인간의 의지를 꺾어보려 총공격을 들이대고있었다.

준석은 생명의 위험이나 아픔, 공포따위는 느껴볼 겨를이 없었다. 오로지 하나의 생각, 동뚝을 구원하기 전엔 죽을수도 없다는 각오뿐이였다. 그는 초인간적인 힘으로 사람들이 날라오는 흙가마니와 마대들을 받아 쌓아 대홍수의 광란을 한치한치 제압해나가고있었다.

방탄벽마냥 그와 어깨를 겨룬 민영태, 박영순, 금혁이와 수향이들도 물벼락을 들쓰며 제방을 쌓아올렸다. 그밑에서는 또 숱한 농장원들이 흙가마니와 흙마대를 연방 메여 날라왔다.

무섭게 쏟아지는 흙물폭포속에서 금혁은 이때까지 자기가 상상속에서만 그려왔던 준엄한 시각이 마침내 닥쳐왔음을 높뛰는 심장으로 느끼고있었다.

수향이와 함께 사나운 풍랑도 진펄길도 웃으며 헤쳐가자고 했던 그 약속이 랑만속의 웅변이 아니라 현실적인 체험으로 이루어지게 된것이다.

시련이 없다면 신념과 의지를 어떻게 표현하며 비상한 정황이 없다면 위훈의 갈망을 어찌 성취할수 있으랴. 하기에 사랑하는 처녀와 나란히 각일각 생명을 위협당하는 대홍수의 격랑속에서 함께 흙가마니제방을 쌓아나가느라니 정말 날바다의 풍랑속을 함께 헤치는 비장하고도 두렴없는 심정이였다.

파렬되였던 동뚝이 강수위에까지 거의 올라갔을 때였다. 새로 쌓은 토담벽과 원제방사이에 균렬이 가기 시작하더니 거기로 물줄기가 뿜어나오며 급격히 확대되기 시작했다.

흙가마니가 올라오자면 몇분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1분만 지체해도 이제까지 결사적으로 쌓아올린 새 제방뚝이 통채로 무너져버릴 순간이였다.

그때 그 균렬짬으로 한몸이 그대로 흙가마니가 되여 날아드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금혁이였다.

그의 재빠른 정황판단과 희생적인 행동으로 대홍수의 새로운 류출구는 제때에 입을 다물어버리게 되였다.

위기일발의 순간은 사라졌으나 금혁은 제방과 흙가마니벽의 좁은 틈사리에서 가슴과 온몸이 압박되여 숨을 쉴수조차 없었다. 그는 점차 질식되여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가물가물 흐려지는 의식속에 아버지와 어머니, 당비서와 관리위원장의 모습이 어렴풋한 형체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금혁동무!》

마지막으로 자기를 소리쳐부르는 수향의 모습이 뚜렷이 망막에 새겨졌다.

(아, 수향이!)

그는 가물거리는 한점의 불꽃을 놓치지 않으려 모지름썼으나 끝내 캄캄한 나락속에 잦아들고말았다.

《금혁동무!―》

수향이 울부짖는 소리에 준석은 비로소 벌어진 사태를 짐작하였다.

《금혁아!―》

그는 흙가마니를 안고 달려가며 목터지게 고함쳤다.

금혁을 안아내렸을 때는 이미 의식을 잃은 뒤였다. 온몸의 피부가 퍼렇게 질리고 심장의 박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박정운당비서가 방송차로 리인민병원 원장을 찾았다. 원장이 달려와 인공호흡을 시켜보다가 안되겠다며 군병원으로 가야겠다고 했다.

원장이 방송차에 금혁을 싣고 떠나려고 할 때 준석은 수향을 불렀다.

《수향이, 병원에 따라가서 금혁일 꼭 살려내야 해. 어떤 일이 있어두 무조건! 알겠소?》

애써 엄하게 말하는 준석의 목소리는 평소의 청청함을 잃고 몹시 갈려있었다.

수향은 흐느껴울며 머리를 저었다.

《관리위원장동지… 제방이 아직 위험한데… 제가… 흑.》

《무슨 소릴 해?! 여기 일은 거의 다 되지 않았어? 걱정말구 어서! 금혁일 살리지 못하면 용서치 않겠소!》

준석은 눈에 달이 떠서 벽력같이 소리쳤다.

차를 떠나보낸 뒤 준석이 자기 목소리같지 않은 그 거센 목소리로 웨쳤다.

《자, 여러분! 쓰러진 동지의 몫까지 합쳐 마지막결사전을 다그칩시다!》

뜻밖의 사고에 놀라 일순 굳어졌던 농장원군중이 《와―》하고 들고일어났다.

또다시 백열전이 벌어졌다. 어디서 그런 힘이 생겼는지 녀성들, 늙은이들, 학생들 할것없이 모두가 흙가마니를 어깨에, 등에 지고 억척같이 달렸다. 가마니를 지고 높은 경사면을 오르다 미끄러져 떨어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땀과 비물이 혼탁되여 흐르는 그들의 얼굴은 흡사 불비 쏟아지는 고지에 탄약상자를 지고 오르는 전선원호대원들의 비장한 모습을 방불케 했다.

아직도 머리우에 쏟아져내리는 물벼락을 고스란히 들쓰며 온몸이 물주머니가 되여 마지막돌기를 쌓아나가는 사람들도 불사신의 모습 그대로였다.

일에 열중한 그들은 물바다를 헤가르며 질주해온 승용차가 자기들의 곁에 급정거하는것도 알지 못했다.

각 리의 피해상황을 돌아보던 김대일은 뒤늦게야 옥수천소식을 듣고 천방지축 달려온 길이였다.

무너진 뚝을 보수하자면 군적인 비상동원조치가 필요하고 그러는 새면 피해령역은 걷잡을수없이 확산될것이였다. 그래 속이 새까매 달려왔는데 뜻밖에도 리자체의 힘으로 보수공사를 거의 완결짓고있는것이였다.

수백수천의 남녀로소가 한덩어리가 되여 하나같이 희생적으로 움직이는 그 광경은 그야말로 대중적영웅주의의 장엄한 모습이라고 할수 있었다.

대일은 제일 힘들고 위험한 제방의 정점에서 쏟아지는 폭포에 몸을 내대고 억척스레 일손을 다그치는 준석의 모습을 보며 눈굽이 뜨거워짐을 어쩔수 없었다.

(달리 살수 없는 사람들이지…)

천신만고끝에 동뚝과 농경지는 구원되였다.

뜻도 하나, 마음도 하나되여 생사운명을 함께 하는 선봉사람들앞에 마침내 대자연의 광란도 머리를 숙이고야말았다.

어느덧 새날의 려명이 밝아오고있었다.

끝없이 펑끗거리던 섬광도, 으르렁거리던 천둥소리도 가뭇없이 사라지고 채찍같은 비줄기대신 엷은 구름장사이로 악의없는 고운 비발이 보슬보슬 내리였다. 그것은 승리한 사람들에게 하늘이 뿌려주는 꽃보라와도 같았다.

오곡이 들어찬 대지는 소생의 기쁨에 조용히 설레이고있었다.

군인민병원에 갔던 방송차가 돌아와 병원의료집단이 3일밤을 꼬박 새우며 금혁을 소생시킨 소식을 전해주었다.

전투가 끝난 뒤 준석은 대일과 함께 그의 차를 타고 군인민병원으로 갔다. 아직 회복은 안되였지만 군인민병원에서 최선을 다해 꼭 완치시키겠다는 확신을 주어 준석은 조금 마음을 놓았다.

민영태는 감격을 이기지 못해 사나이의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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