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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8월 25일

평양시간


제14회


제 2 장

기 발


4


식료공장 앞마당은 전에없이 활기가 넘치였다. 한쪽에서 색블로크를 만드느라고 법석대고 반대쪽에서는 반짐차적재함우에 연유도람통을 끌어올리는 장정들의 《영차- 영차-》소리가 온 공장에 울리였다.

적재함우에 무거운 도람통 두개가 나란히 세워지자 건물뒤에서 장철영이 팔을 휘저으며 다가왔다. 그의 바지가랭이밑에서 노란 강아지가 짧은 다리를 재게 놀리며 묻어오고있었다. 발치에 채이기도 하면서 조그마한 꼬랭이를 한들거리며 기를 쓰고 따라온다.

장철영은 떠날 준비를 하고 서있는 군룡의 부부한테로 싱글벙글하며 다가갔다.

사람이란 저 하고싶은 일을 하면 그렇게 되는 모양인지 요새 그는 때식을 건네도 배고픈줄을 몰랐고 일을 해도 힘든줄을 몰랐다. 그저 성수가 났다.

《떠날 준비는 다 됐소?》

《예.》

살결이 흰 은희의 갸름한 잗젊은 얼굴에도 희색이 돌았다.

《집안에 박혀가지구 나온 영걸없다구 각지를 다니며 두눈이 확 틔워가지고 오라구. 보는것이 많으면 이루는것도 크다는 말이 있지 않소.》

군룡이 시뭇이 웃었다.

《도기초식품공장들뿐만아니라 소문난 장공장, 식료공장들을 가능한껏 다 돌아보겠소.》

《자, 그럼 떠나라구. 은희실장, 룡일이는 걱정마오. 우리 처가 학교선생님인데 여부가 있겠소. 그동안 여기서도 잠자고있지 않을게요.》

장철영은 차에 오른 그들을 바래우다가 발부리에서 귀찮게 돌아가는 강아지를 밀어버렸다.

반짐차가 부르릉 하고 발동이 걸리자 뒤늦게야 생각이 난듯 급히 강아지를 들어 은희에게 주며 부탁했다.

《미안한대로 우리집 근방에 가서 요놈을 내려놔주오. 어느새 또 따라왔구만.》

《내려놓자마자 깜찍한 놈이 또 여기로 곧방 오지 않을가요? 호호호…》

기분이 뜬 은희도 그저 즐겁기만 하다.

《하긴 그래. 그럼 우리 어머니보고 울안에서 못 나오게 아예 목에 줄을 매놓으라고 해주오.》

은희는 주인한테로 가겠다고 바둥바둥거리는 강아지의 보르르한 노란털을 쓰다듬으며 얼렸다.

《너 오늘부터 연금생활을 하게 됐구나!》

반짐차는 끙끙거리는 강아지를 싣고 떠났다. 장철영은 차가 사라지기 바쁘게 블로크 찍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원정립이 구부정한 자세로 몰탈작업을 하는 다부진 청년을 조력하고있었다.

《쉬염쉬염 하십시오.》

그는 원정립에게 권고하고나서 덧붙여 말하였다.

《지배인동지와 한가지 의논할게 있습니다.》

그리고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꼬챙이로 땅우에 금을 그어가며 석탄을 절약하기 위해 굴뚝을 옮길 방도를 설명하였다.

《이렇게 해서 굴뚝을 옮기렵니다. 작업도면으로부터 이동공사까지 총책임자는 려부위원장입니다. 우리 공장에서 굴뚝이동공사가 군개건의 첫시작으로 된답니다. 지배인아바이 생각에는 어떻습니까?》

원정립은 대답대신 생산건물뒤에 솟아있는 굴뚝을 쳐다보았다. 피뢰침이 꽂힌 굴뚝아구리에서 피여오르는 흰 연기가 서켠 하늘가로 서서히 퍼져가다가 사라져버리군 했다.

그 굴뚝은 원정립이 공장에 입직하기전부터 저렇게 연기를 뿜고있었다. 이제는 굴뚝도 원정립자신의 한부분처럼 여겨지고 정든것이였다. 그런 굴뚝을 옮긴다는 사실은 놀라우면서도 한편 서운함을 어찌할수 없게하였다.

허리에 두손을 얹은채 원정립은 그냥 굴뚝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기색으로 대답했다.

《지배인사업을 인계받은 동무결심대로 모든걸 처리하게. 처벌로동을 하는 나는 이미 발언권을 잃은 사람이야.》

《지배인동지두, 그러시면 됩니까?》

그가 섭섭한 말을 하였으나 원정립은 두말없이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 모습을 섭섭하게 지켜보던 장철영이 한숨을 내쉬고나서 눈짓으로 청년을 불렀다.

청년은 키는 작아도 대추나무방망이처럼 단단했다.

《동문 건설전문졸업생이지? 래일부터 한주일간 시간을 줄테니 건재연구소와 황철에 갔다와야겠네.》

《왜 말입니까?》

《이런 참, 우리가 만들어보는 색블로크나 타일이 다른데것보다 못하다는걸 알면서 그래?》

장철영이 퉁을 놓았다.

《예, 알겠습니다.》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기분이 좋아 씩 웃었다. 릉원군에는 위생자기공장이 없었다. 그래서 한숙은 식료공장에서의 타일과 블로크생산을 밀어주면서 2단계기술개건때 위생자기공장을 내오려고 속구구를 하고있었다.

《지배인아바이.》

《왜 그래?》

그들은 하던 일을 계속하며 말을 주고받았다.

《답답하던차에 래일부터 바람쐬게 됐어요.》

《소경 처녀선보듯 하지 말고 잘 배워가지구 오라구.》

《걱정놓으라요. 이래뵈두 건설전문학교 최우등 졸업생이예요.》

청년은 사기가 나서 다시 삽질을 잽싸게 해댔다.

요새 지배인사업을 인계하고 로동자들과 같이 일하고있는 원정립은 느끼는바가 많았다.

자기가 지배인을 할 때와는 판판 달랐다. 조용하던 공장이 사방에서 활력이 넘쳐났다. 그러나 결과는 가늠할수 없었다. 그저 시키는 일이나 하면서 보는수밖에… 그가 바께쯔에 모래를 퍼담는데 뒤에서 챙챙한 부름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돌아보니 혜옥이였다.

《조금만 기다려라.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혜옥이를 세워둔채 일을 계속했다. 손수레에 세멘트를 나르던 중년의 녀인이 호들갑을 떨었다.

《지배인동지, 이러지 마십시오. 그러지 않아도 우리와 함께 일하자니 괴롭기 그지없겠는데 찾아온 손녀를 세워두다니요. 어서 데리고 들어가세요.》

주위에서 일하던 로동자들도 들어갈것을 권했다. 그러나 원정립은 점심시간이 되여서야 혜옥을 이끌고 집으로 갔다. 분명 무슨 일이 있어서 찾아온 모양인데 그 내막을 묻지 않으니 혜옥이도 입을 옹다문채 말문을 열 잡도리가 아니였다.

원정립은 자랄 때부터 총명하고 영민한 혜옥을 남달리 귀여워했다. 혜옥이 역시 자라면서 부모들한테 못하는 소리도 그에게 곧잘 했다.

밥상에 마주앉은 혜옥은 눈을 깔뜨고 내키지 않은듯 숟갈만 끄적거렸다.

마누라가 어서 많이 먹으라고 이것저것 그앞에 찬그릇들을 끄당겨놔주어도 한본새다.

원정립은 마누라가 답답하다는듯 혀를 차며 밥상을 내간 후에야 슬며시 말을 비쳤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

혜옥은 역시 입을 꼭 다물고 고개만 끄덕였다.

《무슨 일이냐? 어서 말해야 알지.》

원정립이 다시 조용히 다조졌다.

《아일 쪼꼬만 때 데려오면 친엄마가 아니란걸 모르나요?》

혜옥은 내려뜬 눈을 쳐들며 빤히 쳐다본다.

《뭐?》

원정립은 펄쩍 놀라며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들었느냐고 물었다.

《우리 동무들이 그랬어요.》

애들이 저희들끼리 하는 말을 귀동냥해듣고 그리도 심란해하는 어린것의 기색이 아무리봐도 심상치 않았다.

《혜옥아.》

원정립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정히 불렀다.

《할아버지한테 넌 숨기는게 없지? 그래그래. 그전처럼 네 생각을 다 말해봐라. 그러면 할아버지가 걱정을 다 풀어줄테다.》

혜옥은 손등으로 눈물부터 닦았다.

《동무들은 날보고 〈깡충이〉라고 불렀어요. 내가 토끼처럼 달리기를 잘하니까 그러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체육시간에 입는 내 체육복바지가 짧아져서 발목우로 올라간걸 놀리는 소리였어요.》

다시 혜옥의 눈에 눈물이 가랑가랑 고였다.

《그래서?》

곁에 앉아 듣고있던 마누라가 벌써 코멘소리로 재촉했다.

《오늘도 체육시간에 애들이 날보고〈깡충이〉라면서 저희들끼리 뭐라고 수군거렸어요. 우리 엄마가 내 진짜 엄마가 맞긴 맞나요? 다른 엄마들은 학교에두 자주 오는데 우리 엄만 한번두 안 왔어요.》

혜옥이 작은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고 울기 시작하자 안해는 그 정상을 보기가 괴로운지 방에서 나가버렸다.

《철없는것의 가슴에 못을 박구 저는 편안한가. 남이 들으면 정말 곧이듣겠소. 원 세상에 별일도 다있지… 쯧… 쯧…》

밖에서 혼자하는 안해의 혀차는 소리를 들으며 원정립은 우두커니 앉아 혜옥을 지켜보기만 하였다.

손녀가 동무들의 말을 듣고 이제는 제 어머니를 의심할 지경에 이르게 된것이 뻔한데 어린 마음속에 맺힌 그 의문을 풀어줄 방도가 묘연하였다. 한참동안 궁냥을 하던 그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웃방으로 올라가 사진첩을 들고나왔다.

다행히 젊어서 조카부부가 어린 오누이를 데리고 찍은 사진이 있었다.

《이것봐라! 여기에 있는것이 네 아버지와 어머니다.》

그러자 혜옥이 호기심을 품고 사진첩에다 눈길을 박았다.

《여길 자세히 봐라. 오빠의 입이 아버지와 신통히 같지? 그리구 요 오똑한 네 코는 어머니를 닮았구. 그리고 또 너의 새까만 머리칼도 어머니와 같지 않니, 그렇지?》

혜옥은 대꾸없이 사진을 뚫어지게 들여다보았다.

《왜 대답을 안하니? 할아버지 말이 틀리느냐?》

그제서야 혜옥은 고개를 까닥이다가 웬일인지 손벽을 쳤다.

《정말! 엄마머리칼처럼 내 머리칼이 동무들보다 더 새까매요!》

《그걸 보려무나.》

사진에서 제 친어머니라는것을 확신하고 좋아하는 철없는것의 모양이 더 눈물겨웠다.

《인민위원장의 딸이 아니라면 불쌍하다는 소리라도 듣겠다. 자, 이걸 입어봐라!》

어느새 사가지고 왔는지 안해가 방으로 들어오며 새빨간 체육복을 혜옥이앞에 내놓았다.

《난 도대체 네 어미를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사람들은 인민위원장이 인정이 많다고들 하는데 제 외삼촌에게 처벌로동을 시키지 않나, 딸이 제 에미를 친엄마인가 의심하지를 않나, 원 참.》

《쓸데없는 소리, 제자식 귀해하지 않는 에미가 어데 있어? 오직 군사업에 심혈을 쏟다보니 미처 생각을 못 돌리는거지.》

원정립은 안해를 탓하며 아니꼽게 흘겨보았다.

《예 예, 조카한테 책벌받구 로동자들과 함께 일하는 재미가 좋겠수다. 그래도 제 조카라고 역성은 제밀…》

안해는 령감을 로동까지 시키게 한 처사로 한숙을 찾아가 화풀이를 했건만 직심이 풀리지 않았었는데 혜옥이 일로 다시 그 감정이 폭발한것이다.

《한다는 소리가 점점…》

령감, 로친이 이러쿵저러쿵 목소리가 높아지자 혜옥은 살그머니 새 체육복을 안은채 집으로 달음질쳤다.

안해가 원정립의 우격다짐에 더는 찍소리도 못하고있는데 한숙이 마치 내막을 알고 찾아온듯 뜻밖에 들어섰다.

《삼촌어머니, 집에 가 점심먹을 짬도 없군요. 밥 한그릇 있으면 줘요.》

외삼촌내외의 어성버성한 관계도 낌새채지 못한듯 한숙은 전이나 다름없는 기색이다.

밉다니까 깨꼬한다더니…

안해는 속이 꼬부장해있으나 령감도 있고 해서 천연스레 대꾸하였다.

《오래간만이구만. 위원장사업을 하는 조카를 돕지는 못할망정 령감이 일을 쓰게 못해 볼 면목이 없네.》

안해는 한숙에게 행패질을 한 사실을 령감한테 숨기고있는지라 아닌보살을 했다.

《아니, 제가 삼촌어머니 볼 면목이 없습니다.》

삼촌어머니가 말은 그렇게 해도 속대가 있는 소리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밥을 받아 상우에 놨다. 맹물에다 말아 급히 몇숟갈 떠넣고난 한숙은 한옆으로 돌아앉아 본척도 하지 않는 원정립에게 말을 걸었다.

《외삼촌, 내가 막 밉겠지요?》

사실 그는 외삼촌한테 리해도 시킬겸 한번 찾아보려고 온 길이였다.

원정립은 쓰다달다없이 한모양새로 즘즘해있다가 한참만에야 마지못해 대답을 했다.

《미울게 있나. 위원장의 의도를 따르지 못하니까 받은 벌이지.》

여기까지는 심상히 말한 원정립이 갑자기 심화를 끓이며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하나는 리해가 안돼!》

한숙은 짚이는데가 있었으나 모르쇠를 하고 반문하였다.

《뭔데요?》

《보안서에서 제기한것보다 왜 더 엄중한 책벌을 주는가 하는거다. 다른 두사람은 벌을 낮춰주면서 제 삼촌한텐 더 심하게 처리하는 그 심보가 도대체 뭔가 말이야. 네가 나한테 무슨 척을 진 일이라도 있느냐? 난 네 덕을 본 일이 없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 그른데 없지.》

원정립은 더 상대하고싶지 않다는듯 올방자를 튼채로 삑 돌아앉아버렸다.

《말이 난김에 하는 소리지만 외삼촌이야 정말 임잘 조그말 때부터 끔찍이두 귀해했지 뭐…》

어느새 밥상을 내가고 들어와 앉은 외삼촌어머니가 끼여들었다.

《오죽 했으면 내가 시집와서두 임잘 더 고와한다구 질투했겠나. 그런 외삼촌한테 임자가 내보기에두 너무한것 같아.》

《무슨 참견이야? 저리 못 갈가?》

원정립이 꽥 소리치자 안해는 《에구, 저 성밀 범이라도 콱 물어갈게지. 구룡산의 호랑이는 다 어디루 갔누.》하고 령감한테 눈을 흘기며 나가버렸다.

그의 말마따나 외삼촌은 한숙을 무척 사랑하였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것은 외삼촌이 《말》이 되여 자기를 잔등에 태우고 네발걸음으로 노전바닥을 기여다니던 모습이다.

한숙이 빨리 뛰라고 엉덩방아를 찧으면 외삼촌은 헐썩거리며 온 방안을 빙글빙글 돌았다. 한숙이 좋아서 깔깔거리면 더 흥이 나 네발걸음을 하군 하였다.

외삼촌을 보고 어느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외삼촌은 날 잔등에 태우고 다니지만 난 이담에 큰사람이 돼서 외삼촌을 승용차에 태우고 다닐테야!》

그러자 외삼촌은 큰소리로 한바탕 웃고나서 《그래, 꼭 큰사람이 돼서 조카덕을 보자.》하며 한숙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것이 까마득한 아이적 일이지만 아마 외삼촌도 기억하고있을것이다. 천진란만한 소녀시절에 한 말이긴 하나 한숙은 한개 군의 호주가 되였고 승용차도 타고다닌다. 그러나 외삼촌을 한번도 승용차에 태우고 다녀본적이 없었고 조카가 군인민위원장이라고 해서 덕을 본것도 없었다. 오히려 이번에 화를 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외삼촌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소리도 한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굴려보던 한숙은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

그는 안타까왔다. 외삼촌은 한곬으로만 생각하고 자기를 원망하고있다. 인민위원장인 조카가 왜 자기문제를 그렇게 처리했겠는가에 대해서 생각지 않고있다.

외삼촌이 젊어서 천리마작업반칭호를 군에서 처음으로 수여받고 작업반성원들을 천리마의 대고조로 불러일으킬 때의 그 정신, 그 기백으로 지금도 살고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래서 지배인을 하는 그의 식료공장이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기술개건의 기치를 들고 맨 앞장에서 나간다면 한숙은 얼마나 힘이 생기고 자랑스러울것인가!

그는 가슴이 답답해왔다.

《외삼촌…》

속타는 자기의 심정을 터치지 않을수 없었다.

《저도 두분앞에서 얼굴 들기가 거북해요. 저에게 기울여온 남다른 사랑을 제가 어찌 순간이나마 잊을수 있겠어요. 그렇지만 솔직히 대답해주세요. 군에서 요구하는 기술개건을 할수 있겠어요?》

《이미전에 난 자신이 없다고 말했어.》

《그러니 어쩌겠어요. 외삼촌처럼 기술자들을 무시하고 공장관리운영을 그런 식으로 해서는 도저히 새 세기가 요구하는 기술개건을 할수 없지 않나요.

외삼촌도 아시겠지만 오늘 사회주의원칙을 지키는것은 생명과 같이 귀중해요. 그래서 외삼촌문제도 위원회에 제기된거예요. 그때 제 심정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외삼촌은 다 몰라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인민위원장의 외삼촌이라고 해서 눈감아준다면 외삼촌의 본을 따서 다른 지배인들도 사회주의원칙에 어긋나게 공장을 운영하겠는데 그럼 우리 군이 어떻게 되겠어요?

전들 온 군이 자자하게 군인민위원장의 외삼촌이 처벌로동을 한다는 소릴 듣는것이 좋을리 없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제가 더 괴로워요. 책벌을 준 그날 밤 잠인들 잔줄 아세요? 전문태부위원장동지한테 비판도 받았어요.》

한숙은 격한 감정에 사로잡힌채 속마음을 툭 털어놓았다.

《외삼촌이 덕소리를 했으니 말좀 하겠어요. 덕이란 그래 위원장의 권세를 리용해서 외삼촌의 과오를 약화시켜 감싸주는걸가요, 아니면 과오를 시정하고 인생을 참답게 살도록 이끌어드리는것일가요?

언제인가 책임비서동지의 아주머니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무슨 일로 막내시아우가 찾아와 형이 군당책임비서를 하는데 형제들을 도와주는게 뭐있는가 들이댔다나봐요. 그 사실을 안 맏시형이 형제들을 모두 불러놓고 이렇게 말했대요.

〈우리 농사군의 가문안에 군당책임비서가 났다는것만도 자랑이고 영광인데 뭘더 바랄게 있느냐. 그게 다 위대한 장군님의 신임이고 믿음이다. 우리 형제들은 군당책임비서를 하는 둘째한테 뭘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게 아니라 당의 높은 신임을 받고있는 둘째가 일을 잘하도록 모두가 받들어줘야 한다.〉고 했다더군요. 그 말이 무심히 들리지 않았어요.

외삼촌, 저는 오직 외삼촌이 천리마작업반장의 영예를 지니던 그때처럼 시대가 요구하는 일군으로 되길 바랄뿐이예요.》

《그건 지나친 기대다.》

원정립은 한숙의 말을 강대꺾듯 일축해버렸다.

《아니예요! 아니예요!》

한숙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열싸게 부르짖었다.

벌써 음성에는 울음기가 섞이였고 목이 메였다.

《만약 외삼촌이 지금처럼 주저앉는다면 전… 두분에게 죄를 짓는것으로 될거예요.》

한숙은 더는 그 자리에 앉아있을수가 없어 급히 일어나 나가며 손끝으로 눈굽을 찍어냈다. 서러움을 참을수 없었던것이다.

《저렇게 마음이 여린 녀자가 자식들한텐 어쩜 그리도 모질담…》

문밖으로 사라져가는 한숙을 보며 안해가 혼자 중얼거렸다.

이윽토록 골살을 찌프리고 앉았던 원정립이 갑자기 소리를 내질렀다.

《빨리 성냥이나 가져와.》

《?…》

안해는 퀭한 눈으로 령감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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