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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8월 22일

평양시간


제36회


제 4 장

더 높은 곳으로


2


려준하가 나가는것을 보지도 않고 전문태는 담배를 붙여물었다.

앞탁에다 던진 담배곽의 붉은 색갈이 흩어지는 연기로 하여 뿌잇하게 보였다. 려준하가 제기하는 새 지배인대신 원정립을 만나려 한것은 그로서의 속심이 있었다.

기초식품과 관련된 문제는 장철영을 만난댔자 이미 려준하와 상론이 있었을것이므로 별로 다른 소릴 들을상싶지 않았기때문이다. 그러나 원정립은 친구지간일뿐더러 애초부터 기술개건을 반대한데다가 지배인직책에서 물러난 사람이니 주저없이 할말을 할것이다. 함께 식사를 하면서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느라면 자연히 생산계획서에 기초식품란을 공백으로 둔 도깨비장난같은 내막도 알게 될것이라고 생각되였다.

전문태가 몹시 기다린 원정립은 점심식사가 끝난 다음에도 퍼그나 지나서야 나타났다.

《왜 인제야 오나? 얼마나 기다렸다구.…》

전문태는 탓하는 어조로 물었다.

《오래간만에 식사나 한끼 나누려 했는데… 혹시 려준하가 인제야 알려주던가?》

《아니, 아니…》 원정립은 손을 들어 가로저었다.

《자네가 꼭 그럴것 같아 우정 지금 왔네. 성의는 고맙네만 사람이 늙을수록 제가 설자리, 앉을 자리는 알아야 하잖나, 허허… 도에서 료해조를 우리 군에 파견한것두 좋으나 지금처럼 자네가 내려와봐야 아래실정을 잘 알게 되네. 많이 도와주게―》

봉사원처녀가 과일과 청량음료병이 담긴 다반을 들고 들어와 앞탁에 조심히 차려놓았다.

《어서 들게.》 전문태는 유리고뿌에다 음료를 따랐다. 뽀얀 고뿌안에서 작은 물방울들이 솟구치며 신선한 향기를 풍기였다.

《물론 도에서 군을 도와야지. 우린 결함이나 들추자고 사람들을 내려보낸것이 아닐세. 왜 안드나?》

전문태는 원정립이 마시는것을 보고서야 자기도 입에 대였던 고뿌를 앞탁에 놓았다.

《내 하나 묻겠네. 자네가 지배인자리를 왜 내놓았는지 나로서는 리해가 안되네.》

원정립은 대답없이 유리고뿌를 앞탁에 내려놓았다.

《물론 말못할 고충이 있었겠지.…》

전문태는 담배곽에서 담배 두대를 꺼내 한대를 내밀었다.

《난 안 피우네.》

원정립이 거절하자 전문태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젊어서나 지금이나 자넨 여전하군.》 그는 담배연기를 뿜고나서 화제를 이었다.

《자식들생각을 해야지. 글쎄 모든게 저한테 달렸지만 그래도 아버지로서 자식들의 앞길을 생각해야 할게 아닌가? 자식들에게야 그래도 지배인이 낫지 아무렴 로동자가 낫겠나? 또 자네자신도 그렇지. 지배인을 하다가 사회생활을 결속해야 긍지가 있는것이 아니겠나?》

《글쎄… 자네 말에도 일리가 있긴 하네. 그렇지만…》 잠시 말을 끊었던 원정립은 얼굴에 웃음을 지었다.

《난 지금처럼 된게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네.》

《그런가? 허허… 자네 마음이 편안하다면야 할 소리가 없지―》

전문태는 머리를 한번 기웃하고나서 마주보며 웃었다.

《공장을 제 결심대로 움직여나가다가 시키는 일이나 하는 로동자가 된게 마음이 편하다?》

재차 하는 전문태의 말에 원정립은 침묵을 지켰다. 그의 주름진 얼굴에 뭔가 깊이 생각하는듯 한 심중한 빛이 짙어갔다.

속잎이 자라면 겉잎이 젖혀지기마련이라고 어떤 직위에서 사업하던 일군이라도 그 직위에서 물러나야 할 때가 오는것은 사실이다. 선배가 새로 자란 후배에게 사업을 인계하는것은 하나의 사회생활법칙이다. 하지만 원정립의 경우는 그와 좀 다르지 않는가. 이것은 자포자기이다.

전문태는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원정립이처럼 되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였다.

마지막까지 자기 자리를 지켜야 자식들과 사회앞에 떳떳할것이며 자부심을 가지고 자기 인생을 총화하게 될것이 아닌가!

《여하튼 자네 처사가 잘된것 같지 않네.… 그건 그렇고 지금…》

전문태가 기본화제의 서두를 떼는데 박처장이 들어와 군인민위원장이 왔다고 알렸다. 그 소리에 원정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문태는 그와 할 이야기가 많았으나 어쩔수 없었다. 자기를 만나러 찾아온 위원장을 돌려보낼수 없었다. 그가 머리를 드니 앞에 벌써 한숙이 서있었다.

《왜 삼촌은 일어나세요?》

원정립은 대답대신 손바닥을 쳐들고 가로 흔들었다.

《나야 후에 또 만나지.

그렇지 않아도 나한테는 급히 봐야 할 일이 있네.》

두사람은 응접실에서 서둘러나가는 그를 더이상 만류할수 없었다.

《고지식한 성미는 그전이나 다름이 없군! 어서 앉소.》

《고맙습니다.》 한숙은 전화탁을 사이두고 앉으며 전문태의 말을 받았다.

《어디 가다가 길에서 만나 아무리 권해두 제 차에 발을 올려놓지 않는 우리 삼촌입니다.》

《허허… 참! 사람두…》 전문태는 한숙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대주의 건강은 어떻소?》

《이젠 퍽 좋아졌습니다.》

《그렇다―》 전문태는 뒤말을 끌며 중떠보듯 한숙의 얼굴에 시선을 박았다. 세대주소리가 나오자 한숙의 기색에서 얼핏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수심을 감촉했던것이다.

《나한테 속이는게 아니요?》

《거짓말을 해서 뭘하겠습니까?》 한숙은 웃음띤 눈길로 전화기를 가리켰다.

《제 말이 의심스러우면 병원에 알아보십시오.》

그러나 사실 리명덕의 수술후과는 매우 나쁜 상태에 있었다. 바로 어제 면회 갔다온 어머니가 저녁늦게 들어온 그에게 소식을 전하면서 당장 병원에 가보라고 야단을 쳤던것이다.

《세대주의 건강상태가 좋다니 나도 마음놓고 이야기할수 있겠소.》

전문태는 담배재를 재털이에다 털고나서 다시 쏘파에 기대였다.

《오전에 처장의 보고도 듣고 자료도 보았는데 기술개건에서 걸리는 문제들이 있더구만. 찍어말하면 자금과 저수지완공인데 위원장동문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작정이요?》

한숙은 이마를 숙인채 인차 대답을 못하였다.

《려부위원장이랑 같이 모색하는중인데 아직 신통한 타개책을 찾지 못하고있습니다.》

그 소리에 전문태는 한숨을 내쉬듯 담배연기를 내불었다.

《다른 도들에서 끝나가는데 여긴 앉아뭉개고있으니 결정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소?

저수지공사는 처음 계획대로 올가을로 미루고 적지 않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정유기를 설치해야 하는 화학일용품공장을 이제라도 개건대상에서 빼던지, 여하튼 이젠 결단을 내려야겠소.》

한숙은 고개부터 가로저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우린 처음 상무회의에서 결정한대로 할 결심입니다.》

꼭 다문 한숙의 작은 입을 지켜보던 전문태는 자신이 이미 생각하고있던 대책안을 내놓았다.

《위원장동무의 결심이 정 그렇다면 도에서 다른 군들에 주게 된 자금을 돌리도록 하겠소.》

《아니? 그건 어째서요?》

너무나 뜻밖인듯 한숙은 놀라움이 가득 실린 검은 눈으로 전문태를 지켜보았다.

《물론 위원장동무가 기술개건을 자원해서 하겠다고 하였지만 어쨌든 전국적인 시범으로 하는 사업인것만큼 이 사업을 동무네 군에만 한한 일로 봐서는 안되오. 한 도내의 군들에서 동무네를 돕는것은 마땅한 도리고 또 도의 면목도 세우는것이라고 나는 생각하오. 그렇지 않소? 위원장동무.》

한숙은 안타까운듯 얼굴을 감싸다싶이한 손바닥으로 이마를 문지르기만 하였다. 이윽해서 그의 손이 미끄러지듯 내려오자 번민이 가득 내밴 얼굴이 드러났다.

《고맙긴 한데 우린 그 자금을 받지 못하겠습니다.》

그의 대답이 예상밖이였다. 릉원군의 기술개건을 두고 왼심을 쓰던 나머지 끝내 내린 결심인데 누구보다 반가와할 한숙이 도리여 마다하는것이다. 전문태는 도와주려고 해도 제 고집만 부리는것 같은 한숙을 보고있자니 기분이 상했다.

《왜?》

《부위원장동지, 제발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한숙은 그의 심중을 느끼고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군마다 형편은 다 어려운데 기술개건을 먼저 한다고 해서 다른 군의 자금을 가져다 쓰면 우리가 뭐가 됩니까? 남의 도움으로 잘사는 군이 되겠지요. 그뿐이겠어요? 이제 다른 군들도 개건을 할텐데 가뜩이나 적은 자금에서 우리한테 빼주고나면 뭘로 일떠서겠어요? 만약 방식상학을 해도 그들은 우릴 보고 비웃을겁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 힘으로 일떠서겠습니다.

군인민위원회를 대표하는 제가 자기 욕심만 차리는 량심없는 그런 사람으로 될수야 없잖습니까? 절 리해해주십시오, 예? 부위원장동지―》

한숙의 절절한 호소에 전문태는 다시 담배를 피워물었다. 한숙의 깨끗한 량심에 어지간히 감심이 되지 않을수 없었다.

《그 문제는 그만합시다. 그러나 타개책은 반드시 나와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한숙은 안도의 숨이 나갔다.

전문태는 화제를 돌렸다. 그는 처장의 보고와 려준하의 말들을 종합하여 요약해서 말한 후 그 원인을 따졌다.

《도상무회의에서는 인민생활을 높이기 위해 3.4분기계획을 대단히 중시하는데 기술개건하는 릉원군이 기초식품생산을 못하겠다고 하니 이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소리요?》

전문태의 언성에는 어딘가 역정까지 섞여있었으나 한숙은 입가의 미소를 가무리며 팔목시계를 보았다.

《부위원장동지― 저와 함께 식료공장으로 가보시지 않겠습니까?》

《묻는 말은 대답하지 않고 무슨 식료공장소릴 하는거요?》

한숙은 쏘파에서 일어났다.

《내려오셨던김에 말썽많은 식료공장을 한번 보시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전문태도 떠나기 전에 식료공장을 돌아볼 계획을 하고있던참이였다.

《그럼 열번 듣기보다 한번 보는것이 낫다고 그렇게 합시다.》

잠시후 그들은 식료공장에 도착하였다.

공장건물주변에는 현장에서 뜯어낸 세멘트덩어리들과 녹쓴 관들, 쭈그러진 철판무지들, 자갈, 모래들이 무덕무덕 쌓여있었다.

승용차밖에 나선 전문태는 어수선하고 복잡한 속에서 분주히 오가는 로동자들을 시쁘게 바라보았다.

울타리밖 멀지 않은 곳에서 돼지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작업복을 걸친 려준하가 먼저 보이더니 장철영을 데리고 왔다.

《개건한다는 공장에서 돼지소리가 다 나는가?》

전문태는 인사하는 장철영에게 물었다.

《후방사업을 위해 적은 먹이로 속성비육하는 돼지들을 좀 키우고있습니다.》

《개건후에 남은 로력으로 적당한 곳에 축산기지를 꾸려볼가 합니다. 식료상점에서 고기는 물론 순대나 보쌈 같은것도 팔게 말입니다.》 한숙이 보충하였다.

《좋구만.》 전문태는 울타리밖에 시선을 보낸채 건성으로 대답하였다.

《콩우유작업반부터 한번 돌아보시지 않겠습니까?》

전문태는 장철영이 넌지시 하는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계획수행이 머리에 꽉 차있는 그에게 생산지표에 없는 제품이나 생산공정 같은것은 흥미가 없었다.

《다 돌아봤으면 좋겠는데 그럴 시간이 없네. 기초식품공정만 보겠네.》

그들은 기초식품 첫 공정인 기름반에 들어섰다.

전문태는 바로 젊은 시절에 이 작업반의 반장으로 일했었다. 사회생활의 첫 발자국을 뗀 곳이다. 감회가 새로우나 추억할만 한 옛 흔적은 어디서도 찾아볼수 없었다.

붉은 타일로 바닥이 반들거리는 작업장을 그는 잠시 둘러보았다.

대형착유기 두대가 우뚝 서있고 원료운반설비로부터 온박(익힌 콩깨묵)이 나오는것까지 모두 관속에 라선형콘베아와 통풍식으로 설치되여있었다. 그전에 하던 손로동은 전혀 없었다.

작업장 한쪽구석에 사방 유리로 막힌 자그마한 칸이 있었다.

《저기에 수자식조종실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곳을 장철영이 가리켰다.

《착유기의 온도를 정확히 보장하면 그전보다 착유률을 훨씬 더 높일수 있습니다.》

《언제면 생산에 들어갈수 있나?》

전문태한테는 지금 실수률을 높이는것보다 목멘것이 생산이였다.

《착유기 한대는 가동하고있고 다른것도 설비조립이 인차 됩니다.》

《대당 능력은 얼만가?》

장철영의 대답을 들어보면 착유기 한대 능력만으로도 기초식품생산계획을 넘쳐하기는 충분했다. 전문태는 건간장작업장을 거쳐 2층에 있는 작업장으로 올라갔다. 가로 누운 둥근 동체가 불수강의 특유한 색갈을 발산하는 증자로가 있는 장생산반은 그닥 넓지 않았다. 그러나 생산설비가 적은 면적에 합리적으로 배치되였고 실험실처럼 깨끗하였다. 모든게 놀라왔다.

장철영의 설명을 들으며 전문태는 어디선가 과일향기가 나는듯 하여 코로 숨을 들이그었다.

기초식품공장에 들어서면 대체로 발효냄새가 나는것이 일반적현상인데 이상스러워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별다른것이 없었다.

《지배인― 도대체 이건 무슨 향긴가?》

《향기로운 냄새 말입니까? 장에서 나는 향기입니다.》

《장에서 향기가 난다는게 무슨 소린가?》

전문태의 얼굴에 의혹의 빛이 점점 짙어졌다.

그는 지금도 개건된 도기초식품공장의 앞선 경험을 받아들였다가 잘못 조작하여 2톤이나 장을 오작낸 사실을 잊지 않고있다. 장이란 까다로운 물건이여서 자칫 잘못하면 맛을 잡치는 장이 생산되기 쉽다. 그런데 예순살이 다 된 자신이 아직까지 장에서 이처럼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는것은 들으니 처음이다.

리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기웃거리는데 한숙이 끼여들었다.

《이 공장에서 장생산의 새 공법을 다시 시험하고있습니다.》

《그러니 정말 장에서 나는 향기란 말이군.》

전문태는 혼자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로 가보자구―》

그들은 곡자실곁을 지났다. 향기가 더 짙어졌다.

통로보다 둬뽐가량 단을 높인 곳에 탕크들의 뚜껑이 두줄로 놓여있었는데 조군룡을 비롯한 로동자 몇이 일을 하다가 그들을 보고 인사를 하였다. 그들곁의 발효탕크뚜껑이 열려져있었다.

《작업반장동무―》 한숙이 조군룡을 보며 물었다.

《이번 시험결과는 어때요?》

조군룡의 둥실한 얼굴에서 웃음이 넘실거렸다.

《역시 같습니다.》

《그럼 부위원장동지가 보시게 좀 떠오세요.》

전문태는 뒤짐을 지고 단우에 올라서서 발효탕크안을 들여다보았다. 2톤나마 들어가는 탕크안이 어두워 잘 가려보이지 않았으나 그안에서 향기가 풍겨나오는것만은 확실하였다.

장철영이 작은 공기에 담긴 장을 들고 다가왔다.

《장맛이 어떤가 한번 맛보십시오.》

전문태는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장은 발효시킨 후 60일나마 숙성시켜야 제 맛이 난다는것은 일반상식이다. 그런데 장철영은 금시 발효시킨 장을 맛보라는것이다.

《그럼 제가 먼저 맛보겠습니다.》

전문태의 심정을 꿰뚫어본 장철영이 장맛을 보았다.

《틀림없이 맛이 다 들었습니다.》

그는 자신만만해서 공기를 전문태앞에 내밀었다.

그는 지배인의 권고가 달갑지 않았으나 발효시킨 장에서 향기가 풍기고 또 로동자들이 다 보는 앞이라 거절할수가 없었다.

전문태는 장맛을 보고나서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개건한 도기초식품것보다 장맛이 나으면 나았지 결코 못하지 않았던것이다.

《장반장동무, 제곡과 발효를 어떻게 했소?》

그는 의문이 담긴 눈길로 조군룡을 보며 물었다.

《우리는 도기초식품에서처럼 하지 않았습니다.》 조군룡은 얼굴을 붉히며 설명하였다.

《우선 제곡단계에서 3합균을 동시에 접종하고 35도씨에서 30시간정도 배양을 하면 곡자단계에서의 복합배양이 끝납니다.

배양한 곡자를 원료에 섞어 55도씨에서 7일간 고온분해발효시키면 제품이 완성됩니다.

이 방법으로 종전에 70일이상 걸리던것을 8일간으로 단축하였습니다. 그전에 기일이 제일 많이 걸리던 숙성단계가 없어졌으니 말입니다.》

전문태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인차 떠오른 수자가 머리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이 공장에서 장생산공법을 독창적으로 창조함으로써 장생산기일을 훨씬 단축시켰다는것인데 그것은 동일한 설비에서 몇배의 생산을 할수 있다는것을 의미하였다.

그야말로 장공업에서 하나의 혁명이라고 할수 있다.

《동무들이 정말 큰일을 했소! 기적이요!》

전문태는 공장사람들에게 치하하고나서 한숙에게로 돌아섰다.

《공법에서 이처럼 놀라운 기적을 창조했는데 어찌된 일이요? 동무들은 기초식품의 계획도 내지 않았으니 말이요.》

《그 문제는 지배인실에 가서 의논하는것이 어떻겠습니까?》

지배인실은 건너편 청사에 있었다.

전문태는 흥분한채 책상앞에 앉아 담배부터 꺼냈다.

《지금 조건에서 생산에 들어가는데 걸리는게 뭐요?》

그는 담배연기속으로 한숙과 장철영, 려준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선뜻 누구도 대답이 없자 그는 작은 수첩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도에서 요구하는 계획은 이렇소.》 그는 수첩장을 번지더니 릉원군의 기초식품생산량을 알려주었다.

《부위원장동지도 방금 보신것처럼 그만한 계획량은 열흘안팎에 넘쳐할수 있습니다.》 려준하는 흡족한 표정이였다.

《이 공장은 1년만 가동하면 군내 농장세대까지 다 공급해도 2년이상 먹을 량이 나옵니다.》

전문태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는 벌써 발효탕크앞에서 속으로 계산해보았던것이다.

《그래서 나도 이 공장의 새 공법을 도적으로 일반화시킬 생각을 하고있소. 그런 의미에서도 하루빨리 생산에 들어가는것이 동무네한테 나쁘지 않을것 같은데 왜 그러나?》

《제가 좀 말씀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지금까지 잠잠히 있던 한숙이 그의 의향을 물었다.

전문태는 대답대신 고개를 약간 끄덕여보였다.

《강하천부지가 전부 부침땅으로 되였기때문에 올가을부터 공장은 원료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지금 현재는 원료가 많지 못합니다. 우리는 지금 장의 질을 한단계 높여 토장맛이 나게 하려고 합니다. 장이야 원래 토장이 기본이 아닙니까?》

《물론이지― 허나 공장에서 만든 장이 어떻게 토장처럼 될수 있소? 토장이야 옛날부터 동지를 전후해 메주를 쒀 겨울을 나서 봄날까지 맛을 들이지. 서너달동안은 메주속에서 신비한 자연적인 조화가 일어나는거요. 도기초식품에서도 공업적방법으로 토장처럼 만들어보려고 새로운 메주균을 얻어다가 장생산에 도입하려 했지. 그런데 어떻게 됐나, 끝내 포기했소.》

전문태는 그들의 기색을 살펴보고나서 말을 계속했다.

《그러니 동무들이 계획하는건 〈C―1호〉균을 도입해서 성공한 다음에 생산을 하려고 하는것 같은데 꿈을 꾸고있소 꿈을, 려부위원장.》

전문태는 피우던 담배를 껐다.

《위원장동무가 날 이 공장에 데려온건 참 잘했소, 물론 나도 와볼 생각은 하고있었지만.

그러나 8일내에 토장같은 장을 만들어볼 공상을 나도 하게 만들려는건 오산이란 말이요.

려부위원장, 래일부터 만가동을 걸게 하라구. 그러면 릉원군이 이번엔 크게 평가될거구 동무네에 대한 인상도 자연히 달라지게 될거요. 또 이 식료공장이 도적으로 소문이 나게 될걸세, 안 그런가?》

전문태는 그들을 듣기좋은 소리로 구슬렸으나 이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려준하는 너부죽한 얼굴에 울기가 오르기 시작하더니 드디여 흥분을 폭발시켰다.

《절대로 그렇게 못합니다.》

《왜?》

그를 건너다보며 태연히 담배연기를 깊숙이 빨아들이던 전문태는 나직이 물었다.

《부위원장동지는 지금 개건을 통해 더 질높은 제품을 군인민들에게 공급하려는 공장로동계급의 열의를 모르고계십니다. 실험실장이나 장반장 그리고 여기 앉아있지만 지배인이 그래 평가나 받자고 온 정력을 공장에 쏟고있는줄 아십니까?

질좋은 장을 만들려는 그들의 지향을 막을 권리가 저한텐 없을뿐만아니라 또 설사 있다 해도 제 량심은 그렇게 못하겠단 말입니다.》

전문태는 갑자기 두주먹으로 책상모서리를 꽉 잡으며 려준하를 뚫어질 지경으로 쏘아보았다.

《언제 되겠는지 알수 없는 〈C―1호〉균을 믿고있다가 도대체 계획은 어떻게 하겠다는거요?》

《한다고 이미 말하지 않았습니까?》

려준하가 분김에 재털이를 쥐여 옆에다 소리나게 놓았다.

《자중들 하십시오.》

장철영이 일어나며 그들을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전문태는 그한테도 마깝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지배인도 부위원장과 같은 립장인가?》

《우선 제 말을 좀 들어주십시오.》

장철영은 의자에 앉아 잠시 동안을 두다가 침착하게 말을 시작하였다.

《도기초식품에서는 지금도 오리제균만 곡자를 쓰고 효모, 젖산균은 계렬생산한 그대로 발효탕크에 넣고있습니다.》

《그런데 어쨌다는건가?》

다시 전문태는 담배를 붙여물었다.

《우리는 도기초식품에서 전습을 받아다가 도입하는 과정에 실패도 많이 했고 고심하다가 결국은 효모, 젖산균도 곡자를 만들어 3합하여 성공했습니다. 그 과정에 우리는 적지 않은 경험을 쌓았기때문에 비록 군공장이지만 빠른 시일내에 〈C―1호〉균도 장생산에 도입할수 있다는 확고한 신심이 있습니다.》

전문태는 공장이 거둔 기초식품의 놀라운 성과에 몹시 흥분했다가 뜻밖의 저항에 부딪친 눈길을 한숙한테로 돌렸다. 눈에 열기가 어지간히 올라있었다.

《위원장동무의 견해는 어떻소?》

여직껏 잠자코 앉아있던 한숙이 그를 마주보며 침착하게 말하였다.

《저를 비롯해서 려부위원장이나 지배인은 미생물전문가가 아닌만큼 학술적으로 말씀드리기 힘듭니다. 전부위원장동지가 그 분야는 잘 알고계시겠으니까 실험실장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면 알겝니다.》

전문태는 담배를 재털이에 비벼 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소, 그럼 위원장의 의견대로 실장의 말을 들어보고 결정합시다.》

전문태는 뒤짐을 지고 사무실안을 오락가락하다가 다시 제자리에 가앉았다.

얼마후에 얼굴살갗이 하얀 은희가 들어와 앞탁가녁에 다소곳이 섰다.

전문태는 도청년동맹 1비서실에서 은희를 본 생각이 피끗 떠올랐다.

그날 아들문제때문에 온 은희는 《C―1호》균연구를 그만두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앉소. 실험실장동무가 제곡단계에서 효모, 젖산균을 동시에 접종해서 숙성단계를 필요없게 만들었다면서?》

의자에 앉은 은희의 얼굴이 약간 쳐들렸다.

《역시 평양에 아들을 대표로 보낸 어머니답구만.》

《그건 인민위원장동지가 하신 일입니다.》

《여하튼 어머니가 총명한 아들을 두었으니 그렇게 된거지. 그건 그렇고―》 말끝을 끌며 은희를 마주보던 전문태는 뒤를 달았다.

《난 지금도 도청년동맹 1비서실에서 동무가 한 대답을 기억하고있는데 여기 일군들은 동무의 견해를 듣자고 하오.》

《다시 하고있습니다.》

《다시 한다?!》 은희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대답에 전문태는 얼마간 동안을 두었다.

《연구사업을 언제부터 시작했소?… 얼마 안된다?》 그는 입가에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경험이 있으니 물론 순수분리는 했겠지. 종균실험이 지금 어느 단계요?》

은희는 대답하기 앞서 귀밑머리를 감쳐올렸다.

《종균을 만드는 방법은 서로 다르지 않습니까? 전 문헌작업과정에 균의 특성을 고려해서 처음에는 우량종의 영양상태를 가능한껏 떨구었다가 배지를 바꾸어 다시 균의 영양을 강화시켜 거기서 우량종을 분리하여 종균을 얻는 방법을 택하였습니다. 지금 배지로 영양을 떨구는 실험을 반복하고있는데 한 실험관에서 실머리를 잡았습니다.》

《그렇다?―》 전문태는 뒤말을 끌었다.

새로운 발효균으로 곡자를 만드는것은 어느 책에도 없는 탐구과정이며 미지의 세계였다. 그러므로 전문태도 은희가 설정한 실험방법의 깊이를 리해할수 없으며 더구나 성공여부를 론하기 어려웠다.

《그럼 실장동무는 〈C―1호〉균곡자를 만드는데 시일을 얼마나 주면 되겠소? 생산이 급한 처지에서 무한정 기다릴수야 없잖소.》

은희는 눈길을 내리깐채 대답을 못하고 좀자르며 손수건을 만지작거렸다. 사실 전문태의 물음에 은희는 대답하기 난감했다.

그것은 도착하려는 목적지는 있으나 그곳까지 가는 과정에 산이 막아서겠는지 강이 가로놓이겠는지 또 그 거리가 얼마나 되겠는지 모르는 사람에게 며칠이면 가겠는가고 묻는 격이였기때문이였다. 그러나 은희는 자기 대답여하에 따라 현재원료로 리상적인 장을 만드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는것을 느끼고있었다.

한숙을 비롯한 군일군들은 그를 긴장하여 지켜보고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하나같이 그 어떤 기대와 초조감에 불타는듯 하였다.

은희의 내려뜬 속눈섭이 파르르 떨렸다.

위원장이 의식이 없는 남편을 병원에 둔채 자기 딸대신 룡일이를 군대표로 보내려고 물참봉이 되여 도인민위원회로 오던 일이며 또 한밤중에 군부대기초식품공장에서 가져온 새균을 넘겨주며 기뻐하던 모습이 다시 보이는듯 하였다.

군인민들을 위해 모든것을 바쳐가는 위원장의 그 의리에 보답을 못한다면 내 무슨 인간이겠는가!

은희는 얼굴을 들었다.

《부위원장동지가 저한테 주실수 있는 기간은 얼마나 됩니까?》

전문태는 미리 예견하고있었던것처럼 제꺽 손가락 하나를 곧추 쳐들었다.

《한달! 그 이상은 안되오!》

려준하와 장철영의 불안스러운 시선이 마주쳤다.

미생물학을 모르는 그들이지만 도기초식품기술집단도 성공 못한 연구를 한달어간에 결속지으라는것은 너무 지나친 요구였던것이다.

두 입술이 꼭 다물린 은희는 결심을 내린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자 전문태도 자기 의도대로 일단락 지었다는듯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꼭 성공하길 바라오. 기다리겠소.》

전문태는 말을 박아하느라고 하지만 어딘가 지친듯 했다.

그를 배웅하고 난 한숙은 지배인을 데리고 급히 실험실로 갔다.

은희는 벌써 실험대앞에 앉아 문소리도 듣지 못했다.

한달이라는 시간이나마 얻어낸 은희가 미덥고 장해 다정한 말이라도 한마디 해주고싶었다.

그러나 한숙은 출입문을 조심히 닫았다.

《지배인동무, 우리가 실장을 방해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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