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 회


제 4 장


44


단능로보트에 비해 복잡한 작업도 어렵잖게 진행할수 있는 다기능화된 로보트를 만들어냈지만 남계수는 만족하지 않았다. 주행속도가 뜨고 팔목과 손목의 관절부분이 유연하지 못한것을 비롯하여 아직 부족점들이 더러 있었던것이다. 그래서 그것들을 포함하여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결함들까지 모두 찾아내여 퇴치하기로 결심했다. 이를 위해 돌격대는 해산했지만 가공직장의 기능공 몇사람과 동소옥, 려현석만은 남겨두었다.

그들의 작업장에는 기사장이 붙어있다싶이 했고 당비서는 시간을 내여 하루에도 몇차례씩 찾아왔다.

강치명은 지금 완성된 《흥성-1》호의 작업모습을 보며 저으기 흡족한 웃음을 짓고있었다.

《우리가 몇살이라구 이렇게 몰아대는거요. 내 참.》

《오냐, 관료주의를 부린다구 하려무나. 너희들을 다루는 방법은 내가 안다.》

갑자기 출입문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치명은 고개를 돌리였다. 오늘은 화학공장에 갔다오겠다던 지배인이 공장의 명물들인 3총사의 등을 떠밀어대며 나타난것이다. 어찌된 영문인가.

《려현석기사가 우리가 일을 잘했다고 표창휴가를 줬단 말이웨다.》

도면을 보고있던 려현석이 자기 이름이 들려오자 무슨 일인가 하여 물끄러미 바라본다.

《잘은 둘러친다. 표창휴가?》

《표창이지요. 자그만치 두시간…》

3총사는 몹시 불만인듯 저마끔 목을 뽑고 항의를 해댔다.

《좋아, 어쨌든 그건 취소다. 이 지배인의 권한으로!》

키가 꺽두룩한 장정이 일은 다 틀렸다는듯 투정질하듯 실토해버렸다.

《솔직한 말로 〈숭늉〉생각이 좀 나서 홍진실이한테 갔댔수다. 지난밤에도 여기에서 꼬박 새웠는데 지배인은 그래 인정도 없소?》

남계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어서 걸으라고 뒤에서 계속 떠밀기만 할뿐이다.

《안다니까. 홍동무가 더운물을 보장해주군 한다는걸. 자네들의 〈숭늉〉이야 내가 어련히 생각하지 않으리. 오늘중으로 몇개의 예민한 부분품들을 재가공해야 한단 말이다. 그런데 그 〈숭늉〉을 마시구 오작내면 어쩌지?》

기대쪽으로 쫓겨가는 세사람의 모습을 보며 동소옥은 웃음을 겨우 참았다. 그들의 말은 죄다 사실이였다. 그래서 려현석이 그들더러 휴계실에 가서 눈을 좀 붙이라고 했는데 어델 나다니다가 지배인에게 걸려들었는지 모를 일이였다.

강치명이 남계수에게 물었다.

《화학공장엔 왜 안 갔습니까?》

《떠나려는데 저 명물들이 상점앞에서 어슬렁거리기에 붙들어오는 길이지요.》

쫓겨가던 세사람이 무슨 생각이 났는지 난데없이 노래를 불러대여 사람들을 모두 놀라게 했다. 그런데 소리맞춤을 얼마나 멋있게 하는지 손색없는 3중창이였다.

강치명이 어리둥절하여 말했다.

《저 동무들이 정말 잘 부르는데요.》

그 말에 남계수는 어이없는지 턱을 들고 웃었다.

《그게 어디 노랜가요. 내라는 수작이지.》

《뭘 내라는건가요?》

《로동보호물자지요.》

《아하-》

강치명이 탄성을 지르자 동소옥은 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고야말았다. 려현석도 기대를 돌리는 세사람을 재미있게 바라보았다.

《흥성-1》호의 주행속도를 높이며 작업동작에서 원활성을 보장하기 위한 부분품가공과 조종장치를 수정하는 전투가 계속되였다. 하루사이에 무려 대여섯차례나 반복조립을 하였으며 유압실린더에서 분배되는 계통의 정밀도를 높이였다.

자정에 가까울무렵에야 작업이 끝났는데 즉시로 시운전을 하자는 의견이 제기되였다. 제노라 하는 3총사들이지만 제손으로 가공한 부분품들의 질이 걱정되는지 은근히 안달아하는것이 알렸다.

아직 나타나지 않는 남계수를 기다리다 못해 정시홍이 강치명에게 조작을 해보자고 말했으나 대답은 왕청같은것이였다.

《내 생각엔 말입니다. 먼저 중간휴식을 하는게 어떤가 하는겁니다.》

《어디 쉴 겨를이 있습니까, 저 동무들을 보십시오.》

정시홍이 3총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부기장동무가 올 시간이 된것 같은데…》

당비서가 이렇게 말하자 작업복의 토시를 벗기며 키작은 기능공이 벌씬 웃었다.

《우리가 아무리 〈숭늉〉을 좋아한들 자기들이 맡은 책임을 다하기전에는 절대로 입에 대지 않는다는것만은 믿어주십시오.》

롱소리같아도 마음속에 비낀 성실성과 량심을 들여다보게 하는 말이여서 강치명은 머리를 끄덕였다.

《난 동무들을 믿소. 이번엔 요구하는 기술적지표대로 반드시 동작할거요. 시운전은 지배인동무가 온 다음에 하자는거요.》

지금이 몇신가, 화학공장에 간 지배인이 이렇게 늦어지는것을 보면 혹시 오늘 밤엔 못 올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시홍이 말했다.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에 딴 공장에 갈건 뭔지.》

《지배인동무가 생각없는 걸음을 하는걸 봤습니까. 늦어져도 꼭 옵니다. 그러니 기다리면서 휴식을 합시다.》

강치명이 그루박듯 말하는데 때마침 홍진실이 여러가지 음식들을 준비해가지고 나타나는 바람에 분위기는 한결 흥그러워졌다.

3총사중의 꺽다리가 한마디 했다.

《여보게, 현석기사! 고운 색시 얻었으면 인사차림을 해야지.》

그러자 동료들이 이구동성으로 합세했다.

《수집어마오, 소옥기사! 그렇게나 웃어선 값을 치르지 못한다오. 아무렴.》

자기에게 쏠린 눈길들앞에서 동소옥은 고개를 숙인채 몸둘바를 몰라했다.

《당비서동지, 사실 이번 일은 제가 마음먹고 추진시킨 결과라는걸 알아나주십시오.》

홍진실이 제 공로를 자랑하지만 강치명은 머리를 저었다.

《소옥동무에게 비밀타전법을 배워준 사람은 나라는걸 알아야 하오.》

그에 편승하여 정시홍도 제 할 말을 하였다.

《이 수석지휘자가 혼성음을 통일시키느라고 정말 수고가 많으셨소.》

《하하하, 일이 잘되니 주인들이 많아졌군. 흣흣허허.》

작업장이 들썩하게 웃음소리가 그칠줄을 몰랐다.


밤 12시가 되여서야 공장에 돌아온 남계수는 부기장의 방에 불이 켜있는것을 보고 그리로 향했다. 마침 조영길이 문을 열고 나오다가 마주쳤다.

《왜 퇴근하지 않소?》

《〈흥성-1〉호제작현장에 병맥주를 좀 공급할려고…》

남계수의 얼굴에 금시 웃음이 돌았다.

《마침이구만. 우리 3총사와의 약속을 지킬수 있게 됐으니… 가만, 우리 좀 앉았다 가지 않겠소?》

이 방에 들어서면 앉는 법을 모르던 남계수지만 지금만은 딴 사람이 되여버린듯 의자에 먼저 걸터앉는다. 하는수없이 조영길도 엉거주춤하며 맞은편 의자에 엉치를 붙였다.

《부기장동무, 내 안전원동무한테서 이야길 다 들었소. 소옥기사를 위해서도 그렇고 나를 위해서도 그렇게 왼심을 쓴줄은 몰랐구만. 정말 고마우이.》

뜻밖의 찬사에 조영길은 고개를 숙였다. 사실 그런 찬사를 들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뒤미처 갈마들었다. 그가 한 일이란 동소옥기사에게 평양에서 소포가 왔다는 말을 우연히 얻어듣고 그것을 확인하기 바쁘게 안전원에게 알린것뿐이였다. 그것이 자기의 본분이라고 생각되였던것이다.

《지배인동지!…》

《나에게 의견이 많겠는데 갑자르지 말구 어서 말을 하오.》

《이 조영길이 못돼먹긴 하지만 나쁜 놈은 아닙니다. 이것만은 알아주시오.…》

조영길의 목소리가 울컥해지자 남계수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우린 자그만치 20년지기일세. 자네가 못돼먹었다면 나도 막돼먹은 놈이였지. 하지만 사람은 옛사람이 좋다는 말이 틀리지 않아.》

《날 되게 꾸짖어주시오. 고약하기 이를데없었던 이놈을 말이요.…》

《허허, 이젠 나이도 작지 않은데 자꾸 어린애처럼 이러지 말게. 지나간 일들은 잊고 앞을 바라보면서 살자구. 참, 우리가 이러구있어서야 안되지. 어서 작업장에 가자구. 모두 기다리고들 있을텐데…》

두사람이 작업장에 이르자 많은 사람들이 맞아주었다.

《그러니 이제 시운전을 하면 된다는거겠소?》

분위기를 감촉한 남계수가 누구에게라 없이 소리쳐묻자 정시홍의 대답이 날아왔다.

《지배인동무 오기만 기다리지요.》

그제야 알겠다고 고개를 주억댄 남계수가 손을 쳐들어올리며 구령이나 치듯 말했다.

《좋아, 돌려보자!》

동소옥이 침착하고도 결연한 빛이 어린 얼굴로 조종대에 다가가 시동단추를 눌렀다. 고르로운 동음을 울리며 《흥성-1》호가 작업지령을 받은대로 주행로정을 따라 움직이며 각이한 소재들을 식별하여 조립하기 시작했다.

《정말 놀랍소!》

조영길이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어마나! 사람보다 낫구나야.》

홍진실이 기계의 작업모습에 손벽을 치며 탄성을 올렸다. 성공의 기쁨을 안은 사람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열정적으로 흔들었다.

《우리 소옥아씨 멋진 생남을 하였소이다.》

꺽다리가 소리를 뽑아대자 어느새 달려온 동소옥의 작은 주먹이 날아들었다. 유쾌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강치명도 흥분을 걷잡지 못했다.

《동무들! 축배를 듭시다.》

손이 빠른 홍진실이 부기장이 넘겨주는 맥주병을 고뿌마다에 넘쳐나게 부었다. 모두들 《흥성-1》호의 탄생을 축하하여 고뿌들을 찧었다. 홍진실이 조영길에게 맥주고뿌를 들려주며 속삭였다.

《부기장동지, 요즘도 은행회계원을 만나나요?》

조영길이 찔끔 놀라며 눈길을 허둥거렸다.

《그가 내 동문줄은 몰랐지요? 얼마나 똑똑한 녀잔줄 알아요? 그런데 좀더 교제를 해도 되겠는데 왜 꽁무니를 뺐나요?》

《꽁무니를 빼다니? 왕청같은 소리만 하는군.》

조영길이 때아닌 자리에서 망신을 당할가봐 당황하여 허둥거려댔다. 홍진실은 그러는 모습이 재미있다는듯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남계수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동무들, 내 생각을 말해도 되겠소?》

한해가 되여오도록 긴장한 전투를 벌려온 사람들이 피로가 가득 실린 얼굴이지만 시름을 잊고 바라보았다.

《내가 왜 화학공장에 갔댔는가? 우리가 제작한 〈흥성-1〉호가 세상에 태여나는 즉시로 빛을 내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기때문이요.》

이미 강치명과는 론의한 문제이기에 남계수는 자기의 견해를 주저없이 이야기했다.

우리는 공화국창건 서른돐을 맞으며 결의한 과제를 훌륭히 수행하였다, 이전 같으면 우리 공장의 수준으로써는 엄두도 낼수 없었던 첨단설비라고 하는 로보트를 만들어낸것이다, 지배인인 나자신도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고 무던히 속을 썩였지만 공장의 전체 기술자들과 로동자들, 일군들의 지혜와 힘이 합쳐져 마침내 성공이라는 열매를 거두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의 노력이 성공의 기쁨속에서 빛을 잃지 않게 하여야 한다, 우리의 로보트는 시제품으로 되여서는 안되며 들끓는 현실에서 은을 내야 한다, 《흥성-1》호는 우리의 명예를 위해 제작한것이 아니라 우리 로동계급을 고열로동과 유해로동에서 해방하려는 당의 숭고한 뜻에 받들려 태여난것이다, 녀성로동자들이 많은 화학공장에서 우리가 만든 《흥성-1》호가 모든 유해로동을 대신하게 하자는것이다.…

《이게 바로 녀성작업반원들이 일하는 작업현장의 평면도요.》

남계수가 가지고 온 종이말이를 펼쳐놓았다. 정시홍과 려현석, 동소옥이 한참이나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우리 〈흥성-1〉호는 이쯤한 로동은 얼마든지 대신할수 있습니다.》

려현석이 흥분을 누르며 말하자 동소옥이 긍정했다.

《그래요. 작업장은 새로 꾸려야겠군요.》

《그건 화학공장의 일군들과 토론했소. 이 공정을 로보트화할수 있다면 그쯤한것은 문제도 아니라는거요.》

《시급공장이 중앙급의 공장을 지원한다? 실로 놀라운걸.》

정시홍의 말에 강치명이 가볍게 응수했다.

《그래서 첨단이 놀랍고 신비하다는게 아니겠소.》

모두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남계수가 물었다.

《또 우리앞에 나서는 다음 단계의 과업은 무엇인가?》

동소옥이 침착한 어조로 대답했다.

《제 생각에는 우리 공장에 〈흥성-1〉호계렬생산체계를 시급히 갖추는 한편 보다 발전된 새로운 형의 로보트개발에 지체없이 진입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그 말에 남계수가 무릎을 쳤다.

《바로 그거요. 우리는 시제품을 만들어낸데 만족을 느낄것이 아니라 대담하게 계렬생산에 들어가야 하며 더 훌륭한 로보트들인 〈흥성-2〉호, 〈흥성-3〉호들을 련이어 개발해내야 하오. 그래서 더욱 휘황하고 눈부신 우리의 래일을 우리의 손과 기술로 앞당겨와야 하오. 자, 우리모두 아름다운 꿈이 이루어질 그 래일을 위하여!》

만난을 이겨내며 오늘에 이른 사람들은 바야흐로 걸어가야 할 앞날에 대한 밝은 희망을 안고 남계수의 모습을 후더워난 눈길로 바라보며 모두 축배를 들었다.


목메인 환호성과 열광적인 박수갈채를 받으며 남계수는 주석단을 향해 걸어나가고있었다. 그의 뒤로 동소옥이 다소곳이 따라섰다.

주석단에 서서 흥성철제일용품공장에 3대혁명붉은기를 수여할데 대한 정령을 전달한 리건창은 자기앞으로 다가오는 그들의 모습을 깊은 감회속에 바라보았다.

이윽고 기발과 훈장을 수여받은 남계수는 남달리 격동된 표정으로 리건창과 눈길을 맞추었다. 그는 리건창의 눈빛에서 《이 사람, 계수. 우린 참으로 먼길을 함께 걸어왔구만.》 하는 목소리를 듣고있었다.

그 역시 《옳은 말일세. 나라는 인간이 마침내 바라던 인생의 령마루에 올라섰네.》 하고 가슴뿌듯이 마음속으로 화답하고나서 기발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앞으로 기폭이 온통 붉은빛이 되여 숭엄히 다가왔다. 그것은 해솟는 바다처럼 장엄한 광경이였다. 그 광휘로운 빛발속에서 자애로운 어버이가 해빛같은 미소를 짓고계시였다.

남계수의 억센 심장이 울고있었다.

위대한 어버이이시여, 그대가 손잡아 걸음마를 떼여주지 않았더라면, 그대의 변함없는 굳은 언약이 이 몸을 지켜주지 않았더라면 제 어찌 오늘을 맞이할수 있었겠습니까.

남계수는 감격으로 흐려진 눈길로 그 기폭의 자락을 소중히 부여잡고 흐느끼는 동소옥의 모습을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그지없이 순결한 미소가 한없는 긍지로 물결치고있었다.

아, 너도나도 마르지 않고 바다를 찾아온 한줄기의 시내물이 아니였더냐.

남계수와 동소옥은 붉은 기발을 높이 들고 활짝 펼치였다. 벅차오르는 숨결을 안고 그들은 마음속으로 소리높이 웨쳤다.

이것이 바로 우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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