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제 2 장

기 발


9


릉원역 앞마당가에 뻐스정류소들이 있었다. 도소재지와 원산쪽으로 가는 손님들이 그 정류소를 리용하였다.

뻐스에서 내린 려준하는 집을 지나쳐서 곧장 저수지공사장으로 향했다. 강습후에 일이 제기되여 보름만에 돌아오는 길이였다. 그동안에도 저수지공사장이 마음놓이지 않았다. 계획대로 공사를 끝내려면 그야말로 어려운 전투를 해야 하는데 자기가 있을 때처럼 작업능률을 내지 못했을것이다.

구룡강다리 건너편쪽에서 돌격대제복차림을 한 청년이 마주왔다. 청년의 어깨에 걸멘 바줄퉁구리를 본 려준하의 시커먼 눈섭이 대번에 치켜올라갔다. 분명 작업장에서 자유주의를 해 딴장을 보는 꼴이였다.

(잘은 놀아대누만.)

두다리를 벋지르고 멈춰선 그는 청년이 다가오는 모양을 쏘아보고있다가 그가 앞에 와 인사를 하려 하자 벼락같이 소리를 쳤다.

《도대체 어디로 가?》

깜짝 놀란 청년은 주눅이 들어 대답을 얼버무렸다.

《중대장동지가 배의 닻줄감을 구해오라구 해서…》

《뭐 닻줄감?… 중대장이 어디 있어?》

《문포리… 수산기지에 있습니다.》

얼떠름해졌던 청년은 그제서야 자기들의 움직임이 려부위원장의 지시라는 생각에 미치자 자랑스레 얼굴을 번쩍 쳐들었다.

《우리 2중대는 수산기지에 나가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대번에 싱글벙글하는 청년을 보자 려준하는 기가 막혀 말이 나가지 않았다.

그래도 돌격대장인 진철이가 자기 없는 어간에 어떻게 하나 주고간 계획을 하려고 애쓰는줄 알았는데 뒤에서 이따위놀음을 펴놓다니…

(제 아버지가 도부위원장이라고 제멋대로 놀아대는건가?)생각할수록 진철이가 괘씸하기 그지없었다.

《돌격대장이 저수지에 있어?》

잔뜩 찌프려진 려준하의 오만상을 놀랍게 쳐다보며 눈을 껌벅거리던 청년의 입에서 또 예상밖의 말이 튀여나왔다.

《우리 대장동진 잘못이 없습니다.

군인민위원장동지의 명령을 집행했을뿐입니다. 우리 중대를 수산기지에 보낸데 의견이 계시면 인민위원장동지한테 해보십시오. 전 다른 과업이 있어서… 먼저 가도 되겠습니까? 인민위원장동지가 아마 수산기지에 지금도 계실겁니다.》

려준하는 비실비실 뒤걸음질을 치면서 하는 청년의 말이 뭐가 뭔지 종잡을수 없었다. 단지 한숙위원장이 자기가 없는 기간에 저수지공사장에 올라갔었으며 또 한개 중대를 수산기지에 보냈다는것만은 명백하였다.

려준하는 속에서 불이 일어 당장 위원장을 만나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었다. 그 자리에서 발길을 돌려 문포리로 향했다.

(사람을 무시해도 분수가 있지. 이거야 너무하지 않는가. 명색이 그래도 부위원장인데 토론도 없이 위원장이라고 제 마음대로 한단 말인가? 어림도 없지. 이 려준하를 아직 모르는군!) 속에서 분기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어느덧 농촌길에 들어서자 간밤에 내린 비로 진흙덩이가 구두발에 붙어돌았다. 가뜩이나 결이 오른 려준하는 대여섯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구두에 찰떡처럼 들어붙는 진흙을 털자니 화통이 터졌다.

《제길할, 될대로 되라지.》

그는 혼자 중얼거리며 발이 점점 무거워났으나 더는 구두를 털지 않고 걸음을 크게 떼였다. 다행히도 인츰 모래밭이 나졌다. 바다가에 양식장의 형체가 보이고 그곁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였다. 남자들속에 끼운 한숙의 다부진 모습이 유표하게 나타났다.

그곳으로 다가간 려준하는 입을 꾹 다문채 서있었다.

《수고했어요.》 한숙이 그를 보고 먼저 인사를 했다.

《좀 말씀드릴게 있는데 조용한 곳으로 갑시다.》

려준하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무슨 일이게요?》

그들은 백사장을 따라 걸어갔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잔파도가 모래에 스며들듯 사라졌다가는 다시 그 자리에 밀려오고 가없이 높은 하늘에서 흰 갈매기들이 예돌며 끼륵―끼륵―하였다.

그들은 모래불에 이끼오른 바위들이 드문드문 박힌 곳에 이르러 걸음을 멈췄다.

려준하는 여직껏 누르고있던 분을 터뜨렸다.

《위원장동무가 지금처럼 행동한다면 전 일을 못해먹겠습니다.》

그 한마디는 한숙의 처사에 대한 불만이며 무시당한 자존심의 폭발이였다.

사실 려준하는 과오를 범하고 내려온 자기 처지에 될수록이면 조용히 살고싶었다. 더구나 녀성인 상급을 섬겨야 하는 형편에서 정면충돌을 피하기로 결심하였다. 그래서 기술개건문제를 놓고도 의견이 있었으나 극력 자제했고 저수지공사장이 힘든줄 알면서도 자진해 맡았던것이다.

그런데 위원장이 저수지에까지 올라와 사업을 좌지우지하고있으니 이렇게 한발두발 밟히다가 앞으로 자기 꼴이 뭐가 될지 몰랐다. 인내력도 한계가 있는것이다.

《어째서요?》

한숙은 례사롭게 물었다.

《위원장동문 언제를 래년 장마전으로 완공하려면 그야말로 기적을 창조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걸 모릅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있어요.》

려준하는 태연자약한 그를 보니 부아가 더 치밀어 큰 체통을 홱 돌려 마주섰다.

파도가 세차지며 바위에 부딪쳐 비말을 뿌렸다. 쩝쩔한 물기가 입가에서 느껴졌다.

《그런데 부식물을 해결한다고 여기로 한개 중대를 파견했다니 그게 과연 계산이 맞는가 말입니다.》

《의견이 그게 다예요?》

《또 있습니다. 저한테 한마디도 비치지 않고 그렇게 처리하면 돌격대원들앞에서 나라는 인간은 도대체 뭐가 됩니까? 위원장은 인정많은 사람이고 려준하는 일만 내미는 무서운 폭군이라는 인상밖에 남는게 있습니까?》

한숙은 묵묵히 시선을 들어 바다 멀리에서 흰갈기를 날리며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았다.

기슭으로 쏜살같이 다닥친 파도는 바위들을 들부실듯 부닥쳤다가 솟구치며 굉음을 울리였다. 그러나 끄덕없이 있는 바위들에서 거품을 인 바다물만이 주르르 흘러내릴뿐이였다. 파도는 련이어 밀려와도 바위는 여전했다.

한숙은 려준하를 두고 생각하고있었다.

일군의 독단과 전횡은 사업에서 일시적인 성과는 거둘수 있으나 대중의 창조력과 지혜를 마비시키고 사람들의 불만을 야기시키며 종당에는 실패를 면치 못하게 된다.

때문에 당에서 어버이수령님의 인민적사업작풍을 따라배울데 대해 그처럼 강조하는것이 아닌가!

려준하는 화학공장에서 고배를 마셨으면 응당 교훈을 찾아야 하겠는데 저수지공사장에서 같은 결함을 반복하고있는것이다.

개건문제를 두고 려준하와 두차례나 마주앉았던 그날이 어제런듯 하다.

그때 직위도 바라지 않으면서 오직 대중의 존경을 받는 참된 인간이 되려는 그의 지향이 한숙의 가슴을 울리지 않았던가!

과오를 범하고 내려온 그로서 기술개건을 단번에 많이 정하는것을 반대할수 있다고 리해했으며 저수지공사장을 맡겠다고 자진했을 때도 고맙게 여겼다. 그의 인간적지향을 믿었으며 머지않아 군인민들을 위한 기술개건사업에 스스로 나서리라고 확신했었다.

그러나 지금 다시 더듬어보면 려준하의 지향과 사업작풍은 모순되고있었다.

《려동무, 난 우리 둘이 개건대상문제로 처음 마주앉았던 그날이 기억나는군요.》

《…》

려준하는 한참만에 혼자소리처럼 하는 한숙이 불만스럽고 어이없었다.

남은 언제에 사석을 한개라도 더 올리지 못해 속에 불이 나는데 한개 중대나 부업에 돌린 까닭을 밝히지 않고 생뚱같이 지나간 소리를 꺼내는것이였다.

《그때 려동무는 사람들의 비난과 조소에 찬 시선을 영원히 잊을수 없다면서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인간이 되고싶다고 했지요?》

《그랬습니다. 그런데요?》

반발심에 가까운 려준하의 대답에 한숙은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마주 보았다.

언제나 부드럽고 유순하던 한숙의 눈빛이 싸늘했는데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듯 했다.

《그래서 돌격대원들로부터 관료주의자라고 비난받는것때문에 그렇게 격분했는가요?》

《위원장동무가 날 그렇게 만들지 않았소?》

《그건 내가 아니라 바로 동무자신이 스스로 만든거예요.》

《뭐라구요?》

《우리 릉원사람들모두가 랭대할 그런 행위를 동무자신이 지금 하고있다는걸 명심하세요.

동무는 화학공장사고에서 쓰디쓴 교훈을 찾았다고 하지만 그건 심히 잘못 찾은 교훈이예요.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군에게서는 절대로 전횡과 독단이 나올수 없어요. 오직 제 소총명만 믿고 공로를 세워 몸값을 올리려는 그런 인간들에게서 그와 같은 사업작풍이 나오는거예요. 설사 그가 어떤 위훈을 세웠다 해도 사람들은 뒤에서 쓴웃음을 지을거예요.》

한숙의 랭혹한 말마디가 려준하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두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래도 자기는 공사를 제 기일내에 끝내기 위해 고심하고있으며 하루라도 계획을 하지 못하면 량심의 가책으로 잠을 자지 못한다는것을 알기나 하는가 말이다.

《위원장이라고 사람을 모욕하지 마시오. 이 려준하가 제 위세나 돋구려는 너절한 인간밖에 안된다는거요? 난 그래도 량심껏 살길 바라는 사람이요.》

《량심? 그렇다면 그 량심에 물어보자요.

돌격대원들이 땀을 흘리며 무거운 돌을 지고 뛰여다닐 때 단 한번이라도 그들과 함께 등짐을 져본적이 있어요? 또 그들의 변변치 못한 식사를 두고 가슴아파한적이 있나 말이예요?》

한숙의 파릿해진 입술이 경련을 일으키듯 떨리고있었다.

《그러니 위원장동무는 나더러 저수지공사를 지도하는것이 아니라 돌격대원들과 같이 질통을 지고 뛸것을 바랬군요. 그럼 그렇게 해서 공사가 진척된다면 질통을 집시다. 그거야 못하겠습니까?》

려준하는 입이 써서 더는 말하고싶은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비꼬는듯 한 그의 태도에 한숙은 한껏 자신을 억제하였다.

자중하고 자각하고 자제하는것이 인간을 숭고한 경지에 이르게 한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한숙은 조용히 말을 시작하였다.

《바로 오늘 아침 문포리 양수장에서 내가 직접 목격한 일을 말하겠으니 들어보세요.》

그는 책임비서가 위험을 무릅쓰고 잠관에 들어갔던 사실을 이야기하였다.

《동무도 군내 농장들에서 자연피해로 고생하는걸 알지 않나요. 책임비서동지가 그 문제를 풀자고 17개밖에 안되는 양수장을 50여개로 늘쿨 구상을 했어요. 공장개건 못지 않게 어렵고 힘들지만 관리위원장들이 다 하겠다고 분발해나섰어요. 나는 군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걸 다바치는 책임비서동지의 그 헌신성이 관리위원장들의 심장마다에 불을 지폈다고 여겨요.》

한숙은 려준하앞에서 떠나가면서 마지막말을 남겼다.

《결코 그 어떤 위훈이 인간의 가치가 아니라 우리 인민들에게 덕을 얼마나 입히는가에 따라 일군의 인간적가치가 결정된다고 나는 생각해요.》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쪽배들이 있는 곳으로 유유히 걸어갔다.

전에없이 쌀쌀한 랭기가 풍기는 그의 모습은 마치 그 어떤 결별을 선언하는듯싶었다.

한숙의 뒤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던 려준하도 뭔가 결단을 내린 사람처럼 두주먹을 으스러지게 틀어쥐며 홱 돌아섰다.

그는 저수지공사장까지 무슨 정신으로 어떻게 왔는지 자신도 의식하지 못했다.

지휘부천막에서 진철이가 언제도면을 펴놓고 시공일군과 같이 무엇인가 의논하는중이였다.

《인제 돌아오시는 길입니까?》

진철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작업복을 걸친 후 장화를 갈아신던 려준하는 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현장으로 올라가지 않고 긴나무걸상에 앉았다.

《아직 점심도 못 잡수셨겠군요.》

진철이 걱정스레 묻는 말에 시공일군이 천막밖으로 뛰여나갔다.

《계획은 어떻게 됐어?》

《부위원장동지가 주고 가신 과제를 초과했습니다.》

진철을 마깝지 않게 치떠보던 려준하의 너부죽한 얼굴에서 시커먼 눈섭이 얼마간 숙어졌다. 그래도 진철은 앉지 못하고 그앞에 선채로 있었다.

《앉으라구. 내 좀 물을게 있네.》

려준하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뚝뚝했으나 한결 풀이 죽었다.

《한숙위원장이 올라왔을적에 돌격대원들속에서 무슨 의견이 제기됐나?》

한동안 진철은 잠자코 있었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좀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려준하는 그의 공손한 태도에 의문이 들었다.

저수지공사에서 의도대로 돌격대를 움직이려면 우선 돌격대장부터 기강을 세워야겠기에 그의 말이 조금만 비위에 거슬려도 대번에 눌러놓았다. 그래 밸머리가 센 그와 몇차례나 언성을 높였다.

물론 그때마다 진철이 제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 못 배겼다. 하지만 속에 불만을 품고있다는것을 려준하는 그의 태도에서 확연히 느끼고있었다. 강습가기 전까지도 뻣뻣하던 진철이가 그동안 주고간 작업량을 미달했으면 또 모르겠는데 넘쳐했다면서 전에없이 나긋나긋해진게 이상스러웠다.

그러나 려준하는 그전과 다름이 없었다.

《간단히 말하라구.》

《예.》 진철은 려준하에게 하고싶었던 말을 한마디로 집약해 표현하기가 어려운지 주밋거리다가 숙였던 얼굴을 들었다. 전에없이 어려워하는 표정이 짙게 어렸다.

《전 부위원장동지의 깊은 심중을 다 모르고 인민위원장동지한테 찾아가 여길 뜨겠다는 말까지 했댔습니다. 이번에 인민위원장동지가 여기 오셔서 하시는 말씀을 듣고야 제 잘못을 깨달았습니다. 참 미안합니다.》

《?!…》

한숙의 말이 나오자 마땅치 않은 표정을 짓고있던 려준하는 진철의 이야기를 다 듣고는 덤덤해졌다.

한숙이 저수지공사에까지 참녜한다고 고깝게 생각했는데 무슨 말을 했기에 밸통머리가 센 진철이가 순간에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려준하의 체면에 캐여물어볼수도 없었다.

그러고있는데 마침 시공일군이 식찬이 담긴 쟁반을 든 취사원처녀를 앞세우고 천막안에 들어섰다.

처녀가 눈처럼 흰 보자기를 벗기자 기름방울이 동동 뜬 푸짐한 이면수국에서 김이 피여오르며 구수한 생선냄새를 풍겼다. 그밖에도 정성껏 마련한 갖가지 찬들이 놓여있었다.

저수지에서 올라와 려준하자신도 처음 받아보는 풍성한 식탁이였다.

《이런것들이 어디서 생겼나?》

얼굴이 동싯하고 복스럽게 생긴 식당처녀가 먼저 웃음을 터치고나서 쾌활하게 말했다.

《아이참! 시침을 뚝 떼십니까?》

시공일군이 시물거리며 처녀의 말을 받았다.

《고맙습니다. 끼때마다 식탁에 푸짐한 물고기가 오르니 돌격대원들이 사기가 나서 일을 얼마나 해제끼는지 모릅니다. 시장하실텐데 많이 드십시오.》

《식당에 또 있습니다. 수산기지에서 물고기를 실어온 첫날에 우린 큰사발에 부위원장동지에게 드릴 국을 먼저 담아놓은 다음에 먹었습니다. 부위원장동지를 우리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압니까?》

처녀의 말에 려준하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다.

《동무들은 식사를 했나?》

할말을 찾지 못한 려준하는 번연한 질문을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물었다.

《부위원장동지두, 지금이 몇신줄 압니까? 3시가 지났습니다.》

처녀는 스스럼없이 말하며 그앞에 수저를 바로 놓았다.

그들이 어서 들라고 권하며 나간 후에도 려준하는 한동안 그대로 앉아있었다. 통 영문을 모르겠다. 그전같으면 자기앞에서 어려워 말도 변변히 못하던 그들이 그사이에 무슨 조화가 들어 이렇게 딴판이 되였는가!

진철을 비롯해서 모두들 고맙다고 하는것은 또 무엇때문인지…

어쨌든 모두들 자기를 뜻밖에 친절히 대해주니 문포리에서 돌아오면서도 새길수 없었던 분격이 어느 정도 내려가는듯 하였다.

식사후 려준하는 뒤짐을 진 자세로 종전의 엄한 표정을 짓고 언제작업장을 향해 올라갔다.

진철이 따라섰다.

두다리를 벋지르고 작업장을 바라보던 려준하는 희한한 광경에 다시 한번 놀랐다.

골짜기에서 검푸른 연기를 내쏘며 물길을 따라 배같은것이 내려오고있었다.

퉁―퉁―퉁.

앞에 오는 뜨락또르가 량옆의 쇠바퀴로 물보라를 뽀얗게 일으키는데 그뒤에 달린 두척의 너벅선엔 장석이 가득 실려있었다.

진철의 설명을 듣지 않고도 려준하는 물길로 돌을 실어나르는 리유를 대뜸 짐작할수 있었다.

그들은 길을 닦는 일에 품이 너무 많이 드니까 자기가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중수천골짜기에다 새 채석장을 만들고 그전보다 훨씬 쉽게 장석을 나르는것이였다.

《저건 동무들이 생각했나?》

보면서도 잘 믿어지지 않았다.

《예, 그런데…》 진철은 무엇때문인지 주저하며 뒤말을 끌었다.

려준하는 다가오는 끌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채 진철의 다음말을 기다렸다.

《모두 걱정하고있습니다.》

《내가 시킨대로 안했다구?》

《예.》

《장석운반로력은 어떻게 했어?》

여전히 려준하는 끌배에 시선을 보내고있었다.

벌써 언제에 다달은 끌배에서 돌격대원들이 사기가 충천하여 장석을 부리우느라고 떠들썩했다.

《절반이상 인원을 언제에 보냈습니다.》

그 대답에 고개를 급히 돌린 려준하의 얼굴이 대번에 환해졌다.

《그랬으면 됐지 걱정은 무슨 걱정이야!》

려준하는 언제 자기 지시대로 무조건 해야 한다고 말했느냐싶게 웃음을 터뜨리며 진철의 잔등을 떡메같은 주먹으로 연방 두드려댔다.

《잘했어! 참 잘했단 말이야! 하하하…》

그의 통쾌한 웃음소리에 진철이도 따라웃었다.

인민위원장의 말처럼 려부위원장은 역시 사나이였다.

기분이 좋아 웃는 이 순간에도 려준하는 지금의 기쁨이 어떻게 마련된것인지 모르고있었다.

하지만 생활에서 보면 진정은 말없이도 인차 알게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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