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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8월 25일

평양시간



제4회


제 1 장

돌 아 오 다


4


달빛이 창문으로 얼비쳐들었다.

자명종시계는 머리맡에서 새벽 4시임을 조용히 알리였다. 단잠을 깨우기 저어하듯 간간이 울리는 종소리에 눈을 뜬 한숙은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남편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달빛에 드러난 뭉툭한 턱이며 철문처럼 굳게 닫힌 두툼한 입, 보기에 무뚝뚝한 인상을 주는 남편이지만 실지 웅심깊고 정이 많은 사람이였다.

반년만에 돌아와서도 인민위원회일군들의 사업정형을 료해하다나니 늦어서야 집으로 들어오며 미안해하는 그에게 그저 웃음으로 대신하는 남편이였다. 그러나 그 웃음속에 말로 할수 없는 그들만이 통하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잘못을 저지른 어린것을 탓하면서도 너그러이 용서하는 아버지의 정깊고 사려깊은 사랑이라 할가. 그는 젊어서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고 한숙 역시 아직 남편앞에서 철없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일이지만 광혁이 입대전에 있은 일이다.

휴식일이였다. 남편은 뜻밖에도 가족사진을 찍자고 하는것이였다.

명덕은 한숙에게 중앙대회에 참가했을 때 입었던 새 양복을 입으라고 하였다. 원래 남다른 옷을 좋아하지 않는 그는 일상 입고다니던 옷을 입었다.

서로 새옷을 입으라거니 싫다거니하며 옥신각신하던 끝에 앵돌아진 한숙은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러자 할수없이 명덕은 오누이를 데리고 가서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이 아래방에 걸려있는데 보는 사람마다 한숙이 빠진것을 아수해했다.

그자신도 그 사진을 볼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다.

속깊은 남편의 심정을 그때 왜 몰랐는지―

지금도 한숙은 남편이 군보안서 과장이고 자기는 한개 군의 호주라 하지만 그의 조언을 받기 좋아했으며 거기서 무한한 행복을 느끼였다.

명덕은 그의 마음속 기둥이였고 의지였으며 희망의 빛이였다.

잠든 남편의 얼굴을 한동안 지켜보던 한숙은 모포깃을 조심히 여며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엌을 둘러보니 별로 어수선해보였다. 날래게 돌아가며 물건들을 제자리에 옮겨놓고 아침준비를 서둘렀다. 쌀을 솥에 앉힌 후 밖으로 나와 어머니가 딴가마에 끓여놓은 돼지죽을 퍼들고 우리로 갔다.

점백이놈은 인기척에 일어나 구유앞으로 다가오며 꿀꿀거렸으나 옆칸의 두놈은 서로 목을 엇건채 자고있었다. 한숙은 퍼가지고 온 죽을 점백이에게 주고 먹이가루는 물에 타서 자고있는 놈들의 칸에 넣어주었다. 그래도 곯아떨어진 두놈은 깰념을 하지 않았다. 그것들의 먹이시간은 6시니 아직 그냥 둬도 일없었다.

어느새 구수한 냄새를 맡은 누렁이가 개우리안에서 기여나와 한숙의 발치에서 매샘이를 치며 꼬리를 저었다.

《넌 좀 기다려라.》

누렁이의 등을 쓰다듬고난 한숙은 식구들이 깰세라 부엌과 바깥일을 소리없이 해놓고나서 빨래감을 안고 세면장으로 들어갔다.

버치에 빨래들을 담고 수도에 끼운 호스를 걸쳐놓았다. 호스에서 물이 쏟아지며 버치에 차오르자 빨래감들이 둥둥 떠돌았다.

쪼그리고앉아 걸싸게 비누칠을 하던 그의 두손이 하얀 거품속에서 점점 느려졌다.

한숙의 뇌리에 식료공장 굴뚝밑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던것이다.

양수장을 옮길수 없는 조건에서 어떻게 하면 굴뚝안에 감아올린 관으로 물이 높이 올라가게 할수 있을가?

그는 비누칠을 하다만 혜옥의 체육복을 그냥 쥐고있었다.

비닐버치에서 물이 넘쳐나며 고무호스가 바닥에 떨어졌다. 무심결에 버치를 호스가까이로 밀어놓던 한숙의 뇌리에 피뜩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서둘러 빨래를 헹구고난 그는 터밭에 물을 줄 때 쓰는 긴 호스를 수도꼭지에다 꽂은 후 호스를 끌고 뒤울안으로 나갔다. 한참 있다가 물이 흘러나오는 호스끝을 머리우로 쳐들었다.

솟구치는 물의 높이를 가늠해보느라고 옷이 젖는줄도 몰랐다.

《아니? 넌 거기서 뭘하느냐?》

어머니였다. 딸의 거동이 하두 이상해 두눈이 퀭해졌다.

《어머니, 만약 내가 굴뚝이라면 말이예요.》

딸의 말을 통 알아들을수 없었다.

어머니는 어찌할바를 모르고 그냥 서있었다.

한숙은 제 생각에 옴한채 호스를 끌고 더 멀리 나갔다. 온 뒤울안은 물천지가 되였다.

《빨리 칼을 좀 내다주세요―》

《칼은 왜?》

《글쎄 빨리요―》

늙은이는 재촉해서야 부엌에서 번쩍거리는 넙적한 칼을 들고나왔다. 그것을 받아든 한숙은 앞뜰로 나와 호스의 중간을 뭉청 잘랐다.

깜짝 놀란 늙은이가 성급히 그의 손에서 칼을 빼앗았다.

《너 환장하지 않았냐?》

조글조글한 어머니의 얼굴에 불안이 가득찼다.

한숙은 머리우의 호스에서 더 세차게 솟구쳐오르다가 반원을 그리며 떨어져내리는 물줄기를 보고있었다. 그러던 그가 환희에 넘쳐 소리쳤다.

《될것 같아요! 어머니―》

《도대체 난 뭐가 뭔지 모르겠다만 수도물은 막아야 하겠지?》

《그래요.》

수도는 막혔으나 사방에서 물이 흘러내렸다.

한숙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주춤거리다가 잘라진 호스를 사리는데 언제 나왔는지 명덕이 마루에 서서 빙그레 웃고있었다.

《위원장님이 이젠 발명가가 되자는게 아니요?》

명덕은 물참봉이 된 안해의 손에서 호스퉁구리를 빼앗았다.

《아이― 손이 어지러워져요. 제가 그제 밤에 말한 식료공장 굴뚝말이예요. 방도가 생길것 같애요.》

웃고있는 안해의 얼굴이 전에없이 환해보였다.

《그렇소? 한데 여보, 당신이 대학에 갔다오더니 달라졌소.》

《달라졌다구요? 뭐가요?》

한숙은 영문을 알수 없어 아름다운 눈을 깜박이였다.

《글쎄…》

명덕은 명확한 대답은 하지 않고 물방울이 이슬처럼 반짝이는 안해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아직 처녀시절의 미가 남아있는 얼굴에서 사라졌던 생기가 다시 피여나 내뿜는듯 하였다.

《지금 몇시인줄 아오? 뒤처리는 나한테 맡기고 어서 차비를 하고 나가보오.

위원장이 새벽일과에 늦어서야 안되지.》

시계를 본 한숙은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

그가 옷차림을 새로 하고 나오는 동안에 고무호스퉁구리는 마루 한켠에 놓여졌고 비질을 한 마당도 깨끗해졌다.

명덕은 울담가의 은행나무들밑에서 가지들을 살펴보고있었다.

푸르싱싱한 은행나무 두그루는 밑둥이 굵직했고 그와 나란히 선 두그루는 키가 아직 한길 남짓했다.

《돌아보고 오겠어요.》

한숙의 청맑은 목소리에 명덕은 돌아섰다.

금방전과 달리 연밤색반팔잠바옷차림을 하고 나서니 순간에 젊은 녀성일군으로 변해버렸다.

명덕은 그를 정겹게 바라보며 머리를 끄덕이였다.

한숙은 생긋이 웃고 돌아서 활기차게 대문밖으로 나갔다. 그가 사라진 후에도 명덕은 전정가위를 든채 한동안 대문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까 안해가 자기한테서 뭐가 달라졌는가 물었을 때에 애매한 대답으로 넘겼으나 그제 밤 한숙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삼스럽게 느껴지는것이 있었다.

한숙은 처녀시절에 발랄하고 다정다감하여 웃음이 많았다. 군인민위원회 부장을 거쳐 부위원장사업을 할 때까지도 여전히 처녀시절의 성격 그대로 쾌활하고 락천적이였다. 그런데 군인민위원장으로 릉원군에 와서 일하면서부터 점차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인민경제대학으로 떠나는 그때까지도 그전같은 밝은 웃음을 볼수 없었다. 그랬는데 대학에서 돌아온 후 시범적으로 하는 군개건사업에 대한 걱정도 있을텐데 그런 빛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얼굴에 늘 화색이 돌고 즐거워하는 기분이였다.

금방전에 한숙의 활기찬 모습과 입가에 피여난 웃음은 오래간만에 보는것이였다. 돌이켜보면 안해의 온넋은 군인민들의 생활에 가있었다. 인민들을 위해서 고생을 락으로 여기며 힘든줄도 모르고 뛰여다녔으나 인민들이 고난을 겪게 되니 자연히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게 되였다.

그런데 인민생활을 높일수 있는 개건사업을 하게 되자 앞으로 부닥칠 시련과 난관은 안중에 없이 다시 성수가 나서 활기가 넘치고 얼굴에 웃음이 피여났다.

명덕은 안해에 대한 생각에 잠긴채 은행나무가지들을 살펴보며 상할세라 조심히 다듬었다. 덧가지들이 하나하나 땅에 떨어졌다. 새벽이슬에 잎사귀들이 함뿍 젖어있었다.

은행나무는 한숙이 제일 사랑하는 나무였다.

깨끗하고 류다르게 생긴 은행나무잎사귀는 언제나 청신한 기분을 돋구었다.

은행나무는 가을이 오면 오래동안 노란빛으로 아름답게 설레이며 가을의 이채로운 정서로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였다. 또한 잎과 열매는 모두 약재로 리용되였다. 바로 은행나무가 사람들을 위해 자기의 모든것을 다 바치기때문에 한숙이 사랑하였고 그 마음을 귀중히 여겨 명덕이 아들딸의 이름까지 붙여 네그루의 은행나무를 심고 정성껏 가꾸는것이였다.

이젠 오누이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였으나 명덕이 한숙을 처음 알게 된것은 최전연에서 소위로 군사복무를 하던 시절이였다.

리명덕이 휴가로 집에 왔다가 부대로 떠나기 이틀전이였다.

군인민위원회 부장인 사람이 형님과 친구간이여서 집에 왔다가 명덕을 보게 되였다. 그는 군무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묻다가 애인이 있는가고 하였다. 최전연에서 복무중인 명덕은 애인은커녕 녀자란 사단에서 예방주사나 놓으러 와야 보는 형편이였다.

《그렇다면 떠나기 전에 처녀를 보고 가는게 어떤가?》

부장의 권고에 형님과 형수도 찬성하는 기미였다. 처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자기네 부서 부원으로 배치된지 1년 남짓하다고 한다.

그동안 데리고 일해보니 총명하고 인정이 많아 군사람들을 위하는 일이라면 얼마나 열성인지 부장인 자기도 무색할 지경이라고 하였다. 막내딸이여서 오빠, 언니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을텐데 남달리 인정이 많은것을 보면 놀랍다고 하였다.

부장은 다음날 11시에 사무실에 와서 처녀를 보라고 생김새며 이름까지 알려주었다.

그때까지 명덕은 처녀볼 생각은 전혀 해보지 못한 형편이였으나 형님내외와 어머니까지 껴들어 부추기는 바람에 견딜수가 없었다.

온 집안식구가 그러는 판에 부장의 성의를 무시할수 없고 해서 그한테 부대로 떠난다는 인사도 할겸 겸사겸사해서 다음날 약속된 시간에 부서로 찾아갔다.

예상외로 부장은 사무실에 없고 처녀부원이 혼자 사무를 보고있었다.

머리칼이 유난히 검고 동그스름한 얼굴에 영채도는 눈, 보기 좋은 몸매로 보아 부장이 소개하던 그 처녀가 틀림없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처녀부원은 명덕을 보자 일어나며 친절히 물었다.

《부장동지를 만나러 왔습니다.》

난생처음 처녀선을 보러 온 명덕이로서 달리 대답이 나가지 않았다.

《그러세요?》

처녀는 반색을 지으며 부장사무책상옆의 의자를 조심히 끄당겨 내놓았다.

《부장동지가 잠간 나갔는데 곧 들어오실겝니다. 여기 와 앉으십시오.》

상냥하게 권하는 그 의자는 부장책상곁이다보니 자연히 처녀부원과 마주앉게 되였다.

《전 저 자리가 좋습니다.》

명덕은 건너편 문가쪽의 의자를 손으로 가리켰다.

일순간 처녀의 기색에서 놀라와하는 빛이 나타났다가 곧 사라졌다.

《군관동지 편하신대로 하십시오.》

사실 명덕이 처녀와 마주앉기가 점직해서 한노릇이 결국은 뒤에서 처녀를 보게 되였다.

처녀는 명덕을 무시한듯 그린듯이 앉아 자기 일에 열중하였다. 그러다가 전화가 걸려오면 친절히 받고나서 다시 조용히 제 할일을 하군 하였다.

부장이 말한대로 처녀는 언행이 단정하였다.

인차 들어올줄로 안 부장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 우정 자리를 피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덕은 부장을 찾아온줄로 알고있는 처녀를 속이고 뒤에서 그를 일일이 살피고있는 자신이 민망스럽게 여겨졌다.

그 죄의식이 전연군관의 용기로 변했다.

《미안합니다, 한숙동무지요? 제 이름은 리명덕입니다.》

처녀는 깜짝 놀라며 일어났다. 순간에 귀밑이 발깃해지며 잔잔하던 검은 눈에 당황해하는 빛이 력력했다. 처녀의 감각은 한마디의 말에서 모든 사연을 감촉한 모양이다.

《절 어떻게?》

《사실은 부장동지가 동무를 만나보라고 해서 왔습니다.》

명덕은 자기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가는지 몰랐다.

귀에서 세차게 뛰는 박동소리만 들려왔다.

《전 래일 낮차로 부대에 돌아갑니다.》 그는 군사우편함을 적은 종이장을 수첩에서 찢어 내밀었다.

처녀는 내리깐 길다란 살눈섭을 파르르 떨다가 이윽해서 얼굴을 들었다.

《전 아직 아무 일도 해놓은게 없습니다.》

처녀는 쪽지를 례의상 받으면서도 정색하여 명백하게 말했다.

《편지는 기다리지 마십시오.》

《여하튼 저에 대해 료해하고 결심을 한달내로 알려주길 바랍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명덕은 어쩐지 자존심이 꺾이였다.

(인정많은 처녀라는데 그렇게 단마디로 잘라?

에익, 차라리 보지 않은것만 못했군.

단념하자, 처녀가 없어서?)

리명덕은 이렇게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다음날 렬차에 올랐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정답게 손을 흔들며 바래우는 사람들속에 혹시 처녀가 있지 않을가 해서 살펴보게 되였다. 그러나 처녀는 보이지 않았다.

미련이란 참 어처구니없는것이였다.…

후두둑―

갑자기 바람이 불어오자 은행나무잎사귀들이 흔들리며 물방울들이 떨어졌다. 런닝그바람인 명덕의 온몸이 순간에 젖어버렸다. 그래도 명덕은 무엇이 즐거운지 얼굴의 물기를 닦을념도 하지 않고 나무를 상대로 말을 하였다.

《한껏 뿌려라. 지금 땅이 비를 기다리고있단다.》

이 시각 한숙은 아직 조용한 새벽길을 사색에 잠겨 걷고있었다.

구룡강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약간 숙인 그의 머리칼을 가볍게 날렸다.

군에 도착한 즉시로 군내 공장들을 돌아보며 개건대상을 잡아보았지만 그밖에 관심을 두어야 할 사업들이 너무나 많았다.

탁아소와 유치원들의 후방공급사업이 제대로 되는지, 군인민병원과 진료소들에서 환자들에게 필요한 의약품중에서 부족되는것이 얼마나 되며 그 대책은 어떻게 취하고있는지, 교육, 상업봉사부문의 실태도 알아보아야 하였다. 그밖에 각 리들의 사무장 그리고 군인민회의 대의원들의 회의를 소집해야 했다. 시급히 처리할 사업들이 꼬리를 물었는데 그중에서 공장개건을 선차적으로 내밀어야 했다.

대학기간에 한숙이 자기 사업을 돌이켜보면서 자책하게 되는것이 지난 시기 군인민생활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통이 크게 내밀지 못한것이였다.

군인민위원회가 주권적기능과 역할을 높이는 목적도 결국은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는데 있는것이였다.

인민생활을 높여야 사회주의제도의 우월성이 더욱 발양되고 강성대국건설도 그만큼 앞당겨질것이다. 인민생활이 높아지지 못하면 사회주의생활력도 생명을 잃고만다.

한숙은 군안의 공장들을 이번에 다 개건하고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지금형편에서 한꺼번에 공장들을 개건할수는 없었다. 그는 이번에 개건할 대상들을 식료공장부터 하나하나 꼽아보았다.

다섯손가락을 다 주먹안에 쥐고있던 그는 한숨을 내쉬며 새끼손가락을 다시 폈다.

(이 공장도 넣을수 있을가?)

제 생각에 옴한 한숙은 오른손의 손가락 하나를 펴든채 천천히 걸었다.

조용하던 거리의 여기저기서 인민반원들이 나와 아침청소를 하고있었다.

《위원장동지―》

누군가 은근한 음성으로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드니 내의바람에 싸리비자루를 쥔 장철영이 히죽이 웃으며 그앞에 서있었다.

사색에서 깨여난 한숙은 청소하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대부분이 녀인들이였는데 그들도 한숙을 보며 저마끔 인사를 했다.

《이른아침부터 수고들 해요. 아주머니들이 이렇게 나와 청소를 하면 아침밥은 세대주들이 하는가요?》

한숙이 우스개소리를 하자 녀인들이 제마끔 한마디씩 했다.

《밥을 할게 뭡니까? 이제 가서 해야 합니다.》

《우리 주인은 청소소리만 해도 이불을 뒤집어쓴답니다.》

《어쩌면 우리 세대주와 신통할가?》

여기저기서 녀인들이 웃어댔다.

《래일부턴 주인들을 깨워서 내보내세요. 신선한 아침공기를 마시고 운동을 하면 얼마나 좋아요. 주인들이 앓지 않고 건강하기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 해요. 여기 식료공장 책임기사동무의 모범을 따라야겠어요.》

한숙은 장철영을 마주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저기 려부위원장동지도 있습니다.》

장철영이 가리키는쪽을 보니 벌써 려준하가 벙글거리며 도로를 건너왔다. 그 역시 내의바람에 삽을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여기 와서 처음 들은 소리가 우리 군에서 새벽바람을 제일 먼저 맞는 사람이 인민위원장과 책임비서라더니 그 소문이 틀림없군요.》

려준하는 체통에 어울리게 목소리 또한 웅글었다.

《별소리를 다하세요. 일군들이 인민반사업에 앞장서주니 정말 고마워요.》

《책임기사든 부위원장이든 인민반에서야 관계없이 똑같은 세대주가 아닙니까, 허허허…》

려준하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의 사나이다운 웃음소리가 아침대기를 가르며 퍼져갔다. 한숙과 장철영이 그 웃음에 끌려 마주보며 미소를 지었다.

《듣고보니 그렇군요.》 동감을 표시한 한숙이 말머리를 돌렸다.

《장동무의 착안을 놓고 그래 좀 생각들을 해봤어요?》

《뭐 아직 신통한 묘안이…》

장철영이 자신없이 뒤끝을 맺지 못했다. 려준하 역시 자갈물린 말같이 덤덤히 있는걸 보니 장철영이나 피장파장인것 같다.

《제 생각엔 양수장을 못 옮기는 조건에서 굴뚝을 통채로 양수장 가까이로 가져올수 없을가 하는거예요.》

《굴뚝을 통채로 옮긴단 말이요?!》

너무나 예상밖의 소리에 두사람 다 눈이 퀭해졌다.

《양수장이건 굴뚝이건 어느것이든 옮겨놓아야 거리가 가까와질게고 거리가 가까워야 물의 압력이 높아지지 않겠어요?》

그들은 한숙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아직 잠에서 채 깨여나지 못한 사람들처럼 어리벙벙한 표정이다. 그것은 공학전문가도 아니며 녀성인 위원장의 머리에서 사나이들도 감히 엄두를 못낼 그런 대담한 생각이 나온것이 놀라왔기때문이였다.

《왜 제 생각이 엉터리예요?》

그 어떤 기대와 갈망에 반짝이던 한숙의 눈에 누구도 반응이 없자 실망의 그늘이 점차 비끼기 시작하였다.

《아니?… 그런게 아닙니다.》

장철영이 황급히 팔을 내저었다.

《그럼 가능하단 말이예요?》

다시 한숙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어떻게 그런 대담하고 기발한 착상을 했습니까?》

려준하도 놀람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둔한자도 천번 생각하면 그중 한번은 명안을 내놓는다고 언제인가 려부위원장동무가 말하지 않았나요.》

한숙의 스스럼없는 말은 려준하의 심금을 울렸다. 그 말은 자기자신이 한 말이였다.

그렇다. 한숙이 놀라운 착상을 할수 있은것은 결코 그의 머리가 뛰여나서가 아니였다. 어떻게 하면 장철영의 창안을 성공시키겠는가 고심하고 부단히 사색한 결과에 얻어진것이였다.

려준하는 할말을 잊은듯 잠자코있었다.

《위원장동진 과학자가 됐으면 크게 성공할걸 그랬습니다.》

장철영은 애써도 풀리지 않던 매듭을 풀어준 위원장에게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지 몰랐다.

《비행길 태우지 말아요. 혹시 장동무가 인민위원장이 되고싶어 그러는게 아니예요?》

벙글거리는 장철영을 보며 한숙도 한껏 가벼워진 마음으로 그의 롱을 기꺼이 받았다.

《감히 어디라고… 제가 재목감이 됩니까?》

《아니, 장동무와 같은 애국의 마음을 가지면 인민위원장은 누구나 할수 있어요.》

한숙은 정색하여 묵묵히 서있는 려준하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부위원장동무야 공학에 밝으시니 그럼 굴뚝을 옮길 작전을 세워보자요.》

《그럽시다.》

려준하는 쾌히 동의하였다.

동터오는 아침노을이 환희에 찬 그들의 얼굴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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