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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8월 23일

평양시간


제 16 회


16


최정승은 비밀모의나 하는것처럼 일체 출입을 금지시킨 다음 밀실문을 꾹 닫고 누가 문틈으로 엿볼세라 병풍까지 빙 둘러쳤다. 무더운 여름날이라 병풍까지 둘러치니 바람 한점 통하지 않아 숨이 컥컥 막혔으나 머리의 관과 옷을 벗고 의원앞에 마주앉아 탈모증치료를 받기 시작하였다.

국왕에게 진상하는 보약을 몰래 훔쳐먹은 때부터 이마가 벗어지기 시작한것이 이제는 정수리까지 머리카락 한오리 없이 훌렁 벗어져 중대가리처럼 반들반들하다. 관을 척 쓰고 나서면 대머리인줄 누구도 모르기때문에 지금껏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이번에 해청도에서 소실로 맞아들인 금향이의 말을 듣고 이 지랄이다.

《대감님, 대감님처럼 체소한분이 머리까지 벗어지니 보기 흉하나이다. 머리카락이 있으면 한결 더 의젓해보이시겠는데…》

늦바람이 무섭다고 새로 첩으로 삼은 젊은 금향이한테는 사족을 못쓰는 그다. 금향이의 요구라면 무엇이나 다 들어주었고 무슨 말을 해도 다 따랐다. 하늘의 별을 따오라 해도 따올판이다.

《내 나이 지금 쉰인데 이제 치료를 한다고 머리카락이 나올가?》

탈모증치료를 못해본것이 아니여서 머리를 기웃거렸다.

《왜 안 나온다고 그러시나이까. 첩이 용한 의원을 한사람 알고있는데 그 의원한테서 치료를 받으면 틀림없이 효험이 있을것이나이다. 머리카락이 다시 돋으면 한결 젊어보이실수 있나이다.》

젊어보일수 있다는 말에 드디여 결단을 내리고 매일같이 극성스레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나이 쉰살에 탈모증치료를 받는다는 소문이 나면 웃음거리가 될수 있어 지금처럼 치료를 극비에 붙이였다. 의원과 금향이한테 단단히 다짐을 두어서 그가 탈모증치료를 받는데 대해서는 집안의 종들은 물론 안해와 자식들도 모른다.

의원이 벗어진 머리에 자극을 주기 위해 솔잎뭉치로 정수리의 살갗을 찔러대고 불로 지지는것만큼이나 쓰려나는 물약을 바를 때마다 앙다문 입술사이로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새여나왔지만 젊은 첩한테 젊게 보이고싶어 혀를 깨물며 참아냈다.

치료가 한창인데 밀실문앞에서 유검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감님, 유검상이올시다.》

왈칵 성이 나며 큰소리가 나갔다.

《내가 누구도 만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저… 운봉산에 갔던 놈들이 돌아왔소이다.》

운봉산이라는 말을 듣고 대번에 목소리가 달라졌다.

《알겠다. 잠간 기다려라.》

그는 서둘러 머리에 바른 약물을 천으로 씻어내고 관을 쓰며 의원한테 옆방으로 피하라고 고개짓을 하였다. 의관을 수습하고 문을 열자 마마자국처럼 구멍이 숭숭한 유검상의 고석배기얼굴이 나타났다.

《그래 어떻게 되였느냐?》

유검상의 얼굴표정을 보니 일이 신통치 않은 모양이다. 아니나다를가 맥빠진 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온다.

《운봉산을 참빗질하듯 샅샅이 훑었으나 운봉도사는 그림자도 없었다고 하오이다.》

결국 부하놈들이 기껏 다리품을 팔았다는게 개 바위돌에 갔다온 격이다. 운봉도사라는 인물이 정말 이 세상에 있긴 있는가 하고 처음 들었던 생각이 다시 들었다. 하지만 인차 고개를 저었다. 신중한 국왕이 나라의 운명을 존재도 하지 않는 허깨비한테 맡길리가 없었다. 운봉도사는 틀림없이 있다.

유검상이 그의 눈치를 살피며 다시 조심히 여쭈었다.

《그런데 우리 애들이 운봉산에서 안사인을 봤다고 하오이다.》

그는 저도 모르게 눈을 치떴다.

《그게 사실이냐? 잘못 보지 않았다더냐?》

《사실인것 같소이다. 아무렴 우리 애들이 안사인을 못 가려보겠나이까. 그리고 며칠째 박대감이 꽁무니에 그림자처럼 달고다니던 그놈이 안 보이지 않았나이까.》

그렇다, 미처 주의를 못 돌렸댔는데 그동안 안사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건 사실이다. 하긴 미련한 박정승도 지금의 형편에서 운봉도사가 요진통임을 모르지는 않을것이다. 계집샘같은 야비한 감정이 속에 괴여든다. 뛰는 놈우에 나는 놈이 있다더니 자기가 뛴다고 미욱한 박정승도 제법 날아보려 한다.

《그런데 그놈들이 안사인의 눈에 안 띄웠다더냐?》

《안사인을 보고 제꺽 몸을 피했다고 하나이다.》

알만 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던 최정승은 다음순간 오만상을 쪼프렸다.

《그깐 안사인놈이 무서워서 찾으라는 운봉도사도 못 찾고 줄행랑을 놓았다더냐? 밥병신같은 놈들! 그러다가 안사인이 운봉도사를 찾아내면 어떻게 되겠느냐?》

《그건 걱정마시오이다. 소인이 그래서 운봉산에서부터 궁성으로 들어오는 요처마다에 사람을 다시 파했나이다. 안사인이 운봉도사를 찾아가지고 나타나기만 하면 소인이 직접 가서 그놈을 죽이고 도사님을 모셔오겠나이다.》

그렇지 않아도 얽죽얽죽해서 감때사나와보이는 유검상의 고석배기얼굴에 살기가 진하게 내돋았다. 이게 이놈의 장점이지. 유검상을 자기의 심복부하로 둔것은 바로 특이하게 뛰여난 모진 살기가 마음에 흠뻑 들어서였다.

그가 유검상을 처음 알게 된것은 해청도관찰사를 할 때였다. 하루는 주막집에서 술을 먹고 싸움질을 하다가 칼로 단번에 여섯명의 사람을 란탕쳤다는 살인범이 관청에 붙들려왔다. 백주에 생사람을 그것도 단번에 여섯명씩이나 죽였다는 말에 놀라움을 금할수 없어 자기가 직접 문초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죄인을 끌어오라!》

령을 내리자 형방과 옥졸들이 목에 긴칼을 씌운 베잠뱅이사내를 끌어왔다. 그 사나이가 바로 유검상이였다. 사람을 여섯씩이나 죽였다고 해서 두억시니같은 힘쟁이일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키가 작고 다부진자다. 남다른 특징이 있다면 얼굴이 고석배기여서 몰골이 흉측하였는데 긴칼을 쓰고 무릎을 꿇은 꼴이 마치 헌 바자구멍으로 개대가리가 나온것 같았다.

《저놈이 사람을 여섯씩이나 죽였단 말이냐?》

믿어지지 않아 형방에게 물었다.

《그렇소이다. 죽여도 너무 처참하게 죽였나이다.》

누구나 치를 떠는 악행이라 형방은 말하기조차 이가 시리는지 부르르 몸을 떨고나서 유검상의 흉기를 두손으로 받쳐올렸다.

《이 칼로 여섯명을 모두 란탕쳐놓았나이다.》

반달모양의 칼인데 어떻게 다듬었는지 칼날이 톱날처럼 삐죽삐죽하였다.

《모양을 보니 특별히 만든 칼 같구나.》

《옳소이다. 저놈이 자기절로 만든 흉기이나이다. 칼날이 승냥이의 이발처럼 생겼다고 해서 랑치검이라고 부르는데 일단 사람의 몸에 닿으면 맹수가 물어뜯는것처럼 살점이 뭉청뭉청 달아나오이다. 이 칼의 이름을 본따서 저놈의 별호도 랑치검인데 해청도의 부랑자치고 랑치검이라고 하면 모두가 두려워 벌벌 떠나이다.》

쪼꼬만 놈이 꽤 도담한걸. 극형에 처해야 할 중죄인이였지만 관헌으로서의 분노보다도 흥미가 더 동했다.

《어째서 사람을 죽였느냐?》

관찰사의 엄한 물음이였으나 죄인은 단마디 대답도 없이 고개를 외로 돌린다. 다른 죄수들 같으면 전전긍긍하며 살려달라고 애걸하겠으나 이놈은 떡심좋게 배짱을 부린다.

이번에도 형방이 대신 대답했다.

《죽은자들은 모두 저놈과 한패거리 부랑배들이나이다.》

《그럼 제 동료를 죽였다는거냐?》

그는 어이가 없어 되물었다.

《예, 함께 술을 처마시던 동료놈들이 술에 취해서 롱으로 고석배기인 저놈의 얼굴을 벌집같다고 놀려주었는데 저놈이 그걸 참지 못하고 칼을 휘둘러댔나이다.》

《허허… 저놈의 성미가 되우 급한 모양이구나.》

그는 어이없어 웃는척 하였지만 말을 들을수록 죄인놈이 마음에 들어 은근히 두남을 두게 되였다. 지금껏 심복부하로 둘 맞춤한 놈을 고르지 못해서 눈을 밝혀오던차인데 유검상이야말로 그가 바라던 놈이였다.

그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세상 사람은 크게 두가지 부류다. 한 부류는 똑똑한 사람이고 다른 부류는 똑똑치 못한 사람이다. 무한정 착한 사람과 무한정 악한 사람이 똑똑한 사람이며 선과 악을 겸비하고있는 사람은 똑똑치 못한 사람이다. 그가 심복부하로 고르려는자는 무한정 악한자다. 유검상이 바로 그러하였다. 용모도 성격도 기질도 지어 흉기까지도 하나같이 랑치검이였다. 이 통일이 마음에 들었다.

《저놈이 비록 살인은 했지만 법을 문란시키던 부랑배들을 죽여 관청의 화근을 덜어주었으니 형벌문제는 피해자가족들의 발괄을 들어보고 다시 좀 생각해보아야겠다.》

마음먹고 어정쩡한 판결을 내렸다. 형방과 관청의 모든 관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해하였으나 모르는쇠 하였다. 그에게도 타산이 있었다. 유검상이 죽인자들이 부랑자이니 피해자가족측이 두번다시 고소를 안할것이고 또 얼마 안있어 360일밖에 안되는 자기의 관찰사임기가 인차 끝나니 궁성으로 올라갈 때 유검상을 데리고 가면 모든게 조용히 끝날수 있었다.

모든것이 그의 예견대로 되였다. 날이 흐를수록 형벌문제는 유야무야 돼버렸고 유검상은 자기의 생명을 구원해준 그에게 죽기로써 충성을 다하며 스스로 문서없는 종이 되였다.

이번 해청도걸음에서 그 지방의 명기로 소문이 자자한 금향이를 소실로 맞을수 있은데도 유검상의 공로가 컸다.

금향은 해청도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만석군부자와 정을 나누며 다른 사내는 왼눈으로도 보지 않았다. 지어 관찰사까지도 기생인 금향이를 관청잔치에 청하자면 그 만석군부자한테 특별히 청을 드려야 하였다.

그가 해청도에 오자 관찰사는 잔치를 크게 차리고 명기 금향이를 청해왔는데 요염한 명기의 아릿다움은 순간에 그의 넋을 앗아갔다. 주인이 녀자때문에 감질이 나서 끙끙 앓자 유검상은 한달음에 달려가 랑치검으로 만석군부자를 란탕쳐놓았고 질겁한 금향은 그날로 그의 품에 안겨들었다.

그때도 그러했지만 지금도 유검상의 랑치검에는 여전히 믿음이 간다.

《그럼 너를 믿겠으니 절대로 실수가 없도록 해라.》

《명심하겠소이다.》

유검상은 그에게 고개를 숙여 례를 표하고나서 조용히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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