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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9월 20일

평양시간


제 4 회


제 1 장


4


수정은 근기있게 양재학원에 다녔다.

연회사건이 있은 후부터는 오동원의 집에 있기가 더욱 싫어서 적당한 자리로 직업을 옮겨볼 생각이 간절하였다. 그것을 위해서도 양재학원을 열심히 나가는것이였다. 학원을 졸업하면 양복점에 취직이 될수도 있고 잘하면 재단사가 될 가망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양재학원에도 들어간것이고 열성도 내보지만 오동원의 집에 바쁜 일이 생기면 학원등교를 베먹는것이 보통이였다.

그는 오전반이였다. 학원은 원효로에 있었다. 창고를 개조해서 실습장과 교실로 꾸린 건물이였다.

학생들의 신분은 각양각색이였다. 대학중퇴생, 주부, 어린 학생, 식모도 있었다. 그런 녀자들의 편의를 도모해서 오전반은 열시부터 시작하여 두시에 끝났다.

학생들의 년령, 개인리력이나 집사정도 사회의 축도처럼 복잡하고 다양하였다. 학생들가운데는 신분을 전혀 밝히지 않는 녀자도 있었다.

수정과 같은 책상에 앉은 옥진이라는 녀자가 그러하였다. 옷입은 맵시라든가 생김생김에 말과 행동으로 보아서는 고등학교는 나왔음직한 그다지 구차한 집도 아닌 어느 중류가정의 딸로도 보였지만 집이 어디이며 무엇을 하는지 스스로 말한적은 한번도 없었다. 결석하는 날도 많았다. 출석을 해도 어떤 날은 졸기를 잘하였다. 어떤 때는 느닷없이 졸도를 하는 일도 있었다. 수정이 두번 그런 일을 당해보았다. 그렇게 몸이 약한편이였다.

그러나 공부에는 열성이였다. 결석한 날 배우지 못한 내용은 반드시 수정이의 학습장을 빌려서 보충해나갔다. 수정이까지 강의에 결석했을 때는 교원의 사무실로 찾아가서 개별적으로 설명을 듣기도 하였다. 그러나 간혹 가다가 조는것은 어쩌지 못하였다. 그만큼 몸이 약하고 또 밤에는 어느 야간직장에라도 나가는지 모른다.

학원에서 배워주는 학과는 양재에 필요한 여러가지 과목이였다. 력사적환경에 따라 우리 나라의 의복제도가 여러가지로 변화되여온 과정도 가르쳐주었다.

그림과목도 있었다. 간단한 속사정도였지만 미술선생이 백묵으로 칠판에 긋는 선은 생동하여 수정은 그림에 대한 취미도 갖게 되였다. 그러나 수정이 긋는 선은 아직 딱딱하고 부드럽지 못하였다.

옥진은 그렇지 않았다. 그의 선은 제법 살아났다. 미술시간에는 어느 틈에 그리는지 간단한 선그림으로 수정의 옆모습이나 손을 그려보이고는 연필로 직직 그어서 뭉개버리든가 종이를 찢어버리기가 일쑤였다.

《넌 그림에 취미가 있구나.》

수정은 자기 얼굴과 비슷하게 그린 그림을 보고 칭찬해준 일이 있었다.

《아냐, 난 네 얼굴이 매력이 있어서 미술시간에는 몇번이고 그려보는데 그 눈매가 영 되지 않아. 네 눈은 곱다.》

《미친 애!》

수정은 공부에도 열성이고 그림재간도 있는 옥진이를 좋아하였다. 마음도 맞았다. 서로 뜻이 같기때문이였다. 그가 무엇을 하는 녀자인지 모르나 수정은 옥진이가 장차 훌륭한 재단사가 되기를 바라기도 하였다. 양장에 대한 지식은 수정이보다 훨씬 많이 알고있었다. 실지 여러가지 옷을 입고 다녔다. 그것이 모두 어울리고 세련되여보였다. 수정은 학원에 나가는것이 그를 만나러 가는것 같이 생각되기도 하였다. 그가 결석하는 날은 서운하기도 하였다. 그런 날은 선생님의 강의나 설명을 더 열심히 듣고 학습장에 써두었다가 다음날에 오는 옥진이에게 주기도 하였다. 옥진이도 수정이 결석하는 날에는 그렇게 해주었다. 그림까지 받쳐서 정리해놓은 그의 학습장을 보면 정말 놀라울만치 요령이 있는 녀자라는것을 알수 있었다. 그의 인상특징이라고 할수 있는 안장코가 몹시 귀여웠다. 그러나 가끔가다 조는것만은 질색이였다.

어느 강의시간이였다. 그는 교원이 제시해주는 옷의 그림을 열심히 모사해 그리다가 어느 틈엔지 졸고있었다. 강의를 하던 선생님이 강의를 중단하고 그들쪽을 바라보고있었다. 수정은 옥진의 옆구리를 찔러서 깨웠다. 옥진은 눈을 뜨고 자세를 바로하며 만년필을 잡았다.

《공부하러 왔으면 정신을 차려서 공부를 해야지 졸기만 하면 쓰나.》

교원은 한마디 주의를 주고 다시 강의를 계속하였다. 그는 또 강의를 뚝 그치고 수정이쪽을 바라보았다. 수정이 당황하여 옆을 보자 옥진이 또 졸고있는것이였다. 수정은 선생님보기가 민망해서 또다시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왜 그렇게 조니?》

작은 목소리로 나무랬다.

교원은 이번에는 숫제 그들쪽은 보지도 않고 말하였다.

《학생들이 열심히 배우려들어야 선생도 열성이 생기지, 학생들이 존다든가 헛눈을 팔고있으면 그같이 기분나쁜 일은 없소. 그건 선생을 무시하는것으로도 되오. 조그만 아이들 같으면 이런 말을 내가 안하겠소. 학생들은 말이 학생들이지 사회인이요. 사회인이면 사회인답게 그런것도 알아두라고 말하는거요.》

그때 마침 수업을 끝내는 마지막종이 울렸다. 선생의 강의는 그다지 기분좋게 끝난것이 못되였다. 30여명 학생들의 시선이 수정이네 자리로 쏠리는듯 하였다.

《너 밤엔 자지 않니, 왜 그렇게 조니. 애두!》

수정은 가볍게 옥진을 또 책망하였다. 옥진은 그 말에 얼굴이 귀뿌리까지 빨개졌다. 수정은 자기가 너무 각박하지 않았는가 금방 후회를 하였다. 그 한마디, 비난이랄것도 못되는 말에 그렇게도 량심의 가책을 받는지 얼굴까지 붉히는 그를 보니 공연히 나무란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수정이!》

그때 누구인가 수정을 부르며 교원실에서 찾는다고 전해주었다.

수정은 복도건너편에 있는 교원실로 가보았다. 교무주임 윤선생과 교원인 곽선생 또 다른 직원들 두사람 그리고 영등포학생으로 알려진 중년부인이 기다란 책상을 사이에 두고 앉거나 서서 무엇인가 의논을 하고있었다.

《수정학생은 혹시 그걸 아오?》

교무주임 윤선생이 밑도 끝도 없이 묻는 말이였다.

《뭐 말입니까?》

수정은 되물었다. 교무주임은 신중한 얼굴이였다. 그는 더듬거리며 말하였다.

《수정학생은 한자리에 앉았으니까 혹시 아는지 해서 오라고 했는데… 같이 앉은 옥진이가 말요, 〈왜공주〉란 말이 있어서 물어보는거요.》

《〈왜공주〉요?》

수정은 얼굴부터 뜨거워졌다. 반사적으로 그 말을 입에 담고도 그것이 창피스러웠다. 《왜공주》에 대해서는 그도 들어서 아는 말이였다.

《혹시 아는게 있소?》

교무주임은 재차 묻고 수정이를 쳐다보았다.

《그럴리 없습니다. 옥진이가 어떻게?》

수정은 옥진이를 좋은 녀자로 알았기때문에 서슴지 않고 그것을 부인하였다.

《됐소.》

교무주임은 수정이의 말에 안심하는 눈치였다. 그러자 영등포학생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수정에게 대들듯 조금 쉰 목소리로 말하였다.

《내가 봤는데…》

《뭘 봐요?》

수정은 반발이 아니라 정말 무슨 뜻인지 몰라서 물었다.

《호텔로 들어가는걸 말야. 그런것들이 드나드는 호텔이고 또 시간도 그런 때이고…》

수정은 그렇게 설명을 듣고나서도 그것으로 어째서 옥진이 《왜공주》라는 혐의를 받아야 되는지 몰랐다. 옥진에게서는 《왜공주》와 관련한 아무런 표상도 떠오르지 않았다. 수정은 그렇게 물정에 어두웠다. 마치도 자기가 그런 혐의를 받는것 같아 가슴만 울렁거렸다. 오동원의 집울타리안에서만 살다나니 견문이 좁았으며 사회의식도 어리였다.

그때로 말하면 고급호텔을 근거지로 하여 《왜공주》가 생겨나기 시작하던 때였다.

박정희《정권》이 또다시 민족을 팔아먹는 반역의 죄악을 저지르는것이였다. 위정자들은 저들이 처한 외화고갈의 난국을 모면하기 위하여 《기생관광》이라는것을 고안해냈는데 왜인들을 《관광》의 명목으로 끌어들이고 남조선녀성들을 그들에게 제공하는것이다.

이 땅의 아들들을 외세의 대포밥으로 윁남땅에 팔아넘겨 외화를 벌던 그 매국배족의 무리들은 수많은 《양공주》촌을 만들어놓고 남조선녀성들을 양키들에게 섬겨주는것도 부족하여 이제는 이 땅의 딸들을 불구대천의 원쑤인 왜인들에게 팔아먹고있었다.

일본쪽발이들은 저들의 자본을 대대적으로 남조선에 들이밀면서 략탈지에서는 녀자들을 겁탈해도 좋다는 침략자들의 본성으로 녀자들까지 마음대로 롱락하는것이였다.

그러므로 《왜공주》라는 현상은 단지 녀자들이 왜인들에게 몸을 파는것으로만 그치는것이 아니라 남조선에 대한 일본재침의 과정으로 나타나는 사회악이였다.

수정이 교실로 돌아오자 옥진이가 그를 기다리고있었다.

《교원실에 가서 뭘 그리 오래 얘길 했니? 아까 그 선생님이 뭐라시던?》

《아니.》

《그럼?》

《잠간 보자.》

수정은 교실밖의 조그만 공지로 옥진을 데리고 나갔다. 어느 그리스도교계통의 병원뒤였으나 앉을데도 없었다.

《왜?》

옥진은 눈에 약간 겁을 담으며 말하기를 재촉하였다. 수정은 옥진이 《왜공주》가 아닌것을 확신하였다. 《왜공주》를 직접 만나본 일은 없지만 우선 도덕적으로 찬성할수 없는 그들에 대한 표상도 미운것으로 머리에 정착되여있었다. 그런데 옥진이의 어디에 그런 미운 티가 있느냐 말이다. 코가 약간 낮기는 하지만 새까만 눈이며 귀여운 얼굴이였다. 그 까만 눈에 겁까지 담자 동정이 앞섰다.

《참, 우스운 일도 있다. 글쎄 누가 무슨 호텔에 출입하는 널 봤다구 하잖아.》

《뭐?》

옥진은 너무도 놀라서인지 얼굴이 새빨개지며 반쯤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정을 빤히 쳐다보는 그의 눈망울에 눈물이 고여오르더니 힘없이 땅에 주저앉으며 얼굴을 두무릎사이에 묻고 손으로 가리며 울기 시작하였다.

수정은 당황하였다. 옥진이 너무 억울해서 우는줄로 알았다.

《애도 울긴 뭘 우니. 아니면 그만이지.》

옥진을 잡아일으키려 하였다. 옥진은 수정의 손을 가볍게 밀어내고 점점 더 흐느끼더니 그만 땅바닥에 쓰러지고말았다.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왜 이러니?》

저마다 물었으나 수정은 대답할수가 없었다. 영등포학생에 대한 미움만이 앞섰다. 공연히 옥진에게 못된 루명을 씌워서 이 모양을 만들어놓은것이라고.

급한대로 여럿이 옥진을 들고 교원실로 가서 교무주임의 책상옆에 있는 긴의자에 눕혀놓았다. 가까운데 있는 의사를 불렀다. 의사가 오는 동안에 수정을 비롯하여 교무주임과 영등포학생까지 옥진의 손을 주물러주었다.

《괜히 남을 의심해서…》

수정은 영등포학생이 꼭 들으라고 하는 말은 아니였지만 저절로 그런 비난이 나가게 되였다. 영등포학생은 열적은듯 눈을 깔고 옥진의 손만 열심히 주무르고있었다.

의사가 와서 강심제를 련속 두대나 놓았다. 극도의 피로에서 오는 졸도라고 하였다. 그의 집으로 알리든가, 보내주든가 하여야만 되였다. 그러나 주소를 몰랐다. 학적부에는 현주소가 수원으로 되여있었다. 혹시나 하고 그의 주머니를 뒤져보았다. 손수건과 종이비누가 나오고 무엇인가 옥진의 사진이 붙어있는 증명서가 나왔다.

《이건 무슨 증명서야?》

교무주임이 혼자말로 중얼거리며 그것을 펼쳐보았다.

그것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알려져있는 《왜공주》들의 호텔출입증이였다.

《뭐게요?》

영등포학생이 그것을 받아서 손에 들고 보더니 얼굴이 새파래지며 손이 떨리기까지 하였다.

《선생님, 다른 학생들은 다 나가게 해주세요.》

《왜 말이요?》

교무주임이 증명서를 넘겨다보며 물었다.

《글쎄 다 나가게 하세요.》

교무주임은 무슨 일인지 모르면서도 영등포학생의 심상치 않은 얼굴을 보고는 학생들에게 나가라고 하였다. 수정이도 나오려 하였다.

《학생은 좀 남아요.》

영등포학생이 수정이의 소매를 잡았다. 사무실에는 교원 세사람과 수정이 그리고 영등포학생이 남았다.

영등포학생은 증명서를 여러 사람앞에 보였다.

《이것이 그 증명서예요. 내가 공연한 말을 했어요?》

수정을 보는 영등포학생의 눈은 자신과 비난에 차있었다.

순간 수정의 눈앞은 깜깜한 밤같았다. 세상이 허망하였다. 누구를 원망하여야 좋을지 몰랐다. 옥진에게 속았다는 생각보다 그가 미운지 가엾은지 알수가 없었다. 속이 떨리기만 하였다.

얼마만에 옥진은 피여났다. 눈을 떠서 자기를 둘러선 사람들을 보더니 금방 일어나려고 하였으나 힘에 부쳐하였다. 그의 몸우에 덮여있는 교무주임의 외투조차 들출 힘이 없어보였다.

《더 누워있소.》

교무주임이 외투우에 손을 대고 그의 몸을 가볍게 눌러주었다. 력사교원과 영등포학생은 쓰거운듯 그를 내려다보고있었다. 수정은 아직도 속이 떨리기만 하였다. 옥진이 깨여난것이 고마왔다. 그렇다고 옥진의 몸에 가까이 갈 생각은 나지 않았다.

옥진은 계속 일어나려고 하였다. 덮은 외투가 흘러내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영등포학생이 그를 일으켜주었다. 옥진은 옷매무시를 고치고 손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매만지더니 누구에게라 없이 《죄송해요.》라며 입안의 목소리로 사죄를 하고 밖으로 걸어나가려 하였다. 걸음이 위태로웠다.

《수정학생이 부축해주오.》

교무주임이 수정을 보며 걸어나가는 옥진이를 가리켰다. 수정은 옥진이를 부축하였다. 몸이 검불같이 가벼웠다. 수정은 별안간 가엾다는 생각이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내게 몸을 실어라.》

《아니, 나 혼자 가.》

《쓰러지면서두…》

그들은 교원실밖으로 나왔다.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벌써 다들 사정을 알고있었다. 비난과 동정이 뒤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인가 옥진이의 책가방을 갖다주었다. 수정은 그것을 한팔에 걸고 큰길까지 나왔다.

《집이 어디냐?》

《저쪽이야.》

옥진은 서울역쪽을 턱으로만 가리켰다. 어느 뻐스정류소를 향하여 그들은 걸음을 옮기였다.

《수정이, 넌 인젠 가. 나 혼자 천천히 갈게. 고맙다. 이젠 너도 못 보겠구나.》

그의 눈에는 이슬이 맺히였다.

《왜?》

《내가 어떻게 거길 또 다니니? 너 보기도 이렇게 점직한데. 몸은 꼼짝할수가 없어도 다들 말하는거 들었어. 너도 날 용서해라. 식구가 일곱이야. 오빠는 윁남에 파병가서 죽고 아버지는 그길로 병들고 동생은 학교에 다녀야 되고, 오죽하면 내가 그노릇을 했겠니마는 한번 빠지면 헤여나질 못해. 무얼 먹고 사니? 어디 한군데도 나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어. 그 길밖엔…》

부축해 걸어가는 수정의 손등에 그의 뜨거운 눈물이 떨어졌다. 수정은 가슴이 죄여드는듯 하였다.

《그래도 난 어떻게 하든 거기서 발을 뽑고 무슨 직업을 가져볼려고 여기저기 다녀봤는데… 수정아, 그동안 네 신세가 많았다. 결강하는 날은 네 노트도 여러번 빌리고. 넌 깨끗하게 살아. 넌 뭘 하니? 여태까지 같은 책상에서 공부를 하면서도 모르는구나. 내가 이러니까 누가 뭘 하는 녀잔지 묻고싶지도 않았어. 뭘 하니, 어디 부자집 딸?》

《식모야.》

수정은 부자집 딸이란 말에 무슨 모욕이라도 느끼는듯 얼른 자기의 신분을 밝히였다. 또한 옥진이네 집사정이 자기의 집사정과 비슷하여 구태여 신분을 감추고싶지도 않았다.

《거짓말. 네 손은 식모의 손이 아냐, 누구네?》

《오동원이라는…》

《누구? 오동원? 오일원이란 사람허구 이름이 비슷하구나. 오일원인 〈닛뀨〉호텔 부지배인인데.》

《그 형인가봐.》

《어쩌면! 그 형은 몰라도 동생은 호텔 부지배인을 하면서 〈왜공주〉들의 눈물수건을 빨아먹는 사람이야. 내가 별소리를 다하는구나. 넌 행복해라. 왜 그런지 난 널 처음 만났을 때부터 너만은 깨끗하게 살기를 바랐어. 내가 이럴수록 어떤 리상적인 녀자를 하나 마음에 지니고싶은거야. 네 얼굴을 그린것도 그런 마음이였어.》

뻐스정류소가까이까지 갔을 때 옥진은 학원실습실에 두고 온 실습용도구들과 천을 생각해냈다.

《어쩌나, 가지고 올걸.》

《뭐 또 안 다니니?》

《어떻게 내가 또 다니니?》

옥진은 차마 수정이 보고 갖다달라고는 못하지만 두고 온것이 아까운 눈치였다. 수정은 길에 서서 옥진이를 학원에 계속 다니도록 설복시키기가 어려웠다. 우선 두고 온 물건들을 갖다주기로 하였다.

《그럼 내가 얼른 가서 가지고 올게 여기 있어라.》

《어떻게… 미안해서.》

수정은 부지런히 학원으로 돌아왔다. 학생들은 다들 돌아가고 보이지 않았다.

교원실에서는 교무주임과 력사교원 곽선생이 옥진의 문제를 두고 론쟁을 하고있었다.

곽선생의 목소리가 복도에까지 들리였다.

《…서울거리에서 그런 녀자들을 보는것만도 민족적모욕을 참을수가 없는데 어떻게 교실에다 그런 녀자를 앞에 앉혀놓고 강의를 한단 말입니까? 어떻게 그런 녀자의 얼굴을 보면서 우리 민족의상의 아름다움을 말해요. 의상은 몸뚱이를 싸는 단순한 천쪼박이 아닙니다. 민족정신의 형식입니다. 난 도저히 할수 없습니다. 그건 또 다른 학생들을 무시하는걸로 됩니다. 옥진이에게는 안됐지만 여기는 교육기관이라는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수정은 옥진이의 물건을 가지고 조용히 교원실앞을 지나 밖으로 나왔다.

옥진은 뻐스정류소까지 가서 기다리고있었다. 마침 뻐스가 와서 그들앞에 멎었다.

《수정이, 넌 행복해라.》

옥진은 뻐스에 올랐다. 자리를 잡고 창밖으로 내다보며 손을 흔드는 옥진이는 울고있었다. 같은 목적으로 한책상에서 정이 들었던것이다.

수정은 망연자실해서 떠나가는 뻐스를 바라보고있었다. 옥진이의 귀염성스러운 얼굴에 떠올랐던 슬픈 표정이 망막에서 영 사라지지 않았다. 수정은 그날 일어난 옥진이의 사건을 제대로 다는 리해하지 못하였다.

그런 《왜공주》가 지금 서울에만도 3만명, 다 합치면 훨씬 더 많으며 더우기 그것이 박정희《정권》의 매국배족정책의 희생물이라는것을 알리 없었다. 수정은 옥진이가 가엾을뿐이였다. 그가 자기와 같이 집을 걱정하는 녀자이며 수정이자신이 양재기술로 오동원의 집 고생살이에서 벗어나보려는것과 같이 옥진이도 양재기술로 욕된 생활에서 벗어나려는 녀자였다.

그는 수정이의 곁을 떠나고말았다. 그러나 오래동안 잊혀지지 않는 녀자로 되였다.

그가 나간 다음에 학원에서는 그를 동정하여 모금운동도 일어났었으나 그것은 잘되지 않았고 사회의 여론은 많이 불러일으켰다. 그것이 비록 한 양재학원에서 일어난 일이였지만 정규녀자대학 같은데서도 강건너 불보듯 할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론이 고조되여갔던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오동원의 집에서 나간 최문상이 수정을 찾아와서 그 사건에 대해 자세히 듣고 간 일도 있었다.

아무튼 옥진이의 사건은 수정이에게 있어서 잊지 못할 사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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