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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8월 20일

평양시간


제 43 회


제 3 장

아사달에 타오르는 봉화


검은 복면의 유령


1


련합군이 이루어진 후 선돌장군이 진행한 첫일은 《검은 복면》 비적을 포섭하는 일이였다.

《검은 복면》비적들을 포섭하면 그 령활하고 드세찬 기질로 적들의 무리속에 들어가 혼란과 공포를 줄수 있고 놈들의 그 어떤 행동도 순간에 막아버릴수 있었다.

《검은 복면》비적단의 무리가 얼마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수백으로 추정되고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이고 눈으로 본 사람이 없다.

나라를 사수하기 위해 모든 력량을 외적소멸에 돌려야 하는 이때 우마나 성기가 이것을 놓칠리 없었다.

그래서 《검은 복면》비적단을 포섭하여 외적소멸에 쓸데 대한 문제를 극비밀리로 합의하고 실천에 옮겼던것이다.

성기대장군과 선돌장군은 《검은 복면》비적단을 능히 포섭할수 있다고 생각했다.

《검은 복면》비적단이라는것이 표현은 야만적이였지만 노예나 하층평민들로 구성되고 노예나 평민들을 해하는 일은 전혀 없고 궁지에 빠진 노예들이나 평민들을 오히려 구해준 일이 허다하였다.

비적단이라는 상스럽지 못한 칭호는 《검은 복면》과 관련된 말인듯했다.

항간에 돌아가는 말이 《검은 복면》은 구척장신의 악한으로서 머리우에 한개의 무시무시한 뿔이 돋았는데 그것을 감추느라 사시장철 복면을 벗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이 얼마만한 신빙성을 가지고있는지는 알수 없으나 그들의 행동이나 정신을 보면 능히 쟁취할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문제는 그들과 접촉을 이룩하는것이였다.

선돌장군부대는 《검은 복면》과 이러저러한 계기에 무려 대여섯번씩 맞다들렸으나 그때마다 번개같이 사라지거나 감쪽같이 종적을 감추어 한번도 접촉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그러던중 날승부두령의 애타는 노력으로 《검은 복면》놈들을 사로잡을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조성되였다.

날승부두령은 민간의 소문을 통하여 2~3일내로 《검은 복면》비적단이 오지락 소읍의 악질주인놈을 치러 내려온다는 믿음직한 통보를 걷어쥐게 되였다.

《검은 복면》집단이 소읍이나 읍락을 치기전에 반드시 엿보기가 활약하는데 그 엿보기들은 대개 쳐들어올 길을 탐문하고 읍락의 형편, 주인놈들의 경계와 가병무력과 그 활약정도를 알아내여간다는것이였다.

그 엿보기들은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나지만 대개가 지나가는 길손으로 가장하거나 장사치, 사냥군, 나무군으로 변신하고 행동하는데 그 솜씨가 어찌나 세련됐는지 조만해서는 그 간자들을 식별해내기 힘들다는것이였다.

한 읍락에 눈치가 빠르고 사람들을 가려보기 잘하는 민이 있었다. 어느날 그는 마을앞을 오가는 이상한 길손을 만났는데 그의 눈밑에 있는 김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여기서 멀지 않는 한 소읍이 습격당할 때 왔던 그 사람이였던것이다. 민은 숲속에 몸을 숨기고 낯선 길손의 행동을 주시했다.

길손은 자연스럽게 악질주인의 집과 형편을 알아가지고 숲속길로 사라졌다. 민은 무슨 목적이 있어서보다도 순수 흥미거리로 길손의 뒤를 따라갔다. 길손은 숲속에 감추어두었던 말을 타고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민은 소읍으로 들어와 통하는 사람끼리 이제 머지 않아 악질주인놈의 집이 녹아난다는 소리를 했는데 그 소문이 온 마을에 쫘악― 퍼진 형편이였다.

이것을 소읍에 볼일 있어 내려왔던 날승이 들었던것이다.

서른명으로 무어진 선돌장군의 정예군이 《검은 복면》이 나타날 길역에 매복했다. 그뒤에는 깊숙한 함정을 파고 위장해놓았는데 만약 함정에 빠지지 않고 그걸 피해 내려오는 경우 날랜 서른명의 용병들이 번개같이 달려들어 비적들을 사로잡을 작정이였다.

선돌장군의 추측대로 드디여 길목에 《검은 복면》이 나타났다.

류달리 크고 억세여보이는 가라말이 앞에 섰는데 그 말우에는 보기만해도 무시무시한 《검은 복면》이 앉아있었다.

《검은 복면》량옆으로 심복들인듯한 구척장신의 장사들이 섰는데 보기만해도 겁에 질릴만한 모색의 사나이들이였다.

그뒤로는 열다섯명가량의 비적들이 따라오고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날래보이는 사람들이였다.

《검은 복면》은 매복의 눈치를 전혀 감촉 못했는지 마음놓고 길을 따라 내려오고있었다.

선돌장군은 울렁거리는 가슴을 지그시 누르며 말고삐를 단단히 그러쥐였다. 여차직하면 달려나갈 자세였다.

갑자기 자지러진 휘파람소리가 울리더니 《검은 복면》의 대오가 일제히 멎어섰다.

무슨 낌새를 느꼈는지 대오속에서 눈밑에 검은 김이 있는 비적이 앞으로 나서 자기들의 갈 길을 살폈다.

자기가 정찰할 때와 달라진 길의 모색을 알아본 모양이였다.

《함정이다!》

《눈밑의 김》이 고함을 질렀다.

선돌장군이 말의 고삐를 채려는데 《검은 복면》은 어느새 돌아서 숲속으로 번개같이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서른명의 정예군들이 그들의 뒤를 밟으며 수림속을 샅샅이 뒤졌으나 《검은 복면》의 소부대는 어디로 갔는지 그 흔적조차 찾을 길이 없었다.

선돌장군은 헛물을 켜고 허전한 마음으로 금나수로 돌아오고말았다.

그런데 《검은 복면》의 형세를 알아보러 나갔던 엿보기두목 돌치가 사흘만에 나타나 환성 지를만한 소식을 물고 들어왔다.

끝내 《검은 복면》의 근거지를 발견했던것이다.

선돌장군은 즉시 출동령을 내렸다.

온 금나수가 벅적 끓어대였다.

선돌장군은 300명의 잘 준비된 군사를 이끌고 근거지로 출동하고 날승과 구두막은 각각 200명의 군사를 이끌고 멀리서 《검은 복면》의 근거지를 포위하게 했다.

교련두목은 예비군을 준비시켜 만단의 출동준비를 갖추고 금나수에서 대기했다.

엄엄한 대오를 짜가지고 나가는 선돌장군대오앞에는 날파람있는 돌치가 서서 길안내를 했다.

금나수에서 100여리나 떨어진 험산의 오지속에 박힌 《검은 복면》의 근거지는 날짐승도 드나들기 힘든 묘한곳에 틀고앉았다.

길목만 막으면 독안의 쥐신세가 되는 판국이였다.

확신에 넘친 선돌장군은 버쩍 승이 올라 말에 박차를 가했다.

선돌장군은 부하들을 자기 곁으로 불러 몇번씩이나 충돌을 피하고 살륙을 피하되 과감한 행동으로 상대로 하여금 위압을 느끼게 한 다음 담판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주의를 주었다.

《알겠소이다.》

부하들은 사기가 올라 우렁차게 대답했다.

온 대오가 승전의 기세로 흥성거렸다.

오지로 들어가는 길은 점점 좁아졌다.

척후로부터 갑자기 선돌장군에게 정황보고가 들어왔다. 앞에 비적들의 초막 하나가 있고 그속에서 비적 한놈이 나와 골짜기쪽으로 말을 타고 황급히 달아났다는것이였다.

그 비적이 저들의 근거지에 정황을 알리려고 사라졌다는것을 간파한 선돌장군은 최대속력으로 진격해들어갈것을 령했다.

비적들이 련락을 받고 정신을 차리기전에 근거지를 틀어쥘 결심이였다.

아무런 저항도 받음이 없이 선돌장군의 정예군들이 번개같이 《검은 복면》의 근거지에 돌입했다.

산기슭을 따라 줄지어 들어앉은 움막들이 나타났다.

움막앞으로는 넓은 공지가 펼쳐져있었다. 말발굽에 수없이 짓밟혀 풀 한오리 돋지 못한것으로 보아 비적들의 교련장이 틀림없었다.

허나 이상하게도 주위에는 사람의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골짜기 마지막끝에 이르러서 선돌장군은 자기들의 작전이 완전히 실패했다는것을 느꼈다.

비적들은 어느새 모래우에 쏟아부은 물처럼 감쪽같이 빠져나갔던것이다.

어느새 어디로 빠져나갔는지 그것은 실로 수수께끼와 같은 일이였다.

선돌장군은 기지를 수색할 령을 내렸다.

손쉽게 지은 220개정도의 초막을 발견하였다. 락엽이 푹신하게 깔린 초막 하나에서는 비적 열명정도가 숙영했을것으로 추측되였다.

방금까지 사람이 있었던것 같았다. 초막에는 얼마나 급하게 자리를 떴는지 창이나 활, 단검따위가 그대로 남아있는가 하면 먹다남은 음식까지 있는 초막들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마구간에서 갓 낳은 망아지들이 그대로 남아 구슬프게 울어대는가 하면 커다랗게 지어놓은 풀막창고안에는 많은 식량들과 주인놈들에게 빼앗아온 금은붙이와 각종 옥, 청동제품, 비단과 가죽가공품들이 쌓여있었다.

그것들로는 주로 병쟁기들을 구해오는것 같았다.

선돌장군은 초막의 개수를 가지고 비적 2천여명정도가 숙영했다는것을 짐작했다.

마구간의 크기로 가늠해봐도 그만한 수였다.

그런데 그 많은 비적이 어느새 어디로 빠졌는지 수수께끼였다.

선돌장군은 마지막에야 숙영지를 가로질러 내려가는 작은 내물아래로 넓게 열린 골짜기를 발견했다.

앞에 무성한 나무들로 가리워져 밑까지 내려가보지 않고는 쉬이 발견할수 없는 통로였다.

그곳의 풀과 잡관목들이 모두 이지러져나가고 수없이 찍혀진 말발굽자국이 있는것으로 보아 그곳으로 수많은 인원이 빠져나간것이 틀림없었다.

《검은 복면》비적단은 금나수처럼 고정기지가 없고 위험을 피하느라고 늘 기지를 수시로 옮기며 살아간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이런 묘한 근거지를 정한 《검은 복면》의 지혜와 책략이 놀랍기만 했다.

선돌장군은 《검은 복면》비적들의 근거지를 돌아보면서 참으로 놀라운것을 발견하지 않을수 없었다.

무엇때문에 2천명이 넘는 강력한 력량과 능활한 지략을 가진 비적들이 도무지 300명밖에 안되는 노예련합군을 피해 달아났는가 하는것이였다.

더구나 비적들은 이곳 지세도 잘 알고 자기들의 기지인것만큼 반격만 하면 전멸시킬수도 있지 않았는가.

머저리가 아닌 《검은 복면》이 어째서 이런 자비심을 베풀고 서서히 기지를 내주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였다.

자기의 력량이 부족했다면 일단 기지를 내주었다가 기여든 다음 독안에 든 쥐처럼 잡아치울수도 있으련만 2천이나 나마 되는 무력을 가지고 왜 이런 어리석은짓을 했는지 의혹이 갔다.

의식적으로 피해 달아난것이 틀림없었다.

맞다들린 정황은 비적들에게 유리하고 노예련합군에게 매우 불리한 경우도 많았지만 그때에도 비적들은 접전을 피했다.

과연 이 근저에는 무엇이 놓여있을가?

《검은 복면》비적단은 참으로 수수께끼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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